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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 ㅣ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조지 오웰 지음, 김욱동 옮김 / 비채 / 2013년 5월
평점 :
너무나 유명해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동물농장은 어릴 적 읽어보고 이번에 다시 읽어봤는데 나이를 먹어서인지 그때 읽었을 때와는 느낌이 조금 달랐다.
어릴때는 그냥 그렇구나 하고 읽고 넘어간 부분...갓낳은 개들과 동물들을 외부의 접촉을 금지하고 자신이 키우는 별다를 것 없는 것처럼 보이는 장면이 뒤에 가서 그 개들을 자신의 권력탈취를 위해 앞세우고 다른 동물들을 위협하도록 하는 장면을 통해 맹목적으로 자신에게 충성하게 하도록 세뇌하는 가장 무서운 방법을 알 수 있었다.
다른 동물들과 접촉할 수 없었던 개들에게는 나폴레온이 전부일 수밖에 없었고 그의 말을 무조건 믿고 따를 수밖에 없었는데 왜 일제시대 때 일본인들이 그렇게나 집요하게 학교에서 우리말과 글을 쓰지 못하게 하고 일본 말을 사용하게 했는지... 제대로 된 정체성과 가치관이 확립되지 않은 어린 학생들을 세뇌하고자 했던 일본인들의 치밀한 교활함에 새삼 화가 났었다.
1945년 출간된 이후로 단 한 번도 절판된 적이 없었다는 소개 글이 납득이 갈 만한 책이었지만 당시에는 출간하는 것에 상당히 어려움을 겪었다는 건 의외였는데 시대적 배경을 알면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2차 대전이 소련의 도움으로 연합군의 승리를 얻은 덕분에 당시 시대적 분위기가 소련에 상당히 호의적이었던 것이 이 책의 출판에 걸림돌이 된 것인데 동물농장이 겉으로는 동물들이 인간을 몰아내고 농장을 차지해서 스스로 그 농장을 이끌어가는 과정을 이야기하지만 누가 봐도 그 안에 담긴 내용은 소련의 스탈린과 공산주의를 비판하는 내용이었기에 출판사들 스스로 혹은 정부의 압력이 있었던 탓이다.
따지고 보면 누가 그렇게 하라고 말하지 않았음에도 출판사 자체적으로 검열을 했다는 것인데 잘못을 알면서도 말하지 않는 침묵하는 지성인들의 비겁함을 보여주는 결과라 할 수 있겠다.
사회주의자인 조지 오웰은 스페인 내전에 직접 참여했던 경험이 있어 소련의 스탈린주의와 파시즘의 민낯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기에 레닌을 비롯해 마르크스 등 공산주의들이 주장하는 이론 즉 계급 없는 사회란 그저 허울뿐인 허상임을 알고 있었고 그런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한 수단으로 쓴 글이 바로 동물농장이었다.
존스 씨가 운영하던 장원 농장의 동물들 중 많은 동물들로부터 신망을 얻고 있었던 메이저 영감이 꾼 꿈에서부터 시작된 인간들에게 착취당하지 않는 동물들만의 세상은 이윽고 꿈이 아닌 현실이 되어 존스 씨를 몰아내었고 그들이 장원을 차지할 때는 분명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어디든 그런 무리를 이끌어 나아가고자 할 방향을 제시하는 리더가 있기 마련인데 젊은 돼지 나폴레온과 스노볼이 그 역할을 맡게 되지만 동물들에게 존스 씨가 먼저 떠난 것은 불운의 시작이 아니었을까
서로 성향과 목적이 다른 스노볼과 나폴레온은 늘 안건을 두고 대립하기 일쑤인데 끊임없이 동료인 동물들을 독려하고 격려하며 앞을 보고 달려가는 스노볼에 비해 나폴레온은 뒤에서 뭔가를 조직하고 자신만의 패거리를 만들어 호시탐탐 스노볼의 내쫓을 궁리를 하고 있었다는 것이 드러났을 땐 이미 장원을 비롯해 모든 것들이 나폴레온의 손에 들어간 뒤였다.
그런 후 스노볼이 이룬 성과를 축소하기 시작하다 나중에는 은폐와 조작을 통해 처음 동물들이 알고 있던 스노볼은 어디로 사라지고 모든 나쁜 일과 책임질 수 없는 일을 스노볼의 소행으로 돌리기 시작하며 동물들을 선동하는 데 이용된다.
이렇게 될 때까지 동물들의 저항이 없었던 것은 나폴레온이 하는 일에 의문을 가지거나 저항하는 동물들을 그가 키운 사나운 개를 앞세워 위협하거나 제거하고 말을 잘하는 선동꾼 스퀼러가 앞장서서 통계의 조작을 통해 동물들을 속여왔기 때문인데 처음 동물들이 반란으로 농장을 점령했을 때 모두 함께 만들었던 7계명 역시 조금씩 조작되고 변질되는데도 아무도 그 원래의 7계명을 기억하는 동물이 없다는 것은 대중이 얼마나 쉽게 잊고 기억이 쉽게 조작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권력을 잡은 나폴레온이 자신이 손수 가둬 키운 개들을 전위대로 앞세워 모두를 위협하고 모든 것을 자신의 뜻대로 하는데도 동물들은 그저 참기만 하고 이의조차 제기하지 않는 모습은 히틀러나 스탈린 같은 독재자들이 취하는 방법과 같다.
대중들이 원하는 말로 현혹해서 사람들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고는 무슨 무슨 조직이나 위원회를 만들어 그 권력으로 사람들을 위협하고 공포감을 조성해 누구도 제대로 의견을 말하지도 반대를 하지도 못하게 한 후 자신의 권력에 위협이 될 만한 라이벌을 제거하는 모습은 나폴레온과 스퀼러가 스노볼을 몰아내고 동물들을 조종하는 모습을 통해 보여준다.
그 이후 나폴레온과 그 측근이 하는 행태는 우리에게도 너무나 익숙한 모습이었다.
결국 모든 권력은 감시하는 사람이 없고 비판하는 사람이 없으면 부패하기 쉽다는 걸 동물농장을 통해 들려주고자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지금 왜 다시 동물농장을 읽어야 하는지...많은 걸 생각하게 하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