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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jin's Book Story
  • 삼나무에 내리는 눈
  • 데이비드 구터슨
  • 15,300원 (10%850)
  • 2025-09-30
  • : 785

고요한 산피에드로 섬. 대부분이 어업에 종사하는 이 작고 고립된 섬에 1954년 어부 칼 하이네의 배가 불을 켠 채 떠다니고 있다는 신고가 들어온다. 일반적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 보안관은 그의 배에 올라 조사하다가 배 옆에 내려진 그물을 올리는데, 그 안에 하이네의 시신이 들어있다. 사고사라고 생각하고 검시를 의뢰한 보안관. 그런데 검시관은 하이네의 옆머리에 난 상처를 보고 전쟁 중 일본군들이 총 개머리판으로 그같은 상처를 입히던 걸 연상해 내고, 하이네와 토지 문제로 갈등하던 일본계 미야모토 가부오가 용의자로 구속된다.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의 법정을 오가며, 기자 이스마엘 체임버스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범죄 소설인 줄 알았는데, 내가 생각한 범죄가 아니었다. 읽는 내내 어느 편도 들 수 없었고, 누구도 원망할 수 없었다. 적국 출신이라고 해서 무조건 수용소에 보내는 건 옳지 않다. 하지만, 그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예전처럼 그들을 대할 수 있을까. 게다가 백인들은 에고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스스로를 제어할 방법이 없고(226-227쪽), 일본인들은 위대한 생명과의 합일을 추구(227쪽)한다는 말을 공공연히 하는 하쓰에의 엄마 같은 사람이 있는데 말이다. 그 말은 마치 전체주의 옹호처럼 들린다. 하쓰에가 말했듯, 위대한 생명을 추구하는 그들이 바로 전쟁을 일으켰지 않나. 하지만 전쟁이 끝난 후에, 아무리 트라우마가 남아있다 해도 지레짐작만으로 용의자를 특정하는 것도 옳지 않다. 일본인이라고 해서, 일본도를 갖고 있다고 해서 살인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를 좋아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용의자가 된 상황이 아니더라도 일방적인 우월감과 피해의식은 삶에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 미야모토 가부오는 침묵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들의 갈등이 촉발된 계약도 마찬가지다. 법이 언젠가 개정될 거라고 생각하며 미리 계약을 맺는 건 옳지 않다. 하지만 상대방의 특수한 상황을 이용해서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하는 것도 옳지 않다. 


넬슨 것먼슨이 최후진술에서도 말했듯, 비이성적인 두려움은 세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인간의 약점이다. 누가 보안관에게, 산피에드로 주민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진실이 덮이지 않음을 그저 감사해야 할 일이지.


진실과는 별개로, 삼나무 구멍에 갇힌 사랑이, 12년 전에 머문 사랑이 풀려 날아가기를 내내 바랐다. 그래서 하쓰에에게 한 번만 안아달라고 애원했던 이스마엘 체임버스의 사랑이 끝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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