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가 논쟁의 기록과 진실 - 문화운동가 임진택의 애국가 바로잡기
임진택 지음 / 한국학중앙연구원출판부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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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2.9.8.

인문책 시렁 236


《애국가 논쟁의 기록과 진실》

 임진택

 한국학중앙연구원출판부

 2020.11.10.



  《애국가 논쟁의 기록과 진실》(임진택, 한국학중앙연구원출판부, 2020)을 읽기 앞서까지 ‘애국가’란 이름인 노래를 돌아본 적은 없습니다. 노랫말에 담은 뜻은 훌륭하더라도 어린이가 알기 어려운 한자말이 많다고 느끼기는 했습니다. 어린배움터(국민학교)를 다니던 1982∼87년에는 날마다 이 노래를 불러야 해서 지긋지긋할 뿐 아니라, ‘노랫말이 뭔 소리래?’ 하면서 골이 아팠어요. 국민교육헌장하고 애국가를 날이면 날마다 외우도록 시켜서 못 외우면 두들겨맞아야 했거든요.


  어린배움터를 마치는 1988년 2월 어느 날 “이제 더는 날마다 외우기를 시키지는 않을 테니 한숨 돌리겠네.” 하고 혼잣말을 내뱉았어요. 이 혼잣말이 좀 컸는지, 길잡이(담임교사)가 들었고, 길잡이한테 또 얻어맞는구나 싶었지요. 그런데 길잡이는 “며칠 뒤면 졸업이니 오늘은 봐주지. 중학교에서는 외우라 시키지는 않을 테지만, 입시지옥이 너희를 기다린단다.” 하며 이죽거렸습니다.


  우리는 평양에서 태어난 ‘안익태’로 여기지만, 이녁은 ‘에키타이 안’이란 일본이름으로 바꾼(창씨개명) ‘일본사람’이었으며, 나중에 ‘에스파냐사람’으로 나라를 갈아탔다고 합니다. 노래를 엮고 이끄는 솜씨가 있었기에 숱한 ‘일본사람’을 젖히고서 이끎이(지휘자)가 될 뿐 아니라, ‘일본축전곡’이나 ‘만주환상곡’을 엮어서 선보일 수 있었다고 여길 만합니다.


  오늘날에는 에키타이 안이 걸어온 민낯을 하나하나 밝혀낸다지만, 일본이 총칼로 이 나라를 짓밟던 무렵에 이이가 일본이며 만주이며 유럽을 다니면서 무엇을 했는지 알아챈 사람은 어쩌면 아예 없거나 거의 없었으리라 느낍니다. 하늘한테서 받아 스스로 갈고닦은 솜씨를 총칼나라(제국주의·군국주의·식민주의)에 바친 에키타이 안일 텐데, 나라(정부)에서 스스로 조금만 살펴도 민낯을 더 널리 캐낼 수 있으리라 봅니다.


  참다이 ‘나라사랑’이라면 힘·이름·돈에 따라 춤추지 않습니다. 힘·이름·돈에 따라 춤추기에 ‘힘있고 이름있고 돈있는 나라에 붙어’서 ‘한 줌짜리 솜씨’를 뽐내려고 합니다. 총칼을 휘두르는 무리한테 빼앗긴 땅을 되찾으려고 온힘을 바친 김구·안창호 님이 바란 뜻을 헤아린다면, 〈만주환상곡〉(에키타이 안)은 이제 걷어내고서 〈아름다운 강산〉(신중현)이나 〈고향의 봄〉(이원수)을 나라사랑노래로 새롭게 삼을 수 있으리라 봅니다. 나라사랑노래는 둘이어도 아름답습니다. 무엇보다 어린이가 쉽고 즐겁게 부를 수 있어야 나라사랑노래답습니다.


ㅅㄴㄹ


그가 쓴 만주환상곡 합창 부분의 주제는 놀랍게도 “10년 세월 성숙한 만주국이 일본과 굳건히 연결되어 독일과 이탈리아를 응원한다”라는 내용이다 …… 더욱 알 수 없는 정황은 안익태가 독일 주재 일본 정보총책이었던 에하라 고이치의 사저에서 2년 반을 함께 지냈다는 사실이다. (18쪽)


김구가 남긴 이 자료를 보면서 나로서는 참으로 분하고 참담했다. 안익태 작곡의 애국가를 임시정부가 수용해서 독립군에게 열심히 보급하고 중국, 미국 등 연합국과 함께 조국 광복에 매진했던 1940년대 초, 정작 안익태는 에키타이 안이라는 이름으로 독일, 이탈리아 등 추축국을 순회하며 에텐라쿠와 일본축전곡, 만주환상곡을 열렬히 지휘하고 다녔다. (69쪽)


자신의 반민족행위를 숨기고 스페인으로 피신한 안익태는 동족상잔의 한국전쟁이 끝난 후 자기가 작곡한 애국가 곡조가 분단된 대한민국에서 공식 국가(國歌)로 사용됨을 알게 되고, 1955년 이승만 대통령 80회 생일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대대적인 환영을 받으며 귀국했다. 이승만을 만난 자리에서 그는 자신이 작곡한 한국환상곡(코리아 판타지)의 악보를 선물했는데, 맨 앞장에는 ‘한국환상곡’의 연주 연보(年譜)를 빼곡히 기록해 놓았다. 그런데 그가 기록해 놓은 연보는 거짓말이었다. 후일 연구자들에 의해 밝혀진 바에 의하면, 당해 연도의 해당 장소에서 연주된 곡목은 한국인 안익태의 ‘한국환상곡’이 아니라 일본인 에키타이 안이 지휘한 ‘일본축전곡’과 ‘만주환상곡’ 또는 ‘교쿠토(極東)’였다. (239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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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입니다 - 안희정 성폭력 고발 554일간의 기록
김지은 지음 / 봄알람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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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2.8.6.

인문책시렁 234


《김지은입니다》

 김지은

 봄알람

 2020.3.5.



  《김지은입니다》(김지은, 봄알람, 2020)를 읽었습니다. 종이책으로 나오지 않더라도 속낯 이야기는 널리 퍼졌습니다만, 종이책으로 나와 주었기에 ‘우두머리(대통령) 만들기’를 꾀하는 무리가 무엇을 노리고 무엇을 하며 무슨 마음인가를 헤아릴 만합니다.


  그들은 ‘아니’라고 아직도 말하지만, 서울시장 박원순과 부산시장 오거돈과 충남지사 안희정, 이 세 사내는 ‘말삶이 어긋난 뒷길’을 보였고, 이 뒷길이 바깥으로 불거지면서 ‘민주당·스스로 진보라 여기는 무리(조직·단체)’가 얼마나 두동진(모순된) 모습인가를 환히 드러내었습니다.


  그들은 ‘박근혜 무리·이명박 무리’가 저지른 잘못은 왜 안 따지느냐고 목소리를 높입니다만, 이쪽 무리이건 저쪽 무리이건 잘못은 똑같이 잘못이요, 뉘우칠 일은 똑같이 뉘우칠 일이며, 물러나서 사슬살이(감옥생활)를 톡톡히 치를 일입니다. 티끌 하나도 안 묻은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둘러댈 수 없습니다. 티끌이 묻었으면 씻고서 조용히 지내야지요.


  안희정이 저지른 노리개질(성폭력)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두머리 자리에 선 이들은 순이도 돌이도 늘 노리개로 삼습니다. 힘·이름·돈으로 누르거나 밟아서 ‘사람들이 꼭두각시처럼 넋을 잃고 따라다니도록’ 몰아댈 뿐입니다.


  우두머리에 선 놈이나 우두머리에 서려는 놈은 왜 하나같이 노리개질을 일삼을까요? 이들은 스스로 삶을 짓거나 살림을 가꾸거나 사랑을 나누지 않거든요. 이들이 ‘운전기사 딸린 자가용’이 아닌 ‘스스로 발판을 구르는 자전거’를 타면서 일한다면 바보짓을 할 틈이 없습니다. 이들이 힘·이름·돈이 있는 사람하고만 사귀면서 얼굴을 팔지 않는다면, 그러니까 ‘손수 빨래하고 밥하고 쓸고닦’으면서 ‘곁일꾼(수행비서)을 안 둔다’면 이때에도 멍청짓을 할 겨를이 없습니다.


  곁일꾼은 몸종이 아닙니다만, 말썽을 일으킨 모든 벼슬꾼(정치꾼·공무원)은 스스로 ‘작은일’을 안 챙기면서 곁일꾼을 몸종처럼 부렸습니다. 이들이 자가용 아닌 버스·택시를 타거나 걷는다면, 또 이들이 그림책·동화책을 읽고 스스로 노래(동시)를 써서 아이들 곁에서 함께 놀이를 한다면, 어디에도 부끄러울 짓이란 없이 머슴 노릇을 하리라 생각합니다. 머슴이 아닌 우두머리가 되려고 하는 모든 이들은, 국민의당이건 민주당이건 정의당이건 녹색당이건 똑같습니다. 노리개질(성폭력)이란 말썽을 안 일으킨 무리(조직·정당)가 이 나라에 있나요? 없습니다.


ㅅㄴㄹ


종종 위법과 편법을 목격했다. 선거라는 것이 원래 이런가 싶었다. 알아서는 안 되는 일투성이인 무서운 곳에 온 것 같았다 …… “뭔 소리냐! 선거 안 할 거야?” “모르면 가만히 있어. 시키는 대로 해!” “원래 선거는 그래. 지면 다 끝이야. 결과가 중요해.” 경선이 끝난 뒤, 안희정 조직의 결정에 따라 문재인 캠프에 가서 일했다. (79쪽)


일부 선배들은 “너희들은 대통령 만들러 온 거야, 원래 정치권은 이래”라며 폭력을 묵인했고, 또 그들 자신이 가해자이기도 했다. 노래방에 가 여자 후배를 옆에 앉혀 술을 따르게 했고, 노래를 부르게 했다. 머리나 뺨을 주먹으로 때리기도 했고, 볼을 비비거나 껴안기도 했다. (81쪽)


안희정에게 첫 피해를 당할 때쯤에는 이미 무력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오직 대권만을 바라보는 사람들 속에 갇힌 채, 어디에도 어려움을 이야기할 수 없음을 절실히 느끼는 상태였다. (87쪽)


안희정은 성평등을 지지하는 진보적 지도자인 것처럼 알려져 있었지만 내가 본 그는 누구보다 자신의 권세를 잘 알고 누리는 사람이었다. “내 위치에 이런 것까지 해야 되겠느냐”며 일정을 당일에 취소하기도 했다. (105쪽)


결국 조직을 나온 나는 공공의 적이 되었다. 안희정을 대통령 만들고 그 곁에 오래 있으려던 사람들에게 나는 ‘조배죽(조직을 배신하면 죽는다)’의 대상이었다. (116쪽)


“여자가 있으면 분위기가 좋아져. 지사님이 부드러워져.” 그리고 그렇게 분위기를 풀 수 있으면 그것만으로 내 역할은 충분하다는 말을 들었다. (122쪽)


세 명의 판사는 피고인 안희정에게는 묻지 않았다. ‘왜 김지은에게 미안하다 말하며 여러 차례 농락했는가?’ (150쪽)


피고인 측 증인으로 증언한 사람들 중 일부는, 우연인지 모르지만, 재판 중 안희정과 관계 깊은 국회의원의 비서관이 되었고, 자치단체장의 자문위원이 되기도 했다. (155쪽)


안희정 부인의 글은 잘 짜인 총공격 명령과 같이 느껴졌다. 대선 캠프에 위기가 찾아오면 좌표를 찍고 모두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총공격 시스템. (182쪽)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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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자리들 - 우리의 시간에 동행하는 별빛이 있다 들시리즈 3
이주원 지음 / 꿈꾸는인생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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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2.7.13.

인문책시렁 231


《별자리들》

 이주원

 꿈꾸는인생

 2021.8.20.



  《별자리들》(이주원, 꿈꾸는인생, 2021)을 읽었습니다. ‘별자리’라는 이름을 넣은 책이라 별을 이야기하려나 설레었으나, 별은 따로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글님은 열린배움터(대학교)에 들어가서 별바라기를 한 적이 없다더군요. 배움터에서는 ‘별보기’보다는 ‘별이 흐르는 결을 셈틀 풀그림으로 짜서 살피기’를 가르치고 배운다고 하는군요.


  날씨를 알려준다는 ‘기상청’이 있는데,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은 하늘바라기를 안 합니다. 어쩌면 어느 일꾼은 몰래 하늘바라기를 할는지 모르나, 다들 셈틀을 들여다보며 ‘구름·물방울·바람’이 흐르는 길을 살펴서 날씨가 어떠하리라 하고 어림한다지요.


  들숲에서 스스로 돋고 자라다가 시드는 들풀을 살피는 밝님(과학자)은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적습니다. 다들 ‘들이 아닌 실험실·연구실’에서 지냅니다. 들판에서 들풀을 살피지 않고서 들빛을 읽으려 한다면, 얼마나 들빛다운 들빛일까요? 오늘날은 아이를 배움터에 보내는 얼거리요, 어버이조차 아이가 배움터에 간 동안에는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 하나도 모릅니다. 길잡이(교사)는 오직 배움터에서 만나는 아이 모습만 살핍니다.


  잘 생각해 봐요. 오늘날은 어버이도 길잡이도 ‘아이 삶 가운데 귀퉁이만 조금 엿볼’ 뿐입니다. 이제는 어버이도 길잡이도 ‘아이 삶을 모르고, 아이 마음을 모르며, 아이 눈빛을 잊었다’고 해야 할 판입니다.


  굳이 별바라기를 안 하고도 별흐름을 알아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료·숫자’만으로 별을 살핀다면, 우린 참말로 “별을 안다”고 할 수 있을까요? 《별자리들》은 이런 민낯을 하나하나 몸으로 마주한 글님이 걸어온 길을 곰곰이 짚으면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별을 안다”거나 “별을 본다”고 할 만한 별지기 삶인지, 아니면 나라가 온통 “아는 척”이나 “하는 척”이나 “보는 척”으로 기운 얼거리인지, 늘 헷갈리는 하루이지만, 다시 씩씩하게 오늘을 맞이하는 이야기를 차곡차곡 적었습니다.


ㅅㄴㄹ


별의 밝기가 변한다는 것도, 별의 크기가 변한다는 것도 알지 못했던 고등학생의 나는 이런 새로운 지식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38쪽)


대학을 다니면서 별을 본 적은 거의 없다. 나는 대학 수업 시간 중에 천체 관측을 한 적이 없고, 학교 안의 오래된 망원경은 이미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였다. (52쪽)


무언가를 알고 있냐고 물을 때도, 이게 왜 이렇게 되었냐고 물을 때도 “몰라”라고 대답했다. 그건 단순히 모른다는 뜻이기도 했지만, 더 자세히 파고들면 ‘난 책임지고 싶지 않아’라는 마음이 숨어 있는 대답이었다. (85쪽)


다행히 나는 눈이 좋고 별자리를 훨씬 잘 아는 동료 덕분에 난생 처음으로 거문고자리를 이루는 모든 별을 찾을 수 있었다. (154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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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와 수다
전김해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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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2.7.8.

인문책시렁 213


《사자와 수다》

 전김해

 지식과감성

 2021.3.31.



  《사자와 수다》(전김해, 지식과감성, 2021)를 되새겨 봅니다. 글을 쓰고 그림을 빚은 분은 ‘사자’라는 짐승을 들면서 ‘아버지’하고 얽힌 실타래를 풀어나가려고 합니다. 어머니를 둘러싼 이야기를 풀어내는 책에 대면, 아버지하고 얽히거나 엉킨 삶을 풀어내려는 책은 드뭅니다. 아이를 낳으려면 어머니하고 아버지가 나란히 있을 노릇인데, 왜 아버지를 다루는 책은 드물까요? 아버지라는 자리는 왜 어버이라는 이름으로 빛나려는 마음이 얕을까요?


  어머니는 아버지 같을 수 없고, 아버지는 어머니 같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둘은 사랑이라는 숨결로 마주하기에 나란히 어버이라는 이름입니다. 어머니는 아버지한테 사랑을 속삭이면서 노래합니다. 아버지는 어머니한테 사랑을 들려주면서 춤춥니다. 어머니는 아버지하고 맺는 새길을 가꾸며 사랑을 지핍니다. 아버지는 어머니하고 맺는 새살림을 돌보며 사랑을 일굽니다.


  곰곰이 보면 둘은 “다른 하나”입니다. 어머니랑 아버지는 참으로 다르지만, 숨결이라는 바탕으로는 같습니다. 아버지하고 어머니는 더없이 다르나, 숨빛이라는 밑자락으로는 같습니다.


  우두머리(권력자)가 서면 맨 먼저 사내(아버지)가 흔들리고 망가집니다. 우두머리는 사내한테 일자리를 주는데, 으레 총칼을 쥔 싸울아비(군인)를 맡겨요. 또는 벼슬아치(관리·공무원)를 시키지요. 사내는 총칼이나 책상을 얻고서 우쭐거리는데, 이때에 언제나 집을 잊어요. 집밖에서 일해서 돈을 얻어야 훌륭한 줄 여깁니다.


  사내들이 우두머리한테 휩쓸려 쳇바퀴로 맴도는 바보짓에 스스로 갇힐 적에 살살 달래어 꺼내 줄 몫이 가시내(어머니)입니다. 집밖으로 나도는 사내를 추슬러 ‘집사람’으로 돌려놓아야지요. “집을 지키려면 우두머리가 시키는 일을 하루 내내 하면서 돈을 벌어야 한다”고들 핑계를 대지만, “집을 지키려면 손수 옷밥집을 지을 만한 삶터를 가꿀 노릇”입니다.


  집에서 배우지 못한 아이들은 언제나 집을 떠납니다. 집에서 사랑을 지켜보지 못하고 사랑을 물려받지 못했으니 마땅히 집을 떠나요. 집에서 사랑을 누리고 물려받은 아이들은 집을 돌보고, 마을을 일구며, 이 별을 푸르게 북돋웁니다. 오늘날 같은 배움수렁(입시지옥) 얼개를 그대로 두는 배움터라면, 온통 서울바라기로 휩쓸리면서 삶터가 흔들릴 테고, 서울을 뺀 모든 곳이 무너질 텐데, 서울을 뺀 모든 곳이 무너지면 서울도 저절로 무너집니다.


ㅅㄴㄹ


줄에 매달린 사자가 중얼거린다. ‘날 묶고 있는 이 줄은 구원의 줄인가 구속의 줄인가 가끔 헷갈린다.’ (15쪽)


미안이가 살짝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내가 천천히 걸어올 때 너의 노여움이 불같이 달려와 버리는 바람에, 그대로 두었더라면 난 더 빨리 왔을 텐데…….” (18쪽)


“여기는 새 땅, 처음이야. 처음이 시작되었어. 옛 땅에서 이 사과씨앗 하나 살아남아 싹틔워 열매 맺었네.” 공룡이 사과나무 잎사귀에 코끝을 부드럽게 문지르며 대답했다. 사자는 사과 한 알을 따서 입에 베어 물었다. 옛 땅의 전설이 사자의 입 안에 가득 퍼졌다. (48쪽)


깜짝 놀란 사자가 큰 나무를 올려다보더니 이내 심드렁해져 머리를 땅에 대고 말했다. “너는 어쩜 그렇게 자신만만하니?” “너는 어쩜 그렇게 너를 모르니?” (52쪽)


세상을 한 바퀴 돌고 온 바람이 힘을 사랑하는 사자에게 말했다. “크든 작든 휘두른다면 똥파리만 붙는다.” (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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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것들, 커피 내가 좋아하는 것들 6
김다영 지음 / 스토리닷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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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2.6.24.

인문책시렁 219


《내가 좋아하는 것들, 커피》

 김다영

 스토리닷

 2021.10.15.



  《내가 좋아하는 것들, 커피》(김다영, 스토리닷, 2021)를 읽고서 우리나라에 ‘베트남 일꾼(이주노동자)하고 아가씨(국제결혼)’가 많이 들어왔을 뿐 아니라, 베트남 커피콩이 그렇게 많이 들어왔다고 깨닫습니다.


  곰곰이 생각하면, 우리나라는 베트남이 없이는 못 버틸 듯합니다. 숱한 지음터(공장)뿐 아니라 시골 모내기에 가을걷이까지 베트남 일꾼이 없으면 안 돌아가요. 사람들이 흔히 먹는 김도 ‘김공장에서 일하는 베트남사람’이 있기에 댈 수 있습니다. 베트남 아가씨는 이 나라 시골로 찾아와서 시골 아저씨한테 짝꿍이 되어 주고, 아기를 낳습니다. 베트남사람이 없었다면 우리나라 시골은 틀림없이 진작에 무너졌습니다. 베트남사람은 이 나라 서울(도시)이 아닌 시골 곳곳에 깃들면서 ‘시골이 시골스럽게 잇는 밑바탕’ 노릇을 크게 합니다.


  저는 커피를 싸움터(군대)에서 처음 마셨습니다. 싸움터에서 사람으로서 살아가거나 버티기 어렵던 어느 날인데, 저는 담배를 못 피우는 터라 ‘그러면 믹스커피라도 마시면 좀 버틸 수 있을까’ 싶어, 사발에 몇 자루를 뜯어서 벌컥벌컥 마셔 보았어요. 꽤 든든하더군요. 가만 보면, 싸움터에서 죽을(의문사) 뻔한 작은사람을 ‘베트남 섞음커피’가 살려냈다고도 하겠습니다.


  쌀맛을 알자면 씨나락을 가을부터 건사해서 봄에 싹을 틔우고서 모를 내어 논을 돌보다가 벼꽃이 피는 하루를 알아차리고서 제비한테 손을 흔들며 잘 가라고 한 뒤 찬찬히 날을 살펴 새삼스레 가을걷이를 하는 한해살림을 짚을 줄 알아야 해요. 벼를 모르고서 밥맛(쌀맛)을 알 턱이 없습니다. 그리고 벼를 알자면 논밭을 알아야 하고, 논밭을 알려면 흙을 알아야 하고, 흙을 알려면 풀을 알아야 하며, 풀을 알려면 바람하고 하늘을 알아야 합니다.


  커피 하나를 알자면 무엇부터 짚으면서 차근차근 배움길을 나서야 할까요? 《내가 좋아하는 것들, 커피》는 대단한 곳을 짚지 않습니다. 대단한 곳을 짚는 ‘커피 인문책’이라면 커피맛이며 커피살림 이야기하고 동떨어졌으리라 생각합니다. 우리 삶자리로 스민 커피를 읽어내자면, 먼저 우리 삶이 무엇인지 스스로 읽을 줄 알아야 하고, 스스로 어떻게 하루를 꿈으로 그려서 마음으로 사랑하는가부터 읽어야겠지요.


  콩볶기나 밥짓기나 매한가지입니다. 밥을 지어서 먹든 콩을 볶아서 물을 우려서 마시든, 똑같이 몸에 담는 숨결입니다. 해바람비를 듬뿍 머금은 커피콩 한 톨을 얻어서 누리는 길을 돌아봅니다. 우리가 해바람비를 온몸으로 맞아들여서 삶을 짓는다면, 아마 누구나 튼튼하며 빛나는 하루를 누릴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ㅅㄴㄹ


어떻게 보면 평범한 농가의 일상이었다. 그러나 그 농부의 삶과, 내게 한껏 흥미로웠던 베트남 커피와 한국의 믹스커피, 그리고 내가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를 한번에 연결해 생각하기에는 간극이 너무 컸다. (25쪽)


커피 농부의 57%가 남성이 아니라 여성이다. 내전으로 많은 남자들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79쪽)


왜 커피 한 잔에 들어가는 원두가 300∼400원밖에 되지 않는 것일까? 원두 값이 싼 이유는 1차적으로 커피를 생산지에서 싸게 수입해 오기 때문이다. (105쪽)


난생 처음 요리의 숨겨진 비밀을 발견한 느낌이 들었다. 로스팅도 요리와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153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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