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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열두 달 - 고대 이집트에서 1년 살기
도널드 P. 라이언 지음, 우진하 옮김 / 타인의사유 / 2024년 4월
평점 :
《제국의 열두 달》은 타인의사유에서 출간된 '소설처럼 읽는 역사 시리즈' 중 이집트편이에요.
이 책에서는 고대 이집트가 번영하던 시기를 배경으로 경이로운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일년이라는 시간을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어요. 그래서 '소설처럼 읽는 고대 이집트 생활사'라고 하는 거예요. 일종의 역사 소설이라서 누구나 이 책을 읽는 동안 고대 이집트에서 일년 살기를 경험할 수 있어요. 저자 도널드 P. 라이언은 고고학자로서 '왕가의 계곡' 발굴을 지휘했던 고대 이집트 연구 전문가답게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흥미진진한 고대 이집트 이야기를 들려주네요.
"나일강은 그야말로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대부분 나일강의 수위는 몇 개월에 걸쳐 높아졌다 낮아지기를 반복했고, 그러는 사이 검고 비옥한 부식토나 부엽토가 밀려 내려와 밭의 지력을 충분히 높여주었다. 밀이나 보리, 아마와 같은 이집트의 주요 농작물을 재배하기에 최적의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이런 나일강의 정기적인 범람과 그로 인한 풍요로운 결실 때문인지 바키를 비롯한 이집트 사람들은 나일강 주변의 땅을 '케메트', 즉 '검은 땅'이라고 불렀다. 수많은 사람이 넉넉하게 먹고 살 수 있을 정도로 걸고 기름진 땅이라는 뜻이었다." (24p)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달력과 거의 비슷한 방식으로 날짜 계산을 해서, 1개월이 30일, 1년이 12개월로 이루어진 달력을 사용했대요. 7월 중순에서 11월 중순까지 이어지는 나일강의 범람 시기, 11월 중순에서 3월 중순까지인 파종과 재배의 시기, 3월 중순에서 이듬해 7월 중순으로 연결되는 수확의 시기까지 세 시기로 나누는데, 이 책에서는 나일강이 흘러넘치는 첫 번째 달 / 두 번째 달 / 세 번째 달 / 네 번째 달, 뿌리고 가꾸어가는 첫 번째 달 / 두 번째 달 / 세 번째 달 / 네 번째 달, 풍성함이 가득한 첫 번째 달 / 두 번째 달 / 세 번째 달 / 네 번째 달로 표시하여 농부 바키, 어부 네페르, 옹기장이 로이 등 가상 인물의 일상뿐만이 아니라 파라오 아멘호테프 2세, 투트모세 4세, 총리대신 아메네모네트 등 실존 인물에 관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요. 예전에 투탕카멘 파라오의 비밀 전시회를 관람한 적이 있는데 여기에 미라를 만드는 과정과 파라오 묘지에 대한 내용을 소설처럼 풀어내서 흥미롭고 신기했어요. 고대 이집트에서도 가장 잘 보족되고 아름답게 장식된 묘지 중 일부는 인부들이 세웠던 마을 안에서 발견되었고, 신왕국 시대 말기 왕가의 계곡에 마지막 파라오의 묘지가 세워진 뒤 사람들은 떠나고 마을은 그대로 버려졌대요. 소설 형식이라서 그런지 어릴 때 읽었던 '나일강의 소녀'의 내용인 과거로 회귀하는 시간 여행 이야기가 떠오르면서 그 이야기 덕분에 고대 이집트 문명에 대한 호기심과 매력을 느꼈던 것 같아요. 역시 이야기의 힘은 대단한 것 같아요. 파라오, 왕자, 귀족들, 평민들까지 다양한 인물들의 삶을 통해 고대 이집트인의 생활을 들여다볼 수 있어서 재미있는 역사 공부가 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