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함께 글을 작성할 수 있는 카테고리입니다. 이 카테고리에 글쓰기

과정過程에 맡기다

봄ᆞ여름ᆞ가을ᆞ겨울, 사계절, 12달, 365일을 비, 눈, 바람, 햇볕ᆢ등 자연을 구성하는 이 모두의 수고로움으로 준비해서 꽃을 피웠다. 그러니 어떤 꽃이든 귀하지 않을리 있겠는가. 그러기에 무슨꽃이든 자세하게 들여다보고 눈을 맞춘다. 눈이 맞아야 그때부터 서로의 교감이 시작된다.


사람과 사람이 관계 맺는 일도 마찬가지다. 사계절을 맨몸으로 맞이하는 수고로움이 꽃을 피우듯 각기 다른 우주를 가슴에 품고 있는 그 사람과 교감해 가는 일에 어찌 순조롭기만을 기대하겠는가? 눈, 비, 바람 맞으며 울고 웃고 때론 슬퍼하고 외롭기도 한 수고로움의 시간이 지나야 비로소 관계가 무르익고 깊어진다.


꽃피고 열매 맺기 위해 이 수고로움의 시간은 필수과정이다. 필수과정이라고는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각기 다를 수 있다. 그러니 자신의 처지에서 준비된 만큼씩만 상대를 향해 마음열어 나아간다면 이 관계는 성숙한 열매를 맺을 것이다. 그것이 열매가 무엇이든ᆢ


하여, 이 수고로움의 과정을 민낯으로 함께 걸어가는 일, 그대와 내가 해야할 숙명인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헛꽃에 기대서라도

"이를테면 공갈빵 같은 거/속을 보여주고 싶은데/알맹이 없는 껍질뿐이네/헛다리짚고 헛물켜고/열차 속에서 잠깐 사귄 애인 같은 거ᆢ"


이임숙의 '헛꽃'이라는 시의 일부다. 열매 맺지 못하는 꽃을 헛꽃이라 부르는 이유야 분명하지만 세상을 살다 보면 어디 참꽃만 있던가. 화려하게 유혹하는 때론 이 헛꽃의 무상함을 알면서도 기대고, 모른척하면서도 일부러 기대어 그렇게 묻어가는 것들이 삶에서 오히려 빈번하다.


헛꽃은 바라보는 대상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대상을 바라보는 내게도 있다. 이런 헛꽃들이 만나 헛세상을 만들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헛세상인줄 모른다. 그래서 헛마음으로 사는 헛세상은 힘들고 외롭고 벅찬 세상이 된다.


헛꽃에 기대어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은 서툴고 여린 속내를 어쩌지 못하는 존재들에게서 나타날 것이다. 헛꽃에 기대는 것은 꽃이나 사람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그대의 울림에 반응하는 내마음, 헛꽃을 보는 헛마음일까?





댓글(1)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나비종 2015-07-31 23: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열매에도 생물학적으로 씨방을 기준으로 정의되는 참열매와 헛열매가 있죠. 참이냐 거짓이냐는 기준을 무엇에 두느냐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요?
특히, 마음의 경우는 헛마음이라 정의될 수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상대와 공명되지 않는다고 그 마음이 거짓일 수는 없을 테니까.
음. . 굳이 정의한다면 그 기준은 `자신`일겁니다. 스스로 내면을 들여다봤을 때 진심이라면 `참마음`이라고^^
 

연緣
굳이 말이 필요없다. 언어 이전에 이미 감지하고 무의식적으로 표현되는 영역이 여기에 속한다. 하여, 언어로 설명하기엔 부족하고 어설프다. "어찌 알았을까? 이 마음" 만으로 충분하다.

애쓰지 않아도 보이는 마음 같은 것. 빛과 어둠이 서로를 의지하여 깊어지는 것. 사람도 자신의 마음에 세겨진 결에 의지하여 서로에게 스며드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는 시간을 공들여 쌓아가야 가능하다.

연緣, 산수국이 그늘에 기대어 짙어지는 것처럼 그대와 내가 겹으로 만나 깊어지는 일도 이처럼 자연스러운 일이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지금행복하자 2015-07-28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수국을 보려면 어딜가야지요?
제가 너무 몰라서요~~

무진無盡 2015-07-29 10:08   좋아요 0 | URL
지금은 다 지고 없을거에요. 꽃집에는 혹ᆢ
다음 봄 피는 때 되면 알려드릴게요.

나비종 2015-07-30 23: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연. .이라는 말에서 인드라망을 떠올립니다. 만일 존재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하구요. 산수국의 몽롱하고 청초한 모습을 보니 그 빛깔처럼 맑고 투명한 구슬이 얽혀있는 이미지가 연상되네요.
사람과 자연 사이에도 미세하게 이어져있는 그 무엇이 있겠죠?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점점 짙어지는 관계가 굳이 말이 필요없는 영역이라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그장소] 2015-08-08 00:37   좋아요 0 | URL
이 런 좋은 글을 홀로 남겨놓다니...^^
 

화려함을 떨구고 나니 비로소 보인다. 
겉모습을 꾸미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화려한 외모에 기대 외로움이나 슬픔, 아픔을 감추기 위해서 이기도 하지만 때론 지엄한 생존이 걸린 문제이기도 하고 목숨같은 자존심 문제이기도 하다. 

안으로나 밖으로나 허세를 부린다는 것이 가져다 주는 공허함은 어쩔 수 없다. 이 공허함을 메꾸기 위해 날마다 화려해져만 간다. 겉모양뿐아니라 마음자리도 이와 다르지 않다.

본래의 마음자리는 꽃잎을 떨구고 난 후 그 소박함에 있는 것은 아닐까? 외로움을 감추려고 애써 치장했던 허세를 버리니 투명한 마음자리가 이제서야 보인다. 그곳이 그대와 내가 민낯으로 만나 열매를 맺을 인연자리다.

*능소화 꽃잎 떨군 모습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바라보다
부분만으로도 전체를 가늠할 수 있는 것이 있다. 각기 다른 특징을 가진 것들의 조합이 전체라면 더 그렇다. 하지만 어떤 것들은 이 부분들이 모여 질적변화를 가져오기도 한다. 이 변화는 바라보는 방향에 의해 결정된다.

그대를 알아감도 이와 다르지 않음을 안다. 순간순간 비집고 들어오는 낯섬과 두려움, 설렘과 행복 등이 모여 관계의 질적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그 모든 요소들을 그대와 나 사이의 관계 형성의 깊이를 더하는 의미로 보는동안 같은 곳에 머물 수 있다.

하여, 바라봄은 그대와 나 사이 겹으로 쌓여 깊어지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