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정전 대란
스페인과 포르투갈 일부 지역에서 정전이 일어나 긴 시간 동안 전기 없는 생활을 했다고 한다. 신호등이 멈춰 차들이 움직이지 못하고, 전철이 멈춰버려 교통이 마비가 되었고, 전화기가 먹통이 되고, 카드 단말기를 쓸 수 없으니 사람들은 물건을 사지도 못하고 식사를 결제할 수 없었다. 밤이 되자 도시가 아니 온 나라가 그냥 깜깜해졌다. 그냥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우리는 전기 없이 살기 어렵다. 흔히 종말이나 좀비 창궐을 다루는 영화나 드라마 중에서 제일 말이 안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전기와 통신이 살아있는 점이다. 우리가 전기를 이용하려면 얼마나 섬세한 작업이 필요한지 보통 사람들은 잘 모른다. 전기는 아주 민감해서 수요와 공급이 맞아 떨어지지 않고 한 쪽이 많아지고 다른 한 쪽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 곧바로 블랙아웃으로 이어진다. 2011년 9월 15일에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일이 생길 뻔 했었다. 그때 전력거래소에서 다급하게 무작위 순환 단전을 실시하지 않았다면, 전계통 블랙아웃으로 이어졌을 것이고, 지금 스페인 정전처럼 당시 우리나라도 전체 정전이 일어났을 것이다. 당시 사고에 대해 사후에 그리 많은 사실들이 밝혀지지는 않았는데, 전력예비율이 낮았던 이유는 발전소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주요 발전소들이 일제히 점검에 들어가 있었다는 언론 기사를 봤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정부는 그 일을 계기로 대규모 석탄화력발전소들을 마구 지었다. 결국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손 꼽히는 기후 악당으로 등극했다.
사실은 발전소가 부족한 것이 전력예비율과 공급예비율을 잘 조절해 운용하지 못했던 것이 원인이었는데, 이걸 빌미로 온실가스를 뿜어내는 석탄화력발전소를 잔뜩 짓는 정부라니. 내란으로 물러난 윤석열이 잘 알지도 못하면서 기후위기에 대한 대안으로 핵발전을 떠들어 댔는데, 핵발전이야 말로 이 전력 계통망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근원이다. 핵발전소는 한번 핵연료봉을 투입하면 몇 년 후에 그 연료봉을 꺼낼 때까지 발전소를 멈출 수가 없다. 하루 24시간 내내 돌아간다. 그래서 과거에 핵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야간에 써야 수요와 공급이 맞아 떨어지니까 심야 전기를 싸게 공급했었다. 그리고 밤에 싼 전기로 물을 산 정상에 끌어 올리고 낮에 전기가 필요할 때 그 물을 떨어뜨려서 발전을 한다는 요상한 개념의 양수발전소가 우리나라에 많은 이유도 이 핵발전소 때문이다. 이렇게 한번 가동하면 끄지도 못하는 핵발전소는 유연해야 할 전력망에서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번 스페인 정전에 태양광 발전 탓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태양광은 소위 말하는 변동성, 날씨에 따라 변하는 출력량 때문에 전력망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태양광은 일기예보를 예측 가능하다. 그 유동성 만큼 천연가스 발전을 늘리거나 줄이면 충분히 대응이 가능하다. 게다가 ESS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이번 정전의 원인은 전력망을 통제하는 발전회사의 잘못일 것이다. 개별 발전소를 운영하는 태양광 발전 사업자 탓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것을 에너지정의행동 이헌석 대표는 우리나라 통신 시장에 빗대어 SK, KT, LG 와 같은 통신회사 잘못으로 벌어진 일이지 애플이나 삼성 같은 개별 제조사 탓이 아니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한전이라는 공기업이 송전과 배전을 다 맡고 있고, 발전도 한전의 자회사들이 대체로 맡고 있어서 전력망이 어떻게 형성되어 있고, 어떻게 움직이는지 아는 국민들이 거의 없다. 다른 나라는 발전회사, 송전회사, 배전회사 대부분 민간 기업들이고, 개인이 직접 특정한 발전회사, 송전, 배전회사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시스템을 모르기 어려울 것이다.
더 하고 싶은 말이 엄청 많지만, 오늘은 좀 바쁘니 이 정도로 하고. 전력망과 블랙아웃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분들은 우석훈 박사가 쓴 소설 [당인리]를 읽어보시기를 권한다. 우석훈 박사가 무슨 소설을 썼나 하고 의아했는데, 읽어보니 사전 조사를 많이 하고 쓴 것이 확실히 느껴졌다. 여러 해 전에 무슨 티비 프로그램 촬영 때문에 우 박사님과 단둘이 재생에너지 현황에 대해 짧게 대화를 나눴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에너지 분야에 대해 그리 잘 알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는데, 이후에 공부를 많이 하셨나 보다.
죽음과 그 곁의 노동자들
나이가 들면서 그리고 내 주위 지인들도 다들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장례식장에 갈 일이 많아진다. 특히 겨울에서 봄으로 바뀌는 환절기에 더욱 그렇다. 얼마 전에도 장례식장에 다녀올 일이 있었다. 최근 몇 년은 뵙지 못했지만, 우리 조합 초기에 많은 도움을 주셨던 분의 모친상 연락이 왔다. 현재 조합의 임원들은 잘 알지 못하는 분이었다. 초기 임원들 대부분이 현재는 임원이 아니시니. 그래서 그 분을 아는 내가 대표로 조문을 가기로 했다. 혼자 가기는 조금 그래서 현재 임원 중에 제일 친한 사람이기도 하고, 그 장례식장에서 집이 엄청 가까운 지인을 데리고 갔다. 조문을 하면서 실수가 있었다. 기독교 식으로 국화를 얹고 기도만 해도 되는 상황이었던 것 같은데, 습관 때문에 그만 절을 두 번 하고 말았다. 암튼 절을 하고 일어서서 상주와 인사를 나누는데, 그 선생님이 나를 알아보지 못하고 어떻게 오셨냐고 물으셨다. 아, 장례식장으로 오는 길에 그 생각이 들기는 했었다. 그 분을 못 뵌지 제법 오래 되었고, 나는 최근에 장발에 수염을 기르고 있는데,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없으실테니 어쩌면 못 알아보실 지도 모르겠다 라고. 암튼 내 이름을 말씀 드리고 우리 조합 이름을 얘기했더니, 그제서야 아~~ 아~~~ 하면서 반가워하셨다. 스타일이 많이 달라졌다고 못 알아보겠다고 하셨다.
장례식장에 오면 가끔 우리 부모님을 모실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이기는 하지만, 언젠가는 닥칠 일이기도 하다. 그런 와중에 최근에 희정 작가님이 신간을 냈다는 소식을 들었다. 상조업과 관련한 노동자들의 인터뷰를 담은 르포인 것 같다. 꼭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에 일단 여기에 올려본다.
이 외에도 할 말이 많은 날인데, 오늘은 너무 바쁜 날이기도 하다. 금요일에 또 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