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사라지지 않는 여름 1~2 - 전2권
에밀리 M. 댄포스 지음, 송섬별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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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여자친구와 은밀하면서도 금지된 장난을 하며 설렘과 장난기 가득했던 날, 마치 그런 그녀를 벌주기라도 하듯 부모님이 사고로 돌아가셨다는 부고를 듣게 되는 소녀 캐머런

갓 10대에 접어든 캠에게 어릴 적부터 친구였던 아이린과 우연인 듯 장난처럼 한 키스는 그녀 내부에 강렬한 인상을 남기게 되고 둘은 서로에게서 이제까지와 다른 강력한 성적 끌림을 느낀다.

그리고 자신들이 하는 일이 정확히 뭔지를 인지하지 못한 채 마치 아이들의 장난처럼 서로의 육체에 조금씩 가까워지는 과정을 하기도 전에 이런 끌림을 벌주듯 부모님이 돌아가시면서 스스로를 혐오하게 되고 강한 죄의식을 가지면서 스스로를 벌하듯이 아이린을 멀리하게 되지만 여자에게 끌리는 자신을 스스로도 어찌할 수 없다.

자신이 보통의 여자아이들처럼 또래의 남자아이 가 아닌 같은 여자에게 끌리고 의식한다는 걸 자각하는 순간 캠은 스스로를 부정하고 혐오하듯 외면하고 싶어 하지만 한번 깨달은 것은 되돌릴 수 없다.

자신의 안에 감춰진 성적 정체성을 고민하고 힘들어하다 결국은 받아들이게 되는 한 소녀의 성장기를 다루고 있는 사라지지 않는 여름은 캠이라는 소녀가 어느 날 문득 깨달은 자신의 성 정체성으로 인해 겪게 되는 내적 갈등과 혼란을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한참 성에 대해 자각하고 의식하기 시작하는 10대 소녀가 주변의 친구들과 달리 자신이 여자친구에게 끌린다는 걸 깨닫게 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그런 성적 취향을 들키지 않기 위해 숨기고 스스로를 부정하다 끝내는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과정이 설득력 있게 그려지고 있다.

스스로는 깨닫지 못하지만 본능적으로 자신의 성적 취향을 다른 사람에게 들켜서는 안된다는 걸 느낀 어린 소녀 캠이 부모의 사고 소식을 들으면서도 슬픔보다 먼저 찾아온 건 부모님에게 자신의 비밀을 더 이상 숨기지 않아도 된다는 강렬한 안도감이었다는 걸 보면 그녀가 가진 비밀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웠는지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지금은 어느 정도 다른 사람의 성적 취향을 인정해주고 있지만 소설의 배경인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 초만 해도 성적 소수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차가울 수밖에 없고 그런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드러내지 않고 음지에서 내적 갈등과 정체성으로 인한 혼란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았던 만큼 지지해주는 부모도 곁에 없고 신앙으로 무장한 채 성소수자를 질병이나 전염 병자처럼 바라보는 가족이 미성년자인 자신을 대리할 수밖에 없는 캠의 처지는 훨씬 더 열악하다 할 수 있었다.

누구에게도 인정받을 수 없고 심지어 가족에게서조차 말하지 못하는 성 정체성으로 여전히 혼란스러워하는 가운데 소꿉동무 아이린 이후 처음으로 강렬한 떨림을 느꼈던 상대였던 콜리에게 피하고 피하다 더 이상 피할 수 없어 조심스레 다가가 걷잡을 수없이 빠져드는 자신의 모습을 두려워하며... 결국은 파국을 맞게 될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스스로는 어찌할 수 없는 캠의 불안함이 조금은 이해되는 부분이다.

1편이 캠이 스스로의 성 정체성을 깨닫고 그걸 인정하기까지 느낀 불안과 공포 그리고 혼란을 그리고 있다면 2편에서는 그런 스스로의 모습에서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이 그려져있는데 당시의 시대적 배경덕분인지 혹독하기가 그지없다.

스스로를 부정하는 것을 넘어서 자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까지의 과정이 지난하게 그려져 있는 사라지지 않는 여름은 성정체성이라는 소재를 빼고 보면 사춘기 소녀의 성장소설이라고 봐도 무방할지 모르겠다.

자신을 둘러싼 편견과 혐오의 벽을 깨고 스스로를 찾아가는 소녀 캠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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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씨들 (영화 공식 원작 소설·오리지널 커버)
루이자 메이 올콧 지음, 강미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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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재밌게 읽었던 책 중 하나가 바로 작은 아씨들이다.

나중에 성인이 되고서야 그때 읽은 책이 완전판이 아니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1부까지 스토리를 편집한 편집본의 일종이란 걸 알았지만...

그래도 어린 마음에 가난한데도 불구하고 4명의 소녀들이 각자 개성이 있으면서도 착한 마음씨를 가졌고 그 소녀들의 꿈과 희망이야기를 아주 재밌게 읽고 좋아했던 기억은 남아있었다.

요즘 그 작은 아씨들이 영화개봉에 맞춰 다양한 출판사에서 새롭게 출간되고 있는듯하다.

그중에서도 RHK에서 나온 작은 아씨들의 책이 영화의 공식 원작 소설이어서인지 번역도 마음에 들었고 책 중간중간 영화 스틸컷이 들어있다는 점도 이 책이 마음에 든 점 중 하나다.

1부는 어릴 적에 봐왔던 그 스토리 그대로 가난하지만 화목하고 행복한 마치 가의 4명의 딸 메그, 조, 베스, 에이미 각자의 인물의 성격에 대해 알 수 있는 에피소드 위주의 이야기와 이 네 명의 소녀들 인생에 있어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는 로런스가의 소년 로리와의 만남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면 2부에서는 성인이 된 아가씨들의 인생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메그와 베스에 대한 이야기보다 조와 로리 그리고 막내 에이미가 얽힌 이야기에 더 많은 중점을 둔 듯한 2부는 1부가 이 소녀들의 어릴 적을 다루다 보니 대체적으로 꿈과 희망에 부풀었던 부분을 강조하고 있어 밝고 경쾌하게 느껴진다고 한다면 2부에서는 소녀들이 성장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배우고 겪게 되는 인생의 좌절이나 아픔, 역경들도 담고 있어 1부처럼 가볍고 경쾌하지만은 않다.

로리와 조가 겪는 첫사랑의 아픔과 고민은 요즘의 사춘기 소년소녀들이 겪는 성장통과 다른 듯 비슷하다.

지금 하고 있는 이 사랑만이 유일한 사랑이라 믿기에 자신의 사랑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걸 견디기 힘들어하고 자신만 이런 아픔을 겪는다 생각해서 주변 사람들의 아픔이나 고민에 눈 돌릴 여유가 없다.

남들과 똑같이 자신의 미래와 장래에 대해 고민하고 사랑 때문에 속앓이도 하며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아픔도 겪지만 마치가의 소녀들은 믿음이 굳건한 부모의 헌신과 애정 어린 보살핌 아래 묵묵히 아픔을 견뎌내고 이겨내서 또 한 번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요즘의 시선으로 본다면 소녀들이 부모를 대하는 맹목적인 태도나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인정하고 여자가 할 일과 남자의 할 일을 구분 짓고 또 그걸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모습 같은 건 읽기에 불편하지만 당시에는 이런 사고가 당연했으며 여자의 신분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딱히 없었다는 걸 감안하고 본다면 고전을 읽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을듯하다.

그런 시대임에도 역시 가장 두드러지는 인물은 조 가 아닐까 싶다.

메그나 베스 그리고 에이미 같은 캐릭터는 착하고 이쁘긴 하지만 부모에게 순종하고 남편에게 복종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그 시대의 흔한 여성부류인데 반해 조는 어릴 적부터 여자들과 노는 것보다 남자애들과 노는 것이 더 즐겁고 잠시도 가만있지 못할 뿐 아니라 결혼해서 남자에게 종속된다는 건 생각조차 하기 싫어하는 특이한 인물이다.

그래서 다른 어른들의 인정을 받기가 쉽지 않고 고집쟁이에다 반항적인 인물로 비쳐지기 쉽지만 조는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자신을 헌신할 줄 알고 사랑과 우정을 착각하지 않을 정도로 똑똑하기도 하다.

또, 조는 작가가 꿈꾸던 삶을 대리했던 인물인 만큼 가장 입체적이고 활동적이어서 튀는 인물이기도 한데 거칠 것 없는 성격이나 원하는 걸 얻기 위해 그녀가 취하는 행동은 요즘을 살아가는 커리어 우먼의 모습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자기주장이 강하고 진보적인 캐릭터인 것에 반해 작가가 쓴 말처럼 그런 조를 평범한 여성처럼 끌고 간 부분은 살짝 아쉽기는 했다.

당시 시대적 배경의 영향에다 아이들과 가족 모두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아빠가 목사라는 특성상 종교적인 색채가 강하고 교훈적인 분위기가 강한 책이지만 그럼에도 특히 엄마의 말을 통해 아이들에게 하는 이야기 중에는 인생을 살면서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가 많았다.

다시 읽어보는 작은 아씨들은 어릴 때 읽었던 느낌만큼 감회가 새로워서 좋았고 그래서 영화에는 어떻게 표현했을지에 대한 궁금증도 높여주고 있다.

좋은 책은 언제 읽어도 좋다는 걸 새삼 깨닫게 해 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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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작은 도시의 유쾌한 촌극
스티븐 리콕 지음, 허윤정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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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마리포사라는 작은 도시

서로가 서로를 아는 이곳의 주민은 자신들은 모르지만 제3자의 눈으로 보면 다소 특이하다.

큰 도시에서 오가는 열차 안에서도 마리포사주민은 특별한데 남들보다 튀는 복장을 하고 있거나 잘 차려입었는데도 불구하고 어딘지 핀트가 안 맞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은 여지없이 마리포사주민이라고 보면 된다.

정치적 성향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주민들 모두... 대부분이 아니라 모두 보수당을 지지하면서 자유당을 지지하는 등 둘 다 지지하고 있다.

마리포사 주민들의 이런 성향은 주민들 모두가 주 전체에 있는 모임에 전부 가입하고 있는 걸 보면 알 수 있는데 어느 누구도 소외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런 마을에 스미스 씨가 돌아와 호텔을 매입해 자신의 이름을 딴 호텔을 경영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되는데 스미스라는 이 양반이 다소 이채롭다.

탁월한 경영수완을 발휘해 호텔의 바를 성공적으로 이끌지만 한순간의 실수로 영업이 정지당할 위기에 처하자 그가 해결하는 방법을 보면 그가 얼마나 마리포사주민들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일단 비싼 임금을 줘서라도 호텔 바 근처에 후다닥 카페를 만들어 프랑스 요리사를 데려와 주민들에게 엄청난 미식 요리를 선보이는가 하면 굳이 불어를 사용해 좀 더 그럴싸한 분위기를 만든다.

게다가 이들에게 선보이는 요리는 최상의 재료를 써서 원가에도 못 미치는 값에 팔고 지하에는 호프를 열어 남자들의 아지트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당연히 이곳의 음식과 분위기에 매료된 주민들의 청원이 이어지고 당연하게도 절대적으로 자기중심적인 판사와 위원들 역시 이곳을 좋아하게 되면서 영업정지는 날아가게 되는 데 이후 그가 취한 조치 즉,알지 못하는 이유로 프랑스 요리사가 떠나면서 카페와 호프의 음식들은 호텔에서 원래 팔던 음식으로 슬슬 돌아오지만 주민들은 불만을 느끼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의 탁월함이 입증된다.큰 손해없이 원하는 바를 얻은 것이다.

더욱 흥미로운 건 이 스미스가 글을 읽지 못하면서도 순간순간 엄청난 통찰력을 보인다는 것인데 그가 마을의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좌초되는 배 안에서 당황하는 순간에 보이는 활약은 그의 이런 면모를 제대로 보여준다.

그런 그가 마을의 총선에 노동당의 대표로 나서서 상대방인 자유당의 오랜 정치 노장 백쇼를 상대로 승리로 이끌어가는 과정도 아주 흥미롭다.

그가 백쇼의 날카로운 정치공세와 질문에 답하는 태도는 그야말로 논점도 없고 제멋대로인데도 그는 인기를 끌고 투표 당일 생각지도 못한 방법을 통해 승리로 이끄는 장면은 황당해 유쾌하기까지 하다.

주민 개개인들의 개성도 흥미로운데 이발사인 소프가 한순간에 엄청난 돈을 벌어들인 과정은 그야말로 드라마틱 한 데 더 극적인 건 그가 순식간에 그 돈을 다 잃어버린 과정이다.

그가 투자한 곳에다 돈을 투자하기 위해 마리포사 주민들 사이에서 일대 광풍이 분 것은 어쩌면 당연하지만 순식간에 거품이 빠져 버린 후에도 사람들은 별다른 원망을 하지도 심정적으로 큰 타격을 받지도 않는다.

마치 원래 그럴 줄 알았던 것처럼...

은행원인 펍킨이 한눈에 사랑에 빠진 제나를 얻기 위해 벌이는 소동도 재밌긴 마찬가지다.

제나의 아버지 페퍼리판사가 이 들 사이를 반대하는데 그 이유가 펍킨이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하다는 것인데 재밌는 것은 펍킨의 집안이 대대로 부유한 집안이라는 것이다.

이 순진하고 다소 꽉 막힌 청년은 집안이 부유하다는 걸 부끄럽게 여겨 한 번도 이런 내색을 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제나가 말한 걸 그대로 믿은 결과 그녀의 이상형에 맞추기 위해서 이런 결과를 맞았다는 걸 끝까지 혼자만 모른다.

책 전체가 이렇게 유쾌하면서 그 속에 풍자가 들어있다.

에피소드들만다 마리포사에서 벌어진 웃기는 하나의 촌극같은데 들여다보면 나쁜 놈은 없지만 전체를 보지 못해 작은 것에 일희일비하고 정치에 관심은 있다고 하면서도 정작 정치공약은 들여다보기를 귀찮아하고 자신의 생각은 없이 그저 남들이 하는 대로 무작정 따라 하면서도 욕심은 많은...한없이 가벼운 사고를 가진 현대인들의 자화상을 보는 것 같았다.

부담없이 유쾌하게 읽다보면 재치와 풍자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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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 댄서
조조 모예스 지음, 이정민 옮김 / 살림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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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이를 키우다 보면 느끼는 것이 내 자식이라 할지라도 10대 사춘기 때 아이들은 이해하기도 쉽지 않고 무작정 사랑하기도 쉽지 않다.

그 시기의 아이들은 마치 이제까지 내가 알던 아이가 아닌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감정 변화가 심하고 무슨 불만이 그렇게 많은지 늘 불만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어 지켜보는 사람을 불편하게 한다.

심지어 아이를 키운 적이 있는 나 같은 경우도 그런데 자신의 아이를 낳아서 키워본 적이 없는 사람이 십 대의 아이를 키운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는 아이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다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 나오는 너태샤가 갈 곳 없는 10대 소녀 사라를 아무런 사심이나 보상 없이 맡겠다고 한 것이 얼마나 큰일인지 안다.

 


 

 


여전히 남편을 사랑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지 못한 너태샤는 별거 중이던 남편 맥이 이혼을 위해 다시 집으로 돌아온 것도 그리고 그 남편이 평소처럼 깊은 생각이 나 고민 없이 갈 곳 없는 사라를 동정심만으로 덜컥 맡겠다고 한 것도 받아들이고 그런 이후로 사라 역시 자신의 책임하에 두고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고자 할 정도로 책임감이 강한 여성이다.

단지 그녀는 사람들을 사귀는 게 쉽지 않고 친근감 있게 다가가는 것이 서툰 사람일 뿐이지만 그녀의 직업이 변호사라는 것도 그녀를 차갑고 이성적이며 냉소적으로 보게 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같은 입장이지만 남자인 맥은 너태샤가 느끼는 감정을 이해하지도 이해할 생각도 없는 것처럼 보여 책을 읽으면서 그에게 화가 났었다. 그는 너태샤를 똑똑하지만 차갑고 너무 냉정하다 생각한다.

매력적인 외모의 소유자이고 누구에게나 친근감 있게 다가가는 남자인 맥은 특히 여자들에게 인기가 있어 어디를 가나 여자들로부터 호의를 받는 것이 당연하고 그런 자신의 매력을 십분 발휘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서로 극과 극인 두 사람이 결국은 잘 되지 못하리라는 건 어느 정도 예상되는 바이지만 두 사람의 결별이 너태사에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에 비해 맥은 큰 영향 없이 여전히 자신의 세계에서 잘 살고 있고 연애 문제도 순탄하게 잘나가는 듯 보여 책을 읽으면서 내내 너태샤에게 감정이입이 되어 맥이 얄밉게 느껴졌다.

이렇게 더 이상 어찌해볼 수 없는 두 사람에게 고집 세고 자신의 주장이 뚜렷하면서 내성적인 십 대 소녀 사라가 섞여 들어온다.

그 부부의 눈에 사라는 분명 문제가 있지만 그 문제를 말하고 싶어 하지도 않고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쉽지 않은 아이였지만 더 이상 자신들을 필요로 하지 않는 아이를 포기하고 싶어 하는 너태샤에 비해 맥은 끝까지 책임지고 싶어하지만 그런 결심과 별개로 문제가 생기면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대부분 너태샤인데 그녀의 태도 문제 때문인지 사라는 그런 그녀에게 고마움을 느끼지도 마음을 열지도 않아 더 큰 문제를 야기한다.

이 책은 그렇게 어느 순간 서로에 대한 애정을 놓치고 길을 잃어버린 부부와 그 부부 사이에서 여러 문제로 더 큰 문제를 일으키면서도 자신의 세계에 빠져 위태로운 십 대 소녀의 방황기가 담겨있다.

자신만의 세계가 뚜렷한 사라는 솔직히 사랑하기가 쉽지 않은 성향을 가지고 있지만 그런 그녀라 할지라도 자신의 말인 부에게 가지는 애정만은 진짜여서 부를 지키기 위해 그 아이가 하는 노력은 애처로울 정도다.

십 대 사춘기 아이들의 특성대로 문제가 있어도 혼자서만 고민하고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스스로는 모르지만 지켜보는 사람은 위태로울 수도 있는 선택을 해서 책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아슬아슬함을 느끼게 하는데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로부터 말 타는 법을 배우던 사라에겐 할아버지와 말만의 세상의 전부였기에 느닷없이 자신의 세계가 무너지는 걸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는 걸 생각하면 그녀의 선택을 이해 못 할 것도 아니다.

책 속에는 사라가 자신의 말인 부에게 느끼는 절대적인 애정과 더불어 소녀가 가지고 있는 재능 역시 잘 표현하고 있는데 아이가 말과 교감하는 장면들은 감동적으로 느껴진다.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해 달아난 소녀와 그 소녀의 뒤를 쫓아가면서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본 너태샤,그리고 늘 가볍고 깊은 고민은 하지 않았던 맥이 한 아이를 맡으면서 책임감을 배워가는 모습을 특유의 서정적인 표현으로 그려낸 조조 모예스의 호스 댄서는 사랑에 서툰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서로 같은 마음이면서 다른 방향을 보는 세 사람이 과연 어떻게 될지 전작처럼 안타까운 결말을 맞는 건 아닐지 끝까지 긴장하며 본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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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지 않는 여름 2
에밀리 M. 댄포스 지음, 송섬별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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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대 때 갑자기 찾아온 성 정체성의 혼란을 그리고 있는 사라지지 않는 여름은 선댄스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은 캐머런 포스트의 잘못된 교육의 원작 소설이다.

1편에서는 캐머런이라는 소녀가 자신의 성 정체성의 혼란으로 괴로워하고 느닷없는 부모의 죽음에 대해 죄의식을 느끼며 괴로워하다 원치 않게 자신의 성적 취향을 들켜버린 상황을 그리고 있다면 이번 2편에서는 왜 소설의 원제가 캐머런 포스트의 잘못된 교육인가 하는 의문을 풀어준다고 할 수 있다.

지금도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좋다고 할 수 없겠지만 캐머런이 십 대를 지냈을 무렵인 1980~90년대에는 사회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시선이 가득했는데 특히 종교계에서부터 이런 성향이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나쁜 물이 든 것처럼 혹은 정신병의 일종으로 보는 시선이 일반적이었고 고칠 수 있는 질병처럼 여겼었기에 캠의 보호자인 이모가 자신이 믿고 따르는 종교시설에 조카를 의탁한 것도 그녀의 입장에서는 최선을 다한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나 한창 예민한 10대인 캠의 입장에서는 안 그래도 남과 다른 자신 때문에 혼란스러운데 여기에 자유를 속박당하고 감시하에 있게 된 처지를 좋아할 수 없는 건 당연한 일

게다가 캐머런이 들어간 하나님의 약속이라는 곳에서는 그녀와 같거나 비슷한 이유로 부모로부터 맡겨진 아이들을 위한 교정 시설 같은 곳으로 그곳에서 하는 교육이란 게 종교와 성경을 힘을 빌려 아이들이 스스로가 정상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하는... 스스로의 존재를 부정함으로써 예전의 동성매력장애로부터 새롭게 태어나 사회로 복귀할 수 있다고 하는 걸 교육철학으로 삼고 있다.

자신의 물건을 소유하지 못하고 개인적인 공간조차 감시하에서 늘 면담이라는 걸 통해 주입식으로 그들이 정상이 아니라 잘못되었다는 걸 마치 세뇌시키듯 하는 릭 목사와 리디아

그들은 자신들에게 자신들의 아이를 믿고 맡긴 부모를 대신해 그들을 올바른 길로 선도하고 있다는 굳건한 믿음을 가지고 아이들을 대하지만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다는 마음과 스스로를 어찌할 수 없는 마음 사이에서 더욱 혼란과 좌절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런 혼란을 마치 방관자처럼 한발 떨어져 지켜보던 캐머런은 하나님의 약속에서 하는 교육이란 게 그저 심리학에다 유사과학을 접목해서 과거를 부정하도록 할 뿐 아니라 그들 스스로도 확신이 없다는 걸 하나의 사건을 통해 깨달으면서 탈출을 결심한다.

그곳에서의 탈출은 단순히 자유를 억압받는 곳에서의 탈출이 아닌 스스로를 속박하던 죄의식과 정체성을 부정하는 과거로부터의 탈출이었으며 본인의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는 것이었다.

캠이 겪는 성 정체성의 자각 그리고 이로부터 오는 혼란과 죄의식을 벗고 스스로를 인정하는 과정이 치열하게 그려진 사라지지 않는 여름은 소설로도 좋았지만 영화적 소재로도 상당히 흥미로웠을듯하다.

영화에서는 혼란스러워하는 캠의 내면을 어떻게 표현했을지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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