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셋 : 아름다움과 여성혐오 열다 페미니즘 총서 2
쉴라 제프리스 지음, 유혜담 옮김 / 열다북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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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에 티비에서 <오프라 윈프리 쇼>를 보았다. 한 여성이 나와서 가슴 성형수술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가슴을 확대하는 수술을 해서 실리콘을 넣었는데, 그 후부터 엄청 우울했다는 거다. 기분이 쳐지고 너무 우울하고 어떻게도 회복이 안되고 그런데 건강상 이상은 없고 자살 충동이 일었다고. 오래전에 본거라 기억이 희미한데, 그러다 누군가가 '어쩌면 너 가슴에 실리콘을 넣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그걸 뻬봐라' 라는 말을 듣고 다시 병원을 찾아가 가슴에 넣은 실리콘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고 했다. 그리고 몸 컨디션이 돌아왔고 우울증도 사라졌다고 했다. 그 당시에는 도대체 왜그럴까 알 수 없어 답답했는데, 제거하고 나니 원인이 그것 때문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는 거다. 가슴에 넣었던 실리콘을 제거한 지금은 살기가 훨씬 낫다고 했다. 이제 살만하다고.


아주 오래전이지만 이 영상을 보면서 사람 몸에 이물질이 끼어드는 건 그렇게나 나쁘구나, 라는 생각을 하고 친구랑 얘기했던 적이 있다. 그리고 나는 쉴라 제프리스가 이에 대해 언급한 걸 읽는다.



여자들이 가슴 확대 수술을 받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는 기저에는 우울증이 있을 수 있다. 다수의 연구에 따르면 보형물 삽입 수술을 받은 여자들에게서 비정상적으로 높은 자살률이 나타났다. 2003년 핀란드 연구에서는 이들의 자살률이 인구 전반과 비교할 때 3배 높았다. 2007년 미국 연구 역시 수술을 받은 여자가 수술을 받지 않은 경우에 비교해 자살 위험이 3배 높다는 결과를 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여자 수술자는 알코올 혹은 약물 사용으로 인한 사망 위험도 3배 높았다. 이들의 자살률이 왜 높은지는 논란이 되고 있다. 일부 연구자들은 여자들이 수술 전부터 이미 우울증을 겪고 있어 자살 경향이 나타나는 것으로 이해하며, 이 경우 가슴 보형물 삽입은 우울증을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뜻이 된다. -p.347



쉴라 제프리스는 이 책 《코르셋》을 통해 가부장제와 포르노와 성매매가 여성들의 전반적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를 차근차근 보여준다. 자신의 능력으로 온전하게 돈을 벌지 못했던 여자들은 돈 있는 남자들에게 선택 받아야 했고, 더 좋은 남자들에게 더 잘 선택받기 위해서 자신의 모습을 꾸며야 했다. 포르노를 즐겨 보면서 점점 더 포르노를 '살고' 싶었던 남자들은, 자신의 파트너에게 그걸 요구하고, 포르노 속 여자들처럼 꾸미는 것이 좋은 여자가 되는 길이라고 선전한다. 그렇게 미용업계와 패션업계는 여자를 종속적인 존재로 만들려고 했고, 그러나 그것이 굴욕적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도록, 그러나 이 꾸밈은 순전히 너네들 자신을 위한 것이라고 선택권이란 단어를 여자들에게 부여한다. 여자들은 그것이 마치 자신의 순수한 선택인것마냥 화장을 하고 옷을 입는다. 이것은 순수하게 우리 자신의 의지야, 우리 자신의 선택이야! 이렇게 입는 건 우리가 좋아서야! 그렇게 활동하기에도 불편한 짧은 치마를, 가슴이 파인 옷을, 높은 힐을 선택한다. 


그러나 남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성매매가 없었다면, 포르노 영상이 없었다면, 우리의 의복과 화장은 어느만큼 달라졌을까. 패션업계와 광고업계에는 남성임을 인정받지 못해 위축되었던, 그래서 여성을 지나치게 혐오했던 자들이 침투해 여성혐오적인 의상들을 쏟아냈고, 그것은 아름다움이라 칭송 받는다. 여자들은 혐오의 대상인 동시에 학대당한다. 쉴라 제프리스가 이 책을 통해 한 얘기는 새로울 게 없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얘기이고 이미 거기서 탈출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진작 깨달았던 이야기들이다.



내가 기뻐서? 내 선택, 내 자유라고?

만약 세상에 남자들이 없었다면, 그러니까 우리가 '샬롯 퍼킨스 길먼'의 '허랜드'에 살았다면, 모든 주체가 여성이라면, 여성들이 정치를 하고 여성들이 돈을 벌고 여성들이 가사노동을 하고, 여성들이 옷을 만든다면, 그래도 가슴 확대 수술을 하는 여자들이 있을까? 그래도 음모를 제거하는 여자들이 있을까? 마스카라를 칠하고 하이힐을 신고 짧은 치마를 입으면서 이렇게 입는건 내가 좋아서거든~ 하게 될까?



쉴라 제프리스를 싫어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해되는 책이면서(그럴 수밖에 없겠지!)

동시에 이 책 한 권 전체에 밑줄을 긋고 싶었다.





페미니즘 학계 및 운동은 성애화를 심각한 사회적 해악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특히 여자 어린이가 성인 여자에게 강요되는 것보다도 심각한 겉치장을 하는 식으로 성애화 관습이 지배되는 건 포르노 산업의 영향이라고 본다. 이런 관습은 여자 어린이를 남자의 성욕 대상으로 밀어 넣으며, ‘조기 성애화‘라는 결과를 낳는다. 이 주장의 골자에는 충분히 동의하지만, 일부 우려스러운 측면도 있다.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애화만 분리해 우려를 표시하는 건 성인 여자가 성애화될 경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암시하기 때문이다. - P42

포르노는 남자 청소년이 여자 청소년에게 하는 성적 행동과 요구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포르노의 섹스 역학은 보통 성폭력의 역학을 그대로 반영"하는데도, 로프노는 이들에게 성을 배우는 교과서였다. - P46

여자들은 성적 대상화를 행하는 남자들의 가치관을 체화하게 된다. 캐서린 매키넌은 이 과정을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자기 물건화thingified‘라고 부른다. - P72

바트키는 남자들이 여자를 몰래 훔쳐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꼭 휘파람 소리를 내어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그래야 여자들이 "자신이 ‘베이글‘이니 ‘꿀벅지‘니 하는 대상으로 비치고 있음을 모르려야 모를 수 없게 되고, 남자들의 시각으로 자기 자신을 바라볼 수밖에 없게 되기"때문이다. 남자들의 이런 행동 통제로 "남성 감식안에 평가당해온 여자들은 자신을 누구보다 먼저, 누구보다 잘 평가하는 법을 베우게 된다." 여자들은 그렇게 자기 자신의 몸에서 소외된다. - P72

(하킴의 책을 언급하며)일단 여자는 전통적으로 결혼 생활과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부득이하게 미용 관습에 임했고 특히나 지난 100년간은 확실히 그래왔는데도, 경제·사회·정치적으로 전혀 우위에 서지 못했다. 미용 관습은 힘 가진 자의 전유물이 아니라 힘없는 자의 유일한 기댈 곳이며, 남자는 전혀 미용 관습을 행할 필요가 없다. 하킴은 "모두"에게(그렇지만 결국은 여자에게) "평생 매력 자본을 개발하고 유지할 것"을 권고한다. 이는 1930년대에 유행했던 한 노래를 연상시킨다. 1933년 영화 「로마 스캔들Roman Scandals」의 반페미니즘적 주제곡인 「(사랑받고 싶다면) 젊음과 아름다움을 유지해라」말이다. 하킴이 던지는 메시지도 대체로 비슷하다. 하킴이 보기에 "매력 자본은 연애 및 결혼 시장에 있어 여자의 으뜸 패다." - P83

본서가 출간된 후 10년 동안 학계 및 대중 페미니즘 내에서 환영할 만한 변화가 있었다. ‘선택권‘에 집착하는 리버럴 페미니즘에 대한 비판이 활발히 이루어진 것이다. 나타샤 월터부터도 『살아있는 인형: 성차별의 귀환 Living Dolls: The Return of Sexism」이라는 새로운 책을 내, "내가 완전히 잘못 생각했다고 인정하려 한다" 라며 이전에 선택론 편에 섰던 것을 반성한다. 월터는 새롭게 쓴 책에서 자신의 딸을 포함한 여자 어린이들이 극도로 성애화된 문화에서 자라나며 여자가 되는 법을 배우게 된다는 것을 우려한다. 그에 따르면, "이런 문화는 선택과 힘 키우기 같은 언어를 끌어들임으로써 그 선택권이 얼마나 제한된것인지를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교묘히 감춘다." - P84

프랑스 페미니즘 학자 꼴레트 기요맹은 여자는 ‘다르다‘라는 문화적 관념이 왜 문제인지 설명한다. 기요맹에 따르면, 여자는 다르다는 말은 여자는 ‘무엇‘과는 다르다는 뜻이 될 수밖에 없고, 그 ‘무엇‘은 남자가 되기 마련이다. 반면 남자는 그 무엇과도 다르지 않고 그 자체로서 존재한다. 다르다는 관점에서 이해되는 건 여자뿐이다. - P94

미용 관습은 여자의 순종을 표시한다. 여기에서 순종은 여자에게 성적으로 복무할 의지, 심지어 성적 복무를 위해 노력을 들일 의지가 있다는 뜻이다. 여자가 단순히 ‘다르기‘만 한 것이 아니라, 더 중요하게는 ‘굴종적‘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게 미용 관습이라고 나는 주장하고 싶다. 여자가 구현해내야 하는 성적 차이difference 가 바로 굴종deference인 것이다. - P98

여자들이 시행하고, 남자들이 그렇게 좋아죽는 미용 관습이란 정치적 피지배 계층의 행위다. 남성 지배 아래의 사도마조히즘적 로맨스에서 성관계는 여자의 복종과 남자의 지배를 바탕으로 구성되며 여기서 누군가는 여자 역할을 해야만 한다. - P99

미용 관습이 즐겁다고 말하는 여자도 있다는 사실은 미용 관습이 여성 종속에 기여한다는 것과 상충하지 않는다. 여자가 악조건을 어떻게든 좋게 좋게 생각해보려는 것으로 보는 게 맞을 수 있다. (…) 유해 관습 개념은 성인 여자와 여아에게 해를 입히는 문화적 강요가 존재한다는 걸 전제로 하고 있기에, 미용 행위가 여자의 행위 주체성이냐 종속 행위냐를 두고 벌어지는 논쟁에서 유용한 도구가 되리라 생각한다. 유해하다고 판명된 관습에 있어서 ‘선택권‘은 변명이 될 수 없다. - P104

남자가 얻는 유익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여자가 미용 관습을 통해 남자를 ‘보완complement‘하는 존재인 동시에 ‘보상compliment‘하는 존재가 된다는 것이다. 여자는 ‘이성‘이면서 종속된 성으로서 남자를 ‘보완‘한다. 또 남자의 성적 흥분을 위해 언제든 치장할 태세가 되어 있으므로 남자에게 ‘보상‘이 된다. 따라서 남자는 남성성을 확인받을 수 있는 데다가, 여자가 노력을 들였다는 데에서 우쭐함도 느낄 수 있다. 거기에 여자가 하이힐을 신기라도 하면 남자 자신의 기쁨을 위해 여자가 고통을 견딘다는 뿌듯함도 있다. 미용 관습을 거부하는 여자들은 남자를 보완하지도, 남자의 보상이 되지도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며 이런 저항은 지배성 계급의 일원들, 즉 남자들에게 깊은 반감을 살 수 있다. - P114

페미니스트를 못 생기고 다리털이 북슬북슬한 애들, 브라나 태우는 남자 못 만나본 애들이라고 부르곤 하는 것처럼 미용 관습 거부는 분노와 조롱을 부른다. 서구의 미용 관습은 일종의 도덕 같은 성질을 띤다. 미용 관습을 따르지 않는 여자들에게는 ‘자기 관리‘가 안 된다, 프로페셔널하지 못하다, 어설프다는 말이 따라다니고, 이들은 사회 구조에 위협이 된다고 여겨진다. - P115

젠더를 바꾼다는 생각 자체가 여성성과 남성성의 필요를 강화해 젠더를 본질화한다. - P143

남자로 살아온 경험은 이런 남자들의 ‘여성적‘ 행동과 배치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남자로 살아온 경험이 이들을 ‘여성적‘으로 행동하게 만든다. - P146

남성 지배 아래 여자의 역할은 한 종류가 아니다. 여자는 가사 노동, 육아 노동, 감정 노동, 성적 복무뿐 아니라 남자를 흥분시키는 여성성 수행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남자에게 복무한다. 크로스드레서는 이 중 ‘여성성‘만을 취사선택하려 하며 여자의 기쁨을 위해서이기는 커녕 그 반대에 가깝다. 자기는 평소처럼 집안일을 하는 동안 남편들은 몇 시간을 들여 몸치장한다는 것이 아내들의 불평이다. 러드는 아내들에게 자주 듣는 이야기를 다음과 같이 재구성해서 들려준다.

"남편은 여성적이고 아름다워지고 싶다면서, 내가 집 안을 청소하는 동안 거울 앞에서 치장하죠. 남편은 미스 아메리카처럼 꾸미고 침실 화장대에서 일어서는데 저는 세제 광고에 나오는 여자처럼 보여요." - P173

마돈나를 옹호하는 많은 수의 팬들은 마돈나가 ‘여창‘ 컨셉이라는 공격에 반발하지만, 파글리아는 마돈나는 ‘여창‘ 컨셉이 맞으며 그 컨셉이 마돈나에게 힘을 부여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여창‘이 남자를 지배한다는 게 파글리아의 시각이다. 국제적인 성 산업의 굴레에서 고통받으며, 상당수가 탈출하고 싶어도 탈출할 수 없는 수백만 명의 여자들에겐 듣도 보도 못한 얘기일 것이다. - P197

남자들의 여자의 털을 탐탁지 않아 하는 다른 이유도 있다. 털은 여자를 어른으로 보이게 하기 때문이다. 많은 남자는 여자가 사춘기를 거치기전인 것처럼 보였으면 하며, 이에 따라 털이 없는 쪽을 선호한다. 남자는 포르노를 보며 털 없는 여자를 ‘자연스럽게‘ 느끼도록, 여자친구의 털을 역겹거나 부담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훈련된다. - P203

(소음순 수술을 받은)론다라는 가명의 여자는 "매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자존감 때문이다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수술을 받는 건 결국 남자들을 위해서일 수밖에 없다"라고 말한다. - P210

게이 남자가 취하게 되는 ‘여성성‘이란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게이들이 개발해낸 복종적 행동 양태일 뿐이다. 남성 지배 아래 복종하는 길은 여성성 하나뿐이기에, 그 행동에 여성적이란 딱지를 붙이는 것이다. 게이 남자는 ‘진짜‘ 남성 대비 열등한 위치를 받아들이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하나, 이런 여성성은 실제 여자의 삶과는 큰 관련이 없다. 나는 게이 디자이너들이 여자에게 투사하는 여성성이란 바로 게이가 이런 식으로 디자인한 여성성의 이미지라고 주장하고자 한다. 이들은 여성성만 투사하지 않는다. 자신한테 있는 여성성에 대한 혐오와 공포도 투사한다. 자라나면서 남성적이지 않다고 괴롭힘과 공격을 받는 과정에서 배운 혐오와 공포다. 여성성은 게이들이 높이 평가하고 아끼는 특성이 아니다. 게이에게 여성성은 남성적인 남자를 욕망한다는 이유로 쫓겨나 맞이한 성 위계의 밑바닥을 상징한다. - P233

알렉산더 맥퀸은 여기서 본인의 ‘패션‘과 포르노가 맺는 밀접한 연관 관계를 숨기지도 않고 내비치고 있다. 모우어는 한 모델이 관통당한 듯한 연출에는 반감을 느낀 듯하지만, 컬렉션 전반에는 만족을 표하고 있다. "한 모델이 투우사의 장대 두 개에 궤뚫린 듯한 옷을 입고 나오는 잔인한 장면이 하나 있긴 했지만, 맥퀸의 특징인 훌륭한 검은 팬츠슈트를 상당수 선보여 컬렉션 전반적으로는 실제 옷에 관심이 집중되기를 바란 맥퀸의 목표가 달성되었다." 이 의상이 강인하고 성적으로 적극적인 여자를 쵸현한다는 맥퀸의 철학에 어떻게 들어맞는지는 모를 일이다. 장대 두 개에 궤뚫리면 죽어있기 바쁘지 성적으로 어떻게 할 생각을 하긴 힘들다. 맥퀸은 1996년부터 3년 연속 올해의 영국 디자이너로 선정되었으며, 2001년에는 올해의 세계 디자이너로 뽑히고 영국 여왕으로부터 대영제국 지휘관 훈장(CBE)을 받기도 했다. - P239

(디자이너)뮈글러는 "나는 힘을 가진 여자만 좋아한다. 난 여자를 세상의 정상으로 올려놓는다."라면서 작업을 통해 여자에게 권력을 부여하려 한다고 말한다. 이는 앞서 언급한 맥퀸과 유사한 정서로 보인다. 그러나 도미나트릭스로 성매매 되는 여자가 실제 세상에서 권력을 쥐고 있다고 믿지 않고서야 인정하기 힘든 생각이다. 정말 권력을 쥐려는 여자들은 경제적 생존에 급급해 업소에서 남자의 체액을 받아내는 대신 언론계나 IT분야 가은 산업계에 뛰어들 가능성이 크다. 뮈글러는 자신의 모델들이 "자신의 외모와 인생을 완벽히 통제하는 정복자"라며 "자유롭고, 자신 넘치며, 상황을 즐긴다"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검은 라텍스 속에 갇혀 곤충 탈을 쓴 여자들은 행복해서 어쩔 줄 모르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 P243

성적 차이가 여자의 몸에 새겨져 있지 않다면(예를 들어 옷이 젠더화 되어 있지 안다면)남자들은 길거리나 직장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의 성적 지위를 판명하기 힘들 것이다. 남자들은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여자가 종속을 수행하는 데서 느끼는 성적 쾌락을 단념해야만 할 것이다. - P256

여자들은 화장하면 힘이 솟는 느낌이라 말할지 모르겠지만, 그건 화장이라는 가면을 쓰지 않았을 때는 힘을 뺏기는 느낌이라는 뜻이 된다. - P272

(발 페티시스트) 로시는 ‘무성적 신발‘을 설명하며 철저한 증오심을 숨기지 않는데, ‘실용적인 신발‘에 대한 남성 지배 문화적 혐오가 여자를 보행 장애로 밀어넣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무성적 신발‘이란 "‘실용적‘인 신발, ‘컴포트 화‘, ‘기능성‘ 신발 등으로 알려져 있고, 업계 용어로는 ‘노처녀용 런닝화‘로 불린다"라는 게 로시의 묘사다. - P311

(로시의)이 책에서 ‘무성적 신발‘을 신은 인물로 거론된 건 엘리너 루스벨트 하나다. 미국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과 결혼했던 엘리너 루스벨트는 강력한 페미니스트로, 1948년 채택된 UN 세계인권선언에 여성 평등을 포함하는 등 여러 가지 훌륭한 업적을 남겼다. 다른 여자와 장기적인 관계를 맺었던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는 편안함을 중요시해 기능성 신발 제작사에 특별 주문한 신발을 신었다. 루스벨트는 훌륭한 여성 롤모델이었고, 실용적인 신발을 아꼈던 건 그에게 본받을 만한 점 중 하나다. 할 일이 많았던 그는 고작 남자들에게 성적 흥분을 제공하는 데 신경 쓸 시간이 없었다. - P313

로시는 하이힐로 인한 부상이 "현실적으로 여자들의 관점에서 보면 기분 좋은 상처나 성관계 중 생긴 흉터에 가깝게 느껴질 것"이라고 한다. ‘여자들의 관점‘에서, 여자들이 남자들과 본인의 성적 만족을 위해 기꺼이 발 변형을 감수한다는 점을 알아내다니 실로 대단한 사나이가 아닐까 싶다. - P313

여성성기훼손처럼 아이들에게 시행되는 관습은 동의를 얻었다고 볼 수 없음이 분명하다. 6~7세 여자 어린이는 달리 갈 데도 없다. 신체 훼손을 강요하는 자들에게 의존해서 살아가야 한다. - P330

포르노 관습은 그 자체로도 성폭력을 구성한다. 모든 여자의 지위에 타격을 입히고, 여남 간 관계가 평등할 수 없도록 막는 것도 포르노의 또 다른 폐해다. 다시 미용 관습으로 돌아가자면 포르노 산업과 국제적인 성 산업 전반은 동시대 문화가 강요하는 여자의 얼굴, 가슴, 몸, 외음부, 복장, 신발의 조건을 규정한다. 이는 여자의 정신 및 육체 건강과 평등 가능성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여성 평등을 중시하는 국가라면 여자를 상업적으러 성착취하는 포르노와 성매매 산업을 규제하고 철폐 노력을 펴기로 선택할 수 있다. - P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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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티나무 2021-04-13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체에 밑줄!!! 동감입니다.

다락방 2021-04-13 17:04   좋아요 0 | URL
저에겐 쉴라 제프리스의 책이 두 권 더 있답니다? 후훗.
 
무조건 살 빠지는 다이어트 - 식단 없이 운동 없이
김미경(킴스헬스톡)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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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에 관심이 있어서 책을 찾아 읽어본 사람이라면 혹은 다른 매체라도 접해본 사람이라면 어떻게 해야 살빠지는 지를 모르는 바가 아닐 것이다. 적게 먹고 먹은 것보다 더 많이 움직이면 된다. 쉽고 빠르게 살을 빼고 싶은 마음에 다이어트 보조제를 먹는다거나 빡세게 운동을 한다거나 닭가슴살과 바나나를 먹는 생활을 한다해도 그것은 오래 가지 못할 뿐더러 그렇기 때문에 요요를 가져온다. 이것저것 접해보고 시도해본 사람들은 그래서 누구나 다 안다. 적게 먹어야 한다, 그리고 운동해야 한다는 것을. 몸무게 감량은 적게 먹는 것이 하는 일이고, 몸의 기초대사량을 높여서 살빠진 몸을 유지해주는 것이 운동이 하는 일이라는 것을, 정말이지 다이어트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논문을 쓸 수 있을 정도로 다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하늘 아래 새로운 다이어트 책은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이렇게 다이어트 관련 책을 사는 나란 사람..을 보면 다이어트가 얼마나 힘든 것인지 알 수 있다. 성공했다면 그래서 유지하고 있다면 내가 이 책을 사서 읽어볼 게 무어람? 그러나 나는 또 샀다. 왜? 다이어트에 성공을 못했으니까. 그러나 나는 다이어트에 대해서라면 나에게 커다란 성공에의 의지가 있느냐를 묻고 싶다. 없는 것 같다... 네...


나도 나에 대해 몰랐던 것 중에 하나가 내가 하고자 마음 먹으면 해내는 사람이란 것이었다. 그런걸 의식하고 살아본 적은 없으나 그렇게 살고 싶다고 생각은 했었다. 그러니까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이 되는게 나는 진짜 너무 싫다. 그렇기 때문에 말을 하면 반드시 지키려고 하고, 말을 하면 지켜야 하기 때문에 그냥 말을 막 던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어제도 나는 친구들에게 '베트남에 가면 어디에 살게 될지 몰라 재워준다고 말할 순 없지만 국수는 사줄게'라고 말했다. 나는 내가 베트남에서 살게 된다면 집을 구하게 될지 호텔에서 지내게 될지 아직 모른다. 호텔에서 지내게 될경우 역시 비용 때문에 작은 룸을 구한다면 나는 나를 보러 베트남에 찾아오는 친구들을 재워줄 수 없을 것이다. 내가 확실히 어디에서 살지도 모르면서 '재워줄게'라는 말을 막 던지고 싶지 않은 거다. 그럴 경우에 '재워준다고 했지만 못재워주는 말뿐인 사람'이 되는게 너무 싫어서, 나는 그건 내가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가정을 하고 어떤 경우에도 실행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만 얘기하는 거다. 국수는 사줄 수 있으니까.


그래, 친구들은 내게 한다면 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런데 왜, 어째서, 왜 때문에........ 다이어트는 못하는가. 왜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작년에 읽었던 다이어트 책에서 저자는 다이어트 하기 전의 자신의 몸을 부끄러워했고 그 몸 때문에 어디서도 불공평한 대우를 받는다는 자격지심을 갖고 살았다. 자존감이 바닥을 쳤다가 다이어트를 해서 확 살을 빼고 이제는 자신감이 생겼다는 얘기를 하면서, 그러므로 살을 빼서 자신감을 획득하자! 이러는거다. 그걸 보고 알았다. 난 이번생에 다이어트 망이구나... 나는 어딜가도, 누구를 만나도, 그러니까 하다 못해 식당에 밥을 사먹으러 가도 사람들이 다 잘해주는데... 나는 겁나 잘났고, 내가 이런 육체라 누구도 날 사랑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이런 육체라서 싫으면 꺼지든가, 라는 마인드로 세상을 살아가기 땜시롱 나에게 다이어트는 절실하지 않은가 보다... 절실하지 않으므로 다이어트에 진심이 되지를 않아. 다이어트에 대해서라면 의지가 마이너스에 수렴해버리는 것이다.. 아무튼....... 겸손인척 하는 내 잘난척은 이쯤하고.


각자 다이어트를 하고자 하는 이유는 다를 것이다. 나로 말하자면 절실함이 없었던 것은 딱히 필요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인데, 요가를 만나고나서는 다이어트에 대한 욕망이 그전보다 좀 더 생기긴 했다. 비틀기 자세가 너무 안될때면 역시 뱃살 때문인가, 해버리게 되는 것이고 전굴 자세가 안될 때면 역시 가슴 때문인가, 해버리게 되는것. 만약 내 몸의 살들을 어느 정도 제거하고 나면 핸드 스탠드.. 될 것인가? 란 생각을 하고 있단 말이다.


이 책 역시 다이어트에 대해서라면 새로울 게 없다. '식단없이 운동없이' 라는 타이틀이 붙었지만, 그래서 오오 어떻게? 하고 접근하게 되지만, 이 책의 저자 '김미경'은 '간헐적 단식'을 주장하는 거다. 간헐적 단식은 굶는 다이어트와는 다르다고 설득하는데, 간헐적 단식에 대해 자세한 사항들은 이 책을 읽어보면 알것이고, 다이어트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간헐적 단식에 대해서도 이미 들어본 바가 있을터, 역시 새로울 게 없다. 그렇기 땜시롱 이 책을 읽는게 시간낭비였냐 하면, 그렇지 않다. 읽을 필요가 있었다. 특히 이즈음의 나에게는 아주 요긴했다.



간헐적 단식에 대해 알고자 했던게 아니었지만 우연히 한 유튜버의 영상을 보고 시도해보자 했었던 때가 있었다. 간헐적 단식 앱을 설치하고, 그 유튜버의 말처럼 일주일에 2-3회만 간헐적 단식을 하자 마음먹고 몇주간 지켜왔다. 그러면서 퇴근후 요가도 생활화 시키자고 생각해서 20-30분짜리 영상을 보고 따라하던 시간들이 있었다. 좋은 때였지..

그러나 회사가 갑자기 바빠졌고 근무시간 내내 에너지를 쏟고 나면, 퇴근 후에 다른 무엇에도 신경을 쓸 수가 없었다. 책도 읽지 못하는 시간들이 이어졌고 간헐적 단식도 운동도 아무것도 할 에너지가 남아 있질 않았다. 그렇게 몸은 처절하게 망가져만 가고.... 난 누구 여긴 어디?


그런 참에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래 다시 습관을 바꾸도록 해보자, 이대로는 안돼, 하게 되었던 것이다. 다이어트라는게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다. 알지만 내 육체가 내 마음대로 되질 않아부려... 그러니 이제는 '알기 땜시롱' 실천으로 옮길 수 있도록 의지를 다져야 한다. 의지.. 사실 너무나 어려운 것이다,의지를 다지는 것. 직장생활에 찌들어서 퇴근후에 새삼 의지를 다지고 단식이며 운동을 한다는 것, 공부를 한다는 것, 그것은 보통의 사람들이 그저 쉽게 해낼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닌 것이다. 어쨌든 간헐적 단식.. 김미경은 매일 하는 걸 말하는 것 같지만, 나는 매일은 못하겠고, 왜냐하면 술과 안주를 먹어야 하므로.... 술과 안주를 먹지 않는 날은 간헐적 단식을 해보도록 하겠다. 다시 요가를 내 삶으로 끌어들이는 것도 시도하고 노력해봐야지. 어제도 일어나라, 침대 바깥으로 나가서 요가하라, 고 내가 나에게 명령했지만 내가 나에게 반항했다. 반항적 기질이 다분한 나다.



오늘 아침, 그래, 새로이 체중을 재면서 다시 태어나자! 하고 오랜만에 체중계 위로 올라가봤다. 예전에 사둔(언제였지? 재작년?) 인바디 체크가 되는 블루트스 체중계였다. 체중을 측정한 지 하도 오래되었는데, 그렇게 오랜만에 앱을 켜두고 체중계에 올라가니 앱이 놀라서는 '체중이 다른데, 너 맞니?' 묻더라. 나 맞다고 했다. 체중, 많이 다르지? 내가 한 일이다... 내가 먹고 마시고 드러누워서 한 일이다. 이제 새롭게 태어나자아아아아아아!! 짝짝짝! 빠샤! 힘을 내!!



어제 퇴근길, 버거킹에 가 치즈와퍼를 주문해두고 이 책을 읽었다.




아뿔싸. 그런데 책에서는 햄버거를 먹지 말라고 말하고 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번생 다이어트는 역시 망삘?


정크푸드 멀리하기!

간헐적 단식은 무엇을 얼마나 먹으라고 규정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무엇이든 상관없이 얼마든지 먹어도 된다는 것은 아니죠. 정크푸드junk food는 중독성이 강해서 먹으면 먹을수록 더 먹고 싶게 만듭니다. 이 때문에 정크푸드를 즐겨 먹다 보면 식욕 조절이 어려울 수밖에없습니다. 이런 음식들을 먹으면서는 다이어트에 결코 성공할 수 없죠. 대표적으로 햄버거, 피자, 핫도그, 튀김, 과자류 등이 해당됩니다.
영양가는 없으면서 고열량인 정크푸드는 다이어트에도 건강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가능하면 멀리하는 것이 상책이죠.- P70



내가 살고자 하는 삶의 모습에는 여러가지가 갖춰져야 한다.

우선 내 집이 있어야 하고 책이 있어야 한다. 돈이 있어야 하고 모닝 요가가 있어야 한다. 술도 있어야 하고. 가끔 집으로 초대할 친구들이 있어야 한다. 이 모든 것들을 위해 건강은 필수이고, 그러므로 나는 간헐적 단식을 시도해보고(제발) 체중을 감량해서 요가의 비틀기 자세를 좀 더 잘해보고, 핸드 스탠드까지 기어코 해내고 싶다.

이만큼 쓰면서도 벌써부터 귀찮아 ㅠㅠ



그런데 어제부터는 왜때문인지 전완근... 전완근 생각이 났다. 다른 사람의 전완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왜이렇게 드는건지. 햇살 좋은 날 창밖을 보고 콧노래 흥얼거리면서 다른 사람의 전완근을 만지작만지작 쓰담쓰담 하고 싶다. 그 전완근은 달걀을 한 손으로 깨고 김치를 한 손으로 찢는, 그런 전완근이었으면 좋겠다. 전완근, 제가 참 좋아하는데요. 전완근 만세입니다. 전완근 너무 멋지지 않나요? 전완근 뽀에벌~ 전완근 만세. 그렇게 전완근 쓰담쓰담 하면서 심규선의 너의 존재 위에~ 막 이런거 흥얼 거리면서 전완근 또 쓰담쓰담 하고 그러고 싶다. 그러나 전완근 쓰담쓰담할 다른 사람이 없으므로 나는 내 전완근을 쓰담쓰담 해야할 것이고, 그렇다면 전완근을 발달 시켜야 한다. 운동 뽀에벌!!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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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21-04-07 08: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치를 한 손으로 어떻게 찢어요? 계속 생각하게 돼요 ㅋㅋ 아, 집게로 잡고 한 손으로 김치를 찢고 따뜻한 밥 위에 얹어 한 입 하면... 아니면 뜨거운 라면이랑 같이... 다이어트하려면 안 먹어야 하는데 살면서 먹는 이야기가 제법 많은 자리를 차지하네요. ㅎㅎ 맛있게 먹으면 0 칼로리가 진짜면 좋겠어요. 오늘 하루도 행복하게 보내세요^^

다락방 2021-04-07 08:46   좋아요 1 | URL
꼬마요정님, 김치를 한 손으로 찢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마도 젓가락질을 엄청 잘하기 때문에 그런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오늘 아침 볶은김치랑 쑥된장국이랑 밥먹었는데 아 쓰면서 또 먹고 싶네요. 역시 다이어트는 망... 저는 이번생 다이어트는 포기해야 할까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라면도 먹고싶은데.. 점심에는 라면과 김밥을 사먹을까요? 혼란스럽다..

봄이에요, 꼬마요정님. 잘 지내요!!

꼬마요정 2021-04-07 10:27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젓가락이 있었네요 ㅋㅋㅋ 전완근의 힘과 젓가락질의 우수함(?)이 김치를 한 손으로 찢게 하는 마법이었네요 ㅋㅋㅋ 점심은 된장찌개를 먹어야겠어요. 다락방님 점심 맛나게 드세요^^

다락방 2021-04-07 10:46   좋아요 2 | URL
아 저는 뭐 먹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 라면과 김밥
2. 콩나물국밥과 돈까스(어제 먹음)
3. 육개장
4. 곤드레밥과 김치찌개(그제 먹음)
5. 마라탕
6. 햄버거(안돼!)
7. 짬뽕
8. 순대국

아 혼란스럽습니다.

꼬마요정 2021-04-07 11:46   좋아요 1 | URL
순대국에 한 표 던지고 갑니다^^

잠자냥 2021-04-07 12:00   좋아요 1 | URL
아, 여기서 봤다. ㅋㅋㅋ 햄버거는 어제 먹었잖아요! ㅋㅋ
처음 그대로 김밥과 라면 ㅋ

다락방 2021-04-07 16:21   좋아요 2 | URL
오늘은 신라면과 참치김밥 먹었고요, 내일은 오징어제육볶음을 먹을까 합니다. 빠샤!

페넬로페 2021-04-07 09: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결론은 몸에 나쁜 음식 먹지 말고 간헐적 단식을 하라~~
이런건가요? ㅎㅎ
저도 아침에 쑥된장국 먹었어요.~~

다락방 2021-04-07 09:57   좋아요 3 | URL
네, 그렇습니다. 몸에 나쁜 음식 먹지 말고 밥먹고 가벼운 걷기라도 몸을 움직여줘서 당올라가는 걸 막아주고 간헐적 단식을 하고 공복에 운동을 하고!!

간헐적 단식을 습관으로 만들면 될것 같은데 습관으로 만들기까지가 힘들것 같아요. 여하튼 저는 오늘부터 간헐적 단식을 시도해보겠습니다. 매일은 아니더라도, 중간중간 시도하겠어요. 빠샤!

단발머리 2021-04-07 10: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책이랑 햄버거랑 잘 어울려서 큰일이네요. ㅎㅎㅎ 간헐적 단식이 최소 몇 시간 하는 걸까요? 🙄

다락방 2021-04-07 10:44   좋아요 2 | URL
가장 기본적인 간헐적 단식은 수면시간을 포함하여 16시간입니다. 8시간 동안은 먹고 싶은 것 먹고 16시간은 단식을 하는거지요. 그런데 이게 처음에 할 때 힘들테니 처음에는 12시간 그 다음에는 13시간 하는 식으로 단식 시간을 점차 늘려가보는 걸 제안하더라고요.

새파랑 2021-04-07 1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맛있는건 다 나쁜 음식이라는 사실이 슬프네요. (특히 술~!) 다이어트와 운동을 응원합니다^^

다락방 2021-04-07 10:45   좋아요 2 | URL
제가 또 말입니다, 술을 정말 사랑하는데요. 제가 남자보다 술을 사랑하는데, 술을 살 빠지는데 도움이 1도 안되니 너무 슬픕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여하튼 간헐적 단식을 오늘부터 도전해보겠어요.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잘 되게 해야겠지요. 빠샤!

공쟝쟝 2021-04-07 11: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런 육체라서 싫으면 꺼지든다, 라는 마인드로 세상을 살아가기 땜시롱 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나는 겁나 웃어버린다는 겁니다 ㅋㅋㅋㅋㅋ 근데 나도 좀 그런 편이다??? 옛날엔 코르셋 쫙쫙이었는 데 페미니즘 덕에 뭐랄까 외모비하는 확실히 안해요 ㅋㅋㅋ 하지만 복근은 그냥 갖고 싶다. 무튼 락빵님의 간헐적 단식 응원해! 저는 삼십분을 안쉬고 뛰는 러너가 될거예요!!! (여기서 결심하기)

다락방 2021-04-07 12:04   좋아요 3 | URL
저는 사실 코르셋 막 뒤집어쓴 사람은 아니었지만 나름 어떤 코르셋을 내멋이다~ 하고 즐겨하긴 했어요. 특히나 지금도 후회되는 건 하이힐... 하이힐 진짜 겁나 신고 다녔어. 발가락 아프면서도 신고 다녔고, 하이힐은 여자의 자존심이다! 막 이러면서 신고 다녔는데 하아.. 제가 저에게 진짜 몹쓸짓 한것 같아요. 발을 괴롭혔어. 이 무게를 지탱하고 다니는 발을 소중히 아껴줘야 하는데, 얇은 힐로 나를 버티라고 했어. 발아,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이제 안그럴게 ㅠㅠ

저도 복근 갖고 싶은데 술 좋아하니까 복근은.. 그렇지만 .. 아무튼 간헐적 단식 오늘부터 시작해보겠어요. 뽜이야~
쟝님도 열심히 뛰어요. 우리 건강하게 오래오래 다정하게 지내자!!

공쟝쟝 2021-04-07 12:15   좋아요 2 | URL
방금 댓글 보면서 코르셋 쫙쫙이었을까? 라고 생각해보니... 그러고 보면 전 노력하지 않는 ... 마음만 코르셋이었다ㅋㅋㅋㅋㅋ 하이힐 안신음 치마 안입음 ㅋㅋ 하지만 안꾸미며 이쁘길 바랬으니 음흉한 코르셋이었던 걸로..?ㅋㅋㅋ 이젠 그 노력을 안하는 것에 일말의 자기비하가 없어지니 더 자유로워진 것 같아요!!❤️
내 말이, 우리 오래오래 다정하게! 술마시면서!!! 책읽자. 그러니 건강하자 ^^

다락방 2021-04-07 16:23   좋아요 1 | URL
나는 코르셋 안조인줄 알았더니 알고보니까 볼터치에 미쳐있던 자였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런데 정신 차리면서 보니까 볼터치가 세상에서 제일 이상하더라고요!!!!! 아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나의 과거여.................

그래그래 우리 건강하자, 꼭! 아프지말고 행복하자!!

얄라알라 2021-04-07 15: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고품격 유머! 오늘도 한 방 먹고 갑니다 ㅋ

˝나도 나에 대해 몰랐던 것 중에 하나가 내가 하고자 마음 먹으면 해내는 사람이란 것이었다˝

저도 저에 대해 이런 말 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IF응원합니다. IF라 하더라고요. 첨엔 ˝if˝인줄.

다락방 2021-04-07 16:22   좋아요 1 | URL
IF 가 뭐예요? 저 모르겠어요. 헤헷. 요즘 젊은이들의 용어인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북사랑님, 책 많이 읽고 글 많이 쓰면서 즐겁게 지냅시다. 빠샤!!

얄라알라 2021-04-07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글쵸? 저도 IF가 도대체 뭔가 했는데, 그것이 바로 ˝간헐적 단식˝이더라고요^^

얄라알라 2021-04-07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소싯적엔 제가 말만하면 다 현실로 이루게 하는 yogi인줄 알았어요. 말하는 대로 다 이루어지리다! 다락방님의 ‘˝나도 나에 대해 몰랐던.... 해내는 사람˝이 문구에 웃고가면서도 슬쩍 질투 났던 이유입니다! 빠샤! 같이 힘내보아요^^

다락방 2021-04-08 14:29   좋아요 0 | URL
북사랑님, 아마도 해내는 것들을 보았기 때문에 친구들은 그렇게 말한 것일테고 제가 해내지 못하는 것들도 무수히 많지 않겠습니까. 지금 먼저 생각나는 걸로 치자면 제가 방통대 영문과 편입했다가 한학기 다니고 자퇴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제가 강의 안듣더라고요? 그리고 요가 핸드스탠드도 쟁기자세도 다 안되고.. 하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친구들은 좋은 면만 보고 말해주는 것 같아요. 그나저나 저 핸드 스탠드.. 너무 하고 싶은데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간헐적 단식이 필수가 되어야할 것 같습니다....


아니, IF 가 간헐적 단식이라니... 지금 찾아보니 Intermittenr Fasting 의 약자로군요. 어렵네요...
 
사회주의 페미니즘 - 여성의 경제적이고 정치적인 완전한 자유
낸시 홈스트롬 엮음, 유강은 옮김 / 따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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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운 책이라고 다 읽는게 힘든건 아니지만 이 책은 진짜 힘들었다. 넘기고 넘겨도 끝이 날것 같지 않아 얼마나 초조했는지 모른다. 1장을 읽었을 때 저자의 의견에 꼭 동의하는 건 아니여도 매우 흥미롭고 재미있어서 오오, 이 책 좋아! 했는데, 역시 끝까지 읽어봐야 하는 거였어.


사람이 말이나 행동을 하게 되면 거기에는 반드시 그 다음 반응이 뒤따른다. 감정표현이든 생각 표현이든 뭐든 그렇다. 내가 너를 좋아해, 라고 말했을 때 상대는 내게 '나도 너 좋아해' 라고 말할 수도 있고 '나는 널 좋아하지 않아' 라는 리액션이 뒤따를 수 있다. 누군가 내가 쓴 글에 댓글로 반박하거나 혹은 공격한다면 그건 내 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내가 글을 썼기 때문에 댓글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내가 내 생각을 말하는 것 혹은 내 의견을 말하는 것은 상대로부터 반드시 동의나 공감을 받는 건 아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부터 너는 틀렸어까지, 올 수 있는 것들의 종류는 내가 기대한 것과 완전히 다를 수있다.


'낸시 홈스트롬'이 엮어낸 이 책, 《사회주의 페미니즘》에서는 여러명의 저자들이 각자의 글을 써냈기 때문에, 자기의 경험에 의지해 쓰거나 자기가 겪어낸 삶에서 온 통찰로 쓴 글들도 있지만, 다른 이의 저작들을 읽고 써낸 것들도 있다. 그래서 어떤 저자들은 안드레아 드워킨을, 캐서린 맥키넌을, 캐슬린 배리를 비판한다. 그들은 잘못됐다 부터 혹은 그들은 무언가를 놓쳤다 까지. 어떤 어조는 강경하고 어떤 어조는 그렇지 않다. 그러나 이런 글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그 전에 드워킨과 맥키넌과 캐슬린 배리의 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나는 그 모두의 책을 전부는 아니어도 한 권씩은 읽었었고, 게다가 그들이 쓴 글에 매우 동의하고 공감하는 바, 비판하는 글에 대해서 '나랑 결이 다르군' 할 수 있었는데, 이것 역시 비판 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어떤 저자는 '반다나 시바'가 잘하기만 한게 아니라고, 그녀는 분명히 놓친게 있다고 비판하는데, 그 다음장의 저자는 이런 데는 반다나 시바가 최고라고 끌고 온다. 그러니까 그게 누구든, 우리가 입 밖으로 생각과 감정을 내뱉는 순간 다른 사람들은 그것에 대해 뭔가 덧붙일 수 있다는 사실을, 늘 알고 있던 바였지만 이 책으로 더 훅 깨닫게 되었다. 반다나 시바에 대해서라면, 나는 반다나 시바의 몇 안되는 글들을 인상적으로 읽었었고 그래서 또 사두기도 한터라, 드워킨을, 맥키넌을, 배리의 편에 마구 싶었던 것처럼 무조건적 지지를 하게는 안되었고, 오 그래? 그렇다면 반다나 시바를 나도 좀 더 읽어봐야겠다, 하게 되었다.



이 책을 재미로 읽는다는 것은 좀 적절하지 못한 표현인듯 하지만 어쨌든 재미 없다. 재미 없다고 해서 의미도 없는 건 아니다. 물론 내 마음에 찰싹 들러붙거나 흥분을 일으키는 저자도, 글도 없었지만, 이토록이나 다양한 사람들이 페미니즘에 대해 생각하고, 관찰하고 써낸 글을 만난 것은 좋았다. 멕시코와 인도의 여성들의 페미니즘 관련 글을 그동안 자주 접하지 못했었는데, 이 책에서는 짧게나마 만날 수 있었던 거다. 더 많은 여성들이 세계 곳곳에서 부지런히 자기의 생각과 글을, 관찰하는 현재를 써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는 사회주의 페미니스트쪽은 아닌 것 같다. 완전히 다르거나 한건 아니지만 내 마음이 기우는 건,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말하는 것은 드워킨과 맥키넌과 배리여...


이 책 완독하느라고 최근 며칠간 평소보다 늦게 자서 지금 매우 졸리지만 결국 다 읽었으므로 후회 없다.. 브라보 내 인생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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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3-31 08: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브라보 다락방님!👍👍👍👍책읽으러 슝~333333

다락방 2021-03-31 08:53   좋아요 2 | URL
저 이거 써놓고 다시 읽어보니 너무 초딩이 쓴 리뷰 같아서 그렇게 댓글 달려고 들어왔는데 댓글이 세개나 달려있어서 당황했어요. ㅋㅋ
미미님 화이팅. 완독으로 고고씽!! 빠샤!!

수이 2021-03-31 08: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읽는 동안 저도 아직 어느 쪽이다 라고 확실히 말할 정도는 아닌데 그럼에도 사회주의 페미니즘은 내 결과 다르구나 하고 느꼈어요.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4월에는 집중해서 읽을 수 있기를! 고생하셨습니다❤️

다락방 2021-03-31 08:54   좋아요 2 | URL
저는 급진주의 페미니즘 비판할 때마다 뭔가 으르렁 거리게 되어가지고 ㅋㅋ 아 이 책 나랑 결 다르네 하였습니다. ㅋㅋㅋㅋㅋ
4월 도서도 읽어봅시다, 힘차게. 빠샤!

새파랑 2021-03-31 08: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책 서점에서 보고 두꺼워서 기겁한 기억이... 그래서 더 뿌듯하실듯~! 완독 축하드립니다^^

다락방 2021-03-31 08:55   좋아요 1 | URL
제가 이거 3월 안에 완독하느라고 마지막 며칠은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들고 읽었거든요. 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고생을 사서 하는지.. 젊어 고생은 물론 늙어 고생도 당연 피해야하거늘, 내 삶은 왜이러는가... 했습니다. 축하 감사합니다. 으하하하하.

다락방 2021-03-31 08: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써놓고 나니 초등학생이 쓴것 같은 글이네요? 할 수 없다.. 이것도 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미 2021-03-31 09:00   좋아요 1 | URL
엄청 똘똘한 초등학생인데요? 전그럼 유치부ㅋㅋㅋㅋㅋ다시 슝3333333

다락방 2021-03-31 09:37   좋아요 0 | URL
제가 초등학교(국민학교) 때는 참 똘똘한 아이이긴 했습니다. 선생님이 저를 ‘똑순이‘ 라고 불러주셨죠.... 그런 일이 있었는데...언제부터 이렇게 된건지...............(먼 산)

수이 2021-03-31 09:38   좋아요 0 | URL
저도 유치부-.-

미미 2021-03-31 09:42   좋아요 0 | URL
(완독전 마지막댓글..부릅!)ㅋㅋㅋㅋㅋㅋㅋ다락방님이 젤 고학력자!😉

다락방 2021-03-31 09:45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 고학력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똭 기다려요, 제가 뉴욕대 다녀오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학력의 끝판왕 찍겠습니다!!

수이 2021-03-31 09:48   좋아요 1 | URL
유치부는 초딩 따라 뉴욕대 유치부로 따라간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3-31 10:24   좋아요 0 | URL
수연님 우리 뉴욕대 강의실에서 만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막 가방에서 노트 꺼내고 있으면 들어와서 인사하면서 옆에 앉아가지고 수연님도 노트 꺼내고 그래요.
그러면 수연님 노트 꺼내는 동안 내가 어제 만난 남자 얘기하고 그럴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1-03-31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도로시앨리슨이 너무 좋아서 정말 너무 좋아서(저랑 다른 거랑은 별개로) 너무 빠져들면 어쩌지? 하면서 읽었는데 결론은... 도로시앨리슨만 재미졌다..?ㅋㅋㅋ
락방님 대단해요! 함께 읽을 수 있었던건 역시나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다락방 2021-03-31 09:36   좋아요 1 | URL
맞아요. 도로시 앨리슨 글이 제일 좋고 제일 잘 읽혔어요. 그래서 그 뒤도 다 그럴 줄 알았지 뭐야? 낸시 홈스트롬이 부러 도로시 앨리슨 제일 처음에 똭- 위치시킨 것 같아요. 그래야 사람들이 책장 넘길 것 같아서.. ㅎㅎ
[캐롤라이나의 사생아] 지금 또 검색했는데 알라딘 중고 나온거 없네요. 도로시 앨리슨 글 읽고 캐롤라이나의 사생아 너무 읽고 싶어졌는데! 힝 ㅠㅠ

같이 읽어서 좋았고, 쟝님, 완독해줘서 고마워요!
:)

수이 2021-03-31 09:49   좋아요 1 | URL
쟝쟝님 이쁜 그림_ 페미니즘에 진심인 그 이쁜 그림 보고 아 이 사람 진심이야 어쩌지 너무 멋져 하고 반했습니다. 이쁜 그림 전 쟝쟝님과 애프터 쟝쟝님으로 제 마음 속 각인되었습니다!!

공쟝쟝 2021-03-31 09:46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제가 얼렁읽구 가져다 드릴게요 ㅋㅋㅋ!! 수연님, 저 페미니즘에 진심이라구ㅋㅋ!!!

수이 2021-03-31 09:49   좋아요 1 | URL
진심이니까 4월에는 더 이쁜 그림으로 가는 거다?! 다들 확 놀라게 만들어버려!!!!!!!

다락방 2021-03-31 10:24   좋아요 1 | URL
쟝님. 우리 일자산에서 만날 때까지 다 읽을 수 있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1-03-31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830페이지 완독 축하드립니다.
에베레스트 등정하는 기분이었을듯요. ^^
전 지금 650페이지짜리로도 허덕거리고 있습니다. 숨차요. 헤헥헥

다락방 2021-03-31 11:58   좋아요 0 | URL
두꺼워도 팍팍 읽히는 책이 잇는데 이 책은 그렇지 않아서 너무 힘들었어요. 지하철에서 들고 다니며 읽는 것은 더더욱!! 힘들었습니다. 어휴. 다 읽어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만세!!
 
포스트 코로나 뉴노멀 - 이택광 묻고 지젝 답하다
슬라보예 지젝.이택광 지음 / 비전C&F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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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오늘은 상큼하게 책 한 권을 까면서 하루를 시작해볼까? 



더 늦기 전에 대기 오염과 환경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지젝, p.96



작년에 여러 지식인들이 함께쓴 책 《코로나 사피엔스》도 인간이 자연에 너무 깊이 침범해 들어갔음을 경고하고, 그러므로 자연과 화해해야 한다고 얘기했었다. 그래놓고 하드커버에 여백 짱짱하게 박아 책 내용과는 완전히 다른 길을 걸었더랬지. 그런데 이 책, '슬라보예 지젝'과 '이택광'의 대담으로 만들어진 책은 그보다 더 심하다. 내가 코로나 관련 책을 처음 읽는 것도 아니니 내용이 새로울 것도 없을 뿐더러 도대체 이 책이 왜 하드커버여야 하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이 책은 내가 아는 그 어떤 책보다 hard 커버가 HARD 하다. 절대 구부릴 수도 태워버릴 수도 없을 것 같은 어마어마한 HARD 표지인데, 평생 꺼내볼 백과사전도 아닌데 도대체 무슨 쓸모로 이렇게 해놨는지 모르겠다. 아, 물론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 책이 수시로 꺼내볼 책이 될 수도 있으니 표지에 대한 얘기는, 하드 커버에 대한 얘기는 화나지만 이쯤하기로 하겠다. 문제는 본문이다. 자, 내가 너무 화딱지가 나서 본문을 좀 찍어봤다. 이런 식이다.




대담을 본문으로 옮긴 거라지만 이 어마어마한 공백을 어쩔것인가. 게다가 위의 왼쪽 페이지는 모니터와 거리두고 앉아라, 시작하자, 뭐 이런 내용이다.



대화가 표현된 행간.... 난리가 났다.



이게 가장 빽빽하게 들어찬 본문이다. 이택광 혼자 말하는 부분이라 그런지 아주 꽉 차있다. 제일 가득 차있는 페이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좌우여백을 어쩔 것이여... 열린책들은 이 본문을 보면 뭐라고 했을까?



대담 외에 우리가 알고 넘어가야 할 것은 이렇게 파란 박스 안에 넣어줬는데, 하하하하, 굳이 두 박스 두 페이지다. 대환장..



코로나 관련해 유명인사들의 말들도 이렇게 본문 가운데 툭, 들어가 있다. 이런거는 늘 자기만의 페이지를 갖고 있어서 휑한 여백이 아주 여유롭게(!!) 드러난다.



위의 좌측은 본문에 나온 내용 다시 강조한거다. 미치고 팔짝 뛰겠다.






지젝 얼굴 한 쪽, 책 제목 한 쪽. 그래, 지젝과의 대담이니 지젝 얼굴 필요하다고 생각했겠지. 한페이지에 걸쳐서...



이택광 얼굴도 필요했겠지. 두페이지에 걸쳐서. 도대체 오른쪽 시꺼먼 페이지는... 가슴이 아프단 말이다.



그리고 또 이택광. 위에는 좌 이택광 아래는 우 이택광... 예..........




책의 내용에서는 좋은 말 실컷 해놓고, 그러니까 자연과 친해지자,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자고 해놓고서 왜 이렇게 책으로 나올 때는 종이랑 잉크를 낭비하는걸까? 책 내용과 완전히 반대로 행동하고 있지 않나. 왜그러세요? 세계에서 제일 최강의 하드커버 표지를 소프트로 바꾸고 여백을 보통의 책들과 같이 만들었다면, 본문 재강조 하느라 한 페이지 낭비하는 일을 다 쏙 빼버렸다면, 이택광과 지젝의 얼굴 저렇게 크게 하지 않았다면, 이 책은 지금의 절반의 두께로 충분했을 것이다. 종이와 잉크 낭비 그리고 공간의 낭비를 가져온다. 참.... 



이러지말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결코 중립적인 것이 아니며, 어떤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기존 지배 관계에 ‘예‘라고 순종하는 것이다. -슬라보예 지젝 Slavoj Zijek - P76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 <킬빌2>에는 ‘오지심장파열술‘이라는 궁극의 무공이 등장한다. 베아트릭스에게 5개의 점을 가격 당한 빌은 짧은 대화 뒤 다섯 걸음을 떼자 심장이 파열되어 죽는다. 이 장면에서 매혹적인 것은 공격을 당한 시점과 죽음을 맞는 시점 사이에 시차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죽지 않은 그 순간에도 죽음은 이미 확정되어 있다. -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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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1-02-18 09: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따구 책 사면 화딱지 무지 많이 내는 인간입니다. 와, 그중에도 이건 역대급인데요!!

다락방 2021-02-18 10:15   좋아요 2 | URL
와, 펼치자마자 화딱지가 나서 미치겠더라고요 ㅠㅠ 어떻게 이래요 진짜 ㅠㅠㅠ

막시무스 2021-02-18 09: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엔트가 왜 빡쳐서 전투에 나왔는지 이해가 갑니다! ˝나무야! 미안해!˝ㅠ

다락방 2021-02-18 10:15   좋아요 2 | URL
환경문제에 신경써야 한다고 말하는 저자들의 책을 그러나 가장 환경문제 생각 안하면서 만든거죠 ㅠㅠ

미미 2021-02-18 09: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이거 보다가 소름..공백도 그렇지만 사진..참 게다가 사진은 올리렴 가격이 몇 배라던데요. 이 글을 출판사가 꼭 보길 바래요!

다락방 2021-02-18 10:16   좋아요 1 | URL
이택광 사진 넣고 싶었다해도 저렇게 넣을 일이랍니까. 어떻게 저렇게 두 페이지에 걸쳐 얼굴 클로즈업을 해놓습니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잠자냥 2021-02-18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 미쳤어... ㅋㅋㅋㅋ 게다가 이택광 책인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 이 책 대담자가 이택광이라서 패스했는데 ㅋㅋㅋㅋㅋㅋ 아니 진짜 이택광책이넼ㅋㅋㅋㅋㅋㅋㅋ feat.지젝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2-18 10:16   좋아요 0 | URL
도서관에서 빌려봤기에 이정도로 쓴거지 제가 돈 주고 산 책이었으면 이거보다 더 깠을 것 같아요. 어휴.. ㅠㅠ

페넬로페 2021-02-18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환경문제에 관심 갖자해놓고 이러다니!
너무 심했어요 ㅠㅠ
저 큰 인물사진은 뭐예요?
보기에 부담스러워요^^
근데 전 사진 밑의 다락방님 멘트 읽고 슬그머니 재미있어서 웃었어요
이 분위기에 이러면 안되는거죠?

다락방 2021-02-18 10:40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저걸 저자들도 좋아했을까요? 저렇게 두 페이지에 걸친 자기 사진을? 환장할 노릇입니다. ㅠㅠ 저는 제 얼굴 저렇게 박아놓으면 너무 싫을 것 같아요 ㅠㅠ

이 분위기에 이러면 안되는 게 어딨습니까! 웃으세요! 웃음이 난다면 웃으시면 됩니다! ㅋㅋㅋㅋㅋ

로제트50 2021-02-18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어 본 사람으로, 편집에서 아쉬웠어요.
지젝의 말인지, 이택광의 말인지 구분안되는 곳도 몇군데 있었고...


다락방 2021-02-18 11:04   좋아요 0 | URL
지젝한테 원고료 많이 줘야 돼서 부러 저렇게 만든걸까요? 너무 어이없어요 ㅠㅠ

persona 2021-02-19 1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얼굴에 관심있는 건 아닌데요 ㅋㅋㅋ

다락방 2021-02-19 21:02   좋아요 1 | URL
그러니까요 ㅠㅠ 깜짝 놀랐잖아요 ㅜㅜ

감은빛 2021-02-21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래서 책을 사기 전에 출판사도 꼼꼼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 책 편집 디자이너는 정말 해도해도 너무 심하네요.
이 정도면 지면 (종이)낭비 부문으로는 대상을 줘야 할 것 같아요.

다락방 2021-02-21 21:25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이게 대체 뭐하는거에요. 종이한테 너무 미안하잖아요. 이택광 사진 쓴거 보면 잉크도 너무 아까워요 ㅠㅠ
 
밀크맨
애나 번스 지음, 홍한별 옮김 / 창비 / 2019년 10월
평점 :
품절


여자는 열여덟살이다. 길을 걸으며 책을 읽는 것이 그녀가 좋아하는 일인데 나중에야 그 일이 다른 사람들에게 이상하게 보여진다는 걸 알게 된다. 여느날처럼 걸으면서 책을 읽다가 '밀크맨'이 옆에 차를 대며 태워주겠다고 한다. 그녀는 거절했지만, 그 뒤로도 그는 예고도 없이 그녀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조깅을 하던 중이기도 했고 프랑스어 수업을 듣던 중이기도 했다. 그는 그렇게 갑자기 나타나서 말을 걸고 또 갑자기 사라진다. 그런 그녀는 신경줄이 팽팽해진다. 외출을 하면서도 혹시 여기서 나타나지 않을까 저기서 나타나지 않을까 두리번거리고 겁을 먹게 되고, 그가 자신의 어쩌면-남자친구(그러니까 확실한 남자친구는 아니고 공식적인 관계도 아니지만 비슷한 관계)에게 자동차 폭발 사고가 일어난다고 암시하기까지 한 마당에 그녀는 두렵다. 어쩌면-남자친구에게 운전하지 말라고 하지만 어쩌면-남자친구에게 그 말은 생뚱맞다. 그녀와 밀크맨이 함께 있는 그 잠깐 동안의 모습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그것은 부풀려져서 전해진다. 그녀는 그가 타라고 한 차에 탄 적도 없는데 그를 따로 만난 적도 한 번도 없는데 오히려 예상치 못한 곳에서 기습적으로 그가 찾아올까봐 두렵기까지한데, 사람들은 그녀에게 유부남이면서 나이 차이도 많이 나고 반정부 영웅인 그의 정부라고 소문을 낸다. 그녀의 엄마조차도 그가 영웅인 것이 멋져보이겠지만 그러나 그의 세컨드가 되면 안된다고 그녀에게 지청구를 늘어놓는다. 그녀는 자신이 어떤 말을 해도 사람들의 귀에 닿지 않을 것임을 알지만 그래도 엄마가 하도 걱정하는 통에 엄마 그게 아니야, 나는 그의 애인이 아니야, 나는 그를 멋지게 생각하지도 않아, 그가 내가 같이 있는 모습이 왜 목격되었느냐면, 그가 갑자기 나를 그 자신이 원할 때에 찾아오기 때문이야, 우리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런 관계가 아니라고, 말을 하고 엄마가 자신의 편이 되어주길 바랐지만, 그녀의 말을 듣고 엄마는 그녀에게 '거짓말'이라고 화를 낸다. 엄마는 믿어야 하는 딸의 말을 믿는 대신 자신이 믿는 바를 확고히 한다. 그것이 설령 사실이 아닐지라도.



여자는 이 일에 대해 사람들에게 말할 수 없음을 안다. 어쩌면-남자친구에게도 또한 가족에게도. 모든것이 그녀의 잘못으로 여겨지리라는 것이 자명한 사실이기 때문에. 누가 너더러 길을 걸으면서 책을 읽으랬니, 그거 이상하다고 예전부터 말했잖아. 사람들은 네가 밀크맨과 관계있는 것보다 걸으면서 책을 읽는 걸 더 이상하게 생각해. 누가 너더러 프랑스어 공부하러 다니라고 했니, 조깅은 왜 혼자 나간거니, 거기를 왜 혼자 걸었니 등등. 그녀는 그로 인해 두렵고 행동에 제약을 받고 이 모든 것 때문에 신경줄이 팽팽해져 어쩌면-남자친구와 다툼도 잦아진다. 그렇지만 만약 이 일에 대해 누군가에게 말한다면 그녀의 경험부터 두려움까지 이해받지 못할 뿐더러 축소될 것이 분명하다.



왜 그렇게 두려워하는데? 그가 너를 때렸니? 라고 묻는다면 '아니' 라고 대답해야 하니까. 그러면 그가 너를 만졌니? 라고 물어보면 또 '그건 아니야' 라고 말해야 하니까. 그렇다면 대체 왜그래. 뭐가 두려워, 뭐가 겁나, 왜 피해 의식에 사로잡혀있는거야, 네가 너무 예민한 거 아니야? 그가 너를 만진 것도 아니라며, 라는 말들 앞에서 그녀는 뭐라 답할 수 있을것인가. 분명 나는 그를 피하고 싶고 그를 만날까봐 두렵고 집 밖으로 나서는 것도 걱정되고 집 안에서조차 혹시 그가 나를 보지 않을까 미칠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났다고 그러는거야, 할테니까.



서서히 피해자를 잠식해가는 가해자의 모습을 보는 건 피해자 뿐이다. 오히려 가해자는 세상에 알려지길 정부에 반하는 영웅이다. 만약 이 상태 그대로 피해자가 '그 때문에 두렵다'고 세상에 밝혔다면 '도대체 피해가 뭐기에 그러느냐, 그런 사소한 일로 한 남자의 인생을 망치지 말라'는 말을 들을 것이다. 그것이 성폭행이냐, 네가 당한건 희롱 축에도 못끼지 않냐, 고 피해자도 아닌 제삼자들이 피해자가 당한 일의 경중을 재려들 것이다. 분명 세상이 손가락질하는 것은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가 될것이다. 그것이 네 피해의 전부이냐고, 그런것을 성폭력으로 퉁칠 수 있냐고, 그것은 아니지 않냐고, 피해자가 아닌 제삼자들이 입을 모을 것이다. 그 남자가 세상을 위해 한 일이 있는데, 너같은 여자와 단지 말을 섞었을 뿐인것 가지고 성범죄자가 되어야겠냐고, 그것이 정말 너와, 네 가족과, 이 지역과, 이 나라를 위한 일이냐고 손가락질 할것이다. 가해자가 그녀를 만진 것도 아니니까, 때린 것도 아니니까, 성기를 삽입한 것도 아니니까, 그러니까 너는 피해를 당한건 아닌데 피해를 당했다고 호소하고 있으니까, 그렇게 너는 한 남자의 인생을 바닥으로 내팽개치고 있다고, 그것이 도대체 누구를 위한거냐는 비난의 말들이 피해자에게 쏟아질테니까, 그녀는 침묵한다. 침묵은 그녀를 약하게 만들고 침묵은 어쩔 수 없이 그의 차에 타게 만든다. 아무런 약속 없이 불쑥 나타났던 가해자는 이제 그녀와 약속하고 만나는 사이로 성큼 자리할 수 있게 된다. 어떤 피해는 대의를 위해 눈감아야 하는가? 한 여성을 바닥으로 내팽개치면서 좇아도 되는 대의라는게 있는건가?


좆같아 진짜...




'애나 번스'의 밀크맨은 한 피해자가 어떻게 가해자에게 휩쓸려가는지를 잘 보여준다. 피해의식에 사로잡힌다는 건 실제 피해가 존재했다는 걸 의미한다. 피해자는 고립되어지고 그녀는 서서히 기운이 딸리고 있다. 그것이 이 이야기를 중심에서 잡아나가면서 그러나 소설 밀크맨은 한 늙은 남자가 한 어린 여자에게 접근해 자기 뜻대로 하려는 것만 보여주는 이야기는 아니다. 문제있는 여자들이라 불리는 페미니스트들과 사람들에 대한 감시와 부풀려지는 소문들과 이루지 못한 사랑과 드러내면 안되는 사랑까지 다 담겨있다. 문체도 특이하고 내용은 탄탄하다. 때로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으려는 작품들을 읽노라면 작가가 감당하지 못할만큼 욕심을 부렸네,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애나 번스에 대해서라면 전혀 그렇지 않다. 이 이야기들을 이렇게 자연스레 녹여낼 수 있다는 것이 대단하다. 나는 밀크맨을 한 번 더 읽을 것이다.



소설의 처음부터 애나 번스는 밀크맨을 죽이고 시작한다. 그 점이 고마웠다. 내가 죽이고 싶었는데 이미 죽여줘서 고마웠다. 때로 작가들은 이런 식으로 해야 할 일을 한다.



"너희 둘은 미쳤어." 언니가 말했다. "꽉 막힌 통제광들. 항문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강박적 미치광이들- 아니 대체 어떤 미친 새끼가 달리기를 하지?" - P30

어쩌면 우리 관계가 ‘어쩌면‘ 단계이기 때문에 참을 수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내가 공식적으로 그애와 같이 사는 건 아니고 우리가 공식 커플은 아니니까. 우리가 정식 관계이고 공식 커플로 같이 산다면 내가 가장 먼저 하게 될 일은 떠나는 것일 수도 있었다. - P63

이데올로기적 대의에 헌신한 사람들이 항상 대의를 위한 행동만 하지는 않는다는 건 나도 알았다. 개인적 편향, 이상한 변칙, 주관적 해석을 앞세우기도 했다. 미친 사람들도 있었다. - P241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불신이 너무 강해서 나를 도와주고 지지하고 위로해줄 사람이 있었을 텐데도 친구를 만들고 지원을 끌어낼 수 있었을 텐데도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사람들을 못 믿었고 나 자신을 못 믿었고 나한테 도움을 구할 자격이 있다는 생각을 못했기 때문에 기회를 놓쳤다. 하지만 그때에는 정신을 붙잡고 추스르는 게 내 최대 목표였고 그곳에서는 다른 사람들도 제각기 정신을 붙잡고 추스르려 애쓰고 있었으니, 어쩌면 나로서는 도움이나 위안이라는 개념을 알아차리거나 이해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이 나에게 접근하기는 했고 그중 몇몇 사람은 믿을 수 있는 사람이고 정말 좋은 뜻으로 그랬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나는 계속 움츠러들었는데, 두려움과 고집 때문만은 아니었다. 여전히 나는 무엇이라도 사람들에게 말할 만한 일이 있는지 아닌지조차 확신을 못하고 있었다. - P256

그런 식으로 일이 이루어졌다. 밀크맨이 아주 조금씩 접근하고 잠식하고 육식동물처럼 슬금슬금 다가왔기 때문에 뚜렷하게 집어 말하기가 힘들었다. 여기에서 조금, 저기에서 조금, 어쩌면, 어쩌면 아닌지도, 아마도, 모르겠다. 계속적인 암시, 상징, 재현, 은유가 있었다. 내가 받아들인 의미가 그가 의도한 것일 수도 있지만 아니었을 수도 있었다. 밀크맨이 한 말을 액면 그대로 놓고 보거나 각 사건을 따로 떼어 묘사한다고 해보자. 아무리 애써 말로 전달해봤자 별것 아닌 일이 될 것 같았다. - P257

"페기가 그 사람의 가슴을 찢어놓고 하느님에게로 가버리자 그 사람은 페기를 잊고 다른 사람하고 결혼하지는 않겠다고 해서 다른 모든 여자들의 가슴을 찢어놓았어." 그래놓고도 그는 계속 잘생겼다. - P359

여자들이 아무개 아들을 때려눕혔다. 아무개 아들의 행동 때문도 아니고 권총을 휘둘렀기 때문도 아니고 누군지 빤히 아는데도 복면을 쓰고 다녀서도 아니고 나, 여자, 그들의 자매 중 한명을 위협해서도 아니었다. 그런 게 아니었다. 남자이면서 여자 화장실에 들이닥쳤기 때문이었다. - P439

우리는 작은 대문을 열고 닫고 할 것도 없이 작은 산 울타리를 훌쩍 뛰어넘었고 나는 초저녁의 빛을 들이마시며 빛이 부드러워지고 있다는 것, 사람들이 부드러워진다고 부를 만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저수지 공원 방향으로 가는 보도 위로 뛰어내리면서 나는 빛을 다시 내쉬었고 그 순간, 나는 거의 웃었다. - P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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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as 2021-02-04 10: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정말 다시 읽고 읽고 또 읽어도 재밌을 책이예요. :):):) 밀크맨 새벽에 다 읽고 왠지 좀 두근두근 하면서 한숨을 쉰 기억이 나요 :):)

다락방 2021-02-05 07:42   좋아요 1 | URL
문체도 좋았어요. 다 좋았어요. 저도 시간이 좀 지난 뒤에 다시 읽고 싶어요.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 좋다고 말하는 책은 정말 좋은 책일 확률이 높다고 밀크맨 을 읽으면서 생각했어요. 후훗.

잠자냥 2021-02-04 10: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 미친 스토커 놈이 아주 그냥 주변에서 서성이면서 서서히 압박해 오는 거 정말 미치고 대환장.... 정말 죽여줘서 얼마나 고맙던지요. 이 작품 작가의 경험이 담긴 것 같은데, 작가가 정말 끔찍했을 거 같아요. -_-

다락방 2021-02-05 07:43   좋아요 1 | URL
처음부터 죽이고 시작해서 너무 좋았어요. 안그랬으면 읽는 내내 너무 쫄려서 심장이 터졌을거에요 ㅠㅠ
진짜 밀크맨 이야기도 너무 좋았어요. 남들이 뭐라 하든 자기 생각으로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돕는 것도 좋았고 그래놓고도 계속 잘생긴것도 좋았고요 ㅎㅎ

페넬로페 2021-02-04 11: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으며 숨이 막히는 기분이란 이런것일까하며 읽었어요~~
만약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다연!
누군가를 쉽게 비난할 수 없는 이유가 이 책에 있었어요^^

다락방 2021-02-05 07:44   좋아요 1 | URL
맞아요 숨이 막히죠. 이렇게 한 사람의 삶은 지배당하고 있는데 누군가에겐 이렇다 말할만한 게 없다 생각하게 되니 여자의 삶이란 대체 뭘까...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정말 좋은 독서였어요, 페넬로페님.

공쟝쟝 2021-03-08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흡.. 밀크맨... 짱이였어요... 😭 근데 다락방님 말대로 작가님이 욕심 잔뜩 부렸는 데 욕심 고마운 느낌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