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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지음, 안정효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6월
평점 :
tvN의 프로그램 <책읽어드립니다>를 통해 방송된 이후 이 책에 대한 관심도가 증가했다. 때로는 책을 읽고 싶다는 자극을 주는 데에 방송이 큰 역할을 한다는 생각이 든다. 방송을 보고 나니 책으로 읽어보고 싶어졌다. 사실 예전에 읽을 때에 제목에 대한 배신감과 낯선 느낌으로 불쾌하던 기억이 남아 있다. 하지만 예전에 읽을 때 내가 놓친 부분은 무엇인지 생각하며, 2019년의 마지막 달에 이 소설『멋진 신세계』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올더스 헉슬리. 1894년 출생, 1963년 사망했다.소설가로서 더 널리 알려지기는 했으나 수필, 전기, 희곡, 시 등 많은 작품을 남겼다.『멋진 신세계』는 1932년에 발표한 작품으로, 모든 인간의 존엄성을 상실한 미래 과학 문명의 세계를 신랄하게 풍자하고 있다.
먼저 '유토피아'에 대한 생각의 틀을 깨는 데에서 이 책은 시작된다. 혼란스럽다. 고민된다.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바라보다가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닌, 어쩌면 인간 존재에 위협이 되는 것임을 깨닫는 것이 이 소설의 시작이자 끝이다. 1932년 작품이 현재의 나에게 꽤나 큰 파장으로 각인된다.
유토피아의 실현은 과거에 사람들이 믿었던 것보다 가능성이 훨씬 더 커진 듯싶다. 그리고 우리들은 현재 "유토피아의 확실한 실현을 어떻게 피하느냐" 하는 무척 고민스러운 문제에 직면했음을 느낀다. …… 유토피아의 실현은 눈앞에 닥쳤다. 그리고 유토피아를 회피하는 길, '완벽' 하면서 무척 자유로운 비이상향적인 사회로 되돌아갈 길을 지성인들과 교양인 계층이 모색하는 시대, 그런 새로운 한 시대가 도래할지도 모른다.
_니쿨라이 베르댜예프

이 책의 '머리글'은 저자가 1946년에 쓴 글이다. 소설 자체는 1932년에 발표한 것이고 14년 후에 자신의 작품에 대해 언급하며 머리글을 쓴 것이다. 지금과는 크게 달랐던 젊은 시절에 저질러놓은 예술적인 미숙함을 바로잡기 위해 헛되이 중년 시절을 낭비하는 짓은 쓸모없고 허황된 행위라며, 이 소설이 범한 가장 중대한 결점을 언급한다고 하며 짚어준다. 올더스 헉슬리는 소설을 쓸 당시 유토피아의 상황을 600년 후의 미래로 설정했지만, 그와 같은 공포가 미처 100년도 가기 전에 우리에게 닥칠 가능성이 상당히 많아진 듯하다고 말한다. 이 소설을 읽으며 많이 우울한 생각이 들었다. 좋은 것만 골라 담는 미래는 결코 좋은 것이 아니라, 상상조차 하기 싫은 괴로운 현실이 될 테니까.

미래를 내다본 현대 고전인 이 소설을 읽으며 생각이 많아졌다. 우리는 '좋은 일만 일어나길, 꽃길만 걸어라, 행복한 나날 보내길.' 등등 사랑하는 사람들의 미래가 이상향에 가깝기를 원하지만, 그것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되는 세계라는 점 자체가 충격으로 다가온다. 어쩌면 곧 현실화 되거나 이미 현실이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자 소름끼치게 무서우면서도 불쾌한 느낌이다. 이 여운은 한동안 나를 뒤흔들 것이다. 무엇보다 내가 생각하던 '이상향'이란 개념을 송두리째 바꿔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고정관념을 뒤흔들어버린 파격적인 소설이다. 1932년에 올더스 헉슬리가 그린 놀라운 상상력,『멋진 신세계』를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