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크래프트라의 소설 읽어보셨습니까. 원작이 러브크래프트인 이 영화는 1986년인가 작품입니다. 인간의 근원적인 순수한 감정, 그중에서 제일 위에 있는 공포를 문학의 저변으로 확대시킨 사람이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거든요. 러브크래프트는 공포 문학으로는 단연 최고라고 말할 수 있어요. 두려움이라는 건 한 번 경험해 보고 나면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는, 그리고 두려움이 정신을 가득 지배하면 슬픔, 기쁨, 환희, 애완 같은 다른 감정은 가질 수 없습니다. 공포라는 건 인간의 가장 밑바닥 내지는 제일 위에 있는 감정이라 그런 것 같아요.

우리가 머릿속에 떠올릴 수 있는 공포의 주체가 되는 영화 속 크리처, 고스트, 이종(외계인)의 모습은 대체로 러브크래프트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 보면 됩니다. 러브크래프트는 평단에서는 좋은 평을 듣지 못했고 뒤에 나온 후배 소설가들도 러브크래프트의 문장력을 칭찬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소설은 문학으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불행한 인물이었어요. 저렴한 질의 종이에 잠깐 읽고 넘길 수 있는 가벼운 소설이 실리는 펄프 잡지에 기고를 하면서 인기를 얻었어요. 주러 호러, 공상, 판타지, 갱스터물이 인기를 얻었다고 합니다. 이 잡지를 통해 코난 더 바바리안, 타잔, 쾌걸 조로 같은 캐릭터가 탄생했어요.

러브크래프트는 193746세라는 말도 안 되는 나이에 죽었습니다. 영화사에서 가장 아름답고 위험한 존재 에일리언이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의 영향을 받아서 만들어진 것이거든요. 에이리언의 디자인은 이미 1973년부터 제작이 되었다고 하니 영화라는 산업? 문화는 참 대단한 것 같아요.

러브크래프트의 족적은 짧았지만 그가 지닌 그 어마어마한 세계관, 상상도 생각도 하지 못할 암울하고 음울한 분위기와 기이한 표현과 독특한 묘사는 현재 인류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러브크래프트는 흔히 말하는 크툴루 신화의 밑거름을 닦은 사람입니다. 크툴루 신화는 그리스 신화나 중국 신화 같은 신화인데 역사는 짧아요. 판타지 문학에서 빛으로는 반지의 제왕의 톨킨을 말한다면, 어둠에 관해서는 단연 러브크래프트입니다.

그는 인간이 지니는 아주 순수한 공포, 저 밑바닥의 근원직인 공포는 미지에서 오는 공포라 확신하여 소설을 썼어요. 그래서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에는 지정할 수 없고 톡정할 수 없는, 사람의 생각으로 파악이 전혀 되지 않는 음산한 존재가 늘 소설의 주위에 숨어서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러브크래프트가 말하는 공포는 고대 신들을 본뜬 거대한 형상과 그 앞에서 그야말로 처정하게 무력한 인간, 결국 인간은 공포에 무릎을 꿇고 맙니다. 인간은 공포를 느낀 다음 수순으로 그 공포 앞에서 경이의 순결함을느기고 그 공포의 아름다움에 흡착되어 버리게 됩니다. 공포가 주는 미학적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합니다. 그건 뱀에게 쫓기는 쥐가 궁지에 몰리면 뱀에게 발악을 하다가 서서히 먹히는데 그 먹힐 때 쥐도 쾌감을 느끼는 것과 비슷합니다. 아무튼 러브크래프트가 현재 공포소설의 신격화로 추앙받게 된 이유가 설명이 가능하게 합니다. 현재 영상산업에서 러브크래프트의 영향을 받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영화뿐 아니라 미술, 게임, 소설, 애니메이션까지 러브크래프트의 스타일과 세계관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산업이 많어졌어요.

그는 자신의 소설 중 단편인 우주에서 온 색채를 가장 사랑했다고 합니다. 이 소설은 나홈이라는 농부의 밭 가운데 운석이 떨어지는데, 그 안에서 지구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색채를 발견하게 되면서 진행됩니다. 나홈의 가족들은 그 색채 때문에 점점 광기에 빠져들어 죽어가고 그 색채에 의해서 사람이 타들어가듯이 잿빛으로 변해서 부서지는 현상이 발생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빛이, 지정할 수 없는 색채가 뿜어져 나오며 그 범위가 서서히 넓어지는데 이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이 소설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은 작품이 근래의 영화 서던 리치입니다.

서런 치지, 이 영화의 미술은 훌륭합니다. 몹시 아름답고 아주 화려해요. 매혹적이며, 그간 지나치면서 또는 영화 속에서 봐온 빛과는 다른 질의 빛의 움직임을 볼 수 있어요. 빛이 마치 살아 있는 것 같은, 아주 고혹적이면서 하나의 미술작품으로 손색이 없습니다. 하지만 사람을 잡아당기는 이 아름다움이 불쾌하고 불안하고 기괴해요. 영화를 가득 메우고 있는 미술에 빠져들 때쯤에는 이미 내 모든 세포가 불쾌하고 괴기하게 변하는 착각이 듭니다.

꼭 램브란트의 그림을 보는 것 같아요. 램브란트의 그림 속에는 빛이 꼭 살아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마치 인공적인 조명을 비춘 것 같은, 그래서 램브란트의 그림을 조금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림인지 사진인지, 그리고 보는 시간을 좀 더 길게 끌고 가면 그림 속의 인물이 마치 나에게 뭐라고 말 할 것 같은 기이한 분위기가 있습니다. 그림 속 사람들은 표정이 거의 없거나 또는 미소를 짓고 있는 사람 역시 어쩐지 기괴하게 보입니다.

서던 리지는 미국에서는 아나힐레이션 이라는 제목으로 개봉을 했고 소설은 국내에도 출간되어 있어요. 소설은 3부작이며 영화는 1부를 영화로 만들어졌어요. 국내개봉은 안 했습니다. 이 소설 역시 러브크래프트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스티븐 킹도 이 소설을 칭찬하고 좋아했어요.

이 영화는 엑스 구역, 쉬머라는 공간이 왜 생겨났는지(러브크래프트의 우주에서 온 색채,에서 처럼 빛의 구역이 느닷없이 생겨났어요), 점점 대지를 잡아먹고 영역을 넓혀가는 것을 해결하려 들지도 않아요. 쉬머라는 그 구역에서 벌어지는 현상에 집중을 하고 있어요. 초현실적인 공간의 쉬머는 지구에 없는 색채로 인해 환상적이며 아주 몽환적인 모습을 하고 있고 그 속에 들어가는 순간 그간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외의 현상이라는 것이 일어납니다.

쉬머에서는 서로 다른 종의 세포의 굴절과 분열 그리고 병합이 이루어져서 생물체가 이상하게 변종이 됩니다. 인간 역시 마찬가지로 자신도 모르는 새 복제가 되거든요. 쉬머 속에서 살고 있던 곰이 세포가 망가져서 헬프 미라고 하는 부분은 소름이 쫙 끼치죠. 무엇보다 영화의 음악이 기괴하고 괴기합니다. 바닥에 붙어 있는 신경 줄을 뜯어 올리는 듯한 음악 역시 아주 음산해요. 이 감독은 이전에 엑스 마키나를 연출한 감독인데, 그 영화 보셨습니까?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죽 끌고 가는 스타일의 연출을 하고 있어요.

생각해보면 공포는 주는 주체가 크리처나 살인마, 이종이나 괴물이 아니라 색채라는 것이 상상을 넘어서고 충격을 줍니다. 이 색채의 모호함은 미지에서 온 공포라는 것이고 이것이 러브크래프트의 세계관이거든요.

공포 속 미지의 공포에는 촉수가 있고, 촉수는 늘 에로티시즘을 방불케 합니다. 일본의 공포문화에도 영향을 끼쳤어요. 그로테스트적인 면이 당연하지만 같이하며 러브크래프트의 세계관은 한동안 전 세계의 극장에 영화가 되어 상영이 되곤 했다가 근래에는 거의 다루지 않았는데 서던 리치가 나왔네요.

공포라는 건 공포의 실체가 드러나는 순간 공포는 대체로 사라집니다. 공포라는 건 공포의 주체가 무엇인지 모르기에 공포가 극대화가 됩니다. 그건 영화 뿐 아니라 실제와 실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영화는 오래된 영화로 지금 보면 촌스럽지만 당시에는 꽤 높은 특수촬영효과가 있었다. 연구를 통해 미지의 존재가 인간의 뇌로 파고들어 흉측하게 변하여 인간의 뇌를 집어삼키려 하려 하고 그걸 막으려 하는 내용이다. 영화가 공포영화지만, 공포영화가 대체로 그렇듯이 에로티시즘적이다. 축축한 피부와 점액질의 촉수 역시 은밀한 부위를 묘사하고 있고 곳곳에 그런 장치가 있다. 인간은 그걸 좋아하면서도 우아한 척, 싫어하는 척하니 인간이 정말 미지에의 공포 중 으뜸이라 느껴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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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트 윌, 이 영화는 할리우드의 레젠더리픽쳐스 영화사에서 만들었지만 이 영화사는 중국 완다그룹으로 넘어간 회사다. 맷 데이먼과 경첨이 주인공이고 유덕화가 나온다. 감독으로 장이머우가 메가폰을 잡았다. 장이머우, 장이머우를 빠르게 발음하면 장예모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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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예모 감독은 잘 알겠지만 ‘붉은 수수밭’ ‘홍등’ 같은 상업영화지만 예술영화에 가까운 영화를 만들어온 감독이다. 장예모 감독의 대부분의 영화가 거대한 서사의 예술영화 분위기를 죽 이어가고 있는데 그레이트 윌의 감독을 어떻게 맡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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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제작사가 장예모를 찾아갔을 때 대번에 거절당했을 것이다. 이유는 분명하다. 장예모 감독의 색깔과 철학과 거리가 먼 영화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작사는 영화를 만들어내면 받는 돈에 몇 배를 더 붙여준다든가 중국의 위대한 유산인 만리장성을 배경으로 이루어지는 서사 SF라든가, 슬슬 장예모가 이 영화에 흥미를 가지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중국을 부각시키는 영상의 서사를 맡아달라는 제작사의 청을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지만 영화를 보면 크리처의 디자인에서 마저 중국!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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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영화를 보면 아무것도 없을 크리처 영화의 클리셰 범벅이지만 장예모가 그것을 고민을 하고 노력을 한 모습이 보인다. 아마 다른 감독이 맡았다면 메가로돈이나 인디펜던스데이 2처럼 괴작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화는 시각에 의존을 하다 보니 이야기가 너무 허술하여 졸작에 가깝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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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들도 싫어했을 것 같은데, 왜냐하면 결국 주인공이 맷 데이먼이 아닌가. 유덕화는 죽고 맷 데이먼이 크리처를 물리치고 중국 왕실을 살리게 되는데 요즘처럼 중국과 미국이 사이가 안 좋은 가운데 어떤 중국인들이 좋아할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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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워제트 팀이 이 영화를 제작해서 인지 크리처의 대거 출몰하는 장면에서는 월드워제트가 연상되기도 하지만 크리처의 특징이 없기에 한 번 휘몰고 가면 금방 잊어버리게 된다. 이 영화를 보면 자본은 정말 많이 투입되었다는 게 막막 느껴진다. 그리고 그뿐이다. 보통 크리처 영화가 하면 사람들은 무서워하지만 크리처가 가장 궁금하다. 크리처의 특징이 무엇이며 어떻게 생겼는지가, 징그럽고 괴상하게 생겼어도 그것이 가장 궁금하다. 서던 리치에서의 세포분열을 일으킨 괴물을 보라, 콰이어트 플레이스의 크리처를 보라, 굉장히 디자인에 신경을 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 뭐 한국의 초롱이도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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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옷의 디자인도 찬란하다. 갑옷과 무기들 역시 뭐랄까 중국스럽지 않다. 화려하고 컬러풀해서 마치 그대로 아크 원자로를 박으면 중국판 아이언맨이 되어도 될 것 같다. 그래도 크리처들이 떼로 몰려와서 전투를 할 때는 반드시 투구를 쓴다. 봤나 안시성 놈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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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장면에서 장예모가 노력했다는 것이 엿보이는 것은 크리처가 만리장성 위로 올라와서 사람들을 공격할 때 정말 물리면 아작 날 것 같은 두려움을 보는 사람도 같이 느꼈다는 것이다. 정말 이 괴물들과의 전투에서 밀려나면 모든 것이 끝장난다는 그 거대한 공포가 크리처와의 대결에서 느껴졌다. 그런 것이 감독의 재능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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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로드, 혹시 읽어 보셨습니까. 저는 두어 번 읽은 것 같아요. 코맥 매카시의 소설입니다. 더 로드는 영화로도 있어요. 연기를 잘하는 배우 비고 모텐슨과 미국판 ‘렛미 인’에 나왔던 코디 스밋 맥피가 아빠와 아들로 나옵니다. 가이 피어스도 나오는데 아이언맨 3에서 온몸이 불덩어리가 되던 그 사람 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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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소설 더 로드가 말하는 세상은 지구가 어떤 이유로 종말을 겪은 이후의 이야기입니다. 그 속에서 아빠와 아들이 그 휑하고 삭막하고 바람만 있는 세상을 살아가는 내용이에요. 더 로드가 말하는 세상에서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은 인육을 먹는 사람을 피해 다니는 것과 신발을 구해야 한다는 것, 무엇보다 식량, 식량을 구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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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것이 싹 소멸해 버린 세상에서 살아가는 것은 본능의 최우선 감각을 심각하게 건드리는 일이거든요. 살아남은 생존자들은 커트 같은 것을 몰고 오로지 식량을 찾아서 어디든 헤맵니다. 그러다가 총을 든 갱단에게 붙잡히면 여자는 강간을 당하고 먹히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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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좀비도 뭣도 아니에요. 같은 사람, 예전에는 이웃집 마음씨 좋은 아저씨 같은 사람이었지만 더 로드의 세계에서 타인은 그저 식량일 뿐이에요. 소설은 무엇 때문에 세상에 종말이 온 것인지는 말하지 않아요

종말을 맞이한 생존자들은 어떻게든 살아가는 것을 말하고 있어요. 더 로드의 세상에서는 늘 비가 내립니다. 비가 끊임없이 내려요. 그런 것으로 보아 종말에 기여를 한 것은 전쟁은 아닐 것 같아요. 전쟁이라 해도 이렇게 세계가 빗자루에 쓸리듯 몽땅 사라지진 않을 테니 지구에 크나큰 카타스트로프가 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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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맥 매카시는 암울한 지구의 종말에 대해서 썼습니다. 08년도에 나왔을 때 구입해서 읽었는데 그때는 읽으면서 으, 했어요. 미국 문학에는 이런 초현실적인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우리나라의 리얼리티만큼 사람들이 읽어요. 이 책을 사람들은 ‘눈먼 자들의 도시’와 비교하지만 둘은 분명하게 다릅니다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 말하는 두려움과 더 로드에서 말하는 두려움은 질적으로 차이가 확연합니다. 세상도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는 연료나 약이나 식량을 구할 수 있는 시기였다면, 더 로드의 세계는 아주 시간이 흘러버려 아무것도 남지 않은, 완전히 멸망한 지구의 세계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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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속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어딘지도 모를 길을 찾아갑니다. 저 어려운 세상에서 아버지는 곧 자신도 죽을 거라는 것을 알아요. 자신이 죽는다면 아들, 이 어린 소년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잘 나타납니다. 아버지가 멸망한 지구에서 식량을 찾아 헤매는 이유는 오직 하나입니다. 아버지는 내일이라도 죽을 수 있지만 이 멸망한 아무것도 없는 지구에서 아들을 통해서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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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의 대사도 책과 거의 다름없이 전개되는 걸로 기억합니다. 아버지는 멸망한 세계에서 아들에게 줄 선물을 끊임없이 찾아다닙니다. 더 로드의 세상은 지구가 망하고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려주지 않아요. 그 속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아버지와 아들이 찾은 고귀한 식량은 치토스와 스팸 같은 가공식품입니다. 우리가 그토록 몸에 나쁘다고 외치던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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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난생처음 콜라는 마십니다. 콜라는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변치 않음을 보여줘요. 그리고 소년은 트림을 합니다. 

아주 맛있어, 아빠도 좀 마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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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아버지가 아들의 머리에 총구를 겨누고 다가오는 사람들을 대비합니다. 아들의 머리에 총구를 겨눌 때 아버지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계속 생각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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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아버지에게 자꾸 묻습니다.

우리는 안 먹을 거지? 아무리 배고파도?

그래, 그럼.라고 아버지는 대답해요.

우리는 착한 사람인가요?

그래 우리는 착한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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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에 아버지는 죽어요. 죽은 아빠 곁을 떠나 소년은 새로운 사람들 틈으로 들어갑니다. 무리의 여자는 소년을 보자 두 팔로 끌어안아요. 여자는 소년에게 신에 관해 말하곤 합니다. 

책의 마지막은 이렇게 끝이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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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신의 냇물에 송어가 있었다. 송어가 호박빛 물속에 서 있는 것도 볼 수 있었다. 지느러미의 하얀 가장자리가 흐르는 물에 부드럽게 잔물결을 일으켰다. 손에 잡히면 이끼 냄새가 났다. [중략] 송어가 사는 깊은 골짜기에는 모든 것이 인간보다 오래되었으며 그들은 콧노래로 신비를 흥얼거린다.라며 끝납니다. 반전 같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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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영화#한꺼번에#리뷰

#책이야기#영화이야기

#코맥매카시#더로드

#비고모텐슨#코디스밋맥피

#카타스트로프보다더무서운건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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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게소는 한국 공포영화다. 한국 오컬트 공포영화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 상업영화를 표방하고 있지만 B급 공포물의 느낌이 강한데 망작이었던 속닥속닥보다 훨씬 낫다. 정말 그 영화보다는 저 위에 있는 공포물이다. 그리고 장산범보다 더 무섭다. 그래, 더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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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전달하려는 바가 분명하다. 온갖 악이 영화에 등장하지만 그 악보다 더 한 악이 인간이라는 말이다. 친구를 물건 취급하는 학생들의 따돌림, 원조교제, 성범죄, 살인을 하고 대출을 받아서 못 갚으면 장기를 빼가려는 등. 인간의 이런 사악함이 악을 깨운다는 것이다. 인간으로서 인간에게 도저히 할 수 없는 저런 짓을 하는 것은 인간 속에 있는 악이 근원이며 결국 그것이 밖으로 나온다는 것이 영화가 말하고자 한다. 하지만 그 전달이 몹시도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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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서 우리가 알만한 배우는 재희가 전부다. 대체로 유명하지 않는 배우들이 출연을 했다. 재미있는 건 먹방스타 양수빈이 사람을 죽이고 악마가 빙의된 살인마 3으로 나온다. 배우들은 공포물답게 호러 연기를 최선을 다해서 했다

휴게소에서 벌어지는 일인데 여기 휴게소에서는 인육으로 만든 돈가스를 판다. 주인공들이 이 휴게소에 휘말리면서 악이 세상 밖으로 나오고 악을 불러낸 주인공들 역시 모두가 사악한 과거가 있다는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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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는 그간 봐왔던 악마의 모습은 죄다 나온다. 팔다리 꺾이는 사다코 같은 관절꺾기 귀신, 좀비, 엑소시스트, 살인마 1,2,3 등장, 헬레이저, 심지어는 루시퍼도 나온다. 그리고 이 모든 악마는 불교의 종소리가 들리며 루시퍼는 날개가 타며 사그러든다. 굉장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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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거의 대부분 욕을 한다. 근데 욕이 생활밀착형으로 들리는 욕이다. 마녀에서 김다미나 최우식이 하는 욕은 욕처럼 들리지도 않는다. 이 영화에서 여자고 남자고 젊은 여자고 늙은 여자고 간에 전부 욕을 하는데 욕으로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을 배우로 썼나 싶을 정도로 욕을 찰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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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영화가 그간 나왔던 다른 공포영화와 확연하게 다른 점은 악마도 욕을 한다. 당황했지만 그것도 잠시 악마라고 욕을 못 하리란 법은 없지 않은가. 악마도 야이 씨X 새끼야 너 같은 $^%^&새$%가 이런 #$^&%^&&$@@ 막 이런 욕을 한다. 박수쳤다. 그러니까 인간이 얼마나 밉고 싫었으면 악마도 인간에게 욕을 한다. 나중에 가면 악마가 씨방 새야, 같은 욕한다. 심은하의 M같은 목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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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잔인한 장면이 많다. 막 자르고 혀를 뽑고 끊고 심지어 오래전 일본의 고어물 녀락을 떠올리는 기름에 얼굴을 튀기는 장면도 나온다. 그래서 두어 번 놀라고 두어 번 당황하다가 두어 번 웃게 된다. 감독의 의도였는지 모르겠지만 최고의 악인 루시퍼의 모습은 왜 저따위일까. 그 모습이 웃음을 짓게 만든다

.

 

한국 영환데 왜 자막이 있냐고? 악마가 갑자기 욕을 하다가 엑소시스트 같은 말을 내뱉는다. 그, 그 김윤식과 강동원의 영화 ‘검은 사제들’에서처럼 박소담이 하는 식의 알 수 없는 말을 하는데 잘 들어보면 영어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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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예산으로 만든 호러 영화치고는 한국에서 선전했다고 본다. 보다가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지만 영화는 몰입을 끝까지 몰고 가는 노력을 했다. 상업영화로 관객을 무시하는 태도의 영화보다는 훨씬 좋다. 영화는 극장 상영은 없다.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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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리뷰에 제작사에서 댓글을 달아 주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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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영화를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힘든 현실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된다. 영화를 빌려 하늘을 날기도 하고, 바다를, 땅속을 다니기도 하며 때로는 개미만큼 작아지기도 하고 집채만큼 커 지기도 한다. 과거로의 여행을 갈 수도 있으며 심지어 사람의 몸속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이 멋진 체험을 할 수 있기에 우리는 당연하지만 영화를 기를 쓰며 보러 간다. 현실에서는 느낄 수 없는 경이로움의 공포와 감동과 전율을 2시간 동안 느끼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 극장으로 누군가와 함께 가서 줄을 서 팝콘을 사고 나란히 앉아서 한곳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다. 좋은 사람과 함께 좋은 영화를 보는 것만큼 좋은 일은 그다지 널려 있지 않다. 그런 점에서 영화는 좀 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괜찮은 매개 중에서는 으뜸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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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마미아에서 도나의 추억을 봤고 이번에는 스타워즈의 한 솔로의 추억이다. 스타워즈는 워낙 오래되었기에 그 세계관에 대해서 접근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하는 동안 스타워즈 보다 더 흥미로운 것들이 한국에는 많아져 버렸다. 나 역시 스타워즈는, 스타워즈 시리즈는 워낙 어릴 때 나온 영화이기에 접근하려는 그 뭔가를 찾지 못하고 점점 커 가고 있었다. 스타워즈나 토이스토리는 미국인들에게는 그야말로 우리나라의 라면과 같은 관념이지만 한국인에게는, 그리고 어렸던 나에게는 본조비나 에어로 스미스 같지 않았다
.

어릴 때에도 설이나 추석이나, 간혹 국가 지정 어떤 날에는 스타워즈가 티브이에서 했지만 석가탄신일에 하는 서유기만큼 집중하며 본 기억은 없다. 그러던 중 스타워즈에 꽂히게 된 계기가 있었다
.

나는 가출을 싫어한다. 중학교 때 친구들이 야심 차게 가출을 결심하고 동맹하기를 바랐을 때 나는 그대로 집으로 왔다. 가출을 하면 뭐랄까, 생활의 포기를 받아들여야 하는데 그것이 힘들다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나는 어린놈의 자식 주제에 나 자신에 대해서 꽤 알고 있었다. 나는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애어른 같아서 양말을 이틀 이상 신는다든가, 팬티를 계속 입어야 하는 것은 나의 문화권 안에는 없었다. 가출을 하면 양말은 물론이고 팬티를 갈아입을 수 없다. 친구 집에 하루만 놀러 가서 잠을 자더라도 인간이 이지경일 정도로 더럽고 추하고 망가져 있는데 가출은 싫었다
.

고등학교 3학년인가 졸업을 앞두고 서울에 있었다. 나는 고등학생 시절에도 서울에 왕왕 갔었다. 그건 삼성동에 있는 백남준 비디오 아트를 보기 위해서 일 년에 여름, 겨울 두 번은 상경을 했다. 왜 그런지 백남준의 예술 세계는 나에게 손짓을 했기에 나는 비디오 아트를 보기 위해 매년 어린놈 주제에 기차를 타고, 버스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 그리고 전시회장에서 큐레이터에게 질문을 너무 해서 따로 불려가서 주의를 들은 적도 있었다
.

졸업을 앞두고 서울의 고모 댁에 인사를 드리고 짐을 풀고 또 외가의 사촌 누나 집에 인사를 드리고 그대로 나와서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 전을 보고 바로 고모 댁으로 들어가는 것이 수순이었는데 나는 그대로 발길을 돌려 구로 공단 쪽으로 갔다. 그때가 고3의 12월 31일이었는데 나는 어디에도 연락을 하지 않은 채 구로공단의 한 골목으로 들어가 허름한 여인숙에 몸을 넣었다
.

그러니까 가출을 한 셈이다. 그것도 내가 있는 바닷가에서 400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 곳으로 가서 친척들에게도 연락을 하지 않은 채 12월 31일 밤을 혼자 보낸 샘이다. 여인숙은 방에 이불이 곱게 몇 겹으로 개 있었고 방에 난 창문은 앉아서 여는 아주 낮은 곳에 위치한 여닫이 창문이었다. 창문을 여니 밖의 차가운 공기가 밀려 들어왔다. 작은 창으로 보이는 밤 하늘의 별이 반짝이는데 이 세계에 혼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

그때 당시에는 몹시 외로웠고 어디에도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없다는 느낌이 들었고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은 누구도 반기지 않는 것이었다. 쟤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이 고요하고 조용한 성격인가 봐. 하지만 조용한 성격이란 없다. 사람 앞에서 말을 하지 않는 것은 상대방이 말을 들어주지 않기에 보통 말을 하지 않는 것이다. 말 수가 적은 아이도 마음에 맞는 친구와 함께 있으면 말을 많이 한다. 말을 하지 않는 성격이란 없다. 그러니 내가 말을 하지 않을 때는 상대방이 나의 말을 대체로 무시했기에 그러한 것이다. 당시에는 어린 마음에 이런 단순한 마음이 복잡하게 다가왔을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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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진부였기에 고등학생 놈 주제에 술도 많이 마셨지만 그날만큼은 방 안에 있는 주전자의 보리 차를 마시며 작은 창으로 난 밤하늘의 별들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해가 바뀌는 자정까지 있었다. 세상은 나와는 무관하게 흘러간다는 것과 나를 걱정하는 사람에게 헤를 끼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 무렵 나는 그대로 몸을 말고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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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사촌누나가 일하는 곳을 찾아가서 혼나고 사무실에서 짜장면을 얻어먹고 고모 댁에 가서 인사를 하고 나와서 둘째 외삼촌 댁이 있는 시흥으로 갔다. 나는 그때야 알았지만 내가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했던 12월 31일은 12월 30일이었다. 둘째 외삼촌은 뇌가 망가져 집에서 누워서 지낸지 오래되었고, 작은 슈퍼를 하던 외숙모가 나를 위해서 어려운 살림에 파티를 열어 주었다. 나는 더 쭈글어 들었고, 평소 친하지 않았던, 일 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사촌들과 함께 했다. 그리고 그날 밤 사촌들과 다 같이 한 방에 한 이불을 덮고 잠을 자게 되었는데 31일 밤에 모두가 이불을 덮고 반쯤 누워서 티브이를 봤는데 때마침 스타워즈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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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두꺼운 한 이불에 발을 집어넣고 귤을 까먹으며 스타워즈에 빠져들었다. 스타워즈의 캐릭터와 몬스터들에 대해서 떠들며 이야기를 했다. 그동안 몰랐는데 같이 보는 영화가 이렇게 재미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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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는 그간 여러 시리즈가 나왔고 2000년 이후에 나온 시리즈는 혹평을 듣기도 했다. 스타워즈 시리즈는 만들어지면 스타워즈 시리즈에 속한다는 안도감과 함께 스타워즈 세계관에 흡수되지 못하면 외면받아야 한다는 불안함도 동시에 지녔다. 제다이 루크의 이야기가 있었다면 레아의 연인 한 솔로의 이야기도 사람들은 그간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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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한국은 그 인기가 외국만큼 대단하진 않지만 스타워즈의 마니아들은 늘 한 솔로의 이야기를 기다렸다. 레아 공주를 만나기 전 어떤 연인을 만났는지, 밀레니엄 팔콘 호는 어떻게 구했는지, 추바카-츄이는 어떤 식으로 만났는지. 궁금하고 또 궁금했다. 그리고 그 바람들로 스타워즈 한 솔로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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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의 한 솔로의 배짱과 연인으로 나온 에밀리아 클라크와 랜도의 젊은 모습과 한결같은 모습의 츄바카까지. 무엇보다 밀레니엄 팔콘의 우주 속 빛을 통과하는 모습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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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 솔로의 젊은 시절의 에피소드는 조금 평면적이고 평탄에 가까웠고 초반 주인공들이 하는 대사는 도무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다. 코시악? 같은 별천지 말들을 서로 내뱉어서 스타워즈 골수팬이 아니라면 딴생각에 접어들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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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를 이끌어 가는 이야기의 중심 축은 키라와 우디 헤럴슨의 베킷이다. 그 이야기에 한 솔로는 거드는 역할로 보인다. 그건 한 솔로의 목표가 영화 시작 삼분의 일 정도가 지난 후부터 사라졌기 때문이다. 영화 후반에 감독이 교체되고 한 솔로 역의 엘든의 연기력 논란 등을 거치면서 정작 보여줘야 할 한 솔로의 이야기는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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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은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뗄 수 없다. 하지만 한 솔로의 팬들은 어쩌면 한 솔로의 액션보다는 한 솔로는 어떤 인물인가, 한 솔로는 어떤 철학을 지녀야 했고, 어떤 성장과정을 보내서 헤리슨 포드의 한 솔로가 되었는지를 보고 싶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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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을 예고해버렸고, 한 솔로는 스타워즈 시리즈에 병합되어 괴롭지만 싫은 소리도 들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스타워즈는 전 세계인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으니 분발해서 열심히 나와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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