환삼덩굴꽃에 무당벌레



  환삼덩굴꽃에 무당벌레가 앉았네. 환삼덩굴꽃이 곱구나 싶어서 요리조리 들여다보다가 너를 만나는구나. 무화과나무 둘레에서 잘 자란 풀을 베어 뒤꼍에 눕히려고 했는데, 네가 이곳에서 이렇게 노니까 환삼덩굴꽃은 나중에 베기로 한다. 아무리 들꽃이 곱다고 해도 아이들하고 나무 둘레에서 노닐기 어려우면 풀을 벨 수밖에 없다. 어쨌든, 무당벌레 네가 우리 풀밭에서 즐겁게 놀고 네 아이도 낳으면서 이곳을 고운 숲으로 가꾸도록 도와주면 고맙겠어. 4348.9.16.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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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화과알 함께 먹고픈 개미



  무화과알을 새가 쪼면 개미가 달라붙는다. 가만히 보니, 새가 쪼지 않으면 무화과알은 벌어지지 않으니 개미로서는 달라붙기 어렵다. 새가 쫀 무화과알을 아이들이 안 먹으려고 해서 내가 먹으려고 가만히 들여다보는데 개미 한 마리가 볼볼 기어나온다. 한참 무화과 속에서 살을 파먹었는가 보다. 개미 몸짓을 한동안 살피다가 마루문을 열고 후 바람을 일으켜 내보낸다. 고마워 개미야. 4348.9.16.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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옅푸른 밤송이 빛깔



  집에 밤나무가 있으면 밤꽃이 피고 진 뒤에 밤알이 맺는 모습을 찬찬히 지켜볼 수 있다. 집에 논이 있으면 손수 어린 싹을 심은 뒤 천천히 자라는 모습을 날마다 꾸준히 살펴볼 수 있다. 하루아침에 짠 하고 생기는 열매는 없다. 모든 열매는 저마다 햇볕과 바람과 빗물과 흙을 두루 맞아들이면서 익는다. 꽃송이에서 씨앗을 품은 열매가 자라고, 씨앗을 품은 열매는 푸른 빛깔이 가득한 풋알에서 차츰 짙고 알록달록한 새 빛깔로 거듭나는 달콤한 열매가 된다.


  가을에 잘 익은 밤알을 떠올린다면 으레 흙빛 닮은 밤송이를 생각할 텐데, 천천히 익는 밤송이는 아직 풋알일 적에 옅푸른 빛깔이 곱다. 어쩜 밤송이 풀가시는 이렇게 고운 풀빛일 수 있을까. 보들보들하면서 싱그러운 숨결이 가득한 밤송이 풀가시는 어떤 열매를 속에 품을까. 저 풀가시 안쪽에 달달하고 아삭아삭한 밤알이 단단히 맺는 줄 누가 알 수 있을까. 참말 어떤 사람이 저 풀가시 안쪽에 깃든 맛난 열매를 맨 먼저 알아보았을까. 4348.9.14.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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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삼덩굴꽃 책읽기



  환삼덩굴은 까끌하기에 안 즐길 수 있다. 환삼덩굴은 바로 까끌한 맛이 보드랍고 재미있어서 즐길 수 있다. 날로 먹어도 되고 무쳐서 먹어도 되며 볶아서 먹어도 된다. 환삼덩굴은 숱한 들풀처럼 뜯어서 먹고 먹어도 다시 자라고 새로 자라는 씩씩한 아이 가운데 하나이다. 이 아이도 들풀이니 들꽃이 피고, 여름이 저무는 팔월 끝무렵부터 꽃송이를 터뜨린다.


  푸른 잎사귀에 흙빛을 옅게 닮은 꽃송이가 떨어진다. 아니, 흙빛이라기보다 옅은 살빛일 수 있고, 어쩌면 옅은 복숭아빛일 수 있다. 꽤 많은 들풀이 잎빛하고 같은 꽃빛이지만, 환삼덩굴꽃은 잎빛하고 아주 다른 빛깔이어서 논둑길을 지나고 뒤꼍을 돌아다니면서 제법 눈에 뜨인다. 올망졸망 어우러진 작은 꽃송이한테 다가선다. 작은 꽃송이에서 흐르는 옅은 꽃내음을 맡는다. 짙푸르게 땅을 덮으며 새로운 숨을 북돋우는 덩굴풀 기운을 느껴 본다. 4348.9.14.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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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개비꽃을 알겠니



  도서관 가는 길에 달개비꽃을 본다. 우리 집 뒤꼍에도 달개비꽃이 많이 핀다. 달개비꽃은 꽃이 필 무렵에도 꽃이랑 잎이랑 줄기를 모두 나물로 먹는다. 아주 맛난 나물이다. 환삼덩굴잎에 살몃살몃 가려진 파란 꽃송이를 보고는 아이들을 부른다. “얘들아, 여기 꽃 보이니?” “꽃? 어디?” “잘 보렴.” “안 보이는데.” “잘 봐 봐. 저기 파란 꽃송이 안 보여?” “파란 꽃? 음, 아, 저기 있네. 저기도 있다. 여기도 있어.” “무슨 꽃일까?” “어, 파랑꽃?” “아니야. 뭐, 파랑꽃이라고 해도 되지. 파랑꽃이 좋으면 파랑꽃이라고 해. 파랑꽃은 드무니까. 이 아이는 달개비꽃이라고 해. 꽃도 먹고 잎도 먹어.” “맛있어?” “그럼, 해마다 이맘때에 맛나게 먹지. 너희도 지난해에 많이 먹었어.”


  해마다 먹고 먹고 또 먹고 다시 먹고 새로 먹으면서 열 살이 넘고 열다섯 살이 넘으면 아이들이 먼저 달개비꽃을 알아보고는 조용히 달개비나물을 훑어서 헹군 뒤 밥상에 올릴 수 있으려나. 그날을 손꼽아 기다려 본다. 4348.9.10.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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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09-10 15:30   좋아요 0 | URL
닭의 장풀..달개비..같은거죠??

숲노래 2015-09-10 16:09   좋아요 1 | URL
`닭의장풀`이란 없고,
`닭장 + 풀`이라 `닭장풀`이기도 하고,
그냥 `달개비`입니다 ^^

[그장소] 2015-09-10 16:11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또 배우고 갑니다.고맙습니다.달개비는 원래 이름인거군요..!!

숲노래 2015-09-10 19:04   좋아요 1 | URL
표준 풀이름으로는 `닭의장풀`이 오르는데,
`닭장`도 아닌 `닭의 장`이라는 이름으로
엉뚱하게 붙이는 이름이
어떻게 표준이 되는지
참으로 아리송하기만 합니다... 얄궂지요...
이 얄궂은 이름을 바꾸지도 않고요...

그리고, 돼지우리 소우리 하듯이
닭도 `닭우리`인데
`닭장`이라는 말도
어느 때부터인가 널리 퍼졌습니다..

[그장소] 2015-09-10 19:08   좋아요 0 | URL
음..닭장..우리..우리가 좀더 개방성이 있게 느껴지는데..저는요.
장 은 좀 더 촘촘히 막힌 느낌이고요. 아무래도 일본식에서 온게 아닌지 혈의누...하듯이요.^^

숲노래 2015-09-11 06:12   좋아요 1 | URL
`장`이라는 한자를 넣은 이름에다가 `-의`까지 붙였으니
아무래도 일본에서 넘어온 말투이지 싶어요

2015-09-10 19: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11 06: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11 11: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11 1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15 11: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5-09-15 11:59   좋아요 0 | URL
발음할 적에 미ㅡ루 나무보다 미ㅡ류나무라고 하기가 더쉽다는 걸 말한건데..예전엔 미류나무가 더 굳어져 있었던 것처럼요.실재 글자는 미루 라고 쓴다는 것을 알아도..미르ㅡ도 말밑이 같군요..아~~^^
고맙습니다.궁금했는데..맞냐 틀리냐보다..저도 좀 더 많이 찾아봐야 한다는 걸 배웠어요.궁금한걸 못 참아서..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