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지만 좋은 책이다. 차세대 반도체에 대해 요즘 논의되는 많은 개념을 소개하고 정리해준다. 다음은 '반도체 3대장'이라는 로직, 메모리, 아날로그에 대한 설명이다. 


  오늘날 반도체 분야의 기술 혁신은 로직logic, 메모리memory, 아날로그analog의 3가지를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모두 트랜지스터transistor나 커패시터capacitor 등의 여러 소자device를 칩 하나에 집적하는 형태이지요. 이 외에 개별discrete 반도체라는 개념도 있는데, 고유 기능이 있는 소자 하나를 칩 하나로 구현한 것을 일컫습니다. 

  로직 반도체는 논리 연산을 수행하는 제품군으로, 마이크로 프로세서microprocessor, 그래픽 처리 장치(graphics processing unit, GPU), FPGA(field-programmable gate array) 등을 포함합니다. 시장에서 요구하는 기능이 날로 복잡해지기 때문에 이 반도체는 설계부터 제조까지 매우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야 하지요. 설계자는 컴퓨터 아키텍처architecuture, 컴퓨터 지원 설계를 뜻하는 캐드(compurter-aided design, CAD), 소프트웨어 전반에 대한 지식이 풍부해야 하고, 생산에도 5나노미터nm(이하 나노로 표기), 3나노 같은 최신 공정이 필요합니다. 그만큼 연구 개발과 생산에 많은 기술 역량과 비용이 들어갑니다.

  메모리 반도체의 대표는 D램(dynamic random-access memory, DRAM)과 낸드 플래시NAND flash입니다. 단어 뜻 그대로 저장 기능을 담당하지요. 단위 면적당 저장 용량을 높이기 위해 갈수록 첨단 제조 공정에 크게 의존하고 있지만, 같은 구조가 반복되는 형태이기 때문에 로직 칩에 비해서는 설계하기 쉽습니다. 또한 로직 칩과 달리 설계 과정에서 컴퓨터 아키텍처, CAD, 소프트웨어와 관련한 제반 지식이 많이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아날로그 반도체에는 이미지 센서, 아날로그-디지털 변환기(analog-to-digital converter, ADC) 등이 있습니다. 빛, 소리, 온도, 압력 등 아날로그 형태로 들어오는 물리적 신호를 디지털 신호로 바꿔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 제품군은 생산 과정에 최신 공정이 필요하지는 않은 반면, 설계 노하우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설계자가 회로를 어떻게 그리는가에 따라서 칩의 성능과 특성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예술에 가까운 감각이 필요하지요. 아주 자세한 설계도가 없다면 모방하기도 어렵습니다. 로직 칩이나 메모리 칩과 구별되는 또 다른 점은 다품종 소량 생산이라는 점입니다. 메모리 칩과 비슷하게 아날로그 칩 설계에도 컴퓨터 아키텍처, CAD, 소프트웨어 관련 지식이 많이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12~13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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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자들이 지구 상에서 초기 우주의 상황을 실험하고자 사용하는 대형강입자충돌기(large hadron collider, LHC). 이 LHC에 대한 수치들이 책에 나와 옮겨 놓는다. 저자는 이 실험장치를 "인류가 건설한 가장 거대하며 가장 복잡한 기계(the largest and most complex machine that humandkind has ever built)"라고 말한다. LHC는 보통 '유럽입자물리연구소'로 번역되는 CERN의 시설이다. 


먼저 크기. 스위스와 프랑스 국경에 걸쳐 있는 터널에 설치된 이 원형 입자가속기는 둘레가 27 km이다. 가속기 주변에 있는 1,600개 이상의 초전도 자석이 양성자들을 가속시킨다. 초전도 자석이 만드는 자기장의 세기는 지구 자기장의 100,000배 이상이다. 초전도 자석은 절대온도 1.9도(1.9 K)에서 작동한다. 이 온도를 유지시키기 위해 거의 100톤의 액체 헬륨을 지속적으로 공급해야 한다. 1.9 K는 우주 공간의 온도인 2.7 K보다 더 낮다. 


가속기 내에서 양성자들은 빛의 속력의 99.999999퍼센트까지 가속된다. 이 속력에서 양성자들은 27 km의 가속기 둘레를 1초에 11,000번 돈다. 양성자는 혼자 도는 것이 아니고 1천억 개 이상 무리 지어 돈다. 가속기 둘레의 4곳에는 이렇게 가속된 양성자들이 정면충돌하는 검출기 시설이 있다. 양성자-양성자 정면 충돌이 한 번 일어날 때에는 13,000 기가전자볼트(GeV)의 에너지가 방출된다. 


검출기 중의 하나는 ATLAS라고 불리는데, 이 장치의 길이는 46미터이고 무게는 7,000톤이다. 아주 작은 비율로 양성자-양성자 충돌이 일어남에도 불구하고, 검출기 안에서는 1초에 약 7억 번의 비율로 충돌이 일어난다. 


이러한 숫자들은 사실 인간에게는 감이 잘 안 온다. 그냥 엄청나다는 것을 이렇게 표현하는 것이다. 입자가속기(또는 충돌기)들은 요새 영화에 종종 등장한다. 톰 행크스 주연의 '천사와 악마'에도 나왔고(CERN이 주무대였다), 최근 넷플릭스 시리즈 '삼체'에도 나온다. 


<Wikipedia에서 가져온 ATLAS 설치 당시 찍은 사진. 아래 쪽에 있는 사람을 보면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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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교
박범신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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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망'에 대한 글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나이 듦과, 나이가 듦에도 나이 들지 않는 마음에 대한 책이라고 난 말하고 싶다. 나이 든 누구나 느낀다. 지난 날이 너무 빨리 지나갔다고. 나이가 들수록 더욱 그렇게 느낀다. 그럼에도 마음은 늙지 않아서 거울을 보면 아직도 거울 속의 내가 낯설다. 하지만 어느덧 나이든 나를 조금씩 받아들인다. 하지만 그렇게 나이 든 나를 받아들임에도 문득 나이를 잊도록 하는 것이 있으니 그것이 육체적 갈망인 모양이다. 작가는 그러한 모습을, 젊음의 싱그러움과 그것을 사랑하는 노작가의 갈망을, 시인 이적요를 통해 보여준다. 시인 이적요는 결국 죽음을 통해 사랑을 완성하고자 하지만, 난 안다. 죽음은 아무 것도 완성하지 않는다. 죽음은 과정일 뿐이다. 나의 젊음은 자식에게로 이어진다. 우리는 자식으로 이어지는 젊음을 통해, 내가 죽어도 이어지는 생명을 본다. 그러므로, 난 주장한다. 사랑이 내리 사랑이듯, 삶은 내리 삶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우리는 종종, 우리의 동물성(또는 생명성)을 잊는다. 우리는 생명의 사슬을 잇는 한 역할을 맡고 있다. 생명은 이어지고 우주는 돌아간다. 그저 그뿐이다. 


굳이 사족을 덧붙이지면, 세대는 단절될 수밖에 없다. 살아온 세월과 경험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니 난 같은 세대가 왠지 정겹다. 같은 운명공동체니까. 스러지는 인생에서, 같이 나이 드는 서러움을 얘기하고, 또는 나이 듦으로써 반대로 얻는 것을 나눌 수 있는 친구를 갖는 것이 그만큼 중요한 듯 싶다. 문학작품 감상을 적다가 너무 교훈으로 흘러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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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 수 있는 건 없고 읽고 싶은 책들이 눈에 띄어 모아 놓는다. 













먼저 <버추얼 히스토리>. 만약 역사가 다르게 전개됐다면 어떻게 됐을까를 여러 역사학자들이 논의하는 책이다(600페이지). 이름하여 '가상 역사'이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여러 우연 또는 필연이 겹쳐 전개됐던 역사가 만약 그 핵심적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지를 살펴보는 것은 흥미롭다. 당시에 작용하던 '역사적 힘'을 살펴보는 연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인구가 바꾼 역동의 세계사>. 역사를 움직이는 힘이 무엇일까를 인구라는 관점에서 바라보게 하는 책이다(464페이지).















<마지스테리아>. 과학과 종교가 얽히며 펼쳐낸 역사에 관한 책이다(720페이지). 서구에서 과학은 종교적 열망에서 태어났고('신의 비밀을 밝히다'), 종교와 갈등하다가, 이제는 종교로부터 벗어나 독자적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주변에서 과학과 종교는 갈등한다. 특히 기독교에서 그렇다. 늘 흥미로운 주제이다. 















<독일인의 전쟁 1939-1945>. 파국으로 끝났던 2차대전을 수행했던 독일인들에 관한 책이다(976페이지). 부제가 '편지와 일기에 담긴 2차대전, 전쟁범죄와 폭격, 그리고 내면'이다. 끔찍했던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 소름이 끼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면 이런 책을 읽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찬란한 5월이 이렇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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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cording to Einstein's equations, a universe with a high density of matter will not only be positively curved, but will also ultimately contract, bringing all points in space closer together as time progresses. On the other hand, a lower density universe will have a negatively curved geometry and will expand forever. (pp. 28-29)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에 따르면 물질 밀도가 높은 우주는 양(+)으로 휘어질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수축한다. 즉, 시간이 흐름에 따라 공간 내의 모든 점들이 가까워진다. 반면 물질 밀도가 낮은 우주는 음(-)으로 휘어지며, 영원히 팽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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