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가보지 못한 길

소년공 대 노동운동가


소년공 출신 이재명과 노동운동가 출신 김문수의 대결 구도라는 농담이 돌아다니고 있다. 김문수 30년 언더커버라는 농담은 정말 웃겼다. 일터에서 읽다가 웃음 참느라 힘들었다. 갑자기 무간도 시리즈도 생각나고, 신세계도 생각나고 말이지. 김문수와 한덕수 그리고 두 권씨의 해프닝은 그리 궁금하지 않고 자세히 알고 싶지 않아서 그냥 넘기고 있다. 윤석열이 김문수를 지지해달라고 썼다는 것도 굳이 읽고 싶지 않아 지나친다. 말들이 많은 시국이다. 이 와중에 제일 중요한 것은 각 후보의 주요 공약일텐데, 언론에 보도된 내용들을 훑어보니 어느 후보도 제대로 된 기후위기 대응 공약이 없다. 이준석의 공약은 그냥 짜깁기에 장난치는 것 같은 느낌이고, 김문수도 그냥 이딴 걸 공약이라고 내놓았나 싶다. 이재명도 마찬가지. 권영국 후보의 공약은 시의적절하고 괜찮은 공약이라 느낀다. 기후위기에 대한 내용도 중간 정도에 들어가 있다. 문제는 얼마나 구체적으로 설계 했느냐 하는 부분일텐데, 이 점에서는 여전히 의문을 거두기 어려울 것 같다. 이 와중에 권영국 후보가 어느 공식 자리에서 합의되지 않은 에너지 정책을 언급했다가 문제가 되었다는 글을 읽었다. 그리고 진보당 후보의 사퇴 이야기도 돌더라. 진보당이야 벌써부터 민주당을 모시고 사는 똘마니가 된 지 오래일텐데, 오히려 대선 후보를 냈다는 것이 이상한 일일것이다. 당연히 처음부터 완주할 생각은 없었겠지.


점심 시간에 이런 저런 뉴스들을 주욱 살펴보다가 다시 일에 집중했고, 여러가지 일 중에 큰 덩어리의 일들을 대충 쳐내고 아까 잠시 숨 돌리러 SNS 에 접속했다가 박권일 씨가 쓴 글을 봤다. "이제는 부자/주식 보유자 세금을 너무 깎아주고 싶어진 소년공 출신 변호사. (+그런 자를 위해 후보 사퇴한 기생적 진보정당) & 노동자 배반하고 내란범 옹호한 노동운동가 출신 도지사 호소인.

vs 철강 노동자 출신으로 평생 노동자/약자/소수자 편에 선 거리의 변호사" 이 내용 중에 '도지사 호소인' 이란 표현이 너무 재미있어서 또 한참 웃었다.


잠시 야구 이야기


정치 뉴스가 보기 싫지만 안 볼 수 없어서 흐름을 놓치지 않을 정도로 보고 있는데, 시간이 날 때마다 제일 열심히 보는 것은 야구 중계와 야구 소식들이다. 올해 초 (흔히 조류 동맹이라 불리는)롯데와 한화는 나란히 밑바닥 순위로 떨어져, 역시 라는 소리를 듣고 있었는데, 4월이 되자 갑자기 양팀 모두 분위기가 바뀌었다. 한화는 12연승을 올리며 92년 빙그레 시절의 연승 기록을 따라잡으려 노력하고 있다. 지금의 한화는 시즌 초의 엘지처럼 어진간하면 질 것 같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선발과 불펜 모두 국내 최상의 전력인 투수력을 기반으로, 타선은 그리 좋은 모습을 보이지는 않고 있지만, 득점권에서 보여주는 집중력과 꼭 필요할 때 놓치지 않고 터져주는 덕분에 단독 1위를 달리고 있다. 엘지는 절대 1강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개막 이후 한번도 1위에서 내려오지 않고 리그 우승과 한국시리즈 우승을 동시에 거머쥐는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노린다는 말까지 돌았었는데, 꼭 필요할 때 타선이 침묵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며 패배하기 시작하더니 결국 한화에서 1위를 내줬다. 개막 시리즈에서 롯데를 압도했던 모습을 이젠 찾아보기 어렵다.


롯데는 여러모로 복잡한 상황이다. 믿었던 1선발 반즈는 첫 경기부터 부진했고, 계속 부진하다가 결국 부상으로 빠졌다. 다행히 박세웅 선수가 작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좋은 성적을 보이고 있고, 데이비슨 선수도 좋은 피칭으로 괜찮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 이 두 명을 제외하면 선발 투수가 없는 실정이다. 게다가 대체 선발이 제대로 버텨주지 못하는 경기들에서 불펜 투수들이 무리하고 혹사를 당하고 연속으로 등판하다 보니, 초기에 괜찮았던 정철원 투수마저 요즘은 불안한 느낌이다. 구승민이 뒤늦게 돌아오긴 했지만, 여전히 불안하고, 김상수도 노장의 투혼을 보이고 있지만 부족한 느낌이다. 박진은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고군분투 중인데, 여전히 안정감을 주지 못한다. 송재영, 정현수 이 두 명의 좌투수는 잠깐씩 등판해 좌타자를 상대하는 용도로만 이용되고 있는데, 그 이상으로 성장해주면 좋겠다. 


그리고 어제 등판한 이민석 투수. 신인이고 아직 등판 횟수가 별로 없었다고 했다. 그런데 어제 엄청난 투구를 보여줬다. 6회까지 케이티 타선을 1실점으로 잘 막아내었고, 투구 내용도 무척 좋았다. 무엇보다 150킬로 중반대의 강속구를 6이닝 동안 꾸준히 던지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롯데는 한화와 비슷하게 긴 시간 꼴찌 근처를 맴돌며 신인 지명권을 앞 자리에서 잘 받아왔을텐데, 한화와 달리 괜찮은 투수가 없었다. 생각해보면 롯데의 투수 운은 90년대 중반부터 계속 안 좋았던 것 같다. 프로야구 개막 초기의 최동원이라는 걸출한 투수를 보유했던 것과 92년 우승 당시에 마운드를 책임졌던 박동희, 염종석, 윤학길 정도가 괜찮은 활약을 했던 것 같다. 2000년대와 2010년대에는 야구를 제대로 보지 않아서 얼마나 괜찮은 투수가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중간에 외국인 투수들 중에 꽤 활약한 투수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 투수 이야기의 마무리는 이제 확실한 롯데 클로저가 된 김원중으로 해야지. 이번에 6년 연속 두자리 수 세이브를 올렸고, 이는 케이비오 역사상 5번째라고 한다. 작년에는 블론 세이브도 좀 있었고, 어이없는 역전패도 있었는데, 올해 피치클락 도입과 함께 탭댄스를 추는 듯한 루틴을 없애고 오히려 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롯데의 최근 타선은 뜨겁다. 팀 타율 1위다. 장타율과 출루율 모두 선두권이다. 작년에 유행했던 윤고나황 중 윤동희는 중간에 2군으로 내려갔다 돌아와서 서서히 페이스를 되찾고 있고, 최근 황성빈이 손가락 골절로 이탈한 후 1번 타자로 아주 오랜만에 돌아와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고승민도 올해는 작년에 비해 많이 저조했다. 가끔 잊을만하면 제대로 활약을 하기는 하는데, 아직은 작년만큼은 아니다. 조금씩 돌아오리라 믿는다. 나승엽은 기대하지 않았던 홈런 7개를 때려내며 이대호 은퇴 이후로 볼 수 없었던 거포의 귀한을 보여주는 듯하다. 득점권 찬스에 강한 면모를 보이며 올해 가장 큰 성장을 이룬 선수라고 볼 수 있다. 황성빈도 올해 초에는 부진했으나 4월에는 엄청난 타격감과 주루 플레이로 팬들을 흥분시키기 시작했다. 일단 황성빈이 뛰기 시작하면 롯데가 살아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무리하게 1루로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다가 손가락 골절을 당해 장기 이탈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작년 롯데 타선은 윤고나황 외에도 레이예스와 전준우 그리고 손호영의 활약을 빼고 말할 수 없다. 레이예스는 작년에 202 안타를 쳐서 한 시즌 최다 안타 신기록을 갱신했다. 외국인 타자로서 장타력 특히 홈런은 좀 아쉽지만, 안타를 쳐내는 감각은 탁월하다. 전준우는 롯데 프랜차이즈 스타로서의 길을 묵묵히 잘 가고 있다. 베테랑으로서 적소에 적절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올해 좀 저조했으나 이젠 확실히 타격감이 살아난 것으로 보인다. 작년 이맘때였을 것이다. 손호영이 연속경기 안타 기록에 도전하고 있었다. 엘지에서 이적해 왔는데, 이 정도로 활약을 펼칠 줄은 아무도 몰랐다고 했다. 그런데 올해 손호영은 아직도 제 기량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손호영이 좀 더 살아나고 좀 더 장타력을 보여주면 얼마나 좋을까.


작년에 손호영이 있었다면, 올해는 전민재가 있었다. 두산에서 온 전민재는 롯데의 고질적인 약점이었던 유격수 자리를 훌륭하게 채워줬다. 수비도 훌륭했지만, 타석에서의 활약도 그에 못지 않았다. 시즌 초에는 긴 시간 타율 1위였고, 꽤 오랫동안 혼자 4할대를 유지해왔다. 두산에서 백업 선수였던 그는 롯데에 와서 그야말로 슈퍼스타가 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투수가 던진 공을 얼굴에 맞는 어이없는 사고를 당해 지금은 엔트리에서 빠져있다. 다시 돌아와 활약을 펼쳐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전민재가 빠진 자리를 신인 이호준이 다시 든든하게 맡아주었다. 아직 조금은 경험이 부족한 모습을 보이기는 하는데, 신인 치고는 훌륭한 수비와 타격 실력을 가졌다. 전민재 부상 직후 경기였던가 3루타와 2루타 그리고 단타를 연속으로 쳐내는 모습을 보며, 기회가 오면 붙잡으려고 혼신의 힘을 다하는 것처럼 느꼈다. 그런데 이호준 선수 마저 어제 경기에서 투수가 던진 공을 머리에 맞고 구급차에 실려 나갔다. 롯데 유격수 잔혹사라고 해야 하나? 아주 긴 시간 제대로 된 유격수가 없어서 고민이었던 롯데였는데, 올 시즌 갑자기 젊고 괜찮은 유격수가 둘이나 나타났는데, 왜 둘 다 투수에게 헤드샷을 맞냐고! 안그래도 선수층이 두텁지 못한 롯데인데, 반즈, 전민재, 황성빈 등 선수들의 부상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어쩌면 올해 롯데는 지금까지와는 다를 지도 모르겠다 라고 기대를 품고 있는 중인데, 제발 다친 선수들이 잘 회복해서 돌아오고, 이제 더는 다치는 선수들이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투수진이 여러운 상황에서 고생하는 만큼 타선이 열심히 점수를 벌어다 주길 바란다. 호타준족이라고 90년대 롯데 타자들이 대체로 때리고 달리면 2루는 기본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인 것처럼 지금의 젊은 타자들이 대체로 2루타는 잘 치는 편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후속타가 안 나와서 잔루가 남는 경우가 너무 많다. 어제 더블헤더 두 번째 경기는 만루 찬스만 몇 번을 놓친 것인지. 잘 하는 경기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멋진 모습을 보이지만, 한번씩 보이는 무력한 모습을 보면 자꾸만 옛날 생각이 난다. 


작년에는 여러 차례 아이들과 야구장을 갔었다. 아이들이 좋아해서 나도 정말 좋았다. 하지만, 수도권에서 본 원정 경기는 모두 패배하여 아이들에게 미안했다. 그나마 부산 사직에서 본 경기에서 롯데가 홈런과 함께 화끈하게 이기는 모습을 보여줘서 아이들이 정말 기뻐했다. 올해는 바빠서 아직 야구장을 갈 여유가 없기도 하고, 작년보다 표를 구하기가 훨씬 더 어려워졌다는 소식에 약간 엄두가 안 나기도 한 상황이다. 그리고 사직을 한 번 다녀온 후로 원정 경기를 가는 것이 썩 내키지 않은 기분이기도 하다. 아이들도 저마다 작년 보다 더 바빠진 모습이고. 여름에 한 번 더 사직에 가보고 싶은데, 그때 좋은 자리에 표가 구해지기를 바란다.


장거리 출퇴근


애들 엄마가 1주일 정도 유럽으로 출장을 갔다. 아이들 어릴 때에는 혼자 두 녀석을 챙기며 출퇴근 하는 것이 참 힘들었는데, 이젠 아이들이 많이 자라서 뭐 크게 신경쓸 일을 없지만, 그래도 혹시 몰라서 파주에 있는 아이들 집에서 한 동안 머무르려고 짐을 챙겨서 갔다. 성인이 된 큰 아이는 굳이 아빠가 안 오셔도 제가 동생 잘 챙길게요 라고 말을 해놓고는, 첫날 부터 조별 과제 분량이 갑자기 늘어났다며 친구 집에서 밤 늦게까지 과제하다가 그 집에서 자고 바로 학교로 가겠다고 했다. 즉, 내가 가지 않았다면 아직 사춘기인 작은 아이가 혼자 밤을 보내야 상황이 될 뻔했다.


오늘 아침에 파주에서 출근하면서 일찍 나선다고 나섰음에도 생각보다는 오래 걸리는 모습을 보고, 긴 시간 동네에서 걸어서 출퇴근하고 있는 삶을 살아왔던 내가 얼마나 큰 행운을 누리고 있었는가 생각했다. 오늘을 비롯해 밤늦게까지 회의가 있는 날에는 파주까지 퇴근하기가 어려울 수 있어서 그런 경우에는 서울에서 잘 거라고 미리 말을 해뒀다.


오래 전에 아이들이 어렸을 당시에 애들 엄마가 유럽 출장을 갔을 때 썼던 글들을 다시 읽어보면 단순히 아침 저녁으로 아이들을 준비시켜서 학교와 어린이집을 보내고, 다시 저녁에 퇴근하자마자 서둘러서 방과후 교실과 어린이집으로 데리러 가는 것만 힘들었던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엄마가 보고 싶다고 울고 보채는 상황 때문에 정말 힘들었었다. 그런데 이제 아이들이 다 자라고 보니, 그런 걱정을 할 필요는 없어졌다. 아이들은 최근에 부모 보다는 세 고양이를 훨씬 더 좋아한다. 


오늘은 저녁에 일정이 두 개나 있다. 밀린 일들을 좀 쳐내려면 하루 정도는 야근을 해야 할텐데, 파주까지 가려면 야근까지 하기가 어렵다. 바쁜 일주일이 될 것이다. 일정 조정을 잘 하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써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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