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모방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건축물은 자연의 겉모습이 아닌 그 본질을 모방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p.316에 밑줄 친 내용 중에 새와 새인형과 비행기의 예시를 통해 저자의 메시지를 좀 더 명확히 이해할 수 있었다.

이 내용을 좀 더 확장해서 생각해본다면, 비단 건축물 뿐만이 아니라 여타 다른 분야의 노하우를 모방하는 것도 결국 단순히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만 보기보다는 그 이면에 숨겨진 메시지를 잘 알아채서 본질을 파악하고 그것에 기반해서 나만의 것으로 소화시키는 작업이 좀 더 가치있는 것들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는 독자들 개개인이 속한 영역에 맞게 잘 적용해보면 좋을 것 같다.


이어서 저자는 영화《그래비티》에 대한 일화를 소개하면서 중력에 대한 얘기를 자연스럽게 꺼낸다. 여기서의 핵심은 건축이 중력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작업이라는 사실과 함께 이 중력이라는 제약을 극복할 때 많은 사람들에게 더 큰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개인적으론 몇 달 전에 읽었던 동 저자의《인문 건축 기행》이라는 책에서 ‘제약은 창조의 어머니‘ 라는 문구를 본 적이 있었는데, 오늘 읽은 부분이 이와 비슷한 의미가 느껴져서 두 책이 머릿속에서 오버랩되는 느낌도 잠시나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 책에 나오는 건축뿐만 아니라 분야를 막론하고 제약이 있을 때 그것을 극복하여 어떤 성과나 결과물을 얻는다면 그것의 기쁨과 감동이라고 하는 것은 제약이 없을 때와는 비교하기 힘들정도로 클 것이라는 생각도 같이 해보게 된다.

무언가가 다른 어떤 것을 모방한다면 모방을 하는 자는 이미 오리지널보다 못한 모조품이 된다. 그래서 짝퉁은 가치가 없는 것이다. - P316

만약에 우리가 자연에서 무엇인가를 배워서 건축물에 적용한다면 그 겉모습이 아니라 그 본질을 적용해야 하는 것이다. 새와 새인형과 비행기가 있다고 하자. 하늘을 나는 새와 모양은 다르지만 하늘을 나는 비행기가 새인형보다는 더 새와 비슷하고 새로부터 배운 것이 있는 것이다. - P316

어느 문화평론가는 어른과 어린이의 차이점을 가까운 거리를 갈 때에 뛰면 어린이, 걸으면 어른이라고 말했다. - P317

중력과 마찬가지로 시간도 한 방향으로 흐른다. 시간은 과거에서 현재로 그리고 미래로만 흐른다. 인간은 그것을 거꾸로 거스를 수가 없다. - P317

인간이 하는 작업 중에서 중력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작업은 아마도 건축일 것이다. 건축에서 중력은 인간이 건축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극복해야 할 힘든 과제이자 적이다. 하지만 영화 「그래비티」에서 중력이 있었기에 주인공이 걸을 수도 있고,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처럼, 중력이 있었기에 건축은 여러 가지 감동을 줄 수 있다. 이런 제약은 다른 산업디자인에서는 찾기 힘든 건축 고유의 제약이다. - P318

다이빙 선수가 다이빙 보드에서 떨어지면서 아름다운 포즈를 취하듯, 건축은 중력을 어떻게 아름답게 극복하느냐를 통해서 다른 예술이 주지 못하는 감동을 전달해 준다. - P318

제약은 언제나 더 큰 감동을 위한 준비 작업이다. - P318

바둑은 검정과 흰색의 돌이 서로 먹고 먹히면서 빈 공간인 집을 짓는 게임이다. 이때 흰 돌과 검은 돌 하나하나의 기능은 모두 같다. 대신에 한 팀의 돌이 상대팀의 돌로 둘러싸여지면 안에 있던 돌을 잃게 된다. 바둑 게임의 규칙은 특정 바둑돌이 절대적인 힘을 가진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위치에 의해서 돌의 기능이 정해지는 것이다. 반면에 체스는 하나하나가 다른 기능을 가지고 상대방 말들을 죽여서 결국에는 왕을 죽여야 이기는 게임이다. - P321

체스의 원래 이름은 ‘차투랑가(Chaturanga)‘이다. 이 게임은 서기 600년경에 인도에서 만들어졌는데, 625년경에 페르시아로 건너가게 되었고, 이후 700년경에 무어 이 스페인을 침공했을 때 페르시아인에 의해서 서양에 전파되어 지금의 유럽을 대표하는 게임인 체스가 된 것이다. - P322

체스는 본질적으로 유목 민족의 전쟁을 기반으로 한 게임이다. 체스와 흡사한 게임으로 중국의 장기가 있는데, 장기는 말과 코끼리, 졸병, 대포 등이 나와서 전쟁을 하는 게임이다. 장기나 체스가 유목 사회의 전쟁을 기반으로 한 게임이라면, 바둑은 농경 사회의 문화에 기반을 둔 게임이다. 바둑은 마치 화전민이 경작지를 넓혀 나가듯이 빈 땅을 넓히는 땅따먹기 게임이다. - P322

두 게임의 특징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바둑은 상대적이고 체스는 절대적인 게임이다. 바둑은 빈 공간을 만들어나가는 게임이고, 체스는 상대편을 죽이는 게임이다. 이러한 게임의 특징은 곧 그들의 문화적인 특징에 기인한다. 그리고 이러한 문화적인 특징은 건축 공간에도 투영되어 있다. - P322

동양과 서양 두 문화의 특징은 한자와 알파벳을 비교해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한자의 경우를 살펴보자. 나무 목(木)자와 하나 일(一)자를 가지고 상대적 위치와 길이의 조합에 따라서 근본 본(本), 끝 말(末), 아닐 미(未)라는 글자가 만들어진다. 반면에 알파벳은 26개의 글자가 있고 이들의 순서를 바꾸어서 글자를 만든다. 한자가 사방으로 글자가 확장되는 반면 영어의 새로운 단어는 항상 왼쪽에서 오른쪽, 가로 축 한 방향으로 글자의 순서만 바꾸어서 만들어진다. - P323

알파벳에서 볼 수 있듯이 서양 사람들은 이처럼 기본적인 최소 단위를 추구한다. 그리스 시대의 학자들은 물, 불, 흙, 공기가 세상의 만물을 구성하는 최소 단위라고 믿었다. 그래서 과학도 그리스 시대부터 근대까지 항상 최소 단위인 원자를 찾고, 원자보다 더 작은 양자의 세계까지 쪼개는 식으로 문명이 발달해 왔다. 알파벳 26자는 마치 화학에서의 원소기호처럼 최소한의 단위인 것이다. - P323

DNA는 생명체의 설계도가 A, G, C, T의 네 가지 염기로 만들어진 암호문으로 되어 있다는 개념이다. 마치 26개의 알파벳이 순서 배열로 다른 단어를 만들어 내는 것과 같은원리이다. DNA라는 개념이 동양이 아닌 서양 과학자에게서 먼저 발견된 것은 우연이 아닌 것이다. - P323

동양에서는 음과 양의 조화로 세상의 구성을 바라본다. 두 상반된 힘의 조화와 균형이 세상을 만든다고 보는 것이다. - P323

건축의 경우 서양은 기하학적인 형태의 공간을 추구했다. 피라미드는 정사각형과 삼각형으로 만들어졌고, 로마의 판테온의 평면과 단면은 모두 원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 반면에 동양에는 기하학적 모양보다는 자연과 어우러지는 상대적 관계성을 더 추구했다. 우리의 풍수지리 이론에서 알 수 있듯이 그 생각의 근본은 상대성 속에서 가치를 찾는 이론이다. - P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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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포스팅에서 과학(여기선 사회생물학)이 인문학과 조금은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본다는 얘기를 했었는데, 저자는 과학이 주는 이러한 점에 상당한 매력을 느끼는 듯 하다. 독자인 나 또한 이 책을 쭉 읽어나가면서 저자가 느끼는 것과 비슷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과학이 주는 매력에 조금씩 젖어드는 느낌이다. 처음 밑줄 친 문장에 이러한 것들이 응축된듯 하다.

두번째 밑줄 친 문장에는 사회생물학자인 윌슨이 했던 얘기가 나오는데, 개인적으로 얼마전에 읽었던 최재천 교수의 책에서 한 번 봤었던 분이라 조금은 생소함이 덜했던 것 같다. 이 글의 소제목이 ‘생물학 패권주의‘ 였는데 인문학 위에 생물학이 있다는 윌슨의 주장을 잘 나타낸 말처럼 느껴졌다.

사회생물학의 질문은 내용과 형식 모두 인문학과 다르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인문학과 다른 관점으로 다른 각도에서 인간과 사회를 살핀다는 것이 매력이다. - P132

인류가 자연선택을 통해 진화한다면 우리 종은 신이 아니라 유전적 우연과 환경적 필연의 산물이다. 지난 세기 과학 탐구의 철학적 유산인 이 명제를 인정하지 않으면 인문학과 사회과학은 물리학 없는 천문학이나 화학 없는 생물학이 될 것이다. -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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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신사동 가로수길에 대한 얘기로 시작한다. 저자에 말에 따르면 과거에는 이 거리가 지금처럼 유명하진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한강 고수부지로 들어가는 토끼굴의 위치가 가로수길과 연결되면서 3호선 신사역과 한강 공원을 이어주게 되었고 이러한 것들이 결국 많은 사람들이 찾는 거리를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한다. 이 사례를 통해 소위 ‘뜨는‘ 거리의 법칙을 알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핵심은 자연과 대중교통이라는 두 요소를 연결하는 것이었다.

여기 별도로 밑줄치진 않았지만 보스턴의 뉴베리 거리라는 곳의 사례도 책에 소개되는데, 그곳도 가로수길과 비슷하게 전철역과 공원이 멀지 않은 곳에서 접근 가능하도록 이어져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 즐기는 거리가 되었다는 얘기도 볼 수 있었다.

이처럼 좋은 것이 있다면 잘 벤치마킹해서 자신이 속한 사회나 조직에 맞게 잘 적용하는 것이 참 중요하고 가치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다시금 해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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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글에서는 종로에 위치한 세운상가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온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미처 몰랐는데, 저자의 말에 따르면 세운상가의 위치가 어떤 중요한 축의 중심에 위치해 있다고 한다. 얼핏 들으면 뭔가 좋은 말처럼 들릴 수도 있겠으나 자세한 내막을 살펴보면 뭔가의 흐름을 막고 있는 건물이라는 뉘앙스가 느껴졌다.

저자는 세운상가 맞은 편에 있는 종묘와 세운상가 뒤쪽에 위치한 남산을 하나로 이어주는 길이 있었다면 좀 더 좋았을 것이라는 얘기를 하는데, 듣고보니 꽤나 일리가 있는 얘기처럼 들렸다. 이 내용이 나온 챕터의 제목이 ‘뜨는 거리의 법칙‘ 이라는 것인데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자연과 대중교통을 연결하는 측면에서 생각해 봤을 때, 남산과 종묘 그리고 그 중간에 종로4가 혹은 을지로3가 역을 관통하는 지하철까지 하나의 축으로 이어진다면 서울에 뜨는 거리 하나가 새롭게 생겨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의 얘기에 독자인 나의 생각을 한 스푼 보태서 상상만 해보았는데도 기대감이 샘솟는것 같은 느낌이 든다.


다음에 나오는 글에서는 시간과 공간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책에 이미지가 하나 나오는데 일본에 있는 전통 찻집인 ‘다도의 집‘ 이라는 곳의 구조였다. 흐름도를 보면 이리저리 꼬불꼬불한 것을 볼 수 있는데 같은 평수의 공간이라도 디자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그곳에 방문한 사람이 체감하는 공간의 크기는 굉장히 달라질 수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시간을 지연시키면서 이벤트들을 많이 발생시킬 수록 동일한 공간을 보다 크게 느끼게 만들 수 있다는 저자의 얘기가 어떤 의미인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이것은 이 책의 앞부분에 나왔던 이벤트 밀도와도 연계하여 생각해볼 수 있는데, 이 밀도가 높을수록 사람들이 다양한 경험들을 하게 되어 더 걷고싶은 거리가 된다는 것도 다시금 상기해볼 수 있었다.

뒤이어 덕수궁 돌담길에 대한 얘기가 간단히 나온다. 여기서 저자는 뜨는 거리가 되기 위해 갖추어야 할 또다른 요소 중 하나로 ‘안전‘이라는 키위드를 제시하는데, 보다 자세한 내용은 밑줄 친 부분을 참조하시길 바란다.

이어지는 내용에서는 건축물에 대한 관점을 생각해보게 하는 글들이 나왔다. 일반적으로 건축물을 볼 때 밖에서 외부에 드러난 건축물의 표면을 보고 멋있다, 괜찮다 이런 반응들을 보이는 경우들이 많은데, 저자는 이와는 반대로 건물 안에서 바깥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서도 독자들이 생각해보게 만들고 있었다. 이것은 건물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생활동선이 결국 건물 내부에 있다는 생각에서 기반한다. 이 책에 직접적으로 나온 표현은 아니지만 독자인 나만의 문장으로 풀어보자면 ‘건물의 껍데기보다 알맹이에 좀 더 집중해보자‘는 생각처럼 느껴졌다.

물론 외관이 중요한 영역도 분명히 있다. 이와 관련하여 저자는 건축물과 자동차의 성질을 비교하며 각자 필요한 요소들이 다르다는 것을 독자들에게 말해준다. 자세한 내용은 p.302부터 밑줄친 부분에 3가지 정도로 살펴볼 수 있으니 참조해보면 좋을 듯 하다. 여러가지 이유들이 나오는데 독자인 내가 느끼기에 가장 중요한 속성은 이동성의 유무였다. 건축물은 이동할 수 없지만 자동차는 이동할 수 있다는 속성에서 파생되는 것들이 외관이 중요한지 아니면 내실이 중요한지를 결정하는 요인이 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와 관련하여 건축물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주변 환경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었다. 여기서 저자는 건축물도 결국 주변환경과 조화를 이루어야 좋은 것이라는 자신의 신념을 강력히 피력한다. 이에 부합하는 여러가지 사례들도 함께 살펴 볼 수 있어서 저자의 신념에 힘을 실어준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가로수길이 지금의 보행자들이 찾는 거리가 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지하철 3호선 신사역이고 다른 하나는 한강 고수부지 공원이다. 대중교통 정류장과 자연 요소, 이 두 요소를 연결하는 거리는 사람들이 걷기 좋아하는 거리가 된다. - P284

사람들은 지하철을 이용해서 한쪽에서 쏟아져 나오고 그 사람들은 공원을 향해서 걸어가면서 거리를 즐긴다. 일반적으로 가고 싶은 목적지 없이 걷는 사람들은 피곤하다. 하지만 쉴 수 있는 공원을 향해서 걷는다면 이야기는 다르다. - P285

신사동 가로수길이 변화하게 된 데는 한강 고수부지로 들어가는 토끼굴의 위치가 가로수길과 같은 축선상으로 옮겨 가게 된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기존의 토끼굴은 미성아파트 뒤편에 있어서 동네 아파트 주민들만 아는 굴이었다. 그런 토끼굴이 가로수길에서 연결된 축선상의 도로로 확장 이동하게 되었다. 그래서 가로수길을 걷던 사람들은 차도 옆으로 난 인도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고수부지로 오갈 수 있게 되었다. - P285

신사동 가로수길의 경우처럼 자연과 대중교통, 이 두 가지 요소를 연결하는 거리는 사람들이 찾는 좋은 거리가 된다. 토끼굴의 위치를 몇 십 미터 옮기는 계획은 아주 작은 일이었다. 하지만 이 계획은 정확한 혈맥에 침을 놓으면 숨넘어가는 환자도 살리는 명의의 침처럼 가로수길의 기의 순환을 살리는 신의 한수였다. - P285

공중 보도가 활성화되면 지상의 도로가 죽게 되고, 지상의 도로가 활성화되면 공중 보도가 죽게 된다. 두 개의 도로를 경쟁하게 만드는 거리의 디자인은 둘 중 하나가 죽은 거리가 되는 문제가 있다. - P286

흔히들 건축가들이 실수를 하는 것 중에 하나가 중요한 축을 발견하면 그 축 위를 따라서 선을 긋고, 그 선을 벽으로 만들어서 건물을 짓는 것이다. 세운상가가 그했다. 사실 중요한 축이 있다면 그 축을 따라서 비어 있는 거리를 만들어야 한다. 그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이다. - P287

샹젤리제 거리를 따라서 걸으면 사람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과거 왕궁이었던 루브르박물관부터 시작해서 나폴레옹이 만든 개선문과 신도시 라데팡스까지 연결되는 축으로 이어진다. 이 역사의 축을 따라서 비워진 공간을 통해서 사람들은 연결된다. - P287

시각적 연결이 없으면 아무런 관계도 없게 된다. 관계가 없이는 도시는 단절된 부분만 쌓여 있는 정신없는 건물들의 ‘더미‘가 되는 것이다. - P288

복잡한 진입로의 또 다른 이유는 건축 이론가 건터 니슈케의 이론으로 설명될 수 있다. 니슈케에 의하면 미국처럼 공간이 넓은 곳에서는 시간 거리를 줄이는 쪽으로 건축이 발달하고, 일본같이 공간이 협소한 곳에서는 시간을 지연시켜서 공간을 심리적으로 커 보이게 한다고 한다. 따라서 미국은 시간 거리를 줄이는 고속도로가 발달했고, 일본은 좁은 공간을 넓게 느끼게 만들기 위해서 진입로를 복잡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 P290

좁은 집을 좀 더 넓게 느끼게 하려면 전체 공간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게 설계해야 한다. 좁다고 집의 모든 벽을 다 터 버리면 오히려 더 좁게 느껴지게 된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머릿속으로 전체 공간을 그려 보게 하면 공간이 실제보다 넓게 느껴진다. - P290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간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신다. 이 같은 현상은 나이가 들수록 기억력이 나빠져서 기억할 일들이 별로 없기 때문에 그 만큼 시간이 길게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 P290

반대로 어렸을 때는 기억력이 좋아서 하루만 생각해도 기억할 일이 많고 그만큼 시간이 꽉 찬 느낌으로 느리게 흘러가는 것으로 느껴진다고 한다. - P290

뇌 연구 과학자들은 나이가 들수록 뇌 시냅스 사이의 정보 전달 네트워크 기능이 느려지면서 정보를 프로세스하는 능력이 떨어지게 되고 그만큼 기억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 적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 P291

더 많은 이벤트는 심리적으로 기억할 것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고, 더 많은 기억들은 같은 시간을 더 길게 느끼게 만든다. 그리고 시간이 길게 느껴지면 공간은 더 크게 느껴지게 되는 것이다. - P291

같은 원리에 의해서 공간을 크게 느끼게 하려면 시간을 길게 느끼게 해야 하고, 시간을 길게 느끼게 하려면 기억할 사건을 많이 만들어 줘야 한다. 기억할 사건이 많게 하려면 많은 감정을 느끼게 해 주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사건들을 느낌과 감정으로 저장하기 때문이다. - P291

기억할 감정이 많다는 것은 인생이 그만큼 풍요롭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벤트가 많이 일어나는 거리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성공적인 거리가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뜨는 거리가 되려면 다양하고 많은 감정을 느끼게 해줄 이벤트들이 필요하다. - P291

건축가는 이런 이벤트들이 자연스럽게 일어나게 할 수 있는 무대장치를 디자인하는 연출가이다. - P291

과거에는 덕수궁 돌담길을 걸으면 헤어진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 이유는 현재의 서울시립미술관이 과거에는 가정법원이었기 때문에 덕수궁 돌담길에 연인이 걸어가면 가정법원에 이혼하러 가는 사람으로 오해를 해서 그런 말이 생겼다고 한다. 지금은 연인들이 진도를 나갈 때 걷는 강북의 대표적인 달달한 데이트 코스이다. - P292

자동차가 인도로 넘어오지 못하게 하는 볼라드(bollard) - P292

대사관 관련 시설들은 보안이 중요한 공간이라서 담장을 높게 쌓는다. - P294

이벤트 밀도가 높은 거리는 구경거리를 원하는 사람이 걷는거리라면, 담장 옆을 걷는 사람들은 조용하게 방해받지 않고 남들 눈에 띄고 싶지 않은 연인이 선택하는 거리이다. 특히 담장 옆을 걸으면 연인들이 속삭이는 소리가 벽에 반사되어서 둘의 이야기가 잘 들린다. 특히나 정동길같이 차량이 없는 곳은 더 잘 들린다. - P294

뜨는 거리가 되는 또 하나의 요소는 ‘안전‘이다. 대부분의 거리에서 안전은 쇼윈도의 불빛과 사람들의 눈으로 만들어지지만 정동길처럼 대사관 보안이라는 이유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 P294

세상의 디자인은 둘로 나뉜다. 그 기준은 사람이다. 모든 디자인은 디자인하는 대상이 ‘사람보다 큰가‘ 아니면 ‘사람보다 작은가‘로 나누어질 수 있다. - P297

숟가락에 얼굴이 거꾸로 비추이는 원리를 아니쉬 카푸어는 큰 조각으로 만들어서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일상의 흔한 원리가 스케일이 큰가, 작은가에 따라서 그냥 숟가락일수도 있고 유명한 조각품이 되기도 한다. 스케일은 이렇게 중요하다. - P297

모든 디자인은 사람의 몸 크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따라서 내 손 안에서 가지고 노는 휴대 전화를 디자인하는 방식과 여러 명이 들어가서 다양한 행위를 해야 하는, 사람보다 훨씬 크고 사람보다 오래 지속되는 건축물을 디자인하는 방식은 달라야 한다. - P298

기본적으로 건축은 밖에서만 바라보는 조각품과는 다르다. 건축은 밖에서 바라보는 시선도 있지만 안으로 들어가서 안에서 밖을 바라보는 환경을 디자인하는 것도 중요한 요소이다. - P298

우리나라의 전통 건축은 안에서 밖을 바라보는 관점을 중요하게 여긴 건축이다. 병산서원이나 소쇄원 같은 건축은 외부에서 바라보는 것보다는 마루에 앉아서 바깥경치를 보는 것을 더 중요하게 고려해서 디자인한 건축이다. 이처럼 좋은 건축은 내부에서 외부를 바라보는 시각도 중요하기 때문에 휴대 전화나 옷을 디자인하는 식으로 건축을 디자인해서는 안 된다. - P301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건축은 인간이 안에 들어가서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 P301

보통의 제대로 된 건축가라면 웬만한 크기의 건물을 짓기 전에 최소한 50분의 1 스케일의 모형은 만들어본다. 왜냐하면 그래야 실제로 지어지는 건물과 스케일 감의 차이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 P301

건축 공간이 주는 감동은 여러 가지 현상의 조합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 P302

건축은 인간의 몸보다 큰 것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의 몸보다 작은 물체를 디자인하는 것과는 다르게, 안에서 밖을 바라보는 사용자의 시점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디자인해야 한다. - P302

자동차 디자인과 건축 디자인은 크게 세 가지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첫째, 자동차는 이동을 하는 반면 건축은 이동을 하지 않는다. 이 점은 커다란 차이를 만든다. 다시 말해서 자동차는 주변 환경과 별다른 연관성을 맺지 않는다. - P302

건축물은 대지의 주변 환경에 맞는 조건에 맞추어서 디자인되어야 한다 - P303

건물이 들어서는 대지는 전 지구상에서 같은 조건을 가진 장소가 하나도 없다. 땅의 기울기도 다르고 주변의 건물이나 자연환경도 다르다. 게다가 사용자의 프로그램도 제각각이다. 건축은 이러한 다른 조건에 맞추어서 맞춤형으로 디자인 해결책이 나와야 한다. - P303

자동차는 한 장소에 구속을 받지 않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때문에 주변 환경보다는 사용자의 편의성과 밖에서 바라보는 외관의 수려함이 더 중요하다. 반면, 항상 이동하는 자동차와는 달리 건축물은 한번 자리를 잡으면 움직이지 못한다. 따라서 어느 장소에 위치하고 어느 방향으로 건물이 배치되느냐가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건물을 ‘앉힌다‘라는 표현을 쓴다. - P303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중요시하는 관점이 발전해서 조상들은 풍수지리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풍수는 내가 위치한 곳에서 어떻게 보느냐를 중요시한 ‘일인칭 관점에서 바라본 관계의 미학‘이다. 그래서 자동차 디자인에는 없는 풍수지리가 건축에는 있다. - P304

두 번째로 자동차와 건축의 다른 점은 수명이다. 건축은 보통 다른 어떤 디자인보다도 오랫동안 지속된다. 부실 공사가 아닌 이상 대체로 사람보다 수명이 길다. - P304

앞서 도심의 팰럼시스트에서 설명했듯이 건축은 사람보다 수명이 길기 때문에 여러 시대에 걸쳐서 다른 사람의 영향들이 누적되어 나타나기도 한다는 점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건물의 용도가 완전히 달라지기도 한다. 달라진 기능에 맞추어서 건축물에 부분적인 수정이 가해지고 부품이 교체되기도 한다. - P304

오래된 시간의 누적이 하나의 건축물에 중첩되어 나타나기도 하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 건축은 한 개인의 창작물이라는 가치를 뛰어넘어 한 사회의 결과물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 P304

세 번째로 다른 점은 건축물은 환경에 영향을 주고 그 영향을 다시 받는다는 데 있다. 건축물은 빈 땅 위에 지어진다. 빈 공간을 건물로 채우는 것이다. 하지만 일단 건축이 되고 나면 그 건축물을 통해서 빈 공간이 프레임되기 시작한다. - P305

건축물은 어느 공간을 점유하게 되면 그 주변 공간을 변형시키고 다시 그 변형된 공간의 영향을 받게 된다. 그리고 그 영향을 받는 순환의 고리가 선순환될수록 좋은 건축물이다. - P305

고층 건물을 지을 때 가장 어려운 문제는 바람이다. 바람은 고층 건물을 꽈배기처럼 비튼다. 고층 건물에 있는 기둥의 상당수는 이러한 바람의 영향을 막기 위해 존재한다. 높이 올라갈수록 바람은 지면에 있는 물체의 저항이 없어지기 때문에 더 빨라진다. 그래서 건물이 높아질수록 바람의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 P306

두 개의 고층 건물 사이 공간에서는 바람이 건물에 부딪힌 후 건물 사이로 모여서 더 빠른 바람이 형성된다. 이러한 현상은 고층 건물이 많은 현대 도시의 부정적인 현상이다. 그런데 바레인에 가면 이 원리를 좋게 이용한 건물(바레인 세계 무역 센터)이 있다. (중략) 이 디자인은 건물에 부딪힌 바람이 모여서 더 세지는 현상을 이용하여 건물을 발전기로 만든 것이다. - P307

좋은 건축은 대지 주변의 에너지를 이용하는 건축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건축물의 안에서 밖을 바라보는 체험자의 입장에서 디자인할 줄 알아야 한다. - P310

건축물이 대지의 환경과 에너지를 잘 이용하는지 못하는지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방법은 간단하다. 그 건축물을 그 땅에서 들어서 다른 장소로 옮겨 놓고 보면 알 수 있다. - P310

캔틸레버 : 모자의 차양같이 한쪽만 지지되고 한쪽 끝은 돌출된 구조물 형식의 하나로, 발코니나 처마 등의 돌출부에 구조적으로 채택된다. - P387

진정 훌륭한 건축 디자인은 어느 한 땅에서는 훌륭하게 작동을 하다가 다른 곳으로 옮겨졌을 때 이상하게 어울리지 않는 디자인이다. 그런 건물이 그 대지가 가진 에너지를 잘 이용한 건축물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 P312

수학에는 전통적인 유클리드기하학과는 다른 위상기하학이 있다. 고무로 만들어진 A라는 도형을 늘려서 B라는 다른 모양의 도형으로 만들었다고 하자. 유클리드기하학에서는 A와 B는 다른 모형이지만, 늘려서 모양을 바꾼 도형은 같은 도형이라고 보는 위상기하학에서는 A와 B를 같은 도형으로 본다. - P313

과거 전통 건축들과 비교해서 현대 건축의 가장 큰 특징은 고층화를 통해서 고밀화되었다는 점이다. 이 건물들은 1층 위에 2층, 2층 위에 3층이 얹혀 있다. 건축가들은 이러한 형식의 공간 구성을 ‘팬케이크‘ 라고 폄하해서 이야기한다. 그렇게 폄하되는 이유는 각 층간의 공간이 단절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누어진 층간의 공간은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않고 오직 계단과 승강기를 통한 이동만이 허용될 뿐이다. 한마디로 이런 건물 안에서는 소통이 단절된 사회가 만들어진다. 만약에 우리가 3층에서 일을 하면서도 동시에 2층과 4층의 사람들을 바라볼 수 있다면 시각적인 소통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 P314

건축물은 자연의 겉모습을 모방해서는 안 된다. 대신 그 본질을 모방해야 한다. - P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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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는 다윈주의와 관련하여 우파와 좌파에 대해 정의를 내렸었는데 오늘은 그에 관한 내용들이 이어진다. 여러가지 논의들이 등장하는데 이에 대한 가치 판단은 독자들 개개인의 몫인듯 하다. 다만 글을 읽다보면 저자께서도 어느 한 쪽이 절대적으로 옳다거나 다른 한 쪽이 절대적으로 틀리다거나 하기보다는 두 의견이 절충된 어느 중간 지점 정도에 포지셔닝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어지는 내용에서는 중고등학교 시절에 잠깐 접한 후 한동안 접할 일이 없었던 DNA관련 개념들이 등장한다. 예나 지금이나 쉽진 않았지만 본문 내용의 이해를 위해 최소한의 지식은 제대로 잡고 넘어가봐야 겠다는 생각에 꾸역꾸역 읽어 나갔다. 마음먹고 읽다보니 그래도 기본적인 이해 정도는 할 수 있었다.

여러가지 복잡한 개념들이 나오는데, p.123에 밑줄 친 내용 중에 ‘유전자는 목적의식을 가진 행위 주체가 아니다‘라는 문장이 개인적으로 와닿게 느껴졌다. 여기서 파생된 것이 ‘삶의 의미‘라는 것과 관련된 얘기인데, 생물학적으로 주어진 삶의 의미라는 것은 애초에 없다는 것이고 결국 삶의 의미라는 것은 개개인이 각자 알아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인문학이라는 것이 효용을 발휘하게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생물학과 인문학을 연결해주는 접점이 바로 삶의 의미를 찾는 과정에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오늘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종교에 대한 얘기가 잠깐 등장한다. 여기선 저자가 생각하는 종교와 신에 대한 시각을 간단히 살펴볼 수 있었고, 사회생물학의 관점에서 종교라는 것이 ‘적응의 이익‘이 있는지 여부에 대한 얘기도 만날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과학(이 챕터에서는 생물학)이라는 것이 기존의 인문학적 시각에선 보지 못했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새로운 눈이 되어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께서도 책 중간중간에 자신이 과학을 공부하면서 이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이 하나 더 생긴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었는데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독자인 나도 이제 조금씩 느껴가고 있는 듯 하다.

우파는 진화론을 오남용했다. 영국 철학자 스펜서가 창안한 ‘사회다윈주의‘가 시작이었다. 스펜서의 이론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부자와 권력자는 사회의 환경에 잘 적응한 사람이고 가난과 무지는 적응에 실패했다는 증거다. 약육강식은 자연스러울 뿐만 아니라 사회적·도덕적으로 바람직하기도 하다. 사회 발전을 위해서는 적응하지 못하는 자가 소멸하게 내버려 두어야 한다.‘ 스펜서는 『종의 기원』 초판을 읽고 생존경쟁과 자연선택의 원리를 ‘적자생존‘適者生存(survival of the fittest)이라는 말로 요약했다. - P112

예방접종과 구빈법은 생물학적·사회적으로 약한 사람이 생존해 자손을 남길 가능성을 높이는 게 확실하다. 하지만 질병과 빈곤을 방치하면 잠깐 동안 이익이 조금 생기긴 하겠지만 극도의 죄악을 함께 만들어 문명의 발전을 저해한다. 약자를 도우려는 마음도 자연이 준 인간의 본성이며 길게 보면 이런 훌륭한 덕성을 가진 사람이 많은 사회가 번영한다. 인구통계를 보면 성 선택이 인류의 퇴화를 막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약하고 열등한 사람은 혼인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아서 후손을 남길 기회도 적다. - P113

개체를 생존경쟁과 자연선택의 단위로 본 다윈과 달리 스펜서와 골턴은 집단을 자연선택 단위로 설정했다. 인간은 집단 안에서는 개인끼리 경쟁하지만 다른 집단에 대해서는 집단으로 대결한다. 그러나 집단은 유전과 무관하기 때문에 자연선택 단위가 될 수 없다. - P113

진화는 정해진 방향이 없다. 인간이 원하거나 훌륭하다고 여기는 쪽으로 일어나는 게 아니다. 진화는 주어진 환경에서 생존에 더 유리한 형질을 지닌 개체가 살아남아 번식한다는 사실을 서술하는 말일 뿐이다. 사실은 도덕이 아니다. 자연스럽다고 해서 훌륭한 건 아니다. 그런데도 우파는 진화를 사회 번영과 인류 발전을 추동하는 ‘신의 섭리‘로 포장해 무한경쟁을 조장했고, 인간에 의한 인간의 착취를 사회적 미덕이라고 찬양했다. - P114

예나 지금이나 우파는 집단을 생존경쟁의 단위로 설정하고 다른 민족 또는 국가의 구성원에 대한 적대의식과 혐오감을 조장하는 경향이 있다. - P114

사회복지학계는 좌파가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 P115

우파는 진화론을 오독하고 악용해서 사회다윈주의와 우생학을 만들었다. 좌파는 다윈과 다윈주의를 싸잡아 배척했다. 지금도 적지 않은 인문학자가 다윈주의를 혐오한다. - P115

내가 사회복지학과 심포지엄에 굳이 다윈주의를 가져간 것은 인문학의 전통적 이론이 틀렸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다윈주의가 복지정책을 다른 각도에서 살펴볼 기회를 제공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 P115

다윈주의는 이미 아는 질문을 다르게 해석할 기회를 제공하며 다른 답을 발견할 가능성을 열어 준다. 그래서 나는 기꺼이 ‘문과 다윈주의자‘를 자처한다. - P116

두 가지만 말하겠다. "모든 동식물의 유전자는 동일한 생물학 언어로 씌어 있다." 이건 감동이었다. "생물학 이론으로 사회주의 체제가 실패한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이건 충격이었다. - P117

모든 생물의 DNA가 똑같이 네 종류의 염기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 - P117

동식물, 박테리아, 바이러스까지 생물은 모두 생존기계다. - P117

자기 복제자인 DNA deoxyribo nucleic acid (디옥시리보 핵산)는 다양한 기계를 만들었다. - P118

DNA는 우아하게 맞물린 한 쌍의 나선형 뉴클레오티드 사슬이다. ‘불멸의 코일‘을 만드는 뉴클레오티드는 A(아데닌), T(티민), C(시토신), G(구아닌)이라는 네 종류의 염기鹽基(base)로 이루어진다. 이것을 생명의 언어라고 할 수 있다. 연결 순서만 다를 뿐, 모든 동식물의 DNA는 같은 언어로 씌어 있다. - P118

DNA 분자는 복제를 잘한다. 설계도 원본이 든 세포 하나가 각각 설계도 사본 전체를 가진 세포 2개로 분열하고, 두 세포는 4, 8, 16, 32, ・・개로 늘어나 세포 1,000조 개로 이루어진 인간이 된다. - P118

모든 세포에 알파벳 4개로 쓴 ‘몸 만들기 설명서‘ 전체가 들어 있다. DNA의 메시지는 아미노산의 알파벳으로 전환해 특정한 단백질 분자를 만든다. 단백질이 세포 내부의 화학적 과정을 제어하는 과정은 엄격한 일방통행이라서 획득 형질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 P118

아무리 많은 지식을 습득해도 유전이라는 방법으로는 자식에게 어느 하나 넘겨줄 수 없다. 새로운 개체는 매번 무無에서 시작한다. 유전자는 우리의 몸을 이용해 불변 상태를 유지한다. - P118

모든 생물의 DNA가 동일한 알파벳으로 씌어 있다는 사실은 모든 종이 공통의 조상에서 유래했음을 입증하는 유전학의 증거다. - P119

두 생물 개체의 유전자를 섞어 각각의 천성을 가진 자손을 만들 수 있으면 같은 종에 속한다. 동물에 한정해서 일상 언어로 말하면, 암수가 교미해 생식 능력이 있는 자식을 낳으면 같은 종이다. 자식을 낳는다해도 그 자식이 번식하지 못하면 같은 종이 아니다. - P119

동물은 세포에서 당을 태워 열을 내지만 식물은 다른 방법으로 추위를 견딘다. 겨울이 다가오면 잎에 보내던 수분과 영양분을 끊는다. 그래서 단풍이 들고 낙엽이 진다. 우리에게 가을의 정취를 선사하려고 그러는 게 아니다. - P120

모든 유기체가 그렇듯 나무도 물을 품고 있다. 물이 얼어 팽창하면 세포가 터진다. 죽지 않으려면 겨울 여행을 잘 해야 한다. - P120

유전자는 ‘오래 존속하는 염색체染色體(chromosome)의 작은 조각‘이다. - P122

염색체의 조각이 오래 존속하려면 잘 흩어지지 않아야 하며, 흩어지지 않으려면 되도록 작아야 한다. - P122

염색체는 무엇인가. 세포핵 안에 있는 유전자 운반 물질이다. 세포를 관찰하려고 사용한 염료에 잘 반응해 염색체라는 이름이 붙었다. 현미경으로 보면 실 뭉치 비슷하게 생겼다. - P122

생물의 염색체는 n쌍이 보통이다. 드물지만 예외적으로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어서 ‘보통‘ 그렇다고 했다. 예컨대 양파는 염색체가 8쌍, 수박은 11쌍, 초파리는 4쌍, 고양이는 19쌍, 침팬지는 24쌍, 개는 39쌍, 인간은 23쌍이다. - P122

인간 염색체의 한 쌍은 성性염색체라 하고, 나머지 22쌍은 상常염색체 또는 보통염색체라 한다. - P122

인간 염색체는 생식세포에서 절반인 23개로 감수 분열한다. 그런데 존재하는 23쌍의 염색체가 두 세트로 나뉘는 단순한 절차가 아니다. 책 두 권을 뜯고 붙여 다시 두 권을 만든 다음 그중 하나를 고르는 식이다. 이때 어떤 염색체의 조각들은 시작 표시부터 끝 표시까지 네 종류의 염기가 특정 순서로 이어진 사슬을 그대로 유지한다. 그게 바로 유전자다. - P123

모양과 크기가 같은 한 쌍의 염색체를 ‘상동‘相同 염색체라고 한다. - P123

상동염색체의 같은 위치에는 눈의 색이나 다리의 길이와 같은 형질을 결정할 때 경쟁하는 ‘대립유전자‘가 있다.
대립유전자 가운데 자식에게 바로 발현하는 것을 우성硬性, 잠복하는 것을 열성劣性이라고 한다. 모든 유전자는 가장 먼저 대립유전자와 경쟁한다. - P123

유전자는 목적의식을 가진 행위 주체가 아니다. 단지 잘 흩어지지 않는 염색체의 조각일 뿐이다. 그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 P123

자연선택은 긴 시간에 걸쳐 일어난다. 어떤 것이 자연선택의 단위가 되려면 진화의 시간을 감당할 만큼 오래 존재해야 한다. 그 정도로 오래 존재하는 생명의 단위는 유전자뿐이다. 유전자의 수명은 최소한 100만 년 단위로 측정한다. 개체는 수명이 너무 짧아서, 집단은 독립한 생물이 아니어서 자연선택의 단위가 될 수 없다. 개체와 집단은 하늘의 구름이나 사막의 모래바람처럼 잠깐 존재한다. 이것이 유전자 선택론의 요지다. - P124

유전자는 의식이 없다. 불변 상태로 자신을 유지하면서 되도록 많은 생존기계의 몸에 퍼져 나갈 뿐이다. 그것이 유일한 존재 목적이다. - P124

지질학자와 고생물학자는 지층의 구조와 지질을 분석하고 방사성 동위원소로 화석과 암석의 나이를 측정해 지구 상태의 변화와 생물 종의 진화 과정을 추적한다. - P125

인류의 시간은 찰나에 불과하다. 지구생명의 역사를 하루로 환산하면 20만 년은 여름밤 반딧불이가 두어 번 깜박인 정도의 시간밖에 되지 않는다. - P126

생명의 나이는 곧 유전자의 나이다. 어떤 생물 개체와 동식물의 군집도 유전자처럼 오래 존속하지 않았다. 오직 유전자만이 40억 년 가까운 시간 동안 생존하고 번성했다. 유전자는 다양한 기계를 만들어 생존에 성공했다. - P126

호모 사피엔스는 대단히 복잡한 생존기계다. 우리는 개인으로 그리고 때로는 집단으로 생존경쟁을 한다. 다른 종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겉보기 현상에 지나지 않는다. 궁극적으로 보면 자연선택은 유전자 차원에서 이루어진다. - P126

사실은 도덕이 아니다. 가치도 아니다. 그저 사실일 뿐이다. - P127

자연이 만든 생존기계면 어떻고, 신이 흙으로 빚어 숨을 불어넣은 피조물이면 어떤가. 물질의 증거가 가리키는 사실을 사실로 받아들이면 된다. - P127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나는 인문학이 준 이 질문에 오랫동안 대답하지 못했다. 생물학을 들여다보고서야 뻔한답이 있는데도 모르고 살았음을 알았다. ‘우리의 삶에 주어진 의미는 없다.‘ 주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찾지 못한다. 남한테 찾아 달라고 할 수도 없다. 삶의 의미는 각자 만들어야한다. - P127

‘내 인생에 나는 어떤 의미를 부여할까?‘ ‘어떤 의미로 내 삶을 채울까?‘ 이것이 과학적으로 옳은 질문이다. 그러나 과학은 그런 것을 연구하지 않는다. 질문은 과학적으로 하되 답을 찾으려면 인문학을 소환해야 한다. 그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 인문학의 존재 이유이자 목적이다. - P127

우리는 대단히 복잡하고 독특하게 발전한 생존기계다. 유전자가 명하는 본능에 따라 사는 데 만족하지 않는다. 존재의 의미를 탐색하고 감정을 느끼며 도덕적 판단을 내린다. - P128

모든 종에게 유전자는 똑같은 명령을 내렸다. ‘성장하라. 짝을 찾아라. 자식을 낳아 길러라. 그리고 죽어라. 너의 사멸은 나의 영생이다. 너의 삶에는 다른 어떤 목적이나 의미가 없다.‘ 그런데도 인간은 목적을 추구한다. 살아서는 유전자의 굴레를 완전하게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지만 그 굴레에 묶여 사는 것을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 P128

나는 호모 사피엔스를 ‘진화가 만든 기적‘으로 본다. 내가 기적의 산물임을 뿌듯한 기분으로 받아들인다. 이기적 유전자 이론은 내 자존감을 높여 주었다. - P128

‘나는 유전자가 만든 몸에 깃들어 있지만 유전자의 노예는 아니다. 본능을 직시하고 통제하면서 내가 의미 있다고 여기는 행위로 삶의 시간을 채운다. 생각과 감정을 나눌 수있는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가치 있다고 여기는 목표를 추구한다. 살아 있는 마지막 순간까지 삶의 방식을 선택할 권한을 내가 행사하겠다. 유전자 · 타인 · 사회 · 국가 · 종교 · 신, 그 누구 그 무엇에도 의존하지 않겠다. 창틀을 붙잡고 선 채 죽은 그리스인 조르바처럼!‘ - P128

자연학의 관점에서 보면 인문학과 사회과학은 생물학의 특수 분야이고, 역사학·전기·문학은 인간 행태의 관찰 보고이며, 인류학과 사회학은 영장류의 한 종에 대한 사회생물학일 수 있다는 것 - P129

사회생물학은 "사회성 행동의 생물학적 측면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사회생물학자는 다윈주의를 바탕으로 자연 선택이 동물 사회와 동물의 사회성 행동에 어떤 작용을 했는지 설명한다. 인간도 동물이므로 같은 분석도구로 인간사회와 인간의 사회성 행동을 연구할 수 있다. 사회생물학은 그런 관점을 견지하고 인문학의 세계로 건너왔다. - P130

인간의 사회적 행동에 ‘자연선택을 통해 진화한 생물학적 기초‘가 있다는 전제를 두고 사회제도와 문화양식을 연구하면 인문학과 다른 각도에서 대상을 관찰하고 인문학과는 다른 질문을 하게 된다. - P130

신이 인간을 창조했는가? 아니다. 인간이 신을 창조했다. 인간은 왜 신을 창조했는가? 삶의 유한성을 넘어서려는 욕망을 채우고 싶어서였다. 그렇다면 종교는 무엇인가? 종교는 믿는 자에게 진리이고 믿지 않는 자에게는 망상이며 권력자에게는 유용한 통치도구다. - P131

사회생물학의 질문은 인문학과 다르다. ‘어떤 적응의 이익이 있기에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의 군집에서 종교행위가 진화했는가?‘ - P131

신의 숫자와 이름과 교리는 다르지만 모든 문명에 종교가 있었고 지금도 있다. 초월적 존재를 믿고 종교 공동체에 속하려는 성향은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의 보편적 특성으로 인정할 수 있다. 다윈주의 관점에서 보면 그러한 행위 양식이 인간 사회에서 진화한 것은 ‘적응의 이익‘이 있기 때문이다. ‘적응의 이익‘은 생존과 번식에 성공할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를 가리킨다. -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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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 ‘공간은 정보‘라는 말과 함께 3차원, 4차원 등과 같은 차원에 대해서도 간단히 살펴봤었다. 쉽게 이해하기는 어려웠지만 찬찬히 저자의 글을 따라 읽어가면서 이해해보려고 애썼던 기억이 난다.

저자가 들었던 여러가지 예시 중에 만화영화를 볼 때 우리 뇌가 초당 16장의 그림을 연산하여 공간과 이야기를 이해한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이 예시를 통해 과거에 비슷한 이미지를 동작만 조금씩 다르게 그린 뒤 그것을 여러 겹으로 포개어 빠르게 넘기면 각각의 이미지가 마치 실제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 기억이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는 ‘공간‘이라는 개념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줄은 몰랐는데, ‘공간‘의 본질에 대한 저자의 얘기를 읽다보니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다. 책을 더 읽으면서 좀 더 명확히 알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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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어본 부분에서 p.258에 밑줄 친 ‘세 가지 정보와 세 가지 관계라는 시각으로 건축 공간을 읽어보라‘는 저자의 얘기가 ‘공간‘ 이라는 것의 참된 속성을 제대로 파헤쳐 볼 수 있는 좋은 관점이 되지 않을까 예상해보게 된다. 솔직히 아직까지는 약간 추상적인 느낌도 없지않아 있지만, 저자가 알려준 시각으로 공간을 바라보는 연습을 한다면 추상적이었던 느낌이 지금보다는 좀 더 선명하고 명확해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뒤에 이어지는 내용에서는 건축이든 기술이든 본능적 욕구를 따라가는 방향으로 나아갈 거라는 말과 함께 애플의 아이폰의 사례가 등장한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공감이 갔던 내용이었는데, 이유인즉 지극히 주관적이기는 하나 생뚱맞게도 과거에 읽었던 문학작품들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보면서 본능적 욕구가 이성의 끈보다 훨씬 더 강력하다는 사실을 체감했기 때문이다.

많이는 아니지만 내가 예전에 읽었던 문학 작품들을 돌이켜보면 등장인물들이 이성과 본능 사이에서 이성의 끈을 끝까지 붙잡기보다는 결국 자신의 본능에 따라 행동하는 경우들을 참 많이 봤었다. 그 당시 들었던 생각이 아무리 이성이 발달하더라도 인간은 결국 본능에 따라 움직일 수 밖에 없는 존재라는 사실이었다.

이러한 개인적인 경험 때문인지는 몰라도 저자가 기술이든 건축이든 본능적 욕구에 따라 발전할거라는 얘기가 더욱더 강력하게 느껴졌다.

본능과 관련된 얘기로 인간의 짝짓기 욕구에 기반하여 클럽에 사람들이 모여드는 현상이라든가 페이스북이 큰 성공을 거둔 이유 등을 분석해본 저자의 얘기도 굉장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핵심은 모두다 본능에서 나온 행동이고 결과물이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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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나오는 내용은 ‘동조‘sync라는 키워드에 기반하여 서술되어 있는데 저자가 이 키워드와 관련이 있는 런던의 밀레니엄 다리에 대한 얘기를 하기에 앞서 장황한 과학 이야기를 해준다. 고등학교 국어의 과학관련 지문에서 만나봤던 카오스, 엔트로피, 열역학 제2법칙 등의 용어들이 나오는데 물론 과거에 처음봤을때보다야 덜 낯설지만 여전히 난해한 느낌은 남아 있었다. 평소에 잘 쓰는 용어들이 아니다보니 그렇게 느껴졌던 것 같다. 그래도 밀레니엄 다리에 대한 본격적인 설명 전에 빌드업(build up)하는 과정이 매끄럽게 이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문제가 발생하는 어떤 원리를 설명하는 내용이다보니 본의 아니게 밑줄을 좀 많이 치게 되었는데, 건축을 잘 알지 못하는 나같은 사람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저자께서 아주 친절하고 꼼꼼하게 설명해주셔서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저자께 감사드린다.

부가적인 얘기를 하나 더 하자면 이 밀레니엄 다리를 설계한 ‘오브 아럽‘이라는 회사는 업계에서 아주 유명한 회사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여기 밑줄치진 않았지만 시드니에 있는 오페라 하우스를 디자인 한 회사라고 하니 뭐 말 다했다. 그만큼 업계에서 인정받는 회사라는 말이다.
인터넷에 ‘오브 아럽‘을 검색해보니 관련 내용들이 이것저것 나오는데 책에서 보지 못했던 것들을 추가적으로 더 알 수 있을 듯 하다. 이런 식으로 새로운 경험이 하나 더 추가 되는 것 같다.

또한 저자가 밀레니엄 다리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마지막 부분에 건축이 정말 고려해야할 요소들이 많아서 어렵고 심오하다는 말씀을 하시는데 이 부분도 이제까지의 내용들을 종합적으로 볼 때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부분이었다. 이런 걸 보면서 업종을 불문하고 외부사람들은 일일이 알지 못하는 해당 업계인들만의 고충이 있음을 다시금 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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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를 바꿔서 나오는 내용은 우리나라의 코엑스와 관련된 것이었다. 여기서 일일이 언급하기는 힘들지만, 저자는 현재 코엑스의 건축 디자인이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식의 뉘앙스를 지속적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것은 자신이 경험해서 알고 있는 외국의 사례들을 벤치마킹하여 이러이러한 방향으로 개선해보면 좋지 않겠는가 하는 대안을 제시한다는 점이었다.

보통 어떤 것에 불만이 있는 경우 그저 불평불만만 쏟아내고 끝나는 경우들이 많은데, 저자는 그러한 수준을 뛰어넘어 바람직한 대안을 제시한다는 게 독자인 나에게 긍정적인 느낌으로 다가왔다.

부가적으로 저자가 대안제시와 관련하여 소개한 곳 가운데 개인적으로 잘 몰랐던 장소인 보스턴의 뉴베리 거리와 푸르덴셜 쇼핑몰 그리고 저자가 코엑스와 비교하면서 간략히 소개했던 파리에 있는 라 데팡스 광장까지 새롭게 알게 된 장소들이어서 아주 유익했던 독서였다. 기회가 되면 해당 장소에 꼭 여행을 가서 직접 두 눈으로 보며 느끼고 오는 것도 꽤나 흥미로울듯 하다.

마지막에 밑줄 친 부분에는 직접적으로 나오진 않지만 책에 성베드로 성당과 광장, 로마의 나보나 광장의 멋진 이미지가 수록되어 있는데 여기도 적접 가보면 참 좋을 듯 하다. 특별히 나보나 광장에는 천재 조각가로 알려진 베르니니가 조각한 분수가 있다고 하는데, 사진을 얼핏 보니 잠실 롯데월드에 있는 분수대와 유사한 느낌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좀 다르기야 하겠지만 말이다.

다음 의문점은 과연 ‘어떤 정보들이 우리의 공간을 구성하는가?‘였다. 개인적으로 ‘보이드(void), 심벌(symbol), 액티비티(Activity)라는 세 종류의 정보로 만들어진다.‘라고 결론 내렸다. - P257

보이드는 물리적인 양이다. 정량적으로 측정 가능한, 실제 비어 있는 공간의 볼륨이다. 시대와 문화를 떠나서 객관적인 정보이다. 심벌 정보는 간판, 조각품, 그림 같은 상징적인 정보이다. 개인에 따라서 정보 해석의 차이가 있다. 마지막인 액티비티 정보는 사람들의 행동에 의한 정보이다. 그 공간에서 일어나는 행위가 무엇인지가 공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 세 가지 종류의 정보가 하나의 공간을 만든다. - P257

사람 간의 소통의 기본은 문장이다. 그리고 문장은 단어와 문장 구성이라는 두 가지로 완성된다. 어려운 말로 시맨틱 (Semantic)과 신택스(Syntax)라고 한다. 시맨틱은 단어 하나하나의 뜻을, 신택스는 우리가 영어 문법 시간에 배운 1형식부터 5형식까지 있는 문장 형식 같은 것을 말한다. 이렇듯 언어의 소통은 문장 구성이라는 그릇에 단어가 담겨져서 전달된다. - P258

마찬가지로 건축 공간은 세 가지 종류의 관계라는 문장 구성에 세 가지 종류의 정보라는 단어가 담겨서 전달되는 것이다. 세 가지 종류의 관계들은 실제적(physical), 시각적(visual), 심리적(psychological) 관계이다. - P258

실제적 관계는 볼 수도 있고 그곳에 갈수도 있는 관계이다. 한강에는 다리가 있어서 강남과 강북은 실제적 관계가 된다. 시각적 관계는 볼 수만 있고 갈 수 없는 관계이다. 한강의 다리가 끊어지고 배도 없다면 강북과 강남은 볼 수는 있지만 갈 수는 없는 시각적 관계가 된다. 심리적 관계는 볼 수도 갈 수도 없지만 머릿속으로 존재를 인식할 수 있는 관계이다. 마치 계단식 아파트에서 같은 계단을 사용하지는 않지만 벽 너머에 존재하고 있는 702호와 703호처럼 말이다. - P258

세 가지 정보와 세 가지 관계라는 시각으로 건축 공간을 읽어 보기 바란다. 그러면 현실 공간부터 인터넷 공간까지 많은 부분이 이해가 되기 시작할 것이다. - P258

 텔레커뮤니케이션: telecommunication. 먼 거리의 통신 체계, 즉 원격 통신 체계를 의미한다. - P387

과거의 사례를 보면 텔레커뮤니케이션 기술이 발전할수록 물리적인 접촉과 이동 역시 늘어나게 되었던 것을 알 수 있다. 실례로 TV매체와 인터넷의 발달로 사람들이 세계 곳곳을 거실에서 볼 수 있게 되었지만, 사람들은 ‘TV로 봤으니까 여행은 안가도 되겠네.‘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오히려 화면을 통해서 본 세상을 직접 가서 보기 위해 여행이 더 늘었다는 통계가 있다. 이외에도 텔레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더 멀리 떨어진 사람들을 더 많이 알게 되고 그들을 만나기 위해 여행이 더욱 증가하게 되었다. - P259

인간은 그렇게 고상하지만은 않다. 인간은 큰 전염병이 돌지 않는 한 계속해서 모이고, 붐비는 공간으로 모여들 것이다. 가상체험이 3D 입체영상으로 보여도 사람들은 실제로 모일 것이다. 그 이유는 인간은 짝짓기를 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이 모인 곳에서 더 나은 짝을 찾을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 P261

동물에게는 시각적인 것 외에도 냄새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술이 어떻게 발전을 하든 결국에는 냄새를 맡기 위해서 만날 것이다. 만나서 가까워지면 서로 터치하기 위해서 사람들은 더 모여서 살게 될 것이라고 예상된다. - P261

냄새가 해결되면 촉각을 위해서 모이게 될 것이다. 연애하는 커플들이 전화나 문자만 하고 만나서 서로를 만지지 않기 시작한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다. 누구나 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만지고 또 만져지고 싶어 한다. 터치는 인간의 본능이다. 아이폰이 큰 성공을 거둔 이유 중 하나는 이러한 만지고자 하는 본능에 충실한 터치폰을 만들어서이다. - P262

애플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애완동물처럼 쓰다듬을 수 있는 기계를 선보인 것이다. 사람들이 열광할 수밖에 없는 혁신은 본능적 욕구에 충실할 때 만들어진다. - P262

건축도 기술도 인간의 본능에 충실한 쪽으로 발달할 것이다. - P262

기술은 가상 공간이라는 지극히 관념적인 공간을 만들어 냈지만 실제로 필요로 하는 콘텐츠는 아직도 본능에 충실한 욕구를 만족시키는 쪽으로 발전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건축에서도 계속해서 기술적인 발달은 있지만 기본적으로 본능을 채워 줄 수 있는 물리적인 공간을 필요로 한다. - P262

인간의 동물적 본능을 무시한 채로 디자인된 건축물은 좋은 건축물이라고 하기 어렵다. - P262

인간은 주광성 동물이기에 채광과 통풍은 기본이다. (중략) 햇볕이 들어오지 않고 통풍이 제대로 되지 않는 건축물은 아무리 보기에 아름다워도 좋은 건축물이 될 수 없다. - P262

인간은 동물이면서 동시에 그 이상이기에 배부르고 따뜻하기만 하다고해서 만족할 만한 건축물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인간은 몸을 가지고 있는 존재이지만 또한 영혼을 가지고 있기에 기능적인 건축물 이상의 것을 제공해야 좋은 건축물이 되는 것이다. - P262

좋은 도시 경관이라는 것 역시 앞서 말한 인식에 근거를 둔 가치와 동물적 요구 사항 모두를 만족시켜주는 것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건축이 어려운 것이다. - P262

식구가 세 명이면 사람 간의 관계가 네 가지 나온다. 부부 간, 엄마와 아이, 아빠와 아이, 엄마와 아빠와 아이. 그런데 여기에 둘째가 생기면 발생하는 인간관계는 열한 가지가 된다. 식구는 한 명이 늘었을 뿐인데 관계 조합의 경우의 수가 일곱 가지 더 생긴다. 사람은 한 명이 늘어나지만 사람 간의 경우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것이다. - P264

클럽을 가는 주된 이유는 새로운 이성을 엿보고 다양한 방법의 ‘즉석 만남‘에 대한 기대이다. - P264

만약 100명이 있는 클럽에 한 명만 더 들어가도 100가지 경우의 수가 더 만들어진다. 클럽은 ‘관계의 향연장‘이다. 페이스북의 가입자 수가 급속히 늘어난 원리도 이와 비슷하다. - P264

가상의 공간이든 현실의 공간이든, 어떤 공간에 사람이 늘어난다는 것은 생물학적으로는 자신의 짝을 다양한 무리 속에서 고를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풀에서 고를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유전자의 개선 가능성을 높인다는 장점이 있다. - P265

반면에 제한된 공간에 너무 다양한 인간관계가 존재하게 되면 우리의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더 늘어난다는 그림자도 있다. - P265

건축에는 ‘모듈러‘라는 단어가 있다. 근대 건축의 대가 중 한명인 코르뷔지에가 모듈러를 인체 크기와 연관해서 디자인하는 개념을 처음 도입했다. 한마디로 사람의 평균 팔다리 길이에 맞추어서 공간을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 P266

우리의 주변을 살펴보면 성인을 위한 평균 책상 높이는 72센티미터, 문짝 높이는 2미터, 팔을 뻗어서 물건을 올려놓는 선반높이는 170센터미터, 계단 한 단의 높이는 최대 18센티미터 등이다. 이러한 것이 나오게 된 배경은 일단 산업 사회를 거치면서 ‘최소한‘의 부피가 얼마인지를 알아내어 효율적인 공간과 재료를 활용하기 위한 것도 있다. - P266

효율성의 근거는 사람의 신체 치수이다. 이처럼 건축은 인식의 산물이면서 동시에 사람의 몸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 P266

자연 속에는 자연 발생적으로 같은 시간에 같이 움직이는 동조라는 보편적인 원칙이 숨어 있다 - P266

카오스라는 이론은 자연의 모습에서 보이는 날씨 같은 불규칙한 패턴이 실제로는 단순한 공식에 의해서 만들어진다는 이야기이다. - P266

프랙털(fractal)은 같은 패턴이 스케일만 달리해서 반복된다는 것이다. - P266

카오스에서 더 발전해 나온 것이 ‘콤플렉시티‘ 이론이다. 지난 수천년간 서양 과학은 끊임없이 작은 ‘최소 단위‘를 찾는 데 매진해 와서 양자역학의 경지에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그러한 발견이 생명의 신비를 설명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에 착안해서 만들어진 과학의 흐름이 콤플렉시티 이론이다. 우리말로 ‘복잡계‘라고 번역된다. - P267

(콤플렉시티 이론은) 생명의 발생에 대해서 논의하면서 만들어진 이론이다.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불규칙의 상태에서 자연 발생적으로 규칙이 나온다는 이야기이다. 앞서 말한 싱크가 이 콤플렉시티 이론과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과학의 기본 원칙 중 열역학 제2법칙인 엔트로피 법칙에는 완전히 반대되는 이야기이다. - P267

엔트로피 법칙이란 한마디로, 가만히 놔두면 집이 점점 어질러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주는 가만 두면 점차 불규칙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 P267

아이러니하게도 빅뱅 이후 천제는 안 부딪치고 돌아가는 규칙이 만들어졌고, 생명이 탄생했다. 엔트로피의 법칙을 거꾸로 가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를 우주 전체로는 불규칙이 늘어나지만 부분적인 곳에서는 규칙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싱크나 콤플렉시티 이론은 그런 부분적인 규칙성이 높아지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 P268

장황하게 현대 과학 이야기를 한 것은 건축에서 이 동조 이론이 나타나는 대표적인 예가 있기 때문이다. 하이테크 건축가 노먼 포스터가 설계한 런던의 밀레니엄 다리가 그것이다. - P268

(다리가 흔들리는) 문제는 사람이 걷는 것과 자동차가 가는 매커니즘이 다르기 때문에 생겨난 현상이었다. - P269

보통 다리는 자동차가 지나가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런데 자동차는 바퀴가 굴러가면서 앞으로 나간다. 따라서 자동차의 하중은 아래로만 향하게 된다. 그런데 사람은 걸으면서 왼발을 내디딜 때에는 왼쪽으로 밀고, 오른발을 내디딜 때에는 오른쪽으로 미는 힘이 있다. 이는 사람이 걸을 때 넘어지지 않기 위해서 걸음마를 하면서부터 체득한 방법이다. 우리가 스케이트를 탈 때 얼음을 좌우로 지치는 것을 생각하면 원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 P270

문제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사람이 걸을 때 횡으로 미는 힘이 발생하게 되면 다리에 미세하게 진동이 발생하는데 이것을 주변 사람들이 느끼고 옆 사람 걸음걸이의 리듬에 맞게 따라서 움직이게 된다는 것이다. 과학에서 말하는 동조가 일어나는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발을 맞추게 되고 그럴수록 다리의 움직임의 폭은 증폭되는 것이다. - P270

마치 그네를 뒤에서 밀 때 나아가는 방향으로 조금씩만 힘을 더 주어도 더 높이 올라가듯이 만약에 이 움직임에 사람이 계속해서 리드미컬하게 힘을 주면 다리가 붕괴될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다리가 무너지면 자기가 죽는데 그럴 군중은 없겠지만 이론상으로는 그렇다. - P270

구조 회사인 오브 아럽은 다리가 좌우로 흔들리는 것을 잡아 주기 위해서 횡으로 자동차의 충격 흡수 장치와 비슷한 장치를 달았다. 이렇게 함으로써 좌우로의 진동이 커지는 것을 일차적으로 잡아 주게 되었고, 흔들림이 증폭되는 현상을 막을 수가 있었다. - P270

이 밀레니엄 다리의 사건에서 보이듯이, 건축은 몸과 심리가 함께 작동하는 장치이자 현상이다. 몸과 심리가 함께 고려되어야 하는 건축은 그래서 더 어렵고 심오하다. - P270

사람은 자원이다. 사람이 많이 온다는 것은 많은 이벤트가 형성되고 그 만큼 중심적인 ‘장소성‘을 구축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건축가들이 아무리 무대를 만들고 연출을 하려고 해도 사람이 오지 않으면 그 공간은 죽은 공간이다. 결국에는 사람이 공간을 완성하기 때문이다. - P275

여러 개의 건물로 만들어진 콤플렉스는 다른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대형 공간에 모여서 섞여야 한다. - P275

광장은 유기적인 갯벌 같아야 한다. 다양한 생태계의 먹이사슬이 없는 광장은 사막이 되기 십상이다. 파리의 라 데팡스 광장이나 서울의 코엑스 광장은 상업의 생태계가 없는 광야일 뿐이다. - P275

일반적으로 외부인이 한 도시에 애착을 갖기 시작하는 시점은 그 도시의 도로망을 완전히 이해하기 시작하면서부터라고 한다. 그 이유는 자신이 어느 지점에 있는지 인식이 안 되면 길을 잃기 쉽고 공포감을 느끼게 되며 그러면 주변을 즐길 여유가 없이 경계만 하기 때문이다. - P276

보스턴은 존 핸콕 타워와 푸르덴셜 빌딩이라는 두 개의 고층 건물이 현재 나의 위치를 알려 주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 특히 존 핸콕 타워의 경우에는 납작한 평행사변형 모양의 평면도를 가지고 있어서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서 모양이 시시각각 변한다. 그것만으로도 내 위치가 어디쯤인지 어렴풋이 파악이 된다. - P277

날씨가 변한다는 것은 불편한 요소가 될 수도 있지만 건축에서는 그 같은 변화가 부정적이라기보다는 긍정적인 다양성의 요소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우리나라 같이 사계절이 뚜렷한 날씨는 일 년 365일, 같은 날이 하나도 없다. 같은 거리라고 하더라도 날씨에 따라서 다르게 인식이 되어서 찾아갈 때마다 다른 얼굴의 거리를 만날 수 있는 것이다. - P278

한결같다는 것은 장점이 될 수도 있고 단점이 될 수도 있다. - P278

뉴베리 거리는 역사가 깊은 옥외 거리이다. 우리나라의 북촌이나 인사동거리에 비유될 만하다. 그리고 그 거리에서 한 블록 떨어져서 평행하게 위치한 푸르덴셜과 코플리 쇼핑몰은 실내 공간으로 몇 개의 호텔과 백화점이 연결되어 만들어졌다. 관광객들은 뉴베리 거리를 보다가 비가 오거나 추우면 푸르덴셜 쇼핑몰로 들어간다. 반대로 쇼핑몰에 있던 사람들이 답답하면 뉴베리 거리로 나와서 거리를 걷는다. 이 둘은 상호보완적으로 시너지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 P279

유럽의 성공적인 광장에는 두 가지 법칙이 발견된다. 하나는 랜드마크가 될 만한 건축물이 있거나, 둘째로 광장 주변으로 가게들이 위치해 있다. - P280

결국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것은 건축물이 아니라 장소이다. 장소가 만들어지려면 사람이 모여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사람이 모일 목적지가 될 만한 가게나 랜드마크 건물이 필요하고, 사람이 정주할 식당이나 카페가 필요한 것이다. - P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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