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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딩 Leading - 나의 인생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에서 배운 것들
알렉스 퍼거슨, 마이클 모리츠 지음, 박세연.조철웅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리더십 관련 책을 읽었다. 소설을 읽으면서 틈틈이 읽었다. 신간 소설이 끊임없이 나오다 보니 이렇게 구매해 놓은 책은 계속 늦어지는 경향이 있다.
알렉스 퍼거슨 경.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나 아는 감독이다. 또한, 박지성을 좋아하는 사람도 모를 수 없는 감독이다. 1986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부임한 이후 총 38개의 우승컵을 획득한 감독이다. 박지성을 발탁하여 대한민국 국민을 EPL에 빠져들게 한 감독이기도 하다. 엄청난 연봉의 축구 선수들을 관리하면서, 또는 박지성같이 숨어 있는 선수들을 발탁해서 우승을 이렇게 많이 한 감독이라면, 리더십 분야에서 뭔가 있을 것이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은 자서전 형식을 따르지 않는다. 리더십, 축구 등과 관련해서 하나의 주제를 정하고, 이를 챕터로 나누어서 저자의 경험담과 생각을 서술했다. 저자가 주제를 정한 것인지 출판사나 기획자가 정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저자의 성공으로 미루어보아 뭔가 도움이 될만한 내용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 책을 선택했다. 다만, 각 챕터에서 설명이 잘 정리되어 있지는 않다. 누군가에게 편하게 들려주는 스타일이라고 할까.
박지성에 대한 내용이 나오지 않나 주의를 기울였다. 많이 나오지는 않지만, 관찰이라는 주제를 다룬 챕터에서 아래와 같은 문장이 나온다. 두 개의 폐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던 박지성이기 때문에 설득력 있게 들린다.
"박지성처럼 혼자서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는 선수는 정말로 드물다." - p.29
저자는 리더십의 본질은 선수들이 미처 깨닫지 못했던 5퍼센트의 능력을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리더에게 필요한 것은 존경이고, 이를 위해서는 자연스럽게 경계가 생기기 마련인데, 그러한 경계가 허물어질 때 삶은 피곤해진다고 설명한다. 리더와 구성원의 경계를 피하지도 말고, 두려워하지도 말라는 말이다. 어느 정도 거리를 두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책을 읽을 때 첫 번째 챕터의 첫 번째 페이지와 마지막 챕터의 마지막 페이지가 가장 인상 깊었다. 인상 깊었다기보다는 창피함을 느꼈다가 더 맞는 표현인 거 같다.
"조직을 이끄는 위치에 있다면, 그 구성원이 누구인지 알아야 한다. 가령, 어디에서 자랐는지, 어떻게 그들에게서 최고의 상태를 이끌어낼 수 있는지, 어떤 말에 두려움을 느끼는지 같은 것들 말이다." - p.18
회사에서 한 파트를 담당하고 있는데, 파트 구성원들에 대해서 내가 과연 얼마를 알고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축구선수를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를 것이지만, 그래도 그들의 리더라면, 당연히 감독이 축구선수를 파악하고 있듯이 구성원을 파악하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 책을 읽고, 각 구성원들의 카드를 만들었다. 중요한 자산이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계속 슬리퍼를 신고 있지 말라." 이 말은 내게 큰 깨달음을 주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아침을 먹고 나서 곧바로 다른 신발로 갈아 신다. - p.371
주말이나 공휴일에 늘어져 있던 적이 많았다. 5일 동안 일했으니 2일은 나에게 주는 보상이라고 생각하며, 늦게까지 침대에서 뒹굴뒹굴하고, 뭐 하는지 모르게 멍하게 있다가 몸의 균형이 깨져서 월요일 아침에 매번 고생스럽게 출근했던 적이 있었다. 물론, 주말에 충분히 휴식을 취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휴식을 취하는 것과 주말이나 공휴일을 낭비하는 것은 다르다.
한 달 전부터 6시 30분에 일어나서 20분 정도 운동을 한 후에 출근한다. 이것을 주말에도 똑같이 한다. 그래서, 금요일도 늦게 자지 않는다. 평균적으로 12시 30분 정도이면, 잠을 청한다.
주말도 6시 30분에 일어난다고 해서 엄청 바쁘게 지내지는 않는다. 동네 도서관을 가거나 책을 읽는다. 너무 피곤하면, 운동 후 소파에 누워 책을 읽다고 잠이 들기도 한다. 게임을 할 때도 있고, 영화를 볼 때도 있고, 레고를 만들 때도 있고, 주변 산책을 나가기도 한다. 무엇인가를 주말에도 계속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주말 계획도 세우고, 일요일 저녁에 지난 일주일 동안 무엇을 했나 생각도 해보고,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벌 수 있나 고민도 해본다.
우승을 못하면, 바로 해고되는 상황에 놓인 축구 감독이 어찌 보면 회사원보다 더 긴장감 있는 삶을 살지 않을까 한다. 하지만, 이런 긴장감을 극복하며, 지속적으로 성과를 내면, 은퇴 후에 여생을 편히 마무리할 수 있다. 반면에 많은 회사원들이 이 정도로 괜찮다고 주어진 환경에서 만족하면, 은퇴 후에 기다리는 것은 무엇일까? 이 질문을 하는 나 또한 다른 회사원들과 다를 수 없다. 이제 매년 우승을 하기 위해 치열하게 삶을 산 알렉스 퍼거슨 경을 다시 생각해야 할 때이다.
2017.06.30 Ex Libris H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