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 추억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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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장 형은 잭 블랙의 얼굴을 닮았다. 덩치도 컸고 키도 커서 첫인상이 주는 느낌은 나이트클럽의 제일  잘 나가는 기도 같은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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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하얀 와이셔츠와 검은 정장 바지를 입고 있었고 사람들이 보지 않아도 늘 잘 닦인 구두를 신고 있었다. 따지고 보니 아르바이트였던 나도 늘 정장의 단정한 의상을 입고 일을 했다. 마치 유럽의 노점 카페에서 서빙을 보는 어른들처럼 하얀 와이셔츠에 검은 정장 바지에 나비넥타이. 요즘으로 치면 그것이 스타벅스의 유니폼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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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는 카페마다 개성이 넘쳤다. 자본이 많은 카페의 주인은 돈을 많이 주고 인테리어 업체에 맡겨서 카페를 했기에 카페마다 가는 층이 다 달랐고 연령층에 따라서도 학교에서 노는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이 가는 카페가 달랐으며 남자들이 주로 수다를 뜨는 카페 역시 따로 있었다. 남자들이 술도 없이 수다를 더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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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카페는 카페마다 지니는 색이 다 달랐고 음료나 특히 메뉴판이 달랐기에 여자들이 메뉴판이 보기 좋고 예쁘면 어쩐지 그 카페에 더 들어가는 것 같았다

단편소설에도 잠깐 나왔던 블랙박스라는 카페는 창문도 없고 온통 검은 테이블에 검은 벽에 검은 옷을 입은 아르바이트와 뿌연 담배연기에 일본 음악이 항상 깔려 있어서 그곳에는 각 학교에서 제일 잘나가는 아이들만 모여드는 곳이 되었다. 잘 생기고 예쁜 아이들이 주로 그곳에 진을 치고 있었으며 블랙박스에 들어가려면 교복을 입고서는 안 되고 유행에 떨어지는 옷을 입어서도 안 되며 촌스러워도 안 되었다. 나는 안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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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채플린이 있었고 시티타임이라는 카페도 있었다. 찰리 채플린 카페는 온통 찰리 채플린의 그림과 소품으로 되어 있었고 주로 20대 초반의 대학생들이 진을 쳤고, 시티타임은 회사원들이나 남녀의 회사원들이 만남을 가지는 장소였다. 천장이 굉장히 높고 카페 곳곳에 조그만 인공 호수가 있고 야외에는 잉어나 물고기가 노닐고 일하는 종업원 수가 10명 가까이 되는 카페. 아무튼 카페는 카페 만의 개성이 강력하여 그 개성에 이끌려 사람들은 카페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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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일일이 테이블에 음료를 서빙해주었다. 주문을 받을 때는 늘 허리를 굽히고, 주문은 재차 확인을 하고, 클레임이 들어오면 항상 죄송하다고 하고 다시 갖다 준다. 주방장 형은 안 그런척하지만 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손님들이 불편해하면 아르바이트하는 누나들이나 나에게 손짓을 하면 우리는 손님에게 간다. 그러면 어김없이 재떨이를 비워달라거나 물을 더 갖다 달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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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블랙을 닮은 형은 나에게 발차기를 배우는 걸 좋아했다. 합기도를 6개월 정도 다니고 있었을 때였는데, 뭔가 호신술을 배우거나 자기발전이 아니라 그저 성룡의 발차기를 따라 해보고 싶었다. 그때는 몸이 아주 가벼웠기에 공중 2회전 돌기라든가 벽 짚고 지랄 옆차기 같은 발차기를 하기 위해서 합기도를 열심히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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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이 없을 때 발차기를 보여주면 잭 블랙의 형은 아주 좋아했다. 잭 블랙의 형은 늘 긴팔에 긴 바지를 입었는데 발차기를 하다 그만 넘어졌을 때 다리로 보이는 뱀꼬리를 나는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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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블랙 형과 나는 오락실에도 같이 가고 따로 술을 마시러 같이 가기도 했다. 다른 사람에게는 어떤지 모르나 나에게는 그저 순박한 마음씨 좋은 형이었다. 잭 블랙을 닮은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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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서빙을 하는데, 추라이라고 불리는 쟁반에 음료를 올리고 테이블에 가서 한 잔씩 내려놓는다. 커피 주문하신 분? 주스 주문하신 분? 이런 말을 하면서. 주스는 컵이 길고 빨대를 꽂아 준다. 여자 손님 3명이 온 테이블이었는데 서빙을 하다가 손에 든 추라이에서 주스 컵을 내리는데 그만 빨대 끝이 코에 쏙 들어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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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반은 가슴 높이까지 들고 있고 주스 잔을 내리다가 그렇게 된 것이다. 나는 정말 놀랐지만 여자 손님들은 수다를 떠느라 그것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양심에 찔려 그 주스를 그대로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빨대만 다시 가져다드릴게요,라고 하는 것도 이상해서 주스를 다시 갖다 준다고 했는데 여자가 그냥 달라는 것이다. 난처해서 꾸물거리고 있는데 구세주처럼 잭 블랙 형이 주방에서 테이블로 와서 해결을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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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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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교회에서 새벽송을 도는지 모르겠다. 종교가 없는 나는 중학교 때 3년이나 교회에 다닌 적이 있었다. 딱히 신앙심이 있어서 그렇게 3년이나 다닌 건 아니고 고모가 교인이라 끌려갔다가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했기에, 또 교회 지하에는 도서관이 마련되어 있어서 공부를 핑계 삼아 엎드려 잠자기에도 좋고 학생부 선생님이 있었는데 질문을 하면 학교 선생님보다 대답을 잘해주는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교회를 3년 동안 다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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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때는 뭐랄까 인간 같지도 않았다. 어린이도 아니며 그렇다고 제대로인 청소년의 모습도 아닌 뭔가 어정쩡하고 아주 냄새나고 기분이 썩 좋지 않은 상태였다. 게다가 나는 평소에는 그러지 않다가도 교회에만 가면 아주 개구쟁이가 되었다. 좋은 쪽으로 포장을 해서 개구쟁이지 조금은 극악무도한 중학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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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누나들이 앉는 의자의 자리에 호치키스로 지뢰를 만들어 뿌려 놓거나 콩알탄으로 숨어있다가 휙 던져서 놀라게도 했고, 내가 기도하는 날이면 작은 교회의 전선을 끊어서 불이 들어오지 않게 해서 모두가 그것 때문에 서성거리게 만들기도 했다. 목사님도 깜짝 놀라게 한 사건이 있었지만 그건 적지 않겠다. 그럼에도 미움을 받지 않았다. 형들에게 혼나려고 하면 두 살 많았던 민정이 누나가 히어로처럼 다 막아 주었다. 민정이 누나가 형들을 한 번 노려보면 아무 소리도 못했다. 속으로 메롱이다 이 형들이라고 불리는 놈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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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이 누나 덕분인지 크리스마스이브때 나는 성가대에도, 성냥팔이 소녀의 연극에도 4중창에도 불려가서 하룻밤에 몇 번이나 무대에 섰다. 말썽쟁이에 사고뭉치였던 내가 미움을 받지 않고 3년 동안 교회를 다닐 수 있었던 건 어쩌면 꽤 대단한 일이었는데 민정이 누나가 있어서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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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중학생인데 이런 음악을 듣니. 민정이 누나는 내가 듣고 있던 카세트테이프를 보며 그런 소리를 늘어놓곤 했다. 생각해보니 중학생 주제에 나는 바쏘리, 판테라, 오비추어리 같은 노래를 듣고 있었다. 과격하고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못 알아들을 정도로 음악이 강한. 너 이런 노래 많이 들으니 기도 많이 해야겠다. 앨범 카버에는 온통 해골이니 피가 터지는 그림이 잔뜩 있었고 그런 음악을 들으며 잘도 교회를 갔던 것이다. 하지만 휘트니 휴스턴의 두 번째 앨범이 있어서 그걸 교회에서 민정이 누나와 함께 듣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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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이브에 교회에서 하는 모든 행사가 끝나면 새벽송을 돌았다. 자정이 되기 전에 지하에서 소고기국에 밥을 말아 먹고 구역별로 나누어서 새벽송을 도는데 봉고차에 짐 꾸러미처럼 실려서 돈다. 봉고차는 짐을 싣는 용도라 운전석을 빼고 뒤에는 의자도 없고 창문도 없다. 그저 휑한 공간만 있고 그 안에 쪼그리고 앉아서 목적지까지 계속 이동을 한다

처음에는 재미가 있어서 차가 커브를 돌 때마다 매트로놈처럼 요렇게 움직이지만 새벽송을 한 곳, 두 곳 돌면서 계속 이동을 하다 보니 나는 그만 멀미를 심하게 했다. 새벽송을 돌기 전에 먹은 소고기국에 밥 말아 먹은 것이 그대로 올라올 것만 같다. 하지만 여자아이들이 있기에 참을 대로 참지만 이미 목까지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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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만 참지 못하고 봉고차 그 안에 우웩 하고 전부 다 토하고 말았다. 소고기국에 밥 말아 먹은 것의 냄새가 봉고차 안에 퍼졌다. 나는 고통스러웠고 그것보다 창피했다. 그때 나에게 어쩌면 제일 많이 괴롭힘을 당한 민정이 누나가 차를 세우고 나를 시원한 밖에 내리게 해서 등을 두드리게 하고 더러워진 차 안을 다 닦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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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토를 하면서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았고 뱃속의 장이 전부 꼬이는 것처럼 고통스러웠다. 그때 묘하게도 괜찮아, 괜찮아, 하는 그 소리가 고통을 덜어주었다. 민정이 누나는 그날 새벽에 나를 집 앞까지 데려다주고 돌아갔다. 나는 어쩐지 그 이후로 슬슬 교회에 덜 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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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남녀가 스스럼없이 어울릴 수 있었던 공간이 교회였기에 민정이 누나는 나의 옆에 자주 앉아 있곤 했다. 이후에 나는 왜 민정이 누나에게 연락 한 번 해보지 못했을까. 나는 누나가 없기에 누나라는 존재가 주는 의미가 누나가 있는 아이들과는 달랐던 것 같다. 딱히 말로 설명을 못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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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겨울방학 때 카페에서 아르바이틀 한 적이 있었다. 그때 카페에 린다 론스테드의 롱롱 타임을 많이 틀었는데 사장님이 그렇게 나무라지 않은 이유는 메뉴판을 내가 직접 만들었었다. 메뉴를 프린트하고 그 옆에 커피나 음료의 그림을 어딘가에서 베껴 그리고 파스텔로 엷게 채색을 해서 코팅을 해서 사장님께 보여드렸더니 아주 좋아했다. 사장님은 카페를 하나 더 하고 있었는데 그곳의 메뉴판도 만들면서 그곳의 주방에서 커피를 고집스럽게 타는 형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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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내리는 솜씨가 끝내줘서 목포에서 스카우트 해왔다는 것이다. 커피를 똑똑 내린 다음 대나무로 된 젓가락 같은 것으로 한 번 저은 다음 향을 맡고는 됐다 안 됐다를 말했는데 내가 어쩌다 내린 커피는 전부 버렸다. 커피에 관해서는 똑 부러지는 형이었다. 나는 그 주방장 형과 어쩐지 꽤 친해지게 되었는데 카페에는 나를 제외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던 대학생 누나도 두 명이 더 있었다

2층에 위치한 카페는 3층까지 있고 화장실 옆에는 내실이 있어서 잠도 자고 싱크대에 가스레인지와 냉장고가 있어서 사장님이 직원들의 식사를 늘 해 놓았다. 그래서 시간이 되면 한 사람씩 내실에 들어가서 밥을 챙겨 먹었다. 맛이 없을 것 같은데 집에서 먹는 음식과 비슷하여 그런대로 먹게 된다. 목포에서 온 주방장 형은 입맛이 맞지 않은지 라면을 주로 끓여 먹었다. 윙 소리가 약하게 카페 내에 들릴 때면 내실에서 라면을 끓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라면 냄새가 카페에 퍼지는 걸 막기 위해 환풍기를 돌리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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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실 문을 열고 얼굴을 빼꼼 내밀면 형은 들어오라고 손짓을 한 다음에 젓가락을 건네주었다. 그곳에 쪼그리고 앉아 먹는 라면은 맛있었다. 꼭 독서실에서 독서실 지기 형이 잠이 들 때 몰래 끓여 먹는 라면 맛이 났다. 두 젓가락 정도 먹고 있으면 밑에서 사장님이 부른다. 내려가려 하면 형은 괜찮다며, 좀 더 먹고 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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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은 내가 동생처럼 느껴졌나 보다. 쉬는 날에는 보통 카페에 오지 않는데 주방으로 와서 나와 같이 놀아 주었다. 나는 아르바이트였지만 아침부터 마치는 밤까지 일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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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회식 같은 것을 했다. 거창한 것은 아니고 카페가 문을 닫으면 대학생 누나 두 명과 형과 나는 한 테이블에 닭이니 족발이니 안주를 깔고 술을 마셨다. 모두가 다른 곳에서 생활하다가 모이게 되니 할 이야기가 많았다. 대학생 누나 중 한 명은 의상을 전공했고 한 명은 모르겠다. 일본어인지 아무튼 외국어를 전공했다. 아무튼 그 누나의 친구들은 그 누나를 와카리,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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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에는 카페에서 담배를 피울 수 있었다. 형이 나에게도 담배를 권했지만 아쉽게도 나는 담배를 피우지 못했다. 아니 한 대 정도를 피우면 한 시간을 해롱거려야 했다. 거참 이상했다. 술은 괜찮은데 담배는 속과 머리를 머구 헤집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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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마시다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카드나 화투를 했다. 나는 그때나 지금이나 카드나 화투에 아직도 재미를 붙이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까 참 재미없는 인간이다. 술을 마시다가 카드를 하려고 하면 나는 이제 집으로 가야겠다고 말하지만 형은 옆에서 좀 앉아 있으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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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 누나들은 옷 벗기기 카드를 했는데 정말 지는 사람은 거짓말처럼 하나씩 훌렁훌렁 벗었다. 브라까지 다 벗은 한 누나는 한 손으로 양 가슴을 이렇게 가리고 한 손으로 카드를 쳤다. 내가 옆에서 보고 있음에도 아무도 그런 것 따위 신경 쓰지 않았다. 깔깔거리는 웃음소리와 뭐야? 같은 욕과 벗어라, 같은 외침이 오고 갔다

 

카페에는 내가 좋아하는 음반은 몇 장 갖다 놓고 사람들이 없을 때 틀어서 듣곤 했는데 메가데스를 틀었다. 시끄럽고 시끄러운 헤비메탈이 나오니까 형과 누나들이 시끄럽다며 한 마디씩 했는데 그것뿐이었다. 시끄러운 메탈이 저들의 전투력을 높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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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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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데 멜론과 배가 올라온 이유는. 이 로컬 카페의 입구 맞은편에는 이렇게 아주 작은 해변이 있다. 정말 사진으로 보이는 딱 요만큼의 해변으로 여름에는 마을 사람들만 알고 있는 성지 같은 곳이다. 해변에서 올라오면 카페를 비롯해서 식당가와 술집이 죽 붙어 있는데 지난번에 죠의 가족이 기거하는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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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아이스커피를 마셨는데, 어제는 인디안 서머 같은 날이어서 이 바닷가의 모두가, 전부 겉옷을 입지 않고 다녔다. 카페에 오기 전에 지난번의 그 막창 집에서 막창을 먹었는데 반팔을 입지 않았으면 땀이 날 정도로 겨울 속의 이른 여름 같은 날이었다. 막창도 맛있지만 어쩐지 딸려 나오거나 다른 것에 손이 더 가는 나는 싸구려 입맛이다. 짜파게티라든가 시원한 콩나물국이 나오는데 거기에 공깃밥을 말아서 먹었다. 그래서 정작 막창은 일행이 다 주워 먹어야해서 투덜거림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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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를 한 병쯤 마셨는데도 너무나 멀쩡하여 길에서 음주측정을 하는 경찰에게 나도 한 번 불어봐도 되냐고 하니까 불어 보라는 것이다. 후, 하고 불었는데 아무 이상이 없네요,라고 하는 것이다. 맙소사. 저 소주를 한 병 마셨는데요?라고 하니 경찰관이 일순 당황했다. 옆에 일행도 믿기지 않는다는 어색한 표정. 결론은 음주측정기의 밧데리가 거의 다 되어서 그런 것이니 소주 한 병을 마셨으면 절대 운전을 하지 말라는 말을 듣고 카페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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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은 정말 인스타그램이나 오프라인이나 프레디 머큐리의 이야기와 퀸의 음악이 대단히 강세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일행이 보헤미안 랩소디를 두 번이나 보고 그것에 대해서 질문을 엄청 했다. 쓸데없는 것들에 대해서는 또 대답을 잘 하니까 주절주절 이야기를 널어 놓다가 11시가 되어서 이제 집으로 가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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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사장님이 멜론을 들고 오셔서 테이블에 놓더니 이야기하는데 죄송한데 저도 좀 들어도 되겠냐고 했다. 저도 이번 보헤미안 랩소디를 세 번이나 봤어요. 사장님은 40대 후반 정도로 보였고 손님이 다 빠져나가고 우리만 있기를 기다린 모양이었다. 캐럴을 끊고 퀸의 음악을 틀더니, 그러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정말 재미있는데 좀 더 듣고 싶다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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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기운도 오르고 11시도 되었고 무엇보다 많이 걸어서 피곤한데, 멜론을 다 먹을 동안만 이야기를 또 주절주절했다. 퀸의 바이시클 뮤직비디오를 보면요, 여자들이 전부 발가벗고 나옵니다. 주절주절. 오오.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음악이라는 게 주변으로 계속 퍼져가기 마련이다. 보브 딜런까지 갔다가 오아시스까지 가버렸다. 자정이 다 되었는데 사장님 아내분이 배를 깎아서 또 내 왔다. 뭐 그랬던 거였다. 그나저나 나는 소주를 한 병이나 마셨는데 음주측정기에 왜 이상이 없게 나왔을까. 콩나물국에 밥을 말아서 였을까. 짜파게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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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다니다 보면 옷 가게에서도 캐럴이 반, 퀸의 노래가 반 정도 흘러나오는 것 같다. 어제의 로컬 카페 주인은 퀸의 음악을 상당히 좋아했다. 그 이야기를 하면서 정말 행복에 빠져 있다는 게 얼굴에 드러났다. 로컬 카페는 몹시 작았고 테이블도 4개가 고작이었다. 하지만 그 주인에게서 위기의식 같은 건 느껴지지 않았다. 카페에 있으면 음악을 종일 들을 수 있거든요. 그렇게 말을 하는데 그것이 마치 자신의 행복의 척도 중 가장 높은 것처럼 들렸다. 인간은 참 제각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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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란 인간에게 과연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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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별이 되어 버린 데이빗 보위와 조지 마이클이 서로 장난을 치는 장면도 볼 수 있었고 보노의 젊은 시절의 모습도, 모튼 하켓의 조각 같은 얼굴도, 풜 뭬쾈퉤뉘로 발음해야 하는 폴 매카트니는 지금보다 젊지만 조금은 촌스러운 모습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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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마이클은 크리스마스이브에 죽었는데 조지 마이클이 이반이라는 것이 신문에 났을 때가 공중 화장실에서 으응, 그런 장면이 포착되면서 이반이라는 것이 세계에 알려졌는데 세계의 사람들은 놀랐겠지만 조지 마이클은 오히려 이후가 마음이 더 편했을지도 모른다. 이전에는 이반인 것을 숨겨야 했기에 스트레스가 얼마나 심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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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85년도에는 목소리가 청량하다. 청량하기만 하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이반이고 나서는, 아니 이반이라는 것을 알리고 나서는 목소리가 무깊이가 되었던 것 같다. 아주 깊고 그 울림이 심해 같았다. 조지 마이클은 웸 시절 잘생긴 엔드류 리즐리에게 인기를 거의 다 빼앗겼는데 개인적으로 엔드류 리즐리가 조지 마이클 보다 잘 생겼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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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마이클의 좋은 노래들이 많지만 조지 마이클 하면 역시 ‘페이스’ 아닌가. 깃을 세운 가죽 재킷에 찢어진 청바지에 특유의 선그라스를 쓰고 기타를 들고 페이스를 부르는 조지 마이클. 백 잇 모오션 할 때 그 멋진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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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는 이후 눈의 문제로 실내를 제외한 공연, 야외무대에서 공연을 할 때 늘 선글라스를 끼고 공연을 했다. 이제 유투는 돈으로 움직이는 그룹이 아니게 되었다. 유투의 보노를 움직이게 하려면 명분이 돈보다 앞서야 한다. 기근이나 전쟁의 문제로 고민이 많은 나라에 유투는 늘 공연을 하러 갔기에 아직 한국 공연이 한 번도 없었던 유투를 한국에서 공연하게 하려면 점점 가까워지는 남북통일dmf 명분으로 불러야 하지 싶다. 이제 보노도 나이가 많이 들었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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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클랩튼은 예전에 한국 공연을 왔을 때 시간이 남아서 압구정동 로데오 거리의 한 계단에 앉아 있었는데 그 누구도 알아보지 못해서 아주 편했다는 소리를 한 적이 있었다. 어디를 가나 인간들이 진을 치고 사람을 몰고 다니는 에릭 클랩튼인데 한국에서는 길거리를 마음 놓고 활보할 수 있으니 자주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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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의 더러머였던 필 콜린스도 라이브 에이드 라인업이었다. 필 콜린스의 딸이 릴리 콜린스로 여러 영화의 주연을 꿰차고 있다. 우리나라 옥자에도 나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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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 살아있는 폴 매카트니는 일전에 한국에 처음으로 와서 공연을 했었다. 일본에는 5번인가 공연을 했지만 한국 공연은 처음이었다. 어제 라이브 에이드에 나왔던 슈퍼스타들 중 많은 사람들이 그대로 별이 되었다. 

지구에서 없어진 저들을 다시 세상으로 불러낸 공연이 2012년 런던 올림픽의 폐막식이었다. 개막식에서 폴 매카트니가 우리나라 돈으로 10원을 받고 헤이 쥬드를 불렀다. 전 세계 1억 명이 그 노래를 실시간으로 따라 불렀다고 한다. 폐막식에서 아직 살아있었던 조지 마이클이 노래를 부르고 흩어졌던 스파이스 걸스를 불러 모았고 죽었던 프레디 머큐리를 홀리그램으로 살려냈다. 정말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존 레넌을 살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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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정말 음악이나 미술 같은 예술에 무엇인가 아낌없이 투자를 하고 때려 붓는 것 같다. 우리는 그래, 우리는 예술이 사람들을 이어가는 가장 중요한 무엇이라고 생각해,라고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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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 에이드에서 에디오피아를 돕기 위해 만든 노래 ‘두 데이 노우 잇츠 크리스마스’는 의도도 멋지지만 미국의 ‘위 아 더 월드’에 대적하기 위한 노래이기도 하다. 노래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전쟁과 기근에 죽어가는 사람들을 돕는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노래가 위 아더 월드였는데, 그 노래는 정말 위대한 노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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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출신들이(라고 하기는 뭣 하지만 노르웨이, 웨일스, 아일랜드가 있기에-보노라든가, 모튼 하켓이라든가) 자존심을 걸고 만든 노래 두 데이 노우 잇츠 크리스마스는 어제 본 것처럼 세상을 놀라게 했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빙 크로스비만큼 전 세계에 많이 흘러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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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프로그램의 음악감독은 남태정 피디가 했다. 남태정 피디는 마봉춘 라디오의 음악감독으로 전설 같은 사람인데 요즘은 어디서 뭐 하는지 몰랐는데 어제 남태정 피디의 이름이 휙 지나가서 반가웠다. 배철수 음악캠프에서 08년도까지 음악감독을 했었다. 남태정이 한 라디오- 이문세, 이적 같은 방송을 들어본 사람이라면 잘 알겠지만 선곡이 좋다. 좋다는 말은 청취자들을 고려하고 배려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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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멋진 무대 잘 보았다. 노래는 그렇게 여기를 건드리는 것 같다.
p.s 밴드에이드를 보고 유에스 포 아프리카만들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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