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페어
하타 타케히코 지음, 김경인 옮김 / 북스토리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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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소설은 여타의 추리소설과는 다른 형식을 가지고 있다. 바로 추리소설 속에서 추리소설이 쓰여지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추리소설이 출판사로부터 거절 당한 대학교 미스터리 연구회 소속 회원이였던 히로이 타다히토라는 인물이 이 추리소설의 중심핵이라고 볼 수 있다.

어느날 도야마 공원에서 남자 회사원과 여고생이 살해되는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그리고 살인현장에 떨어져 있는 보통의 평범한 책갈피 한장.

"불공정한 것은 누구인가?"

라는 글이 적혀 있다. 그리고 앞 뒷면에는 피해자의 지문들이 찍혀 있다.

범인은 과연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 뒤에 T.H 라는 이니셜로 자신의 추리소설을 최저 입찰가 3천만엔에 낙찰하지 않으면 책에 예고된 대로 다음 살인을 실행하겠다는 협박 편지.

하지만 출판사와 방송국, 경찰에서는 살해 범인에게 돈을 줄 수 없다는 명목상의 이유로 이를 거부하게 되고, 드디어 세번째 살인이 일어나게 된다.

그 사이 출판사들은 범인이 제시한 낙찰가를 과연 추리소설을 발행함으로써 회수할 수 있는지를 고민중이였던 것이다.

겉으로는 사회정의를 운운하지만 실제로는 자신들의 이익을 철저히 계산중인 것이다.

경시청 수사 검거율 1위, '쓸데없이' 미인 형사 유키히라 나츠미와 신참 형사 안도 가즈유키는 한팀을 이루어서 이번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유키히라는 확실히 남다른 감을 선보이며, 범인에 점차 접근하게 된다...

그 사이 T.H의 추리소설 최저 낙찰가는 1억엔으로 올라가고, 4번째 살인이 예고 된다.

T.H는 자신의 범행 원인을 자신의 추리소설을 무시한 경찰과 매스컴이라고 지목한다.

그러는 사이 범인은 직접 방송국에 전화를 걸어 대담하게 인터뷰를 하고, 자신의 마지막 살인 장소를 은연중에 알림으로써 유키히라를 그쪾으로 유인한다.

그 사이 유키히라는 특유의 감각으로 범인이 누군지를 알아 내고, 그가 유인한 4번째 살인현장으로 출동하고, 그곳에서 4번째 피해자가 될 수도 있는 7살의 미짱, 범인과 마주하게 되는데...

과연 유키히라가 마주하게 된 범인은 과연 누구....

조금 독특하면서 흡인력있는 추리소설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범인은 왜 유키히라를 선택했을까하는 이유는 모르겠다. 그리고 범인이 매번 살인현장에 떨어뜨려 놓은 보통의 평범한 책갈피 한장.

"불공정한 것은 누구인가?"

에서 그는 과연 어떤 불공정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마지막 부분에서는 그 극적 긴장감이 조금 와해되는 느낌이 들면서 결말이 흐지부지해지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가 추구하고자 했던 리얼리티는 확실히 존재했던 것 같다. 하지만 불공정한 것이 자신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드라마로도 나왔다고 하는데, 한번 보고 싶어지긴 하다.

마지막을 조금 더 다듬었다면 완벽도가 더 높아졌을 아까운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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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아버지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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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다.

그 시대와 배경은 전부 중국이지만, 그 이야기는 결코 낯설지만은 않은 이야기다.

넷째 삼촌의 부고를 전해 듣고 고향으로 내려 온 초로의 작가가 집안의 세 아버지에 대한 회상과 자신이 인생을 반추하면서 쓴 책이다.

 

첫번째 아버지는 바로 작가 옌롄커 자신의 아버지다.

중국에서도 시골에 속하는 곳에서 4남매를 키우기 위해서 고군분투 하셨던 아버지다.

자신의 살아 생전 자식들의 혼사와 앞날을 위해서 자신의 생명과 삶을 내어주면서 기와집을 지으셨던 분이다.

지금처럼 집을 짓는 개념과는 차원이 다른 자식의 미래를 손수 마련하는 일련의 의식같은 그 숭고함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다.

 

두번째 아버지는 바로 큰아버지.

완전히 농사꾼이셨던 자신의 동생(작가의 아버지)과는 달리 농사와 장사 등을 병행하면서 자식과 조카들의 삶을 돌보고자 했던 아버지다. 힘든 세상 속에서도, 자식을 둘이나 먼저 보내는 아픔을 겪으면서도 "우리 집이 재앙을 당했다 해서 남들에게도 이런 재앙을 함께 당학 하고 싶지는 않다."는 한없이 착하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세상을 품으셨던 분이다.

 

세번째 아버지는 바로 작가의 넷째삼촌이다.

작가에게 넷째삼촌의 삶은 작가가 추구하고자 했던 도시인의 행복한 삶의 전형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넷째삼촌을 따라 시멘트 공장에서 일하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속에서 엿본 넷째삼촌의 진정한 삶이란 이른바 '이터우천(一頭沈, 본뜻은 편들기란 뜻인데 허난 사투리로는 장기간 떨어져 사는 부부를 지칭하기도 한다.)이였다. 넷째삼촌은 시골사람들이 보기엔 도시인이지만 도시인들이 보기엔 시골사람일 뿐인 허공에 뜬 채 그 소속감을 제대로 느낄 수 없었던 인물이기도 했다.

넷째삼촌은 은퇴 이후 고향으로 돌아오지만 도시에서 느꼈던 어느 부류에도 속하지 못하는 나름의 고립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중국의 근현대에 걸쳐서 도시를 빗겨난 시골 사람들의 삶에 대해 사실적으로 묘사한 글이다. 이는 마치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를 떠올리게 하면서, 궁핍했던 농촌의 삶이 잘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힘들고 고난스럽던 삶의 반영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가족을 지키고, 가족을 사랑했던 3명의 아버지를 중점적으로 보여준다.

가족을 위해서 자신의 삶을,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내놓았던, 이 시대의 아버지와 다르다고 말할 수 없는 시대의 아버지들에 대한 숭고한 마음이 들게 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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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knock다운
정미애 지음 / 하얀새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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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대의 약속이 시간을 돌아 손자, 소녀의 대로 넘어 왔다.

인수와 태섭은 6.25 전쟁에서 각각 한국군과 북한군으로 마주쳤다.

인수가 부상으로 사지를 헤매는 그 순간 홀연히 나타난 태섭은 자신의 신념대로 인수의 생명을 구하는 대신, 자신들의 가족이 있는 북을 포기한채 남한에 남게 된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으로 인수는 혈혈단신인 태섭에게 자신들의 아이들을 결혼시킴으로써 가족을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한다.

그 약속은 자신들의 자식대에서 어긋난채 시간이 흘르게 되고, 이는 다시 그들의 손자, 소년대로 내려오게 된다.

태섭의 무남독녀였던 현숙은 그리스계 남자와 결혼을 한 뒤 미국에 정착해서 유선, 유진  두 아들을 낳게 되고, 그중 미혼인 유진과 인수의 손녀 아름과 다운 중에서 결혼을 시켰으면 한다.

할아버지와 어머니의 건강이 여의치 않음을 알지만 사랑없는 결혼은 반대이기에 그 말을 하러 한국으로 와서 다운네 집으로 오게 된다. 그러다 잠이 덜 깬채로 자신에게 문을 열어 주는 다운에게 한눈에 반하게 된다.

이때 유진의 나이, 28살. 다운의 나이 18살 이다.

무려 10살 차이에 미성년자인 다운이다.

처음 그녀의 성숙한(?) 외모에 아름보다 나이가 많을 거라 생각했지만 이젠 아무래도 상관없다. 다운이 변태라고 불러고, 그의 형 유선이 로리타콤플렉스라 불러도 그의 마음은 다운으로 결정이 났다.

다운이 알게 모르게 그녀를 꼬드겨가면 둘은 결국 결혼식을 올리게 된다.

그리고 비록 서로의 할아버지들의 소원으로 시작된 결혼은 둘의 진정한 사랑찾기로 해피엔딩을 맞이하게 된다.

너무 나쁜 악녀도 없고, 주인공 남녀를 힘들게 하는 꼬이고 꼬인 사건들도 없어서 더욱 달달한 로맨스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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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명의 백인 신부
짐 퍼커스 지음, 고정아 옮김 / 바다출판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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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분명 모든 것이 허구임을 밝히고 시작한다.

하지만 글을 읽는 내내 그 사실은 잊고 만다.

책속에 빠져든다는 표현이 정확하게 어울리는 책이다.

 

백인들이 미국 개척시대. 백인들은 인디언 족들과의 마찰을 피하고 그들을 인디언 보호소로 거주지를 옮기도록 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중이다. 그 과정에서 샤이엔 족의 대부족장 리틀 울프는 당시 미국 대통령에서 다소 황당한(?) 제안을 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자신들의 말 천마리와 천명의 백인 신부를 맞교환하자는 것이다.

처음 리틀 울프의 제안을 어처구니 없다고만 생각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자발적(?) 지원이라는 묘안으로 미개인(백인들은 인디언족을 이렇게 부른다. 과연 자신들의 문화를 지키며 자신의 땅에서 살겠다는 원주민을 침략자인 그들이 이렇게 부를 자격이 있는가는 모르겠지만)과 결혼을 원하는 사람들을 모집하게 된다.

여기에는 실로 다양한 사연을 가진 백인 여성들이 지원한다.

대외적인 그녀들의 역할은 미개인들의 삶을 문명인으로 교화시킴과 동시에 기독교를 전파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인디언 신부 계획(BFI, Brides for Indians)'이다.

이렇게 모인 1차 지원단의 여성은 47명이다.

부모를 모두 잃은 여인, 신랑이 될 사람으로 될 사람으로 부터 퇴짜맞은 여인, 자신의 학문적 목적으로 참가한 여인, 진정한 자유를 찾아 지원한 여인까지 그 외모와 출신만큼 사연도 다양하다.

그리고 이 지원단 속에는 자신들의 신분과 맞지 않는 낮은 신분의 남자인 해리와 사랑에 빠지고 그 사이에서 두 아이를 낳았다는 이유로 '도덕적 문란'이라는 명목으로 정신병이라는 진단을 받고 정신병원에 감금된 메이 도드도 포함되어 있다.

 

이 책은 바로 메이 도드라는 여인의 자손이 그녀의 삶을 역추척하다가 그녀가 해리와의 사이에서 낳은 두 자녀에게 보낸 편지와 일기를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내용의 대부분은 그녀가 정신병원에 감금되기 직전 해리와의 만남과 동거부터 시작해서 감옥같은 정신병원을 나갈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인 인디언 신부 계획에 참가하게된 경위, 그리고 그곳에 가는 도중에 만난 존 대위와의 만남과 사랑, 인디언 마을에서 리틀 울프 대족장의 3번째 부인으로서 삶과 인디언들의 삶과 인생등을 직접 겪고 느낀 점들을 마치 역사가와 같은 지극히 사실적인 묘사로 그려내고 있다.

처음 리틀 울프와의 약속과 달리 샤이엔 족에게 주겠다고 약속한 땅에서 금맥이 발견되면서 백인들은 인디언 신부 계획을 철회하게 되고, 이미 출발한 47명의 신부들에게 샤이엔 족을 회유해서 기한 내에 인디언 보호구역으로 들어와 살도록 명한다.

겉으로 보면 그들을 보호하고자 한다는 명목이지만 실상은 인디언 신부 계획처럼 그들의 실용주의에 맞기에, 그리고 그들이 정복 목적에 가장 적합하기에 평화주의를 가장한 군사작전을 벌이는 것이다.

 

"우리는 늘 남의 일에 끼어 일을 망치고 있어."(p.274)

 

메이와 백인 여성들은 그사이 인디언들의 삶에 동화되고 그들의 아이를 갖게 된다. 하지만 예견된 비극은 여기서 시작된다. 샤이엔 족의 친족이자 먼저 백인에 투항한 줄스 세미놀이 샤이엔 족의 주거지를 백인들의 적인 부족으로 의도적으로 매도함으로써 샤이엔 족의 평화는 마침내 막을 내리게 된다.

마지막 죽음의 순간까지 메이는 삶의 순간을 일기로 기록한다.

 

"그냥 살아 있기 위해서 쓰는 것 같아. 우리 모두 살아 있게 하려고."

"그래. 네 펜은 너의 주술이고, 네가 그걸 움직이는 한 너에게는 할 일이 있고 또 살아 있는 거야."(p.310)

 

결국 그녀의 일기는 미완성인채로 끝나고 그 뒷이야기는 그녀들과 함께 생활했던 수도사가 마지막을 채우게 된다.

이 일기는 샤이엔 족에게는 신성한 보물 그 자체인 셈이다.

그녀의 삶이 곧 그들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끝에서 그녀의 일기는 그녀의 백인 후손에게 닿으면서 진정한 막을 내린다.

누군가 자신의 삶을 기억해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자신과 나머지 백인 신부들의 삶을 기록했던 그녀의 일기는 이제는  자신들의 땅을 잃어버리고 보호구역에서 살고 있는 인디언들의 삶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허구임에도 더 진실같은 그래서 역사가 됨직한 소설같지 않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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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랑 - 왕을 움직인 소녀
이수광 지음 / 네오픽션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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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먼저 밝히는 것과 같이 이 소설은 문랑과 차랑의 산송(山訟) 문제와『유연전』에서 모티브를 빌려 왔다고 했다.『유연전』에 실린 이 사건은 실제 대구에서 일어났던 사건을 기록한 것으로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이기도 하다.

그만큼 읽는 내내 기묘하면서도 요즘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 그 당시에도 있었다는 것에 흥미롭기도 했다.

재산을 탐내고 그 재산가의 자식노릇을 한다는 설정은 드라마에서도 익히 많이 보여졌고, 실제 외국의 사건에서도 간간이 들어 본 것이다.

그런 일이 조선시대에 있었다는 것은 인간의 탐욕이라는 것은 시대에 상관없는 것이구나 싶기도 했다.

 

아버지 박수하의 공부에 대한 기대와 강압적인 태도에 10여년 전에 집을 나간 아들 박제구. 박수하는 성주 땅의 유지이다. 박수하 딸이자 박제구의 여동생들인 문랑과 차랑. 그리고 박제구의 처 이숙영, 그녀의 오라비 이창래. 그들 두 오누이는 몰락한 양반 가문의 자제이다. 어릴적 박제구는 총명하였으나 학질을 앓은 이후 치인(癡人:어리석은 사람)이 되어 버렸고, 이와 달리 그의 막내 동생 차랑은 오히려 학질을 앓은 후 한번 본 것은 잊어버리지않는 실로 대단한 총기를 가지게 된다.

어쩌면 이때부터 두 사람의 운명은 달라졌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10년 넘게 박제구가 돌아오지 않자 박수하가 죽으면 모든 재산이 두 딸에게 돌아갈 것으로 짐작한 이창래는 동생 숙영과 모의하여 한양 남산골의 조석술을 박제구로 위장하고자 한다.

조석술 또한 그 인물이 사기꾼이라 이에 흔쾌이 응하고 그들은 이창래의 첩인 옥년이와 조석술의 아이를 박제구의 첩과 아들인 것처럼 꾸며서 박제구를 찾아 온다.

그렇게해서 박경여 집안과 박수하 집안의 산송문제가 막을 올리는 것이다.

 

처음 의심하던 박수하도 며느리가 인정하자 어쩔수 없이 일단 받아 들이게 되고, 그 사이 차랑이 절에 가던 도중 화적을 만나 봉변 당할 뻔할 때 그녀를 구해준 박원규와 두 집안의 인연이 닿게 된다.

차랑은 아버지를 설득에 그와 혼담이 오가도록 하고, 이창래와 옥년의 관계를 눈치 챈 차랑의 지혜로 옥년은 모든 사실을 이실직고 하지만 오히려 이창래 일당은 박수하가 재산을 오빠로부터 가로채려는 두딸에게 속아서 아들을 부인한다는 실로 웃지 못할 송사가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아버지는 아들이 아니라 하고, 아들은 아버지라 하고, 며느리는 남편이라 하는 판국이라 이 일은 흥미진진한 사건이 되고, 결국 재판은 이창래 일당의 편을 들어 준다.

 

그 뒤에 이창래 일당은 박경여의 부친이 묘자리로 박수하의 선산이 길지라는 것을 미끼로 내밀고 가짜 박제구(조석술)를 내세워 묘를 쓰도록 허락한다. 이 일로 결국 두 집안은 산송문제로 재판까지 하게 되고, 앞서 가짜 박제구가 아닌 이유가 없다는 것을 판결로 내렸던 판례를 들어 박경여에 유리하게 판결이 난다. 이에 격분한 박수하가 항의를 하다 곤장을 맞고 죽고 이에 두 집안은 걷잡을 수 없는 사태에 이른다.

서로의 체면과 자존심 때문에 두 집안은 한치도 물러서지 않고 이 과정에서 문랑과 박경여 집안의 어른도 죽게 된다.

결국 철천지 원수가 된 두 집안으로 차랑과 박원규의 혼담도 물건너 가고, 차랑은 억울함에 한양까지 걸어가서 신문고를 울려 진상을 밝혀 줄 것은 읍소한다.

 

암행어사까지 출동하는 등의 여러 우여곡절 끝에 이창래 일당이 잡히고, 진짜 박제구를 소환해 옴으로써 사건은 일단락된다.

그리고 성주 목사 이일경은 두 집안을 화해시키고자 차랑과 원규의 혼담을 주선하고 둘은 결혼해서 아이 넷을 낳고 잘 산다는 결말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리고 읽고 난 마지막 감상평은 "도대체 얜 뭐야?" 라는 것이다. 부제를 왕을 움직인 소녀라고 하기보다는 세상을 쥐락펴락한 것 같기 때문이다.

 

애초에 이창래 일당이 그런 계략을 생각한 것도 차랑이 『탁씨일가전(卓氏一家傳)』을 필사해서 이창래가 훔쳐가도록 유도했고 이 책을 통해서 책의 내용처럼 이창래가 일을 꾸미도록 했기 때문이다. 차랑은 이창래가 평소에도 자신의 고서적을 훔쳐다 판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고, 이를 계기로 더 큰 일을 도모한 것처럼 비춰지기 때문이다.

 

실제 산송 문제로 언니가 죽은 내막에서도 차랑의 보이지 않는 조종이 있는 듯한 느낌을 지워버릴 수가 없다. 그리고 원규와의 결혼도 그 시대의 사대부가 여인같지 않은 적극성으로 그녀가 언니의 혼담을 가로챈 셈이 되며, 원규를 자신에게 빠져들도록 한 요부의 면모까지 보이니 말이다.

 

그녀는 아버지와 언니의 죽음을 알리고자 성주에서 한양까지 걸어서 간다. 그 과정에서 그녀의 효심에 탄복한 많은 유생과 학자, 아낙네들이 그 뒤를 따르기까지 하고, 상소문을 임금께 올리기도 한다. 그녀는 혹시 그런 파급효과를 노린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가장 미스터리한 부분이자 그녀의 의도가 의심스러운 것은 바로 진짜 박제구의 소재지를 그녀가 이미 수년전에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물론 박제구가 함구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가짜 박제구의 출현으로 집안이 혼란스러울 때 그녀는 왜 진실을 말하지 않았고, 결국 산송 문제로 번질 때 조차도 말하지 않다가 모두 죽고, 사건을 일단락하게 만드는 결정적 순간에 박제구의 소재지를 말했는가 말이다.

이창래가 박수하의 재산을 가로채려고  했던 것처럼 차랑 역시 아버지의 재산을 모두 갖고, 원규까지 차지하려던 계산된 행동이 아니였을까?

 

실제 소설에서는 아버지 박수하와 문랑이 산송문제로 죽임을 당하게 되고, 그 사건을 관할했던 성주 목사(이 사람은 박수하 일가에 불리한 판결을 했고, 박수하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었다.)는 파면되고, 재산상속자인 오빠 역시 사건의 진상이 밝혀진 뒤 부모를 봉양하지 않고 유랑했다는 죄목으로 곤장을 맞다 죽었다. 그녀가 흠모하던 박원규와 언니의 혼인을 아버지가 생각할 때 자진(자결)이라는 다소 협박적인 언행으로 아버지의 마음을 돌려 결국 원규와 결혼도 한다.

세상으로부터는 아버지와 언니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고자 한 효녀처럼 비치면서 의인이 된 셈이다.

결국 모든 것은 차랑이 가지게 된 셈이니 말이다.

표지에서 보여지는 살짝 내린 듯한 눈빛이지만 동시에 살짝 치켜 뜬 눈에서 그녀의 야심과 계략이 비치는 듯 한 반전 추리 소설 같다.

영원히 미결로 끝난 미스터리 사건 같기도 하다.

한편으로 섬뜩했던 부분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저자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지 간에 진정한 요부이자 지략가이자 모사꾼은 바로 차랑 그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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