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트에 탄 소년과 곰 벽장 속의 도서관 4
데이브 셸턴 지음, 이가희 옮김 / 가람어린이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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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저 건너편 아무 데나 내려 주세요."

... "잘 알아서 데려다 주마."

하고 보트에서 만나게 된 소년과 곰의 대화가 이렇게 시작됩니다.

 

 

자칭 보트의 선장이라는 곰을 보면서도 거리낌없이 작은 보트에 탄 소년은 처음엔 낯설게 서로의 영역을 확인하는 것에서부터 그들의 우정을   시작하게 된답니다. 닫힌 공간, 둘 밖에 없는데도   서로에 대해 관심도 없이, 자신의 관점에서만 이야기를 시작하고 특히나 소년은 곰을 받아들이기가 쉽지않지만   여러 일들을 겪으면서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게 됩니다.

 

곰과 소년의 기발한 여행을 함께 보면서  한참 자라고 있는 아이들과의  사이를 생각해보게 되더라구요.  특히 아무 데나 내려달라는 소년에게 잘 알아서라는 곰의 대답을 듣는 순간부터 큭큭 웃음이 나오게 됩니다. 아이들에겐 '아무데나', '아무 것'이나 이지만 부모들은 '알아서 잘..' 이 늘상 하는 이야기일테니까요.  하지만 길을 잃은 것처럼 보이는 순간에도 정확한 지도도 없이 '여기쯤'이라고 막연한 항해를 계속하는 곰의 모습에서  왠지 내  모습이 보인다는   생각을 하고보니, 소년의 더 나은 생각과 행동을 따르려 하지않거나 고맙다는 이야기를 건네지 않기에  미련해보이는 곰이 하는 행동에는 설마 나도 그럴까 라는 생각이 순간 들더라구요.

 

어린 소년조차도 안 된다고 했던 일로 괴물을 끌어들인 곰의 미련함, '마침 좋은 생각이 떠오르려는 참에 소년이 방해한 것일뿐' 이라는 뻔뻔함으로 삼춘기, 사춘기라고 웃으며 이야기하는 괴로운 시기를 , 금방 넘지 못하는 폭풍 속 파도로 만들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에 살짝 괴로워지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들은 점점 서로를 위해   괴물도, 안개도 헤치고, 그리고 이상한 바위 섬에서의 앞으로의 계획도 세워가면서 기운이 빠질때마다 힘을 내주는 서로가 있기에 다시  나아가게 된답니다. 이렇게  어울리지 않는 그들의 여행은 아이들에게 다음 여행에서 만날 기발한 모험 이야기를 상상하게도 만들지만 어른에게는 그들의 어려움과 시간으로 다져진 우정만은 변치않았느니라~ 라는 바램을 갖게 한답니다.

 

점점 솔직하게 말하게 되는 소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곰의 변화가 어른과 아이, 우리 모두에게 살다가 보면 겪게 될 많은 일들, 사람 사이, 자기 마음이 곤란할 때 어떻게 하는게 좋을지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하지 않을까 해보게 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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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독서광의 유쾌한 책 읽기
김의기 지음 / 다른세상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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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독서광이다.'

라고 말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티비나 책에서 들을때마다,  각자 다른 분야에서 이름을 날린 그 분들이 그렇게 매력있다고 칭하는 공통적인 책들이 더 궁금해지게 된다. 분명히 제목은 들어봤지만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는 이야기들을 줄줄이, 그것도 다른 책이나 역사속  사건과 이어서 재미있게 이야기하는 분들을 보면  마술사의 생전 처음 보는 마술 세계에 빠진 느낌이라고나 할까, 다른 기술없이도 그 사람과의 시간이 꽉 찬 느낌을 주는 누군가의 힘이 내 눈앞에도 놓여있는 책에서 시작되었다는 게 신기하기만 하다.

 

 열심히 읽던 이야기들, 그리고 '나는 이미 읽었다.' 라는 생각으로  기억에서 가물거리는 이야기들이 누군가에겐 두고 두고 살아가는 의미가 되어주거나 어렵거나 위로가 필요한 순간에  힘이 되어준다는 생각이 들때면 난 뭘 읽은 것이지 란 생각과 함께,  난 이제껏 어떤 책에서 힘을 얻었을까 싶어 꼽아보게 된다. 아마 나 역시도 좋은 책이라 꼽을 수 있는 이야기들에게서 실연이나 슬픔을 반으로 나누거나  사랑이나 희생, 그리고 인간이란 이런 존재이겠구나 하는 혼자만의 생각을  갖게 되지않았을까 싶다. 

 

 ' 새 책을 읽으면 새 애인을 만나는 것 같고, 읽었던 책을 다시 읽으면 옛 애인을 만나는 것 같다.'

 라는게 자신의 지론이라는   저자 김 의기님이 펼쳐놓은 30권 역시나  우리가 읽었거나 혹은  제목과 간략한 내용만이라도 어디선가 들어봤던 유명한 이야기들이다. 다는 아니지만 오래 전 나에게도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했던,  읽었다고 생각했던 이야기들이 김 의기님 자신만의 설명과 함께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게된다. 영화의 장면으로 더 기억에 남는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의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구어체 문장과 남 주인공 조던이 누구인지 알기 위해서는 소설의 반 이상을 읽어야 한다는 설명으로, 계속 책을 읽어야 드러나는 조던의 성격이 현실과 맞닿아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누구인지 제대로 알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라는 이야기에는 첫 장 한 줄 만으로 도대체 지금 나타난 이 사람은 누구인지, 어떤 일을 할것인지  알고 싶어하는, 나의 책 읽을 때면 나타나는 조급증이 부끄러워지게도 된다. 

 

스탕달의 적과 흑을 읽으며 '도대체 왜' 란 생각을 하게했던 레날 부인의 이야기, 자신이 정작 원하던 것을  갖지 못해 슬펐던 개츠비의 미소, 이 세상에서 딱 한 권의 책만을 읽도록 추천한다면 주저없이 선택하겠다는 '레 미제라블'  장 발장의 사랑과 희생 이야기들이,  그 때의 내가 아닌 지금이라면 어떤 생각을 할까 싶어지게 되고   예전에 읽으며 가졌던, 풀지 않았던 의문들에 대한 궁금증이 다시 생기게 된다.  
 

이렇듯 잊고 있었던 고전이 주는 인간과 인간 사이,  사람의 마음이 불러 일으키는 많은 생각들,  그렇게 지나쳤던 오래 전  이야기를  꺼내는 이야기에서,  다시 한 번  마음이 맞는 오래 전 친구를  만나보고픈 생각이 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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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타 - 만들어진 낙원
레이철 콘 지음, 황소연 옮김 / 까멜레옹(비룡소)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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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나 영화에서 만나는 뱀파이어, 늑대인간과  인간과의 금지된 사랑은 결국 우리 대다수 인간들의 허락을 받게된다.  주인공들의  빛나는 모습으로도  많은 점수를 얻었겠지만, 알고 보면  결정적 이유는 빛나는 외모 안에 있는 상대에 대한 맹목적 믿음과 사랑때문이 아닐까 싶다. 끔찍한 본능에 대한 소심한 인간으로서의 두려움을 잠재울 수 있는  건, 더 이상 인간들에게선 볼 수 없다 믿는 순수한 사랑이라는  한줄기 시원한 바람때문이지 않을까~~

 

 

2013년은 깨어나는  인간성에 괴로워하는 순수한 10대 복제 인간 소녀와의 사랑에 빠져볼때인가 한다. 레이첼 콘이 그려낸 "베타"는 정식으로 출간되기도 전에 "트와일라잇 2 :  뉴 문" 제작진에 의해 영화화가 되었다는 소식이 들렸다는 말답게, 아름다운 10대 복제 소녀. 낙원이라 불리운다는 '드메인', 그 안에서 온갖 평화와 즐거움을 누리고 있으면서도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에 언제나 눈 돌리는 인간들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로 읽어가는 내내, 자세한 그녀의 글에서 한 편의 그림이 그려지게된다. 

 

"엄마?" 나는 물었다.

"제조자야! 엄마가 아니라, 이제 일어나." 루사디 박사가 단호하게 말했다.

 

어느 날 눈떴더니  얼굴엔 문신, 뒷 목엔 글자를, 손목엔 칩을 심은 클론이라는 걸 알게된 열 여섯살 '엘리지아'는 완벽한 몸매와 아름다움,  순종적인 태도를 지닌 자신이  10대 베타로서는  처음 탄생한 완벽한  베타라는 것을 알게된다. 하지만 '베타',  시험판, 아직 개발 중이라는 이름이 맞는 것일까, 자신이  인간의 말에 따르게 하는  프로그램대로 주어진 '봉사' 행동을 하면서도 문득 문득, 자신의 모체인 시조가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하는  기억을 보게된다. 이것이 아직은 완전하지 않은 베타이기 때문에 갖는 특성인지, 혹은 디펙트(결함을 가진 클론으로 폐기가 되어야 한다) 라서인건지 알수없어 두려워진 엘리지아는  자신이 가끔 시조의 기억을 본다는 것과 인간의 미각을 지녔다는 사실을 숨기기로 한다.

 

대학을 간 총독의 큰 딸 '애스트리드' 대신 말벗을 하게 된 그녀는  총독 가족과  그들 가족 주변 인간들과의 교류를 통해,  인간이 클론에게 금지되어 있는 거짓과  위선을 지니고 있음을 알게되고 그들의 이야기속에서 낙원이라는 드메인이 가지고 있는 감춰진 인간들의 진실 , 클론을 반대하는 인간과 탈출한 디펙트들이 모여 반란을 꿈꾸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된다. 

 

 드메인에 사는 인간들은 환상적인 조건에도 만족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특히나 심심한 일상에 지루해진 십대들은 '락시아'라는 마약에 중독되게 되고 그런 그들과 어울리면서, 자신에게 점점 인간이 가져야 할 감정이 자라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되는 엘리지아는 최고 갑부라는 타힐, 그리고 자신이 환상이라 믿었던 시조의 연인인 알렉산더를 만나게 되면서 그들에게 끌리는 자신에게 혼란스러워 하게된다.

 

환상적인 SF로맨스 4부작의 서막이라는 "베타"는 인간이 정해놓은 규칙에서 벗어나려는 베타가 점점 자신에 대해 깨닫고, 자신감을 찾아가는 과정,  자신을 속인 인간과 자신을 만든 박사의 비밀,  그리고  자신의 탄생에는 남들과 다른 비밀이 있다는 것과 그녀의 사랑이 과연 누가 될지라는 궁금증을 우리에게 남기게 된다.

 

낙원으로 만들어진 곳에 살면서도 만족하지 못하는 인간들, 자신들의 일상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힘없는 자들의 죽음으로 만들어지는 클론을 선택함에 주저없었던 인간들의 잔인함은 결국은 순수했던 엘리지아가  그 섬을 탈출할 끔찍한 일을 만들게 되는데, 그녀의 눈물겨운 고백에도 그녀가 디펙트라는 사실만이 끔찍했던 총독 부인, 자신이 정한 규칙을 지키지 않는 총독,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인간들에 비해  클론 엘리지아는 오히려 단호한 모습으로 자신의  앞길을 선택하는 모습을 보이기에,   우리에게 지혜로운 인간과 명령을 따라야 하는 클론, 그 사이를 나눠놓는 경계가 어디인지를 묻고 있다. 이제 자신에게 영혼이 있다는 걸 느낀다는 엘리지아,  그녀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게 될까, 그리고 그녀의 진정한 사랑은 누가 될지 우리에게 더 달달해질 그 다음을 기다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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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받은 책들의 상인
마르첼로 시모니 지음, 윤병언 옮김 / 작은씨앗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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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흘린   종이에 그려진 x표를 찾아,  '보물이  있을지도 모른다네'  라는 농담과 뜬 소문을 믿고   누구도 가 본 적 없는 곳으로 떠나는 이들의 모험은 매번  우리를 들뜨게 한다.  그것은 그런 보물찾기가  먼저 떠난 이를 쫓아 오는  악당과   그 틈에서  그것을 지켜야 하는 누군가의 아슬아슬 추격신으로 연결되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나 책의 비밀을 지키려는 자와 그걸 쫓아서 가지려는 자가 있다면 그들의 추격은 늘 우리에게 책의 비밀이 열리는 순간 뭘 알게될지, 궁금하게 만드는 재미가 있게된다. 
  

여기에 이유도 모른 채 자신을 뒤쫓는 '생 베므'라는 비밀 단체를 피해 13년간 가족과 떨어져 도망쳐야 하는 유물 상인 '이냐시오 톨레도' 가 등장하게 된다. 현명하고 박식하기에 모든 걸 다 아는 듯, 때로는  여러 약초와 화학물을 사용할 줄 알기에 변절한 무당쯤으로도 여겨지는 그지만, 막상  나타나는 곳마다 따라다니는 '생 베므'가 도대체 뭘 원하는지  쫓기고 있는 당사자 이냐시오는  모르고 있다. 그런 그가 산타 마리아 델 마레 수도원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그의 등장은   그가 수도원에 숨겨놨다는 보물에 대한 소문을 쫓는 이들과  그가 나타나기만 기다리던 생 베므  추격자들의 움직임을 빠르게 만들게 된다.

  

 예전에 헤어져 생사를 모르게 된 친구 비비엔이 보낸 편지에 있는대로  '우테르 벤토룸'이라는 책을 찾기로 한   그는, 자신의 위치가 드러남에도 불구하고  목숨을 내놓는 위험한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생 베므의 추격자들은  그들의 한 발뒤에서  붉은 가면과 그의 심장을 노리는 단도로 중무장한채   책과 비밀을 빼앗기 위해 쫓아오게 되고, 천사들의 지혜가 들어있다는 책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점점 친구와 적이 누군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만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 놓인 이냐시오와 함께 하는 건 그의 오래된 지식과 지혜, 목숨으로 맺어진 윌라름, 그리고 이번에 같이 가게된 소년 우베르토뿐이다.

 

붉은 가면, 생 베므 비밀결사 단체, 그리고 햇살 아래 비밀과 먼지를 가득 안은 비밀의 책, 하지만 만나러 간, 그 책의 주인일지도 모르는 편지를 보낸 친구는  이미 13년전에 죽었다는 또 하나의 수수께끼를 주게 되고,  그 때부터 이냐시오는  자신이 쫓기게 된 이유와  책과 친구가 숨기고 있었던 비밀을 찾아 그 역시도 쫓기는 자이면서  쫓는 자가 되어 암호와 비밀의 세계로 들어서게 된다.

 

책이 숨겨진 장소를 따라가며,  자신들을 위한 십자군 전쟁을 일으킨 귀족, 성직자들의  권력을 향한 욕망이 커져가며  얽히는  혼란과 만나게 되는 이냐시오 일행은  그 당시 모습을 보여주는  역사 속 이야기와  지식에 대한 호기심과 아는 것에  굶주려하는 이들,   암호 맞추기, 비밀,권력,배신, 우정, 그리고 읽는 내내 우리 머릿속에 맴돌던, 그 모두가 쫓던 책보다  이냐시오에게 소중한 보물이 어디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우리에게 건네고 있다.  책 속의 비밀을 따라가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책 속 뿌연 이야기속으로 이냐시오가 건네는 중세 모습을 따라 그 시간속으로 떠나는  시간이 되지않을까 싶다.

 

 

"책을 통해 절대적인 지식을, 따라서 모든 사물과 인간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되는 거죠." -- p.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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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 읽을수록 논술이 만만해지는 한국단편 읽기 2 지식이 열리는 신나는 도서관 6
김정연 엮음, 김홍 그림 / 가람어린이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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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금년 여섯 살 난 처녀 애입니다." 라는 첫 줄을 읽자마자  '처녀 애'라는 말에 까르륵 하는 아이들이다.  엄마와 사랑방 손님, 그리고 달걀을 좋아하는 옥희를 내가 처음 만났던 그 때도 이런 말이 있었나 싶은게  지금의 내 기억엔  자신의 마음을   전하지 못하는 엄마나 사랑방 아저씨의 답답해보이는 마음이 주로 기억에  남아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시간이 흐른 후 다시 읽게 된  이야기가  이제는 엄마나 아저씨의 입장, 그리고 옥희의 알듯 모를듯한 마음이 어땠을까 에서 보이는 걸 보면 시간이 많이 지났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된다.

 

 

그 때는 보이지 않았던, 서로에게 전해지는 일상의 만남이나 가벼운 말에도 가슴떨리는 모습이 이제는 보이게 되고   말없이 보내는 게 맞다고 여긴 그들의 마음도 지금은 ' 그랬겠구나.' 라는 이해를 하게되지만, 예전 내가 그랬던 것처럼 지금을 사는 쿨한 아이들에게는 얼굴만 붉히고  말도 못하는 그들의 마음이 이해가 다 되지는 않는가 보다. 이렇게 '사랑손님과 어머니'로 시작된 1930년대부터 1970년대 까지의  채 만식 님의 '미스터 방', 황 순원 님의 '물 한 모금' 와  '소나기', 하 근찬 님의 '수난이대', 윤 흥길 님의 '기억속의 들꽃', 최 일남 님의 '노새 두 마리', 박 완서님의 '자전거 도둑' 한국 단편 소설 8편을 만나게 된다.  전쟁통에, 혹은 그 직후 우리네 팍팍한 생활 모습, 그래도  알고 보면 따뜻한 사람이라는 걸 느낄 수 있는 이야기가 우리네 할머니께서 들려주시는 '예전엔 그랬었지.'라는 걸 생각하게 한다.

 


아이들은 '사랑손님과 어머니' 에서는 여섯 살이라는 나이에 안 맞게 어른스러운 듯 싶다가도 눈치 없는 옥희 흉내를 내보기도 하다가 '물 한 모금'에서는 비를 피하려 빈 헛간에 모인 사람들 앞에 나타난,  도끼 같은 것에라도 찍힌 듯이 깊게 파인 이마의 주름살을 가진 중국인 주인이라는 말에 '움찔' 했다며, 그가 가지고 나타난  따뜻한 물에 속이 풀리는 사람들을 보고 약간은 허탈해 하기도 하면서 의외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또 나는 '이 바보'라는 말이 때로는 얼마나 정겹고 다정한 말인지를  알려주는 아련한 우리의 영원한 첫사랑 소년과 소녀의 '소나기'가  아이들에게도 역시나 같은 느낌일까 싶어  이것 저것 물어보게 된다.   전쟁중에 다친 몸에 한탄하는 아들에게 자신의 속상한 마음을 접고 '우째 살긴 뭘 우째 살아. 목숨만 붙어 있으면 다 사는 기다. 그러 소리 하지 마라." 라는 퉁명함으로  보여주는 뜨거운 아버지의 정을 아이들은 알련가 싶어 부모의 마음을 말로라도 설명해주면서,  각각의 단편이 끝나면 나오는, "논술 실력을 올려줘요."로 글짓기, 사고력, 논리력을 키워준다는 문제와 함께   이런 저런 내 생각과 의견을 말해보기도 하고 아이들의 생각을 들어보게도 된다.

 

 이제는 그 감정을 다 알 것같아  읽기만 하면 되는 나이가 된 나도  어렵기만 한, 예전 평안도 사투리나 그 당시 쓰던 말들이 낯설게 다가오기에   '이건  뭐라는 걸까' 싶은 옛 글자나 문장을 만나면    옆에 나와 있는 글자 설명란이나  빨간 줄로 동그라미 친 곳에 되어있는 설명을 슬쩍 보게 된다.

 

 

예전엔 그냥 눈에 띄면 이해에 상관없이 즐거움으로 읽었지만, 지금은 아무래도 아이들 눈에 더 많이 익어야 하는 책들이  생기는 즈음이라 쉽게 읽히게 만들어 놓은 이 책이, 단편의 짧은 글속에 들어있는 인간사의 깊고 긴 마음을 이해하기 시작하는 징검다리가 되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된다. 그러다 아이들이 더 나이가 들어 다시 읽게되면 그 때는 자신의 생각과 다른 지금의 생각, 그리고  예전에 엄마가 이렇게 생각했겠구나 하는 기억을 갖게 되지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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