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가 불확실할 때, 관계를 잘 맺지 못할 때가 많다. 낯선 사람을 만날 때가 그렇다. 그런 낯섬에서 익숙함으로 갈 때, 징검다리가 있었으면 좀 수월하게 익숙함으로 갈 수가 있다.

 

  그 징검다리 역할을 무엇이 할까? 많은 관계들을 맺어가면서 살아가는데, 그 전에 맺었던 관계들이 징검다리 역할을 하기도 하고, 자신이 맺어지고 싶어하는 마음이 징검다리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렇게 우리 인간은 낯선 타자와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가야 한다. 그런데, 요즘 관계 맺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학교에서는 온갖 따돌림들이 나타나고, 그래서 따돌림을 당하지 않으려고, 관계를 계속 유지하려고 옳지 않은 일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친구들 모임에서 떨어져 나오면 다른 친구들 사이로 들어가기가 힘들다고 한다. (이 때는 익숙함이 좋음이 아니다. 이때 익숙함은 옳지 않음이다. 그러니 낯섬에서 익숙함으로 갈 때는 좋음이라는 가치가 개입되어야 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벽을 쌓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벽이 쌓이고 관계 맺기가 힘들어지는 데는 소통이 안 되는 이유도 있다. 소통이란 자신의 마음을 열고 다른 사람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는데, 내 말뿐이 아니라 다른 말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는데, 그래서 말과 말들이 얽혀서 다른 말들을 만들어내어 튼튼한 관계를 맺게 해야 하는데, 내 말을 옳고 다른 사람의 말은 그르다는 식의 태도가 많아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

 

직장에서도 괴롭힘이 일어나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는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소통을 잘할 수 있나 하는 고민을 하게 된다.

 

[빅이슈] 262호에서는 그런 소통의 방편으로, 즉 서로가 익숙한 관계 맺기로 나아가는 징검다리로 MBTI를 소개하고 있다. 성격유형이라고 할 수 있는, 많은 사람들이 검사해서 16가지 유형 중에 자신은 어떤 유형이라고 이야기하는.

 

그런 유형이 지니는 특성들을 이해하면 그 사람과의 관계 맺기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 그렇다. 오랫동안 만나서 그 사람의 말투, 행동, 생각 등을 추측할 수 있어서 이해 범위가 넓어지기 전에, 그 사람이 지닌 성격을 알고 그에 대해서 받아들인다면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MBTI는 유용하다. 다만, MBTI를 그 사람을 규정하는 방편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MBTI로 성격 유형이 나오더라도 그것이 그 사람 전부를 설명해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은 의식적으로 자신의 부족한 면을 고치려고 하기도 하기 때문에, 그 사람은 이런 유형이니 이것에는 안돼, 우리하고는 안 어울려 하면서 또다른 배제의 수단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결국 아무리 좋은 도구라도 잘못 쓰면 해로울 수밖에 없다. 그러니 좋은 관계, 익숙한 관계 맺기를 위해서 MBTI를 활용할 수는 있지만, 그것을 맹신하는 일은 삼가야 한다. [빅이슈] 262호에서도 그 점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빅이슈] 자체가 바로 이런 좋은 관계 맺기를 하는 잡지 아닌가. 관계 맺기에서 떨어져 나온 사람들을 다시 관계 맺기의 장으로 들어오게 하는 잡지.

 

이런 빅이슈를 보며 빅이슈도 좋은 관계 맺기를 하게 하는데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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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판 인터뷰 기사가 마음에 들어와 박혔다. 이 박힌 돌, 쉽게 빠지지 못할 듯하다.

 

  "...추석 전에 역무원이 단속을 나왔어요. 민원이 들어왔다고 나가라는 거예요. 책을 빼서 진열하는 데는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지만, 다시 집어넣으려면 시간이 엄청 걸리거든요. 전동차에 앉아 있으니까 어쩔 수가 없어요. 그래서 책 집어넣는 것 좀 도와주면 안 되느냐고 하니까 한마디로 기분 나쁘게 "우리가 도와줘야 할 의무는 없잖아요.' 하는 거예요." (87쪽)

 

  "빅이슈 판매원의 자립활동을 위해 서울특별시, 서울교통공사, 한국철도공사와의 협조 공문이 있어요." (코디의 말. 87쪽)

 

"예전에 인천에서 판매할 때는 상황이 굉장히 안 좋았죠. 한번은 구청에 책을 전부 뺏긴 적도 있어요." (88쪽)

 

빅판을 인터뷰한 내용에서 발췌했는데... 이들이 자립하기 위해서 잡지를 판매하는데, 그 잡지를 판매하기조차도 힘든 상황이다. 물론 역사 내에서 장사를 금지한 규정이 있다고는 하지만, 살기 위해서 애면글면 애쓰는 사람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쫓아내거나 물건을 빼앗은 경우가 있다니...

 

역무원들이 형편을 봐주는 경우가 있고, 협조 공문도 있다고 하는데 민원이 들어오면 어쩔 수가 없다고 한다. 민원... 내 불편을 감수하지 않기로 하고, 고치라고 요구하는 일. 그런데 내 편안함이 다른 사람의 생계를 위험에 빠뜨린다면... 조금 내가 불편해도 되지 않을까? 내게는 그들로 인한 불편이 생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테니까.

 

또 민원이 들어왔다고 해도, 의무가 아니라고 해도, 몸이 불편한 사람을 도와줄 수는 있지 않은가. 휠체어를 타고 있는 모습을 뻔히 보면서도 '의무'가 아니라니... 법적인 의무는 없지만 윤리적인 면에서 보면 일종의 의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법으로만 사람이 살 수는 없는 노릇이고, 법보다는 윤리, 도덕이 먼저 작동하는 사회가, 인간에 대한 공감이 먼저 작동하는 사회가 좋은 사회 아닐까.

 

이렇게 우리 함께 살아갈 방법을 생각하면 안 될까? 내 눈에 조금 거슬리더라도 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해줄 수는 없을까? 내가 조금 불편하면 남이 조금 더 편해진다고 생각하면 안될까? 이런 생각을 했다.

 

갈수록 정이 없어져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깔끔하게 정돈된 모습, 조금이라도 흐트러진 모습을 참지 못하는 모습. 자기 일이 아니라면 상관없다고 모르쇠로 일관하는 모습.

 

그러나 사람이 살아가는 사회에서 어떻게 규정대로만 살 수 있는가? 어떻게 보기 좋은 대로만 살 수 있을까? 내 불편을, 내가 보기싫어함을 잠시 참으면 누군가의 삶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든 이번 호다. 마음이 좋지 않은데, 이번 호에서 앞부분 글, 식물에 관한 글을 통해 마음이 좀 편해졌었는데... 그렇게 식물처럼 우리에게 위안을 주는 삶을 살아야 하는데... 나서지 않지만 남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들도 많은데..

 

내가 가진 것이 많으면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을 위해 조금은 양보할 수도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 사회이면 좋겠다는 생각.

 

유튜브 채널에 <하이머스타드>가 있다고 이번 호에서 소개하고 있는데, 이 유튜브 채널은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보여주고 있단 생각이 든다.

 

식물들처럼, 우리에게 위안을 주고, 나서지 않아도 우리 삶에 도움이 되듯이 이러한 사람들은 유튜브를 통해 우리 사회를 좀더 밝은 쪽으로 나아가게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빅판 인터뷰를 통해 마음에 박힌 못들이 이런 사람들, 이런 활동들(특히 빅이슈 텍스트란에는 이런 글들이 많다)로 인해 조금씩 빠져나오게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자립하려 애쓰는 빅판들에 대한 일들이 많이 알려지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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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호 한 호를 읽을 때마다 꽂히는 내용이 있는데 이번 호에서는 이항규가 쓴 '편지'라는 글이다. 편지가 글 내용의 핵심인데, 엉뚱하게도 편지보다는 음식에 관한 이야기가 마음에 남았다. (이항규, 편지. 74-77쪽)


  '나는 음식을 버리지 못한다'로 시작한다. 그리고 학창시절 통도사에서 일주일간 머물면서 인연이 닿은 스님과의 편지 이야기가 펼쳐진다.


  스님, 발우공양. 그들에게 음식은 버려서는 안 될 존재다. 꼭 스님만이 아니다. 우리 어른들 역시 음식은 버려서는 안 되는 존재였다. 남아서 버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했다. 나에게 주어진 음식은 다 먹어야 했다.


어찌어찌 남은 음식은 집에서 기르는 가축들에게 주든지, 거름이 되든지 해야지, 쓰레기로 버려지는 경우는 없었다. 음식이 쓰레기가 된다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고 해야 한다.


그런데 요즘은 어떤가? 너무도 많은 음식이 버려지고 있고, 음식 버리지 않고 다 먹기 운동은 각자의 식성을 무시한 강요로 받아들여지는 경우도 많다. 


특히 단체 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급식에서는 버려지는 음식이 너무도 많아서 음식이 쓰레기가 된 지가 오래다. 단체 생활을 하는 사람들뿐이겠는가. 개인 집안에서 버려지는 음식은 또 어떤가? 우리나라는 언제부터인가 음식물 쓰레기 처리로 몸살을 앓아오지 않았던가.


이항규는 음식을 버리지 못한다고, 엄마의 영향이라고, 하지만 요즘 집에서 엄마의 영향으로 음식을 버리지 못하게 다 먹는 습관을 지닌 아이들이 얼마나 될까?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배달음식으로 인한 쓰레기들(음식뿐만 아니라 각종 포장 재료들까지)이 넘쳐나고 있는데...


음식은 곧 다른 생명을 내 생명을 위해 죽음에 이르게 하는 일. 다른 존재의 생명을 빼앗는 일인데, 그 존재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남겨지지 않게, 버려지지 않게 하는 일 아닐까?


그러므로 채식을 하는 이항규가 남편이 남긴 고기를 놓고 고민을 하다가 생명에 대한 예의라 생각해 남은 음식을 먹게 된다고 하는 이야기는 가슴을 울린다.


딱 필요한 만큼 음식을 만들기는 너무도 힘들다. 그렇다면 조금 부족하게 만들면 안 될까? 우리가 넘쳐나게 먹어도 좋지만, 약간 부족하게 먹으면서 다른 존재들의 생명을 존중하는 모습도 함께 살아가는 우주적 존재로서 지키면 좋은 태도 아닐까.


그렇다고 아예 먹지 않을 수는 없다. 생명으로 태어났기에 생명을 유지해야 할 의무가 있으므로. 그러므로 그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도 다른 존재의 생명에 대한 예의는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너무도 풍요로운 세상에서 넘쳐나는 음식물 쓰레기들이라니. 조금씩 덜 먹어도 우리 생명에는 지장이 없을텐데 하는 생각이 드는데...


그러다 과연 음식만 넘쳐날까? 지금 우리에게 절망을 안겨주는 집(특히 아파트)은 어떤가? 누군가에게는 너무도 많은 집이 있어서 넘쳐나고, 또 누군가에게는 남들이 엄두도 내지 못하게 비싼 가격을 유지하는 그런 집들...


서로 함께 살 수 있게 분양가도 조정하고, 또 너무도 많이 소유하지 않고 적절하게 소유할 수는 없을까? [빅이슈]는 집이 없는 사람들을 위한 잡지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사람들이 최소한 자기 몸을 쉴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해줄 수는 없을까?


지나치게 비싸게, 많이 소유하지 않고 함께 점유할 수 있도록 할 수는 없을까?  '나는 음식을 버리지 못한다'로 시작하는 이 글에, '우리는 지나치게 집을 소유하지 않는다'로 말할 수 있는 사회가 될 수는 없을까. 


그런 생각이 드는 이번 호다. 빅이슈 260호. 


음식과 집과 더불어 임금으로 나아가면, 최저임금이 생계를 보장할 수 있는, 차별을 줄이는 쪽으로 작동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광화문역 5번 출구에서 빅이슈를 판매하고 있는 빅판의 생애사를 읽으면서 마지막에 나와 있는 보충 설명 때문에 이 생각이 들었다.


최저임금법 제7조에 '정신장애나 신체장애로 근로 능력이 현저히 낮은 사람,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사람에 대해선 최저임금 효력을 적용하지 않는다'라고 되어 있단다. (91쪽)


이게 반대로 되어야 하지 않나? 정신장애나 신체장애로 근로 능력이 현저히 낮은 사람에게는 반드시 최저임금을 적용해야 한다'라고 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서 이 법을 개정하라고 운동하고 있다고 하는데...


더 힘든 사람, 더 약한 사람, 더 무기력한 사람조차 살 수 있는 기본을 마련해 주는 사회, 그런 사회가 음식을 남기지 않고, 지나치게 집을 소유하지 않고, 임금을 독점하지 않는 그런 사회 아닌가 하는 생각. 그런 사회를 꿈꾸게 하는 이번 호였다.


음식-집-임금, 누군가에게는 너무 많고, 누군가에게는 너무 없는 그런 상황이 지속되지 않는 사회였으면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 [빅이슈] 260호.


덧글


인터넷에서 최저임금법을 찾아보니 조항이 이렇게 되어 있다. 여전히 개정이 안 되고 있다. 하루빨리 개정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7조(최저임금의 적용 제외)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으로서 사용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고용노동부장관의 인가를 받은 사람에 대하여는 제6조를 적용하지 아니한다.  <개정 2010. 6. 4., 2020. 5. 26.>

1. 정신장애나 신체장애로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은 사람

2. 그 밖에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이 적당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되는 사람

[전문개정 2008. 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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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만해도 올해가 되면 코로나19는 잠잠해지고,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백신이 개발되고, 치료제도 나올테고, 또 사람들에겐 면역이 생길테고. 그러면 코로나19가 우리에게서 완전히 떠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함께 살 수는 있으리라고.


  작년보다 더 많은 확진자가 나오고, 수도권은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되어 사람들 관계에 많은 변화가 올 줄이야. 작년보다 더 힘들어질 줄이야.


  그런 변화로 인해 힘들어지는 사람들이 있다. 이번 호 표지 모델로 등장한 지진희도 '변하는 상황에서 안주하지 말고 맞춰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세상은 변하기 마련이다. 좋은 시절이든, 안 좋은 시절이든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가 된다.


하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가 되기까지는 쉽지 않은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 과정을 꾸준히 견뎌낸 사람들이 지금 "이 또한 지나가리라!"고 말하고, 나중에 '지나갔다'고 말할 수 있게 된다.


배우 지진희가 표지 모델로 나온 이유 가운데 하나도 바로 여기에 있다. [빅이슈] 판매원들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변한 자신의 환경에서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려 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고. (30쪽)


그렇다. 세상이 힘들어질 때 더욱 고통을 겪는 사람들은 사회 밑바닥에 있는 사람들이다. 중간층에 있던 사람들이 밑으로, 영화 기생충에서처럼 반지하에서 지하로 내려가게 된다. 


그들이 겪는 고통은 더욱 강해지는데, 그들에 대한 관심은 점점 줄어들게 된다. 이번 호에서 종각역 5번 출구에서 빅판을 하는 분의 인터뷰에는 그 점이 너무도 잘 드러나고 있다.


[빅이슈] 판매 금액의 절반이 수익인데, 하루에 두 권을 판다면, 지금 오른 가격으로 7000원이니 절반인 3500원*2 해서 7000원이 하루 수입이 된다. 


최저임금이 시간당으로 계산이 되고, 만 원이 안 되지만 8000원은 넘는데, 이들은 하루 수입이 한 시간 최저임금이 되지 않을 때도 있게 된다. 잘 팔릴 때도 있지만 코로나 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된 현재는 매우 힘든 상황이라고 한다.


이렇게 코로나19로 사람들 왕래가 더 뜸해지고, 살기도 힘들어진 때, 더 힘들게 지내던 사람들은 더더 힘들어지게 된 상황.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는다. 밑바닥에서 치고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밑바닥을 경험한 사람들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빅이슈]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위안을 받는다. 그들에게 도움을 준다기보다는 그들로부터 도움을 받는다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이 일방적으로 도움을 받지는 않는다. 일방은 없다. 사람은 관계다. 쌍방이다.


그러니 당당하게 살아가는 빅판의 모습에서 내 삶을 반추해 볼 수 있게 되고, 힘겨운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려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함께 산다는 일의 중요성을 생각한다.


사람이 아닌 다른 존재와 함께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전문가들은 유기견 절대 추천 안 해' 그 칭찬이 낙인인 이유(62-64쪽)>라는 글과 <당신에게 산호의 신호가 닿기를(65-67쪽)>를 읽으면서 생각해 봐도 좋을 듯하다.


또한 우리 사회에서 약자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서는 <삶의 주도권을 찾는 여정(72-75쪽)>과 <동료 시민으로서의 성소수자(76-77쪽)>라는 글을 읽으면 좋다.


이런 글들 말고도 소소하게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일들에 대한 글들도 있으니, [빅이슈]를 읽은 일은 즐거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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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려한 삶과 그늘진 삶이 공존하는 잡지. 어쩌면 끝과 끝을 이어주는, 그래서 사람들은 화려한 삶을 살아도, 또 그늘진 삶을 살아도 홀로가 아님을 알게 해주는, 서로가 연결되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임을 알려주는 잡지. 빅이슈다.


  이 잡지에는 우리가 동경하는 삶이 나온다. 유명인들이 표지 인물로 주로 나오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지금 내가 있는 위치보다 더 나은 위치에 있고자 하는 욕망을 사람들이 지니고 있으니, 나보다 화려한 삶(겉보기에는)을 사는 사람들을 표지에서 보면 읽고 싶어진다. 


  그들이 어떤 생활을 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리고 빅이슈는 표지 인물들을 인터뷰하면서 화보도 함께 실어주고 있기 때문에 그들이 어떤 옷을 입고 있는지, 어떤 신발을 신고 있는지 등, 그들이 꾸미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또한 디저트를 소개하는 글은 어떤가? 음식이 단지 배를 채우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우리 삶에 또 하나의 풍부함을 더해주는 요소라는 생각을 하게 해준다. 디저트를 파는 가게의 모습이나 그 가게에서 파는 음식의 종류, 멋들. 이것이 남 이야기라고만 해서는 안된다. 바로 우리들 이야기여야 한다.


하여 빅이슈에는 해외에 관한 글도 있다. 해외 여행을 꼭 해야한다고 주장하지는 않지만 세계 곳곳을 소개해줘서, 앉아서 해외 여행을 할 수도 있게 해준다.


반면에 빅이슈에는 그늘진 삶을 사는 사람들 이야기도 있다. 최근에는 빅판들의 생애를 듣고 쓰는 글이 생겼다. 이번이 세 번째 빅판.


그들이 불성실해서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노숙인이 되었음을, 그럼에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려 하는 모습을 빅판의 생애사에서 느낄 수 있다.


화려한 삶에서 느낄 수 없는 짠함을 느끼게 되는데, 이런 짠함은 사람만이 아니라 버려진 동물들에게서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빅이슈가 사람에게만 국한시키지 않고 지구에서 살아가는 다른 존재들까지 끌어안고 있는 모습이 참 좋다.


지금 코로나19가 두 해째 지속되고 있어서 어려운 지경에 처한 사람이 많다. 그 어려움을 각자도생이라고, 개인에게만 헤쳐나가라고 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누구나 연결되어 있듯이, 표지에 나오는 유명인들이 다른 사람을 위해서 표지 인물이 되어 주듯이 나보다 어려운 사람에게 손을 내밀어 주어야 한다.


그리고 사회가 어려운 사람들을 돌볼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도록 해야 한다. 각자도생이 아니라, 모두가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어쩌면 빅이슈에 나오는 다른 존재들, 그들이 연결되어 있음은 우리 사회가 그렇게 서로 연결되어 함께 살아가야 함을 말해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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