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교
박범신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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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망'에 대한 글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나이 듦과, 나이가 듦에도 나이 들지 않는 마음에 대한 책이라고 난 말하고 싶다. 나이 든 누구나 느낀다. 지난 날이 너무 빨리 지나갔다고. 나이가 들수록 더욱 그렇게 느낀다. 그럼에도 마음은 늙지 않아서 거울을 보면 아직도 거울 속의 내가 낯설다. 하지만 어느덧 나이든 나를 조금씩 받아들인다. 하지만 그렇게 나이 든 나를 받아들임에도 문득 나이를 잊도록 하는 것이 있으니 그것이 육체적 갈망인 모양이다. 작가는 그러한 모습을, 젊음의 싱그러움과 그것을 사랑하는 노작가의 갈망을, 시인 이적요를 통해 보여준다. 시인 이적요는 결국 죽음을 통해 사랑을 완성하고자 하지만, 난 안다. 죽음은 아무 것도 완성하지 않는다. 죽음은 과정일 뿐이다. 나의 젊음은 자식에게로 이어진다. 우리는 자식으로 이어지는 젊음을 통해, 내가 죽어도 이어지는 생명을 본다. 그러므로, 난 주장한다. 사랑이 내리 사랑이듯, 삶은 내리 삶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우리는 종종, 우리의 동물성(또는 생명성)을 잊는다. 우리는 생명의 사슬을 잇는 한 역할을 맡고 있다. 생명은 이어지고 우주는 돌아간다. 그저 그뿐이다. 


굳이 사족을 덧붙이지면, 세대는 단절될 수밖에 없다. 살아온 세월과 경험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니 난 같은 세대가 왠지 정겹다. 같은 운명공동체니까. 스러지는 인생에서, 같이 나이 드는 서러움을 얘기하고, 또는 나이 듦으로써 반대로 얻는 것을 나눌 수 있는 친구를 갖는 것이 그만큼 중요한 듯 싶다. 문학작품 감상을 적다가 너무 교훈으로 흘러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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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시사인) 제865호 : 2024.04.16 - 세월호 10주기 특별호
시사IN 편집국 지음 / 참언론(잡지)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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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10주기 특별호이다. 사고가 일어난 지 어느덧 10년이 됐다. 아직도 그 당시 상황이 잘 기억난다. 세월호와 연관되었던 이들의 인터뷰가 죽 나온다. 아직도 눈물 바람을 하며 읽었다. 산다는 건 무언지 뒤돌아 보게 된다. 한 번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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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remy 2024-04-16 15: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먼 곳에서 생업에 종사하며 바쁘게 사는지라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에 별 관심이 없었던 저에게
세월호 사건은 그야말로 충격이었습니다.

아들의 나이가 마침 딱 그 때
세월호와 함께 수장된 아이들과 같은 나이라서
전혀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고
안타까움과 분노로 저절로 눈물이 솟구치더군요.

생때같은 아이들을 잃고나서도 10주기가 되도록 여전히
진상 규명이 제대로 되지 않는 사회,
그런 말도 안 되는 사건을 겪었던 아이들이 나이 먹어
청년이 되니 또 다시 길거리에서 압사, 떼죽음을 당하는 사회,
21세기 잘 길러놓은 아들을 국민의 신성한 의무를 다하기 위해
군대에 보내놓으면 아직도 여전히 시신으로 돌아올 위험이 농후한 사회,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이러한 일들이
너무나 쉽게 잊혀지고 덮혀지는 사회.
언제나 그리워하고 또 돌아가고 싶은 모국이라서
이런일들이 너무 슬픕니다.

blueyonder 2024-04-16 15:43   좋아요 1 | URL
참으로 부끄러운 우리의 자화상입니다. 저도 이 사회의 일원이니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해외에 계시면 더 애국자가 되시는 것 같아요.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리라 믿고 살아보려고 합니다. 다음 번 한국 오셨을 때 조금 더 나아졌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품어 봅니다.
 
승부 2
조세래 지음 / 문예춘추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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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勝負)는 '이기고 짐'의 한자어이다. 찾아봐도 적절한 영어 단어가 없는 것 같다. 이기고 짐을 목표로 하는 game이라고 해야할지, 대결이라는 의미에서 duel이라고 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승부사란 이를 업으로 삼는 사람이다. 바둑을 두는 사람도 승부사이다. 이기고 짐이 명확한 승부에서, 진 사람은 견디기 힘든 아픔을 겪는다. 이를 업으로 삼는 사람이라니... 


2편의 주인공은 추평사의 아들인 추동삼이다. 추동삼 역시 세상을 떠돌아 다니는 바둑 명인이다. 여기에 화자 역할을 하는 박 화백의 인생 얘기가 겹쳐진다. 책에는 전문기사 제도가 자리를 잡기 전에 돈을 걸고 바둑을 두는 사람들 얘기가 넘쳐난다. 큰 돈이 걸린 내기 바둑 승부를 이기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이들, 두어보니 기력 차이를 실감하는 이들, 바둑 실력을 늘리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는 이들의 얘기를 읽으니 TV 바둑 중계에서 바둑 두는 기사들이 왠지 다르게 보인다. 


바둑을 주요 주제로 삼아 이야기를 풀어가지만, 끝까지 읽어보니 결국 '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는 인생 이야기이다. 


  "설숙 스승은 왜 그리 추동삼씨에게 무관심했습니까?"

  "......."

  "스승 된 도리로 제자의 마음을 잡아주어야만 하지 않았을까요?"

  "스승이란 자리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해주는 위치가 아닐세. 제자들에게 삶의 지표를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이기도 하지. 그것은 말없는 그늘이고 삶의 울타리이기도 하네."

  담담한 해봉처사의 대답을 들으면서도 박 화백은  그 말에 선뜻 찬동할 수 없었다. 인간과 인간의 관계는 서로 공조함으로써 더욱더 빛이 나는 법인데 스승의 그 지나침 냉담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았다. (177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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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 1
조세래 지음 / 문예춘추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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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한말과 일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바둑 고수들의 이야기이다. 주인공은 여목과 그의 제자 추평사라고 말할 수 있겠다. 대결과 승부의 이야기인지라 무협소설의 느낌이 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바둑이라는 주제로 그 속에 얽힌 사람과 사람의 이야기를 잘 펼쳐냈다. 구성도 나름 긴박하고 디테일도 살아 있어 잘 쓰여진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바둑에 관심이 있는 이에게는 매우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히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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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조한 마음 대산세계문학총서 116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이유정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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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실수로 시작된 이야기가 점차 증폭되며 롤러코스터를 탄다. 이게 누구의 잘못이겠는가. 그저... 책 날개에 나온 슈테판 츠바이크의 섬세한 얼굴 사진을 보며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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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4-02-13 02: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크....블루님도 오별! >.< 진짜 롤러코스터 타는 듯했습니다. 이게 누구의 잘못이겠는가.... 그니까요. ㅠㅠ

blueyonder 2024-02-13 16:13   좋아요 1 | URL
재미있게 빨리 읽었습니다. ^^ 인간이 역사의 주역이기도 하지만 기막힌 역사의 희생양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다시금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