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주의와 이기주의
생존 기계
유전자 선택설

1장 사람은 왜 존재하는가

어쨌든 이 책의 의도는 다위니즘의 일반적 옹호에 있는 것이 아니라 특정 논점에 대하여 진화론의 중요성을 추구함에 있다. 나의 목적은 이기주의와 이타주의의 생물학을 탐구하는 것이다. - P41

이 책이 주장하는 바는 사람을 비롯한 모든 동물이 유전자에 의해 창조된 기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성공한 시카고의 갱단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유전자는 치열한 경쟁 세계에서 때로는 몇백만 년이나 생을 계속해 왔다. 이 사실은 우리의 유전자에 특별한 성질이 있다는 것을 기대하게 한다. 이제부터 논의하려는 것은, 성공한 유전자의 기대되는 특질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비정한 이기주의‘라는 것이다. 이러한 유전자의 이기주의는 보통 이기적인 개체 행동의 원인이 된다. - P42

이 책은 흥미롭게 읽도록 의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도덕을 이끌어 내려는 사람이 있다면 하나의 경고로 다음 글을 읽어 주기 바란다. 만약 당신이 나처럼 개개인이 공통의 이익을 향하여 관대하게 비이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사회를 이룩하기를 원한다면 생물학적 본성으로부터 기대할 것은 거의 없다.
우리는 이기적으로 태어났다. 그러므로 관대함과 이타주의를 가르치도록 시도해 보자. 우리 자신의 이기적 유전자가 무엇을 하려는 녀석인지 이해해 보자. 그러면 적어도 우리는 유전자의 의도를 뒤집을 기회를, 즉 다른종이 결코 생각해 보지도 못했던 기회를 잡을지도 모른다. - P43

이처럼 이타주의와 이기주의의 정의가 주관적인 것이 아닌 행동적이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 행동의 동기에 대한 심리학에관여할 생각은 없다. 이타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이 ‘정말로‘ 숨겨진 혹은무의식적인 이기적 동기에 따라 그러한 행동을 하는지 안 하는지를 논의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그렇든 아니든 우리가 그것을 알 수는 없기에 이책에서 논의할 사항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 행위의 결과가 가상적이타 행위자의 생존 가능성을 낮추고 동시에 가상적 수익자의 생존 가능성을 높여 주는 것을 이타 행위로 정의한다. - P45

이 설명은 이미 말한 바와 같이 오해에 근거하고 있다. 즉 "생물은 종의 이익을 위하여‘ 또는 ‘집단의 이익을 위하여‘ 행위 하도록 진화한다"는 오해이다. 생물학에서 이 사고방식이 어떻게 자리잡게 됐는지는 쉽게 알 수있다. 동물의 생활은 대부분을 번식에 이바지하고 있고 자연계에서 볼 수있는 대부분의 이타적 자기 희생적 행위는 어미가 새끼에게 하는 것이다.
‘종의 존속‘이란 흔히 번식이라는 표현 대신에 사용되는 완곡한 표현이다. 그리고 확실히 그것이 번식의 결과라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논리를 조금 비약시켜 번식의 ‘기능‘이 종을 존속시키는 ‘일‘ 이라고 추론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 사실로부터 동물이 일반적으로 종의 존속에유리한 방향으로 행동한다고 결론짓기에는 어느 정도 무리가 있다. 이제같은 동족에 대한 이타주의에 대해 생각해 보자. - P49

따라서 세계는 자기 희생을 치르는 개체로 이루어진 집단이 대부분 점령하게 된다. 이것이 ‘그룹 선택설Theory of group selection‘이다. 이 학설은윈-에드워즈V. C. Wynne-Edwards의 유명한 저서를 통해 소개되었고, 아드리의 「사회 계약」이란 책에 의해 널리 알려졌다. 이는 진화론의 상세한내용을 모르는 생물학자에게 오랫동안 진실이라고 생각되어 온 학설이다. 이와 다른 전통적 학설에는 ‘개체 선택individual selection‘이 있으나 나는 개인적으로 ‘유전자 선택설Theory of gene selection‘을 더 선호한다. - P50

아마도 그룹 선택설이 큰 매력을 갖는 이유는 그것이 대부분 우리가 갖고 있는 도덕적 이상이나 정치적 이상과 조화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개인으로서 우리는 종종 이기적으로 행동하지만 이상적인 면에서는 타인의 이익을 우선하는 사람을 존경하고 칭찬한다. - P52

동종의 일원이 다른 종의 일원과 비교하여 윤리상 특별한 배려를 받는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은 아주 오래 전부터 이어져 온 것이다. 전쟁 이외의상황에서 살인하는 것은 통상 범죄 중에서 가장 큰 죄로 생각되어 왔다. 우리의 문화에서 살인보다 더 강하게 금지되고 있는 유일한 것은 식인 행위이다(비록 이미 죽은 자일지라도). - P53

나는 선택의 기본 단위, 즉 이기성의 기본 단위가 종도 그룹도 개체도 아님을 논하고자 한다. 그것은 유전의 단위인 유전자이다. 일부 생물학자에게 있어 이 말은 극단적인 견해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어떤 의미로 그와 같은 논의를 하려는지 알게 된다면, 그들은 비록 그것이 낯선 방법으로 표현되어 있을지라도, 본질적으로 그것이 정통 이론이라는 것에 동의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이러한 논의 전개에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므로 우선 생명 그 자체의 기원에서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 P55

2장 자기 복제자

한 사람의 일생에서 그 정도로 불가능해 보이는 일은 실제로 불가능한 것으로 취급된다. 마치 당신이 축구 도박에서 재미를 못 보는 이유와 같다. 그러나 생길 수 있는 것과 생길 수 없는 것을 판단할 때 우리는 수억 년이라는 세월을 다루는 데 익숙해 있지 않다. 만약 1억 년 동안 매주 축구 도박에 돈을 걸면 분명히 여러 차례 횡재할수 있을 것이다. - P63

더 복잡하게 생각해 보면, 각 구성 요소가 동종이 아닌 어떤 특정한 다른종류와 상호 친화성을 갖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런 경우 자기 복제자는동일한 복제 주형이 아닌 일종의 ‘음각‘의 주형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다음에는 ‘음각‘ 이 본래 ‘양각‘ 의 정확한 복제를 만드는 것이다. 원래의 자기복제자의 현대판인 DNA 분자가 양-음형의 복제를 일으키는 것은 주목할만한 일이지만, 최초의 복제 과정이 양-음형이었는지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안정성‘이 갑자기 세상에 태어났다는 것이다. - P63

우리는 잘못된 사본을 나쁜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더욱이 인간의 문서인 경우에는 오류가 개선으로 이어진다는 사례는 생각하기 어렵다. 그리스어 판본 구약성서를 만든 학자들이 ‘젊은 여성‘이라는 히브리어를 ‘처녀‘라는 그리스어로 오역하여 "보라 처녀가 아들을 잉태하여......"라는 예언을 했을 때 저자는 적어도 그들이 대단한 일을 출발시켰다고 생각한다. - P64

예컨대 일정한 시기를 두고 수프에서 샘플을 취할 경우, 두 번째 샘플에서는 수명, 다산성, 복제의 정확성 등 세 가지 점에서 우수한 분자의 함유율이 보다 높아졌을 것이다. 이것은 생물학자가 생물에 관해 말할 때의 잔화를 의미하며, 그 메커니즘도 같은 것이다. 바로 자연 선택인 것이다. - P67

오늘날 자기 복제자는 외부로부터 차단된 로봇 속에 안전하게 거대한 집단으로 떼지어 살면서, 복잡한 간접 경로를 통하여 외계와 연락하고 원격조정기로 외계를 조작하고 있다. 그것들은 당신 안에도 그리고 내 안에도있다. 또한 그것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창조했다. 그리고 그것들의 유지야말로 우리가 존재하는 궁극적인 이론적 근거이기도 하다. 자기 복제자는기나긴 길을 지나 여기까지 걸어 왔다. 이제 그것들은 유전자라는 이름으로 계속 나아갈 것이며, 우리는 그것들의 생존 기계이다.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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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주년 기념판 서문

유전자는 ‘자기 복제자’ 의미로서의 단위이고, 개체는 ‘운반자‘ 의미로서의 단위이다. 두 가지 모두 중요하다. 어느 쪽도 경시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둘은 완전히 종류가 별개인 단위이며, 그 둘을 구별하지 못하면 우리는 절망적인 혼란에 빠지고 말 것이다. - P11

그러한 주의를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을 때 나는 이 책에서 이름을 떨친 네 명의 지적영웅 중 한 명인 선배 대가 해밀턴W. D. Hamilton에게서 적지 않은 용기를 얻었다. 1972년의 논문에서(이 해에 나는 「이기적 유전자』를 쓰기 시작했다) 해밀턴은 다음과 같이 썼다.

"자연 선택에서 한 유전자가 유리해진다는 것은 그 유전자의 복제의 집합이 총유전자 풀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증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이제 그 유전자들을지니고 있는 개체들의 사회적 행동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되는 유전자에 관심을 가지려 한다. 그렇다면 이 논의가 보다 생동감을 갖도록 일시적으로나마 그 유전자들에게 지적 판단력과 일정한 선택의 자유를 부여해 보자. 어떤 한 유전자가 자신의복제의 수를 늘이는 문제를 고려하고 있다고 상상해 보자. 그리고 그 유전자가 유전자들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다고 상상해 보자."

바로 이 정신이 이기적 유전자를 읽을 때 지녀야 할 올바른 정신이다. - P14

개정판 서문

이기적 유전자 이론은 다윈의 이론이지만 다윈이 택하지 않은 방법으로 표현하였다. 그러나 다윈의 입장에서 볼 때 그가 즉시 이 방법을 알아보고 기뻐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이 이론은 정설 신다윈주의의 논리적 연장선상에 있는것이 사실이지만 새로운 이미지로 표현되었다. 개개의 생물체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유전자의 눈으로 본 자연에 대한 견해를 택하고 있다. 이것은 다른 관점이나 다른 이론이 아니다. 나의 책 [확장된 표현형The Extended Phenotype』의 첫머리에서 이것을 넥커의 정육면체의 은유를 이용해 설명했다. - P21

여기서 한 가지 빠뜨릴 수 없는 사항은 나의 미약한 공헌이 위에서 언급한 그러한 상태임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내가 과학과 과학의 대중화를 명확히 구분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전문 문헌에만 나타나 있는 관념들을 누구나 알기 쉽게 설명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기술이다. 여기에는 통찰력 있는 언어 구사와 적절한 은유를 찾아내는 것이 필요하다. 참신한 언어와 은유들을 끝까지 파고든다면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고 앞서 주장한 것처럼 새로운시각이야말로 과학 분야에 독창적인 공헌을 할 수 있다. 아인슈타인 자신은 별볼일 없는 대중화론자라고 생각했을지 몰라도 결과적으로는 매우 훌륭한 대중화를 달성했다. 때때로 그의 생생한 은유들이 단지 우리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상의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은유들은 그의 뛰어난 창조성과 천재성에 그 원동력을 제공하지 않았을까? - P23

초판 권두사

양성의 유전학적 평등성은 피셔와 해밀턴에 의해 처음으로 명확히 확립되었다. 사회생활을 하는 곤충을 연구하여 얻은 풍부한 양적 자료와 이론은 부모가 일반적으로 자식보다 우위를 차지한다는(또는 그 역으로) 어떤 타고난 경향도 없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그리고 부모의 투자와 암컷의 수컷 고르기female choice의 개념은 성의 차이에 대한 객관적이고도편견 없는 기초 지식을 제공한다. 이것이야말로 기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양성을 생물학적 동일성이라는 수렁에서 여성의 힘과 권리의 근원을 찾으려는 대중적 노력에 비해 상당한 진전이 아닐 수 없다.
요컨대, 다윈주의의 사회이론은 우리가 맺고 있는 여러 가지 사회관계 속의대칭성과 논리를 편견 없이 이해할 수 있게 해 주며, 우리가 이 관계를 보다 충분히 이해하면 우리의 정치적 상황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을 것이고, 심리과학과 정신의학에 대한 지적인 기반도 마련해줄 것이다. 또한 그 과정에서 우리는 우리가 겪는 수많은 고통의 뿌리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P29

초판 서문

이 책은 마치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공상 과학 소설처럼 읽어야 한다. 그러나이 책은 공상 과학 소설이 아니라 과학서이다. 사실 소설보다 더 기이하다는 것이 진부한 표현인지는 몰라도 그것은 내가 진실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를정확하게 표현해 주는 것이다.
우리는 생존 기계이다. 즉 우리는 로봇 운반자들이다. 유전자로 알려진 이기적인 분자들을 보존하기 위해 맹목적으로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다. 이것은 아직도 나를 놀라게 하는 하나의 진실이다. 나는 이 같은 진실을 여러 해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그것에 충분히 익숙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내가 바라는 점은 바로 이러한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려 깜짝 놀라게 하는 데 있다.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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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4-03-28 15: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문이 끝이 없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예전판으로 앞쪽 읽다가 포기했습니다.
햇살과함께님 완독 기원합니다! 뽜야!!

햇살과함께 2024-03-28 18:43   좋아요 1 | URL
그죠 ㅋㅋㅋ 저도 이제 1장입니다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2012) 유전자와 개체를 분리해서 생각하고, 유전자를 의인화해서 마치 어떤 독립적인 생명체인 것처럼 설명하는 것이 무척 낯설었고 와닿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책을 읽으며 계속 머리 속으로 나와 내 유전자를 분리하고, 분리하고. 우리는 유전자에 의해 조작되는 기계란 말인가. 또 하나 강력하게 남은 단어가 있으니 책 후반부에 나오는 밈(meme)이다. 그 당시 읽을 때는 도킨스가 뭔가 자기만의 용어를 창조하려 애썼네 좀 억지스럽네 이런 생각이었는데. ㅎㅎ 무례하다! 그 이후 모바일 세상이 되면서, 그 밈이란 용어가 - 학문적 분석이나 위상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 이렇게 유명해지고 일상화 될 줄이야. 도킨스님 몰라 뵈어 죄송합니다.


이제 30주년 기념판 서문과 개정판 서문과 초판 권두사를 지나 초판 서문을 겨우 읽고 있지만, 해러웨이 책 읽고 나니 아주 술술 읽힌다(는 좀 거짓말).


해러웨이 책에서, 루시 쿡의 <암컷들>에서 많이 언급되는 도킨스. 처음과 달리 어떤 지점에서 다르게 보일지, 다르게 판단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계속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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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컷들 - 방탕하고 쟁취하며 군림하는
루시 쿡 지음, 조은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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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많은 과학적 가부장제 편견덩어리들이 떨어지지 않고 달라붙어 있는지,

가부장제 논리에 맞지 않은 다양한 종의 사례들을 애써 무시하고,

암컷의 생식기관에 대한 연구들은 철저히 배제하고,

과거의 잘못된 실험이나 관찰에 대한 반론 논문은 외면하거나 아니면 떼로 몰려가 반박한다.


결국 여성들이, 인간의 편견으로 해석된 과학교육을 받고 과학자가 여성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의문을 품고, 질문을 하고, 관찰을 하고, 실험을 하고, 반론을 제기하고, 행동에 나서면서

다윈주의 이원론적 진화생물학이라는 공고한 가부장제 과학에 균열을 내기 시작했다.


이 책은 그런 균열을 철저하게 집요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동물들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이런 동물도 있고 저런 동물도 있다고,

세상엔 암컷과 수컷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물학적 성은 하나의 스펙트럼상에 있다고,

성이라는 것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고

(평생 성을 여러 바꾸는 종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바꾸는 종들),

개체에서 성이 그렇게 까지 중요한 구분 기준은 아니라고,

수많은 사례를 들어 근거를 보여준다

(백래시 만큼은 아니지만 책도 엄청난 사례로 무장하고 있다. 그래야 그들에게 먹힐테니…).

그래도 보지 않으려는 자는 보지 않겠지만.



무척 재미있게 읽은 과학 책이다. 물론 사례가 많아 2/3 지점 쯤에 약간 질린 면도 있었지만.

과학이라는 것이 얼마나 과학적이지 않은지(?), 우리가 보는 사실이 사실이 아닐 수 있는지, 배재된 것이 무엇인지 노려보아야 함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책을 읽는 내내, 편견에 가득 찬 과학계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기 위한 여성과학자들의 노력과 분노와 허탈감이 느껴졌다. 저자와 그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남성성과 여성성이란 무엇인지 다시 묻자.


"여성  스테로이드는 남성에서도 없어서는   역할을 합니다당연하죠남성은 원래 여성이었으니까요."하여 크루스 말하길성경의 하와가 아담의 갈비뼈에서 빚어진 것이 아니라  반대다태초에 여성이 있었고 여성이 남성을 낳았다진화를 보는 이런 대안적인 관점에서 ‘암컷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최종 답변은 다음과 같다여성은 성의 시조이다 원시적 난자 제조기의 유물은 우리 모두 안에 존재한다 사실을 통해 남성이 내면의 여성성과 접촉하는 것을 재해석할 수 있다. – P74~75



다윈이 사랑해 마지않던 따개비조차도 보여주는 성의 유동성이란.


따개비에서 보인  번식 시스템에서 다른 번식 시스템으로의 빠른 진화는 자연에서 성과  표현의 놀라운 유동성을 드러낸다이것을 명확히 인지했다는 점에서 다윈은 시대를 훨씬 앞서갔다그래서 그가 성의 발현에 대한 사색에서 사랑하는 따개비를 빼버린 것은 유감이다따개비를 포함시켰다가는 성을 이분법적이고 결정론적 방식으로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오늘날 따개비그리고 그와 비슷한 생명체는 진화의 최전선에서서 우리에게 성이란 이원적으로 고정된 것이 아니라 유동적인 현상으로서 진화의 변덕에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는 모호한 경계를 지닌다고 가르친다. - P420


성의 고정성, 이원성이라는 고정관념에 대해.


 암컷들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은 성은 수정구슬이 아니라는 사실이다성은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정적이지도 고정되지도 아니하며역동적이고 유동적인 형질로서 유전자와 환경의 특별한 상호작용으로 형성되고 동물의 발달 과정과 생활사에서 형성되며여기에 약간의 우연이 더해진다자웅을 전혀 별개의 생물학적 실체로 생각하는 대신 동일 종의 일원으로서번식과 관련된 특정한 생물학적 생리적 과정에서만 유동적이고 상보적으로 차이가   외에는 거의 같은 존재로 보아야 한다이제는 유해하며 공공연하게 우리를 속이는 이원적 기대를 버려야  때가 되었다자연에서 암컷의 경험은 성별 구분이 없는 연속체 안에 존재하며다양하고 가소성이 높으며 낡은 분류 방식에 순응하길 거부하기 때문이다 점을 인정한다면 자연 세계에 대한 이해와 인간으로서 서로에 대한 공감을 증가시킬 것이다그렇지 않고 구식의 성차별에 대한 믿음을 고집한다면 여성과 남성이라는 비현실적인 기대를 부채질하고 남녀 사이를 이간질하고  불평등을 조장하기만  것이다. - P437


성을 절대시하는 이성애 중심적 관점을 벗어나기.


실제로 생물학적 성은 하나의 스펙트럼상에 존재하며 모든 성은 기본적으로 같은 유전자같은 호르몬같은 뇌의 산물임을 발견한 것이야말로 크나큰 깨달음이었다그로 인해  자신의 문화적 편견을 인지하고 성 정체성성적 행동섹슈얼리티 사이의 관계에 대해 지금까지 유지된 이성애 중심의 가정을 떨쳐버리는 관점의 변화를 강요했다생각의 자유는 유지하기 어렵지만 여성이 되는 것의 경험이 가지는 무한한 가능성으로 인해 나는 힘을 얻었다. - P450




(*) 다락방님이 구매한 무려 1356페이지짜리 책 <생물학적 풍요>의 저자는 안타깝게도 422페이지에  한번 언급된다.


러프가든의 인습타파적 사고는 성의 유일한 역할이 생식이라 여기는 다윈의 성선택 이론이 가해한 이성애 중심의 구속에 도전했다그런 렌즈로 보면 동성애는 불편한 ‘오류 폄하되어 무시된다캐나다 생물학자 브루스 배게밀Bruce Bagemihl 300종이 넘는 척추동물에서 동성애적 활동의 목록을 작성했는데러프가든은  중요한 현대 우화집을 바탕으로 동물 사회에서 협력을 부추기는 동성 활동의 역할을 강조했다우리는 보노보에서 이런 사회적 접착제가 훌륭하게 작동하는 것을 보았다보노보의 성적 쾌감은 사회적 긴장을 조절하고 암컷 사이의 연합을 촉진한다러프가든은 다양한 분류군에 속한 여러 종을 예로 들면서 동성애적 활동이 ‘사회의 포용 형질 진화했다고 주장했다. - P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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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가설
성의 스펙트럼

9장 범고래 여족장과 완경

인간의 폐경을 둘러싸고 수십 가지 이론과 수십 년의 논쟁이거듭되었다. 한 인기 있는 가설에 따르면 인간의 여성 역시 동물원고릴라처럼 단지 현대 의학의 힘으로 제 난소의 나이보다 오래 살아왔다. 원래는 폐경이 자연적인 현상이 아니며 여성은 50줄이 되어 생식력이 바닥나면 우아하게 세상을 하직해야 한다는 암시다. 이도 다행히 현대 의학 이전의 수렵채집인 사회에도 폐경은 존재한다. 크로프트는 "폐경은 늘어난 수명의 인위적 산물이 아니라진화적 과거에 깊숙이 뿌리 박혀 있는 적응의 소산이라는 증거가차고 넘쳐요."라고 내게 말했다. - P353

10장 수컷 없는 삶

이 단성의 ‘잡초 같은‘ 종들은 폭발력 있는 기회주의자로서 공격적인 증식을 통해 번식이 느린 유성생식 경쟁자를 쉽게 몰아낼 수 있다. 그러나 단성생식의 경제적 이점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암컷뿐인 좋은 아주 소수에 불과하다. 자연은 아직 섹스 중독 상태다.
복제를 통한 번식의 가장 큰 문제는 모든 자손이 유전적으로 어미와 동일하다는 점이다. 본질적으로 이는 근친교배의 궁극적 형태로, 감수분열 중에 가끔 일어나는 복제 실수 말고는 유전적 다양성을 만들어낼 방법이 없다. 그래서 복제된 동물의 가계는 기생충, 질병, 환경 변화에 취약하다. 맞서서 대항할 유전 다양성이부족하기 때문이다.
역병이나 환경의 변화가 없으면 실제로 수컷의 존재가 불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수컷에게는 다행히도 세계는 늘 변화무쌍하고 유전자 카드를 섞어 다양성을 유지하려면성이 필요하다. - P395

유성생식의 이점은 길고 긴 진화의 시간에서도 살아남는다는 것인데, 그래서 진정으로 성공한 ‘잡초 같은‘ 좋은 두 가지 번식 모드를 모두 사용한다. - P396

채찍꼬리도마뱀은 확실히 수컷 없는 삶을 고집한다. 여성들로만 이루어진 이 종의 성공은 자웅 전투의 새로운 차원을 증명한다. 수컷은 알을 수정시키기 위해서만 싸우는 것이 아니라 그저 존재하기 위해서 싸워왔다. 암컷뿐인 사회는 수컷이라는 무거운짐이 없이도 두 배의 생산성을 달성하며, 수컷이 제공하는 유전적 다양성은 과거에 가정된 것보다 덜 중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한 수학 모델에서는 이로운 변이를 늘리는 유성생식 효과를 인정하면서도 진화가 유성생식을 더 선호할 이유는 없다고 밝힌다. 따라서 성의 문제는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는다. - P404

종이 멸종 직전에 있다는 비극적 티핑포인트의 징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개척적인 단성생식 암컷이 나타났다는사실이 일말의 희망으로도 느껴진다. 적합한 수컷이 나타나면 다시 유성생식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전제하에, 단기적인 전략으로서 복제는 고립된 가계의 명맥을 일정 기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수학을 신뢰한다면 이런 식의 단성생식이 유전자 풀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믿을 수 있다. 최근 수학 모델에 따르면 단성생식 위주의 개체군에서도 유성생식하는 개체군과 거의 같은속도로 좋은 돌연변이가 퍼졌다. 성이 주는 이점은 10~20세대에 한 번씩만 유성번식을 하더라도 유지될 수 있다. 어느 최신 논문에서 주장한 것처럼 전체의 5~10퍼센트만 유성생식하더라도 매번 유성생식하는 것과 유전적으로 동일한 이점을 얻는다.
그래서 번식 양식을 자기 복제로 전환하여 개체수를 위험 수준 이상으로 올리는 능력을 갖춘 암컷이야말로 한 종을 멸종 위기에서 구하는 데 필요한 존재다. 톱상어의 경우 환경운동가들이 실제로 일부 개체 수의 회복을 목격하고 있는데, 그 원인이 성적으로 혁신적인 이 단성생식 암컷들 덕분일 수 있다. - P409

11장 이분법을 넘어서

따개비에서 보인 한 번식 시스템에서 다른 번식 시스템으로의 빠른 진화는 자연에서 성과 그 표현의 놀라운 유동성을 드러낸다. 이것을 명확히 인지했다는 점에서 다윈은 시대를 훨씬 앞서갔다. 그래서 그가 성의 발현에 대한 사색에서 사랑하는 따개비를 빼버린 것은 유감이다. 따개비를 포함시켰다가는 성을 이분법적이고 결정론적 방식으로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오늘날 따개비, 그리고 그와 비슷한 생명체는 진화의 최전선에서서 우리에게 성이란 이원적으로 고정된 것이 아니라 유동적인현상으로서 진화의 변덕에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는 모호한 경계를 지닌다고 가르친다. - P420

러프가든의 인습타파적 사고는 성의 유일한 역할이 생식이라 여기는 다윈의 성선택 이론이 가해한 이성애 중심의 구속에 도전했다. 그런 렌즈로 보면 동성애는 불편한 ‘오류‘로 폄하되어 무시된다. 캐나다 생물학자 브루스 배게밀Bruce Bagemihl은 300종이 넘는 척추동물에서 동성애적 활동의 목록을 작성했는데, 러프가든은 이 중요한 현대 우화집을 바탕으로 동물 사회에서 협력을 부추기는 동성 활동의 역할을 강조했다. 우리는 보노보에서 이런 사회적 접착제가 훌륭하게 작동하는 것을 보았다. 보노보의 성적 쾌감은 사회적 긴장을 조절하고 암컷 사이의 연합을 촉진한다. 러프가든은 다양한 분류군에 속한 여러 종을 예로 들면서 동성애적 활동이 ‘사회의 포용 형질‘로 진화했다고 주장했다. - P422

크루스는 예의 훌륭한 과학자처럼 단조로운 그래프 안에서 심오한 영감을 깨우치게 하는 사실을 예시했다. 선형 데이터의 두혹(하나는 수컷, 하나는 암컷)의 중첩은 같은 성 안에서 개체별 변이가 두 성 간의 평균 변이보다 더 크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생물학은 각 성의 전형적인 상태만 수용하면서 개체의 폭넓은 변이를 무시하고 극단을 제거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논문 속 두 성은완전히 달라 보이지만 이는 통계적 현상일 뿐, 진실은 수컷과 암컷이 서로 다르기보다 비슷한 점이 더 많다는 데 있다. - P435

이 암컷들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은 성은 수정구슬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성은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정적이지도 고정되지도 아니하며, 역동적이고 유동적인 형질로서 유전자와 환경의 특별한 상호작용으로 형성되고 동물의 발달 과정과 생활사에서형성되며, 여기에 약간의 우연이 더해진다. 자웅을 전혀 별개의 생물학적 실체로 생각하는 대신 동일 종의 일원으로서, 번식과 관련된 특정한 생물학적 생리적 과정에서만 유동적이고 상보적으로차이가 날 뿐, 그 외에는 거의 같은 존재로 보아야 한다. 이제는 유해하며 공공연하게 우리를 속이는 이원적 기대를 버려야 할 때가되었다. 자연에서 암컷의 경험은 성별 구분이 없는 연속체 안에존재하며, 다양하고 가소성이 높으며 낡은 분류 방식에 순응하길거부하기 때문이다. 이 점을 인정한다면 자연 세계에 대한 이해와인간으로서 서로에 대한 공감을 증가시킬 것이다. 그렇지 않고 구식의 성차별에 대한 믿음을 고집한다면 여성과 남성이라는 비현실적인 기대를 부채질하고 남녀 사이를 이간질하고 성 불평등을 조장하기만 할 것이다. - P437

나오며. 편견 없는 자연계

독자는 이 책을 읽으며 선봉에 선 일부 과학자들을 만났다. 물론 이 책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성과 젠더의 사람들이 많다. 이들의 대찬 논리 덕분에 우리는 성에 대한 융통성 없는 결정론적관점을 넘어 어떻게 발생 과정의 가소성과 행동의 변이가 수컷은물론이고 암컷의 진화를 부추겼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또한 그 진화를 이끈 메커니즘에 자연선택, 성선택, 사회선택이 복잡하게 뒤엉켜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수컷 대 수컷의 경쟁과 암컷의 선택 외에도 배우자와 자원을 두고 벌이는 암컷 대 암컷의 경쟁과수컷의 선택, 암컷과 암컷, 암컷과 수컷의 전략적 협력, 적대적 성적 공진화 등이 모두 짝짓기 성공에 책임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 P443

실제로 생물학적 성은 하나의 스펙트럼상에 존재하며 모든 성은 기본적으로 같은 유전자, 같은 호르몬, 같은 뇌의 산물임을 발견한 것이야말로 크나큰 깨달음이었다. 그로 인해 나 자신의 문화적 편견을 인지하고성, 성정체성, 성적 행동, 섹슈얼리티 사이의 관계에 대해 지금까지 유지된 이성애 중심의 가정을 떨쳐버리는 관점의 변화를 강요했다. 생각의 자유는 유지하기 어렵지만 여성이 되는 것의 경험이 가지는 무한한 가능성으로 인해 나는 힘을 얻었다. - P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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