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가들
김형수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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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 시절에 '독서는 마음의 양식'이라는 표어를 볼 때마다 나는 '유행가는 마음의 양식'이라는 말로 바꾸고 싶었다.(179) "던 저자의 책은 독특하다. 유행가를 주제로 나왔지만 지금의 우리가 생각하는 유행가는 없다. 무려 1920년대의 '사의 찬미'를 시작으로 천천히 저자의 어린시절, 청소년기, 젊은날을 거쳐 온다. 80년대를 배척(208)했다고도 하고, 서태지가 등장하는 90년대만 되어도 90년대적인 것들과 불화하고 갈등(211)했다고도 한다. 그러니 이 책을 집어들 독자들이 흔히 기대할만한 유행가들을 만나기는 어렵다. 좀 더 나이가 있거나, 그 이전의 대중가요사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더 흡족해할 것이다.

 

 시대를 풍미한 사람들과의 개인적인 일화도 나온다. 고은 시인(141)이나 김광석(201)과의 이야기는 짧게 나와도 시선을 붙잡는다. 겸손하기 위해 음악을 잘 알아서 이 책을 쓰게 된것이 아니(226)라고 하지만 초반의 내용들부터 어쩐지 학과시절 배우던 근현대사를 유행가와 함께 배우는 느낌일 들만큼 깊이있는 내용이다. '옛날 유행가는 한없이 슬프고 처량해야 한다'(83)는 '기쁨과 슬픔'(85)에 대한 확고한 생각처럼 이 책은 저자의 취향과 관점이 강하게 들어 있어 독특하다. 과거의 노래들에 대해서는 알아가고 배우는 기분으로 읽었고, 서태지와 김건모처럼 이제서야 들으면 어떤 노래인지 직관적으로 떠오르는 노래들에 대해서는 그저 흥미로웠다. '스피드'와 밀란 쿤데라의 '느림'을 붙여 생각하거나, '맨발의 청춘'과 무기여 잘 있거라'를 꼽아 세대적 몰예의를 말한다. 별 생각없이 들었던 이 노래들이 이렇게도 읽히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 재밌었다.

 

 " 요즘 젊은 세대에게는 어떤 노래들이 그들의 시대적 감정을 대변하는지 모르겠다. 나이 탓인지 내게는 세월이 갈수록 삶의 전망을 함께 나눌 사회적 감정의 매개물이 잘 눈에 듸지 않는다. SNS에 가득 찬 이야기들에는 풍문의 아우라가 없고 오히려 '가짜 뉴스'의 음험함만 도사려 있다.(20) " 는 지점은 상당히 아쉬웠다. 나 역시도 시간이 지나면서 유행하는 노래나 인기있는 가수에 대해 어릴 때보다는 잘 모르지만 그래도 흐름을 따라가는 일을 놓치면 안된다는 생각을 한다. 세상은 변하기 마련이고, 그 변화에 맞춰 살아야 감을 잃지 않는다. 물론 내가 누리던 것의 장점이 여전히 선명해보이겠지만, 그것만 바라보고 있다보면 새로운 것은 받아들이지 못하는 꼰대가 되버린다. BTS처럼 충분히 집중하고 분석할만한 소재들도 있는만큼 현시대를 좀 더 포용하는 내용이 있었다면 더욱 즐거운 마음으로 읽었을 것이다.

 

 고은이 등장하는 부분에서 각별한 친밀함이 느껴지는데 대담집을 낸 적 있었다. 기왕이면 이 다음의 노래들을 모아 유행가들의 다음권을 내준다면 더 좋을 것 같다. 아는 노래들, 익숙한 노래들이 나오는 부분이 특히 재밌었다. 근현대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색다른 주제를 만날 수 있어 좋겠고, 대중가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흥미로운 책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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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쉽게 살면 재미없어 - 거대한 행복 속으로 나를 업그레이드하는 방법
권유진 지음 / 라온북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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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살아야할까, 를 많이 고민한 책이다. 모두가 늘 해왔던 고민이지만 노력한만큼 보상이 따른다는 근면과 성실이나, 개천에서 용이 난다, 맨주먹 성공신화 같은 이야기들은 더이상 통용되지 않는 시대가 되면서 젊은 세대들은 과연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일까 새로온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오죽하면 미래를 도모하기보다는 현재에 충실하자는 신조인 욜로나 소확행 같은 말들이 유행하게 된 것일까. 저축에는 답이 없고 주식으로 몰리는 투자 심리도 이런 변화와 연관이 있다고 여겨진다. 저자는 이런 젊은 세대를 향해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해 온 자신의 경험을 통해 현실적인 조언을 전한다.

 

 평소 귀가 얇아서 중심을 잡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기 어려운 사람이라면 이 책이 도움이 될 것 같다. 요즘은 생활방식도 유행을 많이 타기 때문에 욜로한다고 탕진을 일삼다가 단순한 생활방식이 유행한다고 가진 물건을 다 내버렸다가 채식주의 노선까지 타는 사람들을 봤다. 어디까지나 더 나은 생활을 하기 위한 노력이 깃들어 있는 시도겠지만, 이런 흐름에 이리저리 쓸려가다보면 자신이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한 중심이 없어 장기적으로 목표를 잡고 지속해나가기 어려워진다. 책에서도 " 내가 추구했느냐, 추구당했느냐는 다른 것(29) "이라고 한다.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살기 위해 자신이 추구하는 것을 명확히 하는 게 중요하다.

 

 더불어 주변사람과의 관계에서 어떤 거리감을 유지해야할 것인가에 대한 3장의 내용도 항상 인간관계에 대해 고민이 많을 사람들이 읽는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가끔 인터넷에서 사람들의 공감을 많이 얻거나 의견대립이 분분한 내용의 글을 보면 인간관계로 비롯한 문제가 도마위에 오르는 경우가 많다. 배려, 예의, 매너 같은 항목은 특히나 성숙한 인간이 되기 위해 요즘 가장 중요한 요인이니 생각해 볼 거리가 많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어떤 사람으로 보여지고 싶은지도 나와 남 사이는 서로 다른 우주만큼이나 차이나는 다름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때문에 사적, 공적인 자신의 위치와 매너를 잡아야 할 때라면 3장의 내용을 읽어보고 생각을 정리하자.

 

 책을 읽으면서 가장 공감했던 것이 2장의 내용이었다. 아무래도 현재 생활 방식에 익숙해지면 쉽게 무기력해지고 점차 새로운 것에 도전하지 않게 되면서 스스로가 '고인다/정체된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 이를 깨야한다는 생각과 시도를 담은점이 자극이 되었다. 1장에서는 주로 경제관념을 잡는것, 자립적인 생활을 할 것, 특히 금융 관련 투자 경험을 쌓을 것 등의 실용적 조언을 했는데 이는 요즘처럼 주식시장이 과열되기 전에, 작년 이 시점 즈음에 나왔다면 이 책을 읽고 주식을 시작해보게 된 젊은 개미들이 저마다의 성공을 얻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5장에도 있듯이 "아무것도 모른채 그냥 남 따라(210) " 사는 주식은 실패하기 쉽다. 조심하자 개미들.

 

 저자 역시 아직 젊기 때문에 유행도 많이 따르고, 성숙해져가는 과정에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소확행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소소한 행복을 참고 대확행을 하기 위해 친구들과의 치맥파티를 계획했다는 일화(20)를 읽을 때는 어설픔이 느껴졌다. 친구들과의 치맥파티 역시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시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는 소확행일 뿐인데 예를 잘못든 것 아닐까. 필사, 투자, 심리상담 등의 권유도 요즘 젊은세대 내에서의 유행이 엿보인다. 자신의 경험을 통해 생생한 전달을 하려고 노력한 점은 좋지만 유행을 따른 비슷한 흐름에 아쉬움도 있었다. 십대에게는 조금 이를지 모르겠지만 곧 스무살을 앞두었거나 사회초년생인 나이대까지의 독자들이 읽어보면 도움이 될 내용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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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 그릇 - 돈을 다루는 능력을 키우는 법
이즈미 마사토 지음, 김윤수 옮김 / 다산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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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자학 입문서'라고 해서 자기계발서 느낌이 많이 날 것이라 생각했는데, 소설 형식이라 술술 읽혔다. '교양 소설'이라니, 왜 이런 내용은 이야기의 형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더 재밌고 읽기 편할까.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소설도 읽고 자기계발서의 정보도 얻는 느낌이다. 그러니 망설이지 말고 읽어보길 바란다. 스스로를 조커라고 소개하는 노인과 사업에 실패해 음료수 하나 사먹을 돈 없는 고토의 만남이 알고보면 전형적인 흐름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런 형식으로나마 읽기를 편하게 해줬다는 게 큰 장점으로 재밌게 읽었다.  
 
 사업에 실패해 빚더미에 오르고 아내와는 이혼한 고토는 딸 아이코의 수술을 앞두고도 병원에 찾아가지 않고 실의에 빠져있다. 자판기 앞에서 돈이 부족해하는 고토에게 선뜻 돈 백원을 빌려주는 노인은 그에게 자꾸만 선문답같은 말을 건넨다. 돈 백원을 빌려주며 고개를 숙여보라고 말하는 노인을 보자 얼마 전 인터넷으로 본 개그맨의 유튜브 내용이 떠올랐다. 지인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했을 때 어떤 반응이 오는지 보는 것이었는데 통화를 하던 개그맨 중 한명이 대뜸 짖어보라고 하는 장면이 있었다. 돈이 참 무섭지. 
 
 묘한 카리스마를 가진 노인과 대화를 하게 되면서 고토는, 그리고 독자들은 '돈을 다루는 능력을 키우는 법'에 대해 배우게 된다. 
 
 " "이렇게 말하면 이해할지 모르겠네만, 돈은 일종의 에너지야. 열을 내뿜고 있지. 그런데 사람들마다 적합한 최적의 온도는 전부 달라. 에너지가 너무 적으면 차가워서 불편하지만, 너무 많아도 지나치게 뜨거워서 화상을 입고 말지. "...중략...그러나 사람들은 어른이 되어 분별력이 생기면 누구나 쉽게 돈을 다룰 수 있다고 착각해. 분별력과 돈을 다루는 건 별개인데 말이지.(42) "
 
 자신의 힘으로 돈을 벌기 시작하게 되면 또는 신용카드를 처음 만들고 난 다음에 겉잡을 수 없이 소비가 늘어나는 사람들이 있다. 욜로나 플렉스라는 말이 절약보다 더 많이 보이는 요즘이라 이 조언은 특히 젊은 세대에게 필요하겠구나 싶었다. 읽으면서 솔직히는 뜨거워서 그대로 전소되어도 좋으니 너무 많아봤으면 좋겠다. 돈이 없어서 못쓰지 있으면 못쓸리 없다, 너무 많으면 돈을 다루는 능력같은 것은 생각안하고 써도 될텐데,하고 생각하며 읽었다. 이런 옹졸한 생각이 드는 내 '부자의 그릇'은 어떤 크기일까.  
 
 고토가 크림주먹밥 사업을 하다 실패했기 때문에 창업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읽으면 더 도움이 될만한 내용이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기 때문에 전문적인 능력이 따로 있지 않으면 인생 2막은 퇴직금을 자본으로 한 창업...이 될테니 미리 읽어 준비한다고 생각해도 괜찮지 않을까... 거기에 준비없이 돈을 더 얻으려다 평정심을 잃어 실패한 고토의 이야기를 통해 과열된 주식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한 투자자들에게도 평정심을 일깨워줄만한 내용이다. '돈의 본질을 깨달아 돈에 지배당하지 않고 사이좋게 공생하는 힘(222)'을 갈고 닦아봅시다. 
 
 요즘처럼 적극적으로 돈을 다루는 힘이 필요한 때에 어떤 시선으로 돈을 바라볼 것인가, 어떤 방식으로 돈을 다룰 것인가를 생각해보도록 하는 책이었다. 돈과 재테크를 어떻게 할 것인가 들리는 말은 많은데 생각이 정리되지 않는다면 잠시 시간을 내서 '부자의 그릇'을 읽어보자. 가장 큰 장점은 재미있게 잘 읽힌다는 것이니 부담없이 읽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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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의 유전자 - 회사 위에 존재하는 자들의 비밀
제갈현열.강대준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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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이 절대 놓쳐서는 안 될 기회가 바로 옆에 있다.

당신이 어제보다 더 나은 존재로 날아오를 수 있는 순간이. (120) "

 

C레벨, C유전자.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 뭘까? 열심히 공부해서 자신이 그리던 미래를 거머쥘 수 있다는 한국형 자수성가 '개천용'도 이제는 멸종위기를 넘어 더이상 나지 않는다고 하는 요즘이다. '사다리를 걷어차고 C레벨로 도약'할 수 있는 사람이 남아있을까? 그 사다리 한 번 타보겠다고 매달려있다가 사다리랑 같이 나가떨어져버리는 것은 아닐까? 코로나로 경제활동은 얼어붙어있는데 코스피는 3천을 넘었다. 개미들은 동학운동도 하고 서학운동도 하느라 바쁘다. 적당히 직장에서 월급받아 생활하면 수중에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는 세상이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회사와 월급으로는 아무 희망이 없다고 여긴다. 부동산과 주식, 비트코인 하다못해 로또만이 답이다.

 

 하지만 책은 " 매일 아침 화장실에 몰래 앉아 주식 시세 창을 바라보는 것은, 술자리에서 친구들이 말하는 이름 모를 투자 상품에 마음이 흔들리는 것은 당신의 마음만 어지럽히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그 순간순간이 당신이 가진 최고의 자산, 시간을 갉아먹는다.(81) " 고 한다. 지금 수많은 사람들이 살길이라고 바라보고 있는 방향을 향해 그쪽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는 책을 긍정적인 눈으로 바라보기는 어려웠다. 사실 달라진 호칭 문화에 대한 내용이 눈에 띄지 않았다면 읽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다보니 직급을 없애고 수평적 호칭문화를 도입하고 애자일 조직 문화를 추구하는 한 회사의 시도를 지켜보게 되었다. 그때마다 저런다고 뭐가 달라지겠냐고 회의적으로 바라보았는데 기대효과의 열에 다섯 이상은 정말 변화가 있었다.

 

 그렇다면 C의 유전자가 주장하는 내용들도 열에 다섯 이상은 남는 것 아닐까. 4차 산업 혁명 시대를 맞아 지속가능성 마저도 불안정한 마당에 책을 한 권 읽고 미래에 대한 영감을 얻을 수 있다면 그도 괜찮을 것 같았다. 책에 나오는 C를 포함한 용어들. CEO, CMO, CCO, CHRO, CFO, CTO, COO 같이 C의 세계는 아무리 들어도 드라마 속 30대 초반 본부장같이 멀고 멀다. 그런데 책은 당신 안에 잠들어 있는 C의 유전자를 깨우면 '야 너두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처음엔 어쩔 수 없이 이거 또 엄한 얘기하는거 아닌가 싶었다. 회사는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하는 직원을 원하지만 주인이 되려는 직원을 원하지는 않는 것 아닌가? 애초부터 나랑은 유전자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 아닐까 의심하다가 최근에 읽었던 책 한 권의 내용이 떠올랐다.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 라는 책과 용어는 조금 다르지만 비슷한 결이 있다고 생각했다. " 명함만 내세우고, 오직 회사 이름으로만 자신을 증명하고 과시하며 살다 보면 결코 그 명함을 넘어서지 못한다.(164) "는 내용처럼 직장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자신을 부속화 시키지 말고 그 분야의 전문적 인재가 되어 직업인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C의 유전자'의 내용도 이와 다르지 않다. 꼭 임원에 해당하는 자리에 오르는 것을 목표로 하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길러 "자신의 분야에서 최종의사결정권을 갖고 있는 대표(51)"자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기를 조언한다. 그러니 처음 느꼈던 불신은 점차 사라지고, 자신의 미래를 목표의식을 갖고 구성해나가야 한다는 '밥벌이'의 평범하지만 중요한 기본기를 강조하는 조언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조금 엉뚱한 내용이지만 " 이제부터 당신이 이직을 할 때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은 단순히 연봉 상승이나 직급 상승만이 아니라는 뜻이다. 지금까지는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이직을 할 때 세가지 정도의 조건을 고려해왔다. 직급과 연봉, 그리고 사람이다. 하지만 앞으로의 조직은 C레벨을 중심으로 개편될 것이다.(138) " 이 부분을 읽고 생각이 전환된 부분도 있지만 이직을 할 때 고려해온 세가지 조건 중 하나에 위치/거리가 아니라 사람이 들어가 있다는 의외의 사실에 놀랐다. 사람은 이직을 결심하게 하는 조건 아니었던가. 어쨌든 책을 읽으면서 자신이 속해있는 조직이 이런 내용과는 전혀 상관없이 관료적으로 경직된 문화를 고수하고 있는 것 같이 여겨진다면 우선은 그래도 계속 다니면서 커리어를 쌓아뒀다가 코로나 시대가 지나고 난 뒤 도약을 준비하길 바란다. 

 

 처음의 기대보다 흥미롭게 읽었다. 일을 시작하고 나서 문득 놀라게 되는 사실 중 하나가 이 '일'이라는 것을 남은 인생의 대부분, 거의 평생을 계속해서 해야 된다는 것이다. 우리의 기대 수명이 더 늘어남에 따라 정년도 늦춰질 것이다. 어떻게 일하고,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자신을 어떤 자리로 향하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도움이 될만한 책이다. 책을 읽을 때 가장 먼저 맨 마지막 부분에 있는 311쪽의 C지표지수 5개를 미리 체크해보고, 다시 책의 내용을 처음부터 읽고 난 다음에 다시 한 번 5개의 항목을 체크한 뒤 비교해보면 좋을 것 같다. 읽기 전의 자신의 생각과 이 책을 읽은 후 생각을 정리하고 난 다음 변화된 부분이 생기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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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 #02 - 멋진 신세계, 2021.1.2.3
문지혁 외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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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픽에 대한 소식을 듣고 그 도전이 궁금했다. 문예 계간지라니. 곤궁한 인맥 때문일까 문예지와 계간지를 혹은 그 둘 모두라 할지라도 찾아 읽는 사람을 본 적이 그리 없다. 더 솔직히는 책 읽는 사람마저도 보기 어렵다. 책을 읽는 것이 내밀한 취미생활이 되어버렸는지 인터넷에서는 책 읽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지 않은데 실생활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요즘은 미용실에서도 핸드폰을 하지 잡지는 잘 안읽는다. 우리는 하루씩 '읽기'와 멀어지고 있는데, 어쩌면 그 안에서도 확고한 취향이 존재하는가 싶은 픽션과 논픽션을 아우르는 서사 중심의 문학잡지!라는 기조를 내세워 창간할 수 있었을까. 그래서 에픽이 어떤 색을 가지고 어떤 말을 하는지 궁금했다.

 

 에픽의 필진들과 그들의 글을 보면서 불현듯 21세기에 되살아난 살롱문화를 떠올렸다. 에픽은 아마 기획자들이 꿈꾸는 살롱 그 자체가 아닐까 싶다. 이 살롱에 초대받은 자들이 자유롭게 각자가 가진 교양과 지식, 재능을 펼쳐내보이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조금 낯설고 또 흥미로웠다. 어떤 글이든 그렇겠지만 에픽 안에서 만난 글에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한다는 느낌이 더욱 강했다. 그래서 확신의 수요가 있을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자유로운 발언을 할 수 있는 거대한 사교모임의 장을 열고자 한 느낌이다. 에픽이 그들만의 리그처럼 느껴지게 될 것인지, 협업과 기획으로 분야를 넘나드는 플랫폼이 될 것인지 앞으로가 기대된다.

 

 '모든 텍스트는 문학이다'라는 문구가 강렬한 이 문예지를 읽으며 새로운 재미를 느꼈다. 평소 다른 분야의 글들보다는 소설 읽는 것을 가장 편하게 느끼는데 에픽 안에서는 오히려 논픽션 쪽의 글이 더욱 흥미로웠다. 몰랐는데 나 르포 좋아하네. 여성 노숙인의 이야기를 다룬 구술생애사 최현숙의 글이나 응급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남궁인의 글이 가장 인상깊은 꼭지였다. 솔직히 이 두 글의 방향성이 어떠하리라고 예상한 정도의 범위안에 있다는 점('여성' 노숙인의 현실을 통해 여성주의 담론으로 확장되는, 응급실 근무의 어려움, 사명감 그리고 노동자들의 처우 같은)은 아쉽지만, 그래도 매번 타인의 삶 - 그것도 쉽게 경험해보기 힘든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삶을 건너볼 수 있다는 것은 매번 흥미를 끈다.

 

 그렇다고 해서 픽션이 마냥 열세였다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글의 강렬함이야 제목부터 남다른 김홍의 '이인제의 나라'를 넘어설 수는 없겠지만, 아니 애초에 왜 '이인제'일까. 개인적인 감상이야 어찌되었든 암튼 이 제목을 이인제씨가 좋아합니다. '이인제의 나라'라니 정치인에게는 정치 인생의 꿈같은 제목 아닌가. 그리고 필진 중 가장 익숙하고 반가운 이름이었던 황정은 작가의 글도 기대되었었다. 공교롭게도 '기담'에서 " 남자는 궁지에 몰린 사람처럼 현관 안쪽으로 안쪽으로 뒷걸음질하면서 알고 있다고, 아이가 많이 뛴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저도 아이를 혼내고는 있는데요, 그래도 생각을 좀 해주셨으면 하는 게요...... 이 이상 아이를 컨트롤하려면 때리는 수밖에 없다고 그는 말했다. 뭐라고요? 제가 아이를 때릴 수밖에 없어요.(320) " 요즘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층간소음과 폭력 모두를 내포하고 있는 내용에 깜짝 놀랐다.  

 

 에픽을 처음 읽어본 나로서는 확실히 낯선 느낌을 받았다. 이것이 요즘 사람들이 유료회원으로 가입한다던 살롱문화 같은 것인가 싶기도 했고, 새로운 문예계간지의 등장이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이 첫만남으로는 아직 확신할 수 없지만 창간호와 그 다음호에 들이는 각오가 흔들림없이 이 다음 에픽에서도 유지된다면. 우리에게 이것이 부재했고, 이것이 필요했다.는 확고한 의지가 느껴진다면 앞으로도 에픽의 계절을 기다리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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