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자에게는 독이 있다 1
유즈키 준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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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만 봤을 때는 남자 주인공이 도S 왕자님 캐릭터라서 시도 때도 없이 여자들을 농락하는 이야기인 줄 알았다. 이를테면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처럼 자기 잘난 맛에 사느라 남들이 눈에 안 보이고, 여자라면 누구나 자기한테 반할 것이라고 굳게 믿는 안하무인 캐릭터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의 예상은 반쯤 맞고 반쯤 틀렸다. 남자 주인공이 도S 왕자님 캐릭터인 것까지는 맞았는데, 그 '대상'과 '방식'이 예상과 달라도 너무 달랐다. 왕자는 왕자인데 중국의 소황제 같은 왕자랄까? 


리즈와 소우타는 어려서부터 둘도 없이 친하게 지낸 소꿉친구 사이다. 왈가닥 리즈가 울보에 어리광쟁이에 위험천만한 사이를 옆에서 늘 지켜줬다. 심지어는 고등학생인 지금도 소우타에게 고백하는 여학생이며 연예인이 될 생각 없냐고 달라붙는 스카우터를 리즈가 척척 물리쳐줄 정도. 이로 인해 사람들은 리즈가 소우타를 꽉 쥐고 사는 줄 알지만, 실은 소우타가 리즈의 그런 성격을 이용하는데 리즈 자신조차 그 사실을 모르는 기묘한(!) 관계다. 


그런 리즈도 언제부터인가 여고생답게 남자 친구를 사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리얼충'이 되기 위해 관심 있는 남학생에게 직접 구운 쿠키를 선물하거나 친구를 졸라 미팅에 나가는 등 한 갖은 노력을 펼치는 리즈. 그때마다 번번이 소우타가 나타나 리즈가 자기 이외의 남자를 좋아하지 못하도록 꾀를 쓰는데, 하필이면 그 방법이 리즈에게 추근대는 남자들을 소우타가 직접 홀리는 것이다. 리즈는 여리디여린 소우타가 실은 꼬리 아홉 개 달린 구미호만큼 요망한(!) 성격이라는 걸 알 리 없고, 그런 리즈 뒤에서 소우타는 리즈에게 다가오는 남자들을 하나씩 물리치며 리즈의 연애를 훼방놓는다. 


일단 소우타가 너무 귀엽다! 깜찍하다!! 나라도 홀리겠다!!! 영화화 또는 드라마화하면 이 역할에 딱이다 싶은 일본 남자 배우들이 줄줄이 떠오른다(제발 영화화 또는 드라마화되길!). 비록 리즈가 자기 이외의 남자에게 관심을 가지지 못하게 하려는 목적이기는 하지만, 소우타 자신이 남자에게 적극적인 구애를 펼치는 것을 꺼리지 않고 때로는 여장까지 불사한다는 점 때문에 BL의 향기가 나기도 한다. 이성애를 그리는 순정 만화에서 BL의 향기를 느낄 줄이야... 싫지 않다 ㅎㅎㅎ 


소우타도 반전 캐릭터이지만, 리즈도 순정 만화 여주인공 하면 떠오르는 여리고 가냘픈 이미지라고는 1도 찾아볼 수 없는 핵사이다 캐릭터다. 특히 리즈와 단짝 친구 마키, 사야카 이렇게 셋이 나오는 장면은 현실 여자 친구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할 만큼 시원 털털하다 못해 엽기 발랄하다(이따금 <멋지다 마사루>가 떠오르기도 했다 ㅋㅋㅋ). 알고 보니 <왕자에게는 독이 있다>는 만화 팬들 사이에선 이미 소문이 자자한 인기 만화라고. 2권도 엄청 재미있다고 해서 방금 주문했다. 얼른 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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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꽃의 멜랑콜리 1
코모리 밋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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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일찍 여의고 아빠와 단둘이 사는 소녀 하나는 방학 때마다 엄마의 고향으로 돌아가 엄마의 단짝 친구인 사나에와 사나에의 아들 유즈루를 만난다. 하나는 엄마처럼 다정한 사나에와 무뚝뚝하지만 속내는 다정한 유즈루를 잘 따른다. 그러던 어느 날 사나에마저 세상을 떠나고 하나는 혼자 남은 유즈루에게 쭉 곁에 있겠다고 약속하지만, 얼마 후 하나는 아빠를 따라 해외로 가게 되고 자연히 유즈루와의 연락도 끊어지고 만다. 


몇 년 후 하나는 일본으로 돌아오고 고등학생이 된다. 아빠가 재혼해 귀여운 남동생도 생기고 좋은 친구들도 사귀었지만, 하나의 마음 한구석에는 언제나 어린 시절 끝까지 지켜주지 못하고 연락이 끊긴 유즈루가 있다. 그러던 어느 날 하나는 거리에서 유즈루를 닮은 남자를 만나고, 이튿날에는 학교에서도 그 남자를 본다. 유즈루와 꼭 닮았지만 유즈루라기에는 너무나 거칠고 험악한 그는 과연 누구일까. 하나는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용기를 내 그의 곁으로 조금씩 다가간다. 


처음에 <나에게 꽃의 멜랑콜리>라는 제목을 보고 대체 무슨 뜻일까 싶었다. 읽어보니 '꽃'은 여자 주인공의 이름 '하나'(일본어로 꽃을 뜻한다)를 의미하고, '멜랑콜리'는 하나와 유즈루의 달콤하면서 애틋한 첫사랑을 의미하는 것 같다. 유즈루가 성격이 좀 꼬인 캐릭터라서 보는 내내 답답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런 유즈루를 하나가 잘 받아주고 나중에는 은근히 조련(!)까지 해서 앞으로 유즈루의 변화가 기대된다. 무엇보다도 작화가 예뻐서 보고만 있어도 안구가 정화되는 느낌♡ 살짝 수위가 높으니 마음의 준비를 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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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파이터 타베루 1
우스타 쿄스케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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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다 마사루>, <삐리리 불어봐 재규어>로 유명한 우스타 쿄스케의 신작이 나왔다. 이름하여 <푸드파이터 타베루>! <멋지다 마사루> 제목만 알았지 직접 보진 않았는데 <푸드파이터 타베루>를 보니 인기의 이유를 알 것 같다. 아무 생각 없어! 재미있어!! 웃겨!!! ㅋㅋㅋ 무작정 봐도 반드시 배를 잡고 웃게 된다는 점에서 <푸드파이터 타베루>는 만화 본연의 목적을 충실히 수행한다. 이러니 <원피스>, <나루토> 같은 초대박 히트작이 포진한 소년 점프에서 20년 넘게 연재했겠지(참고로 작가님 사진을 봤는데 예상과 달리(?) 미남이었다!). 


이야기는 식도락가를 꿈꾸는 소년 하라다 우마미치가 방랑의 대식전사(푸드파이터) 칸나시 타베루를 만나면서 시작된다. 참고로 타베루는 우리말로 '먹다'라는 뜻을 가진 동사다. 푸드파이터가 나온다고 해서 음식을 많이 먹는 것을 업으로 삼은 자들의 처절한 노력과 경쟁을 그린 휴먼 드라마... 같은 건 전혀 아니고 그저 우스타 쿄스케의 특기인 '병맛' 유머로 점철된 개그 만화다. 메가 사이즈 메뉴를 제한 시간 안에 다 먹으면 공짜라든가 곳곳에서 음식 페스티벌이 열리는 일본의 식도락 문화를 잘 아는 독자라면 더 재미있겠지만 몰라도 재미있을 듯하다(아니면 어쩌지?). 


예전에는 <멋지다 마사루> 작화를 보고 정신없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는데, 이번에 <푸드파이터 타베루>를 보면서는 작화가 제법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웃음을 위해 일부러 대충 그리거나 엽기적인 분위기로 연출한 장면이 많아서 그렇지, 제대로 그린 장면을 보면 작화 실력 자체는 뛰어나신 듯. 만화의 한계에 도전하는 작화나 연출을 보면 천재성이 느껴지기까지 했다(내가 너무 띄워주나? ㅋㅋㅋ). 


인터넷으로 2권 줄거리를 살짝 봤는데 여자 캐릭터도 본격적으로 등장하고 이야기 전개도 보다 탄탄해지는 듯하다. 1권에서는 우마미치가 츳코미, 타베루가 보케인 만담 콤비 같은 느낌이었는데 여자 캐릭터가 등장하면 둘의 관계가 어떻게 바뀔지 궁금하다. 타베루의 캐릭터는 결코 붕괴되지 않겠지만 우마미치는 과연 어떨지. 여자 캐릭터가 예상을 뛰어넘는 만만치 않은 캐릭터라고 해서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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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7-05-24 0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저 우스터 쿄스케 만화 엄청 좋아하는데 이 책 찜이요^^

키치 2017-05-24 08:29   좋아요 0 | URL
반가워하시니 저도 기쁩니다 ^^ 저도 무척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ㅎㅎ
 
상해백사정기담 1
키미즈카 쇼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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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역사적인 것, 동양적인 것을 무척 좋아한다. <상해 백사정 기담> 이 만화를 처음 보았을 때 표지만 보고 사랑에 빠졌다. 차이나 드레스를 입은 아리따운 여인과 멀리 보이는 중국식 가옥, 레트로한 분위기와 폰트까지 모든 것이 마음에 쏙 들었다. 표지에 큼지막하게 그려진 양복 입은 사내의 모습도 1930년대 상해가 배경인 중국 드라마 <위장자>에 나오는 인물들의 모습을 연상시켜 좋았다. 


이야기의 무대는 1927년 상해. 제1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열강국의 이념이 교차하는 가운데 상해는 외국인 거주지가 곳곳에 존재하고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뒤섞인 극동 최고의 도시로 부상했다. '마도'라고도 불리는 상해에서 여관을 겸하는 찻집 '백사정'을 경영하는 아리따운 소녀 '화링'에게는 비밀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그녀가 반쯤 인간이고 반쯤 요괴인 반요(半妖) 소녀라는 것. 그런 화링 곁에 요괴라면 사족을 못 쓰는 괴짜 하숙인들과 마도에 떠도는 기묘한 사건들이 맴돌면서 이야기는 급물살을 탄다. 


판타지물을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도 <상해 백사정 기담>은 술술 읽혔다. 1920년대 상해를 요괴나 인어 같은 초인적인 존재들이 모여들었던 공간으로 상상한 저자의 능력이 놀라웠다. 백사정을 무대로 서로 인종도 문화도 다른 사람들이 얽히고설키는 과정도 흥미로웠다. CG를 잘 쓴다면 영화나 드라마로도 제작할 수 있을 듯. 역사적인 것, 동양적인 것이라면 덮어 놓고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상해 백사정 기담>의 영화화 또는 드라마화를 살짝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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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그대에게 1
오이마 요시토키 지음, 김동욱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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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그대에게>는 최근 국내에서 개봉한 영화 <목소리의 형태>의 원작을 그린 오이마 요시토키가 2016년부터 현재까지 연재하고 있는 작품이다. <목소리의 형태>의 원작을 그린 작가의 최신작이라고 해서 <목소리의 형태>처럼 서정적인 현재물을 기대했는데, 웬걸 전혀 상상도 하지 못한 판타지물이다. 어딘가 <목소리의 형태>와 닮은 부분이 있기는 하다. 그것이 뭔지는 차차 밝히기로 한다. 


이야기는 '나'로 지칭되는 존재에 의해 지상에 '구체(球體)' 하나가 던져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것은 단순한 구체가 아니라 온갖 것들의 모습을 본뜨고 변화할 수 있는 구체. 처음에 그것은 돌이었다가 이끼가 되었고, 래시 늑대 한 마리를 만나서는 늑대의 모습이 되었다. 늑대는 또다시 외로운 소년을 만나 소년의 모습이 되었다. 그야말로 이 존재로부터 저 존재로 끊임없이 변화하는 '불멸'의 존재. 이야기는 이 불멸의 존재를 따라 이 세상의 이곳저곳을 누비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불멸의 그대에게> 1권에는 폐허가 된 마을에서 혼자서 생활하고 있는 소년과 마을의 관습에 따라 제물로 바쳐질 위험에 처한 소녀 마치의 이야기가 나온다. 대화를 나눌 사람이 한 명도 없어서 늑대를 상대로 혼잣말을 계속하는 소년과, 계속 살아서 어른이 되고 싶은데 말이 통하지 않는 마을 사람들 때문에 고생하는 소녀 마치의 모습에서 <목소리의 형태>에 나오는 쇼야와 쇼코의 모습을 떠올린 것은 우연일까. 특히 눈앞에 살아 있는 마치의 목숨보다 보이지 않고 전해져 내려올 뿐인 관습을 중시하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에서 말이 통하지 않는 고통을 절실하게 느꼈다.


<목소리의 형태>와 <불멸의 그대에게>를 이어서 보니 오이마 요시토키는 작품을 통해 소통할 수 없거나 소통하지 못하는 고통을 계속 그려나갈 모양이다. <목소리의 형태>를 통해 오이마 요시토키가 그려내는 세계에 반한 사람으로서 <불멸의 그대에게> 또한 끝까지 지켜보고 싶다. 늑대가 되고 소년이 되었던 구체는 이제 또 무엇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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