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빠이빠이 창문
노튼 저스터 지음, 크리스 라쉬카 그림, 유혜자 옮김 / 삐아제어린이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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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3.12.25.

그림책시렁 1252


《안녕 빠이빠이 창문》

 노턴 저스터 글

 크리스 라쉬카 그림

 유혜자 옮김

 삐아제어린이

 2006.3.1.



  저마다 조촐하게 보금자리를 이루며 살아가던 무렵에는 어른 사이에서는 이웃으로 살고, 아이 사이에서는 동무로 어울렸습니다. 우리 삶터는 아주 빠르게 마을이 사라졌어요. 잿더미로 높다랗게 올려세운 겹집마다 ‘○○마을’ 같은 이름을 붙이지만, 정작 그곳에 마을인 적은 없습니다. 마을이라면 모든 집이 고르게 햇볕을 나누어 쬘 뿐 아니라, 아이들이 나무타기를 하고, 어른들이 마당에서 두레나 품앗이를 하면서 두런두런 이야기꽃을 피워요. 마을이 아니기에 담벼락이 단단하고, 부릉부릉 매캐하며, 어린이놀이가 감쪽같이 사라집니다. 《안녕 빠이빠이 창문》은 한껏 뛰놀며 자라고 싶은 아이가 어른들 사이에서 어떻게 하루를 보내는지 상냥하면서 포근하게 보여줍니다. 아이는 가리지 않고 가르지 않습니다. 아이는 나아가고 달려갑니다. 아이는 나이를 안 따집니다. 아이는 돈도 이름값도 얼굴도 몸매도 안 살핍니다. 아이는 오직 신나게 누리는 하루를 함께 어울릴 어른하고 동무를 헤아립니다. 우리는 서로 손을 흔들며 반기고 노래하는 보금자리에 마을인가요? 이제 아무도 손을 안 흔들고 안 쳐다보고 배움터(학교·학원) 뺑뺑이만 돌리는 쳇바퀴이지 않나요? 마을을 되찾고, 풀꽃나무를 품어야, 아이를 비로소 낳아 돌볼 만합니다.


#TheHelloGoodbyeWindow #NortonJuster #ChrisRaschka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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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펼쳐보는 세계 지도 그림책 한눈에 펼쳐보는 그림책
최선웅 글.지도, 이병용 그림 / 진선아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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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3.12.25.

그림책시렁 1329


《한눈에 펼쳐보는 세계 지도 그림책》

 최선웅 글

 이병용 그림

 진선아이

 2011.9.22./2023.3.15.



  푸른별은 온누리로 치면 안 크다고 여길 수 있지만, 걸어서 다닌다면 꽤 넓다고 여길 만합니다. 푸른별을 두루 걸어서 다니노라면, 나라를 가르는 금이 덧없도록 한마을이라고 느끼게 마련입니다. 전남 고흥에서 서울로 바깥일을 다녀올 적에는 길에서 일곱 시간쯤 가볍게 보냅니다. 시골은 어디나 읍내가 작아요. 논밭하고 멧자락하고 바다가 넓습니다. 시골하고 서울 사이도 큰고장은 여럿이되, 시골이며 멧자락이 훨씬 넓어요. 서울은 빈터나 풀밭을 찾기 어려울 만큼 빽빽하게 잿더미이지만, 우리나라로 쳐도 들숲바다가 훨씬 넓게 품고 달랩니다. 《한눈에 펼쳐보는 세계 지도 그림책》을 작은아이하고 여러 달 동안 들여다보았습니다. 어린이가 볼 만한 길그림책이 제법 나오는 듯싶으면서도 정작 나라하고 겨레마다 어떻게 다르게 살림을 짓는가 하는 얼거리를 제대로 보여주지는 못 한다고 느껴요. 다들 ‘익숙하다’고 여기는 틀로 여러 나라를 짚어요. 이른바 ‘문화·사회·정치·경제’를 ‘마을’이나 ‘시골’이나 ‘들숲바다’를 바탕으로 헤아리지 않더군요. 온나라 길그림책은 “푸른별을 죽죽 가른 금”이 얼마나 덧없는지 얼마나 보여줄 수 있을까요? 길그림에만 금이 있을 뿐, 고을 사이도 사람 사이도 쩍쩍 가를 수 없어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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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꽁 피자 그림책이 참 좋아 69
윤정주 지음 / 책읽는곰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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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3.12.19.

그림책시렁 1327


《꽁꽁꽁 피자》

 윤정주

 책읽는곰

 2020.7.17.



  큰고장에 나오면 얼핏설핏 놀랍니다. “와, 서울에서는 밭이 없고 논을 몰라도 다 배불리 먹는구나!” 같은 말이 절로 나와요. 그렇지만 시골에서 나고자란 어린이랑 푸름이를 만나서 얘기하다 보면, 시골내기조차 논이나 밭을 거의 모르거나 아예 모릅니다. 적잖은 시골 어린이는 ‘벼’라는 낱말조차 모르고, 시골 푸름이인데 ‘볍씨’라는 낱말마저 모르기 일쑤입니다. 논밭도 모르고 벼랑 볍씨를 몰라도 다들 밥을 먹습니다. 아니, 요새는 ‘밥’이 아닌 ‘급식’을 먹느라 ‘도시락’이란 낱말은 그릇국수 이름인 줄 여기는 아이들조차 수두룩해요. 《꽁꽁꽁 피자》를 몇 해 앞서 읽고서 조용히 내려놓은 적 있습니다. 문득 다시 읽었으나 또 내려놓았습니다. 꽁꽁꽁이라고 나오는 그림책이 몽땅 서울내기한테 맞춘 줄거리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철이 없고 날을 모르고 달을 등지고 해를 잊은 채 쳇바퀴를 도는 얼거리라면, 어린이는 킥킥 하하 웃고 나서 무엇이 남을까요. 서울이며 서울곁은 스스로 빛(전기)을 뽑아내지도 못 하기에 먼먼 시골에서 끌어당깁니다. 온나라가 빛줄(송전선)이 빼곡합니다. 둘레를 헤아리는 마음부터 꽁꽁 얼었고, 풀꽃나무에 들숲바다를 품는 마음은 아예 꽁 걸어잠갔습니다. 이 아이들은 앞으로 어떻게 자랄까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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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비행 - 2022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선정
박현민 지음 / 창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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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3.12.19.

그림책시렁 1326


《도시 비행》

 박현민

 창비

 2023.3.15.



  전남 고흥에서도 두메에 고즈넉히 깃든 우리 살림집부터 시골버스를 타고서 고흥읍으로 가면 시끄럽습니다. 고흥읍에서 시외버스를 타고서 순천이며 광주로 가든, 부산이며 서울로 가면 훨씬 시끄럽습니다. 시골이라 하더라도 면소재지하고 읍내는 이제 서울하고 똑같습니다. 바람소리하고 별빛을 누리지 않는 데라면 시골이란 이름을 붙일 수 없고, 들풀내음하고 나뭇잎빛을 마주하지 않는 곳도 시골일 수 없습니다. ‘서울’이란 낱말은 ‘새 + 벌’인 얼개입니다. ‘벌 = 벌판’입니다. 푸나무가 자라기 어렵게 넓게 펼친 판판한 땅인 ‘벌’이에요. 그러니까 ‘새벌 = 서울 = 도시’란, 이미 이름부터 사람한테도 새한테도 풀나무한테도 매캐하고 괴로운 터전이란 밑뜻인 셈입니다. 《도시 비행》을 보고서 슥 넘기는데 첫 쪽부터 눈이 따갑습니다. 꾹 참고서 마지막까지 넘기고서 숨을 돌렸습니다. 숨막히고 눈아프고 메스껍습니다. 그런데 서울내기는 이 끔찍한 곳을 삶터로 여깁니다. 아니, 북적이고 돈과 일거리가 넘치며, 이름을 드날리는 그곳 ‘서울·도시’가 사람한테 어울린다고 여기겠지요. 시골에서 어찌 사느냐 여기니 서울사람입니다. ‘서울 그림책’은 그저 따갑고 메마르고 어지러울 뿐이겠지요. 빛이 없는 빛이 서울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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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사리 체조 탄탄 과학아 놀자
오치 노리코 지음, 사와다 도시키 그림 / 여원미디어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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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3.12.19.

그림책시렁 1319


《불가사리 체조》

 오치 노리코 글

 사와다 도시키 그림

 박숙경 옮김

 여원미디어

 2013.



  바닷속에 잠기면 포근합니다. 바닷속에서 가만히 눈을 뜨면 “하늘을 난다”가 이런 뜻이로구나 하고 온몸으로 깨닫습니다. 바다에서는 어느 헤엄이도 이곳을 ‘물밭’으로 여기지 않습니다. 그저 왼오른에 위밑옆을 홀가분하게 날아다니는 몸짓입니다. 헤엄이는 사람이란 녀석을 보면 “쟨 뭔데 저렇게 느리고 허둥거린담?” 하고 여길 만합니다. “쟤네는 얼마 놀지도 못 하면서 얼른 달아나네?” 하고도 여길 만합니다. 생각해 봐요. 민물에서도 바닷물에서도 헤엄이는 언제나 그곳에서 살아갑니다. 그러나 사람은 바닷속에서 1분조차 잘 버티지 못 합니다. 《불가사리 체조》를 한참 읽었습니다. 뭍으로 나오면 좀처럼 못 움직이는 불가사리일 테지만, 바닷속에서는 슬금슬금 살랑살랑 춤을 추듯 흐르는 불가사리입니다. 사람은 뭍에서 어떤 몸짓일까요? 서로 포근하게 품을 줄 아는 몸짓인가요? 이 별에서 사랑이라는 씨앗을 심어서 포근한 마음시로 하루를 짓는 매무새인가요? 온누리를 보면 불가사리도 헤엄이도 푸나무도 숲짐승도 풀벌레도 새가 벌나비도 암수가 사이좋습니다. 사람은 순이돌이가 얼마나 서로 사랑으로 품거나 달래는 살림길일까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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