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집과 비교할 때 지금 집의 비교할 수 없이 더 좋은 점 하나는 자는 방이다. 

예전 집은 방이 두 개였는데, 알라딘 서재에 수없이 썼다시피 헌책방 창고처럼 책들이 방마다, 그리고 방과 방을 잇는 공간(부엌이 있고 거실이라고는 차마 부를 수 없는 부엌의 작은 연장인 공간)까지, 가득했다. 그러한데 잠을 자는 방에는 무려 소파도 있었다. 처음 집 구하고 나서 세탁기 냉장고 같은 것들을 중고로 한 곳에서 샀었는데 "고오급" 소파를 거의 끼워주었다. 새것으로 사면 아마 70=100만원 정도 할 소파. 그 소파는 이사 오시는 분들에게 드리고 왔는데, 너무 기뻐하심. 믿기 어려워 하심. 


소파 위에는 빨아야 할 옷과 아직 입지 않은 옷들이 엉키고 널려 있었고 

(치울 수가 없었. 치울 곳이 없었....) 소파를 제외한 모든 공간에 책들이 뒹굴었다. 

그러니 먼지가 가득했다. 가득했을 것이다. 가득하지 않았을 리가. 반드시 조금은 불편하고 억눌리고 쫓기는 심정이었다. 자기 전에, 그리고 자고 나서.


지금 집은 방이 세 개고 옷방이 따로 있다. 자는 방엔 책이 하나도 없고 오직 이불. 테이블 하나. 

이게 정말 얼마나 좋은지는. 책이 (옷도) 하나도 없고 이불만 있는 방에서 자는 상쾌함을 아십니까. 

사실 지금 집을 칭송하라면 칭송할 것들이 아직 아주 많이 남아 있다. 그런데 이건, 무엇보다 전에 살았던 집과 그 집에서의 불행에 대한 얘기로 자동 번역되기도 하여, 서재에 쓰지 말고 혼자 은밀히 생각하려고 한다. 예전 집에선 자기 전에 엎드려 책을 봐야 할 거 같았는데 지금은 절대 그러지 않는다. 아이패드 타이머 맞추고 누워서, 아이패드 쪽으로 등 돌리고 듣다가 잔다. 


그렇게 불행했던 예전 집에서, 그러나 신기하게도 그 집엔 없었던 나쁜 것 하나가 모기였. 모기를 거의 본 적이 없다. 바퀴도 보았고 이사하기 직전에는 지네 때문에 쓰러지는 줄 알았지만, 그러나 어느 해 여름에든 모기가 없었. 가을에도 없었. 


지금 집엔 모기가 많다. 담배 피울 때 방충망 열고 피우니까 그 때 틈타 들어오는 것들도 있겠고 

방충망 아무리 잘 닫아도 모기 많은 데서는 모기가 반드시 집안으로 들어오기도 하고. 집 바로 앞에 나무가 많음, 그러므로 모기도 많음. 


며칠 잠 설치다가 마침내 구입한 전자모기향 피우고 잤던 날의 상쾌함. 

그것을 이렇게 기록함. 




서재에서 읽는 글마다 댓글마다 "좋아요" 하고 싶은데, 내가 내 서재에 글을 자주 쓰고 있으면 

그러기가 좀 망설여진다. 내가 내 서재에 글을 쓰지 않을수록 더 자유롭게 그럴 수 있다. 하여, 자유롭게 "좋아요" 할 수 있도록 내 서재에 글을 자주 안 쓰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기도 한다. 음 아니 뭐 그렇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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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1-07-07 22: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우~ 혼자 사시는데 방이 3개면 엄청 넓은 거 아닙니꽈?? 부러운 걸요!!! 저희는 5인데 방이 4개라 넘 부족한 느낌이 들어요. 특히 제가 옷도 많고 책도 많고 뭐든 많은 사람이라 즤이 부부 방이 넘 좁게 느껴져요. 넓히고 싶은데 무슨 제한이 그렇게 많은지,,,저도 침대만 있는 방에서 자보고 싶어요.^^;;; 삶의 질이 다르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요.^^

몰리 2021-07-08 08:37   좋아요 0 | URL
방이 세 개면 무섭지 않을까, 방 하나에 내가 모르는 누가(무엇이) 들어와 있다는 망상이 들지 않을까 ㅎㅎㅎㅎ 이런 미친 생각을 진짜로 했었. 이젠 방이 서른 개라도 무섭지 않을 자신이 생겼습니다. 침대와 테이블 하나 있는 방은 하나도 무섭지 않다! 제 경우엔 진짜 책먼지 옷먼지 뒤집어쓰고 자다가 먼지 없는 방에서 시원한 바람 솔솔 느끼면서 잔다는 게 처음엔 황홀경 ㅎㅎㅎㅎㅎㅎ 이었어요.

다락방 2021-07-07 22:1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좋아요 안눌러도 되니까 글 자주 써주세요! 🥺

몰리 2021-07-08 08:39   좋아요 1 | URL
좋아요 할 자유를 위하여 이제 쓰지 않겠습니다. -- > 이걸 후렴으로 또 오늘 폭풍 포스팅할지도 모릅.... 매일 그러...;;;

syo 2021-07-07 23: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 돼 그런 좋아요 필요없어요....🥺

몰리 2021-07-08 08:45   좋아요 0 | URL
그런데 방금, 하지만 내가 포스팅을 아무리 해도
서재의 달인도 안될 건데 그러니 포스팅을 멀리 하고 좋아요에 열심인 게 가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 서재의 달인은 자기 추천으로 결정되어야 합니.......

수이 2021-07-07 23: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의견에 한표!

몰리 2021-07-08 08:46   좋아요 1 | URL
다락방님, 언제나 옳으신 다락방님.

다락방 2021-07-08 09:35   좋아요 1 | URL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1-07-08 09:36   좋아요 2 | URL
몰리님 페이퍼 솨라리라락 올라오기를 대기하며 모닝 커피 ☕️ 😌

다락방 2021-07-08 09:41   좋아요 1 | URL
상시대기중! 😌

scott 2021-07-08 00: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이 없는 방
모기향만 그윽!

이거슨 진정 미니멀리즘
ZEN 스타일 인데여 ㅎㅎㅎ

좋아요! 보다 몰리님 포스팅!☝

몰리 2021-07-08 08:47   좋아요 1 | URL
저 scott님 따라다니다가
말투가 스며드는 거 느끼는 중입니다. 느끼면서 자제;;;; 하는 중!

2021-07-08 06: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7-08 08: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유부만두 2021-07-11 14: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토록 응원의 댓글이 많은데, 몰리님 포스팅이 8일 부터 안 올라와서 슬픕니다. ㅜ ㅜ
모기 이야기, 화학 이야기, 또 ... 다른 새 동네 이야기,
그도 아니라면 (읽어도 이해 못할) 철학 이야기도 써주세요?

몰리 2021-07-11 18:29   좋아요 1 | URL
앜 ㅎㅎㅎㅎ 제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는
맥주를 ;;;; 땀 비질비질 흘리면서 사들고 왔습니다.
일요일 기념 음주 포스팅을 해보겠....어요!
 




길리스피 책에 

화학에 대한 장이 별도로 있고 

라부아지에 중요하게 다룬다. 아주 높이 칭송한다. 


바슐라르도 

라부아지에의 업적 높이 칭송함. 라부아지에와 함께 화학이 현대로 진입한다고 함. 

과연 진짜로 화학의 아버지인가 봄. 영국의 조셉 프리슬리와 함께 화학의 두 아버지. 

라부아지에의 저 책은 과학책 같지가 않다고 한다. 술술 매료되어 읽을 수 있다고 한다. 

부화뇌동되었고 이 책을 사고 싶어졌는데 가까운 미래에 무직이 예정되어 있으니 

사고 싶다고 척척 사지 못함. 5월부터 오늘 오전까지 책을 10권이 되지 않게 샀다. 7월 독보적을 끝내고 나서 

2200원 ㅎㅎㅎㅎㅎ 적립금 포함해 8월에 라부아지에의 책을 사겠다고 결정하는 하루를 보냄. 

책을 별로 사지 않으니 독보적 스탬프가 80장이 넘게 모였다. 2200원 적립금을 받을 즈음엔 독보적 스탬프만으로도 적어도 5천원을 받게 된다. 그 모두가 라부아지에의 이 책을 사는데 쓰일 것이다. 


이 책을 어떻게 살 것인가 결정하는 하루를 보내면서 

그리고 독보적 스탬프를 환전하지 않으면서, 6권쯤 주문한 거 같다. 어떤 달이든 1일엔 책을 사야지. 

무직이 예정된 게 아니라면 라부아지에 책도 오늘 샀겠지. 척척 다 샀을 것이다. 




화학이 진짜 신기하고 어렵고 매우 쓸모 있고 심오하고 

..... ㅎㅎㅎㅎㅎ (웃게 된다, 물리학이나 수학은 저런 게 아니란 말이냐) 

하튼 화학, 매력적이다. 물리학이나 수학이나 생물학도 저 모두의 특징을 가질 것이다. 

그런데 철학은? 

문학 연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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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02 05: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7-02 0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7-02 16: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7-02 2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5년이나 되었다고 믿을 수 없는 

Oasis의 champagne supernova가 늠늠 좋다고 말하던, 과제 제출된 글 읽으면서 

90년대가 잠시 리플레이 됐었다. 지금 술마시면서 들어보는 중. 마침 밖엔 비도 오고 아주 좋... 존좋. 

이러다 혹시 2081년에 (아 그럴 리가 없긴 한데, 현실성이 아예, 0.0000도 없는 건 아닌 과장을 하기 위해) 

살아 있는 어느 날, 비가 오고 그 날도 오아시스 "샴페인 수퍼노바"를 듣고 있게 된다면? 그리고 알라딘 북플이 

"60년전 오늘 남긴 기록을 확인하시고..." 란다면?! 


지금 집이 너무 좋고, 이사하던 날 그 날부터 비가 왔어도 좋았고.... 포스팅 이미 여럿 했다. 

그런데 아직도 못한 얘기가 있으니, 그것은 정리 안되어 어수선한 집에서 밤이 왔을 때  


빗소리 들으면서 책상 앞 의자에 앉아 있다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데, 바로 강렬히 레이저처럼 집중이 되더라는 얘기다. 


What is called thinking? 

웃기다고 생각했던 하이데거의 책 제목. 

그 때 그 격한 집중의 체험. "ㅇㅇ 이것이 생각이라 불려야 하겠습..."의 체험이었다. 


생각을 막는 세력들이 많기 때문에 가능한 체험. 


그런데 어쨌든 

만일 우리가 그 세력들을 떨친다면 

그 집중의 체험에서 출발하여, 그 집중의 체험을 반복 재연하면서, 글을 쓴다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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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1-06-30 15: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머 세상에! 오아시스! 몇천년만에 듣는 이름이라 ㅋㅋ 저도 요고 읽고 샴페인수퍼노바 들어요. 오늘은 오아시스 들으면서 놀아야지.. 촉촉..

몰리 2021-06-30 17:16   좋아요 1 | URL
오아시스 처음에 충격이다가
머지 않아 지겹고 지겹고 지겹고 물리고 물리고 물리다가
그로부터도 한참 지나고 나서는, 그냥 계속 틀어놔도 딱히 거슬리지 않고
술 마시면서 들으면 뭔가 많이 좋고... 독특한 자기들 방식으로 난놈들인듯.
 





밤 하늘이 검은 이유? 

우주에 기원이 있고 또한 우주가 팽창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태초의 폭발 이후 생겨난 별들이 우리에게서 계속 멀어지고 있는 게 아니라면, 우리의 밤 하늘을 별들이 환하게 채울 것이다. 지금 우리의 밤 하늘에서 빛나는 (그러나 언젠가 사라질) 별들이 우리 우주의 나이를 알게 한다. 


저런 얘기였을 것이다. 대강 무슨 말인지 알겠지만 완전히 이해되지는 않는다. 

우주의 기원. 우주의 팽창. 이런 주제에 진지하게 관심 있다면 정말, 정말로 삶과 죽음에 초연해질 거 같다.   

별가루로 만들어진 우리. 우주는 나의 고향 (Gattaca) ㅋㅋㅋㅋㅋㅋㅋ "원자와 공허. 남은 모두는 의견일 뿐." 



초연해지면 좋겠는데, 매일 다큐 하나 보면 그렇게 된다면 매일 보겠는데 

지금은 노후에 (생계도) 대해 생각하는 게 초연해지기보다 더 절박하다. 초연해지고 노후가 없을 것이냐. 아니면, 노후를 가능하게 하고 나서 초연해질 것이냐. 논문 포함하여 써야할 글들을 놓고 이것저것 생각하고 계획해 보는 중이다. 서재 페이퍼 말고 글쓰기 진행하는 서재친구가 있다면 좋을 거 같다. 아 그 분도 지금 -- 를 쓰고 계시지, 생각할 수 있다면 좋을 거 같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그렇게 생각할 사람이 필요하다면, 저를 추천합니다.  


우리 글을 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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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1-06-27 13: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알라딘마을에 글 쓰실 분 많으실 것 같은데....

몰리 2021-06-27 18:28   좋아요 1 | URL
우리 모두가 특히 회고록 쓰고 있으면 좋겠어요.... 회고록 클럽 그냥 맘대로 결성해 봅니다.

공쟝쟝 2021-06-30 15: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몰리님 브런치 하세요…?ㅋㅋㅋㅋㅋ 남의 페이퍼에 들이닥쳐 브런치 끼얹기 ㅋㅋㅋㅋ (매거진이라는 좋은 제도가 있어요!!)

몰리 2021-06-30 17:11   좋아요 2 | URL
공장쟝님 글 보고 저 아주 잠깐 옷, 나도?! 했는데
저 광탈할 듯. ㅎㅎㅎㅎㅎㅎㅎ 이 분 (나이가 지긋하므로 ˝얘˝보다는. 아니 나이는 안 밝혀도 되나요) 뭐니? 반응이 너무 바로 보입니다. ;;;;;

공쟝쟝 2021-06-30 21:45   좋아요 1 | URL
누구나 다 된다고 이웃분들이…ㅋㅋ 북플은 읽기가 베이스라 같은 책 읽고 쓰는 건 훨씬 엮어보기 편한데, 브런치 살펴보니 매거진이라는 기능이 있어 같은 테마로 글을 써서 묶을 수가 있더라고요~~ 글을쓰자는 제안이 좋아서 아이디어를 내보았습니다! 저도 부쩍 글이 쓰고 싶어졌거든요 ㅎㅎㅎ

공쟝쟝 2021-06-30 21:46   좋아요 1 | URL
사실 지금도 충분히 써대기는 하지만요 ~~~ㅋㅋㅋ

2021-07-01 09: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ueyonder 2021-06-30 17: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문서 작성을 합니다. ^^;; 글을 쓴다는 것은 뭔가 성찰이 들어가야 할 것 같네요...

몰리 2021-06-30 17:14   좋아요 1 | URL
주로 어렵고 힘든데
그런데 글쓰기만이 줄 수 있는 지고의 ㅎㅎㅎㅎ 즐거움이, 다른 무엇에서도 경험 못할 종류의 무엇이 있기는 한 거 같아요. 그러니, 그걸 못 잊어하며.... 우리는, 갑시다 그리로!
 



이 책. Piezoelectricity라는 말도 생소하고 

월터 기톤 케이디라는 저자 이름도 바슐라르 책에서 본 게 다인데, 전기학 분야의 고전인가 봄. 

케이디는 20세기 미국의 물리학자, 전기학자. 


<응용 합리주의> "결론"에서 바슐라르가 

18세기 프랑스에서 전기학 연구했던 피에르 베톨롱과 20세기 미국의 전기학자 케이디를 비교한다. 

베톨롱의 전기학은 과학이 아직 아니었던 과학. 케이디의 현대 전기학은 확고히 과학. 온전히 과학. 

과학이 아직 아닐 때의 과학들이 얼마나 거침없는 광증들의 장소였나에 대해서는 <과학정신의 형성>에서도 긴 내용 볼 수 있는데, 베톨롱의 전기학에 대해 그와 비슷한 지적들을 이 책에서 함. 요즘 과학사 연구 경향에서는 이렇게 과거 과학이 아직 과학이 아니었다, 합리성을 몰랐다, 지적하는 게 바로 비판의 대상일 것이다. 바슐라르는 일관되게 이런 입장이다. 과학 이전의 과거 과학(전과학)과 현대 과학 사이에 중대한 단절이 있음.  


하튼 둘을 비교하면서 이런 문단을 쓴다. 


"베톨롱의 책과 케이디의 책을 같이 읽던 그 가을 날들을 기억한다. 이 두 저자들을 가르는 시간은 두 세기가 채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들의 사유엔 어떤 공통의 척도도 없고 이들을 연결할 어떤 친연성도 수립할 수 없다. 18세기의 박식이 갖는 막대한 종합은 이제 더는 무엇도 합해내지 못한다. 20세기에 수정의 실험으로 결정된 한 세부, 그것에 관한 정밀하고 논증된 종합은 과학 현상의 견고한 핵심을 형성한다. 라 브리(la Brie) 평원을 명상하면서 레옹 고즐랑은 썼다: "라 브리는, 물이라기보다는 바다다." 끝을 모르고 이어지는 베톨롱의 책들을 읽으면서 우리는 비슷하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과학은, 그러나 과학 사유는 아니다." (.....) 


그 가을의 세 달. 케이디의 책을 읽을 때, 어느 페이지에나 배우고 이해하고 적용해야 할 내용이 있었다. 60대 나이에, 나는 학창 시절을 다시 찾은 즐거움을 느꼈다. 내 나이의 사람들 모두가 그러듯이, 나는 이십대의 유토피아를 다시 살았다. 나는 이렇게 말했다. "현대 과학의 아름다운 책들을 놓고 공부하는 스무살이 되고 싶다. 케이디의 책, 글래스스톤의 책, 로카르의 책, 보웬의 책, 헤르츠베르크의 책." (원주: 꼭 집어 이 저자들을 말하는 건 이들을 실제로 내가 1947-48년 동안 읽고 공부했기 때문이다). 햇빛 비치는 내 테이블 위에 이 책들이 놓여 있다. 9월이 내 뜰의 과일들을 무르익게 한다. 곧 10월이, 그 위대한 달이 온다! 모든 학교들이 새로이 청춘을 찾는 달, 모두가 근면한 사유를 다시 시작하는 달. 한 권의 좋은 책이 있다면, 한 권의 어려운 책이 있다면, 나는 영원한 10월을 살 수 있는 것이다! 새로운 이성엔 그같은 활력이 있는 것이다! (.....)" 


이런 문장들이 바슐라르 책들이 주는 즐거움이 어떤 것인가 알게 하는 문장들인데 

질색하는 사람들도 (특히 요즘엔) 적지 않은 거 같다. 이 다음 이어지는 문장들도 이와 비슷하게 완전히 바슐라르적 삶의 예찬, 공부 예찬 ㅎㅎㅎㅎㅎ 문장들. 오늘 읽으면서 나는 거의 울었. 이런 말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심정으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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