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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생각하고 느끼는 우리 명승기행 - 김학범 교수와 함께 떠나는 국내 최초 자연유산 순례기 ㅣ 보고 생각하고 느끼는 우리 명승기행 1
김학범 지음 / 김영사 / 2013년 5월
평점 :
지리에 대한 관심이 생기면서 인문학적 이야기가 담긴 유적에 관한 책을 읽고 있다.
시리즈로 읽고 있는 신정환의 신택리지도 이런 맥락.
역사에 관심이 많아 나름 많이 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유적지에 대한 설명을 읽어 보면 처음 듣는 얘기가 대부분이었다.
세상은 정말 넓은 모양이다.
지리적 개념이 약해 처음에는 거기가 거긴 것 같고 약간 지루하기도 했는데 이 책에서 본 지명을 다시 저 책에서 보고 하면서 반복하다 보니 약간의 체계가 잡히면서 재미가 생긴다.
주5일제 근무가 일상화된 만큼 우리 국토에 대한 관심들이 여행을 통해 많이 생겨나면 보존이나 발굴 등에도 힘이 실릴테니 좋을 것 같다.
서점에서 발견하고 무척 읽고 싶었던 책인데 기대만큼 아주 재밌지는 않았다.
일단 처음 보는 내용들이 많아 한번에 와닿지가 않은 점이 크고, 지형을 설명하다 보니 직접 가보지 않은 사람으로서는 읽는 것만으로는 쉽게 상상이 안 간다.
그리고 이런 기행문도 상당 부분은 수필에 가깝기 때문에 일단 글을 잘 써야 하는데, 문학가들처럼 수려한 문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일이기 때문.
사진도 전체적으로 어둡고 썩 마음에 들지가 않았다.
좋은 풍경들도 많던데 작은 도판에 축소시키기가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책의 장점으로는, 미처 몰랐던 명승 개념을 확립시켜 줬다는 점.
저자는 문화재청에서 명승을 지정하는 일에 앞장선 분이라고 한다.
보통 사적이라고 하면 역사적 의의가 있는 건물만 생각했는데 (경주의 포석정이나 안압지 같은) 고정원이나 좋은 풍경을 볼 수 있는 경승지도 큰 범주의 문화재에 들어간다고 한다.
문화재가 동산이라며 명승은 좀더 큰 범위의 유산이라 할 수 있다.
문화재 대신 국가유산이라고 하니 더 확실하게 와 닿는다
좋은 풍경도 가꾸고 보존해야 하는, 선조들의 유산임을 새삼 깨달았다.
수많은 명승들이 등장하는데 저마다 역사적 사연이 있고 무엇보다 세월의 흐름을 이겨내고 오늘날까지 버티고 있는 저력이 느껴진다.
고정원이라는 개념도 참 인상적이었다.
일본이나 중국은 정원이나 원림이 발달했다고 하는데 한국은 그런 문화가 없다고만 생각했다.
좋은 풍경 속에 지어진 정자는 여기서 소개된 별서정원이 아니라 그냥 덜렁 건물 하나라고만 인식했던 것이다.
무지의 소치가 아닐 수 없다.
담양의 소쇄원 등을 고정원으로 지정한 의미가 새롭다.
저자의 말대로 금수강산이라고만 관념적으로 얘기할 것이 아니라 가꾸고 보존하며 무엇보다 여러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 관광지로도 육성시켜 인식의 저변을 넓히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소개된 곳들을 죄다 가보고 싶지만 아쉽게도 늘 시간이 부족하다.
외국 나가려면 비행기 타는 시간만 해도 벌써 하루 이틀을 잡아 먹으니, 주말을 이용해 좋은 명승들을 돌아보며 좋을 것 같다.
<신택리지> 북한편에서도 느낀 바지만 통일이 되면 여행갈 곳이 훨씬 많아질거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