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꼭 읽어야 하는 이유는 이렇다.

(1) 재미있다.

인생은 생각보다 짧다. 훌륭한 말씀, 지혜의 잠언, 실용적 지식, 모두 다 필요한 것이겠으나, 책은 모름지기 ‘재미있어야 된다’는 것이 평소 내 지론이다. 재밌는 책, 훌륭하면서도, 인생의 지혜를 알려주면서도, 냉혹한 현실에 맞서는 용기를 불어넣으면서도, 상상력의 저 너머를 보여주면서도 재미있는 책, 엄청 많다. 재밌는 것, 본인에게 흥미 있는 것을 읽을 때, 뇌도 활성화된다고 하지 않던가. (아니던가? 아님 말고)

(2) 인생에 도움이 된다.

강의 하나, 하나, 말씀 하나 하나, 인생에 도움이 된다. 피와 살이 된다. 우리 함께 사는 이 세상을 어떻게 하면 좀 더 살기 좋은 세상으로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3) 실천가능한 (꼭 실천해야하는) 간단하고, 중요한 ‘실천사항’을 알려준다.

박경철 시골의사님은 마트 가지 말고, 시장에 가서 장 보라 주문하셨고, 이범님은 시켜서는 안 되는 사교육 세 가지 꼭꼭 찍어 주셨다. 생각해 보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하루에 한 가지씩 실천해 봐야겠다.

1. 이마트 피자를 거부해야 모두가 산다 - 박경철

경제가 고도 성장을 할 때는 모르지만 성숙기에 접어들기 시작하면 삽질을 할 게 아니라 그 돈으로 사람을 재교육하고 사회 속에서 인간의 역량을 개발하는 사업에 투자를 해야 합니다. (27쪽)

OECD 가입국인 우리나라가 아직 성숙기에 접어들지 않았다고 믿는 분들이 위에 계시니, 전 국토 5년 내내 계속해서 삽질이다. 손해 안 보면 다행이라는 아파트 앞 경전철 때문에 차는 엄청 막히고, 사계절 내내 먼지 폴폴 날린다.

일본은 왜 개인이 부자이고, 정부는 가난한지, 일본도 우리와 같은 동양문화권으로 자식 사랑 극진하다고 하는데, 왜 다다미 밑에 돈 깔아놓고 자식에게는 주지 않는지, 미국은 앞으로 어떨는지, 중국시장은 기대해도 되겠는지, 우린 어떻게 되겠는지. 다른 사람들은 (가까운 예 : 신랑) 다 알고 있는 얘기라는데, 나는 잘 모르는 이야기라서,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재미있게 읽었다.

두부 한 모, 콩나물 한 바가지라도 동네 시장에 있는 할머니한테 사면 세상이 바뀝니다. 어떻게 바뀌는지 아십니까? 할머니가 콩나물 판 돈으로 손녀에게 줄 공책을 한 권 사거든요. 공책 판 문방구 주인은 저녁에 두부 한 모 사러 시장에 나갑니다. 두부 장수는 두부 팔아서 통닭 한 마리 시켜 먹고, 통닭집 주인은 통닭 팔아서 옆에 있는 편의점 가서 콜라 하나 사 먹죠. ... (사실, 편의점 주인은 별로 남는 게 없는데요...) 지금과 같은 대기업 중심의 혹은 약탈적 경제체제는 자기파괴적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쪽이 탐욕을 부리면 이익이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이웃이 죽음으로써 내가 죽는 자기파괴적 속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약탈적 경제체제의 속성입니다. (42쪽)

내가 해야 할 일은, 마트 가지 말고 시장 가서 콩나물 사기, 코스트코 자주 가지 않기, 저축률 끌어올리기 등등이다. 1번, 마트 안 가기도 쉽지 않은데, 세 번째는 가히... 어허....

2. 그대 아직도 부자를 꿈꾸는가 - 정태인

여러분 다 사교육 시키죠? 그 이유는? 남들이 사교육 안 시키니까 우리 애만 사교육 시켜서 성적 올리자고 합니까? 아니면 남들이 다 시키니까 우리 애만 안 시킬 수 없어서 시켜요? 후자가 큰 이유일 겁니다. 그런데 다 사교육을 시키니까 아무 효과가 없습니다. 그러나 사교육은 차이가 있죠? 그러니까 더 좋은 사교육을 시켜야겠단 생각이 굉장히 강해지죠? 사교육 가격은 자꾸 올라가요. 그러면 다 망해요. 그건 무조건 문제가 있는 게임입니다. 지금 우리 교육은 모두 망하는 교육입니다. (61-62쪽)

세상에 제일 두려운 사람이 ‘옆집 엄마’ 아니겠나. 우리 동네는 그래도 조용한 편에 속하는데, 아들 녀석 친구네는 아파트 전체적으로 사교육을 ‘많이’ 시키는 분위기다. 우리 큰 애가 좀 더 나이가 있어서, 내가 사교육 많이 안 시켜도 괜찮다고 말해도, 친한 엄마는 불안한 모양이다. 아들에게 ‘더 많이’ 시키고 싶어한다. 이해한다. 요즘엔 웬만한 ‘강심장’ 아니면 그 유혹 이기기 쉽지 않다.

시장의 원리가 사회의 모든 부분을 지배하면 안 됩니다. 실제로 시장의 원리를 자꾸 관철시키면 그 사회는 망합니다. 그게 지금의 세계 금융 위기입니다. ... 그러나 시장이 해결할 수 없는 많은 문제가 있어요. 그런 것들은 국가와 사회 경제가 적절하게 해결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 아이들이 살 수가 있어요. (83쪽)

‘노무현 대통령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노무현 대통령 당시 청와대를 뛰쳐나와 반FTA 운동을 하시는 이 분이 솔직히 마음에 들지는 않았으나, 이 분의 주장 중 많은 부분이 공감되는 것도 사실이다. 부동산, 사교육의 딜레마에 빠져 모두가 패자가 되는 진흙탕 사회를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는 없지 않은가.

추천도서 있다.

<이타적 인간의 출현> 최정규 저. 스스로에게 일독을 권한다.

 

 

 

 

3. 아이들에게 공부의 즐거움을 허하라 - 이범

우리가 세계 기록을 가지고 있는데, 선진국에서 100년 걸린 일을 10년, 20년에 해버린 게 너무 많아요. 그래서 세대 차이도 전 세계에서 제일 큰 나라예요. 우리가 키우는 아들딸을 아들딸이라고 생각하시면 안 돼요. 선진국 기준으로는 두세 세대 차이입니다. 사실 증손자, 증손녀를 키우고 있는 거예요. (88쪽)

빵! 터졌다. 그래, 우리 엄마하고 딸내미 하고만 말이 안 통하는게 아니었어. 나도 우리 딸이랑 말이 안 통해. 할머니들 문화센터에서 “요즘 것들... 쯧쯧“. 이해가 된다. 이해돼.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사교육 세 가지는 이렇습니다. 1) 초등학교 선행학습 2) 중학교 종합반 3) 고등학교 때 언어영역이나 외국어 영역 문제집 열심히 푸는 것 (124쪽)

1, 2는 해당사항 없고, 3은 고등학교 때 친구들 사례 많이 봐 왔고, 안 해야 하는 것 세 가지는 제가 확실히 끼고 있네요. 감사합니다.

124쪽 도표 (아하.... 사진을 안 찍어놨네요... 어쩔)

30년 뒤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30년 뒤에 같은 집에서 살 확률은 높지 않겠지만 부모와 자녀가 행복하고 즐겁게 만나야 하잖아요. ... 내가 30년 뒤에 자녀와 어떤 감정적 관계로 대면할 것이냐, 공부를 어떤 방식으로 하는 게 아이의 인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인가? 더 깊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결국 이게 우리나라 교육 혁신의 목표이자 방향일 거예요. (127쪽)

아이를 위한다고, 아이를 사랑해서 하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편향된 사랑의 결과는 자신과 아이에게 파멸이다. 행복하게 만나자. 30년 뒤에, 내 아이들과. 상상이 안 되네.

4. 사교육과 외도, 그 오묘한 관계 - 나임윤경

중산층 가족은 그야말로 ‘프로젝트 가족’이에요. 한국의 가족은 애정 공동체가 아니라 프로젝트 공동체인 거죠. 프로젝트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결과예요. 결과 이외에는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죠. 애정이 가족 안에서 안 만들어지고 있다는 거죠. (133쪽)

한국 가족의 내면을 보면 자식과 어머니의 관계가 굉장히 도구적이예요. 아버지는 무관심해야 하고 엄마는 정보력이 많아야 하고 할아버지는 돈이 많아야 자식 교육에 성공한다잖아요. 애정은 돈으로 사오는 아주머니가 메워주죠. 기능이 철저하게 분업화되어 있어요. 협력이나 소통 없이 기능적으로 움직이고 각자의 분업에 충실할 수 있을 때 프로젝트를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겠죠. (140쪽)

우린 사실 이렇게 살고 있는데, 이렇게 살고 있다고 적나라하게 듣고 나면, 실제로 우리의 현실이 얼마나 가혹한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지금, 우리의 가정은 프로젝트 가정이다. 목표를 위해, 결과를 위해,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멈출 수 없고, 돌아설 수 없는 브레이크 고장난 자전거 같은 삶들.

프로젝트 아래에서 자란 아이들은 모든 욕망을 유보한 채로 살고 있어요. 고등학생은 대학 가서, 대학생은 취직하면, 욕망을 그때그때 실현하고 그것이 자기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발견해야 합니다. ... 오늘을 유예하는 것의 아름다움. 지금 우리 애들이 그렇게 크고 있잖아요. 대학 가서 해. 대학 가서 못해요. 취직해야지. 취직하면 또 승진하고 나서. 그러니까 계속 욕망을 유예하다가 결국 왜곡된 방식으로 발현되는 거예요. (146쪽)

대학 가서 해. 라는 말 앞에는 여러 단어가 붙을 수 있는데 예를 들면, 연애는 대학가서 해, 친구 사귀는 건 대학가서 해, 멋내는 건 대학가서 해, 진로 고민은 대학가서 해 등이다. 자꾸 듣다 보면 밖에서 들려오는 그 말이, 내 안에서 들려오는 말인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니까, 고등학교 2, 3학년 때, 아직도 어두운 오전 6시 15분, 버스를 타러 정류장으로 향할 때면 항상 찬바람을 만났다. 얄미운 바람은 종아리를 세차게 내리쳤다. 다리가, 종아리가 너무 시려웠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찌릿찌릿, 얇은 교복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이 너무 얄미웠다. 그 때, 생각했다. “지금이 내 인생에 제일 추운 날이야. 이 날이 지나고 나면 곧 따뜻한 날 올거야. 지금이 내 인생에 가장 추운 날이야.”

'대학가서 해'라는 말이 내 안에 또리를 틀고, 난 그걸 내 안의 소리로 받아들였다. 내가 내 스스로에게 말하는 거다. "그래, 대학 갈 때 까지만 참자."

물론, 따뜻한 봄날 있었다. 잠깐이었지만, 봄은 봄이었다. 1990년대 말의 대학가는 요즘처럼 삭막한 분위기는 아니어서, 나는 좋아하는 동아리에 들어가 원없이, 정말 원~~~없이 활동했고, 과내 동아리 모임에도 나가 밥먹고 수다떨며 놀다 오기도 했다. 좋은 학점은 아니었지만, 졸업을 했고, 취업도 했다. 내게 봄날 있었음을 감사한다. 하지만, 추운 날, 그 이후로도 많았다. 바람이 더 세차지면 세차졌지, 잦아들 기미는 없었다.

그 역할을 지금까지 가정에서 내 아이만 돌봐온 우리 여성들이 했으면 좋겠어요. 우리 여성들에게는 타인을 돌본 역사가 있거든요. 모성을 공공의 영역으로 확장하는 일, 비전을 세우고 구체적인 길을 모색하는 일은, 사적인 영역에서 내 아이만을 돌봐온 엄마들이 할 수 있는 일이에요. 그럴 때 우리 가정이 프로젝트 공동체가 아니라 애정 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겠죠. (156쪽)

모성을 공공의 영역으로 확장하자. 지은이는 이렇게 제안한다. 모성을 공공의 영역으로 확장해보자. 만약 이게 가능하다면, 그 에너지와 활력이 가져올 긍정적 효과는 가히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내 아이를 좀 덜 돌보고, 다른 아이를 좀 더 돌보다. 직장맘이 그렇게 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내 아이 더 돌보기도 심히 바쁘다. 그렇담 우리 전업맘들에게 이 중차대한 임무가 주어지는 건가. ^^ (난, 아직 준비가...)

5. 아이를 살리는 교육, 반란이 답이다 - 윤구병

내가 늘 하는 말이지만 아이들은 주말이면 자연 속에서 뒹굴고 마음껏 뛰놀면서 행복을 맛보고 살아야 합니다. 주먹밥이나 김밥 싸가지고 아이들 스무 명 데리고 나가서 놀게 할 수 있습니다. ... 자연이 가장 큰 스승이고 위대한 교사입니다. 사람이 가장 짧은 시일 내에 가장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은 자연밖에 없습니다. (178쪽)

사람이 가장 짧은 시일 내에 가장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 자연이라는 말씀이 마음에 와 닿는다. 우리가, 조급한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강제하는 것이 사실 ‘정보의 효과적 습득’ 아닌가. 하지만, 지혜는 은근 가까운 곳에서 찾아진다. 자연. 제일 위대한 스승은 자연이라는 거다.

근데 여러분이 아이들을 통제할 때 죽고 사는 문제를 건드립니까? 아니죠?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니라면 통제는 안 할수록 좋습니다. 여러분이 아이를 통제할 때 이것이 정말 아이들 미래와 행복을 위해서 꼭 해야 할 통제인가 아닌가를 마음으로부터 꼭 물어보고 하시고요. (180쪽)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본다. 정말 그런가. 아이들을 통제할 때 죽고 사는 문제를 건드리는가. 아니다. 적어도 난 아니다.

어제 저녁에도 아들녀석이 나한테 엉겨붙다가 (우리 가족은 아침은 식탁에서, 저녁은 밥상에서 밥을 먹는다.) 오이김치 접시가 바닥에 인사를 해 버렸다. 나는 화가 나서 소리 한 번 빽! 질렀고, 아들녀석은 알아서 완전 불쌍 모드로 “엄마, 미안해요~” 연발하신다. 그러고 보니, 크게 화낼 일도 아니다. 아들은 실수한 거고, 바닥은 닦으면 된다. 괜히, 혈압만 올라갔네. 미안하다, 아들.

물론, 이뿐 아니다. 하지 말아야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고소한 잔소리는 줄줄이 비엔나마냥 끝이 없다. 아, 오늘의 결심. 죽고 사는 문제만 통제하자.

6. 공부란 무엇인가? - 신영복

차이와 다양성을 승인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차이와 다양성에서 자신이 변화하려는 노력을 시작하는 것. 그게 진정한 공부입니다. 자기 변화로 이어지지 않는 공부, 머리에 축적하는 공부, 개인의 애정으로서만 관리되는 공부, 이건 진정한 공부가 아니라서 숲을 만들어낼 수가 없습니다. 자기 변화를 해야 합니다. (199쪽)

공부란 물처럼 흘러가면서 부딪히는 모든 것으로부터 배우는 것입니다. 과정 그 자체가 진정한 공부입니다. (216쪽)

참 공부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보여준다. 신 교수님 스스로도 여러번 밝히셨듯이, 감옥에서 그가 공부한 것은 동서양의 고전 뿐 아니라, '사람‘ 그 자체였으니까. 머리에 축적하는 공부가 아니라, 자기 변화를 일으키는 공부. 아.... 참 공부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신호등을 안 본 분은 없을 겁니다. 보통 신호등인데, 빨간불, 노란불, 화살표, 파란불에서 다 같 수 있는 방향이 우회전입니다. 우회전은 언제든지 해요. 좌회전은 반드시 화살표를 받아서 가야 합니다. 우리 사회의 개혁과 진보의 위상이 이와 같지 않은가? 저는 버스 타고 가다가 신호등 볼 때마다 그 생각해요. 이거구나. 이거구나. 이게 우리 현실입니다. (213쪽)

아무 때나 해도 되는 우회전과 신호 받고, 화살표 받고 해야 하는 좌회전. 어쩔땐 비보호다. 알아서 잘 찾아가라~~~. 좌회전이 더 어렵고, 힘든 건 사실이지만, 우회전만 해서는 가고자 하는 곳에 못 간다. 신호 기다리고, 주위 잘 살피고, 조심조심 좌회전 해가며 찾아가야 한다. 시간 좀 걸리더라도 결국에는 가야할 곳이니.

7. ‘부정의’의 시대, ‘정의’를 꿈꾸자 - 조국

저는 당시 ‘뇌무현’이라고 부른 사람이 모두 처벌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뇌무현’이건 ‘쥐박이’건 부를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정도 일로 처벌해서는 안 됩니다. 이명박 대통령 입장에서 ‘쥐박이’라고 불리면 기분 나쁘겠죠. 내가 왜 쥐야? (웃음) 기분 상할지 모르겠으나 그럴 수 있는 거지, 하고 웃어 넘겨야 됩니다. (239쪽)

그걸 바라는게 너무 큰 기대라 한다면, 아, 더 이상의 코멘트는 없다.

이정희 대표의 ‘총선 사퇴 기자 회견’을 보고 난 후, 난 말했다.

“그래, 잘 했어. 크게 생각해야지. 멀리 봐야지. 우리도 여자 대통령 가질 수 있겠네. (이거, 조심해야된다. 이번은 아니다. 이번에 유력한 대선후보 중 한 명이 여자분이시니,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이번은 아니다. 올해는 아니다.)”

“왜~~ 심상정도 있잖아.“

그래, 우리한테는 심상정도 있다. 우하하. 신난다.

(그 주, 한겨레 21 표지기사 첫 단락이 이거다.

“대한민국 최초의 여자 대통령 이정희”.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가 서울 관악을 총선 후보에서 사퇴한 3월 23일 오후 트위터에는 이런 내용의 글이 폭주했다.

나같은 생각 가진 사람들 많았나보다. 그래, 우리도 되는거야!)

* 위의 글은 3월 25일에 작성된 거다. 오늘은 4월 15일. 총선 끝나고 투표 결과에 밥맛까지 잃었다는 분이 있을 정도로, 사실, 결과는 암담했다. 애쓰신 분들에게 격려를 보낸다. 문성근님, 천호선님, 천정배님, 정동영님, 김부겸님, 특히 애쓰셨다. 지역에 따라 꼼꼼히 나눠지는 서글픈 한반도 색칠공부는 언제쯤이나 끝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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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박노자는 천재다

고미숙의 ‘공부의 달인’에는 음독, ‘소리내어 읽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소리내어 읽는 것 자체가 어려운 공부를 할 때에 큰 도움이 되지만, 외국어를 배우는 데도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거다. 그 예가 박노자 교수였다. 박노자 교수는 <춘향전>과 북한신문 <로동신문>을 소리내 읽어가며 한국어를 배웠다는 거다. 사실 그의 글을 읽다보면 내용면에서 뿐만 아니라, 그가 구사하는 한국어의 유려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우리도 그렇게 하면 이렇게 될 수 있는거야? 가까운 분의 한 마디 들어본다.

“박노자는 천재야.“

아, 맞다.

2. 돈이 없는 사람은 비국민이다.

구미권에서는 합법적 살인의 대상이 주로 피부색이 다른 이방인이지만, ‘선진화’된다는 이명박 대통령 치하의 대한민국은 주로 저항을 시도하는 빈민들을 합법적으로 죽임으로써 자기확립을 한다. 용산 참사의 경우, ‘국살’을 당한 서민들은 사후 보수 언론으로부터 ‘도심 테러리스트’라는 호칭까지 받았다. 미국이나 러시아, 노르웨이 군경들이 죽이곤 하는 비유럽적 타자들과 비교할 만하다. 대한민국에서 돈이 없는 사람은 ‘비국민’인 것이다. (25쪽)

대한민국에서 돈이 없는 사람은 비국민이라는 그의 진단은 인정하기 싫지만 사실이다. 그렇게 대우받고 있고, 그렇게 인정되고 있다. 돈이 없는 비국민이 청하지도 않은 인사와 존경을 받는 때가 있는데, 그 때가 이른바 선거철이다. 그 때는 ‘국민이 주인이고, 국회의원은 머슴’이다. 하지만, 금배지 달고 나면, ‘국민의 머슴’은 ‘의원님’으로 돌아가시고, 돈이 없는 사람은 다시 '비국민‘으로 돌아간다.

3. 국가는 전쟁을 좋아한다.

그러면 자본가들이 전쟁 비용을 증세와 국채 발행 등 사실상 인플레를 통해 조달하는 ‘국방국가’의 탄생을 반긴 이유는 무엇일까? ... 전쟁이 가져다주는 ‘특수(산업 호경기)’가 없으면 자본주의 경제는 이윤율이 경향적으로 저하되며 장기적으로 지탱되지 않는다. ...주기적 불경기로 소비재 시장이 위축될 때 적당한 투자처가 없는 엄청난 잉여자본을 가격이 안정적인 무기 생산에 쏟아부어 불황을 유보하는 것은 자본주의 체제의 중요한 운영 기법이다. (115쪽)

자본주의가 계속해서 운용되기 위해서는 ‘전쟁’의 발발, ‘전쟁’의 지속이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는 지적이다. 많은 이윤을 남길 수 있고, 가격이 안정적이고, 개발이 용이한 무기 생산을 통해 자본가는 부를 축척하고, 국가는 본연의 이데올로기를 ‘강화’한다.

나를 위한 국가는 없다. 그렇게 알고는 있었지만, 웬지 서글퍼진다. 나를 위한 국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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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아내는 겨우 중학교 3학년과 1학년인 두 아들이 중간, 기말고사를 볼 때면 아무 것도 안 하려고 한다. 심지어 아이들이 시험을 보러 학교에 가 있는 오전에도 나랑 놀아주지 않는다. 아이들이 시험 보는 동안 자기만 신나게 놀면 미안하고 혹시나 부정 탈지도 모른다는 거다. ... 자신을 고통에 빠뜨리며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혹시 보상받을지도 모른다는 착각에 빠진다. (43쪽)  

그래서, 아들이 시험보는 시간에 놀지 않고 인고의 시간을 보낸 끝에, 아들이 시험을 잘 보고,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야 좋겠지만, 그렇지 않았을 때, 아이가 내 기대에 못 미쳤을 때, 원망과 분노는 그 사랑하는 아들에게 쏟아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착각은 자신은 웬만하면 착각하지 않는다는 착각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제 자신이 착각하는 것보다 덜 착각한다고 믿는다. 또한 다른 사람들이 자신보다 훨씬 더 착각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 믿음은 가장 치명적인 착각이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순진한 사실주의 native realism'에 따르면, 많은 이들이 자신은 객관적으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신중하게 판단하기 때문에, 착각하거나 편향된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 이러한 착각의 가장 무서운 점은 바로 타인을 비난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66쪽)

자신이 실제 착각하는 것보다 덜 착각한다는 착각, 자기가 더 객관적이라는 착각, 자기는 신중하게 판단했기 때문에 착각할 가능성이 다른 사람들보다는 적다라는 착각이 착각 중의 착각이요, 착각의 대표자다.

성적표를 받아오는 날 아내와 둘째아들 순영이의 대화를 듣다 보면 내 귀를 의심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아내는 성적표를 보자마자 물어본다.

“너희 반 1등은 누구니? 몇 점이니?”

“(순영이보다 평소 공부 잘하는) 아무개는 몇 점이니?”

이러한 질문에 대한 순영의 대답은 한결같다.

“우리 반 꼴등이 요번에 아무개야”, “누구는 수학에서 40점 받았대”, “이번 시험이 모두들 이상하대. 문제가 거지같아”.

아내와 순영이가 주고 받는 질물과 대답은 ‘사오정 놀이’처럼 엉뚱하지만 인간적으로 지극히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무언가를 더 잘 하고 싶은 ‘향상의 동기 need for improvement'가 있을 때 사람들은 자신보다 더 뛰어난 사람과 비교한다. 보통 비슷한 분야에서 자신보다 좀 더 잘하는 사람과 상향적 비교 upward comparison를 함으로써,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는 고민하는 것이다. 순영이가 조금이라도 더 잘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한 아내는 항상 더 잘하는, 더 나은 친구들과 비교하려 든다.

그래서 순영이는 자기보다 더 못한 친구들 이야기를 계속한다. 인간은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싶은 아주 기본적이고 강력한 동기를 갖고 있다. 이를 ‘자기고양동기 need for self-enhancement'라 한다. 그래서 자기보다 못한 사람들과 하향 비교 downward comparison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엄마에게 자신의 성적이 그리 나쁘지 않음을, 그리고 자신이 그리 못나지 않았음을 보여주려는 처절한 몸부림이 바로 자기보다 못한 친구들과의 하향비교다. (89쪽)

정말, 진짜로, 엄격하게 판단해서....

우리 딸이 단원평가 시험지를 집에 들고 왔을 때, 나와 우리 딸의 대화 내용과 똑같다. 완전 똑같다.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나는 “100점 맞은 친구도 있어?”하고 물어본다는 정도. 신랑은 기겁을 했다. 예상 밖의 시험지를 들고와서, 15점 맞은 친구 얘기를 하는 딸애가 아니라, “100점 맞은 친구도 있어?” 하는 나를 보면서 말이다. 우리 신랑은 어쩜 그리 초연하신지, 그 예상 밖의 시험지를 보고도, “아, 우리 딸 참~~~ 잘했네.” 하신다. 그 표정이 그야말로 일품이다. 진심과 사랑이라고나 할까.

착각, 난 지금도 착각에 빠져있다.

내 글은 재미있다라는 착각, 누군가 내 페이퍼를 재밌게 읽으리라는 착각, 누군가는 추천을 꾸욱! 누르리라는 착각. 착각. 지금 나는 제 정신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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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가 한 편 있어 소개합니다. 그림도 같이 봐 주세요. 감동 200%예요.

 

 

 

 

 

 

 

 

 

 

 

 

 

 

 

 

 

 

 

 

 

 

 

 

님의 침묵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찰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정적 제치고 충성을 향하여 난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구라같이 몸통은 없다던 옛 맹세는
차디찬 거짓이 되어 보고서 한 방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보고의 추억은 BH의 지시사항을 남겨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눈 밝은 님의 하명에 귀먹고, 귀 밝은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찰도 사람의 일이라 할 때에 미리 걸릴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폭로는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사찰을 쓸데없는 보고의 원천으로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양심을 저버리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진실의 입을 막아서 증거인멸의 노력을 들이부었습니다.
우리는 사찰할 때에 걸릴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걸릴 때에 모두 망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분노를 못 이기는 사찰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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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도스토예프스키다. 민음사에서 <죄와 벌>이 새롭게 번역되어 나왔다. 다음은 민음사 홈피에서 옮겨왔다.

 

러시아의 대문호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전 2권)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284, 285)으로 출간되었다. 『죄와 벌』은 도스토예프스키가 사형선고에 이은 8년간의 유형 생활 후 두 번째로 발표한 작품이다. 전작 『지하로부터의 수기』에서 싹튼 새로운 ‘인물 유형’과 소설 기법이 바로 이 소설에서 만개하여, 인간의 가장 깊은 곳에 숨겨진 심리가 낱낱이 파헤쳐진다. 작가 스스로 『죄와 벌』은 “범죄에 대한 심리학적 보고서”라고 밝혔듯, 죄와 속죄에 대한 다양한 인식들이 팽팽하게 갈등하고 교차한다. 이 소설은 도스토예프스키가 작가로서의 성숙기에 정점을 찍을 수 있게 했고, 또한 조이스, 헤밍웨이, 고리키, 버지니아 울프, 토마스 만, 헨리 밀러, D. H. 로렌스를 비롯한 위대한 작가들에게 커다란 영감을 주었다. 

 

 

이 책의 번역자인 김연경은 서울대학교와 모스크바 국립사범대학교에서 도스토예프스키 연구로 박사 학위를 취득한 젊은 학자이다. 또한 21세에 등단해 소설집 『고양이의, 고양이에 의한, 고양이를 위한 소설』, 『내 아내의 모든 것』, 장편소설 『고양이의 이중생활』 등의 작품을 발표한 소설가이기도 하다. 젊은 학자이자 소설가로서 김연경은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과 『지하로부터의 수기』에 이어 『죄와 벌』을 감각적으로 번역해 냈다.

 

<시크릿가든> 김주원의 서재 중 백미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이다. 특별하게 꾸미지 않아도 아름다운 서재의 모습 그 자체다. 아, 딸롱이가 어서 크기를, 세계 문학에 빠지기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을 사 달라고 하기를...

 

 

 

 아, 아니지. 나는 도스토예프스키 이야기를 할려고 그랬지.

 

내가 회사에 다니고 있었을 때니까, 2002년 정도였던 것 같다. 도스토예프스키 전집이 <열린책들>에서 나왔다.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어떤 교수님이 소개글에서 이렇게 쓰고 있었다.

 

"그러니까, 제발 부탁한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젊어서 읽어라."

 

그 제안은 너무나도 간절하고, 너무나도 신선해서, 나는 그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완전 결심한다.

 

그래서 신랑에게 말했다. 도스토예프스키 전집을 사야겠다고. 지금 아니면 후회한다고. 그의 작품 전체를 사야한다고.

신랑이 말했다. 하나만 읽고, 하나만 읽은 다음에 사. 그래? 아니야, 세트로 사야 더 싸지 않을까?

하나만 읽어보고 사. 그래? 그러면 다 사 줘. 응. 그래, 그럼 뭐로 할까? 젤 유명한 걸로 하자. 카라마조프씨네 형제들.

그래서 샀다.

 

  하지만, 어쩔.

   난 아직도 이 책을 못 읽었다. 상 50 페이지에서부터 진도가 안 나가더니만, 그렇게, 그렇게 책장을 차지하고 있다. 도스토예프스키 전집은 그렇게 물 건너가고 말았다.

 

 한 가지 위안이라면, 다섯 수레가 아니라, 열 수레 이상씩 읽은 책을 갖다 버린다는 내 친구도, 이 책은 아직 읽지 못했다고 한다. 위안 맞나?

 

 

 

 

 

 

시간은 흘러, 전집 중 일부는 절판이 되고, 인기있는 작품 일부가 개정판이 나왔다. 에라, 모르겠다. <죄와 벌>을 샀다.

 

 

  

 

맨 먼저 든 생각은, 아, <죄와 벌> 먼저 읽을 걸... 하는 후회였고, 두 번째 든 생각은 그래도 그 때 좀 더 우겨서 전집을 살걸 하는 후회다.

 

러시아 소설은 겨울에 읽어야 제 맛인데, 봄은 살랑살랑 다가오는 거 같고, 꽃샘추위 가기 전에

다시, 도스토예프스키나 읽어 볼까 한다. 따뜻한, 아니 뜨뜻한 매트에 배 깔고 누워... 키햐, 조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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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2-04-04 00: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헤헤~ 도스토예프스키 이야기로 알아 들었어요.^^
민음사 책은 저도 몇 권 갖고 있는데, 세트 다 채우고 싶은 욕망에 휘둘리지 않으려 꾹꾹 눌러둡니다~ ^^

단발머리 2012-04-04 09: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ㅎ 순오기님~ 아직 안 주무셨군요. 혹 지금 활동시간이신가요? 저는 오늘 실수로 이렇게 깨 있답니다. 순오기님이 책 욕망을 꾹꾹 눌러참으시다니, 이거 정말 믿기 어려운 얘긴대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