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혼술이다 - 혼자여도 괜찮은 세계
이나가키 에미코 지음, 김미형 옮김 / 문학수첩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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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술꾼은 아니지만 술을 즐겨 마시는 편이다. 술이 체중 관리에 좋지 않고 무엇보다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퇴근 후 시원하게 들이키는 맥주의 즐거움은 아무래도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 되어 버렸다.

혼자 밥을 먹거나 홀로 어딜 다니는 것을 꺼려 하지 않는 편이지만 혼술을 시작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책에서 저자도 언급했다시피 집에서 마시는 술이 아닌 밖에서 마시는 술은 남자들의 전유물로 취급되기 일쑤라 여자들에게는 현실적으로 허들이 높은 편에 속한다. 밖에서 혼술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했지만 퇴근 후 붐비는 시간 전에 마셨던 게 대부분이라 정작 술집에 사람들이 몰릴 시간에 혼자 술을 마셔본 적은 없다. 술집에 혼자 가서 술을 마셨다고 하면 대부분 반응이 비슷하지만 그럼에도 사람이 몰릴 시간에 호기롭게 혼술을 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아찔하기만 하다. 그런 호기심이 있었기에 <인생은 혼술이다>라는 제목만으로도 호기심이 생겼던 것 같다.

저자는 혼술을 꼭 해보라고 부추긴다. 혼술을 함으로써 인생이 달라진다고 말하는 그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혼술을 시작할 때의 마음가짐과 술집에 혼자 들어갔을 때 사장님이나 주변 사람들과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상세히 적혀 있다. 심지어 혼술의 비기 12조를 통해 진정한 혼술러가 되기 위한 비장의 경험담을 담아냈으니 이쯤 되면 '이렇게 하면서까지 혼술을 마셔야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혼술이 얼마나 아름다우면 이렇게 구구절절 혼술 예찬을 담아냈을까 싶기도 해서 저자가 귀여울 지경이다 ㅋ

혼술을 위한 비기 12조는 혼술을 위한 술집을 찾기 위한 비기를 떠나 단골로 찾는 공간이 있다면 공감할 만한 이야기들이라 너무 동떨어진 이야기처럼 느껴지지는 않았다. 돌고 돌았지만 책을 덮는 순간 그녀가 혼술을 예찬한 의미가 무엇인지, 경험해 보지 못했다면 아마 그녀의 이야기가 오버나 주접으로 여겨질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 면이 없지 않게 여겨지면서도 왠지 그녀의 경험담에 어느덧 일본의 어느 선술집에 앉아있는 듯한 기분마저 들었으니 이 또한 즐거운 경험이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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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가 전해 준 것
오가와 이토 지음, 권영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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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둡고 좁은 곳에서 인간에게 몹쓸 짓을 당했던 왕관앵무새는 지독했던 곳을 떠나 야에 할머니를 만나게 된다. 야에 할머니는 세상의 많은 것을 알고 있어 왕관앵무새 리본에게 세상 이야기를 들려준다. 자신의 말을 알아듣고 자신에게 귀중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야에 할머니를 만난 것이 너무도 기쁜 리본은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지난날을 애써 기억할 필요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다.

하지만 자신보다 삶의 기억이 많은 야에 할머니가 들려주는 인간으로부터 겪은 이야기는 한낱 날지도 못하고 덩치만 거대하게 큰 인간이 동물에게 저지르는 끔찍한 이야기들이 많았는데 전쟁중에 동물들을 죽이라는 명령이나 인간이 보는 앞에서 온갖 묘기를 부려야하는 동물들의 삶은 인간 앞에서 약자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동물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런 슬픈 이야기 속에서도 야에 할머니는 리본이 흥얼거리는 멜로디를 들으며 분명 리본이 아기때 엄마로부터 사랑을 받았을거라는 따스함을 건네받기도 하는데 무엇보다 리본에게 힘이 되어주었던 야에 할머니와의 인연도 그리 오래 가지 않는다. 그 후 다른 곳으로 이사하게 된 리본은 자신과 말이 통하는 인간 미유키를 만나게 된다. 어른과는 말이 통하지 않지만 리본은 미유키와는 새의 언어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또 다른 삶을 살기 시작하지만 미유키가 점점 크면서 새의 말이 옅어지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미유키의 엄마가 집을 자주 비우게 되고 그전과는 다른 집안의 분위기를 느낀 리본에게 오랫동안 병원에 다녀온 미유키의 엄마는 인간의 말을 리본에게 훈련시키기 시작한다. "잘 다녀왔어?"라는 말을 열심히 연습한 리본은 미유키의 엄마가 없게 된 날 집으로 돌아온 미유키와 미유키의 아빠에게 "잘 다녀왔어?"라는 인간의 말로 집안 공기를 따뜻하게 데워준다.

<날개가 전해 준 것>은 왕관앵무새 리본의 성장기를 그리고 있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분량이지만 이야기는 결코 가볍지 않아 읽는 내내 다양한 감정이 소용돌이치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약자에게 군림하는 인간의 자화상이나 그럼에도 내내 아릿하면서도 잔잔하게 전해지는 따뜻함은 역시 오가와 이토 작가만의 감성을 충분히 느낄 수 있게 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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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생을 위한 경제용어 365 (스프링) - 온 가족이 함께 보는
스노우볼(이성민) 지음 / 새로운제안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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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물정을 너무 모르는 것 같아 경제 상식책을 한참 보던 때가 있었다. 재테크도 하고 어느 도시에 GTX나 아파트 예정지 같은 부동산에 발 빠르게 대응해 지금 가계 상황보다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기초부터 다져준다는 경제서를 펼쳐들었다가 기겁해서 끝까지 완독하지 못했던 경험이 쌓여 이후로 아예 펼쳐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남들처럼 잘 살고 싶다는 생각과 어느 정도의 기초지식이 있어야 그나마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펼쳐들었던 수많은 경제서들을 읽으며 느꼈던 것은 '어렵다', '내 상황과는 먼 이야기 같다'라는 것이었다. 경제학자들이 나름 쉽게 풀어썼다고 하지만 여전히 나는 이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기초적인 지식이 없으니 내용을 읽고 있으나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며 그나마 경제용어가 주석으로 달려 있으면 이해라도 하고 넘어갈 텐데 기본적인 지식을 밑바탕에 깔고 간다는 생각에서인지 그마저도 용어 풀이가 달려있지 않으면 책을 읽다가 단어를 찾아보고를 반복하기 일쑤라 어느샌가 제풀에 지쳐 덮게 되는 게 바로 경제 상식책이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 놔버렸지만 여전히 애증의 분야였던 경제 분야였기에 365일 3분 투자로 경제용어를 쉽게 이해하고 알아가는 것이 가능한 단어집을 보고 '이거다!' 싶었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읽고 뉴스를 보면서 그와 관련된 이야기도 나눌 수 있다면 이 용어집은 충분히 빛을 발하리란 생각이 들었고 일단은 경제라는 분야에 부담감을 갖지 않고 조금씩 낯을 익히며 친숙해질 수 있게 유도하고 있어 책상 위에 올려두고 읽어보기에 안성맞춤인 용어집이다.

방학을 맞은 아이와 함께 읽으며 경제 분야를 어렵지 않게 느끼고 기초를 다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펼쳤지만 막상 너무 쉽게 설명되어 있고 별점 부여로 난이도까지 표시되어 있으며 Tip을 통해 그에 반하는 내용도 담고 있어 양방향으로 생각하게끔 정리되어 있다. 경제용어에 덧붙여 관련 용어가 함께 붙어 있는 경우가 있는데 반대 개념의 용어가 등장하여 다시 한번 짚어볼 수 있다는 것도 좋았다.

경제용어 365를 통해 반복적으로 용어들을 마주하다 보면 그동안 깨알 같은 설명과 그래프들이 난무하는 통에 머리가 어지러웠던 경제서가 조금은 덜 어렵게 다가와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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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수상작품집 : 2023 제17회
박소해 / 나비클럽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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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좋아했던 작가님이나 기대되는 작가님들의 추리 단편집은 설렘으로 다가온다. 이미 비슷한 분류의 이야기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독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려면 문장력이 뛰어나거나 트릭이 신선하거나 해야 할 텐데 그 미묘한 차이에서 입맛에 맞냐 안 맞냐가 판가름 나니 글을 쓴다는 직업, 자칫 식상할 수도 있을 추리라는 분야에서 독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기란 상상보다 어렵겠구나 싶다.

작년 황금펜상 수상작은 기대에 비해 아쉬움이 많이 남았었는데 2023년도 작품은 기대 이상이라 작품마다 읽는 즐거움이 있었다.

먼저 등장하는 박소해 작가님의 <해녀의 아들>은 오래전 4.3 사건의 기억을 현재와 연결해 가족을 잃은 슬픔을 담은 소설이라 이런 시도의 소설들이 더 많이 등장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고 그래서 더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4.3사건의 실제 잔인한 내용들은 소설 속에 자세히 담겨 있지 않지만 표현된 문장만 봐도 그때의 상황이 얼마나 급박했고 잔인했는지 유추할 수 있어 소설을 통해 4.3사건의 진상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었던 작품마다 역시..라는 수식어가 붙게 만들었던 서미애 작가님의 <죽일 생각은 없었어>는 역시란 수식어에 맞게 한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작품이었는데 잔인하게 사람을 죽이는 사이코패스로 등장하는 대부분의 남성 주인공을 여성으로 바꿔 낯선 섬뜩함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김영민 작가님의 <40피트 건물 괴사건>은 '가와이 간지' 작가의 트릭이 떠오를 정도여서 내심 반가움이 더했던 작품이었는데 평소 이런 트릭을 즐겨 하지 않음에도 일본 소설에서나 주로 등장하던 트릭을 앞으로 한국 소설에서도 볼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들게 했던 작품이다.

여실지 작가님의 <꽃은 알고 있다>는 어떤 전개로 이어질지 알만한 이야기지만 몽환적인 느낌이 잘 살아있고 마지막 장면에서는 소름이 끼칠만한 파리떼의 묘사에 저절로 몸이 떨리는 증상을 경험할 수 있었다.

홍선주 작가님의 <연모>는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의 밀당을 담고 있는 내용인데 읽으면서 '설마 그런 건가?' 싶었던 내용이 그대로 이어지지만 이 또한 신선한 느낌이 있어 즐겁게 읽은 작품이다.

홍정기 작가님의 <팔각관의 비밀>은 굳이 추리 소설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어딘가에서 들어봤음직한 일본 소설의 제목이 연상되는 작품이라 궁금했는데 작가님이 밝혔듯 일본 소설의 <십각관의 살인>을 오마주한 작품이다. 한국에선 흔하지 않은 시도라 기분 좋게 읽었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송시우 작가님의 <알렉산드리아의 겨울>은 <선녀를 위한 변론> 단편집에 실려 있었던 작품이라 내용을 알고 있었는데 역시나 다시 읽어도 가슴을 짓누르는 무게감 때문에 답답함이 느껴지는 소설이다. 드라마나 비슷한 소설의 작품들이 있을 만큼 충격적인 한 사건을 떠오르게 하는 내용이라 다시 읽어도 숨이 쉬어지지 않을 정도의 짓누름을 경험하게 되는 소설이다.

2023년 황금펜상 수상작은 실린 작품 모두 기대 이상이었고 지금껏 읽었던 황금펜상 중에서도 제일 기억에 남는데 자주 보지 못했던 시도들이 독보였던 작품들이라 내년 수상작이 어느 때보다 더 기대가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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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교토를 사랑하는 이유 - 서두르지 않고, 느긋하게 교토 골목 여행
송은정 지음 / 꿈의지도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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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역사를 자랑하며 자부심 또한 대단한 도시 교토, 가보지 못한 곳이었기에 한국의 경주를 떠올릴 법한 고즈넉함에 매료되었던 곳이다. 워낙 소리에 예민한 것도 있겠지만 사람 많고 붐비는 곳을 극도로 싫어하기에 한낮의 햇살을 쬐는듯한 나른함이 느껴지는 곳에 대한 동경이 항상 있었는데 그런 느낌으로 연상되는 곳이 바로 교토였었다.

그리고 한 달 전 그런 동경 속에 이뤄졌던 교토 여행은 짧은 일정에 단풍철이라 붐비는 인파로 제대로 즐기지 못했지만 아마 그랬기에 더 큰 아쉬움으로 남아 다음을 간절하게 기약하게 됐던 듯싶다. 아쉬움이 컸기에 수박 겉만 핥고 온 교토의 이모저모가 더 궁금해지는 <우리가 교토를 사랑하는 이유>가 더 반갑게 다가왔던 것 같다.

정갈하고 유행에 휘둘리지 않으며 자신만의 개성과 올곧은 고집을 옴팡지게 담아내고 있는 듯한 분위기는 건물 입구에서부터 느껴질 정도로 포근하면서도 강렬하게 다가온다. 음식과 인테리어도 유행에 따라 일 년을 버티지 못하고 자주 바뀌는 초스피드 한 세상에서 몇십 년, 몇백 년 동안 그 자리에서 대를 이으며 가게 본연의 것을 이어간다는 것은 어쩌면 기적과도 일일지 모르겠다. 좋았던 기억에 찾았던 가게가 없어졌던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고 최근 불황으로 수시로 가게가 바뀌는 안타까운 상황을 자주 마주하다 보니 오래되었지만 정갈함만으로 아우라를 풍기는 일본 건물의 독특함은 요즘 트렌드인 세련되고 미니멀한 인테리어에 비할 바가 못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쉽게도 교토 여행 시 많은 곳을 가보지 못했었다. 어디나 사람들이 붐비고 길게 줄을 서 있어 먹으러 들어가기도, 구경하려고 들어갈 수도 없는 곤란함에 밖에서 기웃거리며 제대로 들어가 보지 못한 곳들이 많았었는데 그런 아쉬움들이 이 책을 통해 해소되었다. 일정대로 바삐 움직이지 않는 여유로움이 글 속에서 그대로 배어 나와 저자와 함께 빵집과 킷사텐, 서점을 둘러보는 아바타가 된 기분이라 직접 눈으로 보고 겪었던 교토 여행보다 더 기분 좋게 둘러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무료함이 느껴질 정도의 나른함을 느끼며 교토의 골목골목을 여유 있게 걷는 기분, 그런 기분을 느끼고 싶다면 글에서 느껴지는 감각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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