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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보다 - 동물들이 나누는 이야기
윤여림 글, 이유정 그림 / 낮은산 / 2012년 10월
평점 :
낮은산 리뷰 이벤트에 참여하느라 11월 29일 포토리뷰를 작성했는데 이벤트 응모 페이지에 등록이 안돼서 마이리뷰로 다시~
포토리뷰 원문은 여기 http://blog.aladin.co.kr/714960143/5986189
이 책을 보는 1학년들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그림책은 설렁설렁 휘리릭 넘기던 녀석들도 뭔가 느끼는 게 있나 보다.
그게 뭘까?
부모님과 함께 갔던 동물원에서의 즐거움을 떠올릴까?
아니면 우리에 갇혀 있어 더 이상 다가갈 수 없었던 좋아하는 동물을 만지지 못한 안타까움을 생각하는 걸까?
이 책은 동물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팔짝 뛸만큼 여러 동물들이 등장한다.
잠깐, 그림책을 보기 전에 우리집 토끼를 좀 봐 주시라~ ^^
우리집에는 종일 우물거리며 뭔가를 먹어대는 '돼지토끼'가 있다.
토끼장 안에 넣어주던 마른 풀만 먹던 토끼가 제법 자라서 수시로 우리를 탈출한다.
우리집 손바닥만한 화단을 초토화시키고 화분에서 자라던 부드러운 풀잎도 몽땅 뜯어먹었다.
먹을만한 화초를 싹 먹어치운 녀석은 무화과나무를 갉아 먹고 좀 뻐신 관음죽과 팔손이까지 먹기 시작했다.
정말 하루 종일 먹어대니 '돼지토끼'라는 별명이 어울리는 녀석이다.ㅋㅋ
우리집 토끼는 오늘도 아침부터 진종일 화단에서 뭔가를 뜯어 먹고, 밤에는 우리에서 먹이를 먹다 잠든다.
<서로를 보다> 그림책에 나오는 동물들은 어떻게 지낼까?
우리집 토끼처럼 우리에서 화단으로 수시로 들락거리며 자유를 누리는지 살펴보자.
바람처럼 초원을 달리는 동물 치타는 신나게 초원을 달리겠지?
넓은 초원에서 달리기 선수 치타는 누구를 쫒는 걸까?
이런 이런,
젖먹이 동물 가운데 가장 빠른 치타는 한 시간에 백 킬로미터 속도로 달릴수 있다지만
동물원 우리에 갇혀지내느라 그렇게 달려보지 못해서 잘 모르겠다고 답한다.ㅠ
아~ 그림책은 자유를 누리는 치타와 우리에 갇혀 무기력하게 주저앉은 치타를 보여준다.
아이들도 쉽게 발견할 수 있도록 비교되는 그림이다.
또 한 가지는 '동물'에 쉼표를 찍어 강조하고 있다.
동물,이란 말을 반복함으로 점점 심화 확대시켜 나간다.
구름처럼 하늘을 나는 동물, 쇠홍학
나뭇가지를 타고 숲을 누비는 동물, 긴팔원숭이
파도를 타고 바다를 누비는 동물, 돌고래
얼음 들판 위로 떠도는 동물, 북극곰은 어떻게 지낼까?
쇠홍학은 먹이가 많은 호수를 찾아 날지 못하고
긴팔원숭이는 힘센 팔로 하루종일 창살에 매달릴 뿐이고
조련사 말을 잘 알아들어 똑똑한 돌고래는 바다가 그립다고 친구에게 말하고
북극곰은 추운 북극의 눈보라가 기억나질 않는다.ㅠㅠ
이들은 왜 갇혀서 지내는 걸까?
누가 무슨 권리로 그들이 누리던 자유를 빼앗아 갔을까...
달처럼 어둠 사이를 가르는 동물, 올빼미
바위산 위로 뛰어오르는 동물, 바바리양
함께 노래하고 사냥하는 동물, 늑대
함께 집을 짓고 지키는 동물, 프레리도그
이들은 자유롭게 지내고 있을까?
해처럼 하늘 높이 떠오르는 동물, 콘도르는 마음껏 하늘을 날고 있을까?
안데스 산맥 높은 곳에 둥지를 짓는 콘도르도 역시 하늘을 날지 못하고 앉아 있다.
왜? 하늘로 솟구쳐 날지 않을까...
자연스런 질문이 생기게끔 책은 독자를 안내한다.
자유를 누리는 동물을 보여주고 다음엔 자유를 잃은 동물을 보여주는 편집이다.
자~ 누구보다 자유로운 동물, 인간은 어떨까?
자연을 이해하는 능력이랑
자연을 파괴하는 능력이 모두 뛰어난 인간은...
아~ 이 녀석의 눈은 정말 슬프다.
바라보는 눈빛이 너무 애절해서 눈물이 뚝뚝 떨어질 거 같다.
녀석의 눈에 담긴 간절한 소망을 알아채는 사람은 없는 걸까?
눈과 눈을 마주하고 서로의 마음을 읽어내는 힘이 필요한데.
서로 마주 바라보지 않고, 요렇게 등을 대고 있다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내지 못하겠지...
다행히 그림책에선 서로 마주 본다.
네 마음 내가 알고, 내 마음 네가 알지?
침묵의 대화가 오가는.... 엄숙한 분위기에 압도되어 독자들도 숨을 죽인다.
어쩌면 사람들은 세상에서 가장 큰 우리 안에 갇혀 있는 동물인지 모른다.
사람도 남들에게 보여지는 모습 때문에, 혹은 주어진 임무 수행에 하고 싶은 대로 하지 못하는... 자유를 빼앗긴 동물이다.
오늘, 나는 어떤 자유를 누렸는가~~ 생각해보면 많은 부분에서 자유롭지 못했음을 깨닫는다.
바람처럼 달리지도, 해처럼 솟아오르지도,
산 위로 바다 위로 뛰어로르지도 못하지만
어느 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를 가지면 그들은 행복해질까?
'콘도르'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를 뜻하는 잉카말!
이 책 속의 동물들이 갈망하는 것도 바로 자유다!
눈과 눈을 바라보며 서로의 마음을 읽어내는 사랑!
하나는 동물원의 우리 안에서, 다른 하나는 우리 밖에서 바라 볼지라도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가 되는 따뜻한 가슴은 우리에게 주어진 선물이다.
사람들은 왜 동물들을 가둬두고 구경만 하는 것일까?
그들도 자기 고향에서 마음껏 뛰놀며 살 수 있도록 풀어주어야 하는데...
가장 영리하고 자연을 해롭게 하는 사람이라는 동물이 찾을 해답은 무엇일까...
나는 이 책을 보면서 동물들이 빼앗긴 자유가 안타까우면서도 부끄럽게 인간의 이기심이 발동하여
또 하나의 동물인 인간의 삶에도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동물들의 슬픈 표정처럼 행복한 얼굴을 잃어버린, 가장 큰 우리에 갇힌 또 하나의 동물 사람의 앞날도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