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개의 별 두개의 지도 - 다산과 연암 라이벌평전 1탄
고미숙 지음 / 북드라망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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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에게 조선은 애증의 나라가 아닐까 한다. 시기 상 가장 대한민국과 가장 인접한 나라라 정서적 공감과 이해가 상대적으로 강하고, 많은 기록이 있어 무수한 이야기 거리를 주기도 하며, 세종대왕인 이순신처럼 뛰어난 인물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100년 전 거의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치욕적 망국을 기록했고, 성리학에 경도되어 실리보단 명분과 형식에 치우쳐 자주적인 면에서 아쉬움을 보인 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망국과 관련하면 항상 세도정치 이전의 영정조 르네상스 시기가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많은 사람들은 개화시기에 국왕이 영정조였거나, 그 당시의 실학이 주류로 자리잡아 조선을 변화시켰다면 망국으로 이어지진 않았을 것이라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정조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는 아직까지도 무척 강하며, 정조와 함게 했던 대표적인 실학자 정약용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당시의 이야기는 드라마나 영화로 꾸준히 만들어져 사람들은 정조와 정약용 하면 매우 근대적이고 개방적이며, 상당히 지적으로 훌륭한 인물이란 이미지가 많이 생성되어 있다. 

 하지만 책 두개의 별 두개의 지도를 보면 그렇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책을 보며 처음 알았는데 정조는 재위시절 문체반정이란 사건을 일으켰다. 당시는 청의 전성기로 청을 통해 조선에 많은 문물이 들어오고 있었는데 명말 청초의 양명학이나 서학 등이 그런 것들이었다. 정조는 놀랍게도 이런 것들의 영향을 받은 선비들의 문체가 정도를 벗어나 경박하고, 좋지 못한 것이라 여겼다. 그래서 정조는 기존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정승들을 중심으로 경고하고, 몇몇 선비들은 심지어 실제 벌을 내리기도 했다. 꼰대도 이런 꼰대가 없지 않은가. 

 보수적인 측면에서는 다산도 마찬가지다. 다산의 대표적 저서는 목민 심서인데 여기서 다산은 상당히 엄격한 조건을 수령에게 강조한다. 소위 수령은 성리학에 밝으면서도 이호예병형공의 모든 지식에 통달하며, 윤리적으로 자신에게 엄격하고 청빈해야 한다. 상당히 많은 메뉴얼을 수령에게 요구한는데 정말 옴짝달싹 못하게 하는 형국이다.

 실학자 중 박지원은 정조 그리고 다산 정약용에 비해 주목도가 크게 적다. 정약용이 등장하는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는 많지만 박지원을 다룬 것은 단 하나도 보지 못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한국인은 박지원을 알고 있는데 바로 역사 교과서에 그가 남긴 열하일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사실 제목만 알고 열하일기의 열하가 어딘지도 몰랐는데 열하는 북경 동북부에 있는 곳으로 청황제의 피서지였다. 박지원은 청황제의 팔순잔치를 축하하는 조선 사신단에 합류하여 북경을 갔다가 연경까지 들르게 되고 당시 경험한 문물을 남긴 것이 열하일기다. 당시 열하는 유목민의 문명과 청황제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온 여러 나라의 사신단과 선물들이 얽혀 매우 국제적이고 이질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박지원은 이런 모든 것들이 흥미롭고 재미를 느낄만큼 개방적이고 국제적인 인물이었다.

 박지원과 정약용은 같은 실학자로 분류되나 매우 다르다. 일단 둘은 나이차가 상당하다. 연암 박지원이 거의 30이 되어서야 정약용이 태어난다. 한참 병아리인 셈이다. 다른 것은 나이 뿐만이 나이다. 박지원은 의외로 집안이 노론 정파 계열이다. 당시 집권 세력의 주류였던 셈이다. 반면 다산 정약용은 남인 출신이다. 이들은 정조 시절 등용되어 영수격인 체제공이 정승이 되며 전성기를 맞미나 정조의 죽음과 동시에 천주교로 인해 공격 받아 몰락한다. 이런 배경과 타고난 성향 때문인지 성공에 대한 두 사람의 접근도 다르다. 연암은 나그네 혹은 유목민 같은 성격으로 평생을 변방을 떠돌았다. 벼슬에 대한 생각이 도통 없었다. 명성이 높아 정조가 은연 중 몇번 관심을 보이긴 했으나 그 때마다 겉돌았다. 나이 50이 되어서야 생활고에 시달려 어쩔수 없이 음서로 관직에 들어서게 되는데 이 때도 정조가 크게 쓰기 위해 과거를 보게 하려 했다. 그의 높은 학문적 경지와 노론의 중심이었던 집안 형편으로 보았을 때 필시 과거만 봐서 입격했다면 고속 승진은 따놓은 당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그 모든 걸 거부하고 적당히 외관직을 떠돈다. 반면 다산은 중앙 정계로의 진출을 항상 꿈꿨다. 다산은 일찍 성균관 태생이 되었으나 이후 대과에 붙는데는 무려 6년이 걸렸다. 정조의 총애를 받아 중앙정계에 진출했고 관직도 높이 오를 수 있었다.

 둘은 인간 관계에서도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연암은 그 특유의 수평적 성향으로 인해 관계도 그렇게 맺는다. 연암은 같이 풍류를 즐기는 친구들이 많았고, 여인이나 중인등 하층 계급과도 적극저긍로 관계를 맺었다. 하지만 다산은 다르다. 다산의 인간 관계는 주로 형제 집단이 많다. 둘은 다른 사람의 묘지명도 많이 썼는데 그것도 다르다. 연암은 여인이나 친구들의 묘지명을 주로 썼고, 묘지명은 하나 같이 짧지만 그들과 함께 했던 시간과 감정이 묻어난다. 반면 다산이 남긴 묘지명은 상당히 긴 편이다. 특히, 천주교로 인해 희생당한 가족이나 친구들에 대해서는 그들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한 기록을 상당히 남겼다. 

 학풍도 달랐다. 연암은 사상이 자유롭고 서학에 관심이 없었지만 다양한 문물에 관심이 많았다. 그는 관료로 근무할때도 형식이나 겉치레를 중시하지 않았고 본질에 집중했다. 그래서인지 저작을 많이 남기지도 않았지만 하나같이 짧고 핵심을 찌른다. 그리고 열하일기 같은 글에는 해학과 유머가 넘쳐난다. 열하를 방문했을 때, 청 사신이 티베트 승려를 만나는 것을 권장했는데 유학자입장인 사신단에겐 쉽지 않은 일이었다. 연암은 조선 사신이 이를 거부해 황제의 진로를 사게 되어 저먼 강남으로 유배되면 같이 온 마당에 본인도 동행하여 낯선 문물을 경험할 생각에 오히려 기뻐한다. 그는 이런 식이다. 하지만 다산은 다르다. 다산은 보수적이지만 성리학의 한계를 느끼고 있었고 천주교에 빠져든다. 그는 중심과 질서를 향한 갈망이 있는데 천주교는 이런 그의 성향에 안성맞춤이었다. 하지만 정조와의 만남으로 서학을 정리한다. 그는 과거의 선진고경의 드높은 이상을 체득하고 그것을 경세치용에 쓰는 것을 이상적으로 삼았다. 다산은 백과사전적 인물이고 관직을 통해 현실정치를 오래 경험했기에 이상적 학문을 중심으로 경세치용을 위한 글을 매우 길고 많이 썼다. 그래서 다산은 연암과 다르게 무척 저술이 많다.

 이런 둘에게도 공통점이 있다. 우선 정조에 대한 애정이다. 물론 정조에 대한 애정은 그의 죽음과 운명을 거의 같이 한 다산이 훨씬 더 크다. 하지만 연암도 호학 군주였던 정조에 대한 상당한 호감을 품고 있었다. 문체반정의 용의자로 의심 받았음에도 말이다. 또한 학문적으로 큰 업적을 남긴 것도 같은 점이다. 연암은 항상 주변인이었기에 학문적으로 힘쓸 시기가 많았다. 하지만 현직에서 꾸준히 일한 다산은 정조가 죽어서 고초를 당하고 집안이 몰락하고 나서야 학문적으로 꽃을 피운다. 다산은 전남 강진으로 유배되었는데 거기서 다산초당을 만들고 목민심서를 비롯한 그의 주요 저작들을 저술한다. 다산은 강진에서 거의 18년만에 유배가 해제되고 이후에는 비슷한 시기를 더 살았으나 묘하게도 유배 이후엔 거의 저술이 없다. 거칠고 모진 유배와 세상과의 단절이 오히려 그에게 학문적 원동력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책을 읽어보니 진보적이고 개방적이라고 생각했었던 다산과 정조는 보수적이었고, 별 관심이 없었던 연암이 보다 진보적이었다. 이 둘을 삶과 학문, 성격적인 측면에서 비교한 이 책은 무척 재미있었다. 다만 책이 다소 두꺼운 편이었는데 비슷한 내용이 다소 다른 맥락에서 변주되는 느낌이어서 좀 아쉬운 면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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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 열린책들 세계문학 21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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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전은 고전이기에 읽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다. 왠지 그래야만 교양인이 될 것만 같고, 그리해야 문화 시민이 되는 것만 같은 느낌 때문이다. 하지만 고전은 워낙 오래전에 쓴 것이라 현대의 소설들에 비해 재미와 공감대가 부족하다. 그래서 책을 항상 들기 힘든 편이다. 이 책 그리스인 조르바도 아마 약간의 강제성이 부과된 지금의 상황이 아니었다면 보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책을 대여하기도 쉽지 않아 전자도서관을 이용했는데 다 읽고 나니 후회가 전혀 없다.

 우선 책이 무척 재밌다. 책은 시간 상 대충 100년 정도 전으로 보이며 공간은 그리스 에게해 문명의 발상지인 크레타 섬이다. 아마 끝까지 이름이 나오지 않았던 것 같은 주인공이 있고 그와 항상 함께하는 65세의 세상의 풍파를 모두 겪은 그리스인 알렉시스 조르바가 있다. 그리스는 오랜 기간 터키인 오스만 제국의 지배를 받았으나 막 독립한 상태다. 공산주의와 자본주의가 대립하기 시작했고, 민족의 개념이 강하게 대두되던 혼란기였다.

 주인공은 막 독립한 자국 그리스의 지식인이자 자본가다. 그는 새로운 국민국가로 선 나라에 대한 고민, 이념에 대한 고민을 않고 있는 사람이지만 한편으론 부처를 흠모할 만큼 모든 것을 내려놓고 평화를 찾고 싶은 이중적 모습을 갖고 있기도 하다. 그는 혼란스러움을 피하고자 크레타로 향한다. 그리고 배에서 조르바를 만난다. 둘은 이상하게 끌리고 조르바는 주인공에게 자신을 직접 고용하라고 한다. 그리고 주인공은 이 사내가 묘하게 맘에 든다.

 그렇게 고용된 조르바와 보스가 된 주인공은 크레타에 도착한다. 그리고 크레타의 광산에서 갈탄을 파기 시작한다. 그들은 마을에 정착하고 머문다. 마을엔 오래된 과부이자 여인숙을 운영하는 프랑스 여인이 있었고, 조르바는 그녀의 애인이 된다. 마을엔 여러 과부가 있었지만 보스가 된 주인공은 한 젊은 검은 머리의 과부에 끌린다. 그녀는 마을 여러 남자의 선망의 대상이기도 했다.

 갈탄 광산의 수익은 그리 크지 않았다. 애초에 사업에 생각이 별로 없기도 하고 머리를 식히러 온 주인공은 조르바에게 모든 것을 일임한다. 조르바는 일꾼들을 다그치기도 하고, 조련하며 일을 진두지휘한다. 그러다 갈탄 광산이 무너지고 이들은 돌파구로 산으로 케이블을 연결해 자원을 채취할 생각을 한다.

 조르바는 케이블 카를 건설한 자재를 사러 이동한다. 케이블 카 건설이 시작되고 이들은 건설을 위해 인근 숲을 구입하러 수도원으로 향한다. 세상과 동떨어져 깨끗해 보이던 수도원엔 의외로 세상에 지나치게 관심이 많은 수도사들이 가득했고 거기서 일어난 살인 사건을 빌미로 이들은 헐값에 숲을 구매한다. 공사가 진행되던 중 조르바와 막 결혼한 프랑스 과부가 열감기로 숨진다. 그리고 주인공은 젊은 과부와 맺어지나 과부를 선망하던 한 마을 젊은이의 죽음을 계기로 마녀 취급을 받던 과부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케이블 카는 공사를 마치고 기공식을 하던 날 기둥채 모조리 무너져 내리며 일부 마을 사람들과 수도사들이 다치게 된다. 주인공은 오히려 이런 대 실패에 더욱 홀가분해진다. 조르바와 이별하고 조르바는 즉자적인 성격처럼 루마니아로, 러시아로, 독일로 향한다. 그리고 독일에서 동광을 발견하고 사업에 성공한 후 숨을 거두게 된다. 책은 조르바의 죽음을 알리는 편지와 그의 마지막 장면을 묘사하며 끝난다.

 저자는 인간이 생물로 태어나며 갖는 수많은 욕망과 지능을 갖고 문명과 사회를 건설하면서 생겨난 새로운 욕망과 얽힘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주인공은 당대의 지식인으로 무엇보다 시대정신아니 국민국가니 이념같은 상위적 욕망에 엃혀 있던 인물이다. 하지만 그것을 중시하면서도 무엇보다 싫어해 그것과 가장 거리가 있는 부처를 흠모한다. 반면 조르바는 일자무식의 인물로 그런 것들 보다는 일차적인 욕망에 충실한다. 그저 배불리 먹고 열심히 일하며, 하루를 살기 위해 돈을 벌고, 여자가 있으면 접근하고 취하며 하는 식이다. 저자는 이런 조르바 같은 삶이 생물로서 여러 곳에 얽매인 인간이 행할 수 있는 가장 자유로운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인간은 유전자를 전달해야 하는 생존기계로 생존과 번식을 목표로 하며 그것을 위한 여러 욕망과 또한 그것을 잘 하기 위한 지능을 갖고 태어난다. 그리고 그 지능과 협력성을 토대로 사회와 문화를 만들어 냈고, 그리고 그 사회와 문화가 유전자와 마찬가지인 밈을 만들어내 인간이 그것을 따르도록 또 다른 구속으로 작용한다. 저자는 이런 것들이 모두 의미 없는 것이며 진정한 자유를 위해선 이런 것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한 듯하다. 부처는 일차적 욕망까지 모두 버리는 그야말로 해탈을 주장하지만 저자는 조르바를 통해 그런 것까지 버리려는 마음도 일종의 얽매임으로 보고, 조르바 같은 모습을 보이는게 가장 현실적이고 바람직한 자유인의 상태라 바라보는 것 같다.

 주인공은 조르바를 만나고 사업에 실패하며 이전보단 훨씬 자유로운 상태가 된다. 하지만 통찰력 있는 조르바는 보스는 아직 자유로워 진 것이 아니라 얽매인 줄이 다소 길어져서 자유롭다고 착각하는 것 뿐이라고 일갈하고 무엇보다 주인공도 그것을 잘 알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은 기본적 욕망외에도 수많은 관계로 얽히며 그것이 마치 진정한 자기처럼 여기며 스스로를 얽매인다. 자신이 얼마나 얽매였는지 한 번 바라보게 되는 것. 그게 그리스인 조르바가 주는 점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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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 스펙트럼과 하이퍼월드 - 가상 공간에서 날개를 펴는 신경다양성의 세계
이케가미 에이코 지음, 김경화 옮김 / 눌민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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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폐인은 다양한 특징을 갖고 있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대인관계 및 사회생활의 어려움, 자기 자립의 어려움, 언어습득의 미비, 반복행동, 규칙에 대한 집착, 공감능력의 부족 등이 개개인별로 상황은 다르나 공통점으로 꼽힌다. 

 자폐는 무척 다양하기에 20세기 후반 스펙트럼으로 그 외연을 넓혀 새롭게 정의되었다. 그래서 과거 자폐로 진단되지 않던 사람들도 자폐로 분류될 수 있게 되었으며 그러다보니 자폐인의 수도 과거 그 어느때보다 늘어났다. 웬만한 선진국에서 자폐인은 인구 100명당 1명 꼴이며 최근 미국 같은 경우 68명중의 1명 꼴이다. 상당히 많은 수로 이 정도면 자폐를 과연 비정상으로 분류하는게 맞는가란 생각이 들정도다. 

 인간은 대개 오른 손잡이인데 왼손잡이의 비율도 100명 중 17명 정도나 된다. 물론 자폐 비율보다 상당히 높긴 하지만 그리 많은 차이도 아니다. 인간 중 이렇게 높은 비율을 갖는 자폐를 그래서 최근엔 질병이나 비정상보다는 차이나 개성으로 보는 관점도 많아졌다. 심지어 자폐인 자신들도 그들의 특성을 자신만의 정체성중 하나로 보는게 추세다. 오죽하면 자폐를 치료할 수 있는 약이 나왔을 때 그것이 자신을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바꾸는게 두려워 거부하는 내용의 소설까지 나왔을까. 

 하지만 그것은 소위 아스퍼거라는 고기능 자폐의 경우고 대개의 자폐인은 치료약이 나온다면 당연히 그걸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중증이며 일반 사회생활이 매우 어렵다. 다른 종류에 비해 극단적으로 낮은 그들의 평균수명이 그것을 증명한다.

 책 자폐스펙트럼과 하이퍼월드는 자폐의 특성에 관한 책이다. 앞부분은 그 정의, 그리고 자폐가 미국과 영국에서 개념화하고 시민단체 주도로 사회에서 인정받고 지원을 얻어내기까지의 과정, 다음으로 자폐인들의 주 특성과 그들의 시각을 다룬다. 책 제목의 하이퍼 월드는 이중적 의미다. 우선 가상세계, 그리고 자폐인들이 그들의 과민한 감각을 통한 겪게 되는 세계다.

 자폐는 글자 그대로 자기에 갇혔단 뜻으로 사회생활이 어렵고 공감을 잘 못하는 특성을 보인다. 하지만 저자가 보기엔 그렇지 않다. 저자는 지금은 한물 갖지만 초창기 메타버스인 세컨드 라이프에서 여러 자폐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은 저자 또는 자신들 그룹과 대화는 나무며 상당한 사회성과 일반인 못지 않은 공감능력을 보여 저자는 그들이 자폐인이란 것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할 정도였다. 

 자폐인들이 하이퍼월드인 세컨드 라이프에서 그런 능력을 보일 수 있었던데는 이유가 있다. 우선 가상세계는 실제세계와 다르다. 실제세계에서 보이는 다양한 빛과 소리 등의 자극은 감각이 예민한 자폐인을 자극하여 그들을 견딜 수 없게 만든다. 하지만 세컨드라이프는 화면이 단순하고 자폐인이 원한다면 매우 규칙적이고 안정적인 공간을 제공한다. 때문에 과도한 자극이 없어 의사소통에만 집중할 수 있다. 더군다나 목소리도 상대방의 표정도 보이지 않고 단순한 타이핑으로만 대화하니 온전히 대화 기능에만 집중하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자폐인들은 아무래도 같은 자폐인들끼리 더 잘 대화하였는데 이것 역시 비슷한 특성을 서로 공유하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닌가라는게 저자의 생각이다.

 이런 일련의 연구를 통해 저자는 자폐인들이 공감능력이 떨어지거나 지적 능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그저 일반인과 신경회로가 다르기에 일상에 적응하기 어려운 것 뿐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즉, 그들이 일상생활을 겪는데 어려움을 주는 변화성과 변동성, 과도한 환경 자극만 제한해준다면 충분히 일반인 처럼 활동하는게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다.

 일반인은 오랜 진화과정에서 주변 환경이 주는 과도한 감각을 제한하고 필요한 일부 정보만 뇌에서 빠르게 처리하고 상당한 것을 직관으로 파악하여 해결한다. 하지만 자폐인은 다르다. 그들은 그 과도한 정보를 모두 수용하고, 아래서부터 하나하나 체계적으로 처리해 나간다. 그리고 그 모든 퍼즐이 맞춰져서야 문제에 대응이 가능하다. 당연히 오랜 세월이 걸리고 힘들다. 자폐인이 반복행동을 하거나 비슷한 패턴을 선호하는 것은 매 장면 하나하나를 그런 식으로 대응해야 하기에 이미 해결된 장면만을 당연히 선호할수 밖에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저자는 자폐의 요인으로 최근의 신경과학의 예를 든다. 인간은 뇌 발달과정에서 소위 가지치기란걸 한다. 인간의 뇌는 시냅스가 초기에 엄청나게 연결되어 있는데 이는 자신이 성장하는 주변 환경이 무엇을 필요로 할지 알수 없기에 거의 모든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방안이다. 하지만 가지가 너무 많이 뻗어 있으면 경로가 복잡해 빠른 대응과 숙련이 어렵다. 그래서 인간은 자라면서 학습하고 익숙해진 문화, 언어 등의 가지만 남기고 나머지를 쳐내는게 이것이 가지치기다. 그래서 모국어는 쉽게 배우나 이미 가지가 쳐내진 외국어는 학습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인간은 자라서 빠르고 숙련화한다. 저자는 자폐인의 경우 이 가지치기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경우로 파악한다. 가지치기가 이뤄지지 않으니 거의 모든 정보를 수용하고 민감하며, 오랜 시간이 걸리게 되는 것이다. 

 자폐인은 전체를 항상 세밀히 파악하려하고 기존 문법에 잘 반응하지 않기에 세밀한 작업이나 의외로 창조적인 작업에 재능을 보일 수 있다. 이런 이들을 잘 받아들이고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고 그들의 특성을 이해하려하는 사회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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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교육트렌드 2023 - 한국교육을 움직이는 20가지 키워드
교육트렌드2023 집필팀 지음 / 에듀니티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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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 번 지적한 것처럼 한국은 교육에 큰 관심이 없다. 능력주의에 빠져 교육에 관심이 많은 것 같지만 사실 어떻게 하면 내 자식이 남보다 좋은 대학에 진학해 더 나은 노동 조건을 얻을 수 있는지와 그 과정이 자식에게 얼마나 유리하고 공정한가가 주요 관심사안이다. 이것 외엔 사실상 무관심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는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지난 대선 윤석렬과 이재명은 둘 다 교육정책에 상당히 무관심하고 아는바가 거의 없었다. 모처럼 이번 총선에서 사실상 적대적 공존 관계인 두 양당이 비교적 높은 순위로 현직 교사를 영입했는데 작년 서이초 사건 이후 교육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모처럼 증폭된 까닭이라 본다. 

 대한 민국 교육 트렌드는 2022년부터 나온 것 같다. 트렌드 코리아처럼 이 책은 현재의 주요 쟁점이나 유행을 다루는데 제목이 이런 것처럼 교육 정책과 사안에 대해 여러 저자가 한 꼭지씩 다루고 있다. 전반적으로 흥미로웠지만 아쉬운 점부터 말한다면 여러 저자가 쓴 만큼 통일성이 좀 없어보이는 면과 각종 통계자료가 책이 두꺼움에도 작게 들어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역시 여러 부분을 다루다보니 깊이가 좀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서문에서 다룬 점이 인상 깊었다. 현재의 교육은 21세기 임에도 20세기 초반에 형성된 근대 산업국가의 대전제를 그대로 갖고 있다. 이 전제들은 우선 생산에서 인간의 노동력 비중이 크고, 자본은 이윤을 노동은 임금을 얻어 부의 재분배가 이뤄지며, 핵가족이 형성되어 남자는 주로 일을 하고 여자는 가사육아를 하며, 지구의 자원은 무한하고, 후진국은 선진국에 대한 압축 추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에 따라 교육에도 근대 산업사회의 논리가 적용된다. 학교교육에서의 성공은 그에 걸맞는 직업 보상체계로의 진입을 확실시 하며 학교의 교과지식이 고정된 직업이 요구하는 지식과 일치하고, 아동이 핵가족의 보살핌 속에 대체로 자기 성장에 문제가 없으며, 지식 암기로 서구 추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알다시피 21세기 신자유주의가 심화하고 4차산업혁명기에 들어서며 이 전제는 모조리 부서진다. 더 이상 노동력은 생산성의 큰 비중을 차지 않고 가까운 시일내에 인공지능과 로봇에 상당부분 대체될 것이다. 환경 위기로 지구의 한계가 드러났고, 신자유주의 심화로 부의 불평등이 극심화하여 대개의 가정이 맞벌이가 되었고, 경쟁의 심화로 핵가족 자체가 거의 탄생하지 않고 붕괴되었다. 따라서 가정에선 더 이상 아동이 정서적 돌봄하에 자라지 못하고 어려서부터 여기저기 위탁되고 돌봄된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학교지식과 사회의 요구 지식의 크게 유리되었고, 이로 인해 학교교과의 성공이 꼭 사회, 기업이 요구하는 역량을 보장하지 못한다. 

 책에서는 많은 부분을 다루지만 인상적인 것중 하나는 무엇보다 학생의 정서안정문제였다. 초중고 학교급에서 학부모를 대상으로 가장 원하는 교육을 물어보면 십수년째 능력주의에 빠진 나라치곤 놀랍게도 인성교육이 항상 1위를 차지 한다. 이는 인성을 중시하는 사회풍토도 있지만 그만큼 가정에서의 인성교육이 소홀해진 것을 공교육에 요구하는 결과로 보이기도 한다. 실제로 많은 교사들은 과거와 다르게 학생수가 반토막이 났음에도 오히려 학생수가 많을 때보다 학생 인성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문제는 학생의 인성교육에는 가정에서의 협조가 중요함에도 대부분의 가정은 자녀의 정서 문제를 인정하지 않고 소극적으로 대처한다는 점이다. 실제 교사의 50%는 가정이 학생의 정서지도에 비협조적이라 응답했다. 교사들은 학생의 정서문제를 위해 지원 전문시스템을 학교에 마련하고, 학부모 소환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 위기 학생 훈육 가이드라인의 법적 정비, 학교 관리자의 강한 책무성을 요구했다. 

 교육부는 초등학교 4학년과 중학교 1학년 때 나이스 시스템을 이용한 학생 정서행동검사를 실시한다. 하지만 초등같은 경우 학부모가 응답해 신빙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고 자녀와 보내는 시간도 적어 그런 부분이 더욱 강해진다. 그리고 여기서 위기로 드러나게 되도 학부모가 조치에 거부할 경우 학교가 할 수 있는 것이 마땅히 없다는 문제가 있다. 

 학생의 정서문제는 학교운영의 큰 문제점중 하나임이 작년의 사태로 드러났고, 정서행동에 문제가 있는 상태로 자라난 학생이 사회의 위협이 될 수 있는지라 관심과 조치가 필요하다. 교육당국에선 과감히 교육적 처치를 벗어난 치료 대상 학생에 대해 강하게 개입하고. 이에 대한 법적 강제성도 마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다음으로 인상적인 문제는 교원의 과원 문제가. 며칠 전 급격한 학생 수의 감소로 교육부는 새로운 교사 정원기준을 발표했다. 일부 교장, 교감 자리를 제외하곤 초중등 전체에서 대규모의 교원 감원이 발표되었다. 문제는 교원이 신분이 보장되는 국가 공무원인 만큼 그냥 과원이라고 해고하여 감축할수는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향후 10년 정도 안에 초중고교에서 대규모의 교원 과원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하지만 교원의 과원은 학급당 학생수 등의 기준을 지금으로 유지할 때의 이야기다. 세월의 변화에 발맞워 학급당 12명으로 인원을 맞추면 교원의 과원을 이뤄지지 않고 지금보다 높은 수준의 질관리도 기대된다. 한국은 그간 정부가 법적 교원 수를 항상 어겨가면서 학생 수 대비 부족한 교원의 수를 유지해왔는데 저출산으로 인해 본의 아니게 과도하게 선진적인 상황에 진입하게 되는 형국이다. 하지만 학급당 수가 무조건 적은 것이 능사는 아니다. 많은 교육 전문가들은 학급당 적어도 16명 정도의 학생이 있어야 교사와 학생 관계, 교사 효능간, 교사 만족도, 팀 혁신, 교사 협력에서 가장 높은 점수가 나타난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다른 방식의 교사 과원 해소 방안이 필요하다. 행정적인 방법은 명예 퇴직의 유도와 임금피크제, 신규채용을 크게 줄이거나 아예 안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교육적 해결 방안은 3시 학교제를 통해 수업시간을 늘려 필요 교원을 늘리는 방법, 학급당 학생수의 축소로 과원을 막는 방법, 전문교사제의 신설로 과원을 돌리는 방법, 증치교사배치로 역시 과원을 돌리는 방법등이 있다. 이중 전문교사제는 학습지원, 생활교육, 놀이교육, 정서행동지원, 마을학교등 학교현장에서 실제로 요구하는 다양한 분야의 도움 인력을 교원으로 채우를 방법이다. 이는 교사의 행정적, 수업 부담을 줄이고 학교에 넘치는 다양한 직종을 하나로 일원화해 교육효과성을 더욱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여겨진다.

 2032년 학생 수는 지금의 절반으로 감축될 것이 확실하며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법정교원이 많은 초등은 과원, 그리고 현재 교원의 30-40%를 기간제로 충당하고 있는 중고교의 경우 기간제 교원의 대량해직 사태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좀 더 빠른 사회적 논의가 진행되어야 할 시점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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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오늘도 무사히! - 교사의 소진과 트라우마 치유 심리학
김현수 지음 / 창비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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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9월 4일의 공교육 멈춤과 그 도화선이 된 서이초 교사 자살사건은 한국 사회 전반에 상당한 충격을 주었다. 교육계는 소위 몬스터 패런츠와, 금쪽이들, 교사를 돌보지 않고 보신하는 관리자, 지시만 하는 교육청으로 인해 골병이 들대로 든 상태였으나 이것이 시민사회에 알려지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 사건으로 그 모든 것이 알려지게 되었고, 늘 시민사회로부터 질타와 시기의 대상이었던 교육계는 모처럼의 대중적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 그 결과 교육4법이 극한의 여야 대치속에서도 비교적 빠른 시일내에 통과될 수 있었다. 하지만 작금의 늘봄학교 문제 그리고 여전히 아동학대법을 악용한 일부 학부모와 학생의 무분별한 신고가 가능하고 계속되면서 교육계 정상화를 위한 갈길은 아직은 더 멀어보인다.

 이 책은 2021년에 나온 것으로 이런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 학생의 정서문제와 도전, 그리고 입시위주의 교육으로 인한 무기력, 학교 기능의 확장으로 계속 부과만 되는 행정업무,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책임만 과도하고 권한은 거의 없는 교사들이 어떻게 소진되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2021년 한 교원단체의 조사결과에 의하면 현직 교사 40%가 우울증 증상을 보이고 있으며 이중 12%는 당장 진료가 필요한 수준이었다. 초등은 주로 학부모, 학생의 민원, 중학교는 학생의 거친 욕설과 도전, 고교는 학생의 무기력함이 교사 스트레스의 주 원인이었다. 

 지그문트 프로이드는 정신분석가와 교사, 정치가가 세상에서 가장 만족을 누리기 어려운 직업으로 보았는데 이는 이 세 직업이 목표가 매우 높아 그 끝을 알 수 없으며, 목표의 도달이 혼자서는 도무지 할수가 없고, 무엇보다도 상대방의 요구에 끝없이 응해야 한다는 점 때문이었다.

 교사는 학생과 갈등을 많이 겪는데 그 유형은 다음과 같다.

1. 배움과 가르침에서 배움에 대한 저항

2. 신세대와 구세대로 문화 저항

3. 권위자대 비권위자로 위계에 대한 저항

4. 평가자와 피평가자로 평가에 대한 저항

5. 애정과 인정을 추구하며 불인정에 대한 저항 이다.


 학교와 교육청, 세계의 변화는 교사를 힘들게만 한다. 세계적으로 교사의 업무와 역할을 날로 확장추세다. 실제 80-90년대 학교의 업무와 작금의 교사업무는 비교하기 어렵다. 적어도 방과후, 돌봄, 에듀티크, 정보, 학교폭력, 생활, 스포츠클럽 등이 추가되었다. 이는 세계적 변화로 인한 것인데 핵가족의 약화로 인해 가정에서의 돌봄과 정서적 지지, 양육기능이 사라져 이들 상당 부분이 교육기관인 학교로 전가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현대의 교사는 본연의 수업에 더해서 상담과 행정, 돌봄, 정서적 지원, 봉사, 대인관계 기술까지 해내야 하는 상황에 봉착하고 말았다. 이는 교사에겐 매우 의외이고 부당한 일이다. 법적으로 역할이 가르치는 것이고, 교육대학과 임용고시란 것은 그 부분에만 초점을 두기 때문이다. 즉, 기대한적도 없고 배운 적도 없던 일을 교사는 해야하는 상황인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것에 대한 경제적, 사회적 보상과 지지는 보잘 것 없는 수준이다.

 이렇다 보니 교직기피 현상은 우리 만의 것이 아니다. 영국의 신규교사는 2015년 2/3이 5년안에 떠났다. 떠난 이유는 업무의 과다, 언론사회의 교사 폄하, 너무 많은 변화, 학생의 도전적 행동, 영국교육기준청의 평가가 이유였다. 미국은 5년안에  신규교사의 19-30%가 떠난다. 이유는 너무 많은 업무와 스트레스, 사회적 존중과 지지, 지원의 부족, 시험과 문서, 자료 준비의 어려움, 적은 급여와 지원이다. 미국은 2019년 이런 이직으로 인해 73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교사의 이탈은 교직 전문성의 저해로 이어지고 교육의 효과저하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다. 

 오늘날 교사는 감정노동자가 가깝다. 교사는 교육과정과 교재를 연구해 수업준비를 하지만 정작 이를 함께 해야하는 학생은 준비가 안된 경우가 많다. 학생은 가정의 양육, 돌봄 기능의 파괴로 자신의 감정을 지지받거나 해소하지 못하고 학교로 오게 된다. 학교는 이들의 분출구가 되고 교사는 아이의 감정적 돌봄과 해소구가 되고 만다. 모든 직장에는 감정표현 규칙이 있고 학교도 마찬가지인데 도덕적으로 우월하고 완벽함을 요구받다보니 자신의 감정이 엉망이고 상대방은 마구잡이로 감정을 표출하는데도 교사는 어른스럽고 스승다워야 하기에 그러지 못한다. 이런 감정부조화는 크게 다가와 교사를 소진시킨다.

 번아웃은 프로이덴 베르거가 창안한 개념이다. 번아웃은 활력 상실과 에너지 고갈, 업무와 대상자에 대한 반감 증가, 업무 효율성 상실의 순으로 나타난다. 번아웃은 업무처리에 헌신하고 전념하며 자신의 일에 확신을 갖고 자발직이고 열정적으로 임할 수록 더 많이 나타난다. 현대 사회는 서비스 업이 증가하고 사람을 대해야 하기에 번아웃이 증가한다. 번아웃의 공통점은 육체, 정서적 고갈, 비인격화와 냉소주의 및 반감, 일에 대한 효율성과 자기효능감의 저하다. 

 직무요구 통제 모델이란게 있는데 이는 직무가 요구하는 수준과 업무 자율성과의 관계다. 직무수준이 낮고 업무 자율성도 낮으면 권태 증후감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직무요구 수준이 높고 업무자율성도 높으면 즐겁게 일하지만 스트레스가 높아 자기 관리가 중요하다. 직무요구 수준이 업무 자율성이 높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직무요구수준이 높으면서 업무 자율성이 높으면 스트레스가 높고 건강에 치명적인데 이것이 교사직군이다. 

 이렇다 보니 교사는 소진된다. 소진은 너무 많은 것을 줄 때 그리고 그것을 심지어 내가 갖고 있지 않을 때 일어난다. 그리고 도덕손상도 생긴다. 도덕손상은 권력을 가진 사람과 제도에 의해 위험하고 중요한 상황에서 평상시 옳다고 여긴 신념 도덕을 위배하는 행위를 한 후 겪는 심리, 정신, 영적인 부정 반응이다. 교사는 소진과 도덕손상은 모두 자주 겪는다. 정서적 돌봄 결핍상태의 학생과 학부모는 요구하는 것이 많고 불합리한 경우에도 관리자나 교육당국에 의해 사태를 덥기 위해 문제를 제기하는 학부모와 학생에 억지로 사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일본에선 한국의 서이초 처럼 교사를 자살로 몰고간 학부모가 등장하며 몬스터 패런츠란 용어가 등장했다. 이들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자기 자녀의 이야기만 믿고 교사나 학교에 불만을 터트림

2. 자기 자녀의 문제는 절대 인정하지 않음

3. 교사의 대응에 조금이라도 불만이 있으면 교장, 교육청 등을 들먹이며 사태를 확장시킴


몬스터 패런츠는 다음과 같은 사회적 이유로 탄생했다.

1. 공동체 붕괴, 소수의 자녀

2. 학교에 대한 불신 증가

3. 현대 부모는 교육에 관여할 재력과 시간이 과거에 비해 증가함.

4. 학교에 소비자로서 무엇이든 요청 주문해도 된다는 천박한 소비문화

5. 자신의 책임을 전가하는 경향이 농후한 사회분위기

 사실 이런 사회적 이유는 전통근대사회의 붕괴 때문이다. 저출생에 고학력, 고경쟁, 고인구밀도, 고령화가 배경에 있는 것이다.

 책에는 공무원 직종별 평균수명이 수록되어 있다. 공무원은 일반 사기업에 비해 노동강도가 약하고, 연금으로 노후가 보장되어 수명이 길것 같았지만 놀랍게도 전 직종이 한국 평균수명에 미치지 못했다. 이는 공무원 직종이 대부분 서비스업으로 최근 들면서 무한한 민원과 요구, 터무니 없는 대우에 노출되어 상당한 스트레스를 재직중에 받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가장 수명이 긴것은 정무직으로 사람을 덜 대하고 정책을 수립하다보니 82세로 가장 한국 평균에 가까웠다. 가장 낮은 것은 소방으로 69세 경찰은 73세, 법조는 74세로 의외로 낮았다. 소방과 경찰은 직무중 사망이 가장 많을 터이고, 스트레스와 위험물질 노출로 인한듯하다. 법조는 스트레스와 격무가 있을 것이다. 교직은 77세로 이들보다 높긴 했으나 직무 중 사망이 거의 없음에도 수명이 낮았다. 재직중의 높은 스트레스가 원인 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교사의 퇴직 연령은 생각외로 이르다. 교직의 퇴직 연령은 62세로 60세인 다른 직종보다 높다. 하지만 퇴직이 무척 빠르다. 교직의 평균 퇴직 연령은 54세우 불과하다. 정년을 8년이나 채우지 못하는 것이다. 가장 낮은 것은 고등 여교사로 50.4세가 평균 퇴직 연령이다. 고등 남교사는 57.5세, 초등 남교사는 84세, 초등 여교사는 54.2세였다. 스트레스로 와 업무과다, 낮은 보수 등이 빠른 퇴직의 원인 일 것이다.

 저자는 그럼에도 교사가 외상후 성장해야 한다고 말한다. 외상후 성장은 자신이 다른 사람이 되었다는 느낌, 타인과의 관계가 예전과는 달라졌다는 느낌,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 철학이 달라졌다는 느낌이다.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자신이 겪은 외상과 고통의 현실을 부인하지 않고 마주하기, 일어난 불행을 왜곡하지 말고 수용하기, 굴복하지 말고 이겨내기, 자신을 비난 모멸하지 말기, 이 역경을 이겨낸 후 삶은 어떻게 책임지는 자세로 살아갈 것인지 계획하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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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4-02-03 17: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본 영화 <괴물>이 생각나는 글입니다. ^^

닷슈 2024-02-03 20:41   좋아요 1 | URL
괴물 재밌어 보이던데 보셨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