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40세 전후로 보이는 두 작가의 에세이집을 읽고 있다. 나보다 젊은 작가들은 무엇에 대해 글을 쓰는지 알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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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우, 「내가 잘못 산다고 말하는 세상에게」
신문에 실리기 좋을 에세이들이 담겨 있다.
식궁합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가 있는데, 이 책에는 ‘예민함 궁합’이란 제목으로 쓴 글이 있다.
연애나 결혼에서 흔히 이러저런 궁합들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궁합 중의 궁합은 ‘예민함의 궁합’이 아닐까 싶다.(87쪽)
누군가는 냄새나 청결에, 누군가는 말투나 표정에, 누군가는 단어나 색깔에 민감하다.(88쪽)
그렇게 어릴 적부터 어디에 얼마나 예민한가는 그 사람 자체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이 예민함의 궁합이 대단히 중요해지는 것 같다. (...) 말투에 너무 예민해서 상대방의 퉁명스러운 말투 하나에도 크게 상처받는 사람은, 말투 자체가 별달리 문제되지 않는 환경에서 자란 사람과 살면 늘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상대는 냄새에 극도로 예민하여 항상 가글을 하는데 한 사람은 좀처럼 그런 데 둔감하다면, 살아가면서 서로에 대한 나쁜 기억들이 무척 많이 쌓이게 될 것이다.(88~89쪽)
예민함의 부분들이 거의 일치하는 사이는 사실 그렇게까지 서로를 미워할 이유가 없고 크게 불편할 이유도 없다.(89쪽)
저자의 주장에 동의한다. 나도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결혼하기에 앞서 상대편의 무엇을 참기 어려운가에 대해 서로 관심을 갖고 판단하여 결혼해야 한다고 본다. 우선 자신이 어떤 사람을 싫어하는지를 아는 게 중요하다. 한 예로 수다스러운 사람이 싫을 수도 있고 말 없는 사람이 싫을 수도 있다.
나는 독재적인 사람이나 오만한 사람을 싫어한다. 거짓말을 하는 것은 그나마 좋게 해석하여 참을 수 있다. 상대방이 기분 상할까 봐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있으니까. 그러나 독재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나 오만한 태도로 타인을 대하는 사람은 상대하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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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린, 「다정한 매일매일」
소설가가 쓴 산문집이다. 이 책에 실린 글 대부분은 한 신문에 연재했던 짧은 원고들을 매만진 칼럼들이라고 한다.
당신은 우유부단하다는 말을 듣더라도, 판단을 마지막 순간까지 유보하는 사람. 겉으로 드러나는 사실만 가지고 손쉽게 누군가에게 선이나 악으로 꼬리표를 붙이려 하는 순간에 고통스러워하는 사람.(97쪽)
소설가로서 나는 언제나 서사의 매끄럽지 않은 부분, 커다란 구멍으로 남아 설명되지 않는 부분에 마음을 주는 사람이다. 소설에서도, 그리고 인생에서도 사람들의 마음을 건드리는 부분은 그런 지점들이 아닐까? 우리는 삶과 세계를 하나의 매끄럽고 완결된 서사로 재구성하려 애써 노력하지만, 사실은 끝끝내 하나가 될 수 없는 단편적인 서사들을 성글게 엮으며 살아갈 뿐이니까. 그리고 바로 거기, 언어로 설명할 수 없고 때로 아무런 의미를 찾을 수 없는, 서사와 서사 사이의 결락 지점. 그런 지점이야말로 문학적인 것의 자리일 거라고 나는 믿고 있다.(98쪽)
한참 생각하게 만드는 글이어서 옮겨 봤다.


봄은 현재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