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이슈]하면 집이 없는 사람을 떠올릴 수 있다. 그들이 재활하도록 돕는 잡지이기 때문이다.


  이번 호를 읽으면서 결핍이라는 말이 참 긍정적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정문정이 쓴 글 '너에게는 내가 모르는 종류의 결핍을 주고 싶어'에 나오는 이 말을, 사랑으로 바꾸어도 된다는 생각을 했다.


  결핍은 곧 사랑이다. 왜냐 비워야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없음을 알아야 있음을 추구할 수 있다. 세상에 자신에게 채울 공간이 없는데 어떻게 무언가를 받아들일 수 있단 말인가.


  부모는 자신에게 결핍되어 있어 자신을 힘들게 하고, 그것만은 꼭 채우고 싶어하는 마음을 자식들이 겪게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래서 자신에게 없었던 것들을 자식들에게는 있게 하려고 노력한다.


자신에게 있던 것이 자식에게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자신들이 살아오면서 결핍이라고 느낀 것들을 자식에게는 주지 않으려 한다.


이런 생각을 해보지 않았는데, 내가 충분히 누릴 수 있었던 많은 일들이 바로 내 부모에게는 결핍되어 있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충분히 누린 일들은 부모들은 누리지 못했던 일이고, 내게 결핍되어 있는 무엇들은 부모들은 전혀 생각도 하지 못하는 그 무엇일 수 있음을...


이번 호에서 정문정이 쓴 글은 내게 큰 울림을 주었다. 그리고 여기에 생각이 미치자, [빅이슈]는 내게 결핍을 보여주고 있고, 그 빈공간을 무엇으로 채우게 하고 있다는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내게는 소위 교양이라고 하는 미술, 음악, 또 근사한 분위기의 음식점 등등은 저 멀리 있다. 내게 결핍된 것들이다.


이 결핍들을 [빅이슈]를 통해 조금씩 조금씩 채워가고 있다. 특히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또는 보고도 그냥 지나쳤던 사물들, 존재들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번 호에서 다루고 있는 한복도, 서울 광화문 거리나 전주 한옥 마을에 가면 많은 사람들이 입고 다니지만 그냥 관광으로서 특정한 날에 특정한 장소에서나 입는 우리나라 옛날 옷이라는 생각을 하고 말았는데...


아닐 수 있음을, 우리가 일상생활에서도 또 패션으로서도 입을 수 있는 옷임을, 또한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또 캐릭터를 통해서 한복을 만날 수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 결핍을 깨닫고, 결핍을 인식하는 순간, 이제는 어떻게든 채울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빅이슈]에는 유명인들이 표지 사진을 찍고, 그들에 대한 이야기가 실린다. 이것 또한 전혀 유명하지 않은, 평범한 일상인인 내가 유명인을 만나는 순간이기도 하다. 일종의 결핍... 그러나 이건 내가 잘 의식하지 않는 결핍인데.. 그럼에도 이런 글을 만나, 그들의 삶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아가는 일도 내 삶에는 또다른 채움이 된다.


다양한 글들이 실려 있고, 다양한 분야에 대한 이야기를 실어주고 있어서 [빅이슈]는 내게 내 결핍을 인식하게 해주고, 어떻게든 결핍을 채울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다. 


결핍의 잡지 [빅이슈]가 아니라 읽는 사람에게 자신의 결핍을 깨닫고, 그것을 채우게 하는 잡지, 삶의 충만함을 채우는 잡지가 바로 [빅이슈]다.


이번 호는 내게 그런 생각을 하도록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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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홀로 살아갈 수 있을까? 나를 둘러싼 수많은 존재들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다면, 함께 한다고 하지만 함께 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지지 않을까.


  리터러시라는 말. 문해력이라고 하는데, 읽기 능력 또는 이해력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 말을 꼭 문자 언어에만 적용할 필요는 없다.


  문자 언어에 당연히 적용되는 말이 리터러시지만, 읽기는 문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림도, 조각도, 또 건축도 읽기에 해당하고, 무엇보다  요즘 대세를 이루고 있는 영상 (특히 일명 너튜브라고 하는 유튜브로 대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얻는 세대들이 등장한 지금 시대에)에도 적용이 되어야 한다.


또 바로 우리 삶에도 리터러시가 적용되어야 한다. 내 삶을 읽을 수 있어야 하고, 나를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삶들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삶은 그냥 주어지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내가 적극적으로 읽어내야만 하는 존재다.


이렇게 삶을 읽을 수 있는 리터러시의 한 방법이 [빅이슈] 읽기라는 생각이 든다. [빅이슈]를 읽으면 나하고 가장 거리가 먼 삶들도 만나게 되고, 내가 원하던 삶 또는 나와 비슷한 삶도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이 만남을 통해 삶을 읽기 시작한다. 그냥 보기만 하지 않고 읽어내게 된다. 리터러시가 발동된다. 이번 호에서 '미디어 리터러시'를 주제로 다루고 있는데, 아마도 코로나19로 미디어에 더 많이 접하게 된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미디어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단지 어린이, 청소년만이 아니라 사실은 어른들을 향하고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어린이, 청소년들은 의식적으로 배우지 않는다. 그들은 태생적으로 미디어 리터러시를 행하고 있다. 마치 숨을 쉬듯이, 이들에게 미디어는 일상이다. 그러니 미디어 리터러시는 어린이, 청소년들이 아니라 어른들에게 더 필요하다.


미디어를 대하는 태도에서 거의 반대 방향에 서 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를 온몸으로 살아내고 있는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기존의 읽기 방식을 강요하면 안 된다. 오히려 어른들이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해서 공부해야 한다.


어른들이 제대로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이들이 함께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해서 고민할 때, 서로 다른 삶을 읽어내는 능력이 한 단계 더 올라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빅이슈] 251호에서 다양한 삶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런 삶 중에서 이슬람을 믿는 여성들이 머리에 쓰는 '니캅' - 히잡, 부르카 등등 아직도 잘 구분은 하지 못하지만, 얼굴을 가리는 천을 니캅이라고 한다는데 -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삶에 대해서 읽을 줄 알아야 함을 느끼게 한다.


그들에게는 코로나19가 오히려 '니캅'을 공공장소에서도 쓸 수 있게 해주는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하니, 다양한 삶을 한 가지 잣대로 해석하려 하면 안 된다.


영화배우 이제훈이 표지 모델로 나와 그가 출연한 영화(드라마)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그 이야기 속에서도 또 다른 삶을 만나게 된다. 주제는 비슷하지만 매번 다른 사람들이 나와 다양한 삶을 보여주고 있으니... 


이렇게 [빅이슈]는 삶을 읽는 리터러시를 경험하게 해준다. 한 달에 두 번 만나지만 만날 때마다 다양한 삶에 대해 읽을 수 있어서 좋다. 무의식 중에 삶을 읽는 리터러시를 익히게 해주고 있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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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달에 두 번 만난다. 이제는 정기적으로 만난다. 만남이 예측 가능해진 것. 예측 가능해졌기에 기대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빅이슈가 나올 때가 됐는데, 이번 호에는 어떤 인물이, 어떤 글들이 실렸을까 하는 기대.


  이번호 표지는 배우 염혜란이다. 요즘 연기력을 인정받았고, 소위 잘나간다고 할 수 있는 배우다. 


  표지 사진으로만 만나지 않고, 빅이슈는 표지인물과의 대담을 글로 실어 그 인물과의 거리를 가깝게 한다. 그 점도 마음에 든다.


이번 호에서 주목할 만한 글들은 바로 중고거래에 관한 글이다. 온라인을 활용해 중고거래를 할 뿐만 아니라, 마을 공동체, 사람 공동체를 꾸려나가기도 하는 활동들에 대한 글이다.


그래, 중고라는 말보다 n차 신상이라는 말이 마음에 와닿았다. 남이 썼던 안 썼던 내게는 새로운 물건이다. 그러니 그것은 n차로 만나는 새로운 상품일 수밖에 없다.


얼마나 좋은가. 이 한정된 지구에서 무작정 새로운 물건들만 만들어내고, 그 물건들만을 신상이라고 하기보다는, 내게 처음 온 물건은 모두 신상이고, 그런 의미에서 다른 사람에게는 신상의 가치를 잃었지만, 내게는 신상의 가치를 지닌 물건들을 두루두루 함께 쓰는 활동이라니...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활동이 아닌가 한다. 빅이슈에서 이렇게 우리에게 꼭 필요한 활동들을 알려주고 있으니, 노숙인들의 자활을 돕는 데만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노숙인이 아닌 우리들에게 더 알찬 삶의 정보를 전달해주고 있다.


우리들이 삶의 방향을 정립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그야말로 사람들에게 자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잡지다. 소중한 잡지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기 전에는 신설동-동묘에 가곤 했다. 그곳에 가면 온갖 중고 물품들이, 그래 이제는 새로운 사람을 기다리는 n차 신상들이 즐비하다. 너무도 많아서, 그 거리에 나온 사람들보다도 더 많은 n차 신상들이 있었다.


신설동에서 동묘까지 걸어가면서 수많은 n차 신상들을 보고, 또 어떤 것은 구매하던 일상이 지금은 많이 위축이 되어 마음이 허전했었는데, 빅이슈 이번 호에서 n차 신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글을 읽고는, 아직은 이러한 n차 신상을 거래하는 활동이 죽지는 않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렇듯 언어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어떤 존재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기도 한다. 중고라는 말보다는 n차 신상이라는 말이 더 다가온 이유도 이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n차에서 n이라는 숫자가 커지면 커질수록 동일 물품을 많은 사람이 썼다는 얘기니, 지구 환경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 된다. 중고라는 말보다 n차 신상이라는 말이 훨씬 좋은 이유가 여기에 있기도 하다.


이 말과 더불어 이번 호에서 한 가지 더 기억하고 싶은 말은 '슬럼프'라는 말을 쓰지 말고 '원더윅스'라는 말을 쓰자는 글... 무언가 새로운 계기가 필요해 잠시 멈춰있거나 기존과 다른 행동, 마음을 지니고 있는 시기를 슬럼프라고 하기보다는 경이로운 주간(WONDER WEEKS)이라고 한다면, 그런 상태를 대하는 우리 태도가 달라지지 않을까?


이렇게 어떤 언어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존재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 수 있음을 빅이슈를 통해 알게 됐다. 그야말로 '빅이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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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호에는 '루티너리'란 말이 나온다. 루티너리가 되려는 노력을 하는 사람들... 루티러니란 루틴을 실천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고, 루틴은 자신이 정해놓은 행동 규칙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다. 그러니 루티너리라고 하면 자신이 정해놓은 규칙대로 행동하는 사람이 된다.


  루틴이 중요하다는 말도 하는데, 루틴이 없으면 모든 것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안정적이지 못하다고 하는 것이다.


  가령 공부를 할 때도 루틴이 없다면 어떻게 할지 모르고 우왕좌왕할 수도 있다. 그냥 되는 대로 하고 마는 경우가 많다. 그러기에 공부에도 규칙이나 일정한 습관이 필요하다고 한다.


누군가가 우리나라에서 대학입시에 중요한 영어와 수학 공부를 할 때 규칙적으로 하루에도 어느 정도는 꼭 하겠다는 규칙을 정해놓고 하라고... 그렇게 하면 영, 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고도 말하는데, 이러한 공부 습관 역시 루티너리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빅이슈]에서 소개한 루티너리 말고도 우리는 이렇게 나름대로 루틴을 정해서 살고 있다. 그것이 매일매일이 똑같이 짜여진 삶이 아니라 자기가 꼭 지켜야 할 큰 틀을 지니고 사는 생활이라고 한다면, 그러한 틀이 없는 사람이 오히려 더 힘들게 살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이러한 루티너리에 관한 글을 읽으며 루티너리가 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필수적인 것이 한둘이 아니지만 그 중에서도 집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돌아와 쉴 곳이 있는, 출발할 곳이 있다는 것은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다. 거주할 곳이 정해져 있지 않다면 생활의 큰틀을 만들어내는 일이 무척 힘들어질 수 있다.


그렇다고 세세한 부분까지 모두 정해진 대로 규칙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그렇게 살면 그것은 인간의 삶이 아니다. 기계처럼, 그냥 입력된 대로 출력할 수밖에 없는 기계가 되는 것이다.


사람의 삶은 그렇지 않다. 큰틀에서, 자신의 자유의지로 틀을 만들고, 그것을 지키려고 하는 것, 그것을 생활습관이라고 해도 좋겠다. 그러한 생활습관을 지닌다면 자신의 삶이 예측가능해지기 때문에 안정성을 누리면서 살아갈 수 있다.


안정성이라는 것이 고정불변의 생활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러한 안정성을 확보하고 자신의 생활습관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집이 꼭 필요하다. [빅이슈]가 왜 노숙인들에게 자활을 하라고, 자활을 위해 [빅이슈] 판매를 하라고 하는지 이런 점에서도 이해가 된다. 


이것이 노숙인들만의 문제이겠는가? 현실적으로 우리나라는 자신의 힘만으로는 집을 장만하기 너무 힘들어지지 않았나. 그것도 사람이 많이 몰리는 서울에서는  내 집 마련이라는 꿈을 버린 지 오래인 사람들이 너무 많으니...


전세나 월세를 사는 사람들도 집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들 역시 자신들의 주거에 대해 안정성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기 위해서는 주거가 확보되고, 안정을 이루어야 하는데, 거기서부터 삐끗한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런 주거문제 뿐이 아니라, 지구로 넓혀보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19, 또는 기후위기 등도 루틴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인류가 살아온 루틴에서 벗어나게 만드는 것들, 이런 것들은 그래서 재앙이 된다.


예측할 수 없는, 우리의 생활을 바꾸어버리는 불안정성. 그 불안정성을 안정성으로 돌려야만 일종의 루틴을 형성하게 되는데, 문제를 개인으로만 국한시키지 않고 인류 전체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빅이슈] 이번호에서 다룬 '루티너리'라는 특집 글을 읽으며 단순한 개인의 생활 습관, 또는 결심을 넘어서 우리들의 주거 문제와 전세계적인 기후위기까지 생각하게 된다.


루틴이 깨진 사람들에게 루틴을 형성시켜주려 하는 것이 - 빅판들에게 잡지 [빅이슈]를 판매하도록 하는 것이 스스로 돈을 벌어 자활을 하게 하는 데 목적이 있기도 하지만, 빅판 활동을 함으로써 일종의 루틴을 형성하게 하는 데도 목적이 있다고 할 수 있으므로 - [빅이슈]지만, [빅이슈]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안정적인 삶을 살아간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도 지구, 우주적 차원에서 보면 지금 서서히 루틴이 깨져가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해주고 있다.


우리가 공생공락하기 위해서는 개인뿐만이 아니라 인류 차원에서도 안정적인 큰틀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생각. 루틴이 확보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자, 이것이 문제다. 우리 사회는 지금 전반적으로 루틴이 깨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루틴이 깨졌다는 문제가 나왔다. 이제 우리는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그 점까지 생각하게 해주니 [빅이슈]는 그야말로 빅이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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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호를 여는 글 제목은 '정확하게 이해하기'다. 이해하기도 힘든데, 정확하게 이해하기는 더 힘들다.


  내 관점을 버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상황, 어떤 글도 내 관점을 거쳐 이해되기 때문에, 나는 정확하게 이해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바로 이런 경우에 대화가 필요하다. 내 이해와 네 이해를 서로 이야기하면서 정확하게 이해하는 길로 가는 것. 하지만 이런 대화는 그냥 나오지 않는다. 여유에서 나온다.


  영화 '미나리'로 요즘 많이 언급되는 배우 윤여정이 했다는 "사람이 여유가 생기면 감사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라는 말을 인용하고 있는데, 여유가 있어야 이해를 한다고, 그것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고 받아들이게 된다.


다른 나라 인권을 문제 삼는 미국에서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행위들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데, 그들은 과연 자신들의 행동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을까? 자신들이 하는 그 행동들이 혐오행동이고, 해서는 안되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까?


이들에게는 삶의 여유가 있을까? 오히려 살기 힘들기 때문에, 그 이유를 강한 자들에게서 찾고, 그들을 향해 주장하지 못하고, 오히려 자신들보다 더 약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화살을 돌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들은 여유가 없기 때문에 감사뿐만이 아니라 이해할 마음도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 면에서 [빅이슈]는 다른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해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가령 음식에 관한 글이 있는데, 고급스러워 보이는, 사람들이 잘 가지 못하는 디저트 음식을 파는 곳을 소개하는 글. 그 글을 보면서 과연 노숙인들 자활을 돕는 잡지인 [빅이슈]에서 그런 사치스럽다면 사치스러운 음식에 대한 글을 실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아니다. [빅이슈]이기 때문에 그런 글을 실어야 한다. 노숙인이라고 해서 무료 급식소에서만 음식을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그들 역시 고급스러운 음식을 먹을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음식에는 빈부귀천이 없다.


[바베트의 만찬]이란 소설을 보라. 최선을 다해 고급스러운 음식을 대접하는 집안일을 도와주는 바베트. 자신의 전재산을 음식을 장만하는데 쓰고도 만족해하지 않던다. 그것을 사치라고 할 수 있는가? 그것은 사치가 아니라 자신에게 베푸는 만찬이다. 자신과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베푸는 만찬. [빅이슈]에 실리는 음식에 관한 글을 보면서 그렇게 [바베트의 만찬]을 떠올리고, 그런 글들도 사람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이번 호에서 문구, 다이어리를 다루고 있는데, 특히 만년필로 글을 쓴다는 이야기를 읽으며 예전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어린 시절 펜촉에 잉크를 묻혀 글을 쓰던 모습, 펜촉을 꽂을 펜대를 사기도 했지만, 모나미 볼펜 뒤에 꽂아 쓰던 기억. 그리고 한 쪽을 쓰기 위해서 여러 번 잉크를 찍어야만 했던 기억. 그렇게 펜촉으로 글씨를 쓰면 빨리 쓸 수가 없다.


매끄럽고 빠르게 쓱쓱 써지던 볼펜과 달리 펜으로 쓰는 글씨는 천천히 쓸 수밖에 없었다. 글씨가 머리에 떠오른 생각을 따라가지 못하기도 했던 시절이었는데, 펜촉에서 벗어난 건 만년필을 선물 받고부터... 한번 잉크를 넣으면 꽤 오랫동안 쓸 수 있었던 만년필은 새로운 세계였다.


펜촉보다는 빠르게 쓸 수 있지만 볼펜보다는 느리게 쓰던 만년필... 이번 호에서 그런 기억을 소환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나 할까.


그렇게 펜촉으로나 만년필로 글씨를 쓴다는 것도 여유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런 여유는 남을 받아들일 수 있는 공간을 내 맘 속에 비워둔다. 나를 꽉 채워 더이상 다른 존재가 들어올 수 없게 하지 않고 나를 비워 다른 존재로 하여금 나를 채울 수 있게 한다.


이런 비움은 곧 여유고, 여유는 내 관점만을 고수하지 않는다는 것이니, 자연스레 이해를 동반하게 된다. 이해를 하게 되면 많은 것에 감사할 수 있게 될 테니... [빅이슈]를 만나면서 내 맘에 빈 공간이 생기게 되었다고나 할까. 여러모로 고마운 [빅이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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