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수 스님의 사자 -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용수 스님 시리즈
용수 지음 / 스토리닷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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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5.8.

인문책시렁 182


《용수 스님의 사자》

 용수

 스토리닷

 2021.3.2.



  《용수 스님의 사자》(용수, 스토리닷, 2021)는 ‘곰’하고 ‘코끼리’에 이은 ‘사자’ 이야기입니다. 용수 스님은 앞으로 여러 숨결을 떠올리면서 우리 삶을 읽는 이야기를 더 들려줄까요? 뭍짐승 셋은 뭍살림이 다르고, 뭍살림이 다른 만큼 뭍넋이 다릅니다. 바다에서 살아가는 숨결이라면 바다숨결이 고스란히 묻어날 텐데, 새우랑 고래랑 해파리랑 모두 다르면서 새롭게 살아가는 길일 테지요.


  저마다 다른 숨결은 마땅히 다르기 마련입니다만, 다르면서 닮은 데가 있어요. 모두 ‘살아’갑니다. 모두 살아가면서 ‘사랑’으로 ‘살림’을 지어요. 오늘날 서울살림을 하는 사람 눈으로 풀꽃나무나 짐승을 바라본다면 ‘사람을 뺀 모든 숨결’이 ‘사랑으로 살림을 지으며 살아간다’는 대목을 놓치거나 못 보거나 고개저을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온누리라는 눈으로 바라보면 좋겠어요. 별이 냇물처럼 쏟아지는 밤을 떠올려요. 저렇게 엄청나도록 많은 별처럼 우리 별(지구)은 매우 작아요. 다른 별에서 우리 별을 보면 깨알만큼도 안 돼요. 깨알만큼도 안 되어 보이는 이 별에서 살아가는 숨결이란 ‘온누리(우주) 눈’으로는 ‘안 보인다’거나 ‘어슷비슷’이라 여길는지 모르나, 그래도 깨알처럼 다르겠지요.


  마음을 다스리는 뜻은 늘 하나예요. 내가 나인 줄 깨달으면서 네가 너인 줄 깨닫고, 너랑 내가 다르면서 하나인 빛인 줄 깨달으려는 뜻이지 싶습니다. 사납질을 하는 나나 너는 똑같습니다. 사랑길을 걷는 나나 너는 똑같습니다. 바보스러운 나나 너는 똑같고, 아름다운 나나 너는 똑같아요. 미워할 일도 손가락질할 일도 없습니다만, ‘무엇이 무엇인가’는 또렷이 볼 노릇이에요. ‘무엇이 무엇인가’를 보지 않고서 뭉뚱그린다면 아무것도 안 보거나 못 본 셈이거든요.


  바람이 붑니다. 봄이니 봄바람입니다. 가을이니 가을바람이요, 시골이니 시골바람입니다. 서울에는 서울바람이 불고, 자동차가 빼곡한 곳에는 매캐한 바람이 붑니다. 마당에 나무를 심은 집에서는 나무바람이 불고, 숲에 안긴 마을이라면 숲바람이 불어요. 오늘 어떤 바람이 부는 삶터에서 하루를 짓나요? 스스로 어떤 바람이 되는가요? 사람이 바보스럽게 매캐한 바람만 일으켜도 이 별은 사람을 어여삐 여겨서 꾸준히 비바람을 베풉니다. 끔찍한 먼지띠는 이웃나라 중국만 일으키지 않아요. 우리나라도 막삽질을 안 멈출 뿐 아니라, 자동차를 끝없이 몰잖아요? 더구나 요새는 ‘쓰고 버리는 입가리개(플라스틱 마스크)’가 엄청나고, ‘화학약품 소독제’에다가 ‘비닐’을 새삼스레 허벌나게 써요.


  이 별과 이 나라와 이 마을에서 돌림앓이를 걷어내려면, 입가리개도 소독제도 비닐도 화학약품으로도 안 됩니다. 오직 풀꽃나무를 심고 가꾸고 돌보면서 숲을 늘려야 합니다. 숲을 밀고 바다를 파헤쳐 ‘햇볕판(태양광)’을 100조 원에 이르도록 때려짓는 막삽질이 아닌, 숲을 돌보고 바다를 아끼면서 찻길하고 나루(공항·터미널)를 줄일 노릇이에요. 그런데 우리는 하늘나루를 또 새로 지으려 하고, 찻길도 자꾸 더 놓으려 하며, 자동차를 멈출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이렇게 나아가면 《용수 스님의 사자》를 열 벌 스무 벌 읽더라도 깨달음하고는 동떨어지고 말아, 우리 삶터를 우리 손으로 망가뜨리는 수렁에 꼼짝없이 갇히리라 봅니다.


ㅅㄴㄹ


명상은 행복해지는 것보다 우리의 근본적인 행복과 연결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1쪽)


미움을 허용하세요. 하지만 미움에 빠지지 마세요. 미움을 착한 마음으로 돌리려고 하지 마세요. 감정이 상할 때는 허용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29쪽)


수행은 잘못된 자신을 고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잘못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깨우치는 것입니다. 수행은 자신에 대한 잘못된 견해를 소멸하는 것입니다. (57쪽)


수행을 하면 복이 많아지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 복이 많다는 것을 알아보게 됩니다. 수행을 하면 모자란 게 채워지는 것이 아닙니다. 모자라지 않다는 것을 알아봅니다. (105쪽)


우리가 할 일은 그의 행동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상처를 소화하는 겁니다. 우리의 마음은 모든 상처와 억울함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190쪽)


몸이 아플 때 배울 것이 너무 많아요. 집착하지 않고 마음을 열 수 있다면 마음의 힘을 키울 수 있어요. (2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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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의 인문학 - 하루 10분 당신의 고요를 위한 시간 날마다 인문학 3
임자헌 지음 / 포르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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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4.14.

인문책시렁 174


《마음챙김의 인문학》

 임자헌

 포르체

 2021.2.10.



  《마음챙김의 인문학》(임자헌, 포르체, 2021)은 옛글을 오늘에 비추어 되읽는 사이에 마음을 챙기는 길을 들려줍니다. 오늘이란 눈으로 바라보기에 옛적에 살던 옛사람이 지은 옛살림에서 피어난 옛글일 텐데, 모든 옛글은 지난 그날을 헤아리면 ‘오늘글’이어써요. 오늘 이곳에서 오늘살림을 짓는 오늘사람이기에 오늘말로 이야기를 엮어요.


  우리가 옛글을 읽는다고 한다면 ‘오늘을 읽는 글’을 옛사람은 어떻게 헤아렸는가 하고 느끼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은 바로 우리가 스스로 살림을 노래할 노릇’이라고 깨닫는 셈이지 싶습니다. 옛어른이 남긴 옛글을 읽으면서도 배울 테지만, 오늘 우리가 오늘글을 스스로 쓰면서도 배워요. 옛사람이 살림을 짓던 숨결을 돌아보면서도 배우고, 오늘 이곳에서 어른이나 어버이로서 아이들하고 함께 누리는 하루를 되새기면서도 배웁니다.


  누구나 스스로 맡은 일을 하나 하다가 다른 일을 합니다. 여러 가지 일손을 잡다가 밥살림이며 집살림을 건사합니다. 밥살림은 한두 가지가 아니요, 집살림도 두어 가지가 아닙니다. 늘 온갖 살림살이를 거느리면서 이모저모 헤아리고, 아이를 쳐다보고, 바람을 읽고, 마실을 다녀옵니다.


  마음을 챙기는 길이란 어렵지도 쉽지도 않아요. 아침에 일어나면서 무엇을 꾀하려는가 하고 생각을 가누기에 마음을 챙깁니다. 저녁에 자리를 깔고 누우면서 하루를 되짚고 이튿날을 새롭게 그리기에 마음을 챙기지요.


  어제는 어제를 살던 사람이 이야기를 갈무리합니다. 오늘은 오늘을 사는 우리가 이야기를 갈망합니다. 모레에는 모레를 살아갈 새로운 아이들이 이야기를 차곡차곡 다루겠지요.


  좋은 마음도 궂은 마음도 아닌 즐거운 마음이라면 넉넉하지 싶어요. 이 길도 저 길도 아닌 즐겁게 노래할 길이라면 아름답지 싶어요. 사랑으로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곁에 풀꽃나무를 두어 스스로 숲이 되기에 푸르게 피어나는 숨결이 될 만하다고 여깁니다.


ㅅㄴㄹ


68세의 노학자가 새해를 맞으며 바라는 소망이 ‘사람다운 사람이 되기 위해 정진하고 또 정진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밖에 뭘 더 바랄 게 있느냐고 젊은이들에게 묻는다. (30쪽)


정말이지 맞는 말이다. 좋은 사람이 나를 칭찬해야 내가 좋은 사람인 거지 나쁜 사람이 나를 좋은 사람이라고 하면 나는 대체 어떤 사람인 건가? (57쪽)


이웃들은 가난한 처녀의 마음을 알지 못한다. 기득권 세력 안에서 그 삶을 일상으로 누리는 자들은 약자들의 외침을 이해하기 힘들다. 허난설헌의 시가 지금 우리에게 다시 필요한 까닭은 그가 여성이었기 때문이라기보다 그가 조선이라는 시대의 그물에 걸린 약자였기 때문이다. (100쪽)


지도자가 그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면? 당연히 그 값을 치러야 한다. 이렇게 되어야만 사람들에게 권선징악이 동화 속에나 있는 것이 아닌 현실이라는 믿음이 확고해질 것이며, 사랑과 정의 같은 올바른 가치를 지키며 살게 될 것이다. (165쪽)


점심식사를 마친 회사원들의 손에는 대부분 커피 한 컵씩이 들려 있는데 이 역시 모두 일회용이다. 휴가를 즐길 때는 대개 비행기를 타고 이동한다. 이렇게 사용되고 소모되는 자원을 다 어찌해야 할까? (2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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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가족은 어렵습니다만
박은빈 지음 / 샨티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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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4.14.

인문책시렁 175


《여전히 가족은 어렵습니다만》

 박은빈

 샨티

 2021.2.5.



  《여전히 가족은 어렵습니다만》(박은빈, 샨티, 2021)은 아직 서로 너무 힘든 한집안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한집을 이루어서 살아가는데 왜 어렵거나 힘들어야 할까요? 어렵거나 힘들다면 굳이 한집에서 나란히 안 살아도 되지 않을까요?


  한집을 이루어 살아가는 뜻을 헤아리면서 저마다 스스로 새길을 나아가면 넉넉하다고 생각합니다. 언제까지나 한집에서 살아가도 좋고, 어느 나이에 이르면 모두 흩어져 따로 살아가도 좋습니다. 이따금 만나도 좋고, 날마다 만나도 좋으며, 아예 안 만나도 좋습니다.


  우리는 짝꿍을 만나서 사랑으로 아이를 낳을 수 있어요. 짝꿍은 만나되 아이는 안 낳을 수 있어요. 짝꿍을 안 만나고 혼자서 조용히 살아갈 수 있고, 짝꿍은 안 만나지만 아이를 받아들일 수 있어요.


  다 다른 길이면서 저마다 새로운 길입니다. 다 다르게 나아가는 삶이면서 다 다르게 사랑을 짓는 길이에요. ‘이렇게 해야 한다’는 틀을 안 세우면 됩니다. ‘이렇게 해야 한집안이다’고 생각하는 바람에 서로 사슬로 얽맨다고 느껴요. 어려우면 천천히 풀면 되고, 힘들면 쉬면 됩니다. 어려우니 느긋하게 바라보고, 힘들기에 차근차근 헤아리면 되어요.


  하늘에서 흐르는 별빛을 따라 움직입니다. 바람을 따라서 춤추는 풀꽃나무를 바라봅니다. 한집이어야만 하지 않습니다. 두집도 석집도 넉집도 좋아요. 서울살이도 좋고 시골살이도 좋습니다. 믿음길도 좋고 책길도 흙길도 좋아요. 다만 어느 길에 서든 ‘이렇게 해야 한다’는 틀이 없기를 바라요. 틀이 없어야 삶이 됩니다. 틀을 지으니 서로 어깨가 무겁습니다.


ㅅㄴㄹ


“할머니도 그렇고, 고모들도 왜 아빠 시골 간 걸 그렇게 싫어해요?” “담배를 그렇게 피워대니 몸이 성하나? 농사가 얼마나 힘든데 그 몸으로 어떻게 농사를 지어? 혼자서 시골구석에서 살고 있는 것 보면 불쌍해 죽겠어.” (18쪽)


내 나이 스물여섯 살, 처음으로 아빠의 눈물을 보았다. 늘 밭에서 흙빛 얼굴로 일만 하던 아빠가 오늘처럼 물렁물렁 녹아내리는 모습을 보인 건 처음이었다. 저런 눈물을 담고 있던 사람이 그동안 어디로 눈물을 삼켜내고 계셨던 걸까? (47쪽)


지난번 가족 모임 때 나는 그간 혼자서 끌어안고 있던 아빠에 대한 두려움을 툴어놓았었다. 부모님은 과거의 성폭력 사건으로 생긴 나의 트라우마에 대해서 그 일이 있던 당시부터 알고 계셨지만 내가 이번 여행에서 다시금 그로 인해 괴로워하는지는 모르고 있었다. (119쪽)


“그럼 누구였으면 좋겠는데?” 수빈이가 물었다. “너 자신이면 좋겠지. 샤이니가 아닌.” “아빠는 아빠 자신을 사랑해?” “아니, 마음에 안 들지. 너희도 알다시피.” 너스레웃음이 이어졌다. (2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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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3년 이하 이주민의 가게들 : 원했던 삶의 방식을 일궜는가? - 로컬숍 연구 잡지 브로드컬리 4호
브로드컬리 편집부 지음 / 브로드컬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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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4.11.

인문책시렁 176


《제주의 3년 이하 이주민의 가게들 : 원했던 삶의 방식을 일궜는가?》

 조퇴계 엮음

 브로드컬리

 2018.2.15.



  《제주의 3년 이하 이주민의 가게들》(조퇴계 엮음, 브로드컬리, 2018)을 읽고서 ‘새터님(이주민)’이란 이름을 새삼스레 생각합니다. 다들 한자말로 ‘이사·이주’ 같은 낱말을 쓰는데, 우리말로는 ‘옮기다’이고, ‘새터’를 찾는 발걸음입니다. 북녘을 떠나 남녘으로 온 사람도 ‘새터님’일 테고, 서울을 떠난다든지 큰고장을 등지는 사람도 ‘새터님’입니다.


  그런데 어떤 새터님도 처음 며칠이나 몇 이레나 몇 달쯤만 새터님일 뿐, 어느덧 ‘마을사람’이 됩니다. 길을 익히고 이웃을 헤아리고 하늘빛하고 햇볕하고 비바람을 받는 사이에 똑같이 마을지기란 자리에 서요.


  한 달을 살았건 두 해를 살았건 열 해를 살았건 대수롭지 않습니다. 스스로 살아가려는 곳에 발을 담그면서 찬찬히 뿌리를 뻗으면 다 ‘마을사람’입니다. 굳이 ‘텃사람·새사람’을 갈라야 하지 않아요. 어느 마을 어느 자리에서든 스스로 하루를 사랑하면서 살림을 짓고 싶다면 ‘마을사람’이요, 집이며 몸은 마을에 있되 돈벌이에만 매달리면 ‘돈바치’입니다.


  제주에 깃든 지 세 해가 안 되는 가게지기 목소리는 그 고장에서만 들을 만한 목소리는 아닙니다. 어느 고장 어느 가게에서도 한결같이 들을 만한 목소리예요. 책이름에서 ‘제주’를 가린다면 다 매한가지입니다. 책이름에서 ‘세 해’를 가려도 그래요. 세 해가 안 되든 서른 해가 넘든, 부대끼거나 복닥이거나 맞닥뜨리는 이웃이며 살림은 어디를 가서 물어봐도 똑같습니다. 《제주의 3년 이하 이주민의 가게들》이 좀 남다르게 틀을 짜서 책으로 엮으려는 뜻은 알겠지만, 참말로 ‘제주·세 해·새터·가게’란 길을 얼마나 깊거나 넓게 헤아리면서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지 좀 아쉽달까요.


  저라면 이런저런 자질구레한 대목은 하나도 안 물을 생각이에요. 굳이 물어봐야 하지 않아요. 다 다른 사람이요 다 다른 가게인 만큼 뭘 물어보려 하지 말고, 그곳을 느긋하게 누리면서 ‘스스로 무엇이 즐거운가’를 가게지기한테 들려주면 가게지기는 손님 이야기를 듣고서 이녁 이야기를 한결 스스럼없이 노래하듯 피워 내리라 봅니다. 다만, 책을 엮은 분이 틀에 박힌 말만 묻더라도 여러 가게지기는 스스로 할 말만 하시기도 하더군요. 그렇지요, 스스로 할 말이 있는 사람이기에 새터를 찾아나설 수 있습니다.


ㅅㄴㄹ


알다시피 제주도에 부동산 붐이 있었다. 갑자기 집값이 뛰다 보니, 마을사람들이 모이면 서로 월세 비교하고 그랬다. 누구는 방 한 칸에 얼마를 받는데 너희는 그것밖에 못 받느냐, 그런 식으로 서로 부추기는 상황에서 근거가 무슨 소용이겠나. (49쪽)


돈이 문제가 아니라고, 시간이 문제라고 지적받기도 한다. 물론 일리가 있는 말이다. 다만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 누가 시킨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니다. 미래의 성공이나 실패와 관계없이 이미 어느 정도의 성취감을 느낀다. 구태여 앞날을 불안해 할 이유는 없다고 감히 생각한다. (107쪽)


자연이 생각보다 가깝지 않다. 창문을 열면 아름다운 바다가 펼쳐져 있어야 할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시내권은 차를 타고 20분은 나가야 바다를 볼 수 있다. (2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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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내 읽다가 늙었습니다 - 무리 짓지 않는 삶의 아름다움
박홍규.박지원 지음 / 사이드웨이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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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3.30.

인문책시렁 173


《내내 읽다가 늙었습니다》

 박홍규·박지원 이야기

 싸이드웨이

 2019.12.5.



  《내내 읽다가 늙었습니다》(박홍규·박지원, 싸이드웨이, 2019)는 열린배움터에서 길잡이 노릇을 하는 삶을 이루기까지 무엇을 보고 느끼고 읽고 생각하면서 하루를 지으려 했는가 하는 발자국을 들려줍니다. 글님으로서는 틀(법) 곁에 꽃(예술)을 놓아야 비로소 이 나라가 거듭나리라 여기는 배움길이자 가르침길이었다고 합니다. 틀을 반듯하게 세우더라도 꽃을 곁에 놓지 않을 적에는 그저 딱딱하거나 차가운 쇳덩이에 그친다고, 꽃이 피어날 틈을 두는 틀이어야 하고, 꽃을 돌보는 손길로 삶을 가꿀 줄 아는 틀이어야 한다고 여긴다지요.


  이야기를 들려주는 님은 틀(대학교) 쪽에 서서 일합니다. 그곳에서 마주한 딱딱하고 차가운 쇳덩이를 바꾸거나 고칠 만한 길을 생각하지만, 좀처럼 틈이 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틀(권력) 쪽에 서고 나면 주머니를 그득히 채울 만하기에, 숱한 사람들이 겉으로는 바른말(정의·진보)을 내놓지만 속은 빈 겉발림이기 일쑤라고 합니다.


  틀이 아닌 쪽은 어떤 삶일까요. 틀에 들어서지 않기에 가난하거나 고되거나 벅차거나 아프거나 슬픈 삶일까요. 틀에 서서 주머니를 꿰차기에 외려 마음이 가난하고 고되고 벅차고 아프거나 슬픈 길이지는 않을까요.


  2021년에 고흥군청 코앞에 높다란 잿빛집(아파트)이 잔뜩 들어섭니다. 전라남도에서도 귀퉁이라 할 이 시골자락 군청 코앞 잿빛집은 한 칸에 3억 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놀랍지요. 시골 읍내에 높다란 잿빛집까지 올려야 할 만큼 ‘시골에 집이 없’을까요. 시골에서도 잿빛집을 올려야 ‘서울을 닮은 살림(세련된 도시문화)’이 될까요.


  틀이 나쁠 까닭은 없습니다. 그저 틀만 있고 꽃이 없다면, 풀 한 포기가 돋을 틈이 없고, 풀꽃을 둘러싼 숲이 없다면, 그 틀은 언제나 딱딱하고 차가운 나머지 아무런 숨결(생명)을 못 낳습니다. 숨결을 못 낳는 곳에는 사랑이 없기 마련이고, 사랑이 없는 데에는 새롭게 날갯짓할 생각이 자라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 집이 모자라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 책이 모자라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 돈이 모자라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 일꾼이 모자라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 햇볕이나 비나 바람이나 바다나 들이 모자라지 않습니다. 누구나 넉넉히 누릴 만큼 다 있습니다. 틀을 세워서 혼자 주머니에 쑤셔넣으려 하니 모자라 보일 뿐입니다.


  살림하는 사람은 틀을 세우지 않아요. 살림을 하기에 삶을 지어요. 사랑하는 사람은 틀에 서지 않아요. 사랑을 하기에 사람다이 하루를 노래해요. 돈·힘·이름은 나쁘지 않습니다. 오직 돈만 밝히고 오로지 힘만 움켜쥐고 그저 이름에 얽매이니 바보가 될 뿐입니다. 꽃돈이 되고 꽃힘이 되고 꽃이름이 될 노릇입니다. 꽃손이 되고 꽃눈이 되고 꽃몸이 될 삶입니다. 틀(법·사회·정치·권력)은 이제 그만 읽고서 틈(꽃·풀·숲·사랑·살림)을 읽으면 좋겠습니다.


ㅅㄴㄹ


그저 제가 읽은 책들을 저 나름으로 소화하고 정리했을 뿐입니다. 전혀 대단한 것도 아니고 자랑할 만한 것도 아니에요. (18쪽)


우리나라는 교보문고 정도 되는 대형서점에서도 대학출판사에서 나온 책이라든가 전문적인 학술서를 찾기란 쉽지 않은 게 사실이에요. 일본은 후쿠오카만 하더라도 그런 방면의 다양성은 훨씬 낫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교보문고만큼의 규모는 아니더라도, 그런 다양성을 꾀하면서 훌륭한 내실을 보여주는 서점들이 몇 군데 있어요. (56쪽)


중학교에 올라온 제게 대구라고 하는 공간은 너무나도 외로운 곳이었어요. 제 마음을 이해해 줄 이가 아무도 없었던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 집에 일찍 들어가기 싫으니 하굣길의 헌책방에서 정말 많은 시간을 보내곤 했었죠. 그때 헌책방 주인 분들은 저 같은 학생이 책을 샅샅이 헤집고, 몇 시간이나 구석에 앉아서 줄곧 그 책들을 읽는 것을 눈감아 주었던 것 같아요. (60∼61쪽)


우리나라의 법률 교육이라고 하는 게 철두철미 폐쇄적이고 도그마적인 것이기 때문에, 그런 교육을 받은 사람이 법률가가 되어도 개방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하기란 대단히 힘든 법입니다. (92쪽)


서구의 경우 르네상스 이후엔 일반적인 지식 사회, 지식의 세계에서 ‘절대적인 책’이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게 바로 근대적 지식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교육에서 교과서라고 하는 것이 미신적 권위를 품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95쪽)


저는 바깥세상에 대곤 정의와 진보를 얘기하면서 자기가 속한 학문, 대학, 가정, 학연, 지연, 혈연을 너무 존중하고 아끼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봤던 것 같아요. (125쪽)


우리나라의 대다수 학자는 번역을 통하여 더 많은 사람이 한글로 좋은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노력하려는 의식 자체가 없는 것 같아요. 심지어는 그런 걸 꺼리는 것 같은 인상까지 받을 때가 많았습니다. (1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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