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의 해부 - 어떤 사람은 범죄자로 태어난다
에이드리언 레인 지음, 이윤호 옮김 / 흐름출판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하나, 책과 마주하다』


공격성은 다른 사람에게서 자원을 가로채기 위하여 이용되며, 자원은 진화론적 경기의 이름이다.

자원은 살아가기 위해서, 후손을 낳고 기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다.


CSI, CRIMINAL MIND, NYPD, CHICAGO PD 등 범죄수사물은 거의 다 챙겨본 것 같다.

영어 공부도 하고 무엇보다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에 지루함이 없어 CSI는 전 시리즈를 몇 번이나 봤을 정도로 에피소드는 다 꿰뚫고 있을 정도이다.

에피소드 중 연쇄살인범을 소재로 한 에피소드를 볼 때면 가끔씩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범죄자의 DNA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 범죄자와 DNA에는 상관관계가 존재할까?






어떤 사람은 범죄자로 태어난다!


저자는 사회학적 관점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 자체가 기본적으로 결함이 있음을 내세우고 있으며 책을 쓴 주요 목적은 세가지다.

첫째, 범죄와 폭력의 생물학적 바탕에 초점을 맞추어 저자와 동료들이 시도한 최근의 흥미로운 과학 연구들을 알리기 위해서다.

둘째, 사회적 요소가 범죄의 발생에 결정적으로 중요함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사회적 요소는 생물학적 요소와 결합하여 범죄를 유발하고 사람이 범죄를 저지르게 하는 생물학적인 변화를 직접 만들어내기도 하기 때문이다.

셋째, 급부상하는 신경범죄학 지식의 실질적 영향을 탐구하고 싶어서이다.





Ⅰ 폭력은 어떻게 진화했는가


*"빛나는 하늘 아래 거대한 광야가 분명하게 드러나듯, 문명화된 시대에도 원시 야만인이나 육식동물과 같이 아직도 낮은 수준의 특성들을 재생산하는, 범죄자들의 본성을 한꺼번에 다 보는 것 같았다."


1871년 11월의 어느 춥고 흐린 아침, 이탈리아 동부의 한 해변에서 생물학적 범죄학의 과학적 연구는 시작되었다.

이탈리아 육군 군의관이었던 체자레 롬브로소는 페사로 지역에서 정신병리학자 겸 교도소 의사로 일하고 있었다.

페사로 지역은 범죄적으로 제정신이 아닌 사람들을 위한 수용시설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악명 높은 칼라브리아 지방 산적인 주세페 빌레라의 부검을 진행하게 되었는데 두개골을 보자마자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면, 빌레라의 두개골 바닥이 비정상적으로 움푹 들어가 있었다고 하는데 이는 두 개의 큰 뇌 반구 아래에 위치한 소뇌가 더 작다는 것을 의미한다.

롬브로소의 이론은 범죄에 대한 기초는 뇌에서 시작된다고 했는데 범죄자들은 큰 턱, 경사진 이마, 외손금과 같은 인간 진화에서 원시적 신체 특성인 '격세유전적 낙인'에 기초하여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허나 이러한 견해서 인해 이후 유대인 박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그가 만든 이론은 사회적으로 재앙이 되었고 롬브로소는 범죄학 역사에서 불명예스러운 존재가 되었다.

물론 20세기에 들어서도 롬브로소식 사고는 좋은 평판을 받지 못하고 있다.

범죄를 포함한 인간 행위에 대해 지금도 영향을 미치는 사회학적 관점으로 대체되었는데, 그렇다면 생물학적인 것에서 사회적인 것으로 어떻게 이동할 수 있었던 것일까?

일단, 범죄란 사회적인 틀이다. 법률로 규정되고 유죄 확정부터 처벌까지 사회·법률적 과정이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여담이지만, 법이 과연 '인간'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인 틀인가 싶을 정도로 의구심이 들 때도 있다.

뉴스에서 보는 흉악범죄 사건들을 볼 때, 직접적인 피해는 없지만 보는 나도 심장이 덜컹 거리는데 지은 죄에 비해 처벌이 매우 낮은 것은 사실이다.

오히려 가해자의 죄를 알리기 위해 피해자의 이름부터 신상까지 유족들이 직접 보여주는 현실부터가 틀렸다.

범죄자의 인권을 보호해준답시고 가해자의 얼굴과 신상은 철저히 가려주는 인권센터의 저의가 의심스럽다.

물론, 이춘재 대신 누명을 쓴 윤성여 님과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필요하지만 죄가 명명백백하게 밝혀진 범죄자들에게는 이미 죄를 지었던 과정에서 인간이길 포기한 것이니 과연 인권이 주어져야 하나 싶다.

몇 달 전, 자신의 여자친구를 말다툼 하던 중에 수차례 폭행해 숨지게 했던 이모씨도 마찬가지다.

모자이크 처리가 되어도 피 흘리는 게 다 보일 정도인데 피 흘리는 사람을 질질 끌고 다녔다는 것은 명백히 살인행위였다.

오죽했으면 유족들이 이름과 사진을 공개했겠는가.

무기징역받을 일도 없고 분명 징역살이도 얼마 안 하다 출소될텐데 또 이러한 범죄를 안 저지를거란 보장은 없다.

살인죄, 살인미수죄에 해당하는 범죄자들을 분명 신상공개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음주운전 또한 마찬가지다.

결국 초범이란 이유, 술을 마셨다는 이유 등 여러 핑계로 결국 양형 판정받은 이들을 보면 대한민국 현실이 참 씁쓸하다.


그렇다면 사회적인 틀에 어떻게 생물학적이고 유전적인 요인이 끼어들 수 있을까?

확실히 사회적 인과론이 범죄에 중추적이어야만 하는가?

이 논쟁으로 사회학적·사회심리학적 관점은 범죄에 대해 거의 독점적 경쟁력을 가지게 되었다.


평범한 어느 날보다 자신이 태어난 바로 그 날 살해될 확률이 더 높을까?

친아버지보다 계부에 의해 살해될 확률이 더 높을까?

세상의 어떤 부모는 왜 자신의 자식마저 죽이는 걸까?


이러한 의문들은 사회적 관점으로는 접근할 수 없지만, 답은 알 수 있다.

바로 진화론적인 과거의 사악한 힘이다.

태어나기를 선한 본성으로 태어난다고 하지만 대에 물려주는 유전자는 다를 수 있다.

옛말에 성선설, 성악설이 있듯이, 폭력적인 성향의 유전자는 분명 있으며 그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날 수 있는 확률도 분명 있다.

인간의 행위는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도록 진화해왔다. 예로, 요즘 아이들이 속눈썹이 길게 태어나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 사이의 유전학적 차이는 폭력의 해부를 형성하고 또 영향을 미치는 바로 기본적인 진화론적 기제로부터 나오게 된다.

오늘날의 공격성은 부적응적이고 정도를 벗어났음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Ⅱ 폭력적인 뇌는 어떻게 오작동하는가


폭력, 강간·성폭행을 저지른 범죄자들을 살펴보면, 일부는 어린 시절부터 부모에 의한 학대 혹은 외면, 학생시절에 겪은 따돌림이나 구타, 사회생활에서 겪은 소외감 혹은 불안, 우울감 등이 확대되어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이러한 환경적 요인이 아닌 신체적 요인도 폭력적인 성향과 연관지을 수 있을까?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들의 범죄행각을 살펴보면 매우 잔인하고 잔혹하며 반성의 기미조차 보이질 않는데, 우리는 그런 이들을 보며 자연스레 감정이 없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렇다면 과연 '살인자의 유전자'라는 것이 있을까?


연쇄살인범, 소시오패스 등 흉악범죄자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특정 유전자가 결함되어 있거나 특정 영역의 뇌가 제대로 발달되지 못했음을 파악할 수 있다.

1962년,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른 채 어머니에 의해 8개월짜리 한 아기가 고아원에 버려진다. 그의 이름은 제프리 랜드리건이다.

다행히 운좋게도 한 미국인 가족에 입양되어 완벽하게,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제프리는 좋은 교육과 엄격한 양육방식에도 불구하고 두 살 때 쉽게 짜증을 냈고 정서적 통제력이 없었다고 한다.

10살 때 술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11살의 나이에 한 가정집에서 금고를 털다가 경찰에게 체포되기까지 했다.

20살 때, 그는 첫 살인을 하게 된다.

어린 시절 친구와 술을 마시다가 친구가 곧 태어날 자식의 대부가 되어달라고 부탁을 하니 그 자리에서 칼로 찔러 살해한 것이다.

2급 살인으로 20년 형을 살게 되었지만 7년 후 교도소에서 탈옥하여 또 살인을 하게 된다.

그는 결국 체포되어 사형선고를 받게 되는데, 이게 끝이 아니다.

제프리가 애리조나에서 사형수로 있을 때, 다른 수감자가 그에게 사기꾼 대럴 힐에 대해 얘기해주었는데 그와 너무 흡사했던 것이다. 외모 뿐만 아니라 행동까지 말이다.

그렇다. 대럴 힐은 제프리의 친부였던 것이다.

대럴 힐도 어렸을 때부터 범죄를 저질렀으며 마약을 하고 살인을 두 번이나 저질렀었다. 심지어 탈옥한 전과도 있었다.

놀라지 말길! 이것이 끝이 아니다.

대럴 힐의 아버지, 즉, 제프리의 할아버지 또한 범죄자였는데 약품판매점을 강탈하고 경찰과 추격전을 벌이다 경찰의 총에 맞아 죽었다고 한다.

앞서 환경적 요인과 신체적 요인을 언급했었는데, 제프리는 분명 좋은 환경에서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끝이 친아버지, 친할아버지와 꼭 닮아있으니, 이는 폭력에 유전적 성향이 있음을 암시한다.


"똑똑한 사람 아니라도, 범죄자가 3대에 걸쳐 있다는 걸 보면 뭔가 관계가 있다는 걸 알 거요. 패턴이 있는 거지."



Ⅲ 생물학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하버드 대학교의 신경과학자, 조시 그린은 개인적인 도덕적 딜레마 과정에서 신경학적으로 어떤 일이 발생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를 최초로 발표했었다.

대면적인 접촉이 없는 '비인간적인' 도덕적인 딜레마와 비교할 때, 뇌의 내측 전전두엽피질, 각회, 후측대상회 및 편도체를 구성하는 회로의 증대된 활성화를 보여준다.


다리 위에 서서 철도 트랙을 내려다보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아래의 트랙 앞 쪽에는 철로를 이탈한 기차가 있으며 아무것도 모른 채 일하고 있는 다섯 명의 철도 노동자들이 있다.

우리 옆에 사람이 한 명 서 있는데 그 사람은 몸집이 크고 매우 뚱뚱하다.

만약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다면 아래에서 일하고 있는 다섯 명의 노동자가 죽는다.

그러나 대신 옆에 있는 그 사람을 밀어버린다면 그의 몸이 기차를 막아서 다섯 명의 노동자를 살릴 수 있다.

어떻게 하겠는가?


이러한 질문을 받으면 당연히 당황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대부분이 그 사람을 다리에서 밀어낼 자신이 없다고 답했다. 그 수치가 85퍼센트였는데, 이는 도덕적 딜레마에 대한 대규모 설문조사에서 충분히 얻을 수 있는 결과라고 한다.

교수가 이 질문을 했을 때 학생 대부분이 자신도 모르게 꿈틀거렸다고 한다.

여기가 바로 편도체와 기타 변연계 활성화가 작용하는 곳인데, 전전두엽피질의 일부 하위영역과 함께 도덕적 의사결정의 정서적 '양심' 요소에 기여하는 곳이다.

반면에 복측전전두엽피질에 손상이 있는 환자들, 즉, 우리보다 반사회적 인격장애가 심한 사람들에게 동일한 질문을 한다면 그 남자를 밀치겠다는 응답률은 약 45퍼센트로 수치가 3배나 넘게 뛴다고 한다.

많은 연구들에 의하면, 도덕적 행동에 가장 많이 활성화되는 곳이 양극 또는 내측전전두엽피질, 복측전전두엽피질, 각회, 후측대상피질, 편도체이다.

활성화되는 부위들은 물론 중복된다.

도덕적 판단을 할 때 활성화되는 후측대상회가 반사회적 행동과 연관시켜진다는 연구 결과는 별로 없지만, 우리가 간과할 수 없는 점은 사이코패스, 충동적으로 공격적인 사람, 배우자 학대자들의 후측대상회에서 이상을 발견했다는 점이다.


범죄와 폭력에 있어서 정신생리학적으로 뇌에 기초한 사전적 요인들은 불변한 것이 아니다.

한 사례에 따르면 전자적 생체자기제어와 사회적 지지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변했다는 사람도 있다.

즉, 물질보다 정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해당 사례의 주인공은 재활과 복귀에 기관이 있었고 그것이 그의 구원에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범죄와 폭력에 대한 쉬운 해결책은 없다.

하지만 생물학적 요인에 기초한 범죄에 직면했을 때, 우리가 범죄의 원인을 밝혀줄 생물사회학적 열쇠를 활용하면 뿌리를 뽑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미드 「CSI」 Las Vegas에서 랭스턴 박사 에피소드에서 이와 관련된 주제가 나온다.

랭스턴 박사의 아버지가 한국전쟁을 치뤘던 군인이었는데 전역 후에도 매일같이 싸움을 벌이고는 자신의 폭력성을 너무나도 자랑스럽게 말했다고 한다.

그런 그가 동료에게 자신도 아버지의 DNA를 물려받아 폭력성이 내제되어 있다고 말한다.

겉으로 표출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 자신의 폭력성을 억누르고 있다는 것이었다.


(본문 내용에 이미 내 생각을 많이 겹쳐 썼기에 정리할 게 크게 없지만) 책을 읽고나니, 오늘날의 사회생물학자들은 롬브로소보다 훨씬 더 명석하고 경쟁력 있게 '폭력의 해부'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또한, 여러 사례에 의해 살펴볼 때 연관성이 있다는 것 사실에도 분명 신빙성이 있었다.

책에서는 미래의 예방책 또한 제시하고 있지만 자세하게 서술하지 않은 게 꽤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킬 것 같아서다.

[범죄가 미리 일어나기 전에 범죄확률이 높은 이들을 미리 선별하여 격리한다.]

이 한 줄만 언급해도 굉장한 인권 문제가 대두될 수밖에 없는지라 예방책은 사실상 오류가 있는 것 같아 언급하진 않겠다.


'그 부모에 그 자식'이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는 부모에게서 외모 뿐만 아니라 성격, 성향까지도 닮을 수 있다.

【꼬꼬무】라는 프로그램에서 엄여인에 대해 다룬 에피소드가 있었다. 방송 말미만 잠깐 본데다 이 사건은 이전에 일어났던 사건인지라 뉴스를 통해 기억하고 있었다.

싸이코 패스 유형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한 제임스 팰런 박사가 나오는데, 그의 두뇌 또한 싸이코패스에 가깝다는 결과를 받았다고 한다.

정작 본인이 살인을 저지른 것은 아니나, 놀라운 점은 친척들 중 살인을 저지른 이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물론 사회적 환경이 범죄자를 만들겠지만 폭력적인 성향을 가지고 태어나는 것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사실임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따스했으면 좋겠는데, 가면 갈수록 흉흉해지고 더 잔혹해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를 미연에 막기 위해, 범죄의 원인을 밝혀줄 생물사회학적 열쇠를 잘 활용해 보려는 노력 또한 필요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무도 존중하지 않는 동물들에 관하여 - 어느 수의사가 기록한 85일간의 도살장 일기
리나 구스타브손 지음, 장혜경 옮김 / 갈매나무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나, 책과 마주하다』


외식, 회식 메뉴의 단골 메뉴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돼지고기'다.

삼겹살에 소주 한 잔, 돼지갈비에 소맥 한 잔 하다보면 금세 불판 위에 있는 고기가 사라지기 일쑤다.

이렇듯 돼지고기를 '먹는다는 것'에만 초점을 두지 그들이 어떻게 불판 위에 오르게 되었는지 그 과정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진 않는다.

예전에 다큐멘터리에서 도축 장면을 다루는 에피소드가 있었었다.

한 친구가 그것을 보고선 꽤나 충격을 먹어 소고기에 한동안 입을 안 댔었다고 한다.

볼 기회는 있었지만 용기가 나질 않아 나는 도저히 볼 수가 없었는데, 막상 책을 보고나니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불편하지만 알아야 할 진실에 직면할 때가 되었는가?


저자, 리나 구스타브손은 동물의 더 나은 삶을 바라는 마음으로 수의학을 공부했다.

동물병원에서 근무하면서 주로 개와 고양이를 치료하다가, 표현하지 못할 고통을 견뎌내지만 아무도 싸워주지 않는 동물들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웨덴 국립식품청 수의직 공무원에 지원하여 2017년부터 도축장에서 일을 시작했고, 그 경험을 기록한 85일 동안의 일기를 책으로 엮었다.

2020년 스웨덴 올해의 수의사 상 최종 결선 4인에 들었다.





효율만을 추구하고 감정은 남김없이 도려내는 곳에서도 선의를 가슴에 품은 용맹한 사람들이 있다.

하루에도 수천 개의 생명이 순식간에 소멸하는 곳, 동물들의 비명과 비릿한 피 냄새가 가득한 현장에서 저자는, 하나뿐인 목숨을 빼앗기는 존재의 증인으로 세상에 나선다.

그리고 어쩌면, 언젠가, 찾아올지 모르는 변화의 심지에 작은 불을 밝힌다.


Ⅰ 국립식품청에서의 첫 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넓은 터에 위치한 회색 함석 건물들이 줄지어 있는 곳, 약간 큼큼한 냄새 빼면 여기서 무엇을 생산하는지 아무도 모르는 곳.

국립식품청, 이곳이 바로 저자인 리나가 일할 곳이었다.

(국립식품청은 스웨덴에서 식품의 안전관리를 감독하는 관청이다. 우리나라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이를 담당한다.)

리나에게 업무 안내를 해주는 안데르스 또한 수의사였다.

주로 하는 일은 돼지 검사였다. 돼지가 실려 올 때 한 번, 돼지가 죽은 후 작업장에서 또 한 번 검사를 마쳐야만 도축이 시작된다.

이어 범상치않은 말이 이어진다.

"하차할 때 보는 게 제일 좋아요. 제 발로 못 걷는 놈들은 죽여야 해요."

수송 트럭에서 내린 돼지들이 도축되기 전 잠시 머무는 장소를 계류장이라 하는데, 계류장 직원들이 제 발로 못 걷는 돼지들을 죽인다는 의미였다.

도축장을 지나 계류장으로 가는 길, 동물들부터 소리, 냄새까지 모든 것을 한번에 느낄 수 있었다.

몰이통로로 들어서니 고약한 암모니아 냄새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너무 세세하게 그려진 도축 장면이 머릿속에 그대로 그려져 제대로 읽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문득 쓰다가 지우는 게 낫겠다 싶었다. 고로, 이 부분은 생략하겠다.)


3개월 남짓 남은 크리스마스까지 저자가 도축해야 할 돼지는 18만 두이다.

그리곤 오늘 본 돼지들을 찬찬히 생각해본다.


기침하는 돼지들

꼬리가 뜯겨 나간 돼지들

절룩이는 돼지들

관절에 점액낭염이 생긴 돼지들

폐렴에 걸린 돼지들

자상을 입은 돼지 한 마리

찰과상을 입은 돼지들

종기가 난 돼지들

암에 걸린 돼지 한 마리

깡마른 암퇘지 한 마리



Ⅱ 도축장의 현실 그리고 깨달음


왜 이 일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물음에 저자는 답했다.

"동물보호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은 바람은 늘 있었어요. 그러다 몇 년 전에 유용동물을 실질적으로 도와주고 싶다고 생각했죠."

5년 6개월간의 수의학 공부를 마치는 순간 예전처럼 순진하다 생각하지 않았는데 사실 여기서 일하고서부턴 드는 생각이 있었다.

눈코 뜰 새 없이 빠른 속도와 어마어마한 물량, 거대한 시스템 앞에 선 저자 본인이 참 순진하게 보였다는 것이다.


매일 오후, 실려 오는 돼지들은 그곳에서 하루를 보내게 된다.

세 삽 분량의 짚을 갈아주고 먹이를 주는데, 먹이를 만든 제조사가 말하길 성장을 촉진하고 살이 잘 찌도록 도와주는 사료라고 했다.

문득 저자는 그런 생각을 했다.

마지말 날이니만큼 살을 찌우기보다는 배부르게 먹여야 옳지 않을까?

또한, 열일곱 마리의 돼지가 고작 세 삽 분량의 사료를 나눠먹는다는 것은 입에 풀칠하는 정도의 양이었다.

도축장 동물보호 문제에 관심이 많은 동료 사라에게 이러한 의문에 대해 물었다.

사라의 답변은 이랬다. "제가 보기엔 그냥 형식상 주는 것 같거든요."

법에도 나와있듯이, 적정한 양을 주는 것이 맞다.

하지만 그 기준은 법을 기초로 삼아 도축장 자체에서 정하는 것이기에 딱히 이의제기할 수도 없었다.

도축장은 지역 담당 관청이 사업장의 각 공정을 조사하는 시간에 대해 조사비를 지급해야 하는데 수의사는 사업장 대표와 함께 계류장으로 가서 여러 항목을 검사하게 된다.

보고서는 짧고 표준서식에 따라 대부분 비슷한 점검 결과를 담고 있었다.

그렇다. 저자는 이의제기가 전혀 없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고 동시에 조사에 참여할 자격 조차 없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게 된다.


10일차 오후, 도축 예정인 돼지 700두를 퇴근 시간까지 처리해야 했다.

계류장에서 기사 한 사람이 돼지들을 심하게 매질하자 참다못한 저자가 한마디를 했다.

그리고 매주 금요일마다 하는 회의에서 팀장에게 용기내어 몇몇 기사들과 계류장 직원들의 돼지 모는 방식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제기하게 된다.

사실 타박받을 줄 알았지만 팀장은 오히려 저자인 리나를 두둔해주었다.

"신참이니까 그걸 활용해요. 시간이 지나 익숙해지면 더 힘들어질 거예요. 리나는 신참이니까 허용되지 않은 방식의 몰이채 사용은 절대 용인할 수 없다는 점을 확실히 하고 금지할 수 있을 거예요."

"그래도 말을 안 듣거든 돼지가 매질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육질이 떨어지고, 등에 구타 흔적이 남으면 회사가 대량의 고기를 폐기할 수밖에 없다고 하세요. 그게 제일 잘 먹혀요."




예전에 다큐멘터리에서 도축 장면을 다루는 에피소드가 있었었다.

한 친구가 그것을 보고선 꽤나 충격을 먹어 소고기에 한동안 입을 안 댔었는데 나 또한 볼 기회는 있었지만 용기가 나질 않아 나는 도저히 볼 수가 없었다.

여과없이 그려진 글이 동물애호가들에겐 꽤나 힘들게 읽힐 수도 있겠으나, 불편하지만 알아야 할 진실에 직면하는 것 또한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


돼지가 생각보다 영리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사람과도 비슷한 점이 있다는 것에 대해 알고 있는가?

한 기사에 따르면 돼지와 인간의 심장이 흡사해 인간의 심장을 돼지의 것으로 대체하는 연구가 진행중이라고 한다.

생각해보면, 누가 소로 태어나고 누가 돼지로 태어나고 싶었겠는가?

그러라고 태어난 동물은 없다!


모든 생태계는 먹이사슬 구조로 이어져 있으며 순리대로 흐르게 놔두는 것 또한 생태계 구조를 지키는 일이라 생각한다.

우리 또한 돼지, 소와 같은 가축을 안 먹고 살 순 없다. 하지만 인도적 도축에 대해서는 고민해볼 순 있지 않을까?

이런 문제에 대한 정답은 없다. 무엇보다 이러한 문제는 매우 민감하기 때문이다.

'돼지, 소를 도축하지 맙시다!'라는 의견은 아니지만, 책을 읽고나니 그들이 마지막 숨 끊는 그 순간까지 배려는 필요하다는 의견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다.

책에도 나오지만 돼지들의 마지막 날, 열일곱 마리의 돼지에게 주어진 마지막 만찬은 고작 세 삽 분량의 사료가 다였다. 입에 풀칠하는 셈이다.

개인적으로 영화 「아바타」를 볼 때, 주인공 제이크가 네이티리에게 사냥을 배우는 장면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는데 아마 지금의 상황과 견주어 볼 수 있을 것 같다.

저자가 끝에 내민 것은 결국 '사직서'였는데, 책을 읽어보는 우리 또한 참 긴 여정의 순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종착지인 도살장의 현실을 바라보면서 느낀 것은 인도적인 사육과 도축에 대해서도 진심어리게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레이스 2021-11-07 22: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못읽겠어요
아기 돼지의 얼굴 봐 버리고 말았네요

하나의책장 2021-11-08 20:33   좋아요 1 | URL
사진 미스인 것 같아요; 하핫ㅠ
기사 사진을 넣자니 마음 아파서 기왕 올리는 거 예쁜 사진으로 올린건데
저도 막상 딱 업로드하고나니 마음이ㅠㅠ ... ☞☜
 
천하제일명산 금강산 유람기 - 영악록 瀛嶽錄
정윤영 지음, 박종훈 역주 / 수류화개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나, 책과 마주하다』


금강산 찾아가자, 일만 이천 봉! 볼수록 아름답고 신기하구나 ♪

철 따라 고운 옷 갈아입는 산! 이름도 아름다워 금강이라네, 금-강-이라네 ♪


금강산을 떠올리면 어린 시절에 배웠던 노래부터 떠오른다.

그만큼 친숙하지만 갈 순 없어 괜스레 멀게 느껴지는 것이 금강산이다.

과거 우리 조상들이 여느 때나 갈 수 있는 곳이 금강산이었다. 지금은 분단 국가로서 중국을 통해서야 갈 수 있는 그곳이지만 책으로나마 여행해보는 것은 어떨까?

여행 일지 남긴 블로그를 찾아가 살펴보듯이, 금강산의 여정을 담은 『천하제일명산 금강산 유람기』를 읽다보면 옛날판 여행일지를 보는 느낌이 절로 들 것이다.


저자, 정윤영(1833~1898)은 경기도 화성 출신으로, 본관은 초계, 자는 군조, 호는 석화·후산이다.

임헌회의 문인으로, 이항로 학파와 교유하면서 심성이기론을 주기의 입장에서 피력했다. 또한 신사척사운동때의 소장에 연루되어 함경도 이원현에 정배되었다.

소중화 의식을 담아 《화동연표》 등을 저술했고 애국우민의 마음으로 《위방집략》 등을 썼다. 특지로 벼슬에 임명되었지만 나아가지 않은 채 포의로 일생을 마쳤다.




앞서 간단하게 저자에 대해 소개했듯이, 그의 작품을 보면 한평생 포의로서 척화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얼마나 굳건하게 지켰는지를 알 수 있다.

《영악록》에서도 물론 그의 생애 및 신념이 일정 부분 담겨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영악록》은 1897년 8월 16일 안성을 출발하여 10월 8일 귀향할 때까지의 총 51일 1700리 여정과 관련된 기록이다.

《영악록》은 <영악록서>와 <영악록>, <총론>, <[부]시편>, <[부]금강내외산정력> 순이며 <영악록서>는 금강산 유람 이후, 책을 엮으면서 쓴 글이다.


⊙ 안성에서 영평까지의 기록. (8월 16일 ~ 8월 27일)

⊙ 영평에서 장안사까지의 기록. (8월 28일 ~ 9월 1일)

⊙ 백천동을 지나 영원암에서 쉬다가 다시 장안사로 돌아오기까지의 기록. (9월 2일)

⊙ 장안사에서 백화암과 표훈사 및 정양사를 거쳐 다시 표훈사로 돌아오기까지의 기록. (9월 3일)

⊙ 표훈사에서 팔담과 보덕암을 지나 마하연암에 이르기까지의 기록. (9월 4일)

⊙ 마하연에서 원통암, 수미탑, 가섭봉을 지나 다시 마하연으로 돌아오기까지의 기록. (9월 5일)

⊙ 묘길상을 지나 안문령을 넘어 유점사에 이르기까지의 기록. (9월 6일)

⊙ 유점사에서 선담과 내원을 지나 고성에 이르기까지의 기록. (9월 7일 ~ 9월 8일)

⊙ 고성에서 신계사와 구룡연을 지나 만물초에 이르기까지의 기록. (9월 9일 ~ 9월 11일)

⊙ 만물초를 떠나 총석을 바라볼 때까지의 기록. (9월 12일 ~ 9월 17일)

⊙ 총석에서 안성으로 돌아오기까지의 기록. (9월 18일 ~ 10월 8일)


영악록서 瀛嶽錄序


평소 산과 물을 좋아했던 저자는 치악산, 칠보산, 속리산과 계룡산, 천마산과 수양산을 유람해 발자취를 남겼다고 하는데 가난과 병에 시달려 곳곳을 유람하지 못했다고 한다.

관동의 풍악산을 가보고 싶어 어느 가을에는 가파른 암벽을 밟고 잔도를 설치한 길을 건너 내금강과 외금강을 두루 유람했는데 당시 간략하게 기록해 두었던 것을 집으로 돌아와 베껴 쓰고서는 '영악록'이라 이름 지었다.




(저자의 입장에서 본) 안성에서 영평까지의 기록


시집 간 누이의 집에 잠시 들러 이틀을 머물고 다음 날 길을 나서 길을 포천에 도착했다.

포천에 도착하고선 최익현을 만났다.

꼭 오랫동안 만난 벗인 것마냥 최익현과 함께 그간 살아온 날들을 이야기하며 회포를 풀었다.

그리고 다음 날 길을 나서 영평에 도착했는데 그곳에서 살고 있는 이덕수 집에서 하루 묵게 되었다.

8월 25일, 창옥병을 거슬러 동쪽으로 2-3리 정도 가고 나니 산을 둘러 시내가 굽이쳐 흘러가니 그 경치가 매우 아름답고 시원했다.

또한, 시내 입구에 우뚝 서 있는 석벽을 보고 있으니 예전에 누군가에게 들었던 것처럼 활짝 트인 광경과 그윽한 광경을 동시에 만들어내 아름답고 오묘했다.

8월 26일, 아침 일찍 출발해 송경점에 도착했다.

그 길을 따라 20리 정도 간 후에 왼쪽으로 꺾어 쭉 걸어가니 화적연이 보였다.


예전에 바위의 모습이 볏짚을 쌓아둔 것 같으므로 '화적(볏가리)'이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들었는데, 큰 바위가 산에서 구불구불 내려와 물로 들어가려다가 갑자기 머리를 높이 쳐들고 마치 물을 건너려하는 것 같고, 꼭대기는 사슴 머리의 뿔처럼 갈라져 있었다. 산의 등과 옆구리 쪽에서 완만하게 나와 너럭바위가 평평하고 드넓으며 한 줄기 흰 선이 똥구멍에서 등뼈를 타고 올라간다. 바위의 좌우 옆구리 아래로 헤아릴 수 없는 깊은 연못이 있는데, 아마도 용이 사는 곳인가 싶다.


2-3리를 더 가 경허점에 도착했는데 그 길을 놔두고 동쪽으로 10여 리를 가니 삼부연이 나타났다.

물줄기가 길진 않지만 물과 바위가 굉장히 웅장했다.

물줄기가 용화동 입구에서 나와 서쪽으로 흐르다가 그 아래 바위를 만나 두 층의 못이 되는데 마치 검푸른 빛이 꼭 공포스럽게까지 느껴졌다.

아! 그 아래의 못까지를 아울러 삼부연이라 부른다고 한다.

시냇물을 따라 동쪽으로 좀 가니 산이 펼쳐보이고 평지가 나왔는데 뽕나무와 삼나무가 밭두렁을 이루었고 시야가 활짝 트여 이곳이야말로 무릉도원이 아닌가 싶었다.

그곳에는 호음 정사룡의 후손인 정기하가 거주하고 있어 잠시 들렀는데 하루 묵고 가라며 힘주어 말하는 통에 그 따뜻함을 이기지 못하고 그곳에서 하루를 묵게 되었다.






(저자의 입장에서 본) 마하연에서 원통암, 수미탑, 가섭봉을 지나 다시 마하연으로 돌아오기까지의 기록


9월 5일, 원통암으로 가기 위해 만폭동의 청학대 아래에서 왼쪽으로 길을 들어서 나아갔다.

조금 올라가니 바로 청호연이 나왔고 이어 용곡담이 보였다.

거센 물결이 내리 퍼붓는 모습을 보는데 그 둥근 것은 병 모양을 이루고 굽은 것은 용 모양을 이루었다.

용추 위쪽이 구류연이며 원통암이 거기에 있었다.

동북쪽으로 수미봉과 혈망봉, 망군봉 같은 봉우리도 보였다.

원통암에서 북쪽으로 향하면 만절담, 태상동, 자운담, 적룡담, 우화동, 청룡담이 보이는데 청호연, 용곡담과 함께 수미봉의 팔담이라고 칭한다.

아! 바위 모두에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자운담에서 왼쪽으로 길을 나서니 진불암의 유허지가 나왔는데 들어갈수록 경치가 참 기이했다.

여기서부턴 돌 길이 꽤 험준했다. 이렇게 쭉 가보니 선암이 나왔다.

붉은 벼랑과 푸른 절벽이 좌우에서 빙 두르고 있어 선암 자리가 조망이 가장 좋은 곳이었다.

원통암을 지나 절벽 틈 사이를 따라 꽤 위로 올라가보니 수미암이 있었다.

수미암은 경치가 활짝 열려 있고 바위들이 꽤 가파랐다.

여의암이 내려다보였고 저멀리 능인봉과 다섯 수미탑이 앞쪽에 줄지어 있었다.

수미탑은 수미암에서 동쪽으로 꽤 올라가야 하는데 비탈진 돌길이 험하고 선암이 보인다.

켜켜이 쌓인 바위를 굽어보니 겹겹이 쌓인 영롱한 흰빛이 마치 민가에서 제기에 음식을 쌓아놓은 듯 했다.





바야흐로 SNS의 시대라, 우리는 여행지를 정하는 것부터 여행지의 명소, 맛집까지 인스타그램 혹은 유튜브 등을 통해 접한다.

예전같으면 해외여행은 물론 국내여행도 책을 통해 정보를 수집했지만 요새는 인터넷으로 쉽게 접하다보니 국내 여행지의 경우 책으로 정보 수집하는 수요도가 현저히 줄었다고 볼 수 있겠다.

해외 여행지의 경우는 (현재 코로나 상황을 감안하면) 간접적으로나마 여행하고 싶은 사람들과 더불어 곧 가려고 할 여행지라 생각하고 염두하며 보기 때문에 국내여행을 다룬 책과는 달리 그나마 수요도가 유지되고 있는 듯하다.

(여담이지만, 해외여행과 관련된 책을 굉장히 많이 읽는 편인데 이만큼 읽다보니 인기 있는 여행책들은 다 비결이 있었던 것 같다.)

유튜브에서 금강산 브이로그 한 편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어 간략하게 줄거리를 모아 짤막한 브이로그 영상을 만들까 했는데 소요시간이 길어지는 것 같아서 포기했다.

평소같으면 책에 대한 내용을 요약해 올리는데 이 책은 말그대로 여행일지라 요약할 것도 없어 대신 단답식으로 저자의 입장에서 본 일지를 옮겨보았다.


사계절의 절경을 흠뻑 느낄 수 있다는 금강산은 북한, 중국을 통해서나 볼 수 있으니 아마 앞으로도 볼 수 있는 가능성은 현저히 적다.

그러나 내게는 책이 있지 않는가! 책을 읽고 있으면 머릿 속에서 금강산의 절경이 한눈에 그려져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지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등산은 못하지만 산은 좋아한다. 꼭 정상에 오르지 않더라도 산길만이라도 걷고 있으면 항상 보고 듣고 느끼던 것들이 어느새 잔잔함으로 가득 차 마음 속 짐이 쑤욱 내려간다.

깊게 들여마시고 싶은 맑은 공기 그리고 높이 뻗은 나무들이 주는 울창함과 그 속에서 들리는 짹짹 소리, 산 밑으로 졸졸 흐르는 물 소리까지! 산은 소리까지 완벽하다.

마지막으로 갔던 산이 청계산이었는데, 선선한 날씨를 벗 삼아 산행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이니 날을 한 번 잡아야 할 것만 같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붕붕툐툐 2021-10-28 19: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노래 따라불렀어요!ㅎㅎㅎ 저도 금강산 너무 가보고 싶어요~ 얼른 종전 선언 되었으면!! 산은 진짜 완벽이죠! 정상이 아니면 어떻습니까~ 하나의책장님 날잡아 고고!!

하나의책장 2021-11-19 12:48   좋아요 0 | URL
저도 툐툐님만큼 등산 잘해봤으면ㅎㅎ
산 몇 번 안 가봤지만 그 몇 번 갔던 산들이 내려올 때 너무 비탈길이라 무서웠던 기억만 있어서 그런지 차라리 올라갈 때는 힘들어도 악착같이 올라갈 수 있는데 내려올 때는 그렇게 무섭더라고요^^;
 
나만 모른다, 내가 잘하고 있다는 걸 - 나의 자존감을 보살피는 심리학
슈테파니 슈탈 지음, 김시형 옮김 / 갈매나무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나, 책과 마주하다』


하나야. 비가 내리고 난 뒤에는 무지개가 뜰거야.


모든 일에는 노력과 시간이 투여되어야 한다.

짧은 시간에 이뤄지면 좋겠지만 대부분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니 그 과정 속에서 지치기 마련이다.

그 과정이 지치거나 혹은 결과가 좋지 못할 때면, 그 후폭풍으로 자존감에 상처를 입기도 한다.


낮은 자존감으로 인해 문제가 드러났을 때, 당장 결과를 보면 힘들고 아플 수밖에 없다.

책에서는 낮은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해결책을 건네주는데 멀리 내다봤을 때 이 작업은 건강한 자존감을 키우는 데 무척 도움이 될 것이다.

저자가 말한다.

우리가 인생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는 것보다, 진솔하게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해결책은 과연 무엇일까?


슈테파니 슈탈은 독일어권에서 가장 권위 있는 심리 전문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1963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태어나 트리어 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했다. 1993년부터 개인 심리 상담소를 운영해왔으며, 20여 년간 독일 가정법원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동시에 자존감 강화, 애착 형성과 불안 등에 관한 주제로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2015년 《내 안의 그림자 아이》를 출간하면서 독일뿐 아니라 전 유럽에 베스트셀러 작가로 이름을 알렸다. 이 책은 출간 직후 독일 아마존과 《슈피겔》에서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한 뒤 현재까지 100만 부 이상 판매되었고, 심리학 분야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계속 지키고 있다.




Ⅰ 작은 실마리부터 들여다보기


자아, 존중, 감정. 이 세 낱말은 한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 방식과 그가 인생에 대해 느끼는 만족도를 근본적으로 좌우하는 인간의 내적 확신을 뜻한다.

"좀 더 자신 있게 살고 싶어요!"

저자가 상담을 하면서 가장 많이 받은 말로 상담받을 때, 자존감에 관련된 이야기는 빠지지 않았다고 한다.

자신감, 자기확신, 자의식도 같은 맥락이지만 자존감이란 단어야말로 감정이라는 개념까지 포함되고 있다.

예컨대, 우리가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경우 어떠한 상황에서 좋지 않은 감정을 느꼈을 때, 그것의 원인은 낮은 자존감 자체가 아니라 그로 인해 생겨난 감정들이란 것이다.

대표적인 감정으로는 불안과 수치심이 있다.

순식간에 몸이 간지럽거나 심장이 미친듯이 뛰는 등 불안과 수치심은 몸으로 드러나기 마련인데, 그렇다면 혹시 알고 있는가?

이러한 증상이 스스로를 신뢰하지 못하거나 스스로의 가치를 충분히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라는 것을.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이 자주 듣는 말이 있다.

대표적으로, "그냥 좋게 생각해!"라는 말이다.

물론 긍정적인 사고와 밝은 생각을 가진다는 것은 좋은데 그런 말을 수십 번, 수백 번 듣는다 해도 공허한 마음은 지울 수가 없다.

예를 들면, 거울 앞에서 "나는 너무 예뻐! 난 예쁘게 생겼어!"라고 매일 되풀이한다면 자존감이 높아질 수 있을까?

진심으로 믿지 않은 본인에게 주입해 상황이 바뀔 수 있을 거라 믿는 건 어불성설이다.

소용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본인이 잘 알기 때문이다.


누구나 살다보면 자기회의를 겪게 마련인데, 이와 같은 자기회의의 빈도수가 높아 삶의 전체적인 축면에서 괴롭힌다고 판단할 때 그 사람은 '자존감 결핍'에 시달린다고 판단한다.

누구나 행복하게, 자신있게 살고 싶을 것이다. 허나 수많은 위험과 예측 불가성을 가진 인생에서 우리가 어떠한 삶을 살 것이라고 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앞서 말했던 자존감 결핍을 가진 사람은 무엇이든 확대해서 인지하고 생각하게 된다.

예를 들면, 우울증에 걸린 A가 있다. A가 자존감 결핍을 가지게 되면 어떨까?

A는 우울증을 앓고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강한 비관주의에서 시작해 모든 것을 무의미하게 여기게 된다. 즉, 매우 강도 높고 격해지는 심리로 확장되는 것이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과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대비될 수밖에 없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자기 약점을 포함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수용하는 한편, 자기불안으로 인해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자신의 약점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 약점을 매우 중대하게 여기며 자신 말고는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약점까지도 끄집어내게 된다.

결국 자신의 현 모습과 되고 싶은 모습 사이에 있는 간극만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현실 자아와 이상 자아 간의 격차'라 부른다.)

자기 불안이 심해지면 항상 거부당할 거라는 생각을 하고 실수할까봐 혹은 틀린 결정을 할까봐 두렵고 완벽하고 또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게 된다.

분명 남들이 인정할만큼 자신의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능력을 지독하게도 믿지 못하는 경우도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Ⅱ 내면아이와 내면어른 분리하기


좋은 부모란 한 사람이 평생 간직 할 수 있는 보호막이지만, 아이를 힘들게 하는 부모는 평생 짊어져야 하는 짐이 된다.

짐을 벗기 위해서는 부모와의 관계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치밀하게 교정해야 한다.

우선 자신과 진솔하게 대면해야만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런 이후에야 비로소 타인도, 부모도 이해가 되고 그들의 행동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성인기에 겪는 크고 작은 경험 또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긴 하지만 우리의 성격은 어린 시절, 그 시기에 형성된다.

그만큼 어린 시절이 매우 중요하다는 뜻이다.

참고로 우울, 불안증을 치료할 때, 성인기에 겪은 이보다 유년기에 겪은 이들의 치료가 더 오래 걸린다고 한다.

자존감 문제가 있고 이를 극복하고 싶다면 나의 어린 시절을 유념있게 볼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그 과정에서 분명 자신을 더 이해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외부 환경, 즉 양육자들에게서 여과 없이 전달된 내적 신념, 내적 확신 등이 어떻게 자리 잡았는지도 말이다.


부모에게서 근원적으로 상처입고 억압받은 사람들은 자기 증오에 빠지며 부모에게 당한 비하를 스스로에 대한 자아상 안에 결합시킨다.

자기 증오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부모에게서 떨어지는 것만이 유일한 답안인데, 이미 그 틀 안에 갇혀져 있어 자기 증오를 껴안는다 할지라도 부모와의 끈을 유지하는 것을 택하는 게 대다수이다.

'아버지가 나를 때리긴 했지만, 어쨌든 내가 맞을 짓을 한 건 사실이잖아!'

'할머니가 밥상을 엎긴 했지만, 어쨌든 내가 예쁘게 차리지 않은 건 사실이잖아!'

위의 예시와 같이 결국 양육자에게 정당성을 부여하고 죄는 본인이 떠안는 것으로 끝맺음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유지하는 대가는 굉장히 혹독하다.

평생 지워지지 않는 자기 증오와 이를 뒤따르는 자기파괴적인 결과밖에 남질 않는다.

연구에 따르면, 공감에 서툰 부모를 둔 아이의 뇌는 공감을 잘하는 부모를 둔 아이보다 거울신경세포가 덜 생성된다고 한다.

거울신경세포는 다른 사람의 심경을 헤아리고 공감하는 능력을 좌우하며 이 세포가 많을수록 공감 능력도 뛰어나다.

이렇듯 학습 경험 자체가 뇌 구조를 변화시키고 결정하는 것이다. 즉, 우리의 심리적 하드웨어는 물론 소프트웨어도 달라지는 셈이다.

결국 우리는 내면아이와 내면어른을 분리해야만 한다.

우리 안의 내면아이를 인식하는 주체이자 달라지고 성장한 나의 또 다른 일부인 '내면어른'을 분리해서 바라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Ⅲ 나를 온전히 충분하게 안아주기


예전에 느낀 기쁨을 마음속에 떠올리고 그것이 다시 생생히 흘러넘치게 놓아두자.

그 감정에 몸과 마음을 내맡겨보자.

'정신 차려!' 같은 말로 기쁨을 질식시키지 말자.

'확신 행성' 주민이 했던 말을 기억하는가?

"넘어지는 게 뭐 잘못인가요. 거기서 안 일어나는 게 문제죠!"

자존감을 보완하고 싶다면 우선 자신이 인생에서 무엇을 성취하고 싶은지, 어떤 목표와 인생의 의미를 좇고 싶은지 생각해봐야 한다.

이 말을 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불안을 몰아내는 가장 큰 무기가 '의미'이기 때문이다.

제자리걸음 하는 이들에게 가고자 하는 목표에 대한 의미를 물어보면 머뭇거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저자는 자존감 낮은 사람들은 대부분 방어만 하며 사는 사람들이기에 버림받을까 두려워서 혹은 잘못을 저지를까 두려워서 혹은 사랑받지 못할까 두려워서 등 이러한 이유로 행동이 '멈춤' 상태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렇다. 이러한 두려움이 결국 발목을 붙잡고 있다면 삶의 가치 기반이 될 리 없다.

결국 이 두려움을 더 건강하고 윤리적으로 지속 가능하게 하려면 '책임'으로 변화시키면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인에 대한 책임을 받아들이기 이전에 '자신'이 먼저라는 것이다.


스스로에 대한 책임을 지려면 가장 먼저 삶을 스스로 제어하고 돌발적인 우연에도 인생을 내맡겨서는 안 된다.

내 행동에 책임을 지기 위해서는 무엇을 바라는지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한다.

자존감 여부를 떠나 나의 삶의 방식은 내 개인으로서 가장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자존감을 강화하고 싶다면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삶에서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 스스로 질문을 던져야만 한다.

이후 자신의 신념과 목표를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 그래야만 목표를 실천하기 위해 어떤 차선책을 강구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몸에 살짝 난 상처는 연고 한 번이면 금방 낫게 되지만, 마음에 살짝 난 상처는 금방 회복되지 않는다.

특히, 자존감은 예민한 감정이기에 한 번 타격을 입게 되면 나도 모르게 불안감이란 새끼 감정을 키우게 된다.

자존감에 타격을 입은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어린 시절이 마냥 행복했다면 성인이 되고 난 후의 사건들을 되짚어보면 되지만, 이에 속하지도 않고 자존감이 많이 낮아져있다면 분명 유년기에도 원인이 있으니 꼭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부모도 부모가 처음인지라 완벽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부모 또한 또다른 지위와 책임이니 자식의 감정을 잘 헤아릴 수 있도록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모 자신이 어린 시절의 아픔이 있어 자식에게 그 아픔을 대물려준다면, 이는 말그대로 부모 될 자격이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결국 나를 치료하는 것은 나 자신이다.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나 자신을 공감해주는 것부터가 시작인 것 같다.

나도 마냥 행복한 가정에서 유년기를 보내며 성장해왔을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글쓰기 노트에 서평을 적을 때면, 고스란히 나의 이야기도 녹여내지만 아무래도 누구에게나 오픈되어 있는 이 공간에서는 나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써내는 게 쉽지만은 않다.

그게 꼭 나를 지키기보다는 남을 지키려고 하는 행동인 것 같은데, 아니, 결국은 나의 내면을 지키려고 하는 걸수도 있겠다.

하지만 내 경험에 따르면 한가지는 분명 말해줄 수 있다.

낮은 자존감으로 인해 우울함 혹은 불안함의 감정이 꼬리표처럼 달아졌다면 꼭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했으면 좋겠다.

도움받아야 할 부분도 있고 타인의 위로도 필요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회복하고자 하는 나의 노력이 첫번째이기 때문이다.

삶의 분명한 목표 그리고 그 의미를 정하는 것도 책에서도 말했듯이 매우 중요한데 덧붙여 나의 목표와 내적 가치관이 서로 일맥상통해야만 한다.


전문적인 사람들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혹은 그 정도까지는 아닌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네이버 엑스퍼트 활동도 시작하게 된 것인데 얼른 몸이 좀 나아져 활동도 재개해 여러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어 주고 싶다.

책에 대한 내용을 다 담지 못해 아쉽지만 자존감과 관련된 원인과 해결법이 구성되어 있으니 꼭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무엇보다 단계별로 이루어진 해결법이 그나마 자존감이 낮은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내일이면 또 한 주의 시작이다.

다음주도 '나 자신'이 가장 소중한 날이 되기를 바라며.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레이스 2021-10-24 21:1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흐믓!

하나의책장 2021-10-28 17:24   좋아요 3 | URL
저도 그레이스님처럼 제목부터 눈길이 가더라고요.
책 읽기 전부터 위로가 담겨져 있는 느낌이 들어서 제목보자마자 이미 마음에 쏙 들었었어요^^

새파랑 2021-10-24 22:2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나 자신에 대한 공감, 소중히 생각하는게 자존감에 있어서 중요한거 같아요~! 이게 언제나 쉽지는 않지만 😅
소중한 한주 시작하세요~!!

하나의책장 2021-10-28 17:25   좋아요 4 | URL
맞아요. 말이 쉽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 보면 어느새 ‘나‘는 항상 뒷전이 되는 것 같아요.
그래도 내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라고 매번 되새기는 중입니다.

새파랑님도 행복한 저녁 되세요^^

미미 2021-10-24 22:3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어볼래요!ㅎㅎ 제목 부터 힐링입니다~♡

하나의책장 2021-10-28 17:25   좋아요 3 | URL
그죠그죠? 제목에 ‘위로‘라는 키워드가 이미 담겨져 있는 것 같아 읽기도 전에 마음에 쏙 들었었어요.
미미님의 서평이 벌써부터 기대되는걸요^^

붕붕툐툐 2021-10-24 23:1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결국 나를 치료하는 건 나 자신! 너무 좋은 말이에용~ 감사합니당~~

하나의책장 2021-10-28 17:27   좋아요 3 | URL
누군가에 의해 도움은 받을 수 있지만 결국 나를 치료할 수 있는 건 나 자신이더라고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툐툐님, 행복한 저녁 되세요^^
 
음악이 멈춘 순간 진짜 음악이 시작된다 - 플라톤부터 BTS까지, 음악 이면에 담긴 철학 세계 서가명강 시리즈 19
오희숙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나, 책과 마주하다』


모두에게 최소 하루 한 번쯤은 노출되는 것이 무엇일까?

바로 음악이다.

외출할 때 필수품 중 하나가 블루투스 이어폰일 정도로 우리는 하루에 최소 한 곡 이상의 음악을 듣게 된다.

내게 있어서도 음악은 굉장히 중요하다. 단순히 듣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것을 주기 때문이다.

음악이 매우 각별한만큼 음악과 관련된 인문서도 자연스레 자주 접하고 있는데, 읽으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서가명강】 시리즈를 놓칠 수 없어 빠르게 읽어보았다.

음악 이면에 담긴 철학 세계를 주제로 한 명강의를 책 한 권으로 만나볼 수 있다니!

음악과 철학, 두마리 토끼를 잡을 준비가 되었다면 이제 책을 펼쳐보자.


저 오희숙은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작곡과(이론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화여대 피아노과를 졸업하고,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교에서 음악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사)음악미학연구회 대표로 활동하면서, 음악미학과 현대음악을 분야를 중심으로 연구하고 있다.

현대음악의 아름다움과 의미를 미학적으로 탐구하는 작업에 큰 관심을 가지면서, 쇤베르크와 힌데미트, 슈톡하우젠 등 서양의 20세기 음악을 집중적으로 연구하였고 이후 그 범위를 아시아와 한국으로 넓혀서 글로벌시대의 동아시아 음악과한국의 현대음악에 대한 연구와 비평 작업을 하고 있다.




Ⅰ 음악은 어디에나 있다


오르페우스는 슬픈 감정을 음악으로 표현하며 지옥의 신들을 감동시켰고,

슈만은 클라라에게 음악으로 사랑을 고백하였으며,

브리튼은 레퀴엠으로 전쟁에서 죽은 친구를 위로하였다.

음악은 인간 내면의 감정을 끌어내는 예술이다.

인간이 예술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그렇다면 예술의 본질은 무엇일까?

인간은 멋진 자연경관과 아름다운 여인을 접하면서 생긴 욕구를 간직하기 위해 언어로, 음으로 대상을 모방하며 탄생시켰다.

즉, 예술의 본질을 '모방'이라 답할 수 있겠다.


"잔잔한 선율을 듣고 있으면 마치 잔잔한 호숫가 근처에서 달빛 아래 누워 편히 쉬고 있는 느낌을 받는다."

「달빛」은 음악적 색채감을 중시했던 인상주의 작곡가 드뷔시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서정적인 주선율이 느린 템포에서 3도 음정으로 제시되고 아르페지오와 옥타브 등으로 다양한 유형의 화성과 결합하여 변주되면서 몽환적 분위기를 발산한다.

이 곡을 듣고 있으면 앞서 내가 느꼈던 것처럼 자연스레 달빛이 비치는 아름다운 밤하늘을 연상하게 만든다.

'달빛이 비치는 아름다운 밤하늘'을 미술적으로 묘사할 순 있으나 음악적으로 묘사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드뷔시의 「달빛」을 듣고 있으면 분명하게 연상된다.

드뷔시는 음향적 묘사보다 대상에 대한 영혼의 움직임을 해석하여 상징적으로 나타냈다고도 언급했었다.

그렇다면, 음악은 자기 특유의 방식으로 대상을 모방하는 예술이라 일컫을 수 있겠다.



Ⅱ 음악에는 철학이 있다


'실존과 세계는 오로지 하나의 미적 현상으로만 정당화된다'고 하며 예술과 철학을 동등한 관점에서 본 니체에게 음안은 최고의 형이상학적 예술이었다.

그는 삶의 고통을 발견할지라도 그 자체로 삶을 사랑하고 긍정하는 디오니소스적 지혜를 보여주는 음악이 개념이 도달할 수 없는 세계의 본질을 드러낸다고 보았다.

쇼펜하우어는 말했다.

"예술은 시간의 바퀴를 멈추게 한다. 관계들은 예술에서는 사라져버린다. 오직 본질적인 것, 이념만이 예술의 대상이다."

음악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여러 음악회를 자주 방문하였고 플루트 실력이 뛰어났다고 전해진다.

그의 철학서를 보고있자면 음악에 대한 관심사가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음을 알 수 있는데 그래서인지 그의 철학은 여러 음악가에게 영향을 미쳤다.

아마 음악의 철학적 위상을 높인 동시에 음악의 의미를 형이상학적 세계로 끌어올렸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가 될 것이다.


쇼펜하우어는 말했다.

"음악은 위대하고 아주 훌륭한 예술이며, 인간의 내면에 막대한 영향을 행사하는데, 세계 자체를 능가할 정도로 분명한 보편적 언어로서 아주 깊이 이해된다."

그의 철학은 의지와 표상, 두 영역이 존재하는데 세계를 파악하는 주관의 능력인 '표상'이 선천적 인식 조건인 근거율에 의해 인식 가능한 것이라고 보았을 때, 표상의 세계 이면에 존재하는 본질적 세계를 우리는 '의지'라 할 수 있겠다.

즉, 세계의 궁극적 본질이 현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상의 이면에 존재하는 '의지'에 있는 것이다.

덧붙이면, 이성적이지도 관념적이지도 않고 오히려 맹목적이고 비이성적이다.

핵심적 개념인 '의지'를 다향한 단계로 구분지어 최고 단계를 '이념'으로 보았는데, 가장 순수하고 완전하게 직접적으로 객관화된 이념에서 쇼펜하우어의 예술론이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음악의 그의 예술 체계에서 최상의 단계를 차지했다. "음악은 그 밖의 모든 예술과는 전혀 다르다."라는 말을 덧붙이며.

그는 건축예술, 조형예술, 문학이 형이하학적 공간에 속한다면 음악은 완전 독립된 외부의 형이상학적 공간에 존재한다고 말했다.

결국 음악은 모든 개별적인 현상과 이념에서 완전 분리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여기서 우리는 이를 이렇게 해석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예술은 의지의 최고 단계인 '이념'을 모방하는 역할을 하지만, 음악은 여타 예술과 달리 이념의 토대를 이루는 세계의 본질인 '의지'를 모방하기 때문이다.



Ⅲ 음악은 결국 사회를 품는다


미술이나 문학과 달리 '추상적인 음악에서 과연 리얼리즘이 가능한가'라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지만, 음악의 모방성은 현실을 충분히 반영해내고 있다.

음악이 사회의 영향을 받으며 사회를 반영하지만, 사회도 음악의 영향을 받는 것이다.

리얼리즘 예술은 아름다운 유토피아의 세계가 아닌 우리의 현실을 대상으로 하는데, 아무리 그것이 비참하더라도 그 현실을 드러내는 것을 예술적 진리라 생각한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괭이부리말 아이들」등을 예로 들 수 있겠다.

문학, 미술과 달리 추상적이기만한 음악을 과연 리얼리즘으로 다룰 수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음악의 모방성은 현실을 잘 반영해내고 있다.

또한, 음악은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아리랑】을 듣고 있으면 애국심과 더불어 온 국민이 하나가 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2002년 한일 월드컵 때이다. 온 국민이 하나가 되어 대한민국 구호와 더불어 【아리랑】을 부르지 않았는가!

광주민주화운동때도 대표적인 노래가 있었으며, 지금도 현실을 반영한 가사를 녹인 음악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결국, 음악은 사회를 품는 것이다.





항상 공부하는 자세로 읽게 되는 【서가명강】 시리즈!

읽으면 피가 되고 살이 되니, 시리즈 전부 읽어보려고 한 권, 한 권씩 읽는 중이다.


개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클래식의 세계는 항상 굉장하다고 느낀다.

단순한 연주라 할 순 없다. 듣다보면 분명한 메시지가 있기 때문이다.

앞서 Debussy의 Claire de Lune을 예로 들었는데, 모든 클래식을 하나씩 듣다보면 자연스레 음악이 담고 있는 이미지 혹은 메시지가 자연스레 연상된다.

오선지에서 춤추는 음표들은 가벼움과 묵직함을 자유자재로 느끼게 해주며 우리를 어딘가의 세계로 데려다준다.

음악에 대한 철학적 세계는 오랜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이어져왔으니, 과거의 그들에게 이야기를 꼭 들어봐야만 했다.

음악과 관련된 인문/철학서라고 하면 '클래식'과 관련된 것이 전부였는데, 읽고나니 음악과 철학 두 분야를 한 번에 잡은 느낌이다.

플라톤과 아리스톤텔레스 그리고 쇼펜하우어 등 그들의 철학 속에서 음악을 찾다보니, 문득 음악가가 되면 될수록 철학자가 된다는 말이 꼭 맞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1부에 더 집중하며 읽었었는데, 음악과 관련된 철학적 개념에 대해 잘 짚고 넘어갈 수 있어서 앞으로 듣는 클래식들은 단순하게 지나치지 못할 것 같다.







소리는 순간에 사라진다. 그리고 그 다음에 더욱 중요한 일들이 펼쳐진다. 음악이 멈춘 순간 진짜 음악이 시작되는 것이다.

나는 바로 이 소리 이면의 음악 세계에 매료되었다.



댓글(18)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cott 2021-09-30 00: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책! 찜 !👆

하나의책장 2021-10-02 23:55   좋아요 2 | URL
이 책 분명 scott님 마음에 드실 거예요😍

오거서 2021-09-30 00:4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긍정하는 삶에 음악이 필요하다 장에 관심이 있어요 ^^

하나의책장 2021-10-05 01:35   좋아요 2 | URL
저도 1부, 2부에 더 집중하며 읽었었어요^^
분명 오거서님 마음에 쏙 드실 거예요!ㅎㅎ

붕붕툐툐 2021-09-30 08:2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 서가명강 시리즈 도장깨기 하고 계시군요! 이 책 완전 흥미로운데용? 그나저나 책 사진이 넘나 예뿌네영~😍

하나의책장 2021-10-05 01:36   좋아요 3 | URL
앗, 감사합니다♥
네!ㅎㅎ 한 권, 한 권씩 읽어보려고요^^

scott 2021-10-08 16:0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하나님 이달의 당선 추카 합니다!!

주말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ㅅ^

하나의책장 2021-10-19 22:4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mini74 2021-10-08 16:1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하나의 책장님 축하드려요 *^^*

하나의책장 2021-10-19 22:48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새파랑 2021-10-08 16: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하나님 축하드려요 ^^ 🎂 🥳 🎉

하나의책장 2021-10-19 22:48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그레이스 2021-10-08 17: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

하나의책장 2021-10-19 22:4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21-10-08 18: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하나의책장 2021-10-19 22:48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겨울호랑이 2021-10-20 00: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나의책장님 글을 읽으며 음악에 시대정신 담겨 있고, 음악이 사회에 영향을 주는 것을 보면 당연할 수도 있겠지만, 음악이 사회 그 자체가 아닌가를 생각하게 됩니다.^^:)

그레이스 2021-10-20 00: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 들었어요... 드뷔시 달빛, 조성진 연주로!
음악이 사회를 품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