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살 빠지는 다이어트 - 식단 없이 운동 없이
김미경(킴스헬스톡)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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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에 관심이 있어서 책을 찾아 읽어본 사람이라면 혹은 다른 매체라도 접해본 사람이라면 어떻게 해야 살빠지는 지를 모르는 바가 아닐 것이다. 적게 먹고 먹은 것보다 더 많이 움직이면 된다. 쉽고 빠르게 살을 빼고 싶은 마음에 다이어트 보조제를 먹는다거나 빡세게 운동을 한다거나 닭가슴살과 바나나를 먹는 생활을 한다해도 그것은 오래 가지 못할 뿐더러 그렇기 때문에 요요를 가져온다. 이것저것 접해보고 시도해본 사람들은 그래서 누구나 다 안다. 적게 먹어야 한다, 그리고 운동해야 한다는 것을. 몸무게 감량은 적게 먹는 것이 하는 일이고, 몸의 기초대사량을 높여서 살빠진 몸을 유지해주는 것이 운동이 하는 일이라는 것을, 정말이지 다이어트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논문을 쓸 수 있을 정도로 다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하늘 아래 새로운 다이어트 책은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이렇게 다이어트 관련 책을 사는 나란 사람..을 보면 다이어트가 얼마나 힘든 것인지 알 수 있다. 성공했다면 그래서 유지하고 있다면 내가 이 책을 사서 읽어볼 게 무어람? 그러나 나는 또 샀다. 왜? 다이어트에 성공을 못했으니까. 그러나 나는 다이어트에 대해서라면 나에게 커다란 성공에의 의지가 있느냐를 묻고 싶다. 없는 것 같다... 네...


나도 나에 대해 몰랐던 것 중에 하나가 내가 하고자 마음 먹으면 해내는 사람이란 것이었다. 그런걸 의식하고 살아본 적은 없으나 그렇게 살고 싶다고 생각은 했었다. 그러니까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이 되는게 나는 진짜 너무 싫다. 그렇기 때문에 말을 하면 반드시 지키려고 하고, 말을 하면 지켜야 하기 때문에 그냥 말을 막 던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어제도 나는 친구들에게 '베트남에 가면 어디에 살게 될지 몰라 재워준다고 말할 순 없지만 국수는 사줄게'라고 말했다. 나는 내가 베트남에서 살게 된다면 집을 구하게 될지 호텔에서 지내게 될지 아직 모른다. 호텔에서 지내게 될경우 역시 비용 때문에 작은 룸을 구한다면 나는 나를 보러 베트남에 찾아오는 친구들을 재워줄 수 없을 것이다. 내가 확실히 어디에서 살지도 모르면서 '재워줄게'라는 말을 막 던지고 싶지 않은 거다. 그럴 경우에 '재워준다고 했지만 못재워주는 말뿐인 사람'이 되는게 너무 싫어서, 나는 그건 내가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가정을 하고 어떤 경우에도 실행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만 얘기하는 거다. 국수는 사줄 수 있으니까.


그래, 친구들은 내게 한다면 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런데 왜, 어째서, 왜 때문에........ 다이어트는 못하는가. 왜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작년에 읽었던 다이어트 책에서 저자는 다이어트 하기 전의 자신의 몸을 부끄러워했고 그 몸 때문에 어디서도 불공평한 대우를 받는다는 자격지심을 갖고 살았다. 자존감이 바닥을 쳤다가 다이어트를 해서 확 살을 빼고 이제는 자신감이 생겼다는 얘기를 하면서, 그러므로 살을 빼서 자신감을 획득하자! 이러는거다. 그걸 보고 알았다. 난 이번생에 다이어트 망이구나... 나는 어딜가도, 누구를 만나도, 그러니까 하다 못해 식당에 밥을 사먹으러 가도 사람들이 다 잘해주는데... 나는 겁나 잘났고, 내가 이런 육체라 누구도 날 사랑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이런 육체라서 싫으면 꺼지든가, 라는 마인드로 세상을 살아가기 땜시롱 나에게 다이어트는 절실하지 않은가 보다... 절실하지 않으므로 다이어트에 진심이 되지를 않아. 다이어트에 대해서라면 의지가 마이너스에 수렴해버리는 것이다.. 아무튼....... 겸손인척 하는 내 잘난척은 이쯤하고.


각자 다이어트를 하고자 하는 이유는 다를 것이다. 나로 말하자면 절실함이 없었던 것은 딱히 필요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인데, 요가를 만나고나서는 다이어트에 대한 욕망이 그전보다 좀 더 생기긴 했다. 비틀기 자세가 너무 안될때면 역시 뱃살 때문인가, 해버리게 되는 것이고 전굴 자세가 안될 때면 역시 가슴 때문인가, 해버리게 되는것. 만약 내 몸의 살들을 어느 정도 제거하고 나면 핸드 스탠드.. 될 것인가? 란 생각을 하고 있단 말이다.


이 책 역시 다이어트에 대해서라면 새로울 게 없다. '식단없이 운동없이' 라는 타이틀이 붙었지만, 그래서 오오 어떻게? 하고 접근하게 되지만, 이 책의 저자 '김미경'은 '간헐적 단식'을 주장하는 거다. 간헐적 단식은 굶는 다이어트와는 다르다고 설득하는데, 간헐적 단식에 대해 자세한 사항들은 이 책을 읽어보면 알것이고, 다이어트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간헐적 단식에 대해서도 이미 들어본 바가 있을터, 역시 새로울 게 없다. 그렇기 땜시롱 이 책을 읽는게 시간낭비였냐 하면, 그렇지 않다. 읽을 필요가 있었다. 특히 이즈음의 나에게는 아주 요긴했다.



간헐적 단식에 대해 알고자 했던게 아니었지만 우연히 한 유튜버의 영상을 보고 시도해보자 했었던 때가 있었다. 간헐적 단식 앱을 설치하고, 그 유튜버의 말처럼 일주일에 2-3회만 간헐적 단식을 하자 마음먹고 몇주간 지켜왔다. 그러면서 퇴근후 요가도 생활화 시키자고 생각해서 20-30분짜리 영상을 보고 따라하던 시간들이 있었다. 좋은 때였지..

그러나 회사가 갑자기 바빠졌고 근무시간 내내 에너지를 쏟고 나면, 퇴근 후에 다른 무엇에도 신경을 쓸 수가 없었다. 책도 읽지 못하는 시간들이 이어졌고 간헐적 단식도 운동도 아무것도 할 에너지가 남아 있질 않았다. 그렇게 몸은 처절하게 망가져만 가고.... 난 누구 여긴 어디?


그런 참에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래 다시 습관을 바꾸도록 해보자, 이대로는 안돼, 하게 되었던 것이다. 다이어트라는게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다. 알지만 내 육체가 내 마음대로 되질 않아부려... 그러니 이제는 '알기 땜시롱' 실천으로 옮길 수 있도록 의지를 다져야 한다. 의지.. 사실 너무나 어려운 것이다,의지를 다지는 것. 직장생활에 찌들어서 퇴근후에 새삼 의지를 다지고 단식이며 운동을 한다는 것, 공부를 한다는 것, 그것은 보통의 사람들이 그저 쉽게 해낼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닌 것이다. 어쨌든 간헐적 단식.. 김미경은 매일 하는 걸 말하는 것 같지만, 나는 매일은 못하겠고, 왜냐하면 술과 안주를 먹어야 하므로.... 술과 안주를 먹지 않는 날은 간헐적 단식을 해보도록 하겠다. 다시 요가를 내 삶으로 끌어들이는 것도 시도하고 노력해봐야지. 어제도 일어나라, 침대 바깥으로 나가서 요가하라, 고 내가 나에게 명령했지만 내가 나에게 반항했다. 반항적 기질이 다분한 나다.



오늘 아침, 그래, 새로이 체중을 재면서 다시 태어나자! 하고 오랜만에 체중계 위로 올라가봤다. 예전에 사둔(언제였지? 재작년?) 인바디 체크가 되는 블루트스 체중계였다. 체중을 측정한 지 하도 오래되었는데, 그렇게 오랜만에 앱을 켜두고 체중계에 올라가니 앱이 놀라서는 '체중이 다른데, 너 맞니?' 묻더라. 나 맞다고 했다. 체중, 많이 다르지? 내가 한 일이다... 내가 먹고 마시고 드러누워서 한 일이다. 이제 새롭게 태어나자아아아아아아!! 짝짝짝! 빠샤! 힘을 내!!



어제 퇴근길, 버거킹에 가 치즈와퍼를 주문해두고 이 책을 읽었다.




아뿔싸. 그런데 책에서는 햄버거를 먹지 말라고 말하고 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번생 다이어트는 역시 망삘?


정크푸드 멀리하기!

간헐적 단식은 무엇을 얼마나 먹으라고 규정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무엇이든 상관없이 얼마든지 먹어도 된다는 것은 아니죠. 정크푸드junk food는 중독성이 강해서 먹으면 먹을수록 더 먹고 싶게 만듭니다. 이 때문에 정크푸드를 즐겨 먹다 보면 식욕 조절이 어려울 수밖에없습니다. 이런 음식들을 먹으면서는 다이어트에 결코 성공할 수 없죠. 대표적으로 햄버거, 피자, 핫도그, 튀김, 과자류 등이 해당됩니다.
영양가는 없으면서 고열량인 정크푸드는 다이어트에도 건강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가능하면 멀리하는 것이 상책이죠.- P70



내가 살고자 하는 삶의 모습에는 여러가지가 갖춰져야 한다.

우선 내 집이 있어야 하고 책이 있어야 한다. 돈이 있어야 하고 모닝 요가가 있어야 한다. 술도 있어야 하고. 가끔 집으로 초대할 친구들이 있어야 한다. 이 모든 것들을 위해 건강은 필수이고, 그러므로 나는 간헐적 단식을 시도해보고(제발) 체중을 감량해서 요가의 비틀기 자세를 좀 더 잘해보고, 핸드 스탠드까지 기어코 해내고 싶다.

이만큼 쓰면서도 벌써부터 귀찮아 ㅠㅠ



그런데 어제부터는 왜때문인지 전완근... 전완근 생각이 났다. 다른 사람의 전완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왜이렇게 드는건지. 햇살 좋은 날 창밖을 보고 콧노래 흥얼거리면서 다른 사람의 전완근을 만지작만지작 쓰담쓰담 하고 싶다. 그 전완근은 달걀을 한 손으로 깨고 김치를 한 손으로 찢는, 그런 전완근이었으면 좋겠다. 전완근, 제가 참 좋아하는데요. 전완근 만세입니다. 전완근 너무 멋지지 않나요? 전완근 뽀에벌~ 전완근 만세. 그렇게 전완근 쓰담쓰담 하면서 심규선의 너의 존재 위에~ 막 이런거 흥얼 거리면서 전완근 또 쓰담쓰담 하고 그러고 싶다. 그러나 전완근 쓰담쓰담할 다른 사람이 없으므로 나는 내 전완근을 쓰담쓰담 해야할 것이고, 그렇다면 전완근을 발달 시켜야 한다. 운동 뽀에벌!!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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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21-04-07 08: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치를 한 손으로 어떻게 찢어요? 계속 생각하게 돼요 ㅋㅋ 아, 집게로 잡고 한 손으로 김치를 찢고 따뜻한 밥 위에 얹어 한 입 하면... 아니면 뜨거운 라면이랑 같이... 다이어트하려면 안 먹어야 하는데 살면서 먹는 이야기가 제법 많은 자리를 차지하네요. ㅎㅎ 맛있게 먹으면 0 칼로리가 진짜면 좋겠어요. 오늘 하루도 행복하게 보내세요^^

다락방 2021-04-07 08:46   좋아요 1 | URL
꼬마요정님, 김치를 한 손으로 찢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마도 젓가락질을 엄청 잘하기 때문에 그런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오늘 아침 볶은김치랑 쑥된장국이랑 밥먹었는데 아 쓰면서 또 먹고 싶네요. 역시 다이어트는 망... 저는 이번생 다이어트는 포기해야 할까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라면도 먹고싶은데.. 점심에는 라면과 김밥을 사먹을까요? 혼란스럽다..

봄이에요, 꼬마요정님. 잘 지내요!!

꼬마요정 2021-04-07 10:27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젓가락이 있었네요 ㅋㅋㅋ 전완근의 힘과 젓가락질의 우수함(?)이 김치를 한 손으로 찢게 하는 마법이었네요 ㅋㅋㅋ 점심은 된장찌개를 먹어야겠어요. 다락방님 점심 맛나게 드세요^^

다락방 2021-04-07 10:46   좋아요 2 | URL
아 저는 뭐 먹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 라면과 김밥
2. 콩나물국밥과 돈까스(어제 먹음)
3. 육개장
4. 곤드레밥과 김치찌개(그제 먹음)
5. 마라탕
6. 햄버거(안돼!)
7. 짬뽕
8. 순대국

아 혼란스럽습니다.

꼬마요정 2021-04-07 11:46   좋아요 1 | URL
순대국에 한 표 던지고 갑니다^^

잠자냥 2021-04-07 12:00   좋아요 1 | URL
아, 여기서 봤다. ㅋㅋㅋ 햄버거는 어제 먹었잖아요! ㅋㅋ
처음 그대로 김밥과 라면 ㅋ

다락방 2021-04-07 16:21   좋아요 2 | URL
오늘은 신라면과 참치김밥 먹었고요, 내일은 오징어제육볶음을 먹을까 합니다. 빠샤!

페넬로페 2021-04-07 09: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결론은 몸에 나쁜 음식 먹지 말고 간헐적 단식을 하라~~
이런건가요? ㅎㅎ
저도 아침에 쑥된장국 먹었어요.~~

다락방 2021-04-07 09:57   좋아요 3 | URL
네, 그렇습니다. 몸에 나쁜 음식 먹지 말고 밥먹고 가벼운 걷기라도 몸을 움직여줘서 당올라가는 걸 막아주고 간헐적 단식을 하고 공복에 운동을 하고!!

간헐적 단식을 습관으로 만들면 될것 같은데 습관으로 만들기까지가 힘들것 같아요. 여하튼 저는 오늘부터 간헐적 단식을 시도해보겠습니다. 매일은 아니더라도, 중간중간 시도하겠어요. 빠샤!

단발머리 2021-04-07 10: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책이랑 햄버거랑 잘 어울려서 큰일이네요. ㅎㅎㅎ 간헐적 단식이 최소 몇 시간 하는 걸까요? 🙄

다락방 2021-04-07 10:44   좋아요 2 | URL
가장 기본적인 간헐적 단식은 수면시간을 포함하여 16시간입니다. 8시간 동안은 먹고 싶은 것 먹고 16시간은 단식을 하는거지요. 그런데 이게 처음에 할 때 힘들테니 처음에는 12시간 그 다음에는 13시간 하는 식으로 단식 시간을 점차 늘려가보는 걸 제안하더라고요.

새파랑 2021-04-07 1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맛있는건 다 나쁜 음식이라는 사실이 슬프네요. (특히 술~!) 다이어트와 운동을 응원합니다^^

다락방 2021-04-07 10:45   좋아요 2 | URL
제가 또 말입니다, 술을 정말 사랑하는데요. 제가 남자보다 술을 사랑하는데, 술을 살 빠지는데 도움이 1도 안되니 너무 슬픕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여하튼 간헐적 단식을 오늘부터 도전해보겠어요.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잘 되게 해야겠지요. 빠샤!

공쟝쟝 2021-04-07 11: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런 육체라서 싫으면 꺼지든다, 라는 마인드로 세상을 살아가기 땜시롱 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나는 겁나 웃어버린다는 겁니다 ㅋㅋㅋㅋㅋ 근데 나도 좀 그런 편이다??? 옛날엔 코르셋 쫙쫙이었는 데 페미니즘 덕에 뭐랄까 외모비하는 확실히 안해요 ㅋㅋㅋ 하지만 복근은 그냥 갖고 싶다. 무튼 락빵님의 간헐적 단식 응원해! 저는 삼십분을 안쉬고 뛰는 러너가 될거예요!!! (여기서 결심하기)

다락방 2021-04-07 12:04   좋아요 3 | URL
저는 사실 코르셋 막 뒤집어쓴 사람은 아니었지만 나름 어떤 코르셋을 내멋이다~ 하고 즐겨하긴 했어요. 특히나 지금도 후회되는 건 하이힐... 하이힐 진짜 겁나 신고 다녔어. 발가락 아프면서도 신고 다녔고, 하이힐은 여자의 자존심이다! 막 이러면서 신고 다녔는데 하아.. 제가 저에게 진짜 몹쓸짓 한것 같아요. 발을 괴롭혔어. 이 무게를 지탱하고 다니는 발을 소중히 아껴줘야 하는데, 얇은 힐로 나를 버티라고 했어. 발아,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이제 안그럴게 ㅠㅠ

저도 복근 갖고 싶은데 술 좋아하니까 복근은.. 그렇지만 .. 아무튼 간헐적 단식 오늘부터 시작해보겠어요. 뽜이야~
쟝님도 열심히 뛰어요. 우리 건강하게 오래오래 다정하게 지내자!!

공쟝쟝 2021-04-07 12:15   좋아요 2 | URL
방금 댓글 보면서 코르셋 쫙쫙이었을까? 라고 생각해보니... 그러고 보면 전 노력하지 않는 ... 마음만 코르셋이었다ㅋㅋㅋㅋㅋ 하이힐 안신음 치마 안입음 ㅋㅋ 하지만 안꾸미며 이쁘길 바랬으니 음흉한 코르셋이었던 걸로..?ㅋㅋㅋ 이젠 그 노력을 안하는 것에 일말의 자기비하가 없어지니 더 자유로워진 것 같아요!!❤️
내 말이, 우리 오래오래 다정하게! 술마시면서!!! 책읽자. 그러니 건강하자 ^^

다락방 2021-04-07 16:23   좋아요 1 | URL
나는 코르셋 안조인줄 알았더니 알고보니까 볼터치에 미쳐있던 자였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런데 정신 차리면서 보니까 볼터치가 세상에서 제일 이상하더라고요!!!!! 아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나의 과거여.................

그래그래 우리 건강하자, 꼭! 아프지말고 행복하자!!

얄라알라 2021-04-07 15: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고품격 유머! 오늘도 한 방 먹고 갑니다 ㅋ

˝나도 나에 대해 몰랐던 것 중에 하나가 내가 하고자 마음 먹으면 해내는 사람이란 것이었다˝

저도 저에 대해 이런 말 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IF응원합니다. IF라 하더라고요. 첨엔 ˝if˝인줄.

다락방 2021-04-07 16:22   좋아요 1 | URL
IF 가 뭐예요? 저 모르겠어요. 헤헷. 요즘 젊은이들의 용어인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북사랑님, 책 많이 읽고 글 많이 쓰면서 즐겁게 지냅시다. 빠샤!!

얄라알라 2021-04-07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글쵸? 저도 IF가 도대체 뭔가 했는데, 그것이 바로 ˝간헐적 단식˝이더라고요^^

얄라알라 2021-04-07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소싯적엔 제가 말만하면 다 현실로 이루게 하는 yogi인줄 알았어요. 말하는 대로 다 이루어지리다! 다락방님의 ‘˝나도 나에 대해 몰랐던.... 해내는 사람˝이 문구에 웃고가면서도 슬쩍 질투 났던 이유입니다! 빠샤! 같이 힘내보아요^^

다락방 2021-04-08 14:29   좋아요 0 | URL
북사랑님, 아마도 해내는 것들을 보았기 때문에 친구들은 그렇게 말한 것일테고 제가 해내지 못하는 것들도 무수히 많지 않겠습니까. 지금 먼저 생각나는 걸로 치자면 제가 방통대 영문과 편입했다가 한학기 다니고 자퇴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제가 강의 안듣더라고요? 그리고 요가 핸드스탠드도 쟁기자세도 다 안되고.. 하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친구들은 좋은 면만 보고 말해주는 것 같아요. 그나저나 저 핸드 스탠드.. 너무 하고 싶은데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간헐적 단식이 필수가 되어야할 것 같습니다....


아니, IF 가 간헐적 단식이라니... 지금 찾아보니 Intermittenr Fasting 의 약자로군요. 어렵네요...
 
사회주의 페미니즘 - 여성의 경제적이고 정치적인 완전한 자유
낸시 홈스트롬 엮음, 유강은 옮김 / 따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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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운 책이라고 다 읽는게 힘든건 아니지만 이 책은 진짜 힘들었다. 넘기고 넘겨도 끝이 날것 같지 않아 얼마나 초조했는지 모른다. 1장을 읽었을 때 저자의 의견에 꼭 동의하는 건 아니여도 매우 흥미롭고 재미있어서 오오, 이 책 좋아! 했는데, 역시 끝까지 읽어봐야 하는 거였어.


사람이 말이나 행동을 하게 되면 거기에는 반드시 그 다음 반응이 뒤따른다. 감정표현이든 생각 표현이든 뭐든 그렇다. 내가 너를 좋아해, 라고 말했을 때 상대는 내게 '나도 너 좋아해' 라고 말할 수도 있고 '나는 널 좋아하지 않아' 라는 리액션이 뒤따를 수 있다. 누군가 내가 쓴 글에 댓글로 반박하거나 혹은 공격한다면 그건 내 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내가 글을 썼기 때문에 댓글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내가 내 생각을 말하는 것 혹은 내 의견을 말하는 것은 상대로부터 반드시 동의나 공감을 받는 건 아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부터 너는 틀렸어까지, 올 수 있는 것들의 종류는 내가 기대한 것과 완전히 다를 수있다.


'낸시 홈스트롬'이 엮어낸 이 책, 《사회주의 페미니즘》에서는 여러명의 저자들이 각자의 글을 써냈기 때문에, 자기의 경험에 의지해 쓰거나 자기가 겪어낸 삶에서 온 통찰로 쓴 글들도 있지만, 다른 이의 저작들을 읽고 써낸 것들도 있다. 그래서 어떤 저자들은 안드레아 드워킨을, 캐서린 맥키넌을, 캐슬린 배리를 비판한다. 그들은 잘못됐다 부터 혹은 그들은 무언가를 놓쳤다 까지. 어떤 어조는 강경하고 어떤 어조는 그렇지 않다. 그러나 이런 글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그 전에 드워킨과 맥키넌과 캐슬린 배리의 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나는 그 모두의 책을 전부는 아니어도 한 권씩은 읽었었고, 게다가 그들이 쓴 글에 매우 동의하고 공감하는 바, 비판하는 글에 대해서 '나랑 결이 다르군' 할 수 있었는데, 이것 역시 비판 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어떤 저자는 '반다나 시바'가 잘하기만 한게 아니라고, 그녀는 분명히 놓친게 있다고 비판하는데, 그 다음장의 저자는 이런 데는 반다나 시바가 최고라고 끌고 온다. 그러니까 그게 누구든, 우리가 입 밖으로 생각과 감정을 내뱉는 순간 다른 사람들은 그것에 대해 뭔가 덧붙일 수 있다는 사실을, 늘 알고 있던 바였지만 이 책으로 더 훅 깨닫게 되었다. 반다나 시바에 대해서라면, 나는 반다나 시바의 몇 안되는 글들을 인상적으로 읽었었고 그래서 또 사두기도 한터라, 드워킨을, 맥키넌을, 배리의 편에 마구 싶었던 것처럼 무조건적 지지를 하게는 안되었고, 오 그래? 그렇다면 반다나 시바를 나도 좀 더 읽어봐야겠다, 하게 되었다.



이 책을 재미로 읽는다는 것은 좀 적절하지 못한 표현인듯 하지만 어쨌든 재미 없다. 재미 없다고 해서 의미도 없는 건 아니다. 물론 내 마음에 찰싹 들러붙거나 흥분을 일으키는 저자도, 글도 없었지만, 이토록이나 다양한 사람들이 페미니즘에 대해 생각하고, 관찰하고 써낸 글을 만난 것은 좋았다. 멕시코와 인도의 여성들의 페미니즘 관련 글을 그동안 자주 접하지 못했었는데, 이 책에서는 짧게나마 만날 수 있었던 거다. 더 많은 여성들이 세계 곳곳에서 부지런히 자기의 생각과 글을, 관찰하는 현재를 써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는 사회주의 페미니스트쪽은 아닌 것 같다. 완전히 다르거나 한건 아니지만 내 마음이 기우는 건,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말하는 것은 드워킨과 맥키넌과 배리여...


이 책 완독하느라고 최근 며칠간 평소보다 늦게 자서 지금 매우 졸리지만 결국 다 읽었으므로 후회 없다.. 브라보 내 인생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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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3-31 08: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브라보 다락방님!👍👍👍👍책읽으러 슝~333333

다락방 2021-03-31 08:53   좋아요 2 | URL
저 이거 써놓고 다시 읽어보니 너무 초딩이 쓴 리뷰 같아서 그렇게 댓글 달려고 들어왔는데 댓글이 세개나 달려있어서 당황했어요. ㅋㅋ
미미님 화이팅. 완독으로 고고씽!! 빠샤!!

수이 2021-03-31 08: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읽는 동안 저도 아직 어느 쪽이다 라고 확실히 말할 정도는 아닌데 그럼에도 사회주의 페미니즘은 내 결과 다르구나 하고 느꼈어요.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4월에는 집중해서 읽을 수 있기를! 고생하셨습니다❤️

다락방 2021-03-31 08:54   좋아요 2 | URL
저는 급진주의 페미니즘 비판할 때마다 뭔가 으르렁 거리게 되어가지고 ㅋㅋ 아 이 책 나랑 결 다르네 하였습니다. ㅋㅋㅋㅋㅋ
4월 도서도 읽어봅시다, 힘차게. 빠샤!

새파랑 2021-03-31 08: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책 서점에서 보고 두꺼워서 기겁한 기억이... 그래서 더 뿌듯하실듯~! 완독 축하드립니다^^

다락방 2021-03-31 08:55   좋아요 1 | URL
제가 이거 3월 안에 완독하느라고 마지막 며칠은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들고 읽었거든요. 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고생을 사서 하는지.. 젊어 고생은 물론 늙어 고생도 당연 피해야하거늘, 내 삶은 왜이러는가... 했습니다. 축하 감사합니다. 으하하하하.

다락방 2021-03-31 08: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써놓고 나니 초등학생이 쓴것 같은 글이네요? 할 수 없다.. 이것도 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미 2021-03-31 09:00   좋아요 1 | URL
엄청 똘똘한 초등학생인데요? 전그럼 유치부ㅋㅋㅋㅋㅋ다시 슝3333333

다락방 2021-03-31 09:37   좋아요 0 | URL
제가 초등학교(국민학교) 때는 참 똘똘한 아이이긴 했습니다. 선생님이 저를 ‘똑순이‘ 라고 불러주셨죠.... 그런 일이 있었는데...언제부터 이렇게 된건지...............(먼 산)

수이 2021-03-31 09:38   좋아요 0 | URL
저도 유치부-.-

미미 2021-03-31 09:42   좋아요 0 | URL
(완독전 마지막댓글..부릅!)ㅋㅋㅋㅋㅋㅋㅋ다락방님이 젤 고학력자!😉

다락방 2021-03-31 09:45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 고학력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똭 기다려요, 제가 뉴욕대 다녀오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학력의 끝판왕 찍겠습니다!!

수이 2021-03-31 09:48   좋아요 1 | URL
유치부는 초딩 따라 뉴욕대 유치부로 따라간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3-31 10:24   좋아요 0 | URL
수연님 우리 뉴욕대 강의실에서 만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막 가방에서 노트 꺼내고 있으면 들어와서 인사하면서 옆에 앉아가지고 수연님도 노트 꺼내고 그래요.
그러면 수연님 노트 꺼내는 동안 내가 어제 만난 남자 얘기하고 그럴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1-03-31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도로시앨리슨이 너무 좋아서 정말 너무 좋아서(저랑 다른 거랑은 별개로) 너무 빠져들면 어쩌지? 하면서 읽었는데 결론은... 도로시앨리슨만 재미졌다..?ㅋㅋㅋ
락방님 대단해요! 함께 읽을 수 있었던건 역시나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다락방 2021-03-31 09:36   좋아요 1 | URL
맞아요. 도로시 앨리슨 글이 제일 좋고 제일 잘 읽혔어요. 그래서 그 뒤도 다 그럴 줄 알았지 뭐야? 낸시 홈스트롬이 부러 도로시 앨리슨 제일 처음에 똭- 위치시킨 것 같아요. 그래야 사람들이 책장 넘길 것 같아서.. ㅎㅎ
[캐롤라이나의 사생아] 지금 또 검색했는데 알라딘 중고 나온거 없네요. 도로시 앨리슨 글 읽고 캐롤라이나의 사생아 너무 읽고 싶어졌는데! 힝 ㅠㅠ

같이 읽어서 좋았고, 쟝님, 완독해줘서 고마워요!
:)

수이 2021-03-31 09:49   좋아요 1 | URL
쟝쟝님 이쁜 그림_ 페미니즘에 진심인 그 이쁜 그림 보고 아 이 사람 진심이야 어쩌지 너무 멋져 하고 반했습니다. 이쁜 그림 전 쟝쟝님과 애프터 쟝쟝님으로 제 마음 속 각인되었습니다!!

공쟝쟝 2021-03-31 09:46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제가 얼렁읽구 가져다 드릴게요 ㅋㅋㅋ!! 수연님, 저 페미니즘에 진심이라구ㅋㅋ!!!

수이 2021-03-31 09:49   좋아요 1 | URL
진심이니까 4월에는 더 이쁜 그림으로 가는 거다?! 다들 확 놀라게 만들어버려!!!!!!!

다락방 2021-03-31 10:24   좋아요 1 | URL
쟝님. 우리 일자산에서 만날 때까지 다 읽을 수 있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1-03-31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830페이지 완독 축하드립니다.
에베레스트 등정하는 기분이었을듯요. ^^
전 지금 650페이지짜리로도 허덕거리고 있습니다. 숨차요. 헤헥헥

다락방 2021-03-31 11:58   좋아요 0 | URL
두꺼워도 팍팍 읽히는 책이 잇는데 이 책은 그렇지 않아서 너무 힘들었어요. 지하철에서 들고 다니며 읽는 것은 더더욱!! 힘들었습니다. 어휴. 다 읽어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만세!!
 
포스트 코로나 뉴노멀 - 이택광 묻고 지젝 답하다
슬라보예 지젝.이택광 지음 / 비전C&F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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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오늘은 상큼하게 책 한 권을 까면서 하루를 시작해볼까? 



더 늦기 전에 대기 오염과 환경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지젝, p.96



작년에 여러 지식인들이 함께쓴 책 《코로나 사피엔스》도 인간이 자연에 너무 깊이 침범해 들어갔음을 경고하고, 그러므로 자연과 화해해야 한다고 얘기했었다. 그래놓고 하드커버에 여백 짱짱하게 박아 책 내용과는 완전히 다른 길을 걸었더랬지. 그런데 이 책, '슬라보예 지젝'과 '이택광'의 대담으로 만들어진 책은 그보다 더 심하다. 내가 코로나 관련 책을 처음 읽는 것도 아니니 내용이 새로울 것도 없을 뿐더러 도대체 이 책이 왜 하드커버여야 하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이 책은 내가 아는 그 어떤 책보다 hard 커버가 HARD 하다. 절대 구부릴 수도 태워버릴 수도 없을 것 같은 어마어마한 HARD 표지인데, 평생 꺼내볼 백과사전도 아닌데 도대체 무슨 쓸모로 이렇게 해놨는지 모르겠다. 아, 물론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 책이 수시로 꺼내볼 책이 될 수도 있으니 표지에 대한 얘기는, 하드 커버에 대한 얘기는 화나지만 이쯤하기로 하겠다. 문제는 본문이다. 자, 내가 너무 화딱지가 나서 본문을 좀 찍어봤다. 이런 식이다.




대담을 본문으로 옮긴 거라지만 이 어마어마한 공백을 어쩔것인가. 게다가 위의 왼쪽 페이지는 모니터와 거리두고 앉아라, 시작하자, 뭐 이런 내용이다.



대화가 표현된 행간.... 난리가 났다.



이게 가장 빽빽하게 들어찬 본문이다. 이택광 혼자 말하는 부분이라 그런지 아주 꽉 차있다. 제일 가득 차있는 페이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좌우여백을 어쩔 것이여... 열린책들은 이 본문을 보면 뭐라고 했을까?



대담 외에 우리가 알고 넘어가야 할 것은 이렇게 파란 박스 안에 넣어줬는데, 하하하하, 굳이 두 박스 두 페이지다. 대환장..



코로나 관련해 유명인사들의 말들도 이렇게 본문 가운데 툭, 들어가 있다. 이런거는 늘 자기만의 페이지를 갖고 있어서 휑한 여백이 아주 여유롭게(!!) 드러난다.



위의 좌측은 본문에 나온 내용 다시 강조한거다. 미치고 팔짝 뛰겠다.






지젝 얼굴 한 쪽, 책 제목 한 쪽. 그래, 지젝과의 대담이니 지젝 얼굴 필요하다고 생각했겠지. 한페이지에 걸쳐서...



이택광 얼굴도 필요했겠지. 두페이지에 걸쳐서. 도대체 오른쪽 시꺼먼 페이지는... 가슴이 아프단 말이다.



그리고 또 이택광. 위에는 좌 이택광 아래는 우 이택광... 예..........




책의 내용에서는 좋은 말 실컷 해놓고, 그러니까 자연과 친해지자,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자고 해놓고서 왜 이렇게 책으로 나올 때는 종이랑 잉크를 낭비하는걸까? 책 내용과 완전히 반대로 행동하고 있지 않나. 왜그러세요? 세계에서 제일 최강의 하드커버 표지를 소프트로 바꾸고 여백을 보통의 책들과 같이 만들었다면, 본문 재강조 하느라 한 페이지 낭비하는 일을 다 쏙 빼버렸다면, 이택광과 지젝의 얼굴 저렇게 크게 하지 않았다면, 이 책은 지금의 절반의 두께로 충분했을 것이다. 종이와 잉크 낭비 그리고 공간의 낭비를 가져온다. 참.... 



이러지말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결코 중립적인 것이 아니며, 어떤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기존 지배 관계에 ‘예‘라고 순종하는 것이다. -슬라보예 지젝 Slavoj Zijek - P76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 <킬빌2>에는 ‘오지심장파열술‘이라는 궁극의 무공이 등장한다. 베아트릭스에게 5개의 점을 가격 당한 빌은 짧은 대화 뒤 다섯 걸음을 떼자 심장이 파열되어 죽는다. 이 장면에서 매혹적인 것은 공격을 당한 시점과 죽음을 맞는 시점 사이에 시차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죽지 않은 그 순간에도 죽음은 이미 확정되어 있다. -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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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1-02-18 09: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따구 책 사면 화딱지 무지 많이 내는 인간입니다. 와, 그중에도 이건 역대급인데요!!

다락방 2021-02-18 10:15   좋아요 2 | URL
와, 펼치자마자 화딱지가 나서 미치겠더라고요 ㅠㅠ 어떻게 이래요 진짜 ㅠㅠㅠ

막시무스 2021-02-18 09: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엔트가 왜 빡쳐서 전투에 나왔는지 이해가 갑니다! ˝나무야! 미안해!˝ㅠ

다락방 2021-02-18 10:15   좋아요 2 | URL
환경문제에 신경써야 한다고 말하는 저자들의 책을 그러나 가장 환경문제 생각 안하면서 만든거죠 ㅠㅠ

미미 2021-02-18 09: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이거 보다가 소름..공백도 그렇지만 사진..참 게다가 사진은 올리렴 가격이 몇 배라던데요. 이 글을 출판사가 꼭 보길 바래요!

다락방 2021-02-18 10:16   좋아요 1 | URL
이택광 사진 넣고 싶었다해도 저렇게 넣을 일이랍니까. 어떻게 저렇게 두 페이지에 걸쳐 얼굴 클로즈업을 해놓습니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잠자냥 2021-02-18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 미쳤어... ㅋㅋㅋㅋ 게다가 이택광 책인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 이 책 대담자가 이택광이라서 패스했는데 ㅋㅋㅋㅋㅋㅋ 아니 진짜 이택광책이넼ㅋㅋㅋㅋㅋㅋㅋ feat.지젝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2-18 10:16   좋아요 0 | URL
도서관에서 빌려봤기에 이정도로 쓴거지 제가 돈 주고 산 책이었으면 이거보다 더 깠을 것 같아요. 어휴.. ㅠㅠ

페넬로페 2021-02-18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환경문제에 관심 갖자해놓고 이러다니!
너무 심했어요 ㅠㅠ
저 큰 인물사진은 뭐예요?
보기에 부담스러워요^^
근데 전 사진 밑의 다락방님 멘트 읽고 슬그머니 재미있어서 웃었어요
이 분위기에 이러면 안되는거죠?

다락방 2021-02-18 10:40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저걸 저자들도 좋아했을까요? 저렇게 두 페이지에 걸친 자기 사진을? 환장할 노릇입니다. ㅠㅠ 저는 제 얼굴 저렇게 박아놓으면 너무 싫을 것 같아요 ㅠㅠ

이 분위기에 이러면 안되는 게 어딨습니까! 웃으세요! 웃음이 난다면 웃으시면 됩니다! ㅋㅋㅋㅋㅋ

로제트50 2021-02-18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어 본 사람으로, 편집에서 아쉬웠어요.
지젝의 말인지, 이택광의 말인지 구분안되는 곳도 몇군데 있었고...


다락방 2021-02-18 11:04   좋아요 0 | URL
지젝한테 원고료 많이 줘야 돼서 부러 저렇게 만든걸까요? 너무 어이없어요 ㅠㅠ

persona 2021-02-19 1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얼굴에 관심있는 건 아닌데요 ㅋㅋㅋ

다락방 2021-02-19 21:02   좋아요 1 | URL
그러니까요 ㅠㅠ 깜짝 놀랐잖아요 ㅜㅜ

감은빛 2021-02-21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래서 책을 사기 전에 출판사도 꼼꼼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 책 편집 디자이너는 정말 해도해도 너무 심하네요.
이 정도면 지면 (종이)낭비 부문으로는 대상을 줘야 할 것 같아요.

다락방 2021-02-21 21:25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이게 대체 뭐하는거에요. 종이한테 너무 미안하잖아요. 이택광 사진 쓴거 보면 잉크도 너무 아까워요 ㅠㅠ
 
밀크맨
애나 번스 지음, 홍한별 옮김 / 창비 / 2019년 10월
평점 :
품절


여자는 열여덟살이다. 길을 걸으며 책을 읽는 것이 그녀가 좋아하는 일인데 나중에야 그 일이 다른 사람들에게 이상하게 보여진다는 걸 알게 된다. 여느날처럼 걸으면서 책을 읽다가 '밀크맨'이 옆에 차를 대며 태워주겠다고 한다. 그녀는 거절했지만, 그 뒤로도 그는 예고도 없이 그녀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조깅을 하던 중이기도 했고 프랑스어 수업을 듣던 중이기도 했다. 그는 그렇게 갑자기 나타나서 말을 걸고 또 갑자기 사라진다. 그런 그녀는 신경줄이 팽팽해진다. 외출을 하면서도 혹시 여기서 나타나지 않을까 저기서 나타나지 않을까 두리번거리고 겁을 먹게 되고, 그가 자신의 어쩌면-남자친구(그러니까 확실한 남자친구는 아니고 공식적인 관계도 아니지만 비슷한 관계)에게 자동차 폭발 사고가 일어난다고 암시하기까지 한 마당에 그녀는 두렵다. 어쩌면-남자친구에게 운전하지 말라고 하지만 어쩌면-남자친구에게 그 말은 생뚱맞다. 그녀와 밀크맨이 함께 있는 그 잠깐 동안의 모습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그것은 부풀려져서 전해진다. 그녀는 그가 타라고 한 차에 탄 적도 없는데 그를 따로 만난 적도 한 번도 없는데 오히려 예상치 못한 곳에서 기습적으로 그가 찾아올까봐 두렵기까지한데, 사람들은 그녀에게 유부남이면서 나이 차이도 많이 나고 반정부 영웅인 그의 정부라고 소문을 낸다. 그녀의 엄마조차도 그가 영웅인 것이 멋져보이겠지만 그러나 그의 세컨드가 되면 안된다고 그녀에게 지청구를 늘어놓는다. 그녀는 자신이 어떤 말을 해도 사람들의 귀에 닿지 않을 것임을 알지만 그래도 엄마가 하도 걱정하는 통에 엄마 그게 아니야, 나는 그의 애인이 아니야, 나는 그를 멋지게 생각하지도 않아, 그가 내가 같이 있는 모습이 왜 목격되었느냐면, 그가 갑자기 나를 그 자신이 원할 때에 찾아오기 때문이야, 우리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런 관계가 아니라고, 말을 하고 엄마가 자신의 편이 되어주길 바랐지만, 그녀의 말을 듣고 엄마는 그녀에게 '거짓말'이라고 화를 낸다. 엄마는 믿어야 하는 딸의 말을 믿는 대신 자신이 믿는 바를 확고히 한다. 그것이 설령 사실이 아닐지라도.



여자는 이 일에 대해 사람들에게 말할 수 없음을 안다. 어쩌면-남자친구에게도 또한 가족에게도. 모든것이 그녀의 잘못으로 여겨지리라는 것이 자명한 사실이기 때문에. 누가 너더러 길을 걸으면서 책을 읽으랬니, 그거 이상하다고 예전부터 말했잖아. 사람들은 네가 밀크맨과 관계있는 것보다 걸으면서 책을 읽는 걸 더 이상하게 생각해. 누가 너더러 프랑스어 공부하러 다니라고 했니, 조깅은 왜 혼자 나간거니, 거기를 왜 혼자 걸었니 등등. 그녀는 그로 인해 두렵고 행동에 제약을 받고 이 모든 것 때문에 신경줄이 팽팽해져 어쩌면-남자친구와 다툼도 잦아진다. 그렇지만 만약 이 일에 대해 누군가에게 말한다면 그녀의 경험부터 두려움까지 이해받지 못할 뿐더러 축소될 것이 분명하다.



왜 그렇게 두려워하는데? 그가 너를 때렸니? 라고 묻는다면 '아니' 라고 대답해야 하니까. 그러면 그가 너를 만졌니? 라고 물어보면 또 '그건 아니야' 라고 말해야 하니까. 그렇다면 대체 왜그래. 뭐가 두려워, 뭐가 겁나, 왜 피해 의식에 사로잡혀있는거야, 네가 너무 예민한 거 아니야? 그가 너를 만진 것도 아니라며, 라는 말들 앞에서 그녀는 뭐라 답할 수 있을것인가. 분명 나는 그를 피하고 싶고 그를 만날까봐 두렵고 집 밖으로 나서는 것도 걱정되고 집 안에서조차 혹시 그가 나를 보지 않을까 미칠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났다고 그러는거야, 할테니까.



서서히 피해자를 잠식해가는 가해자의 모습을 보는 건 피해자 뿐이다. 오히려 가해자는 세상에 알려지길 정부에 반하는 영웅이다. 만약 이 상태 그대로 피해자가 '그 때문에 두렵다'고 세상에 밝혔다면 '도대체 피해가 뭐기에 그러느냐, 그런 사소한 일로 한 남자의 인생을 망치지 말라'는 말을 들을 것이다. 그것이 성폭행이냐, 네가 당한건 희롱 축에도 못끼지 않냐, 고 피해자도 아닌 제삼자들이 피해자가 당한 일의 경중을 재려들 것이다. 분명 세상이 손가락질하는 것은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가 될것이다. 그것이 네 피해의 전부이냐고, 그런것을 성폭력으로 퉁칠 수 있냐고, 그것은 아니지 않냐고, 피해자가 아닌 제삼자들이 입을 모을 것이다. 그 남자가 세상을 위해 한 일이 있는데, 너같은 여자와 단지 말을 섞었을 뿐인것 가지고 성범죄자가 되어야겠냐고, 그것이 정말 너와, 네 가족과, 이 지역과, 이 나라를 위한 일이냐고 손가락질 할것이다. 가해자가 그녀를 만진 것도 아니니까, 때린 것도 아니니까, 성기를 삽입한 것도 아니니까, 그러니까 너는 피해를 당한건 아닌데 피해를 당했다고 호소하고 있으니까, 그렇게 너는 한 남자의 인생을 바닥으로 내팽개치고 있다고, 그것이 도대체 누구를 위한거냐는 비난의 말들이 피해자에게 쏟아질테니까, 그녀는 침묵한다. 침묵은 그녀를 약하게 만들고 침묵은 어쩔 수 없이 그의 차에 타게 만든다. 아무런 약속 없이 불쑥 나타났던 가해자는 이제 그녀와 약속하고 만나는 사이로 성큼 자리할 수 있게 된다. 어떤 피해는 대의를 위해 눈감아야 하는가? 한 여성을 바닥으로 내팽개치면서 좇아도 되는 대의라는게 있는건가?


좆같아 진짜...




'애나 번스'의 밀크맨은 한 피해자가 어떻게 가해자에게 휩쓸려가는지를 잘 보여준다. 피해의식에 사로잡힌다는 건 실제 피해가 존재했다는 걸 의미한다. 피해자는 고립되어지고 그녀는 서서히 기운이 딸리고 있다. 그것이 이 이야기를 중심에서 잡아나가면서 그러나 소설 밀크맨은 한 늙은 남자가 한 어린 여자에게 접근해 자기 뜻대로 하려는 것만 보여주는 이야기는 아니다. 문제있는 여자들이라 불리는 페미니스트들과 사람들에 대한 감시와 부풀려지는 소문들과 이루지 못한 사랑과 드러내면 안되는 사랑까지 다 담겨있다. 문체도 특이하고 내용은 탄탄하다. 때로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으려는 작품들을 읽노라면 작가가 감당하지 못할만큼 욕심을 부렸네,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애나 번스에 대해서라면 전혀 그렇지 않다. 이 이야기들을 이렇게 자연스레 녹여낼 수 있다는 것이 대단하다. 나는 밀크맨을 한 번 더 읽을 것이다.



소설의 처음부터 애나 번스는 밀크맨을 죽이고 시작한다. 그 점이 고마웠다. 내가 죽이고 싶었는데 이미 죽여줘서 고마웠다. 때로 작가들은 이런 식으로 해야 할 일을 한다.



"너희 둘은 미쳤어." 언니가 말했다. "꽉 막힌 통제광들. 항문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강박적 미치광이들- 아니 대체 어떤 미친 새끼가 달리기를 하지?" - P30

어쩌면 우리 관계가 ‘어쩌면‘ 단계이기 때문에 참을 수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내가 공식적으로 그애와 같이 사는 건 아니고 우리가 공식 커플은 아니니까. 우리가 정식 관계이고 공식 커플로 같이 산다면 내가 가장 먼저 하게 될 일은 떠나는 것일 수도 있었다. - P63

이데올로기적 대의에 헌신한 사람들이 항상 대의를 위한 행동만 하지는 않는다는 건 나도 알았다. 개인적 편향, 이상한 변칙, 주관적 해석을 앞세우기도 했다. 미친 사람들도 있었다. - P241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불신이 너무 강해서 나를 도와주고 지지하고 위로해줄 사람이 있었을 텐데도 친구를 만들고 지원을 끌어낼 수 있었을 텐데도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사람들을 못 믿었고 나 자신을 못 믿었고 나한테 도움을 구할 자격이 있다는 생각을 못했기 때문에 기회를 놓쳤다. 하지만 그때에는 정신을 붙잡고 추스르는 게 내 최대 목표였고 그곳에서는 다른 사람들도 제각기 정신을 붙잡고 추스르려 애쓰고 있었으니, 어쩌면 나로서는 도움이나 위안이라는 개념을 알아차리거나 이해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이 나에게 접근하기는 했고 그중 몇몇 사람은 믿을 수 있는 사람이고 정말 좋은 뜻으로 그랬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나는 계속 움츠러들었는데, 두려움과 고집 때문만은 아니었다. 여전히 나는 무엇이라도 사람들에게 말할 만한 일이 있는지 아닌지조차 확신을 못하고 있었다. - P256

그런 식으로 일이 이루어졌다. 밀크맨이 아주 조금씩 접근하고 잠식하고 육식동물처럼 슬금슬금 다가왔기 때문에 뚜렷하게 집어 말하기가 힘들었다. 여기에서 조금, 저기에서 조금, 어쩌면, 어쩌면 아닌지도, 아마도, 모르겠다. 계속적인 암시, 상징, 재현, 은유가 있었다. 내가 받아들인 의미가 그가 의도한 것일 수도 있지만 아니었을 수도 있었다. 밀크맨이 한 말을 액면 그대로 놓고 보거나 각 사건을 따로 떼어 묘사한다고 해보자. 아무리 애써 말로 전달해봤자 별것 아닌 일이 될 것 같았다. - P257

"페기가 그 사람의 가슴을 찢어놓고 하느님에게로 가버리자 그 사람은 페기를 잊고 다른 사람하고 결혼하지는 않겠다고 해서 다른 모든 여자들의 가슴을 찢어놓았어." 그래놓고도 그는 계속 잘생겼다. - P359

여자들이 아무개 아들을 때려눕혔다. 아무개 아들의 행동 때문도 아니고 권총을 휘둘렀기 때문도 아니고 누군지 빤히 아는데도 복면을 쓰고 다녀서도 아니고 나, 여자, 그들의 자매 중 한명을 위협해서도 아니었다. 그런 게 아니었다. 남자이면서 여자 화장실에 들이닥쳤기 때문이었다. - P439

우리는 작은 대문을 열고 닫고 할 것도 없이 작은 산 울타리를 훌쩍 뛰어넘었고 나는 초저녁의 빛을 들이마시며 빛이 부드러워지고 있다는 것, 사람들이 부드러워진다고 부를 만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저수지 공원 방향으로 가는 보도 위로 뛰어내리면서 나는 빛을 다시 내쉬었고 그 순간, 나는 거의 웃었다. - P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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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as 2021-02-04 10: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정말 다시 읽고 읽고 또 읽어도 재밌을 책이예요. :):):) 밀크맨 새벽에 다 읽고 왠지 좀 두근두근 하면서 한숨을 쉰 기억이 나요 :):)

다락방 2021-02-05 07:42   좋아요 1 | URL
문체도 좋았어요. 다 좋았어요. 저도 시간이 좀 지난 뒤에 다시 읽고 싶어요.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 좋다고 말하는 책은 정말 좋은 책일 확률이 높다고 밀크맨 을 읽으면서 생각했어요. 후훗.

잠자냥 2021-02-04 10: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 미친 스토커 놈이 아주 그냥 주변에서 서성이면서 서서히 압박해 오는 거 정말 미치고 대환장.... 정말 죽여줘서 얼마나 고맙던지요. 이 작품 작가의 경험이 담긴 것 같은데, 작가가 정말 끔찍했을 거 같아요. -_-

다락방 2021-02-05 07:43   좋아요 1 | URL
처음부터 죽이고 시작해서 너무 좋았어요. 안그랬으면 읽는 내내 너무 쫄려서 심장이 터졌을거에요 ㅠㅠ
진짜 밀크맨 이야기도 너무 좋았어요. 남들이 뭐라 하든 자기 생각으로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돕는 것도 좋았고 그래놓고도 계속 잘생긴것도 좋았고요 ㅎㅎ

페넬로페 2021-02-04 11: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으며 숨이 막히는 기분이란 이런것일까하며 읽었어요~~
만약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다연!
누군가를 쉽게 비난할 수 없는 이유가 이 책에 있었어요^^

다락방 2021-02-05 07:44   좋아요 1 | URL
맞아요 숨이 막히죠. 이렇게 한 사람의 삶은 지배당하고 있는데 누군가에겐 이렇다 말할만한 게 없다 생각하게 되니 여자의 삶이란 대체 뭘까...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정말 좋은 독서였어요, 페넬로페님.

공쟝쟝 2021-03-08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흡.. 밀크맨... 짱이였어요... 😭 근데 다락방님 말대로 작가님이 욕심 잔뜩 부렸는 데 욕심 고마운 느낌이었어요
 
인간 섬 - 장 지글러가 말하는 유럽의 난민 이야기
장 지글러 지음, 양영란 옮김 / 갈라파고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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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무 모르는 것 같아서 알고자 읽었는데 읽고난 지금은 차라리 모를걸 그랬다는 생각이 든다. 안다는 것은 괴로워진다는 걸 뜻한다. 모르는게 약이라는 말은 이럴 때 적합하다. 알면서 외면하는 것은 인간으로서 죄책감과 불편함을 끌어안도록 한다. 알지말걸, 모를걸.. 계속 후회하고 있다.


그런 한편 읽는 내내, 다른 식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가능성을 생각해 보았다. 전생애를 다 걸지는 못하더라도, 생애 몇년쯤은 지금과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지 않을까. 여기가 아닌 거기에서, 나만을 위해서가 아닌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누군가가 가지지 못한 인간의 권리를 조금이나마 누리고 살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생애 몇 년쯤은 그렇게 살아도 좋지 않을까. 어쩌면 이것은 누구나에게 주어진 임무가 아닐까.


장 지글러는 모르지 말라고 이 책을 썼을 테다. 또한 생애 몇 년쯤은 당신도 다르게 살아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이 글을 쓴 것 같다. 나는 계속 생각한다. 생애 몇 년쯤은 다르게 살아보는게 가능하지 않을까, 마땅히 그래야 하지 않을까.

2019년, 내가 현장 조사 임무를 수행하던 시점에 모리아 공식 수용소 내부와 외부, 즉 "올리브나무 숲 캠프"라고 이름 붙을 정도로 엄청나게 확대된 수용소 주변 올리브나무 숲엔 무려 58개 국적을 가진 난민들이 수용되어 있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이란, 수단 출신으로, 대부분 자기 나라에서 교사나 엔지니어, 자영업자, 상인 전직 공무원, 회사원, 수공업자 등 중산층으로 살던 사람들이었다 농부나 노동자는 소수에 불과했는데, 이는 도시 또는 마을에서 도주하기 위해서는 이동에 필요한 교통비, 부패한 국경 관리들과 공갈범에 버금가는 경찰들의 입막음용 뇌물, 밀입국 안내인들에게 지불할 비용등 상당한 액수의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 P17

시리아 출신 젊은 여성 사라 마르디니는 여동생과 같이 레스보스 해안에 발을 딛고자 시도했다. 그러나 유럽 쪽 바위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 두 사람을 비롯하여 다른 난민들(거의 다 시리아 출신의 가족 단위 난민들)을 태운 고무보트의 엔진이 고장 났고, 통제를 벗어난 보트는 제멋대로 표류했다. 사라와 여동생은 둘 다 수영선수였으므로 바라도 뛰어들으 고장 난 보트를 섬까지 끌고 갔다. 그때가 2015년 이었다. - P43

그 후, 사라는 독일에서 난민 자격을 얻었으며, 베를린의 바드 컬리지에서 학업을 이어 나갔다. 하루는 모처럼 시간이 나서 난바다에서의 구조 활동에 참가하기 위해 레스보스섬을 찾았다. 그런데 사라가 베를린으로 돌아가려 하자 그리스 경찰이 미틸레네 공항에서 그녀를 체포했다. 소식을 들은 사라의 동료 숀 빈더가 수감된 사라를 면회하려 하자, 스물네 살의 이 청년마저 체포되었다.
2015년에 고장 난 고무보트를 레스보스 해안 기슭까지 끌고 갔다는 이유로(그리고 그 때문에 십중팔구 일정 숫자의 난민들을 구했다는 이유도 더해졌을 것이다)그리스 법무부는, 프론ㅌ넥스 측의 고발에 따라, 현재 사라와 여동생을 "불법 인신매매" 혐의로 고소했다. 2019년 현재 재판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 P43

장 자크 루소는 1755년에 발표한 그의 저서 『인간 불평등 기원론』에서 이렇게 말한다.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서 어느 한쪽에 일어날 수 있는 가장 고약한 경우는 자신의 운명이 상대의 재량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 P144

내가 물었다. "이 아이들은 왜 이렇게 신체를 훼손하는 겁니까?"
데메트리우스가 답했다. "이 소녀들은 정기적으로 경찰이나 일반 범죄자들에게 성폭행을 당합니다….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서 아이들은 도둑질도 하죠. 그러면서도 이 아이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건 본드 덕분입니다. 제일 값싼 마약이죠."
내가 또 묻는다. "그런데 왜 자기 신체를 훼손하느냐고요?"
데메트리우스가 답한다. "소녀들 말로는 나쁘게 살고 있는 스스로에게 벌을 주는 거라더군요." - P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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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1-01-25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럽 난민 문제의 원인이 유럽에 있다는 걸 우리 모두 다 아니까요. 이런 생각.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해 사는 삶에 대한 생각이, 그들에게는 일면 ‘책임‘의 측면에서 당연하다 생각해요.
하지만 우리가 누리는 안락함, 편안함을 생각한다면..... 우리도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 옳고 바른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고요.
쉽지 않은 일이예요. 그죠 ㅠㅠㅠㅠ

다락방 2021-01-25 10:40   좋아요 0 | URL
미국도 그렇고 유럽도 그렇고 자기네 선진국이라고 떵떵거리고 인권 의식 높고 평등의식 높은척 하지만 까놓고 보면 차별과 혐오로 가득차있는 것 같아요. 저라는 인간 개인을 놓고 봐도 부조리하고 불완전한데 세상 사람들이라고 뭐 다를까 싶기도 하고요. 다만 너무 모른 채로 외면하고 살았나 싶어서 다르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책을 읽는 일은 그래서 즐거우면서도 그래서 무거운 일인 것 같아요. ㅠㅠ

잠자냥 2021-01-25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 지글러 글을 좋아해서 이 책 장바구니에만 담아뒀는데요, 다락방 님이 읽으셨기에 별점 평가 보고 구매할 때 참조하려고 했으나... 별점 안 주셔서 시무룩... 별 몇 개에요?(저한테만 알려주세요)

다락방 2021-01-25 12:11   좋아요 0 | URL
이 리뷰에 별 다섯개 했습니다, 잠자냥 님! 저기 저렇게 다섯개가 똭- 있는데요!! ㅋㅋㅋㅋ

저는 장 지글러 이 책이 처음이었는데요 장 지글러의 다른 책들도 찬찬히 찾아 읽어보려고 합니다. 훗.

잠자냥 2021-01-25 12:13   좋아요 0 | URL
아니 어저께 북플에서는 읽었어요만 있고 별 없었는데... 시무룩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1-25 12:22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건 오늘 아침에 급히 쓴 글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열심히 살겠습니다. (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