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전우익 지음 / 현암사 / 199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 책이름 :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 글쓴이 : 전우익
- 펴낸곳 : 현암사(1993.5.15)


 1993년에 나온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를 1999년에 사서 읽었습니다. 그다지 길지 않은 책인데, 그때 끝까지 다 읽지는 못하고 3/4쯤 읽고 덮어 놓았습니다. 그러다가 책꽂이 어디엔가 꽂아 놓고는 잊고 지냈는데, 지난주쯤 책꽂이를 크게 한 번 추스르면서 이 책을 다시 만납니다.


.. 농민이 제대로 농민 구실을 하자면 땅과 스스로와 세상을 함께 갈고 가꾸어야겠다고 느낍니다. 곡식이 제대로 자라는 데 질소, 인산, 칼리의 세 요소가 필요하듯 농민이 제대로 된 온전한 농민이 되자면 땅도 갈고 자기 스스로도 갈고 세상도 갈아야지, 줄기 자라는 질소만 듬뿍 주고 뿌리 튼튼히 뻗는 인산과 열매 충실히 맺는 칼리를 주지 않으면 짚농사만 짜드러 짓지 벼는 쭉정이만 달리게 됩니다. 그렇게 해서 농사 풍년이 값 폭락을 가져온 일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  〈45쪽〉


 일곱 해 만에 다시 읽습니다. ‘그때 읽다가 덮어둔 일이 차라리 잘되었나’ 하는 생각도 얼핏 들지만, ‘그때 끝까지 마저 읽은 뒤, 이번에 새롭게 다시 읽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다 읽고 한 번 더 읽는다면, 두 번 읽는 느낌을 추스르고, 미처 못 읽고 다시 읽는다면, 이런 느낌을 다독이면 되겠지요.


.. 자연과 어울려 자연스럽게 살아가겠다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자연을 원수처럼 정복의 대상으로 여겨 자연의 리듬에 거슬리게 사는 게 잘사는 것인 양 우쭐대는 분들이 있습니다. 자연의 리듬을 거부하는 사람들은 어김없이 역사의 흐름도 막으려 들고 민심도 깔아뭉개려 들어요 ..  〈52쪽〉


 요즘 감자 캐는 철입니다. 벌써 다 거두어들인 곳도 있고, 이제 거두어들이는 곳도 있습니다. 지난날과 견주면 무척 빨리 거두는 셈이라고 하더군요. 아마 모두들 시장에 내다 팔 생각을 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빨리 거두려고 애쓰는구나 싶습니다. 모내기도 그렇고 가을걷이도 그렇습니다. 해가 갈수록 심는 날이 앞당겨지고 거두는 날도 앞당겨집니다. 날씨가 해마다 더워지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일찍 거두어 파는 쪽’이 더 돈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 쌀값이 빚이나 갚을 수 있게 해야지 거기 무슨 딴 수작이 있겠어요? 구도하시는 스님들도 공양을 들여야 염불도 참선도 하시는데, 밥 먹고 사는 사람이 쌀을 업신여기는 건 백성을 얕잡아보는 데서 나옵니다. 농민들의 추상 같은 벼락만이 빚을 떨쳐 버릴 수 있고, 민족의 추상 같은 뇌성벽력 없이는 분단의 장벽은 허물어지지 못할 것 같아요 ..  〈22쪽〉


 빚을 갚기는커녕 빚이 늘어나는 농사입니다. 그러면 도시사람들은 이렇게 말하지요. ‘빚만 지는 농사, 그냥 집어치우고 땅 팔아 도시로 와서 장사하면 되지 않느냐’고요. 하지만 제 땅을 가진 농사꾼이 얼마나 된다고 그럴까요. 더욱이 평생 농사만 짓던 어리숙한 사람이 장사를 해서 ‘밑천 안 날리면 그나마 잘한’ 셈임을 헤아려야 합니다. 차라리 조금 빚을 지더라도 내 집이 있는 시골이 낫고, 먹을거리는 제 손으로 키울 수 있는 농사가 낫지요.

 

 농사도 안 짓는 사람들은 배불리 먹고살 뿐 아니라 돈도 조금씩 모으는 요즘 세상입니다. 그러면서 유기농이니 뭐니를 찾습니다. 한미FTA니 지난날 우루과이라운드니 뭐니를 떠나 우리 시골이 무너지는 동안 한 번도 제대로 거들떠보지 않아 온 우리들입니다. 시골사람도 시골을 떠나 무턱대고 도시로만 몰리려 했지만, 도시사람도 도시 삶이든 시골 삶이든 있는 그대로 헤아리려 하지 않고 값싸고 가벼운 놀음놀이에 빠지고 자기 생각에만 빠져 있습니다.

 

 책이름 그대로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입니다. 농사꾼만 잘살아도 안 되는 세상이지만(그러나 이런 세상이 언제 한 번이라도 있었을까요?), 농사꾼 아닌 사람만 잘살아도 안 되는 세상입니다. 평생 고생한 사람이 마지막 삶이나마 보람을 얻어야 하나, 누구나 다 보람을 나누어 얻고 즐겁게 어우러질 수 있어야 좋은 세상이라고 믿습니다.

 

 전우익 님은 땅을 부치고, 나무를 심고, 씨앗을 갈무리하고, 자리를 치면서 자기 삶을 가꾸었고 세상을 읽었습니다. 우리는 우리 삶을 어떻게 가꾸고 있나요? 우리 세상은 어떻게 읽고 있나요? (4339.7.4.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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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바랄게 없는 삶
야마오 산세이 지음, 최성현 옮김 / 달팽이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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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 책이름 : 더 바랄 게 없는 삶
- 글쓴이 : 야마오 산세이
- 옮긴이 : 최성현
- 펴낸곳 : 달팽이(2003.10.9.)
- 책값 : 9000원


 비가 그쳤습니다. 해가 잠깐 났습니다. 세상이 아주 조용해진 듯합니다. 숨죽이던 새들은 다시 지저귀고 잔뜩 물을 품느라 힘겨웠던 땅들도 마음을 놓은 듯합니다. 논이고 밭이고 가득가득 넘칠 뻔하던 물도 조금씩 빠집니다. 나날이 뿌얘지는 하늘은 한결 깨끗해진 느낌입니다. 아쉽다면 무지개는 보이지 않고, 뭉개구름도 안 보인다는 대목.


.. 진짜로 존귀한 것은 물 그 자체로서, 이 지구 위에서 유일하게 자연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는 생물인 인간이 물을 존중하며 맑은 물 지키기에 노력한다면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즐길 수 있고, 나아가서는 천 년 이천 년 삼라만상의 일원으로 영원히 존속해 갈 수 있는 것이다 ..  〈69쪽〉


 서울에서 지낸다면 이런 여러 느낌은 못 느끼지 싶습니다. 비가 오면 오는 대로 지저분하고 비가 그쳐도 그친 대로 지저분한 서울이거든요. 비가 오면 길이 막힌다고 아우성이고 비가 그치면 빗물이 질척거릴 뿐 아니라 빗물이 그대로 튀기건 말건 아랑곳하지 않고 내달리는 자동차로 넘치는 서울이에요.

 서울사람들은, 아니 서울뿐 아니라 전국 어디를 가더라도 이 나라 사람들은 샘물을 마시지 못합니다. 아니 않습니다. 시골에서도 그럭저럭 물이 맑은 곳이 아니고는 죄다 정수기 물을 마신다고 해야 할 만큼 물이 더러워졌습니다. 먹는샘물을 사마실 돈이 없다면 수도물을 끓여서 마실 텐데, 수도물을 그대로 마시는 사람은 아주 드뭅니다. 믿을 수가 없고 믿기가 어려우니까요.


.. 염소는 젖을 얻기 위해 기른다. 농협에서 사료용 보리를 사다가 먹이면 배 이상 젖이 나온다. 그것을 물론 나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돈을 주고 사는 사료로 키운 양의 젖을 마시는 것은 가게에서 젖을 사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일이다 ..  〈50쪽〉


 우리는 무엇 때문에 공업을 키우고 물건을 나라밖으로 내다 팔며 ‘아이티(IT) 강국’, ‘국민소득 2만 달러’를 이루어야 할까요? 한동안 ‘에니메이션 고등학교’를 세운다 뭐한다 말이 많았습니다. 영화 한 편 잘 팔면 자동차 몇 만 대를 파는 것만큼 돈을 번다고 법석이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컴퓨터 기술과 많은 돈이 그렇게 중요할까요? 그렇게 중요한가요? 그래서 흐르는 냇물을 손으로 떠서 마실 수 없다면 먹는샘물을 편의점이나 할인매장에서 사서 마시면 그만인가요? 우리 스스로 콩이고 팥이고 쌀이고 보리고 한 번도 스스로 씨 뿌려서 거두지 않으면서 ‘국산 유기농 곡식’만 ‘돈 주고 사서 먹으려’ 하고 있지 않나요? 그러면서 자유무역시장이다 뭐다 하여 이 나라 농촌이 끔찍하게 무너지고 죄다 빚더미에 올라앉아도 ‘그것은 우리 나라 농촌도 스스로 바뀌려 하지 않고 예전 그대로 있었기 때문’이라며 화살을 돌리고 있지 않습니까?

 중국산 곡식이나 물고기 들은 더러워서 사람이 먹을 것이 못 된다고 말하면서, 이 나라에서 거두어들이는 곡식과 물고기가 ‘깨끗한 물과 바람과 햇볕’을 먹으면서 살 수 있는 터전이 되도록 깨끗하고 아름답게 가꾸는 일에는 두 손 놓고 있지 않는지요?

 예전에 《여기에 사는 즐거움》이란 책을 읽은 적 있습니다. 일본 도쿄살이를 그만두고 외딴섬으로 들어가 조용하게 농사짓고 살아가면서 ‘이것 참 재미있구나’ 하고 느꼈던 야마오 산세이라고 하는 사람이 쓴 책입니다. 이이가 쓴 다른 책 《더 바랄 게 없는 삶》을 책방에서 얼결에 만났습니다. 책이 나온 때는 2003년. 어, 나온 지 벌써 세 해가 되었군요. 하지만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언론에 소개가 된 적이 없을까요? 소개된 적이 있어도 아주 조그맣게 실리고는 잊혀져 버렸을까요? 책방에서는 이 작은 책을 애써 보기 좋은 곳에 꽂아 두지 않았을는지 모르며, 우리들 책손도 이 책을 따로 끄집어내어 읽지 않았구나 싶습니다.

 뭐, 이 책 《더 바랄 게 없는 삶》이 대단히 깊거나 그윽한 생각이나 삶을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책이름 그대로 ‘더 바랄 것 없이 스스로 즐겁게 살아가는 내(야마오 산세이) 모습’을 말할 뿐입니다. 꾸밈도 없고 가릴 것도 없습니다. 내(글쓴이)가 바라는 것이라면 맑은 물, 시원한 바람, 따뜻한 햇볕, 여기에 이 셋이 어우러진 이 땅과 이 땅에서 살아가는 모든 목숨붙이라고 말할 뿐입니다. 그런데 술술 읽히고 즐겁게 책을 덮을 수 있군요. (4339.4.19.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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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달 타카의 일생
헨리 윌리엄슨 지음, 한성용 옮김 / 그물코 / 2002년 7월
평점 :
품절



 - 책이름 : 수달 타카의 일생
 - 지은이 : 헨리 윌리엄슨
 - 옮긴이 : 한성용
 - 펴낸곳 : 그물코(2002.7.5)
 - 책값 : 12000원


 수달에게도 삶이 있는가?
 - <수달 타카의 일생>을 읽고


 <1> 수달은 슬프다


 .. 데드락(사냥개)이 타콜(수달)의 다리를 물고 흔들어 공중으로
 던져버렸다. 바닥에 떨어진 타콜이 다시 일어서려 할 때, 많은 턱
 들이 그의 몸을 물고, 머리를 박살냈으며, 그의 옆구리와 발, 꼬
 리를 완전히 부숴버렸다. 목초지에 피는 작은 해바라기들 사이에
 서 그의 몸은 밟히고 뒤틀리고 부서지면서 위로 들렸다 다시 떨어
 졌다. 사냥꾼들의 갈채와 환성이 집요하게 흔들어대며 으르렁거리
 는 사냥개들의 요란한 소리와 섞였다. 타콜은 눈이 멀고, 턱이 산
 산이 부서질 때까지 그들과 싸웠다 .. <349쪽>


 수달은 슬픕니다. 아픕니다. 힘듭니다. 괴롭습니다. 조용히 죽어가고 사라집니다. 하지만 수달뿐이겠습니까. 이 땅에서 범과 여우와 늑대와 이리와 사슴도 마찬가지 길을 걸었습니다. 들과 산에서 뛰노는 사슴이 없는 남녘땅입니다. 들과 산에 사슴이 있다면 채산이 맞지 않아 문을 닫아 버린 사슴농장에서 먹을거리를 찾아 높은 울타리를 뛰어넘거나 무너뜨려서 '탈출'한 '고기사슴'이 있을 뿐입니다. 사슴은 사슴농장에서 탈출할 때 한 사슴 등을 받침대로 삼아 다른 사슴이 뛰어서 나오거나, 여러 사슴이 한꺼번에 몸을 울타리 벽에 부딪쳐서 울타리를 무너뜨린다고 합니다. 채산이 맞지 않아 사슴농장을 닫을 때 먹이를 안 주고 사슴을 굶겨죽인다는데, 먹을거리가 없어 죽음에 다다른 사슴은 마지막에 이렇게 안간힘을 쓰며 겨우 살아남는다고 합니다.

 충주에서 일을 하며 들과 산에서 불쌍한 사슴을 자주 만납니다. 사슴농장에서 목숨을 걸고 탈출한 녀석들입니다. 사슴고기로 키우던 녀석들이라 덩치가 어른 둘을 더한 것만큼 큽니다. 하지만 사람을 어찌나 무서워하는지 모릅니다.

 불쌍한 사슴을 늘 보기 때문일까요? <수달 타카의 일생>이란 책을 읽으면서 가슴아픔과 씁쓸함이 내내 감돌았습니다. 1920년대 영국 어느 마을에서 있던 일을 아주 실감나게 그린 <수달 타카의 일생>은 '타카'라는 수달 한 마리가 태어나서 죽음에 이르기까지(그런데 죽었는지 살았는지 결과에서 뚜렷하게 밝히지는 않았습니다) 사람들에게 어떻게 시달리는가를 꼼꼼하며 차근차근 담습니다.


 <2> 한국땅에서 거의 사라진 수달이란


 태어나서 죽는 날까지 사냥개와 사냥꾼에게 시달리는 수달. 산속에서는 산림감시원이 놓는 덫과 총을 피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들판에서는 농부와 양치기 눈을 피하며 살아야 하고, 무엇보다도 끈질기게 수달 사냥을 하는 사람들 눈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한국땅에서는 어떨까요? 비슷합니다. 아직 몇 마리 남았으나 사람 눈길과 손길이 거의 닿지 않는 골짜기 깊숙한 곳에서 삽니다. 하지만 그런 깊숙한 곳까지도 기어들어오는 사냥꾼들 득달거림 때문에 늘 쫓겨다녀요. 세상에 가장 무서운 적인 사람들 때문에요.


 .. 덫에서 빠져나오려고 발버둥치던 새끼는 덫을 땅에 박아두었던
 못을 뽑아냈고, 덫을 끌고 배수로 밖으로 나와 어린 나무들 사이
 로 느릿느릿 도망쳤다. 어미는 타카와 다른 새끼를 부르는 휘파람
 을 불었고 그들은 나무 덤불 아래에서 뛰어나와 어미 뒤를 따랐다.
 어미는 새끼들과 함께 작은 길을 달리다가, 검은딸기 덤불울 부수
 고 돌과 뿌리에 부딪혀 소리를 내는, 꼬리에 매달린 덫 때문에
 간신히 뒤따라오는 새끼에게 되돌아왔다. 꿩들은 몸을 숨기고 있
 던 나뭇가지에서 날아올랐고 지빠귀들도 거친 울음소리를 내며 감
 탕나무들 사이에서 날개를 쳤다. 검은딸기 덤불에서 내려앉은 굴
 뚝새와 울새 들은 높은 소리로 불평을 해댔다. 고슴도치들은 가시
 가 있는 공처럼 몸을 말았고, 들쥐들은 참나무 아래 말라죽은 이
 끼 옆에서 몸을 웅크렸다 .. <86쪽>


 <수달 타카의 일생>에는 수달을 비롯한 온갖 들짐승이 나오고 들풀과 나무와 꽃이 나옵니다. 산과 들과 물에서 살아가는 온갖 목숨붙이가 나와요. 풀은 풀대로, 짐승은 짐승대로 자기 목숨을 잇습니다. 수달도 뭇 목숨붙이 가운데 하나로 토끼도 잡아먹고 물오리도 잡아먹습니다. 여우에게 쫓기기도 하고 족제비와 다투다가 내빼기도 하며 까마귀에게 혼줄이 나기도 하는 수달입니다. 저마다 자기 영역을 지키면서 함께 살아가는 짐승들이에요.

 그런데 우리 사람들은 머리를 굴려서 무엇을 만들고, 자기들만 즐겁게 살아가려고 하면서 자연을 무너뜨리고 파헤칩니다. '개발'이란 허울좋은 이름을 내세우면서요. 뭇 목숨붙이가 함께 어우러지는 자연인데, 사람들은 멋대로 자연을 무너뜨리고 파헤쳐요. 그런데 파헤치는 사람은 파헤치는 대로, 파헤친 떡고물을 먹고사는 사람들은 또 그런 사람들대로 자연을 파헤치는 일이 나중에 무엇을 선사(?)할는지 생각하거나 알려 하지 않습니다.

 아. 이런 한국땅에서 수달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아니 수달이라는 짐승이 있거나 말거나 우리들 사람 삶과는 아무런 인연도 상관도 없다고 보지 않나요? 아니 수달이 있기나 한지도 모르며,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고, 그저 동물원에서 구경할 수 있으면 그뿐이라고, 텔레비전 다큐멘터리로 보면 그만이라고 여겨 버리지는 않는지요.


 <3> 어우러지기에 아름다운 자연


 수달을 가까이에서 보지 않거나 못하기 때문에 수달을 생각하지 않는지도 모릅니다. 집에서 기르는 개가 어쩌다가 다치거나 아프면 부모나 자식이나 동무가 다치거나 아플 때처럼 걱정하며 돌보는 우리들이잖아요. 하지만 범이 죽고, 여우가 다치고, 다람쥐가 병에 걸리고, 수달이 덫에 치여 다리가 잘리고, 농약에 병든 물고기를 먹다가 왜가리와 두루미가 죽어가거나 도심지 시내에서 배기가스를 마시는 나무가 시커멓게 썩어들어가는 일을 걱정하지 않는 우리들이에요.

 보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 삶터와 너무 떨어진 곳으로 내쫓기며 사라지기 때문에 더더욱 들짐승이 살아갈 수 없는지 모릅니다.

 <수달 타카의 일생>이라는 책은 어떤 풀이법을 말하지 않습니다. 짖궂을 뿐 아니라 나쁘기까지 한 사람에게 시달림을 받으며 온삶을 괴롭게 보내는 수달 이야기를 참 덤덤하게 펼칩니다. 그러면서 수달뿐 아니라 뭇짐승이, 또 모든 사람이 살아가는 지구라는 땅덩어리에서 새롭게 태어나고 죽고 또 되풀이하는 못 목숨붙이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언뜻 보면 지루한 보여주기(묘사)만 가득한 책이라고 여길 수도 있어요.


 .. 수달들은 이곳에서 베도라치와 망둥이, 그리고 해초 사이에
 숨어 있는 작은 물고기들을 찾아 헤맸다. 수달들은 참새우를 잡
 아 꼬리부터 먹었지만 머리는 절대 삼키지 않았다. 또 이빨로
 바위에 붙어 있는 섭조개를 뜯어내 앞발로 붙잡고 으깨서 살을
 핥아 먹었다. 회색주둥이가 까나리를 찾는 동안 타카는 집게발
 이 하나뿐인 바닷가재가 사는 깊은 웅덩이를 탐험했다 ......
 이 바닷가재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수없이 많은 위험을 겪었다.
 크라이드와 햄 마을에 사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기다란 막대기
 와 갈고리를 매달아 바닷가재를 잡으려 했다. 바닷가재는 여러
 번 발을 잃어, 아홉 번째 발이 뜯겨 나가자 녀석의 뇌도 결국
 은 새로이 발을 자라게 하는 걸 포기했다 .. <137쪽>


 .. 꺾이고 눌린, 속이 빈 갈대 줄기로 만든 보금자리에서 편히
 몸을 편 타카는 날개를 반짝이며 물위에서 나는 잠자리들을 바
 라보았다. 그 옆의 갈대에는 수 년 동안 작은 물고기와 물벼룩
 들을 잡아먹으며 시간을 보내고 그 전날 연못에서 기어나온 잠
 자리 유충이 부서질 듯한 회색빛 가면처럼 붙어 있었다. 햇빛이
 비쳐 유충의 껍질이 바짝 마르자 그 가면은 부풀어올라 등이 갈
 라졌다. 이윽고 거의 투명해 보이는 다리와 머리를 가진 곤충이
 축 처진 짧은 날개를 달고 빠져나왔다. 날개가 뜨거운 열기 때
 문에 쭉 펴지고 단단해지는 동안 그 곤충은 무심한 듯 갈대에
 매달려 있었다. 곤충의 몸은 정오의 용과 같은 숨을 쉬며 주홍
 빛으로 바뀌었다. 그 눈은 여름의 불기운을 받아 광택을 냈다.
 연못도 반짝였다. 볼품없이 몸 아래쪽에 붙어 있던 날개들이
 넓게 펴졌고,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듯 떨렸다. 이윽고 몸에 노
 란색, 검은색으로 줄무늬가 있거나 에메랄드빛으로, 붉은빛으로,
 파란빛으로 빛나며 날고 있는 잠자리 떼에게 날아가버렸다 .. <76쪽>


 그런데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책에 빠져듭니다. <수달 타카의 일생>이란 책을 처음 만났을 때는 그저 '사람들 등쌀에 밀려 어렵게 살아가는 수달 이야기'인가 보다 했습니다. 그런데 책을 펼쳐서 찬찬히 읽다 보니 '사람들 등쌀에 밀린 수달 이야기'보다 더 큰 이야기가 있더군요. 수달이라는 짐승이 사람들 등쌀에 밀려 얼마나 고달프게 살아가는가를 그리는 가운데 수달 둘레에서 함께 살아가는 동식물 이야기를 다뤄요. 크나큰 자연 품 안에 있는 수달 한 마리랄까요. 사라져가고 쫓겨가면서 괴롭고 고달픈 수달만 이야기하지 않아요. 아름답게 빛나며 따뜻하게 감싸는 한편 매서운 눈보라로 고달픈 삶을 살도록 하는 자연을 이야기하면서, 그런 자연과 어우러지는 수달과 뭇 짐승을 이야기해요.

 지은이 헨리 윌리엄슨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어떻게 달라지는가를 아주 지긋이 바라보고 느낍니다. 어쩌면 이렇게까지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살가이 나타낼 수 있는지 놀라울 따름입니다. 서사시 한 편을 읊듯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우리네 삶터 이야기랄까요.

 수달뿐 아니라 뭇짐승이 괴로워하는 삶터를 아프게 읽으면서도, 자연은 이렇게 수많은 목숨붙이가 어우러지기 때문에 아름답고, 사람만 살아가는 자연이 아니라, 사람과 모든 목숨붙이가 서로를 돌보고 감싸고 함께할 수 있을 때 참 아름답다 하는 것도 돌아봅니다. 370쪽이나 되는 두꺼운 책이었지만, 지난 3월 5일부터 한 달 넘게 이 책을 들고 다니며 읽은 시간은 참 즐거웠습니다.

***
요즘 들어 환경 이야기를 다룬 책이 많이 나옵니다. 참 좋은 이야기들이 많은데, 환경 이야기를 하면서, '사람 아닌 생명체 눈길과 눈높이'에서 그 생명체가 얼마나 어려움을 겪고 사는지, 또 사람 아닌 생명체가 어우러지는 삶터가 어떻게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그려나가는 책은 드물어요. <수달 타카의 일생>은 이런 여러 가지 간지러우면서 중요한 이야기를 한다고 보아 소개하는 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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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기적이다 - 현대의 미신에 대한 반박
웬델 베리 지음, 박경미 옮김 / 녹색평론사 / 2006년 2월
평점 :
품절



- 책이름 : 삶은 기적이다
- 글쓴이 : 웬델 베리
- 옮긴이 : 박경미
- 펴낸곳 : 녹색평론사(2006.2.15)
- 책값 : 7000원


 우리 나라에 참된 과학이 있을까 모르겠습니다. 과학뿐 아닙니다. 문학도 사상도 철학도 역사도 참답게 자리잡고 있을는지요? 글쎄. 그러면 책은 어떻습니까? 그림이나 사진은? 교육이나 사회는? 정치나 경제는? 노동은? 운동경기는 어떨까요? 올바르게 나아가고 있습니까? 우리 모두 즐겁게 맞이하면서 너나없이 고르게 함께할 수 있는가요?


.. 과학은 인간적 한계를 지니며, 늘 인간의 무지와 오류를 포함한다. 과학이 발명해내거나 발견해낸 해결책들이 새로운 문제를 야기하고, 또 그 자체가 새로운 문젯거리가 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과학자들은 특정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핵에너지를 사용하는 방법을 발견해냈지만, 핵의 사용은 우리 모두에게 대단히 위험하다. 그리고 과학자들은 핵폐기물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까지 알아내지 못했다. (그들은 폐타이어를 어떻게 해야 할지도 알지 못한다) 항생제의 사용은 항생제의 남용을 가져왔고, 계속 이런 식이다. 우스꽝스럽게도 우리는 일상적 삶 속에서 황당한 과학지식에 매달린다. 가령 우리는 유전자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게 되었지만, 우리 가운데 꽤 많은 사람들이 자기 자식이 어디 있는지 알지 못한다 ..  〈53∼54쪽〉


 한 달쯤 앞서, 서울역에서 전철을 탈 때입니다. 저는 멀리 가는 길이라서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전철을 탔는데 마침 유모차를 끌고 계단 앞에서 허둥지둥하는 젊은 어머니 한 분을 만났습니다. 한쪽 어깨에는 자전거를 메고 있었지만 한쪽 손은 자유로워서, “아주머니, 같이 들어 드릴게요” 하고는 꽤나 긴 계단을 타고 내려왔습니다. 저는 표를 끊고 안으로 들어갔고, 아이 어머니는 표를 사서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유모차를 어떻게 개찰구를 넘어 나오는가로 힘들어합니다. 아마, 전철역까지 오는 동안 꽤나 애먹고 힘들었는가 보군요. 그런데 서울역 개찰구에는 휠체어나 유모차가 지나갈 수 있도록 ‘뚫려 있는 다른 문’이 없습니다. 표를 끊고 지나가는 자리도 대단히 좁습니다. 그래, 하는 수 없이 유모차를 들어서 안쪽으로 옮겨야 했고, 아이도 누군가 들어 주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아까 계단에서도 그랬으나, 이 개찰구 앞에도 사람들로 북적거리기는 했어도 누구 하나 손을 거들거나 도와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마침 이날만 이렇게 돕는 손길이 없는지도 몰랐겠지만요.


.. 다행스러운 것은 과학자들조차도 자신들이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말할 때에는 “한 여성”, “한 남성”, “한 아이”, “한 사례”와 같은 범주의 언어를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애정을 느낄 때 우리는 추상과 추상화의 범주들을 깨부수고, 고유한 생명과 장소를 지닌 피조물 그 자체와 대면하고 싶어한다 ..  〈65쪽〉


 아기를 제가 안고 있는 동안 젊은 어머니는 유모차를 낑낑거리며 개찰구 아래로 밀어서 가까스로 빼냅니다. 겨울이지만 얼굴엔 땀이 줄줄 흐릅니다. “아유, 서울 한번 나오면 힘들어서 못 다니겠어요. 다니기 너무 불편해요!” 하는 아이 어머니. 저는 4호선을 타고 아이 어머니는 1호선을 탑니다. 길이 엇갈려서 걱정스러운데, 저 어머니가 가는 길에 도와줄 사람이 있을는지…


.. 삶을 경험한다는 것은 뭔가를 “알아내거나”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삶 속에서 고통받는 것이며, 동시에 있는 그대로 삶을 기뻐하는 것이다. 고통받으면서, 또 있는 그대로 기뻐하면서 우리는 삶을 완전히 이해하지도 못하고, 이해할 수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나아가서 우리는 생명을 이해했다는 누군가의 주장에 의해 생명이 소유되기를 원하지도 않는다. 생명은 우리가 향유하는 것이지만, 우리 너머에 있다 ..  〈18쪽〉


 《나에게 컴퓨터는 필요없다》(양문), 《생활의 조건》(산해) 같은 책에 이어 우리 말로 번역된 ‘웬델 베리’ 님 책 《삶은 기적이다》입니다. 과학기술이라는, 또 물질문명이라는 허울좋은 껍데기에 마음을 빼앗기고 제정신을 잃어버린 우리들한테 참으로 소중한 것이 무엇이며, 어떻게 살아가야 즐거운가를 자기 경험을 밑바탕 삼아서 들려주는 이야기책입니다. 소중한 나를 찾고, 내 삶터를 찾을 때는 우리 삶을 ‘기적’이라 할 만하지만, 나 자신을 소중히 느끼지 못하고 내 삶터를 소중히 느끼지 못한다면, 우리를 억누르는 권력자들 배만 불려 주는 ‘기적’을 낳는다는 이야기도 담아요. (4339.3.9.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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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번역은... 다른 녹색평론사 책과 마찬가지로 엉망입니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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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이골 외딴집 일곱 식구 이야기 - 2004년 우수환경도서
김용희 지음, 임종진 사진 / 샨티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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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이름 : 선이골 외딴집 일곱 식구 이야기
- 글쓴이 : 김용희
- 사진 : 임종진
- 펴낸곳 : 샨티(2004.8.5.)
- 책값 : 11000원

 《선이골 외딴집 일곱 식구 이야기》를 처음 산 때가 제법 되었습니다. 처음 이 책이 나왔을 때 살까 말까 망설이다가 사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읽은 비슷한 갈래 책들은 `말과 생각'만 너무 앞서고 `마음과 가슴'을 제대로 열지 않은 채 `몸은 제때 따르지도 않으면서' 지루한 이야기만 길게 늘어놓곤 했거든요. 게다가 어려운 말로. 《선이골》도 첫머리에서 비슷하게 느꼈습니다. 사이사이 들어간 사진은 `참 잘 찍었구나' 싶었으나 선이골에서 사는 일곱 식구 모습을 좀더 있는 그대로 차분하게 보여주는 사진은 아니라고 느꼈어요.


.. 슬펐다. 논농사를 짓지 못하여 배고픈 것보다 내 이런 거품 인생이 너무 슬펐다. 내 몸에서 쌀 냄새가 아니라 돈 냄새가 나는 것 같아 슬펐다. 나의 어머니가 먹는 밥과 내가 먹는 밥도 다른 것이었다. 어머니는 쌀을 알고 밥을 아는 몸으로 밥을 먹었고, 나는 쌀도 밥도 모르는 몸으로 단지 먹을 수 있는 그 어떤 것을 먹어댔던 것이다. 40년 넘도록 세상의 지식과 지혜를 얻고자 발버둥쳐 왔지만 이 가공할 무지 앞에 오히려 공포를 느꼈다 ..  <80쪽>


 그러다가 어느 날 김용희 씨가 숨을 거두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아뿔싸! 이 사람이 쓴 책을 고작 절반도 못 읽었는데 벌써 세상을 떠나다니. 어떤 사람인지 만나 보기도 어렵지만, 느긋하게 책을 읽다 보면 하나하나 이이가 생각하며 살아가는 뜻을 읽을 수도 있었고, 좀더 깊이 제대로 헤아릴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러나 사람은 가고 책은 남았습니다. 그리고 조금 더 지난 어느 날입니다. 인터넷에 `선이골 김용희 씨'를 둘러싸고 온갖 막말과 욕설이 쏟아져 나왔다고 하더군요. 도대체 누가 어떤 막말과 욕설을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선이골 일곱 식구 가운데 부모인 김용희 씨와 남편을 욕한 사람들은 `자기들 스스로 시골에서 살지'도 않는 주제이고, `이 나라뿐 아니라 세계 구석구석에서 낮은 자리에서 스스로 가난을 즐기며 사는 사람'들이나 `가난하고 어려울 수밖에 없는 사람들' 처지를 조금도 헤아리지 않는 사람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한, 《선이골》이란 책은 한두 쪽이라도 읽어 보았을까요?

 어쩌다가 찾아가는 시골과 먹고살기를 다 풀어내는 시골은 아주 다릅니다. 도시에서 돈 주고 밥-옷-집을 다 사서 쓰는 사람과 `돈이 아닌 자기 몸품'으로 밥-옷-집을 마련하여 살아가는 사람은 생각이고 마음이고 몸이고 말이고 다릅니다. 이 다름은 누가 옳고 그르고가 아니에요. 다름입니다. 다만 한 가지 있어요. 도시에서 돈으로 먹고사는 사람은 돈은 있으나, 돈만으로는 못 삽니다. 시골에서 일하는 사람이 없다면 말이지요. 시골사람은 돈 만지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돈 없어도 잘 살 수 있습니다.

 우리한테 참말로 중요한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우리가 참으로 나누며 살면 좋을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우리가 스스럼없이 즐길 수 있고, 우리 아닌 다른 사람도 기꺼이 즐길 만한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선이골 산골짜기로 들어간 일곱 식구는 꼭 자신들한테 소중하고 사랑스럽고 신나고 조촐한 것을 찾으려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누구를 나무라거나 비웃거나 괴롭히거나 들볶거나 등치거나 업신여기거나 우쭐거리지 않습니다. 있는 그대로 살아갈 뿐이고, 앞으로도 그저 그대로 살아가려 할 뿐입니다. 이런 말 하기는 뭣하지만, "책 좀 읽어 보고 떠들어 보시지요?" 하는 말을 `선이골 식구들한테 막말을 쏟고 욕설을 내뱉았다'는 그네들에게 한 마디 해 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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