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04.17 개봉 / 18세 이상 / 117분 / 드라마,가족 / 미국

감 독 : 토니 케이
출 연 : 에드워드 노튼(데릭), 에드워드 펄롱(대니), 비벌리 단젤로(도리스), 에버리 브룩스(밥)

난 항상 화가 나 있었지. 무슨 짓을 해도 풀리지 않았어...
형 데릭이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모임인 DOC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아버지가 죽고나서 부터였어. 형은 분노와 증오로 들 떠 있었지. 형의 분노는 풍요의 땅 미국에서 기생하는 유색인종에게로 폭발해버렸지. 혐오스러운 존재들을 이 땅에서 몰아내야 한다며 우리들을 향해 연설하는 형의 모습은 근사했어.
나도 형처럼 사람들에게 주목받는 영웅이 되고 싶어. 형이 차를 훔치려던 흑인 두 놈을 순식간에 죽여버린 그날 밤을 잊을 수가 없어. 무서움에 떨고 있는 나와는 달리 형은 당당하고 침착했어.
나도 형처럼 주목받는 영웅이 되고 싶어...
형이 감옥에 있는 동안 나는 형의 뒤를 따르기로 했어. DOC의 지도자는 나에게 유색인종은 모두 다 백인의 적이라고 했어. 우리는 그들과 친구가 될 수 없어. 나도 형처럼 뭔가를 보여주고 싶었어. 그래서 난 작문시간에 히틀러의 <나의 투쟁>에 대한 리포트를 제출했지.
학교는 무슨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발칵 뒤집혔어. 스위니 선생은 나를 불러 형 데릭에 대한 리포트를 다시 제출하라며 리포트 제목까지 정해줬지. <아메리칸 히스토리 X>에 대해서.

나에게 네가 있다는 건 행운이야...
3년 후, 형 데릭이 드디어 출감을 했어, 그는 여전히 DOC의 리더이고 영웅이야. 우리는 그를 중심으로 다시 힘을 집결하려고 했지. 하지만 내 기대는 순식간에 무너졌어. DOC의 지도자를 폭행하고 심지어 우리에게까지 총을 겨눴어.
자신은 이제 옛날의 데릭이 아니라는 말을 남기며, 난 그런 형이 미웠어. 우린 백인들의 영웅이 될 수 있는데, 형은 나의 기대를 저버렸어.

이제 돌아가려 해요. 쉽진 않겠지만 우린 함께니까요...
형이 감옥에서 겪은 끔찍한 일은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지. 백인들이 형을 폭행했다는 거. 형은 정말 변한 것 같았어. 형의 모습은 너무나도 진지해 보였지. 형에게 아픔을 준 그 모든 것들이 갑자기 싫어졌어.
집으로 돌아온 우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벽에 붙은 우상의 잔영들을 하나씩 떼어 내기 시작했지. 형과 나 사이에 있던 알 수 없는 절망과 증오가 허물어지는 순간이었어.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어.
*

미국 내의 인종차별주의, 나찌즘에 관한 이야기를 극명하게 전하는 수작 필름.
국내 환경상 이런 인종 차별 철폐를 역설하는 영화가 공감대를 형성하기란 무척이나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아메리칸 히스토리 X>는 공감대까지는 아니더라도 이해 차원으로까지 끌어올리는 설득력과 힘을 가졌다. 네오나찌의 청년이 어떻게 인종차별주의를 벗어나게 됐는지 적나라한 진실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한창 뛰어난 연기파로 평가받고 있는 에드워드 노튼의 연기력 때문이다. 파시즘, 인종차별주의, 테러리즘을 신봉하는 청년으로 나와 보는 이를 압도한다. 또한 형을 따르는 고등학생으로 나온 에드워드 펄롱의 연기도 매우 주목할 만하다.
그는 <팀 로스의 비열한 거리>에서도 비슷한 역할을 맡아 열연한 적 있다. 최근 <에드워드 펄롱의 포토그래퍼>에서 보듯이 비주류적이고 아웃사이더의 건강함을 추구하는 역할에 많이 기용된다. 사실 미국에서 요즘 잦은 학교 총기폭력 사건, 깊은 골이 메워지지 않는 인종갈등 등의 현실이 이 영화의 진실을 더욱 빛나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