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 이런 대목이 있다. 


- 헨더슨, 불멸을 믿는가? 

- 인생 한 번 더 살라면 도망칠 이들이 수두룩한데? 


번역 잘 안된다. 영어로는 이렇다. 

- Well, Henderson, do you believe in immortality? 

- There's many a soul that would tell you it could never stay another round with life. 


이런 대목도 있다. 

- 노란 달이 떠올랐다. 깊고 푸른 숲 같은 하늘 속에 떠오르는 아프리카의 달. 

아름답지만 단지 아름답기만 한 게 아니라 더 아름답고 싶어 갈급하는 달, 더한 아름다움을 탐하는 달. 

(The moon itself was yellow, an African moon in its peaceful blue forest, not only

beautiful but hungering or craving to become even more beautiful.) 


떨이처럼 솔 벨로우 책들이 audible에 무료로 다수 나와 있어서 받아서 오며가며 들어서 

인물들의 이름도 (헨더슨 제외하고) 모르겠고 일부 파편적으로 접했을 뿐인데 저 두 대목은 

감탄했었다. 


인간이 죽음을 두려워해도 그렇다고 해서 불멸을 열망하는 건 아닐 뿐 아니라 

"영겁회귀" 이것이 생의 긍정을 어느 정도까지 할 수 있느냐의 궁극의 시험이 될만도 한게 

너 인생 이차전("another round") 할래? 하면 과연 누가 기쁘게 하겠다 할 것인가......... 이런 생각이 

깨달음처럼 밀려왔었다, 첫번째 인용 들으면서. 이상하기도 하지. "another round" 단 이 두 단어로 

이 단 한 번의 생도 실은 (아무리 낭비하고 아무리 집중 못하면서 산다 해도) 가볍지 않으며 고된 삶이라는 걸 

바로 알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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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20-11-21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달도 아름답고 솔 벨로의 글도 아름답고 몰리님의 번역도 뒤지지 않네요.....

몰리 2020-11-21 15:26   좋아요 0 | URL
벨로의 저 달 얘기는
이 노인네 (처음부터 노인은 아니었겠지만)
누가 그렇게 이 노인네를 욕한 거야, 모두가 용서되게 사셨구만....
........... 느낌이었어요.
 





Key & Peele에 진짜 미친 에피 많던데 

이건 .... 막 미친 건 아님에도 

수시로 생각나고 웃긴다. 


토마스 마더퍽킹 제퍼슨. 

마지막 흑인 아주머니 표정, 말투, 몸짓 다 걸작! 




코츠 책 읽으면서 

토마스 제퍼슨과 그의 유산. 그에 대해 변화하는 인식, 미국인들의 변화하는 태도. 

이 주제로 찾아보게도 됐었다. 인종 문제로 인한 갈등, 분열이 얼마나 치유가 쉽지 않을까는 

제퍼슨의 정체(?), 이것만으로도 분명히 볼 수 있겠구나 생각했었다. 제퍼슨을 끌어내려야 한다. 그러나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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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0-11-21 0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상 안보여요 ㅠ

몰리 2020-11-21 07:35   좋아요 0 | URL
이상하게 오락가락하더라고요. 재업했는데 보이실까요.
Key & Peele에서 ancestry.com 패러디한 영상인데
어처구니 없고 웃깁니다. 이 두 사람 진짜 미친 거 같아요. ㅎㅎ

han22598 2020-11-24 03:30   좋아요 0 | URL
역시나 안 보이네요 ㅋ 그래서 그냥 유툽에서 찾아봤어요..
멉니까!!!!!!!! 왜 난 이사람들 이제 안겁니까? ㅋ

몰리 2020-11-24 08:22   좋아요 0 | URL
이 두 사람 진짜 엄청 웃겨요.
˝나 이거 그만 봐야 한다. 사람들이 내 삶이 행복한 줄 안다˝ 누가 댓글을 이렇게 썼던데
아........... 내 말이............... 였어요. 어떤 건 보고 있다가
덕분에 스트레스가 완전히 날아가기도 하더라고요!
 

Not just for math junkies



작정하고 한 1년? 수학 공부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 해보긴 했다. 

그냥 뭐 아무생각 (아무말이 될 아무생각). 


Janna Levin의 How the Universe Got Its Spots, 이 책은 

수학도, 그러니까 비전공자일 뿐 아니라 아무리 관심 갖고 오래 덕질한다 한들 

전문성을 갖게 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그러나 즐겁고 보람있게 공부할 만한 주제들, 내 경우라면 "베토벤"같은 주제들과 비슷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레빈의 책 읽기 전엔 느낀 적 없던 무엇인가를 그녀의 책이 주었다. 

전문성이 없다 해도, 그나마 전문성 있는 영역과 연결이 될 정도의 무엇이 축적되기는 해야 할 텐데 

("베토벤"으로 그래보라면.... 그게 그러니까 실은 sigh.....) 인생을 바꿀 수학책 같은 것이 어디 있어서 

만난다면 불가능할 거 같지도 않아졌다. 


위의 책이 그런 책일 거 같진 않지만 

이 책도 구입해 두었다. 이제 수학 책도 사들이는데 

앉아 있는 의자 옆에 쌓인 책들 보면서, 겨울의 양식. 이 겨울의 양식. 

도토리를 모아둔 다람쥐는 자신의 행복을 모르고 있어..... 등의 느낌이 듬. 




그러나 가장 급한 건 논문이고 

(실제로 졸다가도 확 잠이 깨는 일들을 계속 체험함. 마음이 지금처럼 급하지 않다면 

확 잠이 깨는 게 아니고 아이고 아이고 신음함녀서 자러 갔을 것) 이렇게 쓴다 해서 덜 급해지거나 

저절로 그게 써지는 건 아니어도 


Levin의 책이 주던 그 이상한 흥분, 해방감 

이런 것을 진정 자유로움 속에 체험하기 위해서

일단은 그 자유를...... 얻어야 함에 대해 적어 놓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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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0-11-17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페이퍼의 쫄림과 압박감이 심할수록 관련없는 행위로부터의 해방감이 커지기도 하죠 ㅋㅋ 화이팅입니다!

몰리 2020-11-17 07:57   좋아요 0 | URL
레빈은 이 달에 신간이 나왔던데 (Black hole survival guide) ˝걸작˝이라고 벌써 독자들이 막 그냥..... 이 신간도 우릴 논문 지옥에서 구원할... ㅜㅜ 지도 모르겠습니다.

han22598 2020-11-19 02:07   좋아요 1 | URL
레빈 모르는 사람이라 찾아봤는데 ㅋ 위키에 있는 사진...올블랙의상. 간지가 좔좔 ㅎㅎ...게다가 걸작까지 쓰셨다니...개간지 ㅠ 부럽군요.

몰리 2020-11-19 07:30   좋아요 1 | URL
브라이언 그린과 대담하는 걸 보니 말도 굉장히 간지나게 ㅎㅎㅎ 하시더라고요.

han22598 2020-11-20 01:49   좋아요 0 | URL
아...진짜.짱! 블랙홀에 일도 관심없는데 레빈이 너무 매력적이라 한권 질러봅니다. (내가 만났던 physicist 랑 너무 달라...달라도 너무 달라 ㅠ) 근데 Richard Dawkins이랑 얘기하는 영상 ㅋㅋㅋ 리처드 양말 멉니까? 두 멋쟁이들의 대화도 훌륭하네요.

몰리 2020-11-20 07:18   좋아요 0 | URL
그쵸? 레빈 특이하시더라고요! ㅎㅎ How the Universe Got Its Spots 끝부분에 <괴델, 에셔, 바흐> 얘기하는 대목이 있는데 저는 무엇보다 그 대목에서 .... 이 분과 이 책을 읽었다면, 읽는다면, 세상이 달라졌을 것이다. 인생이 달라졌을 것이다. 무슨 책이든 그녀가 이 책을 읽은 것처럼 읽어야 한다....

감격했었습니다. 한국어로 옮기면 좀 아무말될 거 같은 말들이었어요. 창조성, 인간 정신, 멈춤이 없는 추구... 이런 말들 등장하는. 그러나 그녀의 말로는 !!!!!!!!!!!!!!! 오 신이여.

han22598 2020-11-21 06:26   좋아요 0 | URL
흠.....Black hole blues 질렀는데 ㅠ
물리를 사랑했던 생물학자에게도 레빈에 대해서 알려줬어요 ㅋ
 



며칠 전엔 새벽에 (4시 50분 경이었다) 

늘 가는 체육 공원에 가서 오디오북 들으면서 걷고 있는데 

갑자기 바로 곁에서 개가 짖었다. 


깜놀. 

혼비백산. 모골이 송연. 


무슨 소리를 내가 들은 건가 정확히 이해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이해하고 나서 개와 나 사이 거리를 보려고 고개를 돌렸는데 

바로 곁은 아니었고, 곁의 곁의 곁의 곁 정도? 


개는 대형견이라기엔 작았지만 중형견이라기엔 컸고 귀의 모양으로 봐서 진도견과 하운드 계열 개의 믹스로 

짐작할 만한 하여튼....  만약 나를 공격한다면 내가 그냥 지는.... 큰 흰 개였다. 

개는 시선을 내게 고정하고 서성였다. 갑자기 곰을 만나면 움직이지 말라고 하던가? 

움직이면 그게 공격을 자극할 수 있다고 하던가? 그렇다고 어디서 본 거 같기도 하고 

곰에게 그렇다면 개에게도 비슷하겠지 해서, 미동없이 서 있었다. 개가 그만  

알아서 떠나기를 기다리면서. 



개는 떠나지 않았고 나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확 다가온 게 아니라 조금 다가와서 멈추고 짖다가 서성이고. 또 조금 다가와서 멈추고 짖다가 서성이고. 


갑자기 달려들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사람 물고 공격할 개는 ㅎㅎㅎㅎ 아니었던 거 같기도 한데 

새벽에 (체육공원이라 조명이 있긴 하지만) 어둠 속에서 나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있는 작지 않은 개와 대면하는 건 

무서운 일이었음. 다행히 개를 체육공원에 남겨 두고 나는 공원을 빠져 나와 집에 올 수 있긴 했지만 

그 후 체육공원에 가지 않는다. 가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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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투쟁. 

갖고 있는 영어판 1권은 이런 표지다. 조잡하게 포토샵한 거 같은 이미지. 



Raise Your Hand If You've Read Knausgaard | by Tim Parks | The New York  Review of Books



중고로 구입했던 것이고 

주문한 건 이 표지 판이었다. 

받아보니 위의 조잡한 표지 판이었고 매우 실망스러웠지만 

셀러에게 따지거나 .... 하이고 힘들다.... 그러지는 않음. 

이거 책이 마음에 든다면 전권 구입하게 될텐데 그럼 다른 판으로 1권을 다시 사면서 새출발해야 하나.... 

영원히 읽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 작지 않은 그 가능성 생각하지 않으면서 위와 같은 근심에 빠졌었다. 

책이 아주 마음에 든다면 이쪽 판으로도 전권, 저쪽 판으로도 전권, 두 세트. 두 세트 사둘 수도 있지. 

..... 그렇게 그냥 낙관하기로 함. 


크나우스가드의 (크나우스고르.... 로 표기하던데 지금까지 서재에서 영어권 발음으로 적어왔던 걸 존중(?), 일단은 죽 크나우스가드로....) <나는 왜 쓰는가> 강의록이 마음에 들어서, <나의 투쟁> 1권 찾아서 옆에 두었다. 


5페이지 정도 읽었는데 

이 앞의 5페이지는, 아주 막 놀라며 "오......." 인건 아니지만 

인생에서 한 달을 그를 위해 비워둘 가치는 있는 작가, 있는 책, 그 정도는 장담해도 될 거 같은 느낌 들긴 한다. 

예상하건대, 3-5페이지 단위로, 쉽게 질문화할 수 있는 형식으로, 인생에 대한 그의 관점이 직접 제시될 거 같다. 

일단 책이 시작하는 이 처음의 페이지들 안에는 그것이 있다. "인생에서 시간은 언제부터 빨리 가기 시작하는가? 빨리 가기 시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여덟 살 꼬마였던 그와 삼십대 초반 젊었던 아버지 (지금 우리 기준으로는 아주 일찍 아이를 낳았던 그의 부모). 아버지의 삶에서 시간이 바람처럼 빨리 흐르기 시작했던 때. 아버지의 삶 속으로 바람들이 불어오기 시작했던 때.... 등을 회고하면서, "시간이 빨라지는 건 -- 하기 때문이다" 같은 문장들을 쓴다. 


타네하시 코츠의 책을 읽으면서 민감해진 면이 있는데, 저런 주제 저런 문장을 보면 

"이것은 중산층 백인 남자의...." 의심이 일단 든다. 누가 이런 경험을 하고 이런 결론을 내는가. 

코츠의 책에는 "흑인으로 산다는 건 시간을 강도 당한다는 것. 우리의 시간은 하루 23시간이 되고 

이렇게 우리에게서 강탈해간 시간이 백인들에게, 그들을 위한 "second chances"의 뗏목이 된다는 것" 같은 대목이 

있다. 코츠라면, "인생에서 시간은 언제부터 빨리 가기 시작하는가?" 같은 질문을 아마 하지 않겠지만 하더라도 크나우스가드가 하는 이유, 하는 방식과는 아주 다른 이유, 방식으로 할 것이다. 


"나는 보편으로 말한다" 이게 의심된 적이 없는 거 같은 백인 남자 작가들. 

크나우스가드의 <나의 투쟁> 1권 앞의 5페이지에서는, 그도 그런 백인 남자 작가들에 속한다고 

생각하게 하는 면모가 있는 것이다. 


My Struggle Book Cover on Behance



내가 산 판은 전권을 모으면 책등이 이런 이미지를 구성하게 되어 있는 것이었다. 

이걸 보니 "어 괜찮은데?" 여서, 1권을 다 읽고나서 더 읽어야겠다면 일단 이 판으로 계속 구입하는 쪽으로. 


백인 남자 작가에게, 백인 남자 작가여서 갖는 한계다 같은 것이 느껴진다면 

그게 그러니까, 얼마나, 아직까지 표현된 바 없는 무명의 삶들이, 지하의 삶들이 있다는 뜻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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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2-01-08 08: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권 중고에 나와있던데 ... 표지는 새 버전이 예뻐서 새 걸로 사려고요.
백인 남성 작가의 한계는 뭐 ...

몰리 2022-01-08 13:48   좋아요 0 | URL
앜 유부만두님 댓글 읽고 이 포스팅 다시 읽었는데, 무명의 삶... 지하의 삶. (= 제 삶... ㅋㅋㅋㅋㅋㅋㅋ) 생각하게 되네요. 우리 무명의 삶의 기록자가 됩시다! 22년엔 지하 생활자의 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