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x Feet Under에서 클레어. 10대후반-20대초반일 때다. 

이 드라마는 늙어보인다, 젊어보인다 이걸 초월한 것으로도 널리 칭송받아 마땅. 

브렌다가 32-33세일 때, 깊이 패인 팔자 주름부터 (저 정도면 오십대 아니냐) 늙어보일 얼굴들이 그냥 거침없이 나온다. 


이 드라마는 내게는 30대의 드라마. 

그런 시절이 있었나 싶은, 그 시절의 드라마다. 


가난하게 사는 것의 하나 장점이 뭐냐면 

영원한 30대에 산다는 것이지. (가난하면) 너는 영원히 30대다. 


저딴 (저따위) 생각을 진심으로 한 적이 있기도 했는데 

.... 가난과 30대의 연결이 (그것도 영원히면) 어떻게 성립되겠. 

그런가 하면, Six Feet Under는 어쨌든 내게는 

30대의 세계다. 


그렇게 보고 또 보던 드라마인데 몇 년 동안 아예 본 적이 없다는 게, 바로 저 때문인 거 같기도 하다. 

이제는 꺼내 보려면 에너지가 필요한 시절. 그렇게 되어버린 30대. ㅎㅎㅎㅎㅎㅎㅎㅎ


이렇게 회고할 날이 

당신들에게는 안 올 거 같? ㅎㅎㅎㅎㅎ 얼마나 빨리 오는 줄 압시다. 


아 서재가 없었으면 어디서 이렇게 떡실신 진행 중 쓰다가 자러가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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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실물 크기. 

이 콩도르세 전기, 신촌 헌책방에서 매우 저렴하게 샀었다. 신촌, 홍대 근방 여기저기, 점점이 있는 헌책방들. 

숨어있는 책. 공씨 책방 등등. 그 중 어딜 가든 영어는 물론이고 불어책들도 꽤 많이 있어서 오 이건 사야해, 득템 보장되던 곳들. 독어책들도 많았던 거 같음. 독어 공부도 (득템을 더 자주 하기 위해서라도) 하면 좋겠. 


표지를 열면 

서울 2008년 2월 10일, "Seoul le 10 Février 2008"이라고 적혀 있고 

아마도 서명으로서 책주인의 성을 쓴 거 같은데 해독이 안되는 몇 개 철자들이 있다. 



읍. 사진으로 보여드리겠. 





사진 업로드 하려고 하면 반드시 왼쪽 회전을 시키는 알라딘 서재 사정을 감안하여 

왼쪽 회전이 되면 제대로 보일 각으로 계산하고 찍었는데, 그러나 이번엔 뒤집혀서 올려진다. 거꾸로다. 

아휴. 보지 마세요. 뭐 이게 중요합니까. 


그래도 "Seoul le 10 Février 2008" 이거 밑에 M ****** 이거 철자가 무엇인가 궁금하기는 하다. 

유부만두님, 알아보실 수 있나요? 


Février. 이 단어를 f를 대문자 F로 쓴 것에서 

이 책주인이 영어를 먼저 공부한 분임을 알 수 있다고 해도 되겠다. 불어는 달 이름을 소문자로 쓰더라고요. 

février = February 


"그리고 나는 처음으로 책 속의 문장들을 이해했다" : 말콤 엑스의 이 말. 말콤 엑스는 물론 자기 모국어에 대해서 그렇게 쓴 것이지만, 외국어에도 그리고 어려운 텍스트들에도 그것들이 갑자기 이해되기 시작할 때의 그 신기함, 짜릿함을 이 말들로 온전히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콩도르세 전기, 여전히 더듬더듬 읽지만 말콤 엑스가 전한 그 순간들이 있다. 


아 불어책 사모으고 싶다. 

신촌을 가야한다. 가야겠다. 

..... 했다가 정신 차리고 있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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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1-07-19 21: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뒤집어서 한참 봤는데…

음… 무우우우..? 아 모르겠어요. ㅋㅋㅋ

유부만두 2021-07-19 21: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울에 악상을 안 붙여 쓴 게 눈에 띄네요.
영어 먼저 배운 사람 증거 2.

몰리 2021-07-19 21:51   좋아요 1 | URL
옷 악상이 있구나요!
이 분이 알라디너라면??? 하게 되어요.
혹시 우리의 이 대화를 보고 있나요, 이 책의 전주인님?
전 이 책을 감사히 보고 있습니다.... 같은 <러브레터>적 순간이...

유부만두 2021-07-19 21: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사르트르 책 불어로 다시(!) 사모으고 싶어요. 예전책 곰팡이 슬고 울어서(우굴쭈굴) 버린 게 많거든요. 사도 안 읽을텐데…

몰리 2021-07-19 21:54   좋아요 1 | URL
읽지도 않을/못할 불어책들을 왜 이리 사모으냐.... 했었는데, 사놓았던 책들 다 조금씩은 보게 되니까, 사면 본다니깐! 그러므로 부지런히 또 나가서 (언제나 영원히) 책 사러 다녀야 하는데..... 그러는 게 옳고 말고. 이러고 있어요. 사르트르! ㅎㅎㅎㅎㅎㅎ 모두가 용서되는 사르트르. 다시(는 아니지만 다시 같은) 만나야 하는 사르트르!

scott 2021-07-19 21: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제컴 뒤집어 봤는데 M mmnㅎㅎ쵸코이름이 됨요 글고 S�oul 이라고 써야 정확(ᐡ-ܫ•ᐡ)

몰리 2021-07-19 21:56   좋아요 1 | URL
m이라면 m이 이게 몇 개야.
m도 있다가 s도 있다가 r도 있는 거야 뭐야.
앞의 대문자 M은 혹시 Monsieur야??? 자기가 자기를 ˝므씨유˝로 부르는 거야?
..... 혼란의 카오스 일으키는 전주인님의 서명.

han22598 2021-07-23 06: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최근에 발견한건데, 사진을 세로가 아닌 가로로 찍으면 사진이 돌아가지 않더라고요 ㅋㅋ
알라딘은 서재관리라는 걸 할까요? 이러다 모든 자료 쏴악 날라가버리는 불상사도 생기는 건 아니지...쩝.
 




귀엽게 생긴 이 탁상용 선풍기. 

작년 여름 별로 덥지 않기도 했지만 에어컨 거의 틀지 않고 이 선풍기 하나로 충분히 시원하게 보냈다. 

8월이었나 거의 매일 비왔던 달이? 20년 여름은 별로 덥지 않았다는 것. 비가 거의 매일 오던 달이 있었다는 것. 

6월엔 개인적으로 알던 분은 아니지만 이충민 교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것. 이런 기억들이 남은 여름이다. 


지금 집에 에어컨이 없는데 

환기 아주 대박 잘되고 선풍기가 2개 있으므로 

여름이 걱정되지 않았었다. 창문 다 열어 놓으면 널어 놓은 빨래가 출렁거리고 펴 놓은 책장이 펄럭거리잖아. 

덥다 덥다 해도 32도까지는 선풍기로 충분히 시원한데 그에 보태 그냥도 바람이 무섭게 부는 집에서 무얼 걱정. 


그러나 본격 여름이 오자 바람이 불지 않거나 불어도 약하다. 

미니 선풍기 말고 다른 선풍기는 이것이다. 








예전 집에 이사하던 해 이거 사서 한두 해 쓴 다음 

좁은 집에서 발에 걸리는 게 너무 많아져서 미니 광 같던 공간에 넣어두고 쓰지 않았다. 

이번에 이사하면서 (야 이거 작동은 되냐..... 그 습한 광 안에서 몇 년을 푹푹 썩었는데) 발견. 재발견. 

아니 근데 이 선풍기 너무 좋은 것이었. 부채(fan)가 돌아가는 전통 선풍기 바람은 계속 쏘이면 얼얼해지지만 

이 선풍기 바람은 그렇지 않다. 뭐랄까 바람을 뭉쳐서 몽글몽글하게 만든 다음 내보내는 느낌인 것임. 자는 동안 내내 틀어놔도 아침에 얼얼한 느낌 없이 일어날 수 있다. 얼얼한 느낌이 없는 정도를 떠나, 바람의 부드러운 손길이 주었던 위로를, 행복을 기억하면서 일어날 수 있다.  


아 그런데 34도를 넘으면 

두 개 선풍기가 좌와 우 양쪽에서 열일해도 

............. 으으, 으으, 그만 더울 수 없겠니. 

내가 살아야 할 여름이 많지도 않을 수도 있는데 이번에 꼭 이래야 하겠니. 심정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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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회고록 장르에서 어떤 괴작인가, 그것이 나왔던 시대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을 했는가.. 

이런 얘길 오늘 들었다. 


메리 맥카시는 일찍 부모를 잃고 

친척 집에 맡겨지는데, 친척 집에서 경험한 학대,위선, 불행 등등 그 모두에 대해 이 책에서 

한편으론 날것 그대로 정직하게 고백하고, 다른 한편으론 자기 아닌 사람의 관점에서 본다면 그 전부가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에 대해 쓴다고. 


근데 나 이 책 있는 거 같은데? 있지는 않더라도 산 거 같은데? -- 읽지 않았어도 산 거 같은 책에 대한 불편한 기억. 이게 먼저 콕콕 찔러서 아마존 구매 기록 검색하니 산 적이 있는 책인 건 맞았다. 그러나 지금 집에 없는 거 같음. 




오래 전 어느 날 (이 책은 07년이다) 샀으나 지금 없는 책들. 

왜 없어졌나 알 수 없는 책들. 


그렇게 책들은 없어지지만, 그래도 어쨌든 

책들이 주는 즐거움만큼 확실하고 오래가는 즐거움은 없다는 것. 


생계를 유지할 수단이 있는 한에서 

책들만큼 인생에 우리를 붙들 것도 없음에 대해서. (.....) ㅎㅎㅎㅎㅎ 더 이어서, 나중에 쓰겠... 

아효 네 캔 다 마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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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1-07-11 21: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3캔이상 마시면 🤢하고 그래서 3이 매직 넘버에요. 취중글쓰기 자주 해주세요. 😊

몰리 2021-07-12 16:45   좋아요 0 | URL
저도 3, 아니면 2가 매직넘버였으면!
이사온 집이 예전 집보다 술 마시기 좋은 환경이라 많이 마시고 자주 마시게 되었는데, 아마 서재 글쓰기는 거의 언제나 취중에 하게 ㅜㅜ 되지 않을까는 두려움이 밀려듭니다. (비명).

유부만두 2021-07-12 06: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작은 걸로 네 캔인가요, 아니면 큰 오백 짜리 네 캔인가요? (우와?!)

책이 우리를 붙들어 준다는 말에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우린 책을 못 붙드는가 봐요. 책들이 자꾸 있다가 또 없어지고 (물리적으로도, 또 머릿속 기억에서도) 그럽니다. 눅눅한 월요일이네요. 잘 버티십시요. (저도 그럴라고요)

몰리 2021-07-12 16:49   좋아요 5 | URL
오백짜리에용. 750까지는 아니고. 그래도 합하면 2천!
예전에 잘 마시던 시절에 ˝너 한 7천 마시냐?˝ ˝몇 병 사야해 (너 때문에)?˝ 이런 대화가 있었던 것 기억하게 됩니다. 2캔이면 족할 때도 많았는데 이사하고 지금까지는 마시면 4캔 다 마시게 되네요.

뭐랄까 이제 점점, 책을 읽으면서 그 책이 좋으면 예전보다 더 밀착하면서 책 안으로 들어가 어느 정도는 내가 그 책을 쓰면서 읽는 거 같은? 그런 느낌 들기도 해요. 이게, 무엇이 나오든 너도 너의 글을/책을 써라.... 같은 신호이기도 한 거 같아요. 더 늦기 전에 쓰기도 시도하는 여름이 (한 해가) 되면 좋겠습니다.

공쟝쟝 2021-07-14 19: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네캔...... 오오... 동지여............. !!!!!!!

몰리 2021-07-15 16:59   좋아요 1 | URL
근데 맥주 넘 배부르지 않? ;;;; 이거 나이 탓 하고 싶어지기도 한데 그보단, 소맥으로 갈아타기 위한 합리화의 시작이..... ㅜㅜ

공쟝쟝 2021-07-16 20:15   좋아요 1 | URL
그쵸 ㅋㅋㅋ 술집이라면 소맥이죠 ㅋㅋㅋ 근데 두캔은 양이 안차서 네캔 이미 따버린다구 ㅠㅠ 동지!
 






프랑스 혁명 너무 좋아가지고서는 (그러니까. 왜 그렇게 혁명과 관련한 모두에 다 끌렸나 모름) 

몇 년 동안 사들인 책들 적지 않은데, 이것도 있다. 


그러나 

조금 읽고 나서 갖고만 있다가 며칠 전 꺼내왔고 이번엔 밑줄 많이 치고 감탄도 많이 하면서 보고 있다. 


"루소의 가장 열정적 사도였던 이 청년 혁명가들. 이들은 덕에 (Virtue) 도취해 스스로를 소진했고, 오래 된 기억의 형태로 환멸이 찾아오기 전 서로를 학살했다. 공포는 (Terror) 학살된 청춘을, 이미 죽었으므로 불사가 된 청춘을 미화했다. (...)" 


이런 게 왜 이리 좋은 것이냐 이말임. 

거의 울면서 읽는다. 




이 책은 두 인물에 대한 상세한 묘사로 시작한다. 라파예트와 탈레랑. 

혁명사 덕질 하다보면 듣게 되는 이름들이지만 모호한 인상 정도 대강 알고 있던 인물들인데, 사이먼 샤마는 "니가 했던 게 덕질이기는 하냐" (......) 사람을 이해하려면 이 정도는 하라고, 진정 높은 기준 새로운 기준 보여준다. 


쓰고 욕 먹고 욕 먹는 걸 떠나 인생이 더, 더더 꼬이게 할 말일 거 같지만 

한국에 이 정도로, 이렇게 세밀하게, 이렇게 모든 면에서, 이렇게 자신이 그들에게 양가적임을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역사적 인물을 이해하는 사람은 (사학자든 사학자가 아니든) 단 한 사람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 우리는 이런 이해를 해 보이는 사람을 본 적도 없. 누가 그렇게 이해하려 하면 누가 반드시 말을 막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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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1-07-14 19: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상에는 많은 덕질이 있지요. 사실 제가 518 덕후였는데요.(누가 그런 덕질을 하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더랬죠)... 그런데 몰리님 혁명사 덕질이라니.... ㅋㅋ아앗!!ㅋㅋㅋ (어쩐지 내적 뿌듯함) 마지막 문장의 경우는 (전 한국의 역사적 인물들을 이해한다는 사람들의 책을 많이 읽지는 못했지만 말이죠) 뭔가 뼈를 때리네요. 지겨운 진영 논리에서 조금 멀찍이 떨어져 한 개인의 복잡함을 끌어안으면서도 역사를 짚는. 그런 글. 조금의 세월이 더 흘러야 하지 않을까요. 저 역시 수월하게 단순하게 이해해버리고, 역사 따윈 잊고 지내기 바쁘므로.

몰리 2021-07-15 16:55   좋아요 1 | URL
사이먼 샤마 혁명사 책은 구체제와 왕정의 품위 회복이 목적인 책 같은데 (어떤 결말, 어떤 메시지로 끝날지 모르겠지만 도입부는 조금 노골적으로, 혁명에 새로운 건 별로 없었고 반면 구체제에 이미 새로운 시대를 위한 변화의 징조들이 가득했고.... 루이 16세는 왕다운(?) 왕이었고 등등) 샤마가 현실에서 정치적으로 얼마나 보수적인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이런 접근에 거부감이나 역겨움이 전혀 들지를 않아요. 진영 논리를 벗어난다는 건 이런 것이지 않나는 생각이 듭니다. 인간을 깊이 이해한다면, 아무리 깊이 보수적이어도 그 정신은 우리 모두를 위한 자산... ㅎㅎㅎㅎㅎㅎ 반면에 진보, 좌파를 내세우면서 (.... 이하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