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쉬왕의 딸
카렌 디온느 지음, 심연희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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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충격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 영화가 있습니다. 2016년 개봉했던 영화《룸》이 바로 그것이지요. 7년간의 감금으로 모든 것을 잃고 아들을 얻은 24살의 엄마 조이, 좁디 좁은 방 한칸이 세상의 전부인 줄 알았던 아들 잭, 이 모자의 감동적인 탈출과 적응을 담아낸 내용이었습니다. 북폴리오 《마쉬왕의 딸》을 읽게 되면 아마 누구나가《룸》을 떠올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쉬왕의 딸》은 《룸》의 이후를 보여주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기 때문이죠. '나는 이제 아버지를 사냥해야 한다!'라는 문구가 굉장히 자극적인 반면, 흥미를 느끼게 합니다.

 

학교에 가는 대신 1950년대 나온 잡지 《내셔널 지오그래픽》한 무더기와 로버트 프로스트 선집 옐로우 에디션으로 글을 배우고, 자전거를 탄 적도 없고, 전기나 수도같은 것도 몰랐던, 12년 동안 대화를 나눈 사람이라고는 어머니와 아버지밖에 없었던, 그래서 어머니와 자신이 사실은 유괴범에게 납치당한 상태였던 것도 몰랐던 헬레나. 구출되었을 당시 헬레나는 열두 살이었고 어머니는 스물여덟 살이었습니다. 2년 전 어머니는 돌아가셨지만 헬레나는 지금 과거 딸의 엄마가 되었고 잼과 젤리를 만들어 판매하는 사업을 하면서 평범한 삶을 보내고 있지요. 하지만 어느 날 제품을 배달하고 돌아오는 길에 헬레나는 아동 유괴, 강간 및 살인죄로 무기징역 죄수가 되었던 아버지 제이콥 흘브룩이 교도소 이송 중 두 명의 교도관을 죽이고 탈출했다는 뉴스를 접하게 됩니다.

 

 

헬레나는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했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걸 알고 있었고, 교도관 둘을 죽이고 교도소에서 탈옥한 것도 용서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마음 속 어딘가, 아버지가 세상에서 최고라고 생각하고 있던 양갈래 머리의 꼬마는 아버지가 자유를 찾아 기뻐하고 있지요. 헬레나는 그를 미워했지만 아버지가 안됐다는 마음도 품고 있었습니다. 아버지의 탈옥으로 경찰이 찾아오면서 지금껏 남편에게 말하지 못한 아버지의 존재, 자신의 과거가 밝혀지게 되자 헬레나는 지금껏 자신이 조십스럽게 쌓아올린 두 번째 삶이 무너져 내리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스티븐은 두 딸을 데리고 부모님 댁에 가지만 헬레나는 이 상황을 고칠 방법, 자신의 가족을 돌려받을 방법은 단 하나, 직접 아버지를 잡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홀로 남지요. 이것이야말로 자신이 가족보다 더 중요한 건 아무것도, 그 누구도 없다는 사실을 스티븐에게 입증할 유일한 방법이니까요. 헬레나는 그렇게 아버지를 쫓기 시작합니다.

 

아버지를 잡아서 다시 감옥에 넣게 될 사람이 있다면 그건 바로 나라는 것을. 저 황야를 탐험하는 일이라면 그 누구도 아버지와 비길수 없지만, 아마 나라면 그럴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아버지와 12년을 살았으니까. 아버지는 나를 훈련시켰고, 자신이 아는 걸 나에게 전부 가르쳤다. 난 아버지의 사고방식을 알고 있다. 무엇을 할지도, 어디로 갈지도 안다. (본문 57p)

 

심장이 쿵쿵대고 손바닥에 땀이 찼다. 사냥을 나가기 전에는 으레 긴장되지만, 지금 사냥해야 할 것은 아버지였으니까. 어릴 적 내가 사랑하던 남자이자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12년 동안 나를 돌봐 주었던 사람이며 지난 15년간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아버지를 나는 사랑해야한다. 아주 오래전 나는 그에게서 탈출했고, 이제 그가 탈출해 내 가족은 부서져버렸다. (본문 74p)

 

어린시절 헬레나는 모든 것을 잘 해냈던 아버지를 존경했고 숭배했으며 사랑했습니다. 무능했던 어머니와 달리 자신에게 사냥, 낚시, 수영 등을 가르쳐준 아버지만이 자신을 사랑하는 유일한 존재라고 생각했지요. 아버지를 쫓는 과정에서 헬레나는 아버지와 함께 했던 일들을 떠올렸고 아버지는 딸이었던 자신을 사랑했던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관심을 갖지 않았다고 생각했던 어머니가, 자신을 납치했던 남자를 꼭 닮은 아이를 양육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을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지요.

 

 

자신의 가족을 걸고 게임을 하고 있는 아버지와의 추격전을 담은 《마쉬왕의 딸》은 이렇게 흥미로운 소재로 긴장감으로 스토리에 몰입하게 하는 스토리입니다. 대부분의 스릴러 소설에서 여성은 늘 피해자였지만, 인디언 전사로 자랐고, 아버지에게 배운 사냥과 추적 능력이 있는 헬레나는 영웅처럼 등장하고 있지요. 이 점이 현 사회의 약자인 여성들에게 특별함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무능력해보이기만 했던 어머니, 그리고 가족을 위해 아버지를 쫓는 헬레나 서로 다르지만 같았던 모성애를 생각해보게 되네요. 무섭지만 안타까운, 그러면서도 긴장감으로 흥미를 주는 작품이었습니다.

 

(이미지출처: '마쉬왕의 딸'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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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짜툰 6 - 고양이 체온을 닮은 고양이 만화 뽀짜툰 6
채유리 지음 / 북폴리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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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에게만 무뚝뚝한 아부지, 소녀감성 어머니 그리고 작가와 13년째 동거 중인 새침 도도 아가씨 짜구, 카리스마 군기반장이며 짜구와 친자매인 뽀또, 까칠 고독한 왕따 쪼꼬와 낭이계의 이승기인 포비 그리고 청설모 같은 봉구까지 다섯 마리 고양이의 일상을 담은 《뽀짜툰 6》으로 다시 돌아왔다. 일러스트레이터 채유리가 길에서 주워온 뽀또, 짜구 그리고 쪼꼬, 포비 네 마리의 고양이와 동거하면서 쓴 카툰 일기는 다음 만화속세상 화제의 웹툰으로 1권 프롤로그에 들어서면서부터 한없이 웃게 만드는 매력적인 작품이었기에 6권의 출간은 너무도 그리고 또 너무도 반가운 일이다. 왠지 집나갔던 고양이가 다시 돌아온 듯한 이 반가움을 어찌 표현하랴. 이번에는 어떤 시트콤과도 같은 즐겁고 유쾌한 일상을 보여줄까?라는 기대감에 책을 펼쳤으나 감동과 따뜻한 위로를 받게 될 줄이야.

 

 

고양이 집사 인생 13년 차를 맞은 저자의 고양이에 대한 애정이 담뿍 담긴 《뽀짜툰 6》에서는 새침 도도 아가씨 짜구와의 이별에 관한 내용을 담아내고 있다. 지난 봄 쯤 생겨난 대학시절 동아리 동기들의 단체톡방에서 자식자랑하는 친구들 틈에 능청스럽게 종도 다르고, 평균수명도 다른 자식들을 자랑하는 저자는 이제는 고양이들이 나이가 들어 얼굴이 꼬질꼬질하고 코딱지도 눈곱도 잘껴서 예전의 빛나고 윤기나는 모습이 아니지만 여전히 가슴이 두근거리도록 이쁘기만 하다.

 

가진 유전자가 전혀 달라도.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길지않대도.

나는 이 아들과 사는게 참 좋다.

후회하지 않는다.

 

이들도 나와 같은 마음일까… (본문 19p)

 

 

식사량이 줄고, 먹을 때마다 입이 아픈지 괴로워하기 시작한 짜구, 구내염이 심한 상태라 병원에 가서 진료 받고 약을 먹었으나  몇 주 지나니 약도 소용없어 송곳니만 남겨두고 전체 발치를 하게 되었다. 수술 후 전투적으로 먹던 짜구는 또다시 식사량이 줄기 시작했고 동생들이 근처에 오기만 해도 스트레스를 받는 듯 해서 최적의 공간을 마련해 주기도 하고, 사료나 간식도 종류대로 테스트해보고 그나마 잘 먹는 걸 찾아 먹이기도 했지만 약을 끊으면 먹는 걸 괴로워했고 식욕도 떨어지고 조금씩 다른 이상증상도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확진도 치료도 불가능에 가까운 복막염 의심 판정을 받게 되지만 기적처럼 낫기를 바라며 스트레스 안 받게 편안하게 해주지만 짜구는 나날이 악화되어갔다.

 

십수년 전 외딴섬같던 내 작고 외로운 단칸방에서 위로와 힘이 되어주던 그 어린고양이가 벌써 이 세상 소풍을 끝내고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다.

그 돌아가는 길이 너무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도… 나도 … 너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본문 49p)

 

저자는 관리를 제대로 안 해 줘서 구내염이 생겼고 그로인해 복막염이 커진건 아닐까 자책하며 스트레스를 주면서도 억지로 먹여야 하는건지, 어차피 나을 수 없는 거라면 스트레스도 덜 받게 해 주는게 차라리 나은건지라는 딜레마 소에서 갈피를 잡지 못했다. 짜구도 애쓰고 있지만 빠르게 악화되고 있었고 아픈 몸으로, 맘대로 움직이지 않는 다리로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우는 짜구가 정말 많이 힘들다는 게 보였지만 아직 의식이 또렷한 짜구를 두고 차마 안락사는 생각하기 싫었던 저자. 하지만 발작이 시작되고 고통스러워하는 짜구를 고통속에 방치할 수 없었다.

 

 

짜구의 영혼을 당신께 의탁합니다.

13년 전, 저에게 보내주신 아이.

이제 당신께 돌려드립니다.

이제 그 곳에서 다시는 아프지 않고 행복하기를…

이 땅에서 누리지 못했던 모든 아름다운 것들을 자유롭게 누리길 …

그리고 … 훗날 우리가 꼭 다시 만나게 되기를 …

간절히 소망합니다. (본문 98,99p)

 

 

내 자식도 아닌데,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고양이었는데도 왜이리 슬픈건지. 기르던 반려동물와 헤어진 경험이 전혀 없었던 탓에 가족과 헤어졌던 기억들이 오버랩 되면서 나도 동화되었나보다. 남겨진 이들의 괴로움과 슬픔이 가슴에 와닿았다.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절실하게 느껴졌기에 아름다운 이별이었다. 짜구와의 이별이 있었지만 좁은 박스 위 고양이 컵케익, 무릎 위 따끈한 봉구, 무릎위 푸짐한 뽀또, 그 뽀또의 분홍코, 통통통 경쾌하게 걷는 봉구의 걸음걸이, 그리고 마약방석의 쪼꼬 뒷다리, 안마의자와 봉구, 벌러덩 누운 포비의 앙 다문 뒷발, 방금 자다 깬 부시시한 뽀또의 얼굴, 함께 쬐는 햇볕, 함께 맞는 바람, 함께 잠드는 매일 밤, 그리고 그들의 존재 자체가 있어 이들의 일상은 또 행복하다. 그동안 보여주었던 유쾌함 뿐만 아니라 이별의 아름다움이 준 감동과 따뜻함이 있어 또다른 매력을 뿜어냈던 《뽀짜툰 6》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에는 이들 가족의 유쾌하고 행복한 일상만 보여주게 되기를.

 

 

(이미지출처: '뽀짜툰 6'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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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자존감 수업 - 세계 최고의 인재들은 어떻게 고민을 해결하는가
웨샤오둥 지음, 강영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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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심리학 분야 20년 스테디셀러 《하버드 자존감 수업》은 누구나 경험하는 삶의 문제들이 다양하게 제시되어 있어서 독자로 하여금 상담을 받고 있는 것과 같은 경험을 주는 책이다. 하버드 입학은 누구나 쉽게 꿈꿀 수 없는, 하지만 꿈꾸고 싶은 일일 게다. 헌데 하버드에 입학만 하면 부와 성공, 행복이 따라올 것 같지만 하버드 학생들은 재학 내내 극심한 경쟁에 시달린다고 한다. 완벽에 가까운 모범생들일수록 스트레스에 상대적으로 더 취약하기 때문이다. 이에 하버드 대학교에서는 좌절했던 경험을 나누면서 누구나 고민이 있고, 실패해도 괜찮다는 것을 알려주는 "성공-실패 마주하기"라는 프로젝트가 있다고 한다. 세계 최고의 인재라 해도 고난이 찾아오면 자신만 바보 같고 초라한 것 같다는 어리석은 생각에 빠지는데 이런 그들이 불안, 우울증, 분노에서 벗어나 학교생활뿐 아니라 사회에서도 성공할 수 있는 까닭은 하버드 심리상담실이 있기 때문이라고. 미국 대학 중 가장 초기에 설립된 하버드 심리상담실에서 학생들은 자신을 들여다보고, 그 안에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워나간다고 한다. 이에 중국의 저명한 심리학자인 저자 웨샤오둥은 《하버드 자존감 수업》을 통해 하버드생이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며 미래를 만들어나가지는에 대한 해결책을 보여주고자 한다.

 

이 책은 하버드 대학교에서 심리상담을 실습할 때 경험했던 10가지 사례를 기록한 것이다. 당사자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이름과 줄거리는 적절히 각색했다. 하지만 없는 이야기를 지어내지는 않았다. 어차피 나는 소설가가 아니니까. 나는 당시 심리상담 기록에 근거해 모든 사례를 이야기로 풀어나가듯이 묘사했다. 동시에 독자들과 전문 종사자들이 사유하고 연구하기 편하도록 모든 사례 뒷부분에 사례의 성질, 특성, 상담 방침과 진행 방법 등을 상세히 덧붙혔다. (본문 11p)

 

저자는 심리상담은 심리건강과 정신적 즐거움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수단이 되므로 반드시 크게 발전해야 한다고 말한다. 선진국에 비해 중국(우리나라 역시)의 심리상담은 사회가 나날이 발전하고 생활수준이 높아지는 것에 비해 그 발전이 느리다. 저자는 이 책에서 심리상담에 대한 의혹을 해소하고 심리상담을 온전히 받아들여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에 또 하나의 목적을 두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이 책은 1부 입문 편_심리 소통 학문의 전당에 들어서다, 2부 사례 편_상담자와 내담자가 더불어 걷다, 제3부 슈퍼비전 편_최고의 자존감에 춤추며 오르다, 로 나뉘어 타인의 성장을 돕는 과정을 통해 심리상담의 목적부터 상담기법까지 모든 것을 다양하게 다루고 있다. 하버드 대학교에서 보고 들은 것을 기록한 책이지만 수많은 젊은이들의 번뇌와 근심은 우리에게 공감을 주기도 하고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여러 가지 고민을 가진 학생들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그들은 심리상담을 통해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심리상담이 누군가를 가르치려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결정하도록 돕는 것임을 이 여러 사례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심리상담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식은 굉장히 보수적이다. 몸이 아플 때 병원에 가는 것처럼 마음이 아플 때 심리상담을 받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까 싶다. 흔히 현대인은 누구나 정신병을 앓고 있다고 표현할 만큼 많은 사람들이 심리적 스트레스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과도한 업무, 육아에 대한 스트레스, 취업, 사람과의 관계 등 일상에서 우리를 망가뜨리는 일들은 산재해 있기에 심리상담을 통해 원인을 찾아보고 스스로를 돌아보며 자존감을 회복하는 일은 중요한 듯 싶다. 이에 《하버드 자존감 수업》은 공감과 자신의 문제를 다시 바라보고 해결방법을 모색하면서 자신의 자존감을 높여갈 수 있을 것이다.

 

심리상담은 마음의 소리를 듣는 직업이다. 이 작업은 고도의 전문성과 지식뿐만 아니라, 삶에 대한 깊은 통찰과 애정을 요구한다. 마음의 소리가 전문성, 지식, 통찰, 애정과 만날 때, 단순한 위로를 넘어서서 자아가 진정으로 회복되는 치유가 일어난다. 저자는 하버드대 심리상담 센터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 과정을 소설처럼 흥미진진하게 풀어내고 있다.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삶의 문제들이 다양하게 제시되어 있어서, 마치 자신이 상담받고 있는 것 같은 몰입 경험을 주는 책이다. _최인철(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프레임』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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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가정부 조앤
로라 에이미 슐리츠 지음, 정회성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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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머리 앤》《작은 아씨들》을 떠올리게 하는 소설이라는 타이틀만으로도 무작정 읽어보고 싶은 책 《어린 가정부 조앤》은 뉴벨리 상 수상 작가 로라 에이미 슐리츠의 작품으로 2016 스콧 오델 상, 2016 전미 유대인 도서상, 2016 시드니 테일러 상 수상 등 여러 비평지에서도 찬사를 받았다고 하네요. 이 소설은 작가가 할머니의 일기장에서 영감을 얻어 쓰게 되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일기장 형식으로 열네 살 소녀 조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작가는 특유의 날카로운 위트와 예리한 시선으로 20세기 초의 미국 생활을 희극적 감수성을 바탕으로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열네 살 소녀 조앤이 닭장을 청소하는 생활에서부터 밝은 전등이 있고 카펫 청소기가 있으며 세탁물을 맡기는 도시 생활로 이동하는 삶의 여정을 보여주는 한편, 페미니즘, 가사일, 문학, 종교, 사랑, 신분, 고양이, 모자, 무지외반증, 화상 등에 얽힌 이야기 세계로 독자들을 인도한다. (책 표지 中)

 

 

이 책의 주인공 조앤은 열네 살의 소녀로 그녀를 두고 아빠는 '황소 같은 계집애'라고 할 정도로 외모가 예쁘지는 않아요. 엄마가 병으로 세상을 떠나자 아빠는 조앤을 학교를 그만두게 하고 조앤에게 헌신을 강요하지요. 책 읽기를 좋아하는 조앤의 책마저 불살라 버립니다. 아빠와 오빠들이 조앤의 희생을 당연시 여기는 암담한 현실에서 조앤은 자신의 삶을 살기로 결심하고 농장을 탈출하지요. 조앤이 많이 공부하고 배워서 선생님이 되기를 바라는 엄마의 바람처럼 조앤은 도시로 가서 선생님이 되기를 꿈꿉니다. 가출한 조앤은 나이와 이름을 속이고 부유한 유대인 집안인 로젠바흐가의 가정부로 취직하게 되지요. 그렇게 조앤은 재닛 러브레이스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합니다. 조앤은 그날의 일들과 감정들을 일기장에 적으며 성장해 나갑니다.

 

바다를 바라보노라면 이 세상이 모래 알갱이처럼 사소한 일과 좁은 생각들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세상은 넓고 거칠며 장대하다. 언젠가 나는 작은 돛단배를 타고 바람과 물살을 가르며 저 드넓은 바다 같은 삶을 향해 용감하게 항해할 것이다. 파도 앞에서 나는 한없이 작아지겠지만 정복당하지는 않으리라. 내가 바로 운명의 주인이자, 내 영혼이라는 배를 지휘하는 선장이니까. (본문 549p)

 

《빨강머리 앤》의 주제곡처럼 조앤은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운 캐릭터입니다. '황소 같은 계집애'라는 아빠의 말처럼 키가 크고 거친 성격은 오히려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많은 일들을 겪으며 성장해가는 조앤과 너무도 잘 어울리네요. 예쁜 외모를 가졌다면 조앤의 성격과 어울리지 않았을 듯 싶어요.《빨강머리 앤》《작은 아씨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 소설도 마음에 드실거라 생각이 되네요. 그날의 일들과 감정들을 써내려간 조앤의 일기는 더욱 생생하게 조앤의 삶을 엿보게 합니다. 여리고 따뜻하지만 씩씩하고 당당한 조앤이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성장이 생생한 작품 《어린 가정부 조앤》, 그녀를 통해서 저 또한 힘을 내어봅니다.

 

이 책의 여주인공은 20세기 초반만을 대표하는 인물이 아니다. 작가 슐리츠는 조앤을 통해 현대의 삶까지 조명하고 있다. 교육에 목마른 순박한 시골 소녀, 충동적인 이상주의자이지만 자신의 잘못을 알아차린 후에는 열정적으로 그것을 바로잡으려 노력하는 조앤(재닛)은 청춘의 일분일초도 낭비하지 않을 것 같은 정말로 사랑스러운 여성이다. -<월 스트리트 저널>

 

(이미지출처: '어린 가정부 조앤'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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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파이트 클럽 - 여성들의 오피스 서바이벌 매뉴얼
제시카 베넷 지음, 노지양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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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뉴스에서 우연히 '여성 93% 한국, 성평등 국가 아니다'라는 헤드라인을 본 적이 있다. 많은 부분이 달라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성들의 대부분은 여전히 성평등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 설문에 의하면 일상적인 부분은 물론 외모지적 부분에서도 차별을 느낀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나 역시 성평등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해서 페미니즘을 주장하는 행동하는 여성도 아니기에 책 제목이나 강렬한 빨간색의 책 표지를 담은 세종서적《페미니스트 파이트 클럽》은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이데올로기를 담은 책은 왠지 어렵고 무거운 느낌을 준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는 탓일 게다. 헌데 어렵사리 페이지를 넘기자 '※ 남성 독자들에게는 책 정가보다 21%가 더 비쌉니다.' 라는 문구가 유쾌하게 반겨주면서 흥미를 유발한다.

 

 

 

저자는 이 책을 출간하는 목표를 '전쟁의 전술들'로 무장시키는 데 있다고 말한다. 이 전술과 전략은 쉽고, 따라 할 수 있으며, 효과적인 것들이라고 자신하고 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전쟁'이란 바로 일반적인 성차별, 긴가민가한 성차별, 노골적인 성차별, 가장 진보적인 사무실에조차 존재하는 의식하기 어려운 성차별과의 전쟁이다. 저자가 자신하는 이유는 이 책에 실린 내용이 대부분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 책을 위한 정해진 독서 방법 같은 건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차례대로 읽어도 되고, 아무데나 펼쳐서 읽어도 된다. 아니면 요리책이라고 여겨도 좋다. 마음에 드는 부분만 손때가 타도록 읽어도 괜찮고, 책 가장자리에 메모를 해도 되며, 책 뒷장에 낙서를 해도 되고, 몇 장 찢어서 갖고 있다가 상사의 사무실 문 밑으로 슬쩍 밀어 넣어도 된다.

《페미니스트 파이트 클럽》은 일종의 매뉴얼이자 성명서임과 동시에 각자가 선택하는 모험일지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은 후 실생활에서 어떤 방식을 적용하며 앞으로 나아갈지는 독자의 손에 달렸다. 물론 나는 여러분이 전진할 수 있다고 굳게 믿는다. (저자의 말 中)

 

이 책은 1장 적을 알-눈여겨봐야 할 행동들, 2장 너 자신을 알라-여성들의 자기파괴, 3장 직장 생활의 지뢰들-직장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 및 그것의 해체법, 4장 당신의 말을 들리게 해라-말하는 여자가 당하는 온갖 열 받는 일들, 5장 시끄럽고요, 돈이나 주세요-협상을 위한 컨닝 페이퍼(찢어서 브라 안에 넣고 다니자!), 6장 조시라면 어떻게 할까?-우리에겐 그저 보통의 남자가 가지는 자신감만 있으면 된다, 로 나누어 직장 내에서 마주치는 이러한 성차별에 대항하여 승리할 수 있는 다양한 전략가 전술을 제시한다.

 

대체 우리는 왜 이렇게 마음속으로 자신과 안타까운 씨름을 하며 살고 있을까? 바로 유구한 역사 때문이다. 수 세기 동안 우리는 '더 약 性'으로 인식되었고 중요한 자리에는 속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어쓰며 그 감정은 우리의 정신세계를 잠식해 들어와 뼛속 깊이까지 침범해버렸다. 착잡하고 혼란스럽다. 어린 시절에는 열심히만 하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으나 언제부턴가는 현실이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님을 체감한다.(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러면서도 압박을 받는다. 이젠 세대가 우리를 위해 마련해놓은 이 토대 위에서 우리는 잘해내야만 하고, 무결점이어야 하며, 완벽해야 하고, 너무 애쓰지 않는 척해야 한다. 열 번 잘하다가도 한 번 발을 헛디디면 남자 동료들보다 더 눈에 잘 띄고, 더 오래 기억된다는 사실도 명심해야 한다. (본문 99p)

 

사실 '내가 유난스러운 건가?''나한테만 이렇게 신경 쓰이는 문젠가?'라며 어물쩍 넘어가는 일들이 간혹 있었을 것이다. 수 세기 동안 잠식해온 사고방식으로 인해 여자들 스스로가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경우도 있다. 이 책은 이런 생각들을 몰아내는 방법도 자세히 제시하고 있다. 처음에는 다소 어렵고 무겁게 느껴졌던 책이었는데 편견과 달리 책은 현실과 마주하고 있었으며 실질적인 내용들이 자세히 수록되어 있어 유쾌하면서도 유용한 내용이었다. 처음 책에 대해 가졌던 편견이 사라진 것처럼 남성 뿐만 아니라 여성들조차도 성에 대한 편견이 이 책으로 인해 사라지길 바래본다. 이제는 사회에서 조금은 더 유연하고 야무지고 똑똑하게 대응할 수 있을 듯 싶다. 여성 뿐만 아니라 남성들도 꼭 읽어보기를 권해본다.

 

 

 

매력적이고 재미이쏙 현실적인 책. 성차별 직장과 전투를 벌일 때 필요한 간단한 무기들로 가득하다. 나는 내가 페미니스트 파이트 클럽(FFC)의 정식 회원이라고 선언하는 것이 자랑스럽다. _셰릴 샌드버그 (《린 인》저자 & 페이스북 COO)

 

(이미지출처: '페미니스트 파이트 클럽'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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