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 슈트 건담 디 오리진 3 - 가르마 전편, NT COMIC
야스히코 요시카즈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4년 1월
평점 :
절판


우리 둘의 전용 통신 채널은 010이다.

 

아즈나블을 죽여서 스파이를 따돌려낸 장면은 다들 샤아를 욕하는데 솔직히 스파이들이 너무 많아서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다는 게 맞겠다.

 

 샤아의 조조 뺨치는 순발력과 기지가 돋보이는 장면. 그러나 그 와중에 웃음이 나온다는 게 역시 샤아가 너무 잔인한 성격을 지녔다는 걸 입증한다. 왠지 아즈나블과 전에 친했다는 애가 깝죽거리는 걸 보면 역시 내 예상대로 아즈나블은 친구가 많았던 모양. 그러나 샤아가 워낙 역대급 인물이다 보니 의심이 가더라도 그냥 말도 안 통하는 모양이다. 너무 말도 안 되면 말이 안 나오지. 지온으로서는 저런 인재가 나온 게 축복이라고 할 수도 있고 아니라고 할 수도 있고.

 

 

 

샤아 팬들이 꺅꺅거릴 듯한 장면은 이 3화에 다 나온다. 

 

2화에서는 다들 명석한 머리를 지녔다 하지만 증명할 게 없지 않은가. 벗은 상체는 물론이고. 얼굴을 다 가리는 건 아쉽지만 은근히 선글라스도 잘 어울린다. 운동실력은 남자도 반할만큼 좋다고 하니(...) 나쁜 남자로서는 최상의 타입 아닐까.

 

 

 

역시 자쿠는 여전히 팔이 약점이었다. 

 

 

 

그러나 레이더를 차단시키는 입자를 써서 보강시키자... 가 미노프스키 입자의 발명이었던 듯. 나중에는 지상전 건담조차 무슨 핸드폰 울리듯이 마구 미노프스키 입자를 뿌려대니, 건담 세계관에선 상당히 입지가 있는 발명품이라 할 수 있겠다. 블로그 어딘가에 미노프스키 입자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있을테니 참조하길 바란다. 뭐 내 의견이라서 확실한 자료라고는 생각 안 하지만.

 

 

 

건담의 역사 중 어찌 보면 가장 큰 하나를 장식하는 샤아 아즈나블과 가르마 자비의 만남.

 

 

건담 팬들 모두 알다시피 막내인 가르마 자비는 형제들 중에서 인성은 톱에 속하지만, 열등감에 시달리고 있는 게 가장 큰 단점이다. 확실히 친한 척 옆을 맴돌면서 도련님 취급을 해대는 샤아가 아니꼬울 수밖에. 그러나 샤아는 같이 행군했던 저 순간만큼은 가문에 적합한 사람이 되려는 가르마 자비와 통했던 게 아닐까 싶다. 단 둘 뿐이니 아무 계산할 것도 없고. 아니, 잘해주는 건 계산이라 쳐도 자비가 무리하게 산행할 때 뒤에 따라가봤던 그 순간만큼은 진심으로 그를 걱정했던 거라 본다. 가르마 자비는 그 점을 눈치채고 샤아 아즈나블과 친해지려 노력했고. 그로 인해 "어떤가. 네 궁전이다."와 "도련님이니까."라는 명대사가 탄생한다. 둘 다 샤아 혼자라기보단 자비와의 관계에 기반한 대사들이다.

 

 

 

이 우주세기가 특이한 점은 아무것도 숨기거나 반전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무언가를 약속하면 반드시 그 다음화에 죽는다는 게 거의 모든 건담의 법칙이 될 정도였으니 말이다. 덕분에 샤아의 계략이 숨김없이 드러나고 있다. 더구나 지온에 해가 될 만한 일이 생기면 기렌 자비나 혹은 그의 자식들 중 하나는 반드시 웃고 있다. 임기응변에 잘 대처함으로써 자신의 위대함을 증명해보이는 샤아 아즈나블의 방식. 또 지온의 위기를 스스로 조작하여 자신들의 가문에 대한 동정표를 사면서 시민들을 현혹시키는 자비 가의 방식. 친구 아즈나블을 죽이고 캐스발이 그 대신 그 자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캐스발에게 아부하며 친구에겐 한 점 동정도 표하지 않는 텍사스 콜로니 주민. 사태가 여러가지로 점점 지온과 연방간의 전쟁을 부추기고 있는 듯하다. 셋 다 솔직히 섬뜩한 정도는 비슷비슷하다.

 

 

 

단순히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혁명을 꾸민 듯도 하지만, 자비의 권위를 높여서 덩달아 이득 좀 보려고 한 것 같기도 하다. 

 

역사에 기록되는 혁명이 실상에서는 진실로 좋은 의도에서 시작된 게 아니며, '좋은 게 좋은 거다'라고 치장되어 묻어가기 십상이라는 케이스. 건담 유니콘에서는 아이들이 샤아에 대한 역사 교육을 받는다고 나오는데, 어차피 아즈나블과 그의 친구는 '장렬한 희생을 하였다'라고 교과서 맨 끝에 쓰여있거나 아님 야사로 전해져 정설에서 음모론이라고 까이겠지. 그러고보면 건담 오리진 자체가 야사로 통한다 하니 슬픈 일이다. 그러고보니 일본 놈들은 이런 내용을 다 알면서도 시사회에서 '지크 지온!'이라고 외쳤다는 거 아니냐 ㄷㄷㄷ 엔딩곡 다 끝나고 맨 끝 부분에 아직 돌덩이(지만 훗날 샤아조차 계산하지 못하고 결국 자비 가는 커녕 지온 자체까지 망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인 루나 2와 개발중인 스페이스 콜로니, 즉 아무로의 거주지가 등장하니 이번 3화는 끝까지 감상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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