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의 시간 - 인생을 생각하는 시간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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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카페에 가본 게 언제였을까. 기억을 더듬어 보니 고등학교 3학년 때인 것 같다. 수능이 끝나고 친구들과 대학로에 연극을 보러 갔다가 연극이 끝난 후 소극장 근처에 있는 작은 카페에 들렀다. 그때 커피를 마셨는지 차를 마셨는지, 음료만 마셨는지 디저트도 먹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친구들과 어서 대학생이 되었으면 좋겠다, 대학생이 되면 남자친구와 이런 카페에 자주 오겠지 같은 대화를 나눴던 것은 기억난다. 


그때로부터 십여 년이 흐른 지금도 카페는 내게 여전히 몽상을 불러일으키는 공간이다. 업무를 보거나 사람을 만나기 위해 카페를 찾는 경우도 있지만, 카페에 갈 때면 어김없이 잠시나마 일상을 잊을 수 있을 것 같고 왠지 좋은 만남이 있을 것 같은 기대를 품게 된다. 카페에서 멋진 남자를 만났으면 좋겠다는 기대가 점점 기가 막히게 맛있는 커피 또는 인생을 바꿀 만한 디저트를 만났으면 좋겠다는 기대로 하향 또는 축소되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일본의 일러스트레이터 마스다 미리에게도 카페는 몽상을 불러일으키는 공간인가 보다. 신작 <차의 시간>을 낸 저자는 '주로 카페에서 작품에 대한 영감을 얻곤 한다'고 공언할 만큼 평소 카페에 가는 걸 좋아하는 카페 마니아라고. 업무상 편집자나 출판 관계자를 만나기 위해 카페를 찾는 일이 많지만, 혼자서 커피나 차를 마시거나 디저트를 즐기기 위해, 사람들을 관찰하거나 아무 생각하지 않고 그저 멍 때리기 위해 카페를 찾는 일도 많다고 한다. 그러다 보면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도 얻고, 그걸 그림으로 그려서 돈도 벌고(우왕 좋겠다!). 


여성의 마음을 잘 이해하는 작가답게 카페를 찾는 여성들의 마음 역시 정확히 이해한다. 여성들은 언제 어떤 이유로 카페에 찾을까. 멋진 카페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호기심을 못 이겨 카페를 찾을 때도 있지만, 불쾌한 일이 있어서 스트레스가 쌓인 나머지 단 것을 먹으면 좀 나아지려나 해서 카페를 찾을 때도 있다. 커피나 차를 마시기 위해서 카페를 찾을 때도 있지만, 빵이나 케이크 같은 디저트 종류가 알차고 맛있다고 해서 카페를 찾는 경우는 부지기수이고.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디저트 뷔페에 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는다. 한국에서도 최근 디저트 뷔페가 인기를 모으고 있는데 일본에서는 몇 년 전부터 2,30대 여성들 사이에서 디저트 뷔페의 인기가 매우 높다. 유명 호텔의 디저트 뷔페는 몇 달 전부터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자리를 잡기가 힘들 정도라고. 눈으로 보기에도 즐겁고 입으로 맛을 보면 더 즐거운 디저트를 좋아하는 마음은 알겠는데, 디저트를 그릇에 담는 방법까지 신경을 쓴다고 해서 놀랐다. 나는 뷔페에 가면 먹기 바빠서 플레이팅은 딱히 신경을 안 쓰는데, 일본 여성들은 플레이팅을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활용한다고(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좀스럽다고 해야 할지). 


유명 호텔 디저트 뷔페도 좋고, 요즘 가장 핫한 카페도 좋지만, 집에서 엄마와 단둘이 가지는 티타임도 좋다. 저자는 부모님 집에 가면 어머니와 단둘이 티타임을 가질 때가 많은데, 그럴 때면 어머니가 아버지한테는 내놓지 않는 맛있는 과자를 내오기도 하신다고. 그럴 때면 저자는 어머니가 예전에 한 이야기를 몇 번이나 되풀이해도 짜증을 부리지 않고 잘 들어준다고 한다. 우리 어머니도 예전에 한 이야기를 반복해서 하는 습관이 있는데 만국의 어머니들이 똑같은 듯 ㅋㅋ 


디저트를 먹을 때마다 너무 비싸다, 살찔 것 같다, 나이 들어서 이런 걸 먹어도 되나 같은 생각을 하는 것도, 결국에는 "하루하루 늙어가니까, 가장 젊은 오늘 먹는 것이 베스트일지도."라고 스스로에게 변명하며 디저트를 먹고 마는 것도 어쩌면 나와 이렇게 똑같은지. 이제 곧 점심 먹을 시간인데 티타임부터 가지고 싶어진다. 어쩌면 오늘은 굵은 비를 뚫고서라도 집 근처 카페에 가서 차 한 잔 마셔야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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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여자 오사의 일본 재발견 로컬여행
오사 엑스트룀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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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 엑스트룀은 이른바 '성공한 덕후'다. 1983년 스웨덴에서 태어난 오사는 어린 시절 애니메이션 <세일러문>과 만화 <이누야샤>를 보고 만화가가 되기로 결심해 스웨덴에서 일러스트레이터, 만화가로서 활약하다가, 2011년부터는 도쿄로 이주해 2015년 일본에서 만화가로 데뷔하는 꿈을 이뤘다. 


<북유럽 여자 오사의 일본 재발견 로컬여행>은 성공한 덕후 오사가 일본 각지를 여행하고 다양한 일본을 발견하는 과정을 담은 여행 만화다. 도쿄에서 출발해 미나미토호쿠, 후쿠오카 현 오카와 시, 오키나와, 히로시마, 교토 등 일본의 작은 소도시부터 유명 관광지까지 일본 각지의 다양한 모습을 소개한다. 


스웨덴 사람의 일본 여행기인 만큼 스웨덴과 일본의 문화 차이에 관한 에피소드가 대부분이다. 신칸센의 승강장에서 줄 서는 방식이나 버스 정류장마다 근처 주민들이 가져다 놓은 의자와 방석 등은 한국인의 눈에도 낯설고 신기한 문화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역사적으로 관련이 깊은 한국과 일본도 이렇게 다른데 스웨덴과 일본은 오죽할까. 한국인이기에 무심히 지나쳤던 일본의 문화적 특징을 저자가 콕콕 집어내니 재미있다. 


일본 만화가 좋아서 일본에 온 오사인 만큼 일본 문화에 대한 관심도 많고 적응도 잘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것이 바로 음식 문화다. 특히 어패류는 스웨덴에선 생긴 그대로 통째로 먹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멸치나 생선, 오징어 등을 통째로(심지어 날 것으로) 먹는 일본의 음식 문화로 인해 당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국은 일본과 마찬가지로 어패류를 통째로 먹기 때문에 몰랐는데, 오사처럼 서양에서 온 외국인들은 일본의 음식 문화가 낯설지도 모르겠다. 과일의 경우, 일본에서는 대개 과일 껍질을 제거하고 먹는 반면, 서양에서는 과일 껍질을 제거하지 않고 먹는다고 한다. 생선 머리는 먹는데 사과 껍질은 안 먹느냐는 오사의 질문에 나까지 뜨끔. 나도 앞으로는 과일 껍질을 제거하지 않고 그대로 먹는 습관을 들여야겠다(단단한 껍질을 씹어 먹으면 이와 잇몸 건강에도 좋다고 한다). 


오사 덕분에 알게 된 스웨덴과 일본의 문화 차이는 이것만이 아니다. 스웨덴에는 대리운전 같은 시스템이 없거니와 타인에게 자기 차의 열쇠를 맡기는 일은 있을 수가 없다고. 그렇다면 대리운전은 일본과 한국에만 존재하는 시스템일까? 일본인과 한국인은 왜 타인에게 자기 차의 열쇠를 맡기는 걸까?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스웨덴 사람과 일본 사람의 안전 의식 차이에 대한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오키나와에 간 오사는 오키나와의 풍습에 따라 술을 마시기 전에 울금가루를 먹게 된다. 현지인이 준 울금가루를 아무 생각 없이 받아먹은 오사는 나중에야 처음 만난 남성의 차에 타서 가루를 받아먹었다는 사실에 오싹함을 느낀다. 어쩌면 위험한 약일 수도 있는데 말이다. 


타인이 주는 음식이나 음료를 아무 생각 없이 받아먹거나 거절하면 사람 민망하게 만든다고 싫은 소리를 듣는 문화는 한국과 일본에만 남아 있는지도 모르겠다. 타인이 음식이나 음료를 줄 때 의심부터 하는 것이 선진국에서는 당연한 듯. 일본과 스웨덴의 문화 차이를 통해 한국의 문화까지 살펴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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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이야기 9
모리 카오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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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 카오루는 '장인정신'이 돋보이는 작가다. 대표작 <엠마>를 보면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문화와 풍습을 충실히 반영할 뿐 아니라, 의상은 물론 건축과 실내 장식, 자잘한 소품까지도 세밀하게 표현하는 등 놀라운 완성도를 보인다. 모리 카오루의 최신작이자 2014년 일본 만화대상 대상 수상작인 <신부 이야기>도 예외는 아니다. 


<신부 이야기>는 19세기 후반의 중앙아시아의 결혼 풍습을 다룬 만화다.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문화를 다루는 만큼 고증에 신경을 쓴 흔적이 뚜렷하게 보인다. 여인들이 옷이나 모자를 직접 만들고, 공동 화덕에서 각종 문양을 새긴 빵을 굽고, 한 곳에 정착하지 않고 이곳저곳으로 옮겨 다니며 생활하는 풍습이 자세히 나온다. <신부 이야기>는 옴니버스 형식으로 진행된다. 


신간 9권의 주인공은 '파리야'다. 선머슴 같고 쑥스러움도 많지만 마음만은 누구보다 순박하고 진실한 파리야에게 혼담이 들어온다. 상대는 얼굴도 잘 생기고 성격도 좋은 우마르. 파리야는 혼인 상대가 우마르라서 몹시 기쁘지만 막상 우마르 앞에만 서면 얼굴이 빨개지고 말도 평소보다 더듬어서 우마르의 오해를 산다(우마르가 없을 때 선머슴 같은 모습과 우마르가 있을 때 수줍어하는 모습의 차이를 보면 오해할 만하다 ^^). 


우마르의 걱정과 달리 파리야는 우마르를 좋아하다 못해 우마르에 관한 생각으로 머릿속이 꽉 찬 상태다. 각종 문양을 새겨 직접 구운 빵을 우마르한테 잔뜩 전해주지 않나, 우마르가 쓰고 다닐 모자를 만드느라 밤을 꼴딱 새우지 않나, 우마르가 수차를 좋아한다는 말을 어디서 주워듣고 와서는 어떻게든 우마르와 함께 수차를 보러 가려고 하지 않나. 귀엽다 못해 눈물이 날 지경이다. 


그러던 어느 날 파리야는 어머니의 심부름으로 먼 마을까지 가게 된다. 갔다가 돌아오는 데 한나절은 걸리는 먼 거리. 가기 싫은 마음을 억누르며 발을 뗐더니 마을 입구에서 우마르가 파리야를 기다리고 있었다! 혼자 갈 때는 멀기만 했던 길이 우마르와 함께 가니 어찌나 짧은지. 심지어 두 사람은 길 위에 쓰러져 있는 여인과 아이를 구하느라 시간이 늦어져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먼 마을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우마르를 좋아하는 파리야의 마음은 부풀기만 하는데... ^^ 


모리 카오루의 大팬인 동생이 전부터 재미있다고 여러 번 말했던 작품답게 직접 읽어보니 역시 재미있었다. 파리야의 어리숙하지만 순박한 모습이 마음에 쏙 들었고,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직접 문양을 새긴 빵을 준다든가, 직접 만든 모자를 선물한다든가 하는 풍습도 신기했다. 혼수를 마련하기 위해 신부가 혼인하기 훨씬 전부터 옷이나 이부자리, 소품 등을 직접 만들어야 한다는 것도 놀라웠다(그에 비해 뭐든지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요즘이 더 나아진 건지 더 나빠진 건지...). 


<신부 이야기> 9권 초판에는 특별한 선물이 들어있다. 바로 모리 카오루 작가의 러프 스케치 집이다. 러프 스케치 집이란 작가가 평소에 자주 생각하고 스케치 해왔던 실사 그림들을 담고 있는 책자로, 작가의 연습장을 그대로 옮겨왔다고 보면 된다. <엠마>, <셜리>, <신부 이야기> 등을 통해 모리 카오루가 이미 선보인 그림 외에도 다양한 인물과 의상을 볼 수 있어서 모리 카오루의 팬은 물론, 만화를 좋아하는 분들과 그림을 연습하는 분들에게도 좋은 선물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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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 고양이 2
네코마키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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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고양이> 시리즈로 유명한 일본의 일러스트레이터 부부 '네코마키'는 그림도 귀엽게 잘 그리지만 이야기도 잘 짓는다. 네코마키의 최신간 <동물원 고양이> 2권을 읽으면서 절실하게 느꼈다. 


이곳은 시영 '토쿠가와 히가시 동물원'. 직원 대신 고양이 두 마리가 손님들을 맞이하고 배웅해주는 특이한 동물원이다. 직원들이 고양이 두 마리조차 통제하지 못한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동물원은 직원들이 동물을 철저히 격리시키지 않고 자유롭게 내버려 두기 때문에 동물원을 찾은 손님들이 동물을 가까이에서 볼 수도 있고 직접 만질 수도 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시민들의 클레임 전화가 걸려오고, 시장은 고민 끝에 새로운 원장을 임명한다. 새 원장의 이름은 칸다 아이코. 동물들이 원내를 제멋대로 활보하는 바람에 손님들이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파악한 칸다는 이전 원장과 부원장을 직원급으로 강등하고, 동물들이 사육장에서 탈주하는 일이 절대 생기지 않도록 직원들을 철저히 단속한다. 원내는 순식간에 엄숙하고 살벌한 분위기로 바뀐다. 


하지만 새 원장에게 의외의 면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원장이 엄청난 고양이 덕후, 즉 '냥덕'이라는 것이다. 책상 주변을 고양이 관련 문구로 꾸미는 것은 물론, 고양이 신발, 고양이 우산을 애용하는 원장은 이 동물원의 마스코트인 고양이 '원장'과 '부원장'에게 푹 빠지고, 조금식 조금씩 고양이가 아닌 다른 동물들에게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원장이 특별히 애정하는 동물은 일본원숭이 스모모다. 원장은 처음에 탈주 상습범인 스모모를 탐탁지 않게 여기지만, 스모모가 어릴 적 인간에게 붙잡혀 부모와 강제로 헤어졌으며 이후로 깊은 인간 불신에 빠져 반항적인 성격으로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스모모를 이해하게 된다. 그날 이후로 원장과 스모모는 러브러브♡ 덕분에 나까지 마음이 따뜻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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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그대에게 2
오이마 요시토키 지음, 김동욱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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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의 형태>의 원작자 오이마 요시토키의 최신작 <불멸의 그대에게> 2권이 출간되었다. 1권만 읽어서는 무슨 내용이고 어떤 식으로 전개되는지 파악하기 어려웠는데, 2권을 읽으니 비로소 감이 잡힌다. 간단히 말해, 자극으로 인해 정보를 획득하는 불사의 존재, 즉 '불사'가 이곳저곳으로 이동하며 획득하게 된 존재의 모습으로 화(化) 하면서 점점 더 강해지는 이야기인 듯하다. 


이야기는 '나'로 지칭되는 존재에 의해 지상에 구체가 던져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구체는 돌, 이끼, 그리고 늑대로 변하면서 불사의 존재가 되고, 가장 최근에는 외로운 소년의 모습을 획득했다. 불사는 니난나 지역의 안녕과 번영을 내려주는 신 '오니구마'에게 바쳐질 제물로 선택된 니난나 인 소녀 '마치'를 만난다. 제물이 된 마치가 죽기 직전에 마치의 언니뻘인 존재 '파로나'가 나타나 마치를 구출하고, 마치와 파로나, 늑대의 모습을 한 구체는 야노메를 향해 떠난다. 야노메에 도착한 마치와 파로나는 야노메인들로부터 극진한 대접을 받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알고 보니 야노메인들이 마치와 파로마를 극진하게 대접한 것은 이들을 사로잡기 위한 계략이었고, 진짜 목적은 오니구마를 물리치고 마치를 지킨 소년, 즉 구체를 자신들의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것임이 드러난다. 소년이 칼로 찌르거나 활을 쏘아도 죽지 않는 불사의 존재임을 알게 된 야노메인들은 소년을 잡아두기 위한 미끼로 마치와 파로나를 이용한다. 


불사도 불사지만, 불사를 따라서 야노메까지 온 마치와 파로나의 이야기가 나를 울렸다. 파로나가 언니라면 마치는 여동생. 세상에 대한 의심이나 불안 따위는 한 점도 가지고 있지 않은 순수한 마치를 보면서 파로나는 자신이 마치를 지켜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파로나에게도 언젠가 자신을 지켜줬던 언니 같은 존재가 있었기 때문이다. 파로나의 결심이 무색하게도 두 사람은 같이 있을 수 없게 되고, 마치의 영혼은 구체가 획득해 늑대 또는 소년의 영혼과 함께 불사의 존재가 된다. 


가장 약하고 여린 존재의 영혼만을 획득하고 또 획득해서 가장 강하고 단단한 존재가 되어가는 불사를 보며 연대(連帶)의 힘을 떠올린 것은 지나칠까. 슬픔과 외로움이 또 다른 슬픔과 외로움을 만나 불멸의 힘을 얻게 되는 이야기ㅡ. 이 이야기의 다음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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