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진실
김미숙 지음 / 엘도라도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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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참 씁쓸하다. 진실을 알고 나니.

사람들이 우스개 소리로 세상 살이 잘 하려면 두 가지를 기억하라고 한다.

첫째는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이고 둘째는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는 것이다.

<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진실> 시리즈의 책을 읽으면서 느낀 심정이다.

한 가지를 더 추가하자면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보험설계사라고 부르는 사람들을 책에서는 모집인으로 칭한다. 잘 아는 친척일 수도 있고 친구 혹은 이웃이기도 하다. 그들의 말만 믿고 덥석 가입한 보험들이 정말 필요한 순간에는 무용지물이 된다면 누굴 원망해야 할까? 모집인들은 결코 내 편이 아닌 보험회사의 직원임을 망각하고 있었다. 누구 말을 믿었다는 것은 내 사정일 뿐, 법적으로 따지면 제대로 확인 안 한 본인의 과실이다. 나 역시 모집인의 말만 듣고 복잡한 약관은 대충 훑어 본 뒤 가입했고 자필 서명까지 했다. 그리고 보험 증서와 약관만을 신주 단지 모시듯 잘 보관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뜨끔했다. 보험만 가입하면 모든 게 해결된다는 생각은 엄청난 착각이었다. 비슷한 종류의 보험은 여러 개 가입할수록 손해란 것도 책을 보고 알았다. 보험 가입할 때 전혀 들어본 적 없는 이야기들 전부 보험 가입자에게는 손해가 되는 내용 이었다.

제대로 알고 가입해야 힘들 때 진짜 힘이 된다는데 이미 가입한 뒤에 알게 되었으니 억울한 생각이 먼저 들었다. 지금이라도 정신 똑바로 차리고 약관을 살펴 봐야겠다.

보험 상품 광고에서 불안한 미래를 위한 유일한 해결책인 것처럼 보여준 내용들도 이제는 대부업계 광고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든다. 불안한 미래를 더욱 불안하게 만드니 말이다.

아직까지 보험의 혜택을 받을 일이 없었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았던 보험 약관 속에 이런 검은 속임수가 있을 줄은 전혀 몰랐다. 영화나 뉴스에서 보험 사기단의 얘길 접하면서 저런 양심 불량인 사람들이 있을까 욕했는데 실제로 그 속에는 억울한 사람들도 있는 것이다. 반대로 보험사의 사기 행각이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했으니 세상을 너무 순진하게 살았다.

몰랐다고, 억울하다고 땅을 치기 전에 이 책을 알게 된 것을 행운이라고 해야겠다.

이 책을 쓴 저자도 그 점을 강조했다.

악마와의 보험 계약을 중단시키려면 보험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말이다.

보험맹(盲)을 벗어나야 보험 회사를 견제할 수 있고 지금의 잘못된 보험 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온 국민의 필독서란 생각이 든다.

성인 남녀 중 대부분 보험 한 두개 정도 가입 안 한 사람이 없을 것이다. 각자 보험을 살펴 보자. 보험금을 받을 수 없는 사유들은 없는지, 중복 가입된 것은 없는지 말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억울한 일은 없어야겠다.

소비자가 현명해야 세상이 살기 좋아진다.

왜 진실은 알고 나면 씁쓸하고 불편한 마음이 드는 걸까?
읽으면서 흥분했던 마음을 가라앉혀 본다. 진실이 꼭 아름답지만은 않지만 그렇다고 결코 외면해서도 안 된다는 것. 더불어 좋은 세상을 위해 보험소비자협회에서 일하시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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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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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아프가니스탄.

내게는 낯선 나라다. 서남아시아 어디쯤 있다는 것 이외에는 아는 것이 별로 없다. 그야말로 관심 밖의 나라였다. 적어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가끔 이슬람국가에서 벌어지는 여성 인권침해 소식을 들을 때면 경악하게 된다. 일부다처제는 기본이고 여성에게 강제로 할례를 한다는 이야기 등등. 마치 역사의 수레 바퀴가 그 곳만 비켜 간 것이 아닐까라는 상상을 하게 된다. 전세계의 흐름과 무관하게 격리된 그 곳에서 여자들은 짐승 취급을 받으며 온갖 고통을 당하고 있다.

이 책은 아프간 여성의 비극적인 삶을 그리고 있다. 그녀들이 할 수 있는 일은 한 가지, 고통을 참아내는 것이다. 마치 동물의 세계에서 약육강식을 보는 것 같다. 인간성은 사라지고 힘센 종족인 남성이, 약한 종족인 여성을 지배하는 것이다. 힘으로 누르고 복종을 요구한다.폭력으로 짓밟힌 여성은 남성의 편의대로 사육된다. 여성에게는 어떤 선택권도 자유도 허용되지 않는다. 그녀들이 누릴 수 있는 최대 행복은 아이에 대한 사랑인데 그것도 아이가 없다면 철저히 행복은 차단된 삶이 되는 것이다.

처음에는 분노했다. 그리고 가슴이 아팠다.

전쟁이 가져온 불행이다. 알라신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잔혹한 전쟁과 여성 탄압은 알라신의 잘못이 아니다. 신을 팔아 먹는 사악한 무리들 탓이다. 그것은 아프가니스탄 뿐 아니라 세계 어느 곳에든 있다.

마리암. 그녀는 세 명의 부인을 둔 잘릴에게 겁탈당했던 하녀 나나의 딸이다. 아버지 잘릴은 비겁하고 나약했다. 어머니 나나는 자신의 불행을 견디지 못했고 유일한 사랑인 마리암을 제대로 사랑할 줄 몰랐다.

라일라. 진보적인 부모 밑에서 제대로 교육을 받고 자라지만 전쟁으로 두 오빠를 잃고 나중에 부모님과 사랑하는 남자 친구 타리크를 잃는다.

전혀 다른 배경의 두 여인이 한 지붕 아래 살 수 밖에 없는 기구한 운명이 바로 아프간 여성들의 현실이다. 마리암이 너무나 사랑하고 의지했던 아버지 잘릴은 마리암의 불행을 외면했다. 존경하는 파이줄라 선생님은 그녀에게 코란의 가르침을 주었지만 현실적인 도움을 줄 수는 없었다. 라일라의 아버지는 힘없는 지식인이었고 사랑하는 남자 친구 타리크는 한 쪽 다리를 잃은 어린 소년이었다. 마리암과 라일라, 절실하게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 구원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마리암의 어머니, 나나는 말했다.

 내 딸아, 이제 이걸 알아야 한다. 잘 기억해둬라. 북쪽을 가리키는 나침반 바늘처럼, 남자는 언제나 여자를 향해 손가락질을 한단다. 언제나 말이다. 그걸 명심해라, 마리암.

사악한 남성을 대표하는 라시드. 남성우월주의자. 그를 두고 한 말 같다.

여자의 적을 여자로 만드는 건 남자들이다. 자신들이 적으로 몰리기 싫으니까.

그녀들 곁에는 사악한 라시드 뿐이었다. 아무리 벗어나려고 해도 꼼짝할 수 없는 상황이 끔찍스러웠지만 그녀들은 참았다. 사랑하는 아이들 때문에.

대항할 수 없다면 참아내는 것이 더 큰 용기일지도 모른다.

지붕 위에서 희미하게 반짝이는 달들을 셀 수도 없었고

벽 뒤에 숨은 천 개의 찬란한 태양들을 셀 수도 없었네.
차마 셀 수 없는 현실을 원망하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그녀들은 반짝이는 달들, 찬란한 태양들이 그 곳에 있음을 믿었다. 아프가니스탄 카불. 비극적인 그 곳에 희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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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세스 포 유 - 여자의 가치를 높여주는
이제뉴 지음 / 라테르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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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여덟 명의 공주들에 관한 뒷담화예요.

칭찬할 만한 행동, 본받을 만한 모습의 공주들도 있는 반면에 안타까운 공주들도 있어요.

동화 속 다양한 공주들의 이야기, 이미 아는 내용이라고 대충 보면 안돼요. 전부 자신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보면 느낌이 다를 거예요.

여자로서 삶의 선택을 좀 더 현명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지를 알려주네요.

1. 사랑의 선택 : 라푼젤 공주

라푼젤은 탑에 갇혀 답답한 생활을 하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죠. 그녀가 노래를 즐겨 불렀다는 것은 밝은 성격을 나타내죠. 그 높은 탑에서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면 왕자를 만날 수도 없었겠죠. 아쉬운 점은 공주들은 늘 구원해줄 왕자를 기다려야 한다는 거예요. 만약 탑에 올라온 왕자가 맘에 안 들었다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라푼젤 공주는 다행히 운명적인 사랑을 만났지만 현실에서는 힘든 일이죠.

운명적인 사랑을 첫 눈에 알아 보는 방법을 원한다면, 저는 자신 있게 말할 거예요.

자기 자신을 믿으세요. 그럼 보일 거예요.

2. 희망의 선택 : 오데트 공주

저는 이 동화를 책으로도 좋아했고 만화로도 좋아했어요. 어릴 적 뭔지 모를 신비로움과 비극적인 느낌에 매료됐었죠. 하지만 지금 어른이 되고 보니 답답한 생각이 들어요.

그 때는 오데트 공주와 왕자만 보였는데 지금은 마법사가 보이네요.

오데트 공주는 왜 마법사의 청혼을 거절했을까요?

거절 당했다고 공주에게 마법을 걸어 놓은 마법사는 정말 이기적인 사람이죠. 요즘 말로 스토커 같은 존재죠. 다 큰 딸도 있으면서 젊은 오데트 공주와 결혼하려 했으니 도둑놈 심보에 심술쟁이니까 공주가 싫어할 만도 하네요. 마법사의 존재는 사랑을 힘들게 하는 현실이라고 볼 수 있어요. 이럴 때 필요한 것이 희망이겠죠.

사랑의 비극은 희망을 포기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3. 멘토의 선택 : 평강 공주

우리 전래 동화 중에 돋보이는 공주죠. 궁궐을 떠나 바보 온달을 스스로 찾아가 결혼했으니 무척 적극적인 성격이네요. 보통 공주들은 안락한 생활을 하다가 고생하게 되면 못 견디고 떠나는 경우가 있잖아요. 선녀와 나무꾼에서 선녀는 결국 날개옷을 입자마자 하늘 나라로 가버리잖아요. 물론 거기는 시작부터 잘못된 사랑이었는지도 모르죠.

하지만 평강 공주는 궁궐 생활을 그리워하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갔어요. 온달을 장군으로 만들고 스스로의 가치를 높인 현명한 공주였지요.

역시 진정한 사랑은 상대를 변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사랑은 상대를 더욱 아름답고 멋지게 만드는 마법인지도 모르죠.

4. 용서의 선택 : 마이카 공주

사실 처음 들어 본 동화인데 요즘 대두되는 네트워킹을 떠오르게 하네요.

사람 관계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용서란 생각이 들어요. 자신을 괴롭히고 미워하는 사람에게 관용을 베풀 줄 아는 마이카 공주는 인간적으로 꽤 매력적이네요.

만약 사회 생활에서 사람 때문에 힘들다면, 자신을 마이카 공주라고 생각하고 용서하는 연습을 해도 좋을 것 같아요. 용서는 결국 자신을 구하는 길이기도 하니까요.

제가 본 공주 중 가장 지혜롭고 아름다운 공주네요.

5. 긍정의 선택 : 당나귀 공주

이 동화는 미성년자 구독불가라고 생각해요. 왕인 아버지가 왕비의 유언- 자신보다 더 아름답고 현명한 여자를 왕비로 맞으라는 을 지킨답시고 자신의 딸을 왕비로 맞는다는 내용이네요. 공주는 아버지를 피해 당나귀 가죽을 쓰고 이웃나라 하녀로 일하다가 왕자가 첫 눈에 반해 사랑하게 된다네요. 이런 파렴치한 아버지가 또 있을까요?

여기서 당나귀 공주가 시련을 이겨내는 긍정의 힘을 배우라고 하는데 만약 왕자의 눈에 띄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솔직히 왕자와 사랑을 이룬 해피 엔딩도 좋지만 고약하고 못된 왕, 아버지에 대한 응징이 없다는 점이 아쉽네요.

6. 준비의 선택 : 인어 공주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비극적인 동화죠. 희생이 사랑의 전부가 아닌 것을.

인어 공주의 비극은 잘못된 상대를 선택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인어와 사람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잖아요. 마녀의 힘을 빌렸지만 성공할 수 없었던 것도 운명의 상대가 아니었기 때문이죠. 사람들도 사랑과 이별을 경험하지만 이별 때문에 너무 가슴 아파할 것도 아닌 것 같아요.

인어 공주에게 운명의 상대는 인어 왕자인 것을.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사랑하는 상대방을 좇다 보면 모든 걸 잃게 된다는 교훈이 아닐까 싶어요.

7. 행복의 선택 : 엄지 공주

엄지 공주가 행복한 결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제비라는 좋은 친구를 만나서라고 생각해요.

우유부단한 엄지 공주는 싫다는 말을 못해서 두더지와 결혼할 위기에 처하지만 제비의 도움으로 꽃의 나라 왕자를 만나게 되지요. 행복의 선택을 남의 손에 맡기는 일이 없어야 겠지요. 엄지 공주 동화에서 궁금한 것은 처음에 엄지 공주를 키워준 아주머니예요. 분명 마음씨 착한 엄지 공주는 결혼 후에 아주머니를 찾아가지 않았을까요? 사랑하는 엄지 공주를 잃은 아주머니는 얼마나 슬펐을지 생각한다면 말이죠.

8. 효도의 선택 : 바리 공주

피는 물보다 진하는 말을 떠올리게 하는 동화죠.

자신을 버린 부모를 위해 목숨을 건 바리 공주를 생각하면 부모님께 잘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네요. 가장 모범적인 공주네요.

9. 삶의 선택 : 투명 공주

이 공주는 나만을 위한 공주예요. 나 자신을 공주처럼 생각하자는 의미죠. 투명 공주라고 이름 지은 것은 남들에게 티 내지 말고 내면의 가치를 높이기 위함이죠. 내가 공주인 것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라. 그러나 공주처럼 우아하고 멋지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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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즈, 천재들의 생각패턴을 훔치다 - 모순에서 창조를 발견하는 원리 Triz
한호택 지음 / 21세기북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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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트리즈를 아시나요?

 

트리즈가 무슨 의미인 줄도 모르면서 천재들의 생각패턴이라는 제목을 보고 덥석 책을 읽기 시작했다. 트리즈와 천재 내게는 낯선 세계였다.

 트리즈란 구소련의 발명가 겐리흐 알트슐러가 고안해낸 창의적 문제해결 원리이다. 그는 수만 건의 특허를 분석하고 정리해가는 과정에서 발명에도 보편적인 원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트리즈의 핵심은 문제의 모순을 극복해감으로써 최대한 시행착오를 줄이고 최적의 결과를 도출해내는 것이다.

이런 설명만으로 트리즈의 의미를 제대로 알았다고 할 수 있을까? 당연히 아니다. 교과서 같은 설명은 너무 어렵다. 트리즈 자체가 어렵다면 트리즈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겠는가.

어렵게 느껴지는 트리즈를 쉽게 설명하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이 책은 트리즈를 소재로 한 소설이다. 어떻게 보면 이 소설이 트리즈를 활용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소설의 형식을 통해 가장 쉽고 빠르게 트리즈를 설명하고 있으니 말이다.

과학적 이론이 소설이라는 창작 분야에 적용된다는 점이 기발하다.

 소설 속 주인공 한정한은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이다. 그가 트리즈 드라마 공모에 도전하면서 트리즈 세계에 들어서게 된다.

트리즈 기법으로 드라마를 쓸 수 있듯이 우리 삶의 다양한 문제들도 모형화, 구조화 시키는 과정을 통해 해결책을 찾게 되는 것이다.

 글을 쓴다 나를 위해

 글을 쓰지 않는다 돈을 벌기 위해

문장을 바꿔 보면,

     나를 위해 글을 쓰지 않는다

     돈을 벌기 위해 글을 쓴다

위 문장은 정한이 글을 쓰는 자신의 상황을 트리즈 기법에 적용해 본 것이다.

현실은 늘 모순 투성이다. 그러나 모순 속에 길이 있다. 모순과 갈등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 더 나은 현실을 위한 전 단계인 것이다. 정한은 사랑하는 진경을 위해 돈을 벌려고 글쓰기를 포기했는데 진경은 글쓰기를 하지 않는다고 그를 떠나는 모순된 상황을 겪은 것이다. 결국 돈을 벌기 위해 글을 썼다면 사랑하는 진경과 이별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조금 억지스러운 결과지만 틀린 말도 아니다. 보통 글 쓰는 일을 경제 활동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 편견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예술 활동이 순수 예술을 목적으로 할 지라도 경제적인 면을 배제할 수 없다. 예술가도 하나의 직업이니까.

정한이 트리즈 드라마를 쓰면서 자신의 상황을 개선해가는 과정은 트리즈를 설명하는 좋은 예시였다. 꿈을 하늘의 별처럼 막연히 동경할 것이 아니라 내 삶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힘이 트리즈 속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꿈을 가로 막는 것은 현실의 어려움이 아니라 할 수 없다고 말하는 자신이다.

이룰 수 없는 꿈은 없다. 다만 꿈 꾸지 않을 뿐이다.

꿈은 이루어진다는 생각이 바로 트리즈의 정신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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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거리스 러브
야마모토 후미오 지음, 한희선 옮김 / 창해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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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맛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나이 서른을 훌쩍 넘기고 나니 사랑은 남녀 간의 열정만이 아니다.

차라리 남녀 간의 사랑으로 여길 때가 편했다. 누군가 연애할 상대가 있으면 만족할 수 있는 감정이니까. 그런 사랑은 달콤한 아이스크림 같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녹아 버린 아이스크림은 달콤함이 어느새 끈적임으로 바뀌어 거추장스럽다. 달콤한 맛은 그렇다. 처음 입맛에는 즐겁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질리기도 하는 맛.

우리 삶의 사랑을 이런 달콤한 맛으로 표현하기에는 부족하다.

 

야마모토 후미오. 그녀는 말한다. 사랑은 결코 달콤하지 않다고.

그녀는 소설을 통해 자신을 과감히 드러내는 것 같다. 실제 그녀의 모습은 알 수 없지만 소설 속 주인공들을 보고 있으면 뭔가 닮은 꼴을 보게 된다. 그것은 그녀일 수도 혹은 나 자신일 수도 있다. 이제 겨우 두 권의 책으로 만났을 뿐인데 은근히 친밀감을 주는 매력이 있다. 유쾌하지 않은 일상이지만 불행한 것은 아니다. 

 열 편의 이야기 속에는 다양한 여자들이 지병을 앓고 있다. 골다공증, 아토피성 피부염, 변비, 돌발성 난청, 수면장애, 생리통, 알코올 의존증, 비만, 자율신경실조증, 미각장애 이런 증상을 경험한다는 것은 불행할 정도는 아니지만 괴로운 일이다. 그녀들을 괴롭히는 것은 병 자체일까, 아니면 병이 생긴 원인일까?

여자들이 사회 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은 일본이나 우리 나라나 비슷하단 생각이 든다. 사회가 강요하는 여성상에 자신을 끼워 맞추려고 노력할수록 답답함은 쌓여간다. 부조리한 사회를 향해 항의하지 못한 채 결국 자신의 몸으로 항의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들은 몸으로 사랑을 나누지만 사랑이 그녀의 병을 치유하진 못한다. 오히려 악화시킨다.그녀들의 사랑은 보여지는 것이 전부다. 남자들은 보이지 않는 그녀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녀들이 진정 사랑을 나누고 싶은 상대는 남자가 아닐 지도 모른다.

외로움은 곁에 아무도 없기 때문이 아니라, 곁에 있어도 이해 받지 못할 때 더 커지는 것이 아닐까. 그 상대가 남자든, 바로 자기 자신이든.

다른 사람을 모두 속일 수는 있어도 자신을 속일 수는 없는 법이다. 그녀들의 몸을 병들게 한 것은 잘못된 사랑 탓이다. 외모를 예쁘게 가꾸고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려는 노력도, 상대방을 위해 헌신하는 태도도, 먼저 자기를 사랑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 없는 것이다. 결국 그녀들의 몸과 마음은 사랑이란 이름 아래 병들고 있었다.

 

<저울 위의 작은 아이 비만> 속의 미나미와 슈코.

미나미는 인기가 많잖아.

맞아. 나한테는 내가 없으니까.

있지. 내가 지금까지 만난 사람 중에서 사랑 받고 싶다고 생각한 사람은 하나도 없었어. 남자도 여자도, 그리고 너도 그렇고. 다들 사랑을 받고만 싶어해. 이야기를 들어주길 바라고, 긍정해주길 바라고, 머리를 쓰다듬고 귀엽다고 말해주길 바라지. 그래서 나는 그걸 해주는 거야. 단지 그뿐이야. 세상에는 사랑 받고 싶어하는 사람만 있지. 사랑해줄 수 있는 사람은 아주 조금밖에 없어. 다들 소중하게 여기는 게 당연해.

 

진정한 사랑은 자기 안에서 시작된다. 사랑을 맛으로 표현하자면 달콤한 맛도 달콤하지 않은 맛도 아닌 것 같다. 사랑은 사람을 아름답게 만든다. 진정한 사랑이라면 그 맛이 무엇이든 우리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해줄 것이다.

사랑은 맛있다. 그래야 살 맛 나는 세상이겠지.

*** 달콤한 사랑 이야기를 원한다면 절대로 읽지 마세요. 병든 그녀들의 이야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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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장미 2007-11-27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달콤한 사랑을 원하지만, 읽고 싶어졌는데.. 어쩌죠? 으흐

어쩌면.. 병든 그녀들의 이야기가 더 달콤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달콤함이라는 표현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의 문제겠지만.. 그녀들의 고통이 베어있는 삶의 이야기만큼, 달콤한 이야기도 없을 것 같아서요. 책을 읽고 더 - 생각해 보아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