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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연기하라
로버트 고다드 지음, 김송현정 옮김 / 검은숲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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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에 이곳에 도착한 이후로 계속 그런 식이었다. 맨 처음 제니, 그 다음에 데릭, 이제는 이언 메이플. 물론, 거기다가 로저 콜본까지. 모두가 제 나름의 방식으로 내 일정을 좌지우지했다. 그리고 최선의 선택이 무엇인지까지 정해주었다. 보기에 따라서는 최악의 선택임에도 불구하고.


12월 어느 날, 한때 잘나갔던 배우 토비 플러드는 일주일 남은 순회공연을 마무리 짓기 위해 영국 남부의 휴양도시 브라이턴에 도착한다. 하지만 별거 중인 아내에게 뜻밖의 연락을 받게 된다. 며칠전부터 수상한 남자가 자신의 주변을 어슬렁대는데, 아무래도 당신의 팬인것 같으니 처리해달라는 것이다. 다른 남자와 살면서 결혼 준비 중인 아내에 대한 미련이 아직 남아있던 토비는 그녀의 부탁으로 스토커처럼 보이는 그 남자를 만나기로 한다. 그리고 그 남자, 데릭을 만난 뒤로 토비에게 엄청난 일주일이 시작 된다.

 

수상한 남자, 데릭 오스윈은 자신이 토비의 팬이며 그를 만나기 위해서 아내인 제니 주변을 맴돌았던 것이라고 말한다. 데릭의 요구로 그가 쓴 '플라스틱 인간들'이라는 콜보나이트 회사에 관한 책의 출판을 검토해주기로 하고, 앞으로 제니 앞에 나타나지 않기로 약속을 받지만 그는 지키지 않는다. 토비는 데릭을 만나기 위해 그날 저녁 공연에 빠지고, 대신 데니스에게 자신의 대역을 부탁한다. 하지만 데니스는 자신을 토니로 착각한 누군가에게 쫓기다 결국 심장마비로 죽게 된다.

여기까지가 도착해서 화요일까지 벌어진 일들로, 이 작품의 전개에 해당된다. 한물간 배우의 평온한 나날에 갑자기 이렇게 많은 일들이 생겼는데, 이게 겨우 시작이라는 얘기이다. 이 작품은 토비가 브라이턴에 도착한 일요일부터, 요일별로 챕터가 나누어져 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난 뒤 맞이하게 되는 토요일, 토비는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상황은 인간보다 더 교활한 공모자다.
상황은 인간이 상상도 못할 기묘한 방식으로 운명의 날실과 씨실을 얽어놓는다.


마치 그를 둘러싼 모든 상황들이 토비를 나락으로 몰아넣기 위해 작당이라도 한 듯, 얽히고 설켜서 매일같이 새로운 상황이 벌어지고, 누군가는 위험에 처하고, 또 다른 누군가의 숨겨진 비밀들이 속속 드러난다. 스토리는 종횡무진 앞으로 달려가고, 갑자기 사건 속에 휘말리게 된 주인공 토비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마지막에 다다른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후반의 내용을 밝힐 수는 없지만, 이야기가 정리되는 토요일 즈음이 되면 독자들은 로버트고다드가 엄청난 이야기꾼이라는 걸 공감하게 될 것이다.


잠깐 힌트를 주기 위해, 막판에 로저가 토비에게 한 대사를 소개하자면 아래와 같다.

 

내 생각을 알고 싶나, 토비? 이번 주 내내 오스윈이 당신을 꼭두각시 취급한 거라고. 이쪽 줄을 잡아당겼다가, 저쪽 줄을 잡아당겼다가. 그렇게 당신을 조종해서 가능한 나한테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키도록 한 거야.


물론, 여기서 로저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 건지는 직접 이 작품을 읽어 봐야한다. 과연 진짜 모습을 숨긴 채 끝까지 연기를 하는 것은 등장 인물 중에 누구인지 맞춰 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고로 이 작품의 리뷰는 가능하면 짤아야 한다. 모든 것은 작품 속에 있다. 과연 누가 누구를 속이는 것이며, 누가 진실을 말하는 것일까? 끝까지 자신의 역할을 위해 연기를 한 것은 누구일까? 가면을 쓴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하기는 거의 어려울 것이다. 그만큼 작가가 치밀하게 설계한 사건의 전개는 누구라도 알아챌 수 없을 만큼 교묘하고 탄탄하다.

 


덧.

1. 실존했던 작가 조 오턴의 진짜 작품도 궁금하다. <목구멍에 세 든 남자> 라니 제목부터 확 시선을 끌지 않나. 참고로 조 오턴은 날카로운 풍자를 통해 뒤틀린 욕망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난폭한 웃음극을 주로 집필한 작가라고 한다.

2. 이 모든 사건의 시발점, 데릭 오스윈이 집필한 <플라스틱 인간>의 원본도 읽어보고 싶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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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비행 - 생계독서가 금정연 매문기
금정연 지음 / 마티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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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한 해 내가 읽은 책은 총 110권이다. 그렇게나 부지런히 읽었는데, 이것밖에 못 읽었어. 하는 나에게 주변 사람들은 혀를 내두른다. 수치로 보면 거의 3일에 한권 꼴로 매일같이 책을 봤다는 건데,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우리 나라 직장인들의 1년 평균 독서량이 5권도 안되는 걸 아냐고 말이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읽어야 할 책은 산더미인데, 아무리 계산해봐도 1년에 읽을 수 있는 책은 제한되어 있고 그렇다면 나의 남은 생애동안 읽을 수 있는 책이란 고작 3,000여권 내외일 거란 말이다. 하루에도 수백권씩 쏟아지는 책들, 매일같이 인터넷 서점을 들락거리고, 서점에라 가지만, 내가 읽어야할 그 수많은 책들 속에서 어딘가 슬픈 기분이 든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그누구도 중요한 작품을 '모두' 읽을 수 없다는 것. 나만 그런게 아니라는 것 정도.

 


그래서 이런 나에게는 동지가 필요하다. 1년에 베스트셀러 한권 읽을까 말까하는 평범한 대다수의 직장인들 말고, 책에 대한 미칠듯한 애정으로 습관적으로 마구 책을 구입하거나, 희귀한 책들을 수집하거나, 강박적으로 읽어대는 그런 종류의 사람들말이다. 이 책의 작가는 자신을, 책이 없으면 살지 못하는 애서가도 아니고, 책 안에 모든 것이 있다고 말하는 독서광도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나는 그의 애정넘치는 서평이 재미있었고, 뭉클했고, 친근했다. 마치 나의 친구를 만난 것처럼.

 

아직 의심을 버리지 못한 당신은 묻는다. 영화 속 졸부들이 하드커버 껍데기로 서재를 채우는 일과 무엇이 다르냐고. 그런 당신을 위도하는 에코의 일화가 있으니, 수많은 장서로 가득 찬 그의 서재를 방문한 사람이 의구심 가득한 눈빛으로 이렇게 묻는다. "와, 시뇨레 에코 박사님! 정말 대단한 서재군요. 그런데 이 중에서 몇 권이나 읽으셨나요?" 에코의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아니요. 저 가운데 읽은 책은 단 한 권도 없어요. 이미 읽은 책을 무엇 하러 여기에 놔두겠어요?" 정답!


그리하여 나는, 읽지 않은 책이 가득한 책장에 오늘도 몇 권의 책을 꽂는다. 그것은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을 꿈꾸게 하는, 즐거운 독서의 가능성으로 충만한 일종의 스피노자적 행위. 사과나무엔 언젠가 열매가 열리기 마련이고, 종말은 아직 멀다.


움베르코 에코의 이런 일화는 나같은 사람들에게 무한한 위로를 준다. 이미 읽은 책은 아직 읽지 않은 책보다 한참 가치가 떨어지는 법이라는 것. 나이를 먹고, 지식이 쌓이고, 읽은 책도 높이 쌓이지만, 그만큼 서가엔 아직 읽지 않은 책들이 늘어나야 한다는 것 말이다. 요즘엔 이북이 많이 나오고 있어 그나마 부피가 덜해졌지만, 종이 책들은 책꽂이를 늘어나게 만들고, 자리가 없어 방바닥에 쌓이고, 책상 위를 굴러다니고 있다. 이제 그만 책 좀 그만사라는 잔소리를 가족들에게 늘 듣지만, 그러나 어쩌겠는가. 이 모든 책들은 내가 꼭 읽어야 하는 것들이란 말이다.

 

어떤 타짜들에겐 첫 패가, 어떤 당구 동호인들에겐 첫 타가, 어떤 일본인들에겐 찻잔 속의 찻잎이 그렇듯 새해 첫날 읽은 책이 그 해의 운수를 말해준다는 믿음이 나 혼자만의 것은 아닐 듯하다. "당신이 먹는 것이 당신이다" 라는 이국의 속담을 바꿔말하면 "당신이 읽는 것이 당신"이고, 새해 첫 책은 이내 펼쳐질 한 해에 대한 암시인 셈이다. 의도적이건 아니건 상관없다. 모두 나름의 진실을 담고 있으니.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올해 나의 첫 책은 할런 코벤의 '숲'이었다. 흠, 우연이지만 나름 만족스럽다. 내가 영원히 사랑하는 장르의 책이니 말이다. 올해도 스릴러, 추리소설 분야를 열심히 달릴테니까. 그럼 작년 첫 책은 무얼까 돌이켜보니, 윌리엄 에이커스의 '시나리오 이렇게 쓰지 마라'였구나. 작년에는 작법 공부와 스터디에 충실했으니 딱 맞는 책이었군. 그럼 재작년에는 시라이시 가즈후미의 '다른 누구도 아닌 너에게'였다. 오호라, 어째 정말 첫 책이 그 해의 운을 말해준다는 게 맞는 것도 같다. 재작년에는 한창 남자친구와 사랑에 빠져 행복에 허우적거리던 해였으니 말이다.

자, 당신이 올해 처음 읽은 책은 무엇인가? 당신이 지금 읽는 책이, 바로 당신을 규정한다는 말은 어처구니 없는 단언처럼 들릴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매혹적인 마술같기도 하다. 아직까지 올해 아무런 책도 보지 않았다면, 자신의 한해 운을 만들어줄 멋진 책을 하나 골라서 읽어보라. 내년 이맘 때 즈음에 어쩌면 책을 읽기를 잘했다.고 미소지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건, 내가 진심으로 하는 말이다. 지금 당장 책을 집어들어라. 시간이 아깝지 않은가. 모래처럼 흘러내리는 시간을 붙잡을 수 있는 건, 오로지 책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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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카니발 율리아 뒤랑 시리즈
안드레아스 프란츠 & 다니엘 홀베 지음, 이지혜 옮김 / 예문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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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국내에선 처음 소개되는 작가이지만, 독일 스릴러계의 거장이라는 안드레아스 프란츠의 유작이다. 소설 집필 중에 작가가 사망을 해서, 책의 나머지 부분을 다른 작가가 완성한 다소 이색적인 작품인데요. 율리아 뒤랑이라는 주인공으로 시리즈가 열편이 넘게 만들어져 있던 상황이므로, 이미 탄탄하게 구축된 캐릭터들은 사건 속에서 알아서 이야기 진행에 피와 살을 부여한다. 작가가 캐릭터를 살아있는 것처럼 입체적으로 잘 그려놓으면, 사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야기는 저절로 흘러가게 마련이니까. 그만큼 안드레아스 프란츠가 캐릭터 구축을 잘 해놓았단 얘기도 되겠고 말이다.

 

 

여대생이 참혹하게 강간 살행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함께 파티를 즐겼던 나머지 두 명의 여대생과 남학생 세명. 그중 일찍 돌아가 알리바이가 있는 한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넷은, 술과 약에 취해 그날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참석자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광란의 파티.. 과연 그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여러 명의 용의자와 그들을 수사하는 여형사, 아이러니하게도 율리아는 전작에서 범인에게 성폭행과 감금을 당한 경험이 있는 여형사로 설정이 되어 있다. 벌어진 사건과 주어진 상황이 모두 다음 장면을 빨리 넘기고싶게 만드는 매력적인 전제 조건이다. 실제 그날 파티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궁금해서 책장을 넘기기가 조바심이 막 나려는데... 이 책은 거기서 갑자기 전개를 멈추고 쉼표를 찍는다. 책은 사건 수사가 막 전개되는 30프로 정도 되는 지점에서 갑자기 2년뒤로 훌쩍 시간을 뛰어 넘어 버리는 것이다. 

 

     

 

 

2년 뒤에 벌어진 새로운 사건에서, 과거의 해당 사건과의 연결 고리를 찾아 범인이 점차 밝혀지는 전개인데, 사실 초반에 비해서 중반 이후는 조금 지루한 감이 없지 않다. 2년 뒤의 이야기는 디스크로 병원에 있는 베르거 과장을 대신해 직무 대행으로 율리아가 그 자리에 앉고, 나머지 수사11반 팀원들이 주로 사건을 밝히기 위해서 뛰어다닌다. 우리의 주인공인 율리아는 그저 책상에 앉아서 보고를 듣고, 지시를 내리는 게 다이다. 왜 굳이 프랑크를 제치고 율리아가 과장의 신입을 받아 직무 대행을 하는 건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을 만큼. 율리아라는 캐릭터는 이 작품에선 조금 미약하지 않았나 싶다.

 

 

"모르겠어요. 사실 그 두 사람은 알고 보면 물과 불처럼 서로 다르거든요. 그런데도 힘든 과정을 견뎌내고, 몇 년 전부터 경찰청의 드림커플로 소문이 나 있어요. 게다가 이젠 아이까지 낳게 됐죠. 그냥 그렇단 얘기에요. 전 배우자 하나 만드는 데도 실패했으니까."
"율리아, 안타깝게도 이 늙은 애비는 그 문제를 어떻게 도와줄 수가 없구나...네 동료의 행복을 보면서 우울해하거나 네가 옳은 길을 선택한 것인지 의문을 품으면 혼자 가는 길이 더욱 어려워질 뿐이야. 그 동료와 함께 앞길을 가거라. 그 사람도 분명 기뻐할 거야. 프랑크와도 함께 하고, 필요할땐 신과 함께해라. 인생의 동반자가 많으면 누구도 쉽게 널 해칠 수 없단다."

 

 

대신 율리아가 전작에서 받은 상처를 극복하는 과정과 그녀의 심리에 대해서는 꽤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는데, 그 덕에 그녀가 인간적으로 느껴지긴 했다. 직장내에서 흔히들 있을 수 있는 동료와의 관계에서 벌어지는 질투, 오해 등을 리얼하게 그려내고 있으니까. 주인공이라고 해서 마냥 이해심많고, 무조건 착하기만 한 캐릭터는 매력이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아마도 다름 시리즈가 출간이 된다면 그녀의 활약이 궁금해서 보게 될 것 같긴 하다다. 이번 작품에서는 보여주지 못했던 율리아의 여형사로서의 활약이 궁금해졌다. 율리아의 아버지가 그녀에게 '넌 약점을 강점으로 변화시킬 줄 아는 사람'이라는 대사가 있는데, 아마도 그것이 제가 이 책에서 보지 못한 그녀의 숨겨진 면일테니까 말이다.

 

 

주인공의 역할이 다소 아쉬운 반면 이 책의 진짜 장점은 수사11반의 프랑크와 자비네, 그리고 페터와 도리스라는 캐릭터가 부각이 되어 그들의 실감나는 수사 과정을 지켜보는데 있다. 수사 회의 과정, 조사하는 과정들이 모두 상세히 묘사가 되어 있어, 마치 내가 수사11반의 한 팀이라도 된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이렇게 구체적인 묘사와 사건 수사 과정이 기재된 소설은 많지가 않았으니 말이다. 작가의 충분한 자료조사와 해박한 지식이 이런 곳에서 빛을 발하는 것일 테고.

 

 

"평범한 사건은 아니었어요: 자비네는 숙고를 거듭했다.
"풍기 단속반 때의 일은 아닌데. 아니, 그때였나? 아, 빌어먹을. 살인사건이 너무 많다 보니까."
"알아." 프랑크가 메마른 목소리로 말했다.
범죄수사직 공무원으로 일하다보면 순간순간, 자신이 너무 오랫동안 이 일을 한 건 아닌지 회의가 들기 마련이었다. 아니면 지난 사건들의 세부 내용을 잊어버리는 게 이미 전문가가 됐다는 증거일까? 온갖 시신들의 모습을 항상 뇌리에 다고 있는 형사는 정신적으로 무너져버릴 위험이 있으니까. 하지만 의지와는 상관없이 세상에 태어난 모든 생명체는 특별한 존재로 기억될 권리 또한 누려야 하지 않을까?

 

 

자비네와 프랑크의 대화에서도 보이듯이, 이 작품은 단순히 사건이 벌어지고, 범인을 잡는데 그치지 않고, 수사관들의 성격, 심리, 과정을 묘사하면서 그들 캐릭터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다. '감정이입'이야말로 우리가 읽고있는 이야기가 허구가 아니라 진짜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장치이니까.

 

티비 뉴스, 포털 사이트 등 열어 보기가 두렵게 각종 성폭행 사건들이 연일 판을 치고 있는 요즈음이다,"여기가 강간의 왕국이냐?"고 하던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박두만 형사의 대사가 무려 2003년작이었다는 걸 기억한다면, 2012년 현재 그의 외침이 자꾸만 생각나는 현실이 씁쓸하기만 하다.

 

 

"뒤랑 형사, 범인들은 죽었어. 이 결말이 맘에 드느냐 마느냐는 이제 문제가 아니야. 자네가 인정하든 않든,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FBI와 인터폴, 혹은 몇몇 명민한 사설탐정들이 메이슨 가의 의뢰로 비디오 경로를 추적할지도 모르지. 추적할 거나 있다면 말이야. 어쨌거나 이제 이 사건은 우리 손을 떠났네."
"알아들었습니다." 율리아가 한발 물러서며 말했다.
"그렇다고 제가 만족해야 하는 건 아니잖습니까. 게다가 감옥에나 처넣어야 마땅한 변태 자식들이 오늘 밤에도 조용한 구석방에 앉아서 바지에 손을 집어넣고 있을 걸 생각하면....."
베르거는 한숨을 쉬었다. "어쩌겠나. 이 일을 하다 보면 생기는 부작용이지. 부아가 치미는 건 나도 마찬가지야. 내 말 믿게나. 다만 난 그걸 자네처럼 표출하지 않을 뿐이지. 세상에는 아무리 겪어도 도저히 익숙해질 수 없는 일들이 있는 법이야."

 

 

물론 나도 베르거 과장의 말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율리아처럼 범인 검거에 만족하지 않고 분노할 수 있는 이땅의 많은 형사들이 있어 우리가 더 안전한 세상을 꿈꿀 수 있도록 도와주는거겠지. 현재를 살고 있는 이 땅의 모든 신데렐라들을 위해서 말이다. 율리아 뒤랑 형사. 그녀의 다음번 활약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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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욕망의 리스트
그레구아르 들라쿠르 지음, 김도연 옮김 / 레드박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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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늘 서로에게 거짓말을 한다.
예를 들어, 난 내가 예쁘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남자들이 물끄러미 응시하며 그 속에 푹 빠져 헤엄치고 싶어 하는 푸른 눈을 갖고 있지도 않다. 모델 같은 몸매는커녕 물렁물렁한 살들로 둘러싸인 저주받은 몸매의 소유자...긴 문장을 읊조리며 깊은 숨을 내쉬게 만드는 그런 매력이 내겐 없다...나는 옷 속에 감춰진 아름다움을 알고 있지만 조는 그 아름다움을 보지 못한다.
딱 한번, 내게 아름답다고 말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건 20년도 전에, 내가 스무 살 초반 무렵이었을 때다. 당시 나는 아주 예쁘게 차려 입고 있었다...그는 나와 자고 싶어 했다. 옷이 예쁘다고 했던 그의 칭찬은 옳았다.

참으로 그렇지 않은가? 우리는 늘 서로에게 거짓말을 한다.

그것은 사랑이 진실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리라.


<우리는 늘 서로에게 거짓말을 한다>는 첫문장으로 그레구아르 들라쿠르는 나의 마음을 확 사로잡아버렸다. 남자는 여자와 자고 싶어서 예쁘다고 칭찬을 한다. 여자는 자신이 아름답지 않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그에겐 내가 필요하다며 그렇게 믿고 싶어한다. 진실을 견디지 못하는 허약한 사랑때문에, 우리는 서로에게 그렇게 거짓말을 한다.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너는 재능이 있으니 멋진 삶을 살 거라고 말한다. 우리가 어른이 되어, 인생을 바꾸는 건 책에서나 가능한 거라는 걸 깨닫게 되면 그제야 엄마도 거짓말을 한거라는 걸 알게 된다. 삶이 거기서 거기이고, 꿈을 이루지 못하는 평범한 삶이 대부분이라는 걸 아이들이 알게 되는 것이 두렵기 때문에 엄마들도 거짓말을 한다는 걸.

마흔일곱의 평범한 주부인 조슬린은, 자신이 아름답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 어릴적 패션디자이너를 꿈꿨지만, 지금은 작은 수예점을 운영하고 있다. 아이들은 각자의 삶을 꾸려갈 만큼 컸고, 공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남편은 돈을 벌어 차를 사고, 평면 티브이를 사는 걸 꿈꾸는 평범한 사람이다. 어릴적 꿈꾸던 그런 이상적인 삶이 아니라는 걸 알지만, 그녀는 현재의 삶에 만족하며 남편을 사랑한다.

 


조는 그랬다. 단어들의 섬세함과 가벼움, 미묘함을 잘 알지 못했다. 책을 많이 읽지 않는 그는 추론보다 요약을, 설명보다 그림을 더 좋아한다. 형사 콜롬보 시리즈도 아주 좋아했다. 그건 살인자가 누구인지 단박에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단어들을 무척 좋아한다. 긴 문장과 길게 지속되는 탄식, 말하고자 하는 바를 감추고 있는 단어들을 좋아한다. 혹은 그 단어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렇게 두 사람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취향이 다르고, 사고 방식이 다르고, 지향하는 꿈이 다르다. 하지만 그녀는 남편과 함께여서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남편의 얼굴에 드러난 세월과 꿈에서 멀어지게 하고 침묵 속에서 그들을 가깝게 만든 시간을 들여다보며 생각한다. 모든 것을 갖춘 남자가 나타난다고 해도, 남편을 선택하겠다고, 그에겐 자신이 필요하니까 언제까지나 그의 곁에 있겠다고.

 

  


그러던 어느날 조슬린은 우연히 구입한 복권에 1등으로 당첨이 된다. 당첨금은 무려 1800만 유로. 그녀는 거액의 돈이 현재의 만족스런 이 삶의 모든 것을 망쳐버릴 수도 있다는 걸 깨닫는다. 그녀는 고민 끝에 남편에게 말하지 않고 즈금의 삶을 지키기로 한다. 아무리 많은 돈이라도 자신이 사랑하는 이 모든 것을 잃게 할 정도의 가치는 없다고 생각하며. 그러나 숨겨둔 수표를 믿었던 남편이 훔쳐서 떠나버리고 만다. 이제 그녀는 어떻게 해야 할까?


복권 당첨자에 대한 뉴스 기사는 우리나라에서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복권에 당첨하면 해당 사업부에 가서 신분증 확인 후 지급을 받으면서, 심리치료사를 함께 소개해준다고 한다. 왜 그럴까?

가끔 돈은 사람을 돌게 만들곤 하니까. 범죄, 살인 사건의 대다수는 바로 돈이 원인이지 않은가. 탐욕이 사람들을 병들게 한다는 걸 일깨워주고, 우울증에 생기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이, 당첨금 지급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현실적인 부분인 것이고.

 

자ㅡ 그게 바로 이 돈이 나를 두렵게 한 까닭이다.
그게 바로 내가 믿을 수 없는 일을 말하지 않았던 까닭이다. 그게 바로 흥분을 애써 참고 마음 깊은 곳에서 그 돈을 원하지 않았던 까닭이다. 만일 내가 남편에게 카이엔을 선물한다면 그 차를 타고 멀리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다른 이들의 꿈을 실형시켜 주는 사람은 그들을 파괴할 위험도 감수해야 하는 법이다.
오산은 아니었다. 난 이 돈이 우리 두 사람에게 위협이 될 거라고 직감했다. 불처럼 활활 타올라 작열하는 혼돈이 오게 될 것이라고. 피부 깊숙이에서 이 돈이 선을 행할 수 있다면 악 또한 행할 수 있을 거라는 걸 알았다.


사소한 것들이 자신의 눈에 아름다운 것들로 변해가는 방식을 사랑하고, 소박하고 편안하며 다정한 자신의 집을 사랑했던 그녀. 다음 해 봄을 위한 조와 자신의 꿈들을 사랑하고, 그들이 만들어가던 그 삶을 사랑했던 그녀였다. 자신의 사랑이 튼튼한 제방이고, 뛰어넘을 수 없는 울타리라고 믿었던 그녀는, 남편의 배신에 충격을 받는다. 남편이 자신의 삶을 파괴해버릴 거라곤 꿈에서조차 감히 상상하지 않았던 것이다.


겨우 200페이지짜리 얇은 이 책은, 정말 사랑스러운 작품이다. 거액의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의 뻔한 파국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스토리가 아니라 이들의 심리와 사고방식이다. <긴 문장과 길게 지속되는 탄식, 말하고자 하는 바를 감추고 있는 단어들>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47살의 아줌마라니.. 상상이 되는가? 그녀가 엄청난 금액의 복권에 당첨되고 나서 작성하는 리스트 중 몇개만 나열하면 아래와 같다.

 

<소박한 리스트>
조와 함께 바탕스 떠나기, 섹시한 빨간 속옷 사기, 1800만 유로에 당첨된 사람이 바로 나라고 모든 사람에게 말하기..

<광기의 리스트>
수예점을 그만두고 패션 공부를 다시 시작하기, 나딘을 위해 런던에 아파트 한 채 구입, 90C컴으로 만들기..


이렇게나 사랑스러운 캐릭터는 정말 오랜만에 만나보는 거 같다. 수표를 훔쳐 그녀를 떠난 남편이 어떻게 되었는지, 그리고 남겨진 조슬린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직접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문체는 가볍지만,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고, 스토리는 결국 평범한 부부가 파국에 이르는 이야기지만 그다지 어둡지만은 않다. 그레구아르 들라쿠르카피라이터 출신의 작가라서 그런지, 단어 표현들이 정말 괜찮다.


아래는 조슬린이 작성한 마지막 욕망의 리스트이다.

 

<나의 마지막 리스트>
미장원에 가서 매니큐어를 칠하고 제모하기, 야바위꾼 같은 아들을 위해 은행 계좌 만들기, 우연히 만난 누군가에게 100만 유로 주기...

 

'난 사랑받고 있다. 그러나 이젠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다.'는 그녀의 마지막 멘트는 쓸쓸하고 마음이 아프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꿈을 이룬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경고하고 싶었다고 하는데, 과연 허황된 꿈에 부풀어 로또를 사는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우리 모두 '욕망의 리스트'를 꿈꿔본 적이 있지 않은가.

만약에 내가 로또에 당첨되면, 나는 우선 이 지긋지긋한 회사부터 때려치우고 서울을 떠나고 싶다. 아마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나와 같은 생각할 거 같지만 말이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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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이스마일 카다레 지음, 양영란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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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을 읽는데, 뮤지컬 헤드윅의 넘버가 생각이 났다. 아주 오랜 옛날, 두 쌍의 팔과 두 쌍의 다리를 가진 사람, 하나로 된 머리 안에 두 개의 얼굴 가진 사람이 있었는데, 제우스가 그들을 반쪽으로 갈라 영원히 만나지 못하도록 했다는 그 슬픈 이야기말이다. 이 작품에도 플라톤이 말한 양성 인간에 대한 언급이 되고 있다. 남자와 여자가 한 몸안에 있었고, 신들에 의해 둘로 갈라졌다는, 그래서 우리는 평생 나머지 반쪽을 찾아다니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사랑이란 숙명적으로 슬픔을 내포하고 있는 것 같다.


나는 기억해 두 개로 갈려진 후 너는 나를 보고 나는 너를 봤어.
널 알 것 같은 그 모습 왜 기억할 수 없을까 피뭍은 얼굴 때문에 아니면 다른 이유일까
하지만 난 알아 니 영혼 그 속에 서린 그 슬픔 그것은 바로 나의 슬픔.
그건 고통, 심장이 저려오는 애절한 고통, 그건 사랑 그래 우린 다시 한 몸이 되기 위해 서로를 사랑해

-뮤지컬 헤드윅의 'the orogin of love' 중에서


이스마일 카다레는 이 작품에서 사랑이라는 근원적이고 보편적인 주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랑하는 연인들 사이의 불안과 관계에서 빚어지는 내면의 불안이 혼재되어 있는 상태를 이처럼 섬세하고, 예리하게 그려내는 작품이 또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굉장히 매혹적인 작품이다.

 

공항으로 향하던 택시 한 대가 갑자기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탑스했던 한 쌍의 남녀는 바로 죽고, 가까스로 의식을 회복한 운전기사는 이상한 이야기를 한다. 뒷좌석의 연인이 서로 힙겹게 키스를 하려했다고. 백미러에 비친 그 광경때문에 자신이 주의를 잃어서 사고가 난 것 같다고. 그들의 죽음은 단순한 사고인지, 혹은 남자를 겨냥한 정치적인 살인인지, 혹은 연인의 자살인지..진실을 알아보기 위해 조사원이 파견되어 사건발생 40주전부터의 이야기를 치밀하게 조사한다. 십여년전부터 연인관계를 지속해오던 두 연인의 관계에 대해, 그들을 죽음으로 이끈 미스터리한 사고에 대해, 여러가지 정황조사로 시간이 재구성되기 시작한다.

 

같은 상황도, 각기 자신만의 해석으로 다르게 기억할 수 있다고 한다. 이쪽 방향에서 보는 시각과 저쪽 방향에서 보는 시점이 전.혀.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이 한 공간에 함께 있어도, 각자의 입장에서 판단하고 생각하는 건 언제나 다르게 마련이니까 말이다. 나는 이 특별한 연인들의 관계를 구성하면서, 두 사람이 어떤 시간을 함께 보내고, 어떤 사랑의 행위를 하느냐보다는, 그들의 심리 상태에 주목하고 싶다.

 

<그 여자, 로베나>


두 사람은 소파에 엉거주춤 앉아 포옹했다. 왜 이 남자는 전혀 의심하지 않는 걸까? 어째서 이 남자는 늘 내가 자기 것이라고 확신하는 걸까? 남자의 눈에서 느껴지는 공허함에 로베나는 안절부절못했다.

그녀는 생각했다. 모든 게 다 부질없는 짓이야. 이 남자를 상대로는 절대 이길 수가 없어. 그럴 기회는 벌써 오래전에 지나갔고, 이제는 너무 늦어버렸다. 로베나가 그보다 우월한 점이 있다면 그건 젊은 나이였다. 하지만 로베나는 한 번도 그 무기를 쓰지 않았다. 벨트 아래는 가격하지 않는 법이다.

 

<그 남자, 베스포르>


베스포르는 절대 잊지 못할 그날, 로베나가 저녁식사를 마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다가와 그가 앉은 소파에 앉는 순간부터 그걸 알고 있었다. 당신은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사람이군. 그의 온 존재가 그렇게 외쳐대고 있었다.

베스포르에게 로베나는 감당하기 힘든 존재였다. 베스포르는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기분이었다. 무슨 법인지는 그 자신도 알 수 없지만, 어쨌거나 그는 법의 보호망 바깥에 있었고, 그걸 확신했다.


서로를 사랑하지만, 모든 것을 드러내지 못하는, 불가능한 무언가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두 연인. 베스포르에 대한 로베나의 두려움, 그리고 로베나에 대한 베스포르의 두려움.. 금지된 삶이 너무 두려워서, 특히 하늘의 분노를 살까봐 두려운 나머지 서로를 사랑하지 않는 척하고 있는 두 연인. 그들 자신에 대한 두려움을 묘사한 단어, 단락들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우리도 그렇지 않은가. 연인과 하루에도 수많은 말을 나누지만, 어쩌면 그것은 절반뿐인 말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일상에서 매일같이 겪는 사랑의 두려움에 대해 이렇게나 솔직하고, 예리하게 짚어낼 수 있다니.. 매 페이지마다 밑줄을 긋고 싶은 충동을 눌러야 했다. 이제까지 겪은 수많은 망설임, 의심, 헤어질까 말까 하는 생각,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혹은 어디서부터는 잘못되지 않은 것일까 하는 불안감까지... 사랑에 관한 수많은 책을 봤지만, 이 작품만큼 현실감있게 그려진 작품은 없었던 것 같다. 지금 현재 사랑에 빠진 상태라면, 꼭 한번은 읽어보길 권한다.


만일 나에게 두 번의 삶이 주어진다면
그 두 번의 삶 모두에서 당신을 사랑하겠어요.


나는 다시 태어나도 당신만을 사랑하겠어요. 라는 매혹적인 단언. 사랑에 빠진 상태에서만 내뱉을 수 있는 허황된 거짓말. 하지만 누구도 두 번의 삶을 살 수는 없다. 실제로 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라는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이야기는 서로에게 엄청난 믿음을 가져다 줄 수 있다. 우리는 모두 반쪽짜리 불완전한 존재들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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