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눌림 버튼'(제 친구가 제게 썼던 표현입니다. 쓰게 하는 사람. 쓰도록 하는 사람ㅋㅋㅋㅋㅋ) 건수하님의 궁금합니다,의 답을 이렇게 풀어쓴다.
스탠퍼드대 생물학부 박사과정의 올리브에게 안(Anh)은 베프 이상이다. 가족이라 할만한 사람, '내 사람'이라 부르는 사람이다. 자신과 몇 번 데이트를 했던 제레미와 안이 서로에게 관심이 있다는 걸 알게 된 올리브는 두 사람이 잘 되기를 바라지만, 안은 제레미와의 데이트가 올리브의 마음을 불편하게 할까 봐 제레미를 밀어낸다. 안의 표현대로 하면, 이른바 'girl code' 때문이라는 것. 몇 번을 말해도 안이 꿈쩍을 하지 않자 올리브가 생각해낸 계책은 다른 남자를 만나기 시작했다고 안에게 거짓말을 한 것. 오늘도 남자와 데이트하러 간다고 나와서 실험실로 향했는데, 저기 저 복도 끝에서 안이 보인다. 이런 순.


복도에서 마주친 이 남자가 올리브의 '그'가 되어야 하는 순간. "Can I please kiss you?"라고 묻고는 대답도 듣지 않고 그에게 키스, 정확히는 뽀뽀를 해버린다. 안은 이 장면을 보고 뒤돌아 갔지만, 문제는 올리브 앞의 이 남자다. 박사 과정 학생들에게 엄격하기로 소문난, 아니 엄격함을 넘어서 잔인하다고 소문난 닥터 칼슨(애덤)에게 키스의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말 그대로 오마이갓. 키스 한 번으로 지나칠 줄 알았던 상황은 점점 더 꼬이게 되고, 애덤이 가지고 있는 '나름'의 이유로 두 사람은 fake relationship을 갖기로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두 사람의 관계는 가짜가 아닌 진짜가 되어 가고, 커져가는 감정을 깨달은 올리브는 더 큰 혼란을 겪게 되는데...
내가 읽은 로맨스 소설 작가는 몇 명 되지 않는다. 이 소설의 작가 알리 헤이즐우드를 읽었고, 콜린 후버를 읽었고, 에밀리 헨리를 읽었고, 린 페인터를 읽었다. 나는 읽었던 모든 로맨스 소설 중에 알리의 이 책을 제일 좋아한다. 이 세계(?)에 들어올 때 제일 먼저 읽은 책이기도 하지만(일명 첫사랑설), 무엇보다 이 소설의 주인공들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소설 속에서 만난 사람은 작가가 보여준 만큼만 알 수 있다. 그 너머는 어디까지나 상상일 수밖에 없는데, 나는 소설 속에 그려진 올리브와 애덤의 모습이 마음에 든다. 두 사람의 말이 만들어내는 로맨틱한 분위기를 좋아한다. 섹슈얼한 대화가 아니라, 섹시한 대화. 금요일 어느 늦은 밤, 잠깐 쉬는 시간에 복도 의자에 앉아 과자 나누어 먹으면서 과학자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분위기는 정말 섹시하지 아니한가 말이다. 무심한 듯 들어주는 애덤과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는 올리브. 두 사람이 만들어내는 분위기는 정말 로맨틱하지 아니한가 말이다. 나만의 비밀을 털어놓게 만드는 그 분위기, 그 공기, 그 눈빛.
이번 주에는 선물을 받았다. 돈이 있어도 정성이 있어야 구할 수 있는 귀한 선물을, 그러니깐 지금 내게 딱! 필요한 선물을 애정을 담아 보내주셨다. 선물 해당자는 물론 구경하는 식구들 전부 감동을 받았더랜다. 우체국에서 택배 보내시기 전에 갑자기 내 이름을 모르신다는 걸 알게 된 알라딘 이웃님이 전화와 카톡을 주셨는데, 운전 중이라 받지를 못했다. 우체국에서는 '단발'이에게 소포를 배달하겠다는 톡을 보냈다. 오후에 이야기를 나누다가 내 이름을 알려드리고, 친구들에게 자주 보내는 뉴스 캡처본도 같이 보내드렸다. 계엄이 터지고 얼마 안 돼서 뉴스에 내 이름이 나온 화면인데, 화면 속의 그 사람이 '나'는 아니지만, 그 이름이 내 이름인 것은 진실이니깐. 문재인 대통령과 유시민 작가와 나란히 이름 나오는 거 아무나 그럴 수 있는 거 아니니까. 내가 좋아하는 순간,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장면이니깐. 사랑하고 존경하는 이웃님에게서 답이 왔다.
"본명 숨겨"
움하하하하하하하하~~~ 비밀이 하나 더 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