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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씨들 (영화 공식 원작 소설·오리지널 커버)
루이자 메이 올콧 지음, 강미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2월
평점 :
어릴 적 재밌게 읽었던 책 중 하나가 바로 작은 아씨들이다.
나중에 성인이 되고서야 그때 읽은 책이 완전판이 아니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1부까지 스토리를 편집한 편집본의 일종이란 걸 알았지만...
그래도 어린 마음에 가난한데도 불구하고 4명의 소녀들이 각자 개성이 있으면서도 착한 마음씨를 가졌고 그 소녀들의 꿈과 희망이야기를 아주 재밌게 읽고 좋아했던 기억은 남아있었다.
요즘 그 작은 아씨들이 영화개봉에 맞춰 다양한 출판사에서 새롭게 출간되고 있는듯하다.
그중에서도 RHK에서 나온 작은 아씨들의 책이 영화의 공식 원작 소설이어서인지 번역도 마음에 들었고 책 중간중간 영화 스틸컷이 들어있다는 점도 이 책이 마음에 든 점 중 하나다.
1부는 어릴 적에 봐왔던 그 스토리 그대로 가난하지만 화목하고 행복한 마치 가의 4명의 딸 메그, 조, 베스, 에이미 각자의 인물의 성격에 대해 알 수 있는 에피소드 위주의 이야기와 이 네 명의 소녀들 인생에 있어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는 로런스가의 소년 로리와의 만남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면 2부에서는 성인이 된 아가씨들의 인생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메그와 베스에 대한 이야기보다 조와 로리 그리고 막내 에이미가 얽힌 이야기에 더 많은 중점을 둔 듯한 2부는 1부가 이 소녀들의 어릴 적을 다루다 보니 대체적으로 꿈과 희망에 부풀었던 부분을 강조하고 있어 밝고 경쾌하게 느껴진다고 한다면 2부에서는 소녀들이 성장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배우고 겪게 되는 인생의 좌절이나 아픔, 역경들도 담고 있어 1부처럼 가볍고 경쾌하지만은 않다.
로리와 조가 겪는 첫사랑의 아픔과 고민은 요즘의 사춘기 소년소녀들이 겪는 성장통과 다른 듯 비슷하다.
지금 하고 있는 이 사랑만이 유일한 사랑이라 믿기에 자신의 사랑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걸 견디기 힘들어하고 자신만 이런 아픔을 겪는다 생각해서 주변 사람들의 아픔이나 고민에 눈 돌릴 여유가 없다.
남들과 똑같이 자신의 미래와 장래에 대해 고민하고 사랑 때문에 속앓이도 하며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아픔도 겪지만 마치가의 소녀들은 믿음이 굳건한 부모의 헌신과 애정 어린 보살핌 아래 묵묵히 아픔을 견뎌내고 이겨내서 또 한 번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요즘의 시선으로 본다면 소녀들이 부모를 대하는 맹목적인 태도나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인정하고 여자가 할 일과 남자의 할 일을 구분 짓고 또 그걸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모습 같은 건 읽기에 불편하지만 당시에는 이런 사고가 당연했으며 여자의 신분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딱히 없었다는 걸 감안하고 본다면 고전을 읽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을듯하다.
그런 시대임에도 역시 가장 두드러지는 인물은 조 가 아닐까 싶다.
메그나 베스 그리고 에이미 같은 캐릭터는 착하고 이쁘긴 하지만 부모에게 순종하고 남편에게 복종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그 시대의 흔한 여성부류인데 반해 조는 어릴 적부터 여자들과 노는 것보다 남자애들과 노는 것이 더 즐겁고 잠시도 가만있지 못할 뿐 아니라 결혼해서 남자에게 종속된다는 건 생각조차 하기 싫어하는 특이한 인물이다.
그래서 다른 어른들의 인정을 받기가 쉽지 않고 고집쟁이에다 반항적인 인물로 비쳐지기 쉽지만 조는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자신을 헌신할 줄 알고 사랑과 우정을 착각하지 않을 정도로 똑똑하기도 하다.
또, 조는 작가가 꿈꾸던 삶을 대리했던 인물인 만큼 가장 입체적이고 활동적이어서 튀는 인물이기도 한데 거칠 것 없는 성격이나 원하는 걸 얻기 위해 그녀가 취하는 행동은 요즘을 살아가는 커리어 우먼의 모습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자기주장이 강하고 진보적인 캐릭터인 것에 반해 작가가 쓴 말처럼 그런 조를 평범한 여성처럼 끌고 간 부분은 살짝 아쉽기는 했다.
당시 시대적 배경의 영향에다 아이들과 가족 모두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아빠가 목사라는 특성상 종교적인 색채가 강하고 교훈적인 분위기가 강한 책이지만 그럼에도 특히 엄마의 말을 통해 아이들에게 하는 이야기 중에는 인생을 살면서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가 많았다.
다시 읽어보는 작은 아씨들은 어릴 때 읽었던 느낌만큼 감회가 새로워서 좋았고 그래서 영화에는 어떻게 표현했을지에 대한 궁금증도 높여주고 있다.
좋은 책은 언제 읽어도 좋다는 걸 새삼 깨닫게 해 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