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같은 나무 하나쯤은
강재훈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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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30년 경력을 지닌 나무 사진 작가의 탐목기(探木記)를 담아낸 사진 에세이집이 한겨레출판에서 출간되었다. 제목부터가 오랜 시간 나무에 깊은 애정을 보여 온 작가의 마음이 엿보이는 『친구 같은 나무 하나쯤은』이다.

 

자연 속 나무라고 하면 대체적으로 오랜 시간, 나무 스스로에겐 생겨나면서부터 평생을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생물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그런 나무에게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배움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들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는 가운데 이 책은 나무 사진 작가가 선보이는 다양한 나무들의 모습, 나무를 담아낸 자연의 풍경이 한데 어울어지고 그 속에 작가 자신의 이야기까지 덧입혀져서 한 권의 철학서 같은 느낌마저 들게 한다. 

 


흥미로운 점은 작가가 나무를 사진으로 남기기 전에는 통폐합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분교를 사진으로 담았었다고 하는데 기회가 닿는다면 그 사진들을 만나볼 수 있는 것은 의미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서는 다양한 나무들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는데 단순히 우리가 나무라고 생각했을 때 떠올리게 되는 숲이나 산, 그리고 들판 등에 자리잡은 거목 같은 사진 이외에도 숲 전체나 꽃나무, 작은 나무가지를 줌하듯 찍어낸 사진들도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나무가 아닌 바닥에 다시 활짝 피어나듯 펼쳐져 있는 떨어진 꽃잎들을 담아낸 사진도 있다.

 

어떤 한 구도에 제한되지 않은 다양한 모습들이 담겨져 있어서 마치 자연의 한 부분들을 감상하듯 살펴보는 묘미가 있는 책이다. 아울러 작가만의 회상에 젖듯이 나무들과 관련한 감상이나 일화 등을 담아낸 것도 좋다.

 

여러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또 다른 이들의 작품과 관련한 이야기도 만나볼 수 있는데 전반적으로 나무, 꽃, 다양한 생물들, 그리고 자연 나아가 그속에서 어울어져 살아가는 우리 인간들에 대한 이야기와 그 모든 것들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들과 깨달음을 잘 담아내고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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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피난처에 잘 있습니다
이천우 지음 / 북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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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피난처에 잘 있습니다』는 제목에서부터 상당한 궁금증을 자아냈던 작품이다. 게다가 타임루프와 미스터리 판타지 요소가 가미된 작품이라는 점에서 어떻게 이 둘을 작품 속에 풀어냈을지도 기대되었는데 생각 이상으로 재미있게 잘 그려진 작품이라 은근히 영화로 제작되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아마도 작가가 오랫동안 시나리오 작업을 해온 저력이 자신의 첫 번째 장편소설에서 유감없이 발휘된 게 아닐까 싶다.

 

 

각기 다른 상처, 특히나 사랑의 실패에서 오는 상처를 간직하고 있는 삼남매가 아버지의 장례식날 뜻하지 않게 타임루프를 경험하게 되는데 기묘한 점은 그 시기가 17일 전으로 계속해서 되돌아간다는 것이다. 굳이 17일 전이어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그렇게 되돌아갔다 현재로 오다보니 아버지의 장례식도 반복된다. 이쯤되면 자신들이 평소 가지고 있던 문제들 보다도 왜 이런 일이 자꾸 생기는지 왜 하필 17일 전인지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고 어떻게 하면 시간이 정상적으로 흘러갈까를 생각해야 하는 시점이 된다. 

 

분명 8월 22일을 살았고 당연히 어제인 8월 22일을 지나 오늘이자 어제 기준으론 미래인 8월 23일로 넘어가야 하는게 정상이지만 이상하게도 시간은 8월 5일로 되돌아가 있다. 그렇다면 이 일의 시작은 어디였을까? 아버지는 오랫동안 아프셨고 삼남매는 우여곡절 긑에 장례를 치룬 상태이다. 그리고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던 중 우연히 턴테이블과 LP판을 발견한 것이 이 모든 문제의 시초다. LP판을 틀었을 뿐인데 어느 순간 17일 전 아침으로 돌아가버리는 것이다. 
 

 

장남 진태, 차남 진수, 그리고 막내딸 해민까지. 삼남매는 졸지에 17일 전으로의 타임루프를 반복하면서 뭔가 이유가 있을거란 생각을 하고 아버지의 유품 중 일기를 단서로 여기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게 된다. 무려 5권에 달하는 아버지의 일기장이다. 그리고 일기를 읽으면 읽을수록 그동안 몰랐던 아버지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가게 되고 그 시간들을 통해서 아이러니하게도 반복되는 기회 속에 삼남매의 삶이 조금씩 달라지게 된다.

 

내가 쓴 내 일기를 읽어보면 세상 그렇게 유치할 수가 없다. 그런데 남의 일기는 그렇게 재밌다니... 아버지의 일기 속 아버지는 삼남매가 생각지도 못한 모습들이 있고 그 이야기들을 통해서 남겨진 자식들은 아버지의 삶을 생각해보게 된다. 그리고 아버지라는 한 인간을 이해하는데도 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은근한 재미와 감동까지 있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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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린 게임과 개발자들 NEON SIGN 6
김쿠만 지음 / 네오픽션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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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음악가들 사이에서 귀신을 본다거나 귀신이 뮤비에 등장하면 소위 대박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와 관련한 에피소드를 풀어내는 가수들이 있기도 했는데 이번에 만나 본 『신들린 게임과 개발자들』은 특이하게도 게임 회사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작품은 네온사인시리즈 여섯 번째 도서이자 SF소설이기도 하다.

 

주인공은 게임 회사에 취직을 하게 되고 이후 출시될 호러 게임의 귀신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일을 맡게 된다. 신입이기에 뭔가를 거창하게 할 수 있을리 만무한 가운데 어딘가 모르게 이 회사가 심상치 않다는 사실을 곧이어 알게 된다. 

 

귀신을 만드는 회사(정확히는 귀신 캐릭터를 만드는)에 진짜 귀신이 나타난 것이다. 흔히 게임개발 회사라고 하면 IT업계 중 하나로 테크노밸리 속 기업 중 하나로 생각되는데 이런 곳에 귀신이자 망령이 배회한다고 한다면 그 기묘한 괴리감에서 오히려 어떤 귀신들이 나타날까 궁금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흥미로운 점은 주인공으로 나오는 대호가 IT 업계와는 크게 관련이 없어 보이는 문창과 출신의 소설가 지망생이라는 것. 그런 대호가 게임 회사에서 시나리오 팀에 배정되고 가상 현실 속에서 귀신들을 제거하는 <Project G>라는 게임을 제작하는데 있어서 게임 속에 등장하는 귀신들을 설정하는 일을 하게 되는데 <Project G>의 G가 무당이 하는 굿에서 따온 것이라는 점이다. 

 

그 괴리감만큼이나 기묘한 회사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 어찌보면 왠지 한편으로는 또 어울릴것 같은 일들이 연속으로 일어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작품 속에서는 귀신이 두렵거나 공포스럽다는 이미지로 소모되는 것이 아니라 점이다. 

 

귀신이라는 기이한 현상, 오컬트 내지는 미스터리 장르를 지극히 현실감있는 무대 속으로 데려와 리얼리즘으로 표현한 작가의 저력이 놀랍도록 돋보이는 작품이라 재미있게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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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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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와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라는 제목만 보고선 에세이겠거니 했었다. 그런데 사실은 최은영 작가님의 세 번째 소설집으로 표제작이기도 한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는 2020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작품이라고 한다. 

 

작품 속에는 총 7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물론 보토의 단편보다 길이가 좀더 긴 중편도 포함되어 있다. 가장 먼저 나오는 작품은 표제작인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인데 상당히 현실적일 수도 있는 부분들이 작품에 그려져 인상적이다.

 

주인공 희원은 영어영문학과에 진학한 학생이지만 은행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학생이 된 경우로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에서 첫 날 곤란한 상황에 놓여 있을 때 담당 교수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기고 덕분에 그녀에 대해 관심을 가진 뒤 그녀가 이전에 쓴 작품을 찾아 읽게 되며 어떤 공감대가 생긴다고 생각했으나 희원이 대학원 진학과 관련한 대화 속에서 의도치 않게 그녀가 희원에게 상처가 될 만한 말을 하고 희원 역시 이에 그녀에게 어떻게 보면 감정적 대응을 하게 된 이후 시간이 흘러 당시 그녀가 교수였으나 시간 강사였던 것처럼 자신 역시 그 입장이 되어서야 그녀의 말을 이해하게도 되는데 어떤 면에서 볼때 희원에게 있어서 그녀는 어떤 동경 같은 존재가 아니였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몫」은 같은 여성이라고 해서 쉽사리 하나의 무리가 될 수만은 없는 복잡미묘한 여성의 관계성을 그리고 있고 「일 년」은 사원인 지수와 계약직 인턴인 다희가 1년의 시간을 풍력발전소 공사 현장을 오가며 나눈 공감을 그리다가 이윽고 의도치 않은 계기로 사이가 틀어진 이후 8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 재회로 서로간의 오해를 푼다거나 하는게 아니라 두 사람이 공감을 나눴다고 생각했던 그 1여 년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뻔하지 않은 전개가 꽤나 인상적이였다. 

 

「답신」은 주인공이 언니의 딸에게 보내는 편지 속에 주인공 가족, 특히 언니와 자신의 이야기가 그려지는데 어머니의 부재, 아버지의 방치 속 언니는 오롯이 부모가 되어 주었으나 시간이 흘러 점차 변해가는 모습 속에서 그리고 언니의 결혼 이후 언니가 자신을 지켜주었던 것처럼 자신은 언니를 지킬 수 없음에 괴로워하는 이야기 등이 잘 그려지며 과연 그런 때에 주인공은 어떤 행동을 취했는가가 안타깝게 그려진다.

 

「파종」은 엄마의 부재를 대신했던 오빠와의 이야기를 텃밭이라는 매개체로 잘 그려내며 「이모에게」는 주인공이 이모에 대해 생각하며 쓴 이야기로 어느 한 감정으로 단정지을 수 없는 감정이 잘 그려지며 마지막 작품인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은 흔히 애증의 관계라 불리는 모녀 사이를 그리고 있다. 엄마인 기남이 딸 우경을 만나러 홍콩에 가서 겪게 되는 이야기로 그들 사이에는 손자인 마이클이 있다. 단순히 감초 역할이라고 하기엔 부족한 마이클을 통해 서로 간의 이해를 그려내는 작품이라 상당히 인상적이다.

 

작품들은 다양한 인간 관계가 등장하고 그속에는 오해와 갈등, 그리고 후회와 이해가 존재한다. 지극히 인간적인 이야기들이라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매력이 있는 작품집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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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명작 단편소설 모음집
알퐁스 도데 지음, 김이랑 옮김, 최경락 그림 / 시간과공간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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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작가들이 선보이는 명작 단편소설들을 한 권의 책으로 만나볼 수 있는 『세계명작 단편소설 모음집』은 학창시절 교과서를 통해서 본 작품들도 있고 이후 그 작가의 작품집을 통해서 본 작품도 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읽게 된 작품도 있는데 그만큼 많은 작가들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는 반증이다. 그중 몇몇 작품들은 학창시절 교과서에 실렸던 작품들도 있다는 점에서 반갑기도 했다.

 

작가들의 면면도 상당히 대단하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알퐁스 도데, 기 드 모파상, 안톤 체호프, 윌리엄 셰익스피어, 에드거 앨런 포, 앙드레 지드, 레프 톨스토이 등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 학생들의 필독서로 추천할만한 책이라는 생각도 든다. 워낙에 유명한 작가와 그만큼이나 유명한 작품들이기 때문인데 어른들도 상식적인 차원에서 읽어보면 좋을것 같다. 

 

단편소설이라는 점에서 한 작품의 분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읽는 부담이 없다는 점이 좋다. 게다가 각 작품이 주는 감동과 재미도 있기 때문에 더욱 좋았던 책이기도 하다. 책은 적절하게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어서 자칫 글만 있으면 밋밋하게 보일 수 있는 부분을 상쇄시켜주는 효과가 있다.

 


단편소설의 매력은 짧은 호흡으로 읽히지만 그속에 장편이 담아야 하는 요소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어떻게 보면 단편소설을 더 쓰기 어려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인인생의 희노애락이 담겨져 있고 그속에서 삶의 철학을 찾아낼 수 있으며 이는 결국 작품을 읽는 독자들이 자신의 삶을 돌이켜보게도 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가장 먼저 나오는 「마지막 수업」은 시대적 아픔으로 더이상 수업을 할 수 없게 된 한 학교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고 「별」은 순수한 사랑을 그리고 있다. 「목걸이」는 진짜 보석인 줄 알고 빌렸던 목걸이를 잃어버린 여자가 그걸 되갚기 위해 보냈던 시간을, 「베니스의 상인」은 우정일 수도 있고 인간의 오만함과 잔인함 그리고 지혜로움을 보여주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학창시절에도 읽고 나서 참 감동적이였던 작품이 바로 「큰 바위 얼굴」인데 이 책을 통해 다시 볼 수 있어서 반가웠는데 사람은 자신을 동경하는 존재를 닮아간다는 이야기, 어느 새 자신이 큰 바위 얼굴을 닮아버린 주인공의 이야기가 참 감동적이였다. 「마지막 잎새」는 희망, 특히 누군가의 희망을 위해 이타적인 모습이 인상적이며 스릴러인 「검은 고양이」 역시 다시 봐도 재미있다.

 

나머지 작품들 모두 어느 것이 더 뛰어나다 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장르, 각기 다른 스토리와 주제로 독서의 재미를 느끼게 해줄 것이다. 그렇기에 새해를 맞아 재미난 소설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가볍게, 그러나 충분히 흥미로운 세계적인 작가들이 쓴 『세계명작 단편소설 모음집』으로 독서의 시간을 가져봐도 좋을 것이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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