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물 처리반이 조우한 스핀
사토 기와무 지음,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 이 책 제목부터 뭔가 심상치 않더니 내용 역시 종잡을 수 없다.

환상과 초현실이 섞여 있고 현재와 미래사회의 모습이 있는가 하면 이루 말할 수 없이 그로테스크함이란...

참으로 묘하게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물론 하나의 이야기가 아닌 단편이라는 특성상 충분히 다양한 소재가 나올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마치 종합 선물세트 같은 느낌을 준다.

어떤 작품은 이야기로서의 재미는 차지하고 읽고 나서도 뒷맛이 개운치 않은 찝찝함을 준다.

예를 들면 젤리 워커 같은 작품이 그렇다.

미래사회에 금단의 실험을 통해 이형의 존재를 만들어내는 남자... 그 이유란 게 겨우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내기 위함이다.

여러 동물의 DNA를 섞고 교배를 통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존재를 탄생시키고 그 존재가 성장하는 모습을 관찰해서 캐릭터를 완성시켜 세상으로부터 크리처의 아버지 같은 대접을 받는 남자의 최후란 어쩌면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마치 쥐라기 공원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었다.

원숭이 인간 마구라는 사람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괴담의 탄생 과정을 궁금해하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데 평범하게 흘러가다 마지막에 가서는 생각지도 못한 결말로 충격을 준다.

그중에서도 특히 스마일 헤드와 보일드 옥토퍼스 그리고 못은 가장 취향에 맞는 작품이었다.

음산한 기운이 흐르면서 언제 무슨 일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긴장감이 내내 흐른 후 의외의 부분에서 반전이 일어나면 나도 모르게 감탄하게 된다.

그 반전이란 게 예상을 넘어서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왜 작가의 작품이 그토록 많은 호평을 받는지... 독자의 반응이 분명하게 갈리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마치 괴이한 환상특급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무서우면서도 기괴하고 잔인하면서도 때론 엉뚱한 부분에서 웃음이 나오는 유머감각까지...한마디로 종잡을 수 없는 매력을 지녔다.

나 역시 이 책 속에 나오는 단편들 중에서도 호불호가 갈렸다.

어떤 작품은 재미도 있었고 궁금증도 생겼는 가 하면 또 어떤 작품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아서인지 이야기로서의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예를 들면 가장 첫 번째 작품이자 표제작이기도 한 폭발물 처리반이 조우한 스핀은 소재는 분명 흥미로웠는데 내용이 쉽게 와닿거나 이해가 잘되지 않아서 살짝 아쉽게 느껴졌다.

누군가는 분명히 흥미 있었던 사람도 있었겠지만 내겐 젤리 워커나 스마일 헤드, 못 과같이 직관적이면서도 내내 긴장감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 더 재밌게 느껴졌다.

전체적으로 여러 장르를 혼합한 듯한 이 작품은 작가가 얼마나 다양한 장르와 소재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다.

아마도 다음 작품에서는 또 다른 소재를 가져와 사람들을 놀랠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새로운 느낌의 작가를 만나서 반가웠던 작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지 않는 달
하타노 도모미 지음, 김영주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지만 인식 부족으로 아직까지도 제대로 된 법적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범죄

스토킹!!

당하는 사람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스토킹을 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전 남편이었거나 전 연인이었다는 이유로 연인 간의 다툼 정도로 가볍게 치부해버리는 사람들로 인해 어디에서도 보호받기가 쉽지 않다.

피해자가 스토킹 가해자에 의해 살해당하는 등의 문제가 나오면서 조금씩 사회에서 스토킹은 절대로 가볍게 치부하거나 무시할 수 없는 범죄라는 인식이 커져가고 있는 요즘 스토킹을 소재로 한 다양한 콘텐츠가 나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일본 작가 하타노 도모미가 쓴 이 책 지지 않는 달은 스토킹을 당하는 피해자나 가해자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관점이 아닌 두 사람 모두의 관점이라는 점에서 더욱 실감 나게 느껴졌다.

지방에서 도쿄로 올라와 마사지사로 일하고 있는 사쿠라는 자신의 단골 고객 중 한 사람과 사귀게 된다.

유명 출판사에 근무하는 멋진 남자였던 마쓰바라는 친절하고 사쿠라에게도 정성을 다하지만 자신의 뜻을 거역하거나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땐 목소리가 커지고 화를 내는 면이 있음을 사귀고 난 뒤에야 깨닫게 된다.

게다가 사쿠라의 모든 것을 통제하려 할 뿐 아니라 휴대폰의 주소록에 있는 남자의 전화번호는 이유를 막론하고 지워버리는 등... 차츰차츰 처음 사쿠라가 반했던 모습에서 낯선 모습을 발견하게 되면서 그와 헤어지려 한다.

하지만 그녀의 이별 통보에도 불구하고 하루에 백 건이 넘는 메시지를 보내는가 하면 마사지숍에도 집요하게 전화를 보내고 끝내 그녀 몰래 찍어 둔 나체사진을 마사지숍 게시판에 올려 직장에서도 해고당하게 만든다.

문제는 모두에게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그의 모습과 적정 선을 넘지 않는 그의 행동 때문에 누구도 그의 이런 행위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심지어 본인 스스로 자신의 행동이 그녀를 사랑해서라 믿고 있기 때문에 어떤 행동을 하는 데도 거침이 없다.

오히려 자신을 제지하는 사람을 자신들의 사랑을 방해하는 존재로 인식하는 그의 당당한 모습은 어이없음을 넘어 섬뜩함을 느끼게 한다.

서로에게 끌려 설레는 연인 관계였던 두 사람이 서서히 스토킹 피해자와 가해자로 가는 일련의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는 지지 않는 달은 특히 스토킹 가해자인 마쓰바라의 심리 묘사가 탁월해 읽으면서 소름이 돋게 만든다.

처음에는 스토킹을 하는 마쓰바라에게 강하게 대처하지 않고 소극적인 반응을 하며 피하려고만 드는 사쿠라의 행동에 답답함을 느꼈고 왜 그렇게 무기력하게 반응하는지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어쩌면 이런 인식이 보통 사람들이 피해자를 바라보는 일반적인 시선일지도 모르겠다.

왜 강하게 자기 의견을 표현하지 못했냐고... 왜 그렇게 무기력하게 대처하느냐고...

그런 시선들이 피해자로 하여금 자꾸 움츠러들게 만들고 더욱 위축되게 만든다는 걸 사쿠라를 통해 알 수 있게 해준다.

스토킹이라는 범죄의 심각성을 제대로 부각시키고 있는 지지 않는 달

단숨에 읽어 내려갈 정도로 가독성도 스토킹 범죄의 심각성도 제대로 부각시킨 작품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 밤, 거짓말의 세계에서 잊을 수 없는 사랑을
이치조 미사키 지음, 김윤경 옮김 / 모모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첫사랑은 누구에게나 아련한 추억과 그리움을 떠올리게 한다.

거기에는 어렸고 순진했던 내 청춘에 대한 그리움을 비롯해 이뤄지지 않았던 것에 대한 아쉬움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첫사랑이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도 부족해 상대방이 죽음으로 끝났다면...?

남은 사람에게 첫사랑은 그만큼 더 강한 이미지로 남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실 첫사랑의 상대방이 죽음으로서 그 사람이 끝난다는 설정은 너무 진부하다.

아니 진부함을 넘어 신파에 가깝다.

만약 로맨스 드라마나 소설에서 이런 전개를 보였다면 대부분의 사람은 눈물을 흘리는 대신 허탈한 웃음 혹은 분노를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꾸준하게 이런 설정으로 작품을 연속해서 출간하는 걸로 부족해 잇따라 히트를 치는 작가가 있다.

이 책의 작가 이치조 미사키가 그런데 그렇다면 진부하기 그지없는 소재로 어떻게 연달아 히트를 칠 수 있었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그의 작품을 읽어보면 그가 왜 그토록 많은 사랑을 받는지 알 수 있다.

진부한 소재 흔한 전개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들의 풋풋하지만 설레는 마음 그리고 서로를 향한 그리움 같은 심리묘사를 섬세하면서도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다.

1년의 시한부를 선고받은 쓰키시마 마코토는 사실 어릴 적부터 내내 골골 앓아왔던 전형적인 병약한 사람이었다.

병원을 들락거리는 시간이 많은 만큼 친구를 사귈 기회가 적어 제대로 우정을 나누던 친구조차 없었던 이제 그 삶마저 1년이 채 남지 않았다.

자신의 병을 함께했던 부모에게 더 이상 슬픔을 안겨주고 싶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떠난 후 남은 사람이 슬퍼하지 않도록 다른 사람과 거리를 두고자 결심한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지켜보며 동경했던 미나미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면서 갑작스럽게 그녀의 영화 동아리와 함께 하게 된다.

그것도 생각지도 못한 영화 주인공이 되어서...

그리고 그때부터 마코토는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다.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미나미와 서로 마음을 확인하고 같은 영화 동아리 부원들과도 생각지도 못한 친밀감을 나누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만 예정된 시간은 여지없이 다가와 마코토는 자신이 떠난 후 남겨질 미나미를 위해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다.

달콤한 로맨스 소설임을 감안해도 소설 속 아이들의 행동과 심리는 10대라고 보기 쉽지 않다.

자신보다 상대방을 더 생각하는 것까진 이해할 수 있다 쳐도 자신이 죽은 후 남겨질 연인을 위해 그렇게까지 한다?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하지만... 어쩌겠나 로맨스라는 장르의 속성이 그런 것을...

작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방법을 제대로 알고 있는 게 분명하다.

깊어가는 가을... 자신이 아닌 상대방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는 어린 연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딱딱해진 감성이 조금은 말랑해졌기를 바라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폭포의 밤 안 된다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청미래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지막에 사진을 첨부해서 독자들이 생각한 가설이 맞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결말 부분을 모호하게 처리하고 있는 미치오 슈스케의 안된다 시리즈

폭포의 밤은 절벽의 밤에 이은 두 번째 작품이다.

절벽의 밤에서도 작가 특유의 날카로움과 아슬아슬함이 예전 작풍을 좋아했던 내 취향에 딱 맞는 작품이었는데 이 작품 폭포의 밤 역시 전작과 같은 포맷, 비슷한 분위기로 좀 더 애잔한 분위기랄지 다크 한 느낌이 물씬 풍겨서 좋았다.

어느 날 문득 사라져버린 언니... 그리고 우연히 발견하게 된 언니의 sns 미공개 계정의 내용을 따라 언니의 흔적을 쫓게 된 동생 모모카는 그곳 묘진 폭포를 찾아갔다 생각지도 못하게 언니의 행적을 문득 깨닫는다.

언니는 이곳 묘진 폭포에 엄마의 건강을 빌러 왔었다는걸...

하지만 깊은 산속에서 방전된 휴대폰과 함께 고립된 모모카는 봐서는 안될 것을 보게 된다.

또 다른 에피소드에서는 친구를 놀래기 위해 다른 친구들과 삼촌의 힘을 빌려 산속에 무서운 인형을 걸어두고 돌아오다 트럭으로 인형을 걸어 둔 나무를 치고 만다.

그 사고로 인형은 절벽 아래로 떨어지고 찜찜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오지만 자신이 놀래려던 친구가 아직 귀가하지 않았다는 친구 엄마의 전화를 받고 혼란에 빠진다.

혹시... 삼촌이 친 게 인형이 아니라 그 친구는 아니었을까 하는 두려움과 함께...

얼핏 내용을 보면 섬뜩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들여다보면 어느 날 갑자기 말문을 닫고 은둔형 외톨이가 돼버린 삼촌이 이 사건에 휘말리게 된 사연이 짠하게 느껴진다.

세 번 째 에피소드에 이르러서는 더 짠한 사연이 등장한다.

경찰서로 자신이 아들을 죽였다는 신고 전화가 오고 경찰이 그 집에 들러 조사를 하지만 죽은 아들의 시신을 찾을 수 없다.

신고자가 아들과 증거품을 강에 던져버렸기 때문인데... 결국 이 사건은 증거불충분으로 제대로 된 수사가 진행되지 않고 부부가 풀려난다.

언젠가부터 이혼 후 귀향한 아들에게 폭행을 당하고 살던 노부부에게 연민의 시선을 던졌던 형사는 하지만 이윽고 드러난 진실로 인해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

처음 진술과 반대로 아들은 강에 던진 게 아니라 산속에 매장했다는 게 밝혀졌기 때문인데... 그럼에도 매장한 곳을 특징하지 못해 결국 남편을 구속하는 데 실패한다.

그리고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이제까지 뭔가 미진했던 사건의 진실이 드러난다.

에피소드마다 사건의 정황은 그대로 드러내지만 제대로 정독해서 읽지 않으면 놓치기 쉬운 단서를 곳곳에 뿌려놓고 마치 독자와 두뇌게임을 벌이는 듯한 전개를 보인다.

게다가 마지막 결말 부분 역시 확실하게 이렇다는 마무리를 짓지 않고 문장 사이에 서정적인 묘사와 암시를 통해 이런 게 아닐까 짐작할 수 있게만 해놓았다는 점 역시 전작과 닮아 있다.

그래서 결말에 이르렀을 때 앞부분을 다시 돌아가 읽거나 심지어 마지막에 번역자분이 생각했던 진실과 맞춰보면서 어느 게 맞는지 다시 한번 유추해 봤다.

그러다 마지막 에피소드에서야 마침내 드러나는 진실...

마치 오래전 추리게임이나 퍼즐을 맞추는 듯한 재미와 설렘을 주기도 한 안된다 시리즈

특별히 흉악하거나 잔인한 성품을 가진 사람이 저지른 악행이 아니라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이 어느 한순간의 실수나 판단 착오로 인해 벌어진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더 애잔하고 안타깝게 느껴졌다.

아무래도 이 시리즈를 아주 애정 하게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961 도쿄 하우스
마리 유키코 지음, 김현화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젠가부터 리얼리티쇼가 방송가에서 한 영역을 차지하더니 요즘은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게 되었다.

연예인은 물론이고 일반인을 상대로 마치 실제 모습처럼 일상을 찍거나 특정 포맷에 맞춰 세팅해서 영상을 찍는다.

당연하게도 이런 영상은 언제나 찬반 논쟁을 불러오기 마련인데 누군가는 이런 리얼리티쇼도 방송 프로그램의 하나라는 생각으로 즐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또 다른 누군가는 리얼리티를 표방하면서도 각본이나 짜인 연출이 있는 걸 사기라고 생각해 불쾌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일반인이 나오는 리얼리티쇼는 그 후폭풍이 막강하다.

하루아침에 많은 사람들이 알아보게 되면서 생각지도 못한 그 사람의 사생활마저 노출되기 십상이고 이런 부작용은 개인이 오롯이 견디기 쉽지 않다.

그런 이유로 방송 후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그런 리얼리티 쇼의 진면목을 제대로 보여주는 게 이 작품 1961 도쿄 하우스가 아닐까 싶다.

3개월간 1961년 당시의 생활을 그대로 체험하는 리얼리티 쇼에 출연해 성공하면 500만 엔이라는 거금을 준다는 소리에 여기저기 많은 사람들이 출연 신청을 한다.

그리고 여기에 두 가족 여덟 명이 선정되어 재개발을 앞둔 오래된 단지에서 3개월간 1961년 당시의 모습으로 생활 체험을 하게 되지만 이런저런 문제가 속출한다.

게다가 개개인에게 맞는 캐릭터를 찾아준다는 핑계로 가족 간에도 서로 알지 못하게 비밀 지령을 내려 서로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싹트게 하는 건 물론이고 시청률을 핑계로 두 가족 간에 불륜을 조장하기까지 하는 지경에 이르렀을 때 생각지도 못한 어린아이 살인사건이 발생하면서 단숨에 분위기는 역전된다.

알고 보니 이 오래된 단지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진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던 것이었고 더더욱 불길한 건 예전의 살인사건이 났던 시기가 바로 1961년이었으며 그때 죽은 희생자 역시 어린 소녀라는 점 등 그때 당시와 공통된 부분이 하나둘이 아니었다.

60년을 사이에 두고 똑같은 살인사건의 재현은 분명 우연이라고 치부하기엔 석연치 않은 점이 하나 둘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건 누군가의 의도가 들어간 것이 분명한데 누가 벌인 짓일까?

처음 의도와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왜곡되고 시청률에 따라 의도된 연출이 들어가는 등... 우리가 진짜 그대로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방송의 이면을 통해 상황에 따라 사람들이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출연진들이 변해가는 모습이 마냥 웃기거나 카메라를 의식해서 실제와 다른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을 비웃기에는 우리의 모습과 너무나 닮아있다.

아마도 이런 점에서 사람들이 이야미스라고 하는 지도 모르겠다.

어딘지 찜찜하면서도 불쾌하지만 우리의 모습과 닮아있는 부분 때문에 대놓고 거짓이라고 말할 수 없는...

살인사건이 벌어진 이후에 새롭게 나타나는 오래전 당시의 살인사건의 진상은 사실 거창할 것도 없지만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에서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 반전 또 반전의 상황이 연출되어 정신없이 휘몰아친다.

처음부터 중반까지는 아무리 시청률 때문이라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하는 마음이 들어 개연성이 다소 떨어진다 생각했는데 후반부에서 현실과 1961년 당시 상황이 혼돈스럽게 겹쳐지면서 하나둘씩 드러나는 진실과 맞물려 돌아가면서 속도마저 빨라져 정신을 차릴 수 없게 만든다.

다 읽고 나서는 다시 되돌아가 읽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혼란스러움을 느끼게 했다.

뭔가 찜찜하지만 딱 떨어지는 마무리... 이런 부분에서 작가의 필력을 새삼 깨닫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