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비너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6월
평점 :
품절


친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가 재혼하자 새아버지 집안과 서먹하게 지내던 하쿠로는

어머니마저 기이한 사고로 사망하자 새아버지 집안과는 완전히 절연하며 산다.

재혼한 어머니가 낳은 동생 아키토와도 거의 연락 없이 지냈는데

갑자기 아키토와 얼마 전에 미국에서 결혼했다는 가에데란 여자로부터 연락을 받는다.

같이 입국했던 아키토가 행방불명 되었다면서 아키토를 같이 찾아나서 달라는 가에데의 부탁에

하쿠로는 곤혹스럽지만 어쩔 수 없이 승낙하고 마는데...

 

일본 추리문학계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는 늘 믿고 보는 작가라 할 수 있다.

워낙 다작을 해서 맨날 글만 쓰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지만 그가 내놓는 작품들은

대부분 일정 수준 이상을 보장하는 것 같다. 이 책도 그의 주요 캐릭터들이 등장하지 않음에도

초반부터 과연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인지 호기심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새아버지 집안과는 절연한 채

친동생인 아키토와도 연락을 하지 않고 수의사로서의 삶에 만족하며 살아가던 하쿠로는

느닷없이 제수씨라고 주장(?)하는 가에데란 여자와 실종된 아키토를 찾아나서게 된다.

마지못해 새아버지 집안에도 가에데와 같이 찾아가서 집안 사람들에게 가에데를 소개시키는데

새아버지가 위독하여 오늘 내일 하면서 다들 상속에만 관심이 있는 상태라 본의 아니게 상속문제에

얽히게 된다. 새아버지의 성을 따르지 않아 상속권이 없던 하쿠로도 죽은 어머니가 남긴 유품들을

찾아오게 되었는데 예전에 가졌던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의문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하쿠로와 가에데가 콤비가 되어 아키토의 행방을 찾기 위한 단서를 수집하면서 야가미가 사람들을

접촉하게 되는데 야가미가 사람들은 부유한 집안 사람들답게 막장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복잡하고

비정상적인 관계로 얽혀 있었다. 게다가 하쿠로가 글래머 미녀인 가에데에게 호감을 느끼면서

두 사람 사이에도 미묘한 분위기가 형성된다. 하쿠로의 친아버지가 남긴 사라진 그림의 행방과

그가 사실 새아버지인 야스하루에게서 뇌수술을 받았다는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하쿠로가 어릴 적

야가미가에 입적하는 걸 거부했던 이유가 밝혀지는데, 뇌수술과 관련해선 얼마 전에 읽은 책인

'앨저넌에게 꽃을'에서 주인공의 사연이 떠올랐다. 이렇게 친동생 아키토의 실종을 시작으로

야가미가의 상속분쟁, 뇌수술을 받았던 화가인 친아버지가 남긴 특별한 그림의 행방과 어머니의

의문의 죽음까지 얽히고 설킨 미스터리는 하쿠로의 사라진 줄 알았지만 멀쩡하게 남아 있던 외가에

모든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여러 가지 미스터리가 한 방에 해결되어 버려서 좀 허무한 느낌도 들고

벌여놓은 문제들이 예상보다 싱겁게 마무리가 되어서 왠지 용두사미의 느낌도 없진 않았다.

그래도 인간미 넘치는 하쿠로와 매력적인 가에데를 비롯해 여러 개성 넘치는 인물들이 등장해

흥미진진한 얘기를 들려주었는데 역시나 히가시노 게이고다운 솜씨를 잘 발휘한 작품이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을 만날 때마다 어떻게 다양한 얘기들을 끊임없이 들려주는지 대단하단

말밖에 할 수 없는데 미국에 스티븐 킹이 있다면 일본에 히가시노 게이고가 있다고 얘기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다음에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어떤 얘기를 들려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회랑정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임경화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1년 전 회랑정에서 발생한 화재로 연인을 잃고 자살한 것처럼 위장하며

혼마 기쿠요란 노파로 변장한 채 1년만에 다시 회랑정에 나타난 기리유 에리코는 다카아키 회장의

유언장의 내용을 듣기 위해 모인 그의 친척들 가운데 범인이 있을 거라 여기고 복수를 꿈꾼다.

범인을 잡기 위해 기리유 에리코가 남긴 유서를 자신이 가지고 있다고 미끼를 설치하자

유서를 없애기 위해 기리유 에리코의 방에 누군가가 몰래 침입하는데...

 

일본을 대표하는 추리소설 작가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국내에서도 이미 여러 작품이 베스트셀러가 된 상태라 안 그래도 다작인 그의 작품들이

잠시도 쉬지 않고 꾸준히 출간되고 있는 상황이다. 

나도 나름 대표작들은 거의 다 읽었다고 생각하지만 워낙 작품들이 많기에

쉽사리 그의 작품들을 모두 읽기에 도전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인데

비교적 초기작에 속하는 이 작품을 읽으니 요즘 작풍과는 사뭇 다른 풋풋함이 느껴졌다.

회랑정이라는 외딴 여관에서 벌어진 화재로 소중한 사람을 잃게 된 여자의 복수극이 펼쳐지는데

자신을 절망 속으로 내몬 범인의 정체를 알아내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다.

예상밖의 인물이 가짜 유서를 훔치러 기리유 에리코의 방에 들어왔다가 바로 살해당하자

상속 때문에 모인 사람들 중에서 범인이 있는 건 확실하게 추측되지만

누가 범인인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인 가운데 경찰과 기리유 에리코는 각자 조사를 계속해나간다.

70대 노파로 분장한 30대의 기리유 에리코도 점점 운신의 폭이 좁아지는 상황에서

드디어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는데 전혀 예상도 하지 못한 반전이 벌어진다.

중간중간에 기리유 에리코와 다카아키 회장이 최근에야 존재를 알게 된 아들 사토나카 지로와의

만남과 둘이 연인이 되기까지의 과정도 그려지는데 첫사랑이라 할 수 있는 연인의 죽음에

기리유 에리코가 한을 품고 복수의 칼을 가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었지만

마지막에 드러난 진실을 보면 그녀 입장에선 정말 허무하고 황당하다 할 수 있었다.

암튼 우여곡절 끝에 기리유 에리코는 복수를 완성하고야 마는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답게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만드는 솜씨가 돋보였다.

다만, 노파로 분장한 기리유 에리코가 쉽게 정체가 밝혀지지 않는 등

좀 자연스럽지 못한 설정들도 있긴 했는데 아무래도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 시절의 작품이라

요즘 작품들과 같은 완성도를 향해 가는 과정에 있는 작품으로 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란 이름이 무색하지 않은 재미를 잘 보여준 작품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거짓말, 딱 한 개만 더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일본 추리소설계의 최고의 히트 메이커라 할 수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표적인 캐릭터

가가 교이치로 형사가 등장하는 작품은 '악의', '붉은 손가락', '신참자'를 만나봤는데

여러 사회문제를 작품 속에 녹아내는 가운데 드러나는 

가가 형사의 냉철하면서도 따뜻한 매력에 푹 빠졌었다.

이 책은 가가 형사가 등장하는 단편집이었는데 이전에 봤던 작품들처럼

미세한 단서들을 토대로 하여 숨겨진 진실을 밝혀내는 가가 형사의 활약이 돋보였다.

 

첫 단편인 '거짓말 딱 한 개만 더'는 자기 집 발코니에서 떨어져 죽은 은퇴한 발레리나의 죽음이

자살이 아닌 살인사건임을 밝혀내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

완전범죄가 될 뻔한 상황에서 가가 형사는 범인에게 거짓말을 유도하면서 진실이 드러나게 만든다.

보통 별 생각 없이 거짓말을 할 때가 있는데 그 거짓말을 합리화시키기 위해

또 다른 거짓말을 해야 하는 등 점점 거짓말의 크기가 눈사태처럼 커질 때가 있다.

이 작품 속에서 가가 형사는 특별한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범인에게 치명적인 거짓말을 끌어내

자백을 하게 만드는 데 역시 뛰어난 형사의 능력이 아닌가 싶었다.

다음 작품 '차가운 작열'에서는 아내가 살해되고 아이가 없어진 남자의 얘기가 펼쳐지는데

가가 형사는 뭔가 부자연스러운 상황을 알아채고 범인이 은폐하려던 사건의 진실을 밝혀낸다.

'제2지망'에서는 이혼한 여자와 딸이 사는 집에서 남자가 죽은 사건을,

'어그러진 계산'에선 아내의 눈 앞에서 차 사고를 당해 죽은 남자의 진실을,

'친구의 조언'에선 누군가가 먹인 수면제로 교통사고를 당해 간신히 살아남은

가가 형사의 친구가 숨기는 비밀을 다루는 데 사실 작품들마다 범인은 바로 짐작이 되었지만

가가 형사가 동기와 범행수법을 밝혀내는 과정이 주는 재미가 솔솔했다.

공교롭게도 작품 속에서 범인이 대부분 여자라서 현실에서 발생하는 범죄들과는 조금은 다른 

경향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여권의 신장과 더불어 가정의 해체가 가속화되면서

더 이상 가족을 위해 희생한다거나 참고 사는 여자들이 없어진 현실을 반영한 게 아닌가 싶다.

물론 이러한 여자들의 변신이 잘못된 것이라는 얘기는 아니고,

범죄가 남자들만의 전유물인 세상은 이미 지나갔으며 여자들도 얼마든지 자신의 행복과 욕망을

위해 범죄라도 기꺼이 저지를 수 있는 세상이 왔다는 당연한(?) 사실을 직면하게 해준다.

남녀를 가리지 않고 결국 범죄는 자신의 그릇된 욕망에서 비롯되는데

이 책에 실린 다섯 편의 단편에서 범인들은 거의 완벽한 알리바이 등으로 무장하여

완전범죄 직전까지 가지만 사건들 속에서 확 눈에 띄지 않지만 어색한 정황 등을 단서로 해서

진실을 밝혀내는 가가 형사의 관찰력과 추리력이 정말 돋보였다.

단편집이라 그런지 앞서 읽었던 가가 형사가 등장하는 작품들처럼 가가 형사의 개인사나

인간적인 면모가 부각되지는 않지만 압축된 내용 속에서 그의 존재감은 더욱 빛났던 것 같다.

원래 시리즈라 할 수 있는 작품들은 순서대로 읽어야 사소한 재미도 놓치지 않는데

지금까지 출간된 가가 형사 시리즈를 뒤죽박죽으로 읽어서 뭐나 놓친 게 있을 것 같은 아쉬움이 있는데

아직까지 읽지 못한 가가 형사 출연작은 순서대로 읽어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매스커레이드 이브 매스커레이드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히가시노 게이고의 데뷔 25주년을 기념하는 작품이었던 '매스커레이드 호텔'

후속작이라 할 수 있는 이 책은 내용상 전작의 프리퀄에 해당하는 작품이었다.

그의 새로운 캐릭터인 닛타 형사와 호텔리어 나오미가 티격태격하면서도 묘한 궁합을 선보이며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하게 했던 전작에 이어 두 사람이 만나기 전 각자 새내기 형사와

호텔리어로서 자신들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과정을 보여주는 이 작품은

아무래도 호텔을 주무대로 하다 보니 호텔에서 만날 수 있는 여러 인간군상들을 엿볼 수 있었다.


총 4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 가운데 나오미와 닛타 형사가 번갈아가며

주연을 맡은 사건이 진행되다 마지막 작품에서 둘이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첫 작품인 '가면도 제각각'은 나오미의 전 남자친구인 미야하라가 나오미가 근무하는

코르시테이아 도쿄호텔에 일행과 함께 숙박하면서 시작된다.

오랜만의 재회로 미묘한 감정을 느낄 새도 없이 전 남친 미야하라는 나오미에게 이상한 부탁을

하는데 불륜의 온상인 호텔에서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사건이라 할 수 있었다.

'루키 형사의 등장'은 화이트데이 밤에 공사장에서 살해된 남자의 사건을 수사하는 닛타 형사의

얘기를 다루고 있는데 범인의 기발한 계략을 꿰뚫어보면서 자신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정말 섬뜩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악의가 숨겨져 있었는데 비록 소설이지만

이런 끔찍한 인간들이 있기에 세상 사람들을 쉽게 믿을 수가 없는 것이다.

세 번째 작품인 '가면과 복면'은 스타 작가를 만나고 싶어하며 호텔에서 은밀히 집필 중인

작가를 만나려고 잠복한 사생팬들과 작가의 숨겨진 비밀이 흥미롭게 그려지는 작품이었는데

이 책에서 유일하게 건전한(?) 작품이었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복면가왕'이라는 예능

프로그램도 떠올리게 했는데 복면 속에 숨겨진 작가의 정체는 이중의 복면에 숨겨져 있었다.

동명 제목인 '매스커레이드 이브'에서는 대학교 연구실에서 살해된 교수의 범인을 찾는 과정이

나오는데 마침 얼마 전에 '열차 안의 낯선 자들'을 읽어서 그런지 그렇게 신선한 느낌이 들진 않았다.

알리바이 트릭면에서는 왠지 '용의자 X의 헌신'의 느낌도 났는데 아무리 완전범죄를 계획해도

일그러진 욕망이 보인 작은 허점이 결국 꼬리를 밟히고 만다는 사실을 잘 보여줬다.

아무래도 호텔이 배경이다 보니 욕망을 가면 밑에 숨긴 인간들이 많이 등장했다.

호텔리어들은 이런 고객들의 가면을 보고도 모른 척 해야 하는데

가면 밑에 숨겨진 민낯이 범죄와 연관되면 모른 척 할 수만은 없다.

누구나 세상을 살아가면서 완전히 민낯을 드러내고 살진 않기에

가면을 무조건 나쁘다고는 할 수는 없다.

가면이든 복면이든 그 밑에 숨겨진 민낯은 아름다울 수도 있고 추할 수도 있지만

굳이 본인이 드러내지 않으면 알아도 모른 척 하는 게 어쩌면 세상 사는 지혜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민낯을 보고 싶어하는 게 인간의 묘한 심리가 아닐까 싶은데

이 책은 가면 내지 복면에 숨겨진 적나라한 진실에 얽힌 흥미로운 미스터리를 잘 요리해낸 작품이었다.

이야기꾼인 히가시노 게이고는 지칠 줄도 모르고 끝없이 얘기를 쏟아내고 있는데

닛타 형사와 호텔리어 나오미 콤비가 제대로 활약하는 후속 작품이 기다려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구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1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시엔에 처음 진출해 첫 경기에서 9회말 2사 쓰리 볼 투 스트라이크에서

스다 다케시의 마구가 폭투가 되면서 안타깝게 패하며 파란을 일으켰던

가이요 고등학교 야구부의 포수 기타요카가 의문의 변사체로 발견된다.

기타요카와 배터리를 이뤘던 용의자 중 한 명인 스타 투수 스다마저 얼마 지나지 않아

오른 팔이 잘린 채로 발견되자 사건은 미궁에 빠지게 되는데... 

 

오늘부터 2015년 프로야구 시범경기가 시작되어 본격적인 야구 시즌이 돌아왔다.

야구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여서 좋아하는 팀의 경기는 거의 빼놓지 않고 찾아보고

관련 기사도 다 확인하는 정도인데 야구를 소재로 하는 미스터리라면 그야말로 일석이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예상 외로 야구를 소재로 하는 미스터리물은 시마다 소지의 '최후의 일구' 외엔

그다지 기억에 남아 있지 않는데 일본의 대표 작가 중 한 명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이 책은

제목부터 뭔가가 있겠구나 하는 강렬한 인상을 줘서 예전부터 보고 싶은 책 리스트에 들어가 있었다.

마침 야구 시즌이 시작되는 것에 맞춰 보게 되었는데 역시 야구팬이라서 그런지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배터리를 이뤘던 투수와 포수의 죽음, 그리고 기타요카의 앨범에 적힌 '나는 마구를 보았다'는

글과 스다 다케시의 사체 옆에 남겨진 '마구'란 다잉 메시지는 분명 스다 다케시가 고시엔 때

마지막으로 던졌던 '마구'가 살인사건에 중요한 단서임을 보여주지만 좀처럼 사건은 진척이 되지 않는다.

스다 다케시 집안과 관련된 여러 인물들을 조사해 보니 홀어머니와 함께 사는 가난한 집안의

장남으로서 야구로 성공해야 했던 스다의 절실함이 안쓰럽게 느껴졌다.

그래도 초고교급 투수로 각광을 받던 스다를 시기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아 과연 누가 범인일까

하는 궁금증이 더해 갔는데 스다 다케시의 출생의 비밀과 도자이 전기의 폭발물 설치사건까지

연결되면서 사건은 전혀 의외의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사실 전혀 별개의 사건들처럼 보였던 일들이 모두 스다 다케시와 연관되어 있다는 게

조금은 억지같이 보이기도 했지만 스다 다케시의 인간적인 드라마는 나름 인상적이었다.

결국 진실은 전혀 뜻밖인 곳에서 드러나게 되는데

마구가 역시 사건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보통 범인은 아무리 사정이 있어도 살인이란 용서받지 못할 짓을 저지른 사실은 변함이 없기에 그리 동정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 사건의 범인은 좀 극단적이었다 싶지만

나름 안타까운 부분이 있었다. 자기 자신이 아닌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기꺼이 내던지는

모습은 범죄로 연결되어 바람직하진 않지만 측은한 마음이 들기엔 충분했다.

암튼 첫 장면부터 각본 없는 드라마로 불리는 야구의 9회말 투아웃의 극적인 장면에서 시작해서

감동의 핏빛 투구를 본 듯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었는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작이라 그런지

완성도면에서는 조금 아쉬운 면이 없진 않았지만 감동과 미스터리의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그의 능력은 초창기때부터 빛났음을 확인하게 만들어준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