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리스타트 - 생각이 열리고 입이 트이는
박영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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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지식은 단지 앎에 그치지 않고 삶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이어야만 한다.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 있어서 어렵고 힘든 일에 맞딱드리면 지혜롭게 해결하고 싶어한다.

그렇다고 단순히 일반적인 상식을 가졌다고 해서 상식이 적용된 삶을 살아간다고는 할 수 없다.

우리에게는 일반 상식을 넘어선 그 이상이 필요한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인문학이다.

즉, 우리에게 인문학은 매우 중요하며, 우리는 인문학이란 끈을 놓고 살아선 안 된다.

그 인문학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이 있으니 바로 『인문학 리스타트』이다.


저자, 박영규는 '역사 대중화의 기수', '실록사가'라는 찬사를 받은 대중 역사 저술가로 누적 200만 부 판매를 기록한 밀리언셀러인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을 출간한 이후 『한 권으로 읽는 고려왕조실록』, 『한 권으로 읽는 신라왕조실록』『한 권으로 읽는 대한민국 대통력실록』, 『한 권으로 읽는 일제강점실록』 등 20여 년간 9권의 「한 권으로 읽는 실록」 시리즈를 펴냈다.



인류생존의 세 가지 도구


경제와 정치를 모르고서는 인문학의 본질을 이해할 수 없다. 경제는 인류생존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학문의 뿌리이고, 정치는 경제를 조정하는 모든 행위이며, 경제와 정치의 총합이 곧 역사이기 때문이다.


책에서도 나와있듯이 인간이 지닌 모든 지식은 근본적으로 생존도구가 된다.

그 지식을 전달한 도구가 바로 '문자'였다.

즉, 인간은 지식을 학문으로 전환하기 위해 문자를 발명했다고 할 수 있겠다.

인문학을 대표하는 학문은 역사, 철학, 종교이지만 책에서는 경제와 정치부터 이야기를 꺼낸다.

앞서 서평 썼던 『코로나 이후 불황을 이기는 커리어 전략』을 읽다보면 우리에게 얼마나 경제가 중요한지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는 인류생존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학문의 뿌리이며 경제와 정치의 총합이 곧 역사이기에 저자는 경제, 정치, 역사를 인류의 생존도구라 규정한 것이다.



삶에 대한 기록, 역사


역사란 기본적으로 인간의 삶 자체이자 그 삶에 대한 기록이다. 역사는 인류의 생존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그래서 삶이란 생존활동을 전제할 수밖에 없다. 또한 이것은 역사가 경제에 바탕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앞서 말했듯이 경제와 정치의 총합이 곧 역사라 했는데 인류 역사를 '채집시대-농업시대-공업시대-상업시대-지식시대'로 나눌 수 있겠다.

해당 부분에서는 각 시대별 특징애 대해 매우 상세히 서술되어 있다.



사실, 인문학에서는 종교와 철학이 '주'인만큼 이를 빼놓을 수가 없다.

책에서는 우리의 삶에 왜 인문학이 필요한지 그 필요성에 대해 이유를 들고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니 느꼈던 것 중 하나가 꼭 '역사책'을 읽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정리를 하고보니 그 느낌이 들었다면 제대로 읽은 듯하다.

서평을 작성할 때는 당연히 주관적인 생각과 사연이 80% 이상이 들어가기 때문에 예민한 부분은 신중을 기해서 작성하는 편인데 종교 부분은 나름의 생각을 적다보니 의견이 갈릴 것 같아 이 부분은 쓰고선 과감히 지웠다.

특히나 공감했던 부분이 있다면 나는 꼭 인문학을 읽는다고 해서 종교와 철학과 관련된 책만 읽지 않는다.

이는 인문학이 매우 한정된 범위라 가정하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것 그 이상이기에 평소 내가 인문학 저서를 읽고 서평 쓴 것을 보면 굉장히 넓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복잡하고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인문학을 멀리 할 필요는 없다. 꼭 종교, 철학에 해당되는 것만은 아니기에 『인문학 리스타트』처럼 종교, 철학을 넘어 경제, 정치, 역사의 중요 지식들을 책 한 권으로도 충분히 그리고 쉽게 습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는 우리의 '삶의 질'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으니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인문학은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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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 입문 니체 아카이브
베르너 슈텍마이어 지음, 홍사현 옮김 / 책세상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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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철학은 한 번 읽는다고 해서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는 분야이다. 읽으면 읽을 수록 느낀 바가 달라지는 참 신기한 영역이다.

이전에 읽은 책에서 부분적으로 나온 니체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고 언젠가 그의 철학에 대해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막연하게 있었는데, 제목에 이끌려 곧장 읽게 되었으니 바로 『니체 입문』이다.


저자, 베르너 슈텍마이어는 1946년 독일에서 태어나 그라이프스발트대학 철학과 교수를 지냈으며 국제적으로 이름난 니체 학술지 <<니체 스튜디엔>>의 편집자이자 공동발행인이다.

니체, 데리다, 레비나스 등에 관한 수많은 책과 논문을 집필했다.



친할아버지, 외할아버지 그리고 아버지가 목사였던 니체는 첫째 아들로 태어난다.

니체는 어린 시절부터 엄숙하고 진지해 소년 시립초등학교에 함께 다녔던 급우들이 그를 '어린 목사'라고 불릴 정도였다고 한다.

이후, 니체는 학교를 옮겨 피아노 수업을 받게 되었는데 그의 피아노 연주 실력이 굉장했다고 한다.

그로부터 몇 년 후, 니체는 수업료 면제를 받으며 다닐 수 있었던 수도원을 마다하고 '돔 김나지움'에 다니게 된다.

창의성이 높았던 그는 혼자서 무언가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강렬한 욕구가 있었다고 전해지는데 그는 내면적으로 매우 고독했다고 한다.

휴학할 정도로 심한 두통을 앓았으며 이후 증세가 악화돼 정신착란으로 쓰러지기 전까지 평생 반복되었다고 한다.

수학에 매우 취약했던 반면에 그리스어와 라틴어 논문에서는 뛰어난 실력을 보였다고 한다.

여기까지만 봐도 니체는 굉장히 생각도 많고 (내면적으로) 고독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니체는 학문으로서의 철학에 요구되는 것은 학문적 객관성과 보편타당성을 위해 모든 개인적 요소는 뒤로 물러나야 한다는 원칙을 과감하게 파괴했다.

자신의 삶을 철학적 방식으로 행해지는 '큰 해방'으로 해석했고 깊이 묶여있던 인식의 속박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볼 수 있었던 것이 그의 삶이었다.

이를 믿었기에 포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 또한 그는 알고 있었다.

철학의 과제란 벗어남에 있는 것으로, 끝없이 몰려드는 새로운 믿음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자유로운 정신'이 되는 법에 대해 배우는 것이다.

책을 참고하자면, 여기에 기여했던 원인이 그의 병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기에, 이 부분은 재독한 후에 또 다시 리뷰를 쓸 예정이라 그 때 나의 이야기와 함께 보따리를 풀어보겠다.)

이후, 그의 저서를 보면 짐작할 수 있듯이 그는 아픈 상태라는 것을 일반화하여 모든 철학자는 생리적으로는 아니더라도 도덕적으로 이미 아픈 상태 혹은 여전히 아픈 상태에 있다고 전제시키다.

철학자들은 병들어 있으며, 또 병이 들어 아프기 때문에 철학 한다는 것이다. 즉, 존재에 가까운 것이 아니라 아픈 상태에 가깝기 때문에 철학을 한다고 보는 것이다.

니체만의 방식으로 풀어보자면 철학자는 의사이다. 그 스스로도 시도해보았듯이 일차적으로는 자기 자신의 의사라 할 수 있겠다.

니체는 죽음의 문턱에 몇 번이나 갔을 정도로 아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과제, 즉, 삶의 과제 역시 부여받았다.

의학적으로 완치될 수도 없다. 육체적으로는 정상적인 삶을 방해받고 정신적으로는 극도의 우울을 야기하는 고통을 그의 철학에 있어서 의미 있고 유익하게 만드는 것, 이를 통해 삶을 살아간다고 말할 수 있겠다.


모든 인식, 모든 앎, 모든 지혜를 고독으로부터 생각해내는 것, 그리고 그 조건들을 모든 개체가 자신의 특수한 실존에 따라 "내던져져" 있는 피할 수 없는 고독 속에서 찾아내는 것이다.


니체의 철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니체의 '안으로' 들어가야만 했다.

책 읽는 방식은 저마다 다를 것이다. 나는 단순하게 읽고선 느끼는 것만으로 끝이 아니라 모든 책을 읽는 데에 있어서 경험담까지 연결시키며 굉장히 깊게 고찰하기 때문에 인문서를 읽을 때면 굉장히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특히, 그의 철학적 글쓰기 형식에 대해서는 재독하고 난 후의 리뷰에서 자세히 다룰 예정인데 한 번 읽는 것으로는 부족하여 곧장 재독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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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투스 - 인간의 품격을 결정하는 7가지 자본
도리스 메르틴 지음, 배명자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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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에서 마주친 한 줄』


최정상 리그에서 성공하고 싶으면 반드시 명심해야 할 세 가지 새로운 트렌드를 사회학자들이 정리했다. 첫째, 조용한 부. 둘째, 눈에 띄지 않는 소비. 셋째, 애써 과시하지 않음으로써 과시하기. 이 세 가지를 지키는 사람은 빛나지 않음으로써 빛난다.


오늘날에는 우수한 사람이 아니라 더 빠른 사람이 이깁니다. 그러니까 너무 오래 고민하지 말고, 적합한 제안이 있을 때 과감하게 받아들이고 자신 있게 더 많이 자기 자신을 믿어야 합니다. 그리고 “왜 할 수 없는가?”를 끊임없이 찾는 대신에 “왜 이것을 해야 하는가?”에 집중해야 합니다.


아비투스의 변화는 언제 어디서나 가능하다. 가족 중에서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 당신뿐인가? 몸에 밴 특유의 분위기가 우아한 해결책만큼 중요하게 여겨지는 분야에서 일하는가? 최정상으로 가는 좋은 길에 있지만 아직 뭔가 부족한 기분이 드는가? 최정상의 인물들과 같은 높이에서 활동하고, 자기계발에 끝이 없음을 깨닫는가? 당신의 관심사가 무엇이든, 어떤 야망을 품었든, 당신이 최고라고 여기는 바로 그것을 꼭 실현하기를 바란다.




『하나, 책과 마주하다』


아비투스가 삶, 기회, 지위를 결정한다.


아비투스란, 세상을 사는 방식과 태도를 말하며 인생 설계부터 사고 및 생활방식, 말투, 사회적 지위, 성숙한 삶 등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는 모두에게 아우라처럼 감싸져 있지만, 일부에게 날개를 달아주기도 하고 일부에게는 날개는 커녕 날아오르지 못하게 방해물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미 방해물이 되어버린 혹은 아직 날개를 달지 못했다는 가정하에, 어떻게 아비투스를 바꿀 수 있을까?


앞서 말했듯이, 아비투스는 사회적 지위의 결과이자 표현이기에 우리의 사회적 지위가 자연스레 드러나게 된다.

인간은 공평한 조건하에 태어나지 않는다. 각자 다른 조건을 가지고 삶을 시작하기에 누구는 많이 또는 누구는 적게 성공에 유리한 아비투스를 몸에 익히게 된다.

소위 상류층의 아비투스가 더 많은 명성을 얻게 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모든 것이 돈으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의미있는 삶, 영향력 등에 다른 조건들이 돈만큼, 그 이상의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에 우리는 이를 눈여겨보는 것이 좋다.

남들과 구별 짓고 돋보이게 할 수단으로 크게 심리자본, 문화자본, 지식자본, 경제자본, 신체자본, 언어자본, 사회자본이 있다.

이 모든 자본들이 아비투스에 영향을 미치며, 이를 다양하게 가질수록 날개를 달고 높이 올라갈 수 있게 된다.


【심리자본】

늘 같은 곳에 머물지 마라

회복탄력성의 중요성

긴장을 드러내지 말고 불평하지 마라

야심이 가능성을 만든다

관대함이 품위와 부를 끌어당긴다

높은 목표는 안전한 환경에서 만들어진다

올바른 품성이 성공을 유지시킨다

죽은 후에도 성공은 남아야 한다


【문화자본】

가장 갖기 어려운 자본

지위가 취향을 결정한다

프라다와 샤넬 대신 유기농과 자전거

프랑스어, 피아노, 축구 vs 그리스어, 바이올린, 골프

격식과 무례함

세계를 집으로, 지역을 고향으로

소탈해 보이는 기술

날개를 펴고 날아오르되, 뿌리를 인정하라


【지식자본】

좋은 교육의 중요성

생각보다 더 중요한 졸업장

지식이 능력이 될 때까지

나는 무엇에 심장이 뛰는가

폭넓은 관심이 시야를 넓힌다

창의성은 신의 선물이 아니다

남들이 모르는 정보에 접근하라

모든 차원에서 지식을 확장하라


【경제자본】

모두가 ‘아직 부족하다’

아무튼, 돈이 없으면 불행하다

돈을 다루는 방식이 품격을 결정한다

돈은 명품가방이 아닌 자유를 선사한다

백만장자처럼 생각하라

이웃집 부자는 고급 SUV를 타지 않는다

다른 6가지 자본을 얻기 위한 소비

지원을 받되, 지원에 의존하지 말 것

위로 도약하려면 우선 자립부터 해야 한다


【신체자본】

인생은 외모가 출중한 사람에게 유리한 게임

적당히 느슨하게 혹은 빈틈없이 단정하게

과시와 지위 상징은 필요 없다

자연스러운 주름의 미덕

진정한 보스는 마라톤을 즐긴다

당신의 신체를 가장 소중한 자본으로 대하라


【언어자본】

내가 쓰는 언어가 내 지위를 드러낸다

무엇을, 어디까지, 어떻게 말해야 하는가

말하지 말고 보여라

구체적으로, 호의적으로, 해결 지향적으로

내용은 명료하게, 목소리는 정중하게

우두머리와의 스몰토크

언어적 공간 확보

나와 타인의 가치를 동시에 높여라


【사회자본】

타고난 출신을 받아들일 것

주변 사람이 당신을 완성한다

무리에 자연스럽게 소속되는 기술

패거리와 한통속 혹은 동맹과 커뮤니티

연락처 개수보다 중요한 것

뒤에서 밀어주는 손, 멘토

영향력을 원하면 눈에 띄어라

권력, 지위, 가시성: 영향력이 미치는 범위

위로 도약하려면 관계를 만들어라


여태껏 올린 서평들 중에서 습관과 관련된 인문서를 소개한 적이 꽤 있는데, 이 책은 좀 더 넓게 볼 수 있는 책이라 할 수 있겠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이 책에 대해서는 분명 호불호가 있을 것이라 짐작해본다.

물론, '정상'을 향한 다양한 조건들을 소개해주곤 있지만 처음부터 편향된 의견이 있는지라 고개를 끄덕이기에는 살짝 무리가 있어보인다.

그러나 앞서 소개한 자본들은 살펴보았으면 좋겠다.

평소 목차를 기입하진 않지만 (가끔씩 쓰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에도 일부러 목차를 써놓았다.

심리자본부터 사회자본까지, 이를 다양하게 가지는 것은 분명 우리의 삶에 굉장한 '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높이 오르고자 한다면 지금의 수준에서 안주해선 안 된다. 더 높게 도약하기 위해 더 넓게 사고하고 행동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세계정신은 우리를 붙잡거나 옥죄려 하지 않고, 우리를 한 단계 높이고 한 단계 넓혀준다. _헤르만 헤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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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안 한다고요? 드러누워 자라는 중입니다 - 사춘기 자녀를 이해할 수 없는 부모들에게 행복한 성장 4
엘리자베트 라파우프 지음, 유영미 옮김 / 갈매나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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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아마 모든 부모들은 우리 아이만큼은 사춘기가 오지 않거나 설령 사춘기가 오더라도 조용히 지나가기를 소망할 것이다.

과연 이 소망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경영학이 주전공이지만 경영학에서 심리학으로 전과를 할까도 생각했었다.

그만큼 심리학에 관심이 높아 심리학 강의를 일부러 수강하기도 있는데 당시 배웠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사춘기를 겪는 아이들의 심리였었다.

사춘기가 올 때면 더러 미운 나이대라고도 부른다.

크건 작건 간에 아무런 일탈없이 조용히 넘어가는 아이들이 있는가 반면에 크게 어긋나는 아이들도 있다.

앞서 말했듯이 사춘기가 오지 않겠으면 좋겠지만 이게 부모 마음대로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춘기는 흔히들 생각하는 '성장통'이 맞다.

부모의 품을 벗어나 나아가는 성장과정 중 하나로, 사춘기를 겪는 아이의 목표는 바로 어른이 되는 것이다.


부모님은 물론 나 스스로도 알다시피 난 다행히도(?) 사춘기가 없었다.

지루하다 생각될 정도로 바른 생활을 실천하며 살아왔기에 지금껏 일탈이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다.

나와는 달리 동생들은 반짝 사춘기가 찾아왔었다.

어쩌면 맞벌이하시는 부모님을 대신해 동생들을 케어하다 보니 사춘기가 올 수 없는 환경이기도 했고 혹시 사춘기라는 시기가 분명 찾아왔음에도 불구하고 혼자서 억누르지 않았을까 짐작해본다.

언니(누나)가 하나부터 열까지 다 케어해주니 동생들에게 사춘기가 덜컥 찾아왔을 때 꽤나 스트레스를 받았었는데 (사춘기를 무탈하게 지나가게 해줄) 당시에 정말 효과적인 방법이 하나 있었다.

돌이켜보면 나 또한 어린 아이에 불과했기에 그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어서 그런 방법을 자연스레 터득했는지도 모른다.

이 방법은 검증된 방법이기에, 내가 직접 동생들에게 해보았기에 꼭 추천해주고 싶을 정도인데 바로 '(아이의 말에) 경청하는 것'이다.

들어주는 것?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겠지만 그 때 아이들에게 귀를 기울이는 것과 기울이지 않은 것의 차이는 분명 있다.

이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는데 단순히 들어주는 것이 아니다.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마음을 다해 경청하고 그 자세 또한 매우 세심해야 한다.


사춘기는 무조건 미운 시기인 것일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사춘기로 인해 내재되어 있던 천부적인 재능이 드러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사춘기라는 선에서 크고 작은 일탈을 통해 스스로 아파보기도 하고 스스로 깨닫기도 하는 것이다.

이전에 한 리뷰에서 중학생 L군을 과외한 적이 있다고 얘기했던 것 같다.

방학 동안 잠깐 L군에게 영어를 가르쳤었는데, 당시 L군이 사춘기였다.

L군 스스로도 돌이켜보면 피식 하고 웃겠지만 할 때는 엄청 열심히 하긴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으면 모든 것을 놓아버렸다.

그리곤 그 시기의 아이들처럼 약간의 폭력적인 성향도 드러나긴 했었는데 L군과 자주 얘기를 나누다보면 딱 느껴지는 것이 굉장히 어른스러운 척을 했었다.

뭐랄까, 내일이라도 어른이고 싶어했다.

물론, 선생님이라고 부르긴 했지만 '누나'가 아닌 '하나'라고 부르고 싶어했고 말이나 행동 또한 '나 어른이다!'를 시전했었다.

근데 얘기 나누다보면 영락없이 아가다. 아가아가하다.

매번 시간 내에 나오지 못하고 2-30분은 항상 늦게 나온 것이 뭔가를 하염없이 말하고 싶어했었다.

L군 부모님께서도 L군의 사춘기로 인해 꽤나 골치 아프다고 하셨었는데 L군에게 필요한 부분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L군 모르게 문자를 보냈었다.

그렇게 L군이 개학하고나서 어머님과는 연락할 일이 없었는데 서너달 후에 문자가 왔었다. 사이가 많이 좋아졌다고, 조언 감사하다고.

그 때, 든 생각이 바로 '경청'의 중요성이었다.


1 그 나이에 부모가 멋있다고 생각한다면 서른 살에나 사춘기를 겪겠군! ― 반항, 시도, 가능성

2 엄마, 그냥 꺼져버려! ― 욕설, 자해, 이중성

3 밤이 날 애타게 부르는데 집에만 있으라고? ― 통금, 일탈, 불응

4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고 싶었을 뿐인데 ― 불화, 가출, 진심

5 하고 싶은 건 다 할 수 있는 세상인데 왜 시간을 낭비하냐고요? ― 땡땡이, 태만, 현재

6 사실대로 말할 수 없어요, 도저히! ― 거짓말, 신뢰, 통제

7 드러누워 자라나는 중이라고요 ― 성적, 잔소리, 인정

8 아니, 사 줘놓고 왜 쓰지 말라고 하는 거야? ― 스마트폰, 인터넷, 규칙

9 냄새나니까 저리 꺼져! ― 따돌림, 학교 폭력, 존중

10 어른들은 아무것도 몰라 ― 동경, 자만, 고독

11 잔소리는 이제 그만 좀 하세요 ― 심문, 설교, 질책

12 어른이 되면 술이나 실컷 퍼마셔야지 ― 술, 담배, 마약

13 나만의 가족을 찾을 테야 ― 나쁜 친구, 친한 친구, 이성 친구

14 엄마 아빤 정말 최악이야 ― 모욕, 폄하, 오해

15 그냥 난 관심받고 싶었어요 ― 관심, 희생, 결핍

16 엄마 아빠가 헤어지는 게 제 책임인 것 같아요 ― ‘다름’, 다툼, 죄책감

17 좀 더 잘 알았다면 덜 불안했을 텐데 ― 이차성징, 조숙, 성교육

18 저도 엄마 아빠가 침대에서 무얼 하는지 상관하지 않잖아요 ― 연애, 실연, 첫 경험

19 이모가 우리 엄마였으면 좋겠어 ― 제2의 부모, 소통, 공감

20 날 좀 내버려 둬! ― 구속, 탈출, 이상적 부모

21 제가 너무 얌전하고 반항을 안 해서 실망스러워요? ― 예측 불가, 독립, 새로운 반항

22 지금은 엄마 아빠 때랑 다르다고요 ― 새로운 환경, 걱정, 방향 상실

23 엄마 아빠가 그렇게 했으니까요 ― 이해, 신뢰, 모범


그 때, 그 때 상황에 맞춰 정리가 잘 되어있어 새삼 놀라움을 느꼈다.

언젠가 사춘기를 맞이할, 사춘기를 곧 앞둔, 사춘기를 둔 부모들은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내버려두면 알아서 클 것이란 착각은 절대 해선 안 된다.

아이가 올곧게 자라는 것을 원한다면, 결국 부모도 (아이를 위해) 자녀의 교육 방향성에 대해 꼭 공부해야 함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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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의 역사
자크 엘리제 르클뤼 지음, 정진국 옮김 / 파람북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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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일전에 청계산에 갔다온 적이 있다. 생각해보니 그렇게 등산해본 것이 어렸을 때 해보고선 처음인지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른다.

숲속길 산책은 해봤어도 제대로 된 등산은 처음이나 다름없어 중턱도 못 가 숨 고르기 바빴다.

등산이 이렇게 어지럽고 숨 쉬기 힘든 운동이었던가 싶을 정도로 너무 힘들었는데 그래도 끝까지 올라가겠다는 끈기 하나로 정상에 올랐다.

그 순간, 온몸을 간지럽히듯 살랑살랑 불어오던 바람부터 잘했다고 쓰다듬듯 뜨겁지 않게 비춰주는 햇살에 힘들었던 순간, 순간들이 눈 녹듯 녹아내렸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딱 적당한 날씨였다.

산 중턱에 오르기까지는 심장이 아플 정도로 힘들었는데 중턱을 넘어서 정상에 오를 때까지는 오히려 편안하진 않지만 편안했고 덜 힘들었었다.

등산보다 하산이 가장 무서웠다라는 생각이 크게 박혀 있었는데 어렸을 때 무서운 경험을 했었나 싶었는데 어린 시절에 끌고 왔던 그 감정은 역시나였다.

산의 가파름이 얼마나 무서운지 등산스틱이 없었다면 난 아마 기어내려왔을지도 모른다.

한편으론, 터벅터벅 아무렇지 않게 등산하고, 하산하신 분들을 보며 참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자연의 모든 것을 느낄 수 있는, 산.

올라갈 때 보지 못했던 것들을 내려갈 때는 눈에 한가득 담았다.

포슬포슬한 흙에 뿌리를 내려 하늘까지 곧게 솓은 울창한 나무들, 그 가운데 활짝 핀 꽃들 속에 달콤한 꿀 찾으러 달려온 새하얀 나비.

절대 떨어질 것 같지 않는 바위들이 얼크렁설크렁 모인 가운데 바깥 쪽으로 졸졸졸 흘러내리던 계곡 그리고 바위 옆 나무를 타고 쪼르르 올라가던 청솔모.

키다리 아저씨마냥 키 큰 나무 속에서 느꼈던 맑은 공기, 시원한 바람 그리고 따스한 햇살까지.

수식어 없이, 꾸밈 없이, 말그대로, 참 좋았다.


스위스 산골짜기에서 망명 생활을 하며 산을 온 몸으로 느낀 저자가 펴낸 『산의 역사』는 산의 모든 것이 담겨있다.

산의 기원을 시작으로 산마루와 골짜기, 바위와 결정, 화석, 무너지는 봉우리, 흙더미와 돌더미와 같은 산의 생성 그리고 산에서 느낄수 있는 구름, 안개와 뇌우, 눈과 같은 기후의 변화.

산사태, 빙하, 빙퇴석과 급류를 엿볼 수 있는 산의 변화 그리고 숲과 풀밭에서의 산짐승.

인간들의 산을 향한 숭배 그리고 올림포스 산과 신, 수호신에 대한 이야기가 책 한 권에 전부 담겨 있다.


특정 분야에 대한 역사를 찾아 읽고 있는 중인데 우연하게 눈에 띈 책이 바로 『산의 역사』였다.

처음엔 산과 관련된 이야기라 하면 역시 지리에서 배웠을 때 빼곤 접해본 적이 없어 살짝 딱딱하게 읽히겠구나 싶었는데 문득 읽으면서 '지리가 이렇게 재미있었던가?'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들었다.

물론, 인문서에 가깝긴 하지만 읽다보면 단순히 지리학자의 관점에서 풀어냈다고 하기에는 딱딱한 면이 크지 않아 지리학자의 관점이 아닌 산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한 사람의 에세이를 읽는 기분도 들었다.


산에 들어오자 금세 기분이 좋아졌다. 바위와 숲 그리고 완전히 새로운 세상 덕에 나는 세상에 홀로 떨어져 있는 듯이 과거를 잊을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내게 새로운 감정이 싹텄다. 산 자체를 좋아하게 된 것이다. 그늘 속에서도 햇빛을 받아들이는 차분하고 늠름한 모습이 좋았다. 푸른빛을 띤 채 빙하를 두르고 있는 그 튼튼한 어깨가 좋았다. 풀밭과 숲과 맨땅이 줄줄이 이어지는 기슭도 좋았다. 멀리 내뻗은 거목의 뿌리처럼, 작은 골짜기마다 개울과 풀밭, 호수와 들판이 힘차게 펼쳐지니 좋았다. 나는 산에 완전히 반해 버렸다. 바위에 붙은 누렇거나 푸른 이끼와 잔디 한복판에서 반짝이는 작은 돌멩이까지도 사랑스러웠다.


연이은 장마로 인해 집에서 혹은 실내에서 휴가를 보내야 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럴 때, 책을 펼치는 게 어떨까.

솔직히 책을 읽고 서평을 남길 때면 무거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가급적 안 하는 편인데 이번 장마로 인해 너무 많은 이들이 피해를 입었고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이들도 있었다.

하염없이 내리는 비에 결국 산사태까지 일어나 안타까운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였는데 한편으론 그런 생각도 들었다.

세상 모든 것에는 '균형'이 있는 법인데 이를 인위적으로 무너뜨리는 행위를 하다보면 결국 무너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저 지금으로선 사람도, 동물도, 모든 생명이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고 더 이상 큰 피해가 나지않기를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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