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홀로 죽는다 - 무연사회를 살아가기 위하여
시마다 히로미 지음, 이소담 옮김 / 미래의창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죽음에 관한 글을 읽으면서 김열규교수님의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http://blog.joinsmsn.com/yang412/4271393>의 리뷰에서 인용한 글을 다시 끄집어내봅니다. “예로부터 높게 쳐준 우리네의 ‘갖추어진 삶’의 조건으로, 나이로는 환갑․진갑을 넘겨 살아야 하고, 자식은 적어도 3남2녀는 두어야 하고, 가장이 부와 귀를 누려야하며, 그 많은 아들․딸들이 빠짐없이 성혼을 하여 손자를 주렁주렁 두어야 하고, 드디어 세상을 하직할 때 고통이 없이 잠시 앓는 듯 마는 듯하다가 안채 안방 혹은 안사랑에서 이른바 ‘와석종신’해야 한다고 합니다. 임종자리에는 자식이 빠짐없이 지키고 앉아 있어야 하며, 초상은 장중하게 치루어져야 하고 은성해야 하며, 무덤자리가 명당이라야 하고 삼대에 걸쳐 봉제사할 후손이 끊기지 말아야 하는 것이 ‘갖추어진 삶’의 맺음이라고 합니다.”

요즘 사회에서 이렇듯 호사스러운 죽음을 맞는 분들이 적지는 않을 것 같기도 합니다만, 간혹 언제 돌아가셨는지도 모르는 죽음에 관한 기사를 신문귀퉁이에서 만나게 되면 안타깝기 이를 데 없습니다. 시마다 히로미의 <사람은 홀로 죽는다>는 뉴스에 나오는 이런 죽음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2010년 1월 말경에 NHK에서 방영되었다는 <무연사회 : ‘무연사’ 3만2천명의 충격>이 집필동기가 되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사람들의 대단한 독서열에 관한 이야기는 흔히 듣습니다만, 이런 독서열에 편승하는 수요 때문인지 가벼운 내용의 책들을 자주 접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사람은 홀로 죽는다>도 그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저자는 연고없이 사망하는 사람이 늘고 있고 이에 대한 사회적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담아내기 위하여 일본사회에서 도시화가 시작된 이후 농촌에서 도회지로 옮겨간 세대가 사라지면서 연고중심사회에서 개인중심사회로 넘어가면서 누군가와의 소통을 끊고 홀로 살다 죽음을 맞는 사람들이 늘게 된 시대적 변천과정을 추적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연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제목에 끌려 읽기 시작했습니다만, 책이 주는 무게는 다소 가볍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본사회가 연고를 중시하던 풍조가 무연고 성향으로 변하게 된 원인분석도 다소 치밀하지 못한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하지만 농업중심 사회에서는 땅을 매개로 한 협업과 재산이나 농업기술의 승계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데 반하여 기업사회에서는 회사원으로 지내면서 쌓은 노하우가 자식에게 넘어가는 길이 원천적으로 차단되는 사회구조가 무연사회를 먼 원인이 될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어떻게 보면 유연사회 속에서의 촘촘하게 엮이는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한 사람들이 주변과의 관계를 끊고 혼자만의 삶을 즐기다가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소위 무연사, 혹은 고독사라고 한다면 이 역시 죽은이의 선택이었음을 인정하는 것이 옳지 않은가 싶습니다. 즉 그런 죽음에 대한 사회가 책임져야 하는 한계가 어디까지 인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겠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저자의 주장대로 사람은 혼자 태어나지는 않지만 누군가와 같이하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세상을 떠나는 일은 혼자의 일일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세상을 떠나는 이를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의 작별 속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경우가 아직까지는 대세겠지만, 혼자서 세상을 떠나는 상황의 경우에 대한 정확한 표현이 되겠습니다.

효성이 지극한 후손이 선조를 기리는 일을 잘 이어간다면 모를까 세상을 떠난 사람들은 세월이 흐르면 대부분 잊혀지기 마련입니다. 저자는 독신자가 죽은 다음에 그를 떠올리며 공양해줄 사람이 없어 고독한 현실을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만, 이 역시 오지랖이 보통 넓은 게 아니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홀로 살아왔다는 것이 속박없이 자유롭게 살아온 삶에 대한 반대급부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홀로 맞이 하는 죽음이 두렵고 쓸쓸할 것이라는 저자의 단정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죽은 사람에게 물어볼 수 없는 질문이기 때문입니다. 무연사회가 두려워할 대상이 아니라는 저자의 결론은 미리 정해진 것이라고 보이는 이유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국 근현대사 100년의 재인식 - 경술국치부터 이명박 정부까지의 논점 즐거운 지식 61
박석흥 지음 / 이담북스 / 201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음 백과사전을 보면, 사관(史官)은 “우리나라 역사서의 초고(草稿)를 쓰던 관리”로 정의하고 있고, “사관은 직필(直筆)로 국가의 사건, 왕의 언행, 백관의 잘잘못, 사회상을 기록해 후세에 올바른 정치가 행해지도록 한 제도였다. 사관이 기록한 사초는 시비(是非)를 가리지 못하고, 고치지도 못했으며, 사관의 기록행위도 면책권이 있어 신분이 보장되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역사는 승리한 자와 힘을 가진 자의 시각으로 쓰이기 마련이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시대의 역사의식을 가진 군주는 있는 사실 그대로 기록하여 후대에 참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옳다고 보았기 때문에 사관이 가치중립적일 수 있도록 신분을 보장했던 것이라고 보입니다. 물론 조선 후기에는 사초로 인하여 정쟁이 유발되고 사관이 피해를 보는 사태도 생겼기 때문에 사심없이 사초를 기록할 수 있었겠는가 의문이 제기되기도 합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는 한마디로 격랑의 시대였다고 하겠습니다. 세기말 격변하는 국제사회의 변화의 흐름을 제대로 타지 못한 까닭에 나라를 잃는 뼈아픈 일이 있었고, 우리 힘으로 독립을 쟁취한 것이 아니라 역시 국제정세의 변화로 얻은 독립이었기 때문에 능동적으로 변화를 주도하지 못한 측면이 있습니다.  

광복 이후, 건국과 동족끼리 서로 총부리를 겨누었던 6.25동란, 4.19혁명, 5.16군사쿠데타에 이은 신군부에 의한 통치시기에 이르기까지의 역사인식과, 민주화운동이 결실을 맺어 문민정부가 들어서고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로 이어지면서 새롭게 부상한 역사인식은 근본적으로 그 궤를 달리하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두 가지 역사인식의 공통점이라고 한다면 편향성에 있다고 보입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는 언론인출신인 박석홍교수님의 <한국 근현대사 100년의 재인식>은 중립적 시각에서 근현대사를 조명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초대 이승만대통령의 동상건립과 관련하여 일각에서는 반대의 목소리가 크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남북분단의 원초적 책임이 있고, 친일파를 중용했으며, 한국전쟁 유발했거나 예방에 실패하였고, 독립운동가를 탄압하고, 헌정을 유린했으며, 정치군인을 육성하였고, 부정부패와 매판경제를 키웠고, 양민을 학살했으며, 극우반동분자이고 언론을 탄압했으며 정치보복을 하는 증 이승만대통령이 우리 현대사에 남긴 것은 악의 유산 뿐이라는 주장도 나왔다는 것입니다.(77쪽) 하지만 그의 애국심, 학문적 실력, 역사적 형안, 투지 종교적 초월성 등 자질면에서는 당새 어느 정치가보다 뛰어난 인물이었다는 평가와 함께 건국에 절대적으로 공헌하였고, 유엔을 통하여 유일한 합법정부로 인정받는 등 탁월한 외교능력을 보였고, 강군을 육성하여 북침에 대비하였고, 농지개혁, 경제발전계획수립 등 경제발전의 초석을 다듬었던 점 등을 강조하여 새롭게 평가할 부분이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상해임시정부의 고위 인사가 독립운동을 추진한다는 명목으로 레닌으로부터 거금을 받아왔지만 임시정부에 교납하지 않고 착복했다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독립을 최우선 과제로 하고 있던 임시정부로서는 이념이나 사상을 따질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다양한 분들로 구성되었겠지만, 정책추진과정에서는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지리멸렬한 양상을 보였던 것 아닐까 싶습니다.  

 

6.25전쟁이 남한 정부와 미국이 음모를 꾸며 북한의 남침을 유도했다는 수정주의가 허구라는 점을 6.25전쟁 발발은 전후하여 북한과 소련 그리고 중국 간에 동향 등과, 해제된 소련의 기밀문서를 통하여 입증되었다는 사실이 잘 요약되어 있습니다. 5.16쿠데타 이후 박정희대통령의 집권과정과 경제개발추진과정에서 미국의 역할 등에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들을 적고 있어 우리나라의 오늘이 있게 한 분들의 어려운 여건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국민들이 향유해야 했던 많은 권리를 제한했던 점은 분명 비난받아 마땅하다 생각합니다.  

 

4.19혁명과 5.16군사쿠데타가 일어나게 된 사회적 배경 등도 가감없이 정리되어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박정희대통령 집권 당시의 사건들도 그 배경을 요약하고 비판할 내용을 비판하고 수용할 부분을 수용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유신체제 구축을 통하여 장기집권을 꾀하면서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것은 이승만대통령의 죄과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고 할 것입니다.  

 

10.26사태를 기점으로 하여 들어선 신군부의 집권과 민주화운동을 통하여 문민정부가 들어서는 과정 그리고 정권교체 과정 등 비교적 최근의 일에 대한 기술은 그 양이 많지 않은 것은 아직은 역사가의 시각으로 평가하기에 이른 감이 있다고 본 것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이승만 박정희시대 재평가뿐 아니라 10.26, 5.18 광주참변, 김대중 정부의 독도 근해 한일공동관리수역 결정의 의혹 및 햇볕정책을 위한 불법 돈거래, IMF처리과정, 노무현전대통령의 자살,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언론과의 전쟁 등도 재조명돼야 할 것이라고 못박고 있습니다.  

 

저자가 머리말에서 밝힌 이 책을 쓰게 된 동기에 크게 공감하였다는 말씀을 적습니다. “역사해석은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비판 검증할 수 있는 안목이 전제되어야 한다. 어느 시대나 지향해야 할 새 문화 목표 설정은 역사를 올바르게 해석하고 비판하는 역사인식에 기반하고 있다. 국민 각자가 바른 역사적 신념을 가실 수 있도록 지도층과 지식층이 정치철학과 역사관이 건전해야 한다. (…) 특정 이념과 정치 조직에 복무하는 사람들의 한국현대사 왜곡과 전교조 일부의 역사교육은 사회통합을 해체시키고 미래까지 볼안하게 한다. 피와 땀으로 이룩한 대한민국 체제를 뿌리부터 흔들고 있는 종북자학사관을 한국 학계가 계속 외면할 상황이 아니다.”  

 

저자의 말씀대로 우리 국민 각자가 바른 역사적 신념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바른 역사적 신념은 특정 이념추종자들의 시각에서 정리된 역사서를 편중해 읽어서는 세울 수 없다고 하겠습니다. 본 서는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를 중립적 시각에서 정리하고 있다고 생각되어 일독을 권하고 싶습니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작성된 것입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생각 조종자들 - 당신의 의사결정을 설계하는 위험한 집단
엘리 프레이저 지음, 이현숙.이정태 옮김 / 알키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우리는 도구를 만든다. 그리고 도구가 우리를 만든다.”는 마셜 매클루언의 말은 우리가 만든 도구를 사용하다보면 우리가 진화한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하지만 인간이 만들어낸 도구가 인공지능을 가지게 되면서 도구 스스로가 진화하는 단계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을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생각조종자들>의 저자 엘리 프레이저는 인간이 창조한 인터넷세상이 통제불가능한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그 예로 인터넷에 넘치는 정보를 모두 살펴보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하여 인터넷정보를 개별화하는 방법이 개발된 것입니다. 구굴의 CEO 에릭 슈미트가 “내가 늘 만들고자 했던 것은 내가 뭘 보고 싶어 하는지 예측하는 프로그램”이라는 예언이 현실화되었다는 것인데, 이처럼 정보를 개별화하는 방식은 당신이 실제로 무슨 일을 했는지, 당신과 같은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살펴보고 추론하는 예측엔진은 끊임없이 당신이 누구인지, 이제 무엇을 하려고 하고 또 할 것인지에 대한 이론을 만들어내고 다듬고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우리가 온라인에서 정보와 아이디어를 맞닥뜨리는 방법 자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현상을 저자는 “필터 버블”이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혹시 비누방울 풍선을 아십니까? 어렸을 적에 비눗물을 찍어 숨을 불어넣어 무지개 빛이 영롱한 방울을 만들어내던 기억이 있으실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비눗방울 풍선도 사람이 들어갈 정도로 커다랗게 만들어내기에 이르렀습니다. 저자는 필터 버블이 가져오는 사회적 현상 세 가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첫째, ‘외톨이 현상’입니다. 비눗방울 풍성에 갇힌 것처럼 정보를 공유하던 시대에는 작은 커뮤니티 안에서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되던 것이 개별화된 정보만 추구하는 순간 필터 버블 안에 스스로를 밀어넣게 된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오리무중 헤매기’라고 합니다. 개별화된 정보가 추출되는 과정은 누구도 모르게 이루어다보니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찾아내는 일이 어려운 상황에 돌입하게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셋째는 ‘떠밀리기’인데 오프라인에서는 모든 일을 스스로 선택하게 되는데 반하여 필터버블에서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반대의 증거가 있는데도 우리는 자기가 보는 대로 세상을 믿으려는 경향이 있다.(109쪽)”고 정보분석가 리처드 호이어의 지적이 틀림이 없다는 것을 우리는 2008년 제2차 광우병파동을 통하여 절절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우리가 보고 싶은 것을 보기 위해 기존의 견해를 강화한 것을 믿는 경향을 심리학에서는 ‘확증편향’이라고 합니다. 인간의 이런 특성 때문에 필터 버블로 인하여 야기될 상황은 분명 우려할 만하기에 적절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이 책에 담아내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구굴의 검색 시스템이 정교해지고 지능화되면서 시스템코드를 만들어낸 프로그래머조차도 결과물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수준에 이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시스템 자체는 코드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생명을 가졌다고는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검색엔진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왜 그런지 알지 못하고 결과만을 볼 뿐이라는 것(279쪽)”입니다. 이러한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은 프로그래머의 정신세계가 독특하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프로그래머란 자신이 규칙을 만드는 한편 그것이 어떤 간섭도 없이 운영되기를 바란다. 운영하는 데 관리인이 필요하다면 그건 좋은 프로그램이 아니다. 프로그램은 그대로 두어도 그냥 돌아가야 한다.(227쪽)”는 더글러스 러시코프의 주장을 들으면 프로그램을 짜는 사람들이 때로는 신이 되고 싶은 충동에 빠지는데 프로그램을 통하여 사회를 혁신하려는 야심을 가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요즘 들어 개인정보의 보안이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만,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삶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도처에서 노출되고 있는 것도 현실입니다. 드물지 않게 인터넷을 통하여 개인의 신상털기가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합니다만, 나도 모르는 내 사진이 인터넷에 떠돌아다닐 수 있다는 것은 소름끼치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자는 독재정권은 물론 민주적 정부조차도 국민의 온라인 행동양태를 감시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개별화, 즉 필터 버블로 온라인 세상은 소수의 사람에 의하여 통제되고 있다고 경고하면서 개인과 기업 그리고 정부가 힘을 모아 새로운 방향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주문하고 있습니다. 즉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을 그대로 비추기보다는 우리가 원하는 것들을 선택할 수 있는 인터넷 환경이 지켜져야 할 것입니다. 저자는 개인이 필터 버블에 갇히지 않으려면 새로운 방향으로 관심사를 넓혀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 ‘걸어 다니는 시계’라는 별명을 들은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를 인용해야 하겠습니다. 그는 매일 같은 시각, 같은 길을, 같은 속도로 산책을 하는 습관이 있어 마을사람들은 칸트를 보면 시간을 알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인터넷 세상을 칸트처럼 살게 되면 필터 버블에서 헤어날 수 없게 된다는 것입니다. 습관을 깨뜨리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평소와 다른 길을 걷게 되면 새로운 것들에 눈을 뜨게 되는 것처럼 온라인에서도 새로운 길에 나서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야쿠비얀 빌딩 을유세계문학전집 43
알라 알아스와니 지음, 김능우 옮김 / 을유문화사 / 201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중동에 관해서는 1990년 8월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이 계기가 된 걸프전쟁, 2003년 이라크전쟁 등이 기억나는 정도입니다. 1990년대 초반 미국에서 공부할 때 같은 실험실에 팔레스타인출신 친구가 있어 조금 소개를 받은 적도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수박 겉핥기가 되고 말았던 것은 그들에 관한 이야기를 읽거나 들을 기회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알라 알아스와니의 <야쿠비안 빌딩>을 통하여 근대 이집트 사회의 단면을 요약해서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역자의 해설대로 저자는 야쿠비안 빌딩에 이집트사회의 상층으로부터 하층을 구성하는 다양한 군상들을 담아놓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야쿠비안 빌딩에 살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이들 사이에 혹은 이들이 부딪히는 사람들과의 사이에 벌어지는 관계는 곧 이집트 사회의 단면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으로 보이는데, 어쩌면 그리 멀지 않던 과거의 우리 모습이 아니었던가 싶기도 합니다.

역자가 해제에서 밝혀둔 것처럼 이 소설은 1990년 제1차 걸프전 시기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등장인물들의 개인사를 쫓아 1952년 가말 압델 나세르가 이끈 군사혁명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면서 사회상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서술하고 있습니다. 야쿠비안 빌딩에 거주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과 엮인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갈등이 이야기의 큰 줄기를 이루고 있습니다만, 특히 자키 베 알두수키, 타하 알샤들리, 부사이나 알사이드, 야바스카룬과 말라크 형제 등이 이야기의 흐름을 엮어내고 있습니다.

상류층 사람들은 혁명으로 몰락해가는 과정에 있고, 하층 사람들은 보다 나은 기회를 붙들려 애를 쓰지만 결국은 붙잡을 밧줄은 없더라는 절망감에 대부분 희망을 포기한 삶에 머물기 마련입니다만, 그래도 곪아가는 곳에는 과감하게 메스를 넣어 도려내야 한다는 깨어있는 젊은이들도 있기 마련입니다. 우리가 그랬듯이....

당연히 이런 젊은이들이 변화를 요구하는 궁극적인 타겟은 부패한 상층부가 되어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처한 상황이 여의치않았던지 1991년 이라크를 타격한 미국의 개입을 비난하면서 지하드를 외치는 모습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형제여러분, 오늘 우리는 형제국 이라크의 무슬림들이 죽임을 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모였습니다. (…) 우리가 지금 말하고 있는 동안에도 불신자들의 미사일은 형제국 이라크를 파괴하고 있습니다. (…) 형제여러분, 지금 매 순간 수천명의 이라크 무슬림들이 미국의 폭탄에 살점이 뜯어져 나간 채 순교하고 있습니다. 우리 통치자들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명령에 순종했을 때 이미 비극은 일어났습니다. 무슬림 군대가 팔레스타인을 유린하고 알아크사원을 더럽힌 시온주의자들에게 무기를 겨누는 대신, 우리 통치자들은 이집트 군인들에게 이라크의 무슬림 형제들을 죽이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208쪽)“ 하지만 이들이 지하드를 통하여 지켜야 한다는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단지 이슬람의 불신자일 따름이라고 의미를 축소하고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하여 이라크에 통합한 행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 것을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자가 진심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나라가 몰락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부재하기 때문이야. 만약 진정한 민주주의 정권이 들어선다면 이집트는 강국이 될거야. 이집트이 폐해는 독재 정부야. 독재는 결국 가난과 부패 그리고 모든 분야의 실패로 끝나게 되어 있어.(290쪽)”라고 자키 베가 부사이나에게 하는 이야기에 담겨있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동시에 정작 민주주의를 꽃 피우기 위해서는 민초들의 결집된 힘이 바탕이 되어야 함에도 그렇지 못한 현실을 안타까워 하는 저자의 마음을 부사이나의 대답에 담아둔 것으로 보여집니다. “거창한 말이네요. 전 제 분수에 맞는 꿈을 꿔요. 가족과 함께 편안하게 살고 싶어요. 남편이 저와 아이들을 사랑하고, 제가 아이들을 돌보는 거요. 옥탑이 아닌 작고 예쁜 안락한 집에서요.(290쪽)”

한편 자키 베와 누이 다울라트의 다툼을 그리는 과정에서 나이든 형제 사이에 일어날 수도 있는 갈등에 대하여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두 노인 사이에는 노년과 더불어 생기는 짜증과 인내심 부족, 외고집이 있고, 게다가 두 사람이 필요 이상으로 서로 가까이 있는 데서 늘 생겨나는 긴장감이 있게 마련이었다.(104쪽)”

독특한 아랍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아쉬웠던 것은 이집트 문화에 관한 용어가 후주로 처리되어 있어 쉽게 눈에 띄지 않아 놓칠 수 있다는 말씀과 뒤쪽에 있는 후주를 먼저 읽으신 다음에 본문을 읽으시는 것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이 속고 있는 28가지 재테크의 비밀 - 현 자산관리사가 폭로하는 금융사의 실체와 진짜 부자 되는 법
박창모 지음 / 알키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학교를 졸업하고서부터 잠깐 쉰 기간을 제외하고는 유리알지갑이라는 봉급생활자로 지금까지는 별 탈없이 지내왔습니다만, 현금자산에 대한 금리가 많지 않은 세상이 되다 보니 아무래도 무언가 해봐야 하는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게 됩니다. 하지만 재태크에 나섰다가 오히려 손해를 보았다는 사람들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듣다보니 망설여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얼마 전에 읽었던 재무설계사 여러분들의 조언을 담았던 <내 월급은 정년이 없다>에서 우리가 제태크 비법이라고 알고 있던 것들에 숨겨진 사실을 조금 엿볼 수 있었지만, 막상 재무설계사의 조언을 받는 것이 좋다는 제안이 망설여졌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동안 받은 봉급을 쪼개고 나누어 살림도 하고 저축도 해온 아내 덕분에 지금에 이른 것이기 때문에 재태크라고 할 것까지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박창모님의 <당신이 속고 있는 28가지 재테크의 비밀>은 적지 않게 충격이었습니다.

저자는 인터넷 포털에 자산관리에 대한 노하우를 나누는 카페를 개설하여 운영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의 금융지식의 수준이 생각보다 낮고 이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조차 핵심을 간과하고 곁가지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6쪽)”고 합니다. 인터넷에서 혹은 금융기관에서 내놓는 재태크에 관한 비법들은 대체적으로 믿을만한 것이 못된다고 단언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재테크에 나서기에 앞서 가장 먼저 챙겨야할 점은 바로 “사람을 이해하는 것, 즉 나를 이해하는 것이다.(8쪽)”고 정리하고 있습니다. 지출을 최대한 줄이는 생활을 몸에 익히고 자금이 필요한 경우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 등은 본인의 생각이 어떠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저자가 재태크와 관련하여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의 속내를 설명하기 위한 사례로 등장시키고 있는 두꺼비와 거북이, 청개구리라는 이름의 회사원들의 생활방식을 보면 저자가 무슨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하려는지 감을 잡을 수 있게 됩니다.

저자는 특히 무료로 재무설계를 해준다는 사람을 믿지 말라고 단언하고 있습니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에 있는 것이냐는 것입니다. 공짜를 밝히다보면 소금물을 들이켜는 경우를 누구나 한번쯤은 당해보았을 것 같습니다. 무료로 재무설계를 하는 과정에서 특정 상품을 추천하는 경우가 다반사이고 이런 상품일수록 가입자가 손해를 많이 보게되는 것들이라는 점을 저자는 구체적인 수치를 근거로 확인시켜주고 있습니다.

“금융기관에서 심어준 고수익에 대한 환상으로 수익률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 운이 따라야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더 이상 막연한 것에 기대를 걸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자산관리는 거북이처럼 하자. 거북이처럼 천천히 한 걸음씩 서두르지 말고 차근차근 그리고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준다. 고수익만 좇는 사람은 시간이 흐를수록 합리적인 소비습관과 잘 짜인 현금흐름으로 열심히 저축하는 사람을 당해낼 수 없다.(11쪽)”는 저자가 머리말에서 요약하고 있는 조언이 틀림없는 사실이한 생각이 듭니다. 저자가 파헤치는 제태크 비법들의 허실을 참고해서 제 자산관리에 혹시 문제점은 없는지 진단하고, 저자가 제안하는 해결방안을 적용하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특히 보험상품은 꼼꼼히 다시 검토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포털에서 쌓은 내공 탓인지 글흐름이 읽기에 참 편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처럼 은퇴가 멀지 않은 사람들도 참고할 점들이 많다는 생각을 합니다만, 특히 이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젊은이들이 읽어 자산관리에 대한 구체적인 개념을 바로 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되는 책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